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5. if 오냐오냐 자라는 바람에
어린 애인이 조수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참고서가 가득 든 책가방을 앞으로 꼭 안은 채 조는 모습은 그럭저럭 성실한 학생다웠다. 어젯밤 자위 방법을 늦게까지 배우는 통에 잠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이상현은 학교 앞에 차를 세워 놓고는 선잠이 든 서원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슬슬 깨워서 보내 줘야 하는데, 색색 숨소리까지 내며 자는 어린 애인을 보자니 선뜻 깨우고 싶지가 않다. 반듯한 이마부터 기다란 속눈썹, 오뚝한 콧대, 살짝 젖은 입술로 시선이 물 흐르듯 떨어진다. 흑심 가득한 시선이 벌어진 입술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이 예쁜 입술로 언제쯤 ‘물어’ 줄지,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었다. 입술을 방긋 벌려 혀엉, 하고 말꼬리를 늘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어린 애인의 가랑이나 주무르고 있는 남자도 어른이라고 응석받이답게 의지했었다. 이상현은 당장 차를 돌려 인적 드문 어디로든 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서원을 깨웠다.
“서원아, 학교 가야지.”
“응, 으응.”
입술에 쪽 내려앉는 감촉에 정서원이 꾸물꾸물 눈을 뜬다. 아직 잠에서 헤어나지 못한 눈꺼풀이 느릿하게 깜빡인다. 이상현은 어린 애인이 비몽사몽한 틈을 타 몇 번을 더 입 맞췄다. 그제야 어깨를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서원이 누가 보면 어떡해요, 종알종알 타박을 놓는다. 이상현은 보란 듯이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말랑한 입술을 축축한 혀가 훑고 지나갔다. 밀어낼 새도 없이 떨어진 터라 서원은 눈이나 흘길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애들이 놀린단 말예요.”
“뭐라고 놀리길래 내 오메가한테 뽀뽀도 못 하게 해?”
“…몰라요. 저 갈래요.”
토라진 티가 역력한 대꾸에 이상현이 웃음을 터뜨린다. 어린 학생들이 떠드는 이야기야 뻔했다. 보나 마나 네 알파랑 어디까지 진도를 뺐느냐며 순진한 서원을 두고 떠들어 댔겠지. 짓궂은 학생들 사이에서 홀로 얼굴이 새빨개져 아무 말도 못 했을 서원이 눈에 훤했다. 이상현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서원을 붙잡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내리기 전에. 형아한테 뭐 줄 거 없어?”
“…아까 실컷 해 놓고선….”
“그건 형아가 우리 서원이한테 준 거고. 응? 빨리.”
어른스럽지 못하게 졸라 대는 그를 정서원이 밉지 않게 흘겨본다. 겉으로는 이것저것 칭얼거리는 일이 많았지만, 어쨌든 정서원은 자신을 못내 예뻐 죽겠단 듯이 구는 이상현이 좋았다. 오메가로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생소하고도 뿌듯했다. 자신보다 훨씬 더 완성된 어른에게 대접을 받는 기분도 흐뭇했다. 다 큰 어른이 제게 쩔쩔매는 걸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지기도 했다.
창밖을 살핀 서원이 고개를 돌려 쪽 소리가 나게 볼 뽀뽀를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볼에다 뽀뽀를 마치고 나자 이번에는 이상현이 자연스레 고개를 돌린다. 서원은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거렸다.
“애들이 봐요….”
“누가 놀리면 형아가 혼내 줄게.”
그러니까 서원이 하고 싶은 거 마저 해야지? 검지로 입술을 툭툭 건드리며 하는 말에 서원이 마지못해 고개를 든다. 쪽, 쪽, 소리가 나게 키스하는 뒷머리가 찰랑찰랑 흔들린다. 이것도 키스라고 눈을 꾹 감고 쪼아 대는 어린 애인이 퍽 귀여워서 이상현은 짓궂은 충동을 굳이 참지 않았다.
그가 어린 애인의 것보다 더 커다란 손으로 뒷머리를 살그머니 붙잡고는 진하게 입술을 맞댄다. 고개를 기울이며 혀로 입술을 건드리자 어린 애인이 가슴팍을 토닥토닥 두드려 댔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입 벌려야지, 서원아.”
“싫, …으응.”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느라 벌어진 입술로 혀가 기어들었다. 멍청히 있는 혀를 감아올리며 빨아들이는 감각이 아랫배 어딘가를 간질인다. 서원은 이상현과 어른들이나 하는 키스를 할 때마다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내내 주도권을 내어 주던 이상현은 성적인 스킨십을 할 때면 결코 양보를 해 주지 않았다. 이상현이 내주는 범위 안에서나 우쭐대던 서원이 기가 팍삭 죽는 것은 당연했다.
이상현의 가슴팍을 두드려 대던 하얀 주먹이 제 가슴 위에 가지런히 놓인다. 서원은 키스를 하며 저를 잡아먹을 듯 보는 연갈색 눈동자에 넋이 빠져 있었다. 이상하다. 어젯밤 이상현이 만져 주었던 성기에 얼얼하게 열이 도는 것 같다. 무언가 찌릿찌릿하여 몸을 가만두기도 힘들다. 이상한데, 더 느끼고 싶어서 입술을 더욱 벌리자 마주한 눈매에 웃음기가 돈다. 타액과 함께 은근하게 흘러드는 페로몬을 샘물처럼 받아 마시는 정서원은 학교 앞이라며 투정을 부렸던 걸 깜빡 잊은 것처럼 보였다. 소년은 멋모르고 키스에 빠져 있다가 문득 바로 창가 근처에서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원이 제게로 기울어진 어깨를 밀어내자 단단한 몸은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소년은 키스가 끝나자마자 쑥스러움이 몰려와 시선을 피했다.
“…학교 앞에서, 이런 거 하지 마세요.”
“응, 알았어. 서원이 집에 오면 더 하자.”
“저 갈게요.”
“끝나면 데리러 올게.”
정서원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우물거리다가 차 문을 열었다. 책가방을 고쳐 매며 허둥지둥 교문으로 향하는 뒷모습이 귀엽다. 중학생 때보다 팔다리가 쭉 길어져 늘씬한 체형을 갖춰 가는데도 덜 자란 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현은 핸들에 기댄 채로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문득 정서원이 슬쩍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아직 떠나지 않은 차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총총거리며 교문 안으로 숨어 버린다. 이상현은 어린 애인의 의도치 않은 애교를 즐겁게 음미하다가 다시 차를 몰았다. 이래서 어린애를 만나는 건가 싶다.
* * *
양친께 대뜸 불려간 자리였다.
갓 발현한 듯 풋내를 풍기는 오메가는 품이 넉넉한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젖살은 통통했고 빛을 받는 뺨에는 보송보송한 솜털이 반짝였다. 긴장하여 경직된 표정이었지만 웃음을 피워 내면 싱그러운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웃는 얼굴이 궁금해질 정도로 예쁘장한 소년이었다.
“형한테 인사해야지. 어서.”
“…안녕하세요.”
“안녕. 예쁘게 생겼네.”
“…….”
소년은 낯을 심하게 가렸다. 젊고 완숙한 알파에게 관심을 보이면서도 못내 쑥스러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머뭇머뭇 어머니의 뒤로 숨어 버린 소년은 저 때문에 웃음이 오가자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비죽였다.
“미안해요. 얘가 낯을 많이 가려요.”
“귀여운데요. 뭘.”
“잘생긴 형을 봐서 그런가. 오늘따라 수줍음이 많네.”
소년이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라며 옷깃을 쥐고 흔들어 댔다. 이상현은 이 어린애가 미래에 자신의 오메가가 되리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이제 막 발현하여 어리숙한 오메가를 챙겨 달라는 부탁이었지만, 그런 걸 굳이 적령기의 알파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었다. 상견례 하듯이 양가 부모를 모셔 놓고 나눌 이야기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은 익숙지 않은 자리에 자신을 끌고 온 부모님이 그냥 원망스러운 모양이었지만.
어쨌든 서원은 그럭저럭 귀염성이 있는 아이였다. 낯을 심하게 가려 세 마디 이상 말을 걸어야 겨우 대화가 되었지만, 낯이 익자 투정도 부릴 줄 알고 애교도 피울 줄 알았다. 스스로 어리광을 부린다는 자각조차 없는 애교였다. 부유한 가정의 외동아들로 부모님의 사랑을 양껏 받은 태가 났다. 한마디로 모난 구석이 없었다. 철딱서니도 없었으나 그 정도야 귀엽게 봐줄 만했다. 어린 애인을 둔 이상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이상현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술잔을 기울였다. 욕실에서 종알종알 짜증을 부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흘렀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라 웃음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서원이 달려와 이상현에게 바락 화를 냈다.
“형, 또 제 팬티 가져갔죠?”
“서원이 대담해졌네. 노팬티로 형아한테 이벤트라도 해 주려고?”
“말 돌리지 말구요. 맨날 이상한 장난만 쳐……. 애도 아니고.”
속옷이 없는 걸 보자마자 뛰쳐나왔는지 셔츠 하나만 입은 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퍽 볼만하다. 제 딴에 늘 어른스러운 척을 하지만 저지르는 행동이 하나하나 어린애다웠다. 그래서 이상현은 가끔, 서원에게 ‘과한 자유’를 허락하는 그분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애지중지 오냐오냐 키워 온 외동아들이 하고픈 건 뭐든 시켜 주고 싶은 맘이야 이해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상식을 갖췄을 때 이야기다. 알파 앞에서 아랫도리를 훤히 내보인 상태로 돌아다니는 오메가가 어디 있단 말인지. 베타로 발현되리라 생각하고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 클지도 모르겠다.
“또, 제 말 안 듣죠? 형은 맨날 이래…. 초등학생도 안 이런다구요.”
종알종알 잔소리를 늘어놓던 서원은 이상현의 시선이 유독 한곳에 오래 머무는 걸 깨달았다. 제 말에 집중하지 않는 게 뻔한 모습에 정서원이 잔뜩 토라진다. 대체 뭘 보길래…… 시선을 따라가던 소년이 깜짝 놀라 펄쩍 뛴다.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어, 어, 어딜 보는 거예요?”
“애기 고추 딸랑거리는 거 보여 주려고 나온 거 아니었어?”
“아니에요! 그리고 애, 애기 고추라고 하지 마요….”
금세 기가 죽은 서원이 셔츠를 아래로 죽 잡아당기며 뒷걸음질을 친다. 물론 이상현이 그냥 놔줄 리 없었다. 그는 싫다고 팔락거리는 소년을 가뿐히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일인용 소파는 성인 남성 한 명과 막 여물기 시작한 소년을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싫어요, 내려 줘요, 놔줘요, 부끄러운 듯 정서원이 잡힌 몸을 바동거리다가 탁상에 놓인 잔을 그대로 떨어뜨린다. 카펫 위로 소리 없이 떨어진 잔이 커다란 얼음과 술을 토한다. 정서원은 그제야 좀 얌전해졌다. 따지자면 싫다는 걸 억지로 붙잡은 어른이 잘못한 것인데, 우선순위를 제대로 따질 줄 모르는 소년은 우물쭈물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미안하면 얌전히 있자. 형아 무릎 편하잖아. 그치?”
“…그렇지는 않은데….”
저항을 멈춘 몸은 나긋나긋해져 품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이상현은 갓 씻고 나와 따끈따끈한 열을 품은 몸을 깊이 끌어안았다. 바디 클렌저 냄새와 소년의 풋풋한 체취가 함께 흐른다. 덜 마른 머리카락이 살갗에 물기를 옮기는 느낌도 좋다. 소년의 미성숙함과 막 물이 오르려는 오메가의 연한 살결은 싱그럽기까지 했다. 이걸 안 따먹고 놔두고 있는 스스로에게 새삼 감탄이 나온다.
발그스름하게 열이 오른 목덜미에다 고개를 묻은 이상현이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간질간질한 숨결이 스칠 때마다 서원은 몸을 움찔거렸다. 못 견디겠는지 고개를 틀고 어깨를 바르르 떠는 모습이 몹시 예민한 초식동물 같다. 한 입 거리였다.
“오늘은 학교에서 뭐 했어?”
“그냥, 공부…… 앗, 간지러.”
“친구들이랑은. 안 싸우고 잘 지냈어?”
“애도 아니고, 안 싸우는데…… 으응, 하지 마요…….”
“기특하네. 이제 다 컸어, 우리 애기.”
이상현이 귓가에다 속삭이며 아래로 손을 뻗는다. 입술에 닿는 귓바퀴는 보들보들한 솜털을 두르고 있어 아주 보드라웠다. 목덜미도, 뺨도, 하나같이 덜 여문 풋내가 풍긴다. 그런 주제에 조금 건드리면 아래를 발딱 세우는 게 우습고도 귀엽다. 이상현은 아랫도리를 꾹 쥐고 있는 손을 가볍게 감싸 쥐고는 천천히 떼어 냈다. 안 돼요, 서원이 조그만 목소리로 만류하는 소리가 났다. 겁 많은 오메가에게 입을 맞춰 준 이상현이 기어코 손을 떼어 내고는 소년의 가랑이를 더듬는다. 말랑말랑 분내 날 것 같은 애기 고추가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이상현은 웃음을 참지 않았다.
“서원아. 고추 왜 이렇게 됐어?”
“혀, 형이 만져서 그런 거잖아요…….”
“이상하네. 형아는 서원이 고추 지금 만진 건데. 형아가 언제 만져 줬지?”
“…….”
“서원이 고추는 상상력도 풍부하네. 아직 애기라 그런가, 응?”
말 없는 고개가 폭 숙어진다. 단정하게 잘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귓바퀴가 새빨갛다. 이상현은 제 손바닥을 다 채우지도 못하는 고추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 무릎 위에 가만 앉아 있던 몸이 움찔 튄다. 이상현이 소년의 가벼운 몸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엉덩이가 부드럽게 뭉개졌다.
“흐으응…!”
“기분 좋아? 작아도 느낄 건 다 느끼네.”
“안, 작은데……. 아!”
소년은 고작 손짓 한 번에 항변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상현이 계속해서 손을 움직인다.
“서원이 애기 고추, 형아 손에 다 차잖아. 이게 작은 거지 뭐야.”
“혀, 형이 큰, 거예요…….”
손 크기를 말하는 것이겠으나 생략된 목적어는 묘한 분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이상현은 소년의 고추를 정성껏 애무해 주었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찔끔찔끔 물이 샌다. 그때마다 소년에게서는 달짝지근한 숨소리가 터졌다. 쾌감에 못 이긴 소년이 제 고추를 붙잡은 큼직한 손에다가 제 손을 겹친다. 떼어 내고 싶은 건지, 더 깊게 문지르고 싶은 건지. 애매한 손힘은 이상현을 부추기기나 할 뿐이다.
“아으, 응…! 아, 혀엉….”
“응, 서원아.”
“으응. 그거, 그거…… 흐아아, 아, 아.”
어느덧 흠뻑 젖은 선단 때문에 고추를 가리고 있는 옷자락까지 푹 젖었다. 이상현은 가볍게 그러쥔 채로 축축한 선단을 엄지로 문질러 댔다. 쯔걱거리는 찐득한 소리가 났다. 막바지에 다다라 가는 소년은 허공에 붕 뜬 발을 오므려 가며 할딱였다. 아직 젖살도 안 빠진 앳된 얼굴이 쾌감으로 흐트러진 게 보기 좋다. 다 여물지도 못한 게 저도 오메가라며 어설프게 페로몬을 흘리는 것도 귀엽다.
“하으, 혀어엉……. 저어, 나, 나와요…….”
“쌀 것 같아?”
서원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필사적이기까지 한 고갯짓에 웃음을 터뜨린 이상현은 지금껏 공들여 애무한 성기를 선뜻 놓아주었다. 손아귀에서 벗어난 고추가 작게 달랑거렸다. 막 절정을 맛보려던 서원이 젖은 눈으로 이상현을 바라본다. 의문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상현은 소년과 눈을 맞춘 채 가만 웃어 주었다. 서원아, 그가 은근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로 속살거린다.
“혼자 해 봐. 응? 어제 형아가 알려 줬잖아.”
“치사해애…….”
“떼쓰지 말고. 내 색시 얼마나 컸나 보게.”
“형이 먼저, 만져 놓구…….”
난 싫다고 했었는데, 혼잣말을 조잘거리는 표정이 억울해 보인다. 이상현이 져 주고 다시 만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같았으나 소년은 오래 기다리지 못했다. 여태 아무것도 몰랐던 만큼이나 수치심도 희박한 서원은 불만을 조잘거린 것치고는 금방 제 고추를 붙잡았다. 딴딴해진 고추는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처럼 얼얼하고 뜨거웠다. 감싸 쥐는 순간부터 짜릿한 전율이 올랐다. 눈물이 핑글 돈다.
