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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고집부려서 벌 받았나 봐 (18/20)

외전3. 고집부려서 벌 받았나 봐

요즘, 기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급작스레 튀는 성질을 가라앉히려 원인을 되짚어 보아도 마땅히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이유 없이 뾰족해지는 기분을 유일하게 안정시켜 주는 건 제 오메가의 페로몬뿐이었다.

서진우는 서원을 끌어안고 향을 깊이 빨아들인다. 잠깐 긴장하는 듯 몸을 굳히던 서원이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스럽게 건드리는 손길에서 위로해 주려는 나름의 배려가 느껴졌다. 서원이 형 노릇을 하던 것은 이미 옛날 일이 되었으나, 아직도 그때의 습관을 보일 때면 기특하여 웃음이 다 나왔다. 서진우가 서원의 손을 붙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다. 마디마다 입술을 맞추고 시선을 올리자 서원이 어물어물 어색하게 웃는다. 서진우는 그 손에 깍지를 끼며 물었다.

“나 위로해 주는 거야?”

“응…….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형이 위로해 줘서 다 풀렸어.”

“다, 다행이다…….”

배시시 소리 없이 웃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공연히 울리고 싶은 짓궂은 심술이 올라왔다. 그가 나긋나긋한 몸을 품에 깊숙이 끌어안고 하얀 목덜미를 잘근잘근 깨문다. 서원이 어깨를 움츠리며 엄살을 부렸다.

“아, 아파아…….”

“잇자국도 안 났는데, 형.”

“그래도…….”

시무룩하게 기가 죽은 얼굴에 벌써 눈물이 떠올라 있다. 용기를 내어서 달래 주었는데 괜히 심술을 부리는 그에게 서운한 모양이다. 서진우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떠오른 눈물을 입술로 거둬 주고는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서원이 깍지 낀 손을 오므리며 열심히 혀를 섞어 온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내어 주는 혀를 빨던 서원은 입술을 떼어 내는 그를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으응… 진우야….”

서진우가 촉촉해진 입술을 쪽 빨고 고개를 내려 말랑한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앞섶을 열지 않고 깍지 낀 손을 꼭 붙든 채로 보드라운 감촉과 향을 즐긴다. 서원이 다시금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마는 것이 맞닿은 피부로 느껴졌다.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그는 서원이 원하는 대로 옛날처럼 살그머니 응석을 부려 주었다.

“머리 쓰다듬어 줘. 응?”

“으, 으응…….”

눈을 치켜뜨며 애교스럽게 부탁한 그를 서원이 조심조심 쓰다듬는다. 고분고분한 그가 신기한지 큰 눈이 반짝거린다. 가만 보고 있자면 짜증스러운 기분이 단번에 날아가니 참 신기한 사람이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품에서 서진우는 문득 깨닫는다. 낙차가 큰 기분, 제 오메가를 끌어안고 나서야 겨우 풀어지는 짜증. 러트가 다가오는 전조였다.

* * *

서진우는 온전히 러트를 보내 본 적이 없었다. 뜸하게 돌아오는 주기마다 약을 먹어 발정을 눌렀고, 그래도 가시지 않는 잔열은 서원과 함께 보내며 식혔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싫었다. 그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 역시 아까웠다. 무엇보다 그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은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발정 상태에서 서원을 적당히 안을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진우야…….”

부엌에서 약을 꺼내는 그에게 서원이 우물쭈물 다가온다. 소심하게 소매를 잡아당기는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서러운 울상이 들어왔다. 서진우는 약을 내려놓고 서원의 뺨을 감쌌다. 발그스름한 눈가를 엄지가 정성스레 쓸었다. 서원이 얌전히 눈을 감았다 뜨며 그를 바라본다.

“왜 그래, 형.”

“그거…… 무슨 약이야……?”

“아, 이거.”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이미 서원은 무슨 약인지 아는 눈치였다. 그새 라벨을 살펴본 모양이다.

“억제제야. 곧 러트가 올 것 같아서 미리 먹어 두려고.”

“…….”

울음을 참는 입술이 도톰하게 모인다. 서진우는 서원의 슬픔을 공감할 수가 없다. 난감한 맘으로 울먹이는 얼굴을 정성껏 보듬고 뽀뽀를 해 가며 설움이 진정되길 기다리자 훌쩍, 서원이 작게 코를 울렸다. 서진우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고 묻는다.

