49화 첫 승리 01
팽팽한 0의 행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5회 말이 끝났을 때 기자들은 처음과 완전히 다른 초고를 들고 있었다.
“개막전부터 대단한 투수전이군.”
“그래도 두 투수 중 누가 더 돋보이는가를 묻는다면 레드라고 대답할 걸세.”
탬파베이 에이스 레드는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이며 탬파베이 타선을 완벽하게 묶었다.
“이번 시즌 레드는 컨디션이 좋아 보여. 3점대 평균자책점도 가능하겠어.”
“오늘처럼 던지면 3점대가 아니라 2점대도 가능할 거야.”
“이 사람…… 2점대는 외계인이나 가능한 영역이라고.”
약물의 시대 메이저리그, 그것도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 리그.
이곳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은 신의 영역과 같았다.
“킴도 좋기는 한데 레드에게는 미치지 못하는군.”
“루키가 1선발인 레드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겠지.”
“5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무실점. 뭐, 실책을 포함해서 주자가 4번이나 나가긴 했지만 말이야.”
말이 끝난 순간 레드가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퍼펙트 이닝을 6으로 늘렸다.
“오호, 오늘 레드가 일을 내는 건가?”
“설마…….”
“설마가 아니야. 이제 아홉 명 남았다고.”
관중들 사이에서도 퍼펙트 게임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일을 내는 거 아니야? 딱 아홉 명 남았다고.”
“쉿, 그런 소리가 부정을 만든다고.”
레드의 투구는 미네소타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6회 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솟아오른 공이 그대로 펜스를 넘었다.
툭.
“홈런! 홈런입니다!”
“여기서 오늘의 첫 득점이 나옵니다!”
예상하지 못한 타자에게 맞은 첫 홈런.
김민은 오른발로 마운드를 툭툭 쳤다.
‘조금 힘을 뺐을 뿐인데 펜스를 넘어가 버리는군. 9번 타자라고 해도 메이저리거는 메이저리거야.’
그는 이번 홈런이 자신의 방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투구 수를 아껴 보려 한 것이 화근이 되었어.’
이반 감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킴이 메이저리그에서 첫 실점을 했군.”
“첫 피홈런이기도 합니다.”
9번 타자 사일론이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하자 홈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일론! 사일론!”
“사일론! 나이스 배팅!”
사일론은 2루를 돈 뒤, 오른손을 번쩍 들어 5만 홈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이반 감독은 김민이 지금까지 잘 버텨 주었다고 생각했다.
“싱글A 출신 루키가 6회 말까지 1실점. 훌륭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지.”
“교체를 준비할까요?”
블렛소 투수 코치의 물음에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일단 불펜을 가동하게.”
“알겠습니다.”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불펜 투수들이 일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팡! 팡!
불펜 코치는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한편 블렛소 투수 코치에게 김민의 교체 시점을 물었다.
“이번 회에 바로 투입되는 겁니까?”
“그건 아닐세.”
“그럼 언제입니까?”
“킴의 실점이 조금 더 늘어나면 투입될 거야.”
“그 말씀은 교체 시점이 이번 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불펜 코치는 김민이 6회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운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홈런을 하나 맞았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무너지진 않을 거야.”
20년 전, 김민은 실점 후 제구력이 흔들리는 투수였다.
하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첫 실점과 첫 피홈런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코치 시절 그는 투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 홈런을 맞은 다음에는 그 홈런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 한마디는 흔들리는 투수의 멘탈을 잡아 주는 것은 물론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앞 타자가 홈런을 치면 뒤 타자의 스윙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이것은 예외가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1번 타자 카인, 그는 평소 궤적이 작고 빠른 스윙을 했지만, 이번 타석만큼은 달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바깥쪽 스플리터에 풀스윙.
카인은 밸런스마저 잃곤 미간을 좁혔다.
“큭…….”
김민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9번 타자의 홈런이 장타 욕심을 깨운 모양이군.’
그는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을 번갈아 던져 투 스트라이크 원 볼을 만들었다.
그리곤 승부구로 커브를 선택했다.
‘카인이 계속 홈런을 노린다면 이 공이 먹힐 거야.’
슉!
눈높이에서 춤을 추며 떨어지는 커브.
평소의 카인이었다면 어떻게든 커트를 해냈겠지만, 스윙이 커진 상황에서는 무리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카인은 주심에게 배트를 멈췄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트가 돌기 이전에 존에 들어왔어.”
잘만 감독은 미간을 좁혔다.
“홈런을 맞은 다음, 바로 볼 배합을 바꿨어.”
노리 투수 코치는 김민이 결정구로 던진 커브에 주목했다.
“볼 배합은 물론 승부구까지 바꾼 모양입니다. 이번 타석에서는 커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잘만 감독은 카인의 삼진이 모처럼 살아난 분위기를 가라앉힐까 걱정이 되었다. 그는 즉시 타격 코치를 호출했다.
“바뀐 볼 배합 말일세. 타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떨어진 구속도 알려 주고.”
“알겠습니다.”
잘만 감독의 예상대로 카인의 삼진은 달아올랐던 메트로돔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말았다.
미네소타 팬들은 전 타석과 달리 간간이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김민은 주변이 조용해지자 조금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2번 타자 레오. 이 친구는 끈질긴 유형인데…….’
레오는 4회 말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얻어낸 바 있었다.
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타격 코치에게 조언을 들었다.
“킴의 패스트볼 구속이 89마일(143km)까지 내려왔어. 가능하면 패스트볼을 노리도록 해. 그리고 커브를 조심해. 카인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
레오는 코치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과 커브. 알겠습니다.”
좌타자인 그는 타석에 들어선 뒤 왼쪽 발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패스트볼과 커브. 어느 쪽이든 문제없다.’
타격 코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줄었다는 것은 체력이 떨어졌다는 명백한 증거. 커브로 카인을 속였지만, 레오까지 속이는 건 불가능해. 킴의 피칭은 딱 여기까지야.’
그는 개막전 승리를 확신했다.
하나 그의 확신은 근거가 너무 빈약했다.
김민이 지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90마일(145km)을 던지지 못할 정도로 지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구속이 낮게 나온 것은 카인을 상대할 때, 포심 패스트볼을 하나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커브는 한 번 보여 줬으니, 승부구로 다시 쓸 수 없겠지. 그렇다면…….’
김민은 레오 타석에서 다시 한번 볼 배합을 바꿨다.
- 바깥쪽 패스트볼.
슉!
빠른 공이 바깥쪽 높은 코너를 노렸다.
‘높은 쪽 코너로 패스트볼?’
코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다리던 패스트볼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탁!
배트에 스친 공이 백네트에 꽂혔다.
“파울!”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93마일(150km).
예상보다 훨씬 빠른 공이었다.
레오는 코치의 조언과 전혀 다른 스피드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전력분석팀의 스피드건이 고장이라도 난 건가?’
그는 미간을 좁히곤 다시 배트를 세웠다.
‘93마일…… 나쁜 구속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치지 못할 구속도 아니지.’
레오는 재차 포심 패스트볼을 노렸다.
하지만 김민은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다른 구종만을 던졌다.
‘저 녀석…….’
그는 두 번째 공을 참아냈지만, 세 번째 공에 헛스윙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카운트 1-2, 투수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입니다.”
“여기서 떨어지는 공이 들어간다면 타자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
레오의 생각도 같았다.
‘카운트 1-2, 내가 녀석이라면 스플리터를 하나 더 던질 거야.’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야. 너무 뻔한 볼 배합을 녀석이 할 리 없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카인의 삼진 장면이었다.
카인의 컨택 능력은 레오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그는 예상하지 못한 커브에 헛스윙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래, 커브야. 코치도 말했지. 녀석의 커브를 조심하라고.’
그는 배팅 타이밍을 조금 뒤로 잡았다.
‘그 커브 내가 담장을 넘겨 주지.’
김민은 사인을 교환한 뒤, 바로 승부구를 던졌다.
슉!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공은 커브보다 훨씬 빨랐다.
레오는 자신의 예측이 어긋나자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커, 커브가 아니야.’
그는 어떻게든 공을 커트해 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배트는 공을 따라가지 못했다.
‘휘어져 나간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뒤, 레오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지나쳤다고 후회했다.
‘제길! 커브가 아니라 커터였어.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잡았다면 적어도 커트는 할 수 있었을 것을…….’
이번 삼진은 수 싸움이 지나쳐 나온 레오의 자멸이었다.
“킴, 하나만 더 잡자!”
김민은 록튼에게 공을 받은 뒤, 모자를 고쳐 썼다.
‘투 아웃, 이제 한고비 넘겼어.’
잘만 감독은 홈런을 맞은 뒤에도 동요하지 않는 김민을 보곤 턱을 쓰다듬었다.
“레오를 상대로 구속이 올랐군.”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여기서 마지막 피치라면…… 지금까지는 완급을 조절해 공을 던졌단 말인가?”
올라디 수석 코치는 감독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싱글A 투수가 완급 조절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그것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메이저리거에게는 굴욕이다.’
그는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감독님, 아직 이닝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헐크를 한 번 믿어 보죠.”
헐크에 대한 올라디 수석 코치의 믿음은 3분도 채 가지 않았다.
툭.
배트 끝에 걸린 공이 좌익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잘만 감독은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솔로 홈런 한 점이 전부군. 뭐, 그래도 좋아. 일단 선취점은 뽑았으니까.”
스코어는 1-0 미네소타 트윈스 리드.
코칭 스탭은 물론 관중들도 만족할 만한 점수가 아니었다.
7회 초.
TV 중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레드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그는 앞서 18명의 타자를 상대해 한 명도 1루에 진루시키지 않았습니다.”
27명의 타자를 완벽히 막아 내는 퍼펙트 게임.
레드는 아직 대기록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네소타 팬들은 대기록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 회만 막으면 딱 6명 남는 건가?”
“그렇지. 하지만 이번 이닝이 가장 위험해. 1, 2, 3번으로 시작하니까.”
레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첫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첫 타자를 잡는데 공 하나밖에 사용하지 않았어.”
“대단한 투구야. 이제 8명 남았어!”
“레드가 정말 해낼지도 몰라.”
록튼은 동료들이 맥없이 물러나는 것을 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래서는 킴을 도울 수가 없어.”
김민은 그의 한숨 소리를 듣곤 어깨를 두드렸다.
“록튼, 난 이미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킴?”
“오늘 나온 호수비만 해도 셋은 될걸?”
김민이 수비에서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전혀 도움을 받고 있지 못했다.
탁!
“두 번째 파울! 2번 타자 카를로스가 끈질기게 버팁니다!”
카를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퍼펙트 게임이라고? 개막전에서 그런 걸 당할 수는 없잖아.’
카운트 2-2.
레드는 승부구를 던져야 할 타이밍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을 던졌다.
퍽!
공에 맞은 카를로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디에 맞은 거야?”
“옆구리야. 옆구리!”
팀 닥터와 코칭 스탭이 배터박스로 달려갔다.
“괜찮나?”
카를로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95마일(153km) 패스트볼을 맞았는데 괜찮겠습니까?”
코스타 타격 코치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발음이 괜찮은 걸 보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군.”
“코치, 농담은 그만두시죠!”
퍼펙트 행진에서 나온 레드의 힛 바이 피치 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7회 1사에서 퍼펙트가 깨집니다. 이제 남은 것은 노 히트뿐입니다!”
레드의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록튼은 레드가 무리한 볼 배합을 가져갔다고 생각했다.
“저 상황에서 굳이 안쪽 공을 던질 필요가 있었을까? 카운트에 여유가 있었잖아.”
김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보다는 주자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욕심이 과했어. 그래서 저런 공이 나온 거야.”
카를로스는 느린 걸음으로 1루에 도착했다. 그리곤 3루 더그아웃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들 기뻐하라고. 내 희생으로 퍼펙트가 깨졌으니까.”
안타도 아니고 힛 바이 피치볼에 깨어진 퍼펙트.
탬파베이 타자들은 카를로스의 농담과 달리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
“혼자 신났군.”
“첫 주자니까.”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면 개막전 노히트야. 다들 정신 차리자고.”
김민은 카를로스보다는 레드를 주시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해.”
록튼이 물었다.
“주자가 나갔기 때문에?”
“아니, 완벽했던 투수의 리듬이 깨졌어.”
노리 투수 코치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레드, 지금까지의 투구 내용은 잊어. 이제는 배터박스의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야.’
그러나 레드는 오늘 완벽했던 투구를 잊지 못했다.
탁!
빗맞은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했을 공이었다.
하지만 레드는 두 번이나 공을 놓치며,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 주었다.
“주자 올 세이프!”
모든 것이 퍼펙트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갑니다!”
“7회 초 데블 레이스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데블 레이스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동점을 만들지 못하면 완봉으로 경기가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김민은 투수 코치 시절로 돌아간 듯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좋았던 투구 내용이 투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
“레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지?”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가야 해.”
그러나 노리 투수 코치는 마운드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에이스를 믿었다.
‘레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 줘.’
그러나 레드는 노리 투수 코치의 믿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은 타구의 비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크다!”
캐스터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뒤, 공이 펜스 너머에 떨어진 순간 목소리를 높였다.
“홈런! 홈런입니다! 그렉스가 메트로돔에서 믿기지 않는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비거리 440피트(134m)짜리 대형 홈런.
레드의 호투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퍼펙트로 호투하던 투수가 3점 홈런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김민이 글러브를 챙기며 록튼에게 말했다.
“홈런을 맞았으니, 정신이 들 거야. 7회 말이나 준비하자고.”
그의 예언대로였다.
홈런을 맞은 레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욕심을 버리고 에이스로 돌아갔다.
팡!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깔끔한 이닝 마무리.
하지만 7회 초 내준 3점은 되돌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