“우으응…….”
이상했다. 손이 멈추지 않는다. 열이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자극을 주어서 종내에는 온몸에 터지는 전율을 느끼고 싶었다. 달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숨이 가빠지고 혈관 곳곳에 별이 튀는 듯한 절정의 순간을 또 한 번 맛보고 싶다. 상현은 그 묘한 느낌을 ‘기분 좋은 것’이라고 알려 줬었다. 기분 좋은 것. 소년은 그 말을 오늘 학교에서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어설프게 감아쥐었던 손이 본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손바닥으로 슥 훑고 유독 찌릿찌릿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건드려 댄다. 얇은 옷을 감고 있는 탓에 느낌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답답함에 입이 마른다. 거추장스러운 옷자락을 걷어 내자 발개진 고추가 드러났다. 서원은 생고추를 잡아 위아래로 열심히 흔들었다. 그제야 기다리던 짜릿함이 터졌다.
“흐아앗, 아, 아아……!”
“기분 좋아, 서원이?”
“응, 으응…. 좋아요….”
쾌감에 함빡 취한 어린 오메가가 수음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젖내가 가시지 않은 얼굴에 어른거리는 쾌락이 배덕을 자아낸다. 이상현은 할딱거리는 소년을 안아 주며 황홀경에 젖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소년이 기다란 속눈썹을 가물거릴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형, 형…… 숨소리에 귀여운 호칭이 섞인다. 어른 말을 잘 듣는 기특한 소년을 위해 입을 맞춰 주자 수음하는 손이 빨라졌다. 발긋한 선단에 몽글몽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못 가 뿌연 걸 쏟아 낸다.
“흐으응……!”
움찔대는 몸을 따라 픽픽 쏘아진 맹물은 이상현의 손바닥에 거두어졌다. 서원은 고작 한 번의 사정으로 탈진했는지 이상현의 품에 늘어진 채로 숨을 할딱였다. 긴장이 풀어지며 새하얀 허벅다리가 벌어진다. 이상현은 제 품에 기댄 서원의 옆얼굴부터 축축한 아랫도리, 말랐지만 부드럽고 탄력 있는 허벅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따먹기 좋게 한껏 흐무러진 상태였다.
색색거리던 서원이 문득 고개를 든다. 쾌락에 함빡 익은 소년은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우물거렸다. 무엇이든 잘 빨 것 같은 예쁜 입술이 오므라졌다가 방긋 벌어지길 반복한다. 이상현은 그게 제게 무엇인가 속삭이는 것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형…… 주머니에 뭐 있어요? 자꾸 엉덩이에 닿는데…….”
“엉덩이에 뭐가 닿아?”
“네, 불편한데……. 빼 주면 안 돼요?”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이 어린 오메가가 정말 멋모르는 순진한 오메가란 걸 몰랐다면 발칙한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을 거다. 눈웃음을 지은 이상현이 서원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서원이가 좀 꺼내 줄래? 형이 꺼내긴 힘드네.”
“…? 네에….”
순순히 이끌려 온 손이 주머니로 들어서서는 허벅지 어디를 더듬더듬 훑는다. 묵직한 게 있긴 한데, 주머니에 잡히는 게 없었다.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머니 속을 몇 번이나 살폈다. 왜 안 잡히지? 근데 이건 뭐길래 이렇게 크고…… 한참 뒤적거리던 소년이 그제야 주머니 속 무언가의 정체를 깨닫는다. 기겁하여 일어나려는 소년을 이상현이 가볍게 안아 들었다.
“노, 놀리니까 재밌어요?”
“뭘 놀렸다고 그래. 서원이가 꺼내고 싶다며.”
이상현은 대수롭지 않은 농담을 하는 것처럼 느물거렸다. 그러니 희롱당한 입장에서는 더욱 화가 난다. 엉덩이를 받쳐진 채, 자신이 어디로 옮겨지는지도 모르는 소년은 당장 눈앞의 상황에만 골이 난 듯 보였다. 타박을 놓고 싶으나 민망스러운 단어를 담지 못하는 입이 한마디를 겨우 꺼낸다.
“이, 변태……!”
“응, 서원이 서방님은 변태예요.”
“맨날 이상한 장난만 치고… 사과도 안 하고. 형은 제가 만만하죠?”
“그러네. 서방님이 잘못했네, 응?”
“거봐, 맨날 이래….”
이상현은 어린 애인을 적당히 달래 가며 안방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변태라고 실컷 핀잔을 놓던 입이 곧장 얌전해진다. 눈치를 살피는 표정은 오히려 기가 죽은 듯이 보였다.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원에게는 아직 미지의 세계였다. 무책임할 만큼 애정만 쏟아 주는 부모님의 슬하에서 화초처럼 자라난 서원은 또래 아이들이 떠드는 야릇한 이야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지금껏 관심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랬었다’는 얘기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 안 봤어요…….”
“그래? 형아가 잘못 봤나 보네.”
“…….”
능청스러운 대꾸에 발끈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서원은 바로 어젯밤, 이 침대 위에서 난생처음으로 엄마, 아빠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만들었다. 울 만큼 울었고 기분 좋을 만큼 좋았다. 골이 났던 게 까마득해질 정도로 는실난실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도무지 표정을 감추는 법이 없는 소년인지라 이상현에게는 훤히 보이는 속내였다.
“우리 애기, 벌써 발랑 까져서 어떡해.”
“형이 가르쳐 준 거면서…….”
“서원이는 툭하면 형아 탓만 하고. 서원이가 밝히는 것도 이젠 형아 탓이야?”
“놀리지 마요…….”
이상현이 느긋하게 침대 위로 올라선다. 소년의 얼굴에 명백한 긴장감이 어린다. 이상현은 서원과 마주 본 채로 새하얀 발목을 손끝으로 더듬거렸다. 서원이 흑,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럼 이다음은 하지 말까? 서원이 하고 싶은 대로 해.”
“…….”
툭 건들면 그대로 무너질 주제에 자존심은 강한 소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꾹 다물린 얼굴이 불만스럽고 억울한 감정을 담아 이상현을 쏘아본다. 그는 여전히 손끝으로만 간지러울 정도의 애무를 이어 갈 뿐이다.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가, 천천히 풀어진다. 몸에 한 번 심어진 기대감은 쉽게 꺼질 종류가 아니라 서원은 또다시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더, 더 해요…….”
“하하. 그래, 서원이 더 하고 싶으면 더 하자.”
이상현이 침대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 다리를 제게로 끌어당긴다. 가벼운 몸이 곧바로 쑥 딸려 왔다. 사타구니가 맞닿는 거리였다. 바지를 입고 있는 이상현과 달리 서원은 축축하게 젖은 가랑이를 고스란히 드러낸 상태였다. 늘어진 옷자락 아래에 슬슬 일어서고 있는 고추가 엿보였다. 이상현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걷고는 그 아래 드러난 발긋한 사타구니를 장난치듯 건드렸다. 손짓마다 서원이 움찔거린다.
“고추 만지니까 기분 좋았어?”
“…으응, 네에….”
“형이 더 기분 좋은 거 알려 줄까?”
더 기분 좋은 거?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나? 서원이 눈을 크게 뜨며 이상현을 바라본다. 암묵적인 동의에 이상현은 웃으며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털이 나기 시작한 사타구니에서 별 볼 일 없는 음낭을 지나 회음부로. 이윽고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 없는 부분에 손이 닿자 서원이 화들짝 놀라 이상현을 밀어냈다. 물론, 그는 조금도 물러나 주지 않았다.
“뭐, 뭐예요……? 거긴 왜 만져요?”
“서원이 이제 오메가잖아. 오메가는, 고추가 아니라 여기로 섹스하는 거야.”
다정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적나라한 단어를 속삭인다. 섹스라는 단어가 어렴풋하지만 정확한 연상을 끌어낸다. 한 번도 그런 용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구멍에, 아까 옷 위로 만졌던 것 같은 성기가……. 하얗게 질린 서원이 달아나려고 바동거리자 이상현이 허리를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다. 단단하게 감긴 팔이 강철 같았다. 여실한 힘 차이에 무력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들어 서원은 눈물이 찔끔 났다. 불쌍하게라도 보였으면 싶었건만, 이상현은 눈물이 고인 눈가를 혀로 샅샅이 핥으며 꼭 발라먹고 싶다는 듯 굴었다. 썩 좋지 않은 눈치로도 훤히 알 수 있어 서원은 긴장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겁먹지 마. 쉬이.”
“안, 안 하면, 안 돼요? 안 하고 싶은데. 저 안 할래요.”
“무서운 거 아니야. 형이 언제 서원이 아프게 한 적 있어? 응?”
“그치만……. 힉.”
구멍 근처를 더듬거리던 손가락이 불쑥 들어섰다. 낯선 이물감에 거부감부터 든다. 이상현은 몸을 바싹 굳힌 서원에게 입을 맞추며 천천히 침대로 눕혔다. 눈물 어린 얼굴 곳곳에 입술이 내려앉았다. 삽입된 손가락이 쪽쪽 입을 맞춰 대는 틈을 타 더욱 깊숙이 들어선다.
“우응……!”
극진한 입맞춤에 풀어졌던 서원이 다시 몸을 긴장시킨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몸이 긴장으로 빳빳해진다. 이상현은 저를 애타게, 혹은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얼굴에다 달래듯 입을 맞춰 주었다. 착하지, 우리 서원이. 입맞춤마다 애정이 듬뿍 섞인 목소리가 흘렀다. 안을 더듬는 손길도 깃털처럼 부드러웠다. 서원은 종전보다 기분이 나아졌음에도 싫다는 말을 투정처럼 조잘거렸다. 이상현이 조금만 참자, 착하지, 예쁘다, 내 색시 같은 말을 해 가며 어린 애인을 달랜다. 어리광을 부린다는 자각조차 없는 어린애는 저를 달래 주는 입맞춤과 다정한 눈빛, 목소리 따위에 위안을 받고 있었다.
“아으응!”
그러다 손가락이 어느 부근을 건드리자 이상야릇한 감각이 터졌다. 한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서원은 제 입에서 나온 부끄러운 소리에 지레 놀라 입을 가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상현은 웃고 있었다. 안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방금 그 부분을 지그시 누른다.
“하아! 응, 혀엉…….”
“왜, 또 기분 이상해?”
“으응, 이상해요…. 이거, 이상해애….”
이상하다고 말했는데도 손을 멈춰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세게 문지르고 건드리는 통에 시야까지 탁해졌다. 골반이 저절로 들렸다. 서원은 난생처음 겪는 짜릿함에 속수무책으로 함락되어 갔다. 고추를 만져 주던 느낌과는 결이 달랐다. 몇 배는 더 짜릿하고 감당키 어려운 아찔함이 명치를 때렸다. 허리가 멋대로 흔들린다.
“흐앙, 아아아…. 응, 혀엉… 저, 그거, 이상해…….”
“기분 좋은 거라고 형이 알려 줬었잖아, 서원아. 그새 잊었어?”
“기분…… 으응, 기분 좋아요……. 으앗, 형, 혀엉….”
“서원이가 기분 좋아하니까 서원이 잠지도 흠뻑 젖었네.”
“시, 싫어요…… 으응!”
그제야 서원은 제 밑에서 질척한 소리가 나는 걸 깨닫는다. 끈적하게 흐르는 소리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저를 가둬 놓은 이상현을 피해 시선을 숙이자 아래에서 발딱거리는 고추가 눈에 들어왔다. 쾌감에 못 이겨 들린 골반 때문에 찔끔 흘러나온 액체가 배꼽으로 고여 들고 있다. 이런 거에도 기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이 이상했다.
내가 이상한 걸까? 아냐, 형이 너무……. 자위를 도와줄 때부터 이상현은 서원보다 서원의 몸에 대해 더 잘 알았다. 어설프게 쥐고 흔들 줄만 아는 소년과는 달랐다. 기분 좋은 곳을 찾아 만져 주며 혼을 쏙 빼놓았다. 소년은 문득, 괜히 억울해진다. 그렇게 능숙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난 걸까? 나 말고도 많이 해 봤겠지? 난 처음인데……. 불만이 담긴 시선을 본 이상현이 씩 웃는다. 접힌 눈꼬리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우리 서원이가 또 뭐가 불만일까. 더 기분 좋게 안 해 줘서 그래?”
“아, 아앗……!”
이상현이 서원의 다리를 잡아 활짝 벌린다. 기분 좋은 곳을 건드려 주던 손가락도 빠져나갔다. 아쉬움에 한숨이 샜다. 서원은 억울해하던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당장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아래를 움찔거렸다. 귀엽게 우물거리는 구멍을 이상현이 빤히 노려보고 있다. 그러더니, 난데없이 몸을 숙여 고개를 묻는다.
“형? 왜, 왜……. 히익!”
숨결이 스치기가 무섭게 방금까지 손가락이 담겨 있던 구멍에 입술이 닿았다. 커다란 손으로 허벅다리를 붙잡아 올린 탓에 오므릴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높다란 콧대가 회음부에 닿았고 부드러운 입술은 엉덩이에 닿았다. 뜨겁고 축축한 살덩이가 미끈미끈한 구멍을 멋대로 훑어 대기 시작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손가락과는 전혀 다른 감각에 온몸에 긴장감 비슷한 전율이 돌았다. 서원은 거의 강제적으로 허리를 높이 든 채 정신없이 흐느꼈다.
“아, 으아앙…! 혀엉, 하지 마요…! 싫어, 흐앙, 아, 앙!”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입술과 살갗이 맞붙는 소리와 축축한 것끼리 맞닿는 소리가 더 커질 뿐이었다. 손가락으로 쑤셔 대는 통에 흘러나온 애액을 뜨거운 혀가 샅샅이 핥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간지러웠다. 간지러우면서 찌릿찌릿한 전율이 몸 곳곳에 다발적으로 터졌다. 도무지 견딜 수 없어 몸이 절로 틀어졌다. 기분 좋았으나, 너무 강렬했다. 강렬한 만큼 거부감도 거셌다.
“아, 안 돼에, 혀엉…! 흐앗, 앙, 그만…! 이상해, 이상해애… 으응!”
눈앞이 번쩍번쩍 튀었다. 서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사타구니에 고개를 묻은 머리를 휘어잡는다. 밀어내려는 손짓이었지만 지나친 쾌락에 허물어져 애교스러운 손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상현은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손가락을 느끼며 입술을 모았다. 고인 물을 들이마시는 듯 낯부끄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찔끔찔끔 애액을 머금고 있던 구멍으로 혀가 들어서자 서원이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아아아…! 혀엉, 앙, 싫어…. 느낌 이상해요… 앗, 아!”
이상현은 서원의 거부에도 개의치 않았다. 뜨겁고 두툼한 혀가 안쪽을 채울 때마다 타액인지 애액인지 모를 것이 쫄쫄 흘러나왔다. 그럴 때마다 부러 내는 듯한 접촉음이 터졌다. 서원은 귓바퀴까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창피스러운 중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은 철저히 절정을 향해 쌓이고 있었다. 흐응, 형, 혀엉, 콧소리 섞인 신음이 이상현을 보챈다. 꾹 오므라든 발끝은 어린 오메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쾌락 때문에 내내 시트를 긁어 댔다.
“으응, 응…! 형, 혀엉, 하아아…!”
소년은 결국 아래를 핥고 빨아 주는 것만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까닥거리던 고추에서 뿌연 맹물이 힘없이 새어 나왔다. 손끝 발끝까지 저릿저릿한 쾌감이었다. 서원이 몸을 나른하게 늘어뜨리자 이상현이 묻고 있던 고개를 든다. 입술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 서원은 낯부끄러운 행위를 했다는 자각이 들어 시선을 피했다. 나직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이상현이 늘어진 고추를 손으로 훑으며 고개 돌린 옆얼굴을 내려다본다.
“여긴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쌌네. 좋았어, 서원이?”
“다음부터는, 이거…… 하지 마요…….”
“형아가 빨아 준 거 별로였어? 좋아하던데, 서원이 잠지는.”
손끝이 움찔대는 구멍을 툭 건드린다. 서원이 화들짝 놀라 이상현을 바라본다. 잠지든 보지든, 저속한 단어를 모르는 서원이 새삼 그의 단어 선택에 놀란 건 아니었다. 앳된 얼굴에 슬금슬금 두려움이 어린다.
“아, 안 할래요….”
“형이 뭘 할 줄 알고 안 한다 그래?”
“……넣는 거 아니에요?”
“뭐를 넣어?”
“그…….”
머뭇거리는 시선이 이상현의 사타구니를 향했다가 급히 올라온다. 대담한 눈짓이었다. 이상현이 기가 찬 듯 웃는다. 뒤늦게 창피함이 몰려온 서원이 고개를 돌리자 이상현은 상체를 밀착하며 눈을 마주 보았다. 짓궂은 목소리가 소년을 희롱했다.
“형아 자지 탐내고 있던 거야? 발랑 까졌네, 아주.”
“아, 아니에요……. 싫단 거였는데…….”
우물쭈물 나온 항변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이상현이 수줍어하는 얼굴에다 멋대로 입을 맞추며 웃었다.
“서원이가 하고 싶다고 해도 안 돼. 아직 애기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애 취급을 하는 이상현에게 짜증을 내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또 짓궂은 희롱을 듣게 될 것이다. 서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으나 그건 그것 나름대로 놀림을 당했다.
“토라진 표정 지어도 안 돼. 아직 서원이 잠지가 너무 좁아서, 형아 자지 넣으면 피 날지도 몰라.”
토라진 거 아닌데……. 불만 어린 속내는 이상현과 눈이 마주치자 싹 사라진다. 앞머리를 넘겨 주며 둥근 이마에다 입을 맞추고 눈을 맞춰 주는 그는 언뜻 진지해 보였다. 늘 가벼운 장난만 치는 그가 가끔 진지한 척할 때마다 서원은 제 나이가 신경 쓰였다. 소년이 입을 우물거리며 토라진 표정을 푼다. 말랑한 뺨이 봉긋해지자 이상현이 웃으며 봉긋한 부분을 손끝으로 누른다.
“귀여워 죽겠어, 우리 애기.”
서원은 가만 눈을 감고 쏟아지는 키스를 얌전히 받았다. 미끈거리는 액체로 흠뻑 젖은 가랑이는 다시 욕실에서 씻어야 했다. 애기답게, 어른인 이상현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 * *
교복을 입는 소년을 이상현이 지켜본다. 늦게까지 잠을 설친 소년은 아직 졸린 듯 와이셔츠를 입으면서도 눈을 가물거리고 있다. 선 채로 꾸벅꾸벅 조는 소년을 보다 못한 이상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주며 졸린 눈을 마주 본다. 졸려서 멍한 상태의 서원은 평소보다 훨씬 순해 보였다. 단추를 잠가 주며 쪽 입을 맞추니 서원이 무어라 종알거리는 소리를 냈다.
“잠 깨고, 학교 가야지.”
“너무…… 졸려요.”
“그럼 오늘은 가지 말고 형아랑 있을까?”
“그래도 학교는 가야죠……. 애처럼 굴지 마세요.”
“하하. 그러네. 서원이 학교 가야 하는데, 형이 철없이 졸랐지?”
단추를 다 잠가 준 이상현이 다시 입을 맞춘다. 서원은 유순히 키스를 받으면서 교복을 입혀 주는 손길에 몸을 맡겼다. 어른스러운 척 구는 주제에 어리광을 부린다는 자각도 없는 게 우습고 귀여웠다. 이상현은 어린 애인의 등교를 도와주며 내내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서원의 학교는 이상현의 집에서 차로 이십 분가량 걸렸다. 조수석에 앉은 소년은 책가방을 끌어안은 채 색색 선잠이 들었다. 이상현은 신호가 걸릴 때마다 잠든 소년의 손을 만져 가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소년에게로 흐르는 시선은 애정을 담뿍 품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학교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다정한 눈빛이 어린 애인의 잠든 얼굴을 살핀다. 한참을 그렇게 보았다. 그러다 따끈따끈한 뺨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나직하게 속삭인다.
“서원아. 학교 가야지.”
“으으응…….”
“가기 싫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안 돼요…….”
잠에 흠뻑 취해 있던 서원이 마지못해 눈을 뜬다. 이상현의 시선이 한참 머물렀던 눈가를 손등으로 문지르는 소년은 아직 잠에서 헤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상현은 어린 애인이 잠에서 깨는 과정을 다정히 지켜보았다. 입을 작게 벌려 하품을 하고, 눈물을 또 닦아 낸다. 그러다 보면 촉촉한 눈이 그를 향한다. 내내 지켜보고 있었냐는 듯 희미한 타박을 담은 채.
“저, 그럼 다녀올게요.”
“서원아, 형아한테 뽀뽀 주고 가야지.”
“…그걸 맨날 꼭 받아야 해요? 하루 정도는 참을 수도 있잖아요….”
“형은 서원이 뽀뽀 안 받으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어서 안 돼.”
“…애들이 놀리는데….”
서원이 어쩔 수 없이 이상현에게로 몸을 기울인다. 말랑한 입술이 볼에 세 번, 입술에 세 번 내려앉았다. 혹시나 또 혀가 섞일까 걱정이 되었는지 소년은 의무를 끝내자마자 바로 몸을 떨어뜨렸다. 이상현이 웃음을 터뜨린다.
“뽀뽀 받으니까 기운 나네.”
“되게 아저씨 같아요.”
“그럼 아저씨라고 부를래? 더 이상한 소문 날 텐데.”
“…됐어요. 저 갈래요.”
“하하. 학교 끝나면 데리러 올게. 공부 열심히 해.”
“…….”
서원은 대답하지 않고 차를 나섰다. 책가방을 고쳐 매며 교문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상현은 서원이 교문 언저리에서 뒤를 돌아보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소년이 서둘러 교문 안으로 숨어 버린다. 매일 교문에 들어설 때까지 지켜보는 걸 알면서도 매번 확인하는 서원이 귀엽고도 사랑스러웠다. 소년 나름대로 품은 애정이 보여 가슴이 근질거리기까지 했다. 언제 다 자라려고 아직도 저렇게 귀엽기만 한지.
“아, 벌써 보고 싶네.”
이상현은 다시 차를 모는 중에도 내내 어른거리는 소년 때문에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 * *
어떤 아이라도 품 안에만 두고 키울 순 없는 노릇이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이에겐 사생활이 생기고 구태여 말하지 않는 비밀들도 생긴다. 보호자인 상현이 졸업 준비로 한창 바빠진 무렵에는 서원에게도 비밀이 생겼다. 얼마 전 시작된 특활에서 중학생 남자아이와 짝이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바쁜 상현에게 굳이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였고, 그다음부터는 어쩐지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한 번 감춘 비밀은 눈덩이처럼 몸을 불려 갔다.
“형, 안녕하세요.”
“으응. 안녕.”
빈 음악실에 홀로 앉아 있는 진우를 발견한 서원이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학생끼리 짝을 지어서 하는 활동이라도 지도교사가 항상 있었는데 오늘은 진우밖에 없었다. 시선을 굴리는 서원에게 진우가 옆자리를 두드렸다.
“여기 앉으세요.”
“응……. 근데 오늘은 선생님 안 오셔?”
“바쁘시대요. 어차피 저희끼리 잘하니까 끝나고 확인도장만 받으라고, 열쇠도 주고 가셨어요.”
“그렇구나.”
진우 옆 장의자에 앉으며 서원은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를 훑었다. 아직은 진우와 단둘만 있는 상황이 어색했다. 싫은 건 아닌데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같은 중학교에 다닐 때는 부 활동으로 진우와 얼굴만 아는 사이였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그때 진우는 생긴 것도 예쁘고 순진할 만큼 착한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소문이 좋지 않았다. 성격이 나쁘다고 말이다. 그때도 지금도 서원은 이해할 수 없는 소문이었다. 진우는 썩 선배답지 않은 자신에게도 곧잘 애교를 부려 오는 귀여운 아이였기 때문이다.
“우리 저번 주에 어디까지 했었지?”
“미술관 가고, 카페 갔었어요. 거기 케이크 맛있었는데.”
“아, 맞아. 바스크 치즈케이크 먹었었지. 맛있었어.”
“다음에 또 갈까요?”
“그래. 다음에 또 같이 가자.”
가방에서 필통을 꺼낸 서원이 소리 없이 웃는다. 보드랍게 올라간 입꼬리 아래에 보조개가 예쁘게 피었다. 그러다 눈을 깜빡, 뜨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거 말고. 같이 감상문 써야 하잖아.”
“아, 그랬죠. 깜빡했어요.”
“너도 참. 그것 때문에 만난 건데.”
서원의 밉지 않은 타박에 진우는 그저 웃고만 있다. 소년 같은 장난기가 어린 웃음이라 서원도 따라 웃고 말았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
키도 진우보다 작고, 체격도 진우보다 작지만, 서원은 일단 선배였다. 이번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상문을 완성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고 사진을 정리하며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서원을 진우가 가만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한마디마다 정성스러운 대꾸가 잇따르고 태도도 얌전하니 서원은 진우가 제 얼굴만 구경하는 줄도 모르고 있다. 없는 눈치로 진우가 그저 열심히 하는 줄 알고 괜히 시선을 의식하며 뺨을 쓸어 만질 뿐이다.
“형이 파일 주시면 제가 정리해서 프린트해 올게요.”
“어어, 그렇게 할래?”
“네. 어려운 것도 아닌데요.”
“응, 그럼…….”
나눠야 할 대화 소재가 떨어지자 다시금 할 말이 궁해졌다. 서원은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보통 무슨 얘길 하더라.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어려워하는 편도 아닌데 진우와 단둘이 있을 때는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리깐 속눈썹만 깜빡깜빡 감으며 공연히 프린트를 만지작거리는 서원에게 진우가 몸을 붙였다. 서원은 깜짝 놀랐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 진우와 함께 있을 때면 항상 은은하게 흐르던 향기가 가까워졌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형.”
“어, 으응….”
“왜 저 안 봐요?”
불시에 공격당한 사람처럼 경직된다.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놓으며 초조해하던 서원이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봤는데….”
“지금도 안 보고 있잖아요. 혹시 저, 못생겼어요?”
“아니야, 그런 거.”
“저는, 형이 제 얼굴도 보기 싫은 걸까 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잘생겼어….”
아주 조그맣게 한마디를 덧붙이며 서원은 뺨을 붉혔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우는 작년에 보았을 때보다 더 크고 훤칠해졌다. 잘생긴 건 객관적인 사실이었으니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데 이상하게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서원이 용기를 내어 천천히 시선을 올린다. 넓은 어깨와 단정한 셔츠 칼라, 깨끗한 소매…… 턱을 괸 채 웃고 있는 진우. 눈이 마주친 서원은 당황하여 시선을 굴렸다. 진우가 작게 웃는 소리가 난다. 뺨이 화끈거렸다.
“잘생겼다면서 왜 안 봐 줘요.”
“…자꾸 그러지 마.”
“제가 형 불편하게 해요?”
시무룩 기가 죽은 목소리다. 불편한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니다. 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데, 진우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서원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정말….”
“그럼 얼굴 보고 얘기해요, 형.”
가지런한 손끝으로 프린트를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걸 진우가 조심스레 잡는다. 서원은 손을 꾸물거리던 것을 얼른 멈춘다. 얼굴을 마주 볼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듯 진우는 손을 잡아 놓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원이 속눈썹을 들었다. 하얀 뺨을 도화색으로 물들인 채 어째 서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원을 보며 진우는 웃음을 터뜨린다.
“다행이다. 형이 저 보기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자꾸 고집부려, 진우 너….”
“형이 계속 눈 안 맞춰 주니까 그렇죠.”
서원은 제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진우를 어렵게 바라보았다. 어색하고 긴장되는 건 자신뿐인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억울해져 간질거리는 기분을 겨우 참고 시선을 고정했다. 가까이 붙은 진우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 상현에게서도 언뜻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난다. 변태도 아닌데, 계속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서원은 당황스러워진다. 진우하고 단둘이 있을 때마다 뭐가 하나 망가진 것처럼 허둥거리게 되는 것 같다.
서원의 아랫입술이 살며시 깨물렸다가, 풀어진다. 잡힌 손은 그야말로 꼼짝도 못 한 채 경직되어 있다. 도톰하고 붉은 입술을 보는 진우의 시선이 깊어졌다. 문득 진우에게서 한숨이 샜다.
“형, 저 아파요…….”
“아, 아파? 어디가?”
“네. 저, 여기가 자꾸…….”
연약하고 여린 체를 하며 진우는 잡은 손을 이끌었다. 아래로 이끌린 손은 사타구니에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진우가 걱정되어 어쩔 줄 모르던 서원은 깜짝 놀라 굳어 버리고 말았다. 손바닥에 선연히 느껴지는 윤곽은 아주아주 크고, 단단하고, 또……. 뒤늦게 정신을 차려 손을 빼려고 하였으나 진우가 앓는 소리를 내며 어깨에 기대 왔다. 덩치만 큰 아이 같아 서원은 금세 맘이 약해졌다.
“많이 아파…? 왜, 왜 이러는 거야?”
“모르겠어요. 형이 만져 주니까… 저, 이렇게 돼서….”
어떡하죠, 진우가 나직이 속삭이며 젖은 속눈썹을 들어 올린다. 섬세하게 생긴 미형의 얼굴은 서원이 희미하게 갖고 있던 의문을 떨쳐 버리게 만들었다. 서원은 상현이 이것저것 알려 주기 전까지는 성에 무지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처음 발기했을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울어 버렸던 기억 말이다. 순진한 진우도 분명 당황스럽고 무서울 것이다. 진정 순진한 서원은 진우가 걱정되어 어쩔 줄을 모른다. 이윽고 서원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만져 줄까?”
“형이요?”
“응, 싫으면….”
서원의 어깨에 살포시 이마를 기댄 진우가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우는 사타구니에 가져다 댄 손을 살그머니 누르며 서원을 보았다. 나직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형이 도와주세요…. 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응, 걱정 마. 도와줄게.”
서원은 긴 속눈썹을 내리감은 채 힘겨워하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맘에 가슴이 저렸다. 얼른 도와주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빈 음악실, 창문마다 드리워진 커튼에 서원은 조금 더 대담해진다. 진우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자 터질 듯이 부푼 속옷이 드러난다. 손으로 윤곽을 더듬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다. 앞섶을 풀어 놓고도 서원은 성기를 꺼내지 못하고 잠깐 망설였다. 상현을 두고 이래도 되나 싶었다. 진우가 조그맣게 앓는 소리를 내자 곧 사라진 이성이었다. 측은지심이 넘치는 서원은 얼른 속옷을 내렸다. 딴딴하게 발기한 성기가 속옷 밖으로 튕겨 나오듯이 발딱 섰다.
“흐으…. 형….”
진우가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할딱인다. 서원은 난생처음 보는 남의 성기에 순간 정신을 쏙 빼앗겼다. 자신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긴 성기였다. 크기도 한참 컸고, 불그스름하게 퉁퉁 부어 있어서 예쁘고 섬세하게 생긴 진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발기해봤자 끄트머리만 분홍색으로 물들 뿐인 서원에게 딴딴하게 부푼 진우의 성기는 낯설고 신기할 따름이다. 깜짝 놀라 심장이 발랑거리던 서원은 곧 걱정스러워진다. 이렇게 부었는데 얼마나 아플까? 서원이 조심스럽게 진우의 성기를 감아쥐었다.
“아…….”
“아파, 진우야?”
흠칫 놀라 손을 떼려는 서원을 진우가 붙잡아 온다. 진우는 제 성기에 서원의 손을 겹친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가만 좁힌 미간이 참으로 고통스러워 보여 서원은 다른 손으로 이마를 만져 주었다. 진우가 눈을 뜨며 서원을 바라본다. 촉촉하게 젖은 눈인데 안쓰럽기보다도 무서웠다. 서원은 어쩐지 아랫배가 바싹 조였다.
“계속, 만져 주세요… 형.”
긴장한 서원이 성기를 재차 감아쥔다. 뜨겁고 단단하다. 자위를 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남에게 수음을 해 주는 건 처음이었다. 서원은 손에 힘을 주며 기다랗고 커다란 성기를 위아래로 천천히 문질러 주었다. 손바닥에 닿는 살결이 아주 부드럽다. 열띤 눈으로 성기를 바라보던 서원이 힐끔 진우를 훔쳐본다. 미열이 오른 사람처럼 진우는 뺨을 발그레 붉힌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동그랗게 말린 손을 움직이는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한 번 오르내릴 때마다 진우에게서는 무언가 참는 듯한 소리가 흘렀다. 그것이 귀두에 닿았을 때라는 걸 깨달은 서원은 손을 모아 쥐어 끄트머리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서원에게 기댄 몸이 움찔 떨렸다.
“아아…. 흐읏, 혀엉.”
“진우야, 혹시 아픈 건 아니지…?”
“네에. 전, 괜찮으니까 더 해 주세요….”
이마를 기댄 채 진우가 응석을 부려 왔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건 묘한 희열을 안겨 주는 법이다. 서원은 진우가 편해지도록 꼭 도와주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생겨 더욱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선단에서 찔끔찔끔 흐른 물이 손바닥을 질척하게 적신다. 기다란 기둥을 문지르고 올라와 선단을 비볐다. 하교 시간이 훌쩍 지난 학교의 적막 속에 진우가 간간이 할딱이는 소리만이 크게 들린다. 저도 모르게 쫑긋 집중한 귓가가 뜨거워졌다.
“하아, 하….”
“…….”
진우는 예쁜 미간을 잔뜩 좁힌 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흰 뺨에는 복숭아색으로 홍조가 돌았다. 지켜보던 서원은 어째 기분이 이상해져 자꾸 입술을 깨물었다. 진우가 야하게 느껴졌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진우의 얼굴을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꼭 모은 다리 사이가 습해진다. 괜히 몸을 뒤척거리고 싶었다.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은 진우의 고개가 너무나 간지러웠다. 누군가 만져 주면 좋을 것 같았다. 목덜미든, 어디든…….
문득, 진우가 감은 눈을 뜬다. 촉촉하게 젖은 눈을 마주치자 서원은 등골이 바싹 조여들었다. 아래가 쿡쿡 쑤셨다.
“형…….”
“으, 응?”
“설마, 젖었어요?”
서원은 진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어깨에 이마를 댄 채 한숨을 길게 내쉰 진우가 슬그머니 몸을 기대 온다. 음악실의 장의자에는 가죽쿠션이 깔려 있다. 두 사람의 몸이 맞닿으며 가죽이 비벼지는 소리가 났다.
“지, 진우야……. 왜 그래?”
제게 붙어 오는 진우를 피해 물러나던 서원은 결국 가죽쿠션에 등이 닿고 말았다. 더 피할 곳이 없었다. 진우가 깊숙이 몸을 숙이며 서원의 허벅지를 잡아 벌린다. 사타구니가 맞닿는다. 진우는 그 상태로 삽입할 것처럼 허리를 한 번 튕겼다.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가 배꼽까지 닿았다. 멍하니 있던 서원은 뒤늦게 겁에 질렸다.
“뭐, 뭐 하려고?”
“아직 벗기지도 않았는데, 하, 씨발. 형 보지에서 야한 냄새 나는 거 알아요?”
진우가 허벅지를 잡은 손을 내려 엉덩이를 움켜쥔다. 서원은 엉덩이를 잡힌 것보다 진우가 욕설을 한 것에 더욱 놀라 고개부터 저었다.
“무슨 말인지 모, 모르겠….”
“넣고 싶어요…. 형 안에 넣고, 흔들어서, 싸고 싶어.”
“아, 안 돼. 진우야.”
“으응. 혀엉….”
사납게 을러댈 때는 언제고 이제는 흐느끼며 애교를 부려 온다. 맞붙은 몸체는 단단하고 커다랬다. 밀어내도 밀려나지 않을 커다란 몸을 붙인 채 진우는 응석 부리듯이 서원의 품에 이마를 비볐다. 서원은 제 품에 새끼고양이처럼 이마를 비비는 진우를 바라보다가 결국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애교를 떨던 진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섬세하고 예쁜 이목구비에 세상의 온갖 서글픔이 다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서원은 가슴이 철렁한다.
“형이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치만, 진우야….”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형. 저한테 거짓말한 거예요…?”
젖은 속눈썹을 천천히 삼박거리는 진우를 보며 서원은 일순 마음이 약해진다. 안 된다고 단호히 밀어내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나며 여지를 내어 준다.
“아, 아플 것 같단 말야…. 네가 너무, 커서….”
“제가 안 아프게 할게요. 네에?”
“앗…. 잠깐만, 아, 진우야….”
미온적인 허락에 진우는 벌써 서원의 바지 벨트를 풀어내고 있다. 만류할 틈도 없이 지퍼까지 내린 진우가 속옷을 살살 쓸어 만진다. 부끄럽게도 서원은 이미 발기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하지 말란 말도 설득력이 없었다. 뺨을 붉힌 채로 침묵하는 서원을 바라보며 진우는 맨살을 주물렀다. 새침한 얼굴이 쾌감으로 흐려진다. 서원은 이제 자신의 팬티까지 벗겨내는 진우를 만류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프면…?”
“괜찮아요. 오메가 구멍은 잘 벌어지거든요.”
어느새 서원의 아랫도리를 몽땅 벗겨 낸 진우가 몸을 겹쳐 온다. 서원은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 무언가 묵직한 게 닿는 걸 느끼고 눈을 치떴다. 방금 손으로 만져 주었던 진우의 성기였다. 막상 삽입 직전이 되자 서원은 겁이 몰려들어 제 몸을 가둔 진우의 팔뚝을 짚었다. 당연히 밀리지 않았다. 그사이, 회음부를 꾹 누르던 성기가 그 아래 구멍에 맞물린다. 놀라기도 전에 삽입이 시작되었다.
“히익…!”
“아…. 씨발, 조여….”
“흐아아…. 앗….”
“숨, 쉬어야죠. 아직 할 거 많이 남았어요.”
크게 부풀었던 가슴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서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진우의 팔뚝을 그러쥐었다. 교복 와이셔츠만 손끝에 걸릴 뿐 단단한 팔뚝에는 손톱도 박히지 못했다. 온몸의 감각이 한계까지 벌어지는 아래에 쏠린다. 서원이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아파, 아파아. 진우야….”
“저도 아파요. 형이 내 걸 너무, 세게 물잖아….”
“흐으, 찢어진 것, 같아…. 아파, 흑….”
“안 찢어졌어요. 괜찮아.”
아찔한 고통과 쾌감이 교차한다. 서원에게로 파고드는 진우의 얼굴에 사나운 기세가 오른다. 진우는 아파하는 서원을 느긋하게 달래 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경험이었다. 내내 노리고 있던 오메가의 안으로 파고들며 느끼는 생경한 감각은 어린 알파의 이성을 송두리째 앗아 가고 말았다. 진우는 좆을 감싸는 녹녹하고 따뜻한 보지에 정신없이 몰두한다. 다 들어가지도 못한 걸 앞뒤로 움직이며 성급하게 쾌락을 좇았다. 좆을 넣는 대로 비좁은 물길이 열리는 감각이 아찔하고도 황홀했다.
“하…. 씨발 존나, 조여….”
“흐으응, 아…! 진우야…. 으응….”
“형도 느껴져요? 형 보지 안에, 내 좆 들어간 거 느끼냐고.”
“모, 몰라아…. 흑, 이거 이상해….”
진우는 제 품에 매달리듯이 안긴 서원을 내려다본다. 예쁘고 새침하던 얼굴이 저로 인해 눈물짓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허리를 움직인다.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보지에다 좆을 천천히 비비면 질척거리는 야한 소리가 흠뻑 터졌다. 서원도 자신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오라고 보지를 흠뻑 적시고 있는 것이었다. 아랫도리에 열이 쏠렸다. 좆이 꼴려 미칠 지경이었다. 진우는 충동을 참지 않고 허리를 추어올렸다. 물소리가 터지며 길이 열렸다.
“형, 하아…. 너무 좋아요….”
“아아! 흐으응…!”
“형도 좋죠? 응? 그래서, 내 거 이렇게 물어 대는 거잖아.”
“으으응…. 아직, 모르겠, 아, 앙!”
음모가 닿을 만큼 깊이 파고들었을 때, 계속 앙탈만 부리던 서원이 달게 울었다. 진우의 팔뚝을 쥔 채로 눈을 가물거리는 서원의 초점은 풀어져 있었다. 진우는 사타구니를 맞붙인 채로 체중을 실었다. 안쪽 어딘가를 단단하고 커다란 자지가 꾸욱 눌렀다. 서원이 까무러치듯이 울었다.
“흐아앙! 아, 흐응…! 진우야, 싫어…. 나 이상해애…. 앙!”
“여기, 여기 눌러 주는 게 좋아요?”
진우는 상체까지 맞붙이며 허리를 살살 돌렸다. 서원이 도리질을 치면서 운다.
“으응, 좋아…! 흐앙, 너무 좋아아….”
“형, 씨발, 왜 이렇게 잘 느껴. 내가 처음인 거 맞아요?”
“아아…! 앙, 흐으응. 처음인, 데에…. 흐앙! 거기이, 좋아…!”
안이 그새 또 젖었는지 허리를 튕기면 단번에 깊숙한 곳까지 미끄러진다. 긴장하여 꼭 조여들기만 하던 보지는 기분 좋은 부분을 찔러 준 순간부터 야들야들하게 풀어져 알맞게 조여 왔다. 서원을 홀로 떠올리며 자위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었다. 이런 황홀한 기분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자위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진우가 강하게 짓쳐들어오기 시작하자 서원은 어쩔 줄 모르며 흐느꼈다. 팔뚝을 긁던 손으로 어깨에 매달려 달게 운다.
“하악, 하아…! 흐응, 좋아…. 어떡해애…!”
“흐읏…. 하, 씨발….”
“흐아앙, 진우야아…. 으응! 우으응….”
서원이 느끼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으나 스스로 매달려 오는 것도 귀여웠다. 귓전에서 흐르는 숨소리, 허리에 꼭 매달리는 다리, 찔러 줄 때마다 안을 쿡쿡 조이는 몸짓. 진우에게는 서원의 모든 것이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이 기분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마음과 어서 절정에 달해 서원의 안에 정액을 쏟아 내고 싶은 마음이 양립한다. 진우는 서원의 몸을 꼭 끌어안은 채로 좆을 세게 들이박았다. 살갗이 맞닿으며 물이 튀었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형, 좋아해요…. 좋아해….”
“우응…! 흑, 아아앙. 진우야아…! 아, 아…!”
흥분에 겨워 토해진 고백은 정신이 쏙 빠진 서원에게 닿지 못했다. 서원은 좆이 깊숙이 박힐 때마다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음악실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첫 삽입 섹스에 넋이 나간 서원은 소리를 참을 여력이 없었다.
“히익, 흐으응…! 기분, 좋아아….”
“하아, 씨발…. 형….”
“응, 으응. 좋아아…. 아아앙!”
서원은 진우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울었다. 진우가 그 커다란 걸 안에다 쿡쿡 찔러 박을 때마다 눈앞에 번쩍번쩍 번개가 튀었다. 척수부터 녹아내린 듯 몽롱해진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처음이었다. 상현이 앞을 만져 주고 뒤를 빨아 줄 때도 좋았지만 진우가 구멍 안쪽 깊숙한 곳에 문지르고 비벼 주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서원은 진우의 등에 손톱을 세우며 매달린다. 진우가 아래를 퍽퍽 찌를수록 아찔한 쾌감이 몸을 불렸다. 절정은 단숨에 찾아왔다.
“하악, 흐아아…! 흐응, 응…. 으아앙….”
“아…! 하아, 하아….”
발딱 세워진 고추가 내보내는 것 없이 까닥까닥 흔들리기만 한다. 첫 드라이 오르가슴이었다. 서원이 절정에 시달리며 안을 가득 조이자 진우도 깊숙이 틀어박은 채로 정액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진우는 나른하게 풀어진 몸을 끌어안고 허리를 슬슬 흔들며 여운에 잠긴다. 온몸을 지배했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으응, 흐으으….”
등에 매달린 손이 느슨해지며 서원이 의자로 늘어진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젖은 눈을 흐릿하게 가물거리고 있다. 진우는 서원의 따뜻하고 녹녹한 안에 자지를 담근 채 갓 절정을 맞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쁘고, 야하다. 충동적인 선택이 잠깐 후회되었다. 서원과의 첫 경험을 이렇게 서둘러 해치워 버린 것이 아쉬웠다. 제대로 진도를 밟아 나가 자신의 방에서 천천히, 오래도록 몸을 섞고 싶었다.
“형, 괜찮아요?”
“으응…. 괜찮아….”
몽롱하던 눈이 점차 초점을 찾아간다. 서원은 젖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며 눈물을 떨쳐 냈다. 진우가 조심스럽게 눈가를 쓸어 주었다. 안에서 꺼덕거리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가만 얼굴을 맡기던 서원이 진우를 밀어냈다.
“진우야, 잠깐…. 안에, 그거… 빼 줘.”
“아, 미안해요. 형 안이 너무 기분 좋아서….”
“…흐으응.”
진우가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자지를 빼내었다. 애액과 정액으로 흠뻑 젖은 내벽이 자지와 맞물리며 질척질척한 소리가 터졌다. 서원은 자지가 빠져나가는 느낌마저 좋아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안에서 흘러내린 무언가가 빠져나간 자지를 쫓아 아래로 흘러내린다. 진우가 다시금 깊어진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서원은 얼른 다리를 닫아 버렸다.
“보, 보지 마….”
“잠깐만요. 제가 닦아 줄게요. 형이 많이, 그…… 젖더라구요.”
“…….”
뺨을 발그레 물들인 서원이 시선을 피한다. 진우는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서원의 가랑이부터 닦아 주었다. 흘러내린 정액, 흠뻑 젖은 구멍을 꼼꼼히 닦은 후에야 자신의 뒤처리를 했다. 다시 지퍼를 올리고 벨트를 채운 진우가 자신이 아무 데나 던져 놓은 서원의 속옷과 바지를 가져온다. 서원은 진우와 눈도 맞추지 않은 채 얼른 옷을 입었다. 눈앞이 아찔해질 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 끝나자 아득한 현실이 찾아왔다.
진우와, 섹스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나 혼란하여 머릿속이 복잡스러웠다. 우선 집에 가고 싶었다.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쉬고 싶었다. 뒷수습이 어려운 일 따위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도망갈 생각뿐인 서원의 손을 진우가 살며시 잡는다. 서원이 깜짝 놀라 진우를 본다. 진우는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눈가를 붉히고 있었다.
“형, 저희 그럼…. 이제 사귀는 거예요?”
“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서원은 눈만 깜빡였다. 수줍게 말을 걸어오던 진우가 금세 표정을 흐린다. 섬세한 이목구비가 울상을 짓자 서원이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기 시작한다.
“이런 건 사귀는 사람끼리 하는 거라고 했는데…. 저는, 형이 처음이었는데….”
“어어, 어….”
“저, 그냥 먹고 버리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형?”
처음인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으면서, 진우의 울적한 말 몇 마디에 서원은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서원에게 진우는 마냥 얌전하고 착하고 순진한 후배였다. 진우가 넣고 싶다며 억지를 부린 기억은 싹 사라지고, 자신이 진우를 부추겨 꼭꼭 숨겨 놓은 소중한 성기를 꺼내게 만들었단 생각만이 남는다. 울먹이는 진우를 앞에 둔 채 입술만 방긋거리던 서원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말을 꺼내고 만다.
“내, 내가 책임질게!”
“네? 정말요? 그럼 저희 사귀는 거 맞는 거죠, 형.”
“어, 어어….”
“신난다. 같이 커플 앱 깔아요. 오늘부터 디데이 세는 거요.”
얼떨결에 사귀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진우는 언제 서럽게 울먹였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서원의 핸드폰을 가져가 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제 핸드폰과 같은 화면을 띄워 보여 준다.
“형이랑 저만 대화할 수 있는 앱이에요. 이걸로 기념일도 알 수 있대요. 되게 좋죠?”
돌려받은 핸드폰에서 진우의 이름이 반짝인다. 사실은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야 하는데,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진우가 서럽게 울어 버릴 것 같았다. 순진하고 착한 진우의 처음만 뺏어 간 못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우유부단한 서원이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둘의 연애는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있다. 진우는 가방을 챙기더니 서원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집에 가실 거죠? 같이 가요.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어…….”
“네? 혀엉.”
“으, 으응. 그래…….”
서원의 대답에 진우가 눈꼬리를 접으며 환하게 웃는다. 섬세하게 예쁜 미인이 그렇게 웃으니 눈이 부실 지경이었지만 서원은 영 맘이 편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에 상현과 진우의 얼굴이 이리저리 섞인다. 그러고 보니 둘이 꽤 닮았다.
“가는 길에 카페 들를래요? 치즈케이크 맛있게 하는 데 아는데…….”
진우가 서원의 가방을 챙기며 나긋나긋 묻는다. 서원이 가방을 받으려고 내밀었던 손은 꼭 끌어당겨 깍지를 꼈다. 어영부영 진우에게 몸을 붙이게 된 서원이 당황한 눈을 깜박거렸다. 순진하고 착한 진우의 다정함은 우유부단한 입을 막아 버렸다. 그렇게 입을 다무는 사이 서원이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은 점차 몸집을 부풀려 간다. 상현에게, 진우에게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결국 서원은 마음을 놓아 버리고 만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진우와 상현 모두 자신에게 항상 다정하고 상냥했으니 잘 얘기한다면 이해해 줄 것이었다. 낙관적인 서원은 멋대로 낙관적인 결말을 상상했다. 훗날 벌어질 뒷감당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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