“뭐 때문에 그래, 응? 말해 줘야 알지.”

“……왜, 왜 먹는 거야? 나 있는데……. 내, 내가 진우 오메가인데…….”

자기를 두고 억제제를 먹으려는 게 너무나 서러웠단 뜻이다. 시답잖은 일로 곧잘 의기소침해지던 사람이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더니, 전혀 뜻밖의 대답이었다.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러트 때의 알파를 제대로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서운하다며 나서는 것이 마냥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내가 발정기를 형이랑 안 보내려고 해서 서운했어?”

서진우의 커다란 손에 뺨을 감싸인 채 서원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무어라 말을 하려던 입술은 딸꾹질과 함께 다시 다물렸다. 계속 울음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입술을 꾹 다물어 참아 낸다. 서원은 알사탕을 힘겹게 삼킨 것처럼 먹먹하게 말을 꺼냈다.

“호, 혹시……. 흑, 내가아, 모, 못해서……. 흑, 흐우, 그래서, 그런 거야……?”

간신히 삼킨 울음이 떠듬거리는 말 속에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홀로 어디까지 상상을 이어 간 건지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서원은 그렇게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는데 서진우는 웃음만 나온다. 말없이 웃기만 하는 그가 야속한지 서원이 앙앙 울기 시작한다.

“그리구, 생각해 보니까아……. 흑, 나아…… 진우 러트 때, 하, 한 번도 같이, 안 있었어…….”

“같이 있었잖아. 작년에.”

“그, 그때도…… 흐우, 약 먹었던, 거면서어…….”

서원은 구슬픈 눈물을 떨어뜨리며, 혹시 자기 말고 다른 오메가를 만나는 거냐고, 그래서 같이 있어 주지 않는 거냐고 불안을 조잘거렸다. 옛날만 해도 이토록 상상력이 좋은 사람인 줄은 몰랐다. 서럽게 떨어지는 눈물을 서진우가 다정스레 닦아 주었다. 가만 맞추는 시선에서 애정이 흘러넘친다.

“그런 거 아니야, 형. 러트 땐…. 이성을 잃기 쉬우니까. 형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래.”

“나는 괜찮은데……. 진우랑, 있고 싶은데…….”

눈물이 글썽거리는 맑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서원이 손끝으로 옷자락을 슬며시 잡았다.

“진우가, 나랑 안 있는 게…… 더, 속상해애…….”

울음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였다. 서진우는 자신에게 무슨 짓을 당해도 좋다고 순진하게 속삭이는 오메가를 바라보았다. 사랑스럽다. 심술궂어지려는 맘을 다잡은 그가 앞머리를 쓸어 서원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알았어. 그럼, 그날 같이 있자, 형.”

응석받이는 그제야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듯 젖은 눈으로 방긋 웃었다.

* * *

부엌 찬장 한구석에 자리하던 약은 그날로 치워졌다.

서진우는 예정일 전후로 휴가를 받아 놓고 평소와 다름없이 보냈다. 그가 다시 재택근무를 시작하자 서원은 몹시 신이 났는지 일하는 그의 곁을 알짱거렸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멀찍이서 설레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관심을 주면 발치에 앉아 강아지처럼 헤실헤실했다. 집에 진우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 서원은 외롭던 하루하루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진우 커피 만들어 줘야지…….”

오늘은 서진우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날이었다. 서원은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 보고 싶어서 부엌을 뒤적거렸다. 커피를 타 주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서진우에게 손발 없는 예쁜 식물처럼 길러지던 서원에게는 난제였다. 진우가 하던 걸 보긴 했었으나 커피 머신보다는 당연히 진우에게 관심이 많았기에 사용법을 알 리 없었다.

“어, 어떻게 하는 거지……?”

겨우 커피잔은 찾았는데 커피를 어떻게 내리는지 모르겠다. 서진우에게 말을 붙여 볼 구실마저 아득해진 서원이 울상을 짓는다. 일에 집중하는 진우는 이런 구실이 없으면 함부로 말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차가워 보였다. 실제로 일하는 그를 건드리다가 냉담한 반응을 몇 번 받아 본 서원은 의기소침해진다.

“형.”

그때, 어깨 너머로 팔이 넘어왔다. 서원이 쩔쩔매는 사이 서재에서 나온 모양이다. 서진우는 아일랜드 식탁에 손을 짚은 채로 고개를 내려 서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당연한 권리를 취하듯 흐릿하게 떠오르는 페로몬을 깊이 빨아들인다. 맞닿은 살이 전해 주는 열이 뜨거웠다. 깜짝 놀라 굳었던 서원은 뒤늦게 방만하게 풀어진 페로몬을 눈치챈다. 짙고, 유혹적이었다. 러트였다.

“하…….”

“지, 진우야…….”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단지 하얀 목덜미를 입술로 더듬거리며 제 오메가의 단내를 좇는다. 문득 아일랜드 식탁을 짚은 팔뚝이 단단하게 굳는 것 같더니 서원의 허리를 잡아챈다. 서진우는 잠옷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뽀얀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문지른다. 뒤에 닿는 성기는 이미 한계까지 부풀어 있었다. 목덜미에 붙은 숨소리도 짐승처럼 거칠다. 낯선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서원은 알파 페로몬에 강제로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흠뻑 젖은 구멍이 움찔 오므라든다. 서진우는 긴장한 서원을 달래 주려는 어떤 배려도 없이, 발기한 성기를 단번에 찔러 넣었다.

“흐아…! 아아아……!”

부드럽게 파고들어도 버거운 성기가 단번에 밑동까지 처박히니 압박감이 어마어마하다. 서원은 자신의 골반을 틀어쥔 손을 붙잡고 숨을 할딱거린다. 폭력적으로 쏟아지는 페로몬이 공포스러웠다. 진우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달달 떨리는 다리를 겨우 세우며 뒤를 돌아보려 하자 뒷머리가 잡혀 식탁에 납작 내리눌린다. 발정기 알파가 그대로 좆질을 시작했다.

“아, 으앙…! 흐으응. 진우야아…!”

살갗 부딪치는 소리가 매섭게 날 만큼 성급하고 요령 없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그런데도 페로몬에 함빡 녹아내린 몸은 절정에 치달아 가는 쾌감을 느끼고 있다. 입술이 방긋 열리고 할딱할딱 숨이 새었다. 서원은 식탁에 납작 엎드린 채 가까스로 엉덩이를 세웠다. 무서웠다. 무슨 말이라도 해 주면 좋겠는데, 진우는 어떤 말도 해 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 같아 막연한 두려움이 치민다. 난폭한 페로몬만이 지금 등 뒤에 선 알파가 진우라는 사실을 간신히 일깨워 주고 있었다.

“진우, 진우야아…. 어, 얼굴, 보면서어, 하고 싶어어… 흐앗, 으아아앙…!”

비좁은 구멍을 억지로 꿰뚫은 성기가 꿈틀거렸다. 진우가 등 뒤로 몸을 겹치며 힘겹게 할딱거리는 서원의 목덜미를 짓씹는다. 하얀 살결에 빨갛게 잇자국이 남는다. 서원이 제 골반을 틀어쥔 손을 꼭 붙들며 앙앙 울음을 터뜨렸다.

“아, 아파아…. 흑, 아파아, 진우야아….”

발정기 알파가 흔히 그러하듯, 서진우 역시 짐승적인 본능만 남은 상태였다. 서원이 아프다며 울고 칭얼거리면 다정히 달래 주던 때와는 달랐다. 그는 제 오메가의 맨살을 혀와 입술로 빨아들인다. 공포를 느낄수록 제게 예쁨받겠다고 비죽비죽 흘려보내는 페로몬을 탐욕스럽게 취한다. 그것은 고스란히 흥분이 되었다.

“아앙…! 흐응, 으으응…! 처, 천천히이…. 흐아앙.”

푹푹 가르고 들어서는 성기가 흠뻑 젖은 안을 진탕 들쑤신다. 깊숙이 처박는 몸짓과 골반을 틀어쥔 손길에 엉덩이가 높이 들리고 있다. 서원은 거의 까치발을 든 채로 좆을 받아 냈다. 무섭고 서러운 중에도 몸은 제 알파에게 활짝 열렸고 쾌감은 착실히 쌓여 갔다.

“힉, 흐으, 응…! 으응….”

절정은 금세 찾아왔다. