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화 (프롤로그) (1/296)

1화 프롤로그

“김 코치님,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일이 어렵게 되었다.

김민은 운영팀장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희생양이 필요한 모양이군.’

서울 호크스에서 코치로만 10년, 몇 년 전에는 최고의 투수 코치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감독의 무리한 투수 운용과 프런트의 이해하기 힘든 트레이드, 거기에 줄 부상이란 악재까지.

한마디로 사면초가.

호크스의 투수진은 무너졌고, 김민에 대한 평가도 박해졌다.

운영팀장이 금테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올해 팀 성적이 조금…….”

김민이 무거운 음성을 토해 냈다.

“리그 8위였죠.”

“투수진이 붕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다면…….”

김민은 프런트의 시나리오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오너와 친분이 두터운 신임 감독을 자를 수는 없으니, 나보고 대신 책임을 지라는 뜻이겠지.’

버틴다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버티고 싶지도 않았다.

“투수 코치인 제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겠군요.”

운영팀장은 시선을 피했다. 그는 투수진 붕괴의 책임이 김민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 코치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쩌겠나.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는 게 월급쟁이인 것을. 휴…….’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퇴직금 외에 따로 석 달 치 급여를 넣어 드렸습니다.”

김민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0년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결과가 프런트와 감독을 위한 희생양이라니.

그는 사무실을 나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몇 년 전 구단 오너의 골프 초대를 거절한 것이 문제였을까?

그것이 이유라면 억울했다.

오너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서툴기도 했지만, 애초에 그는 골프를 배운 적이 없었다.

“인간관계가 서툴기 때문이겠지…….”

흔히 라인이라 불리는 줄 대기.

김민은 그게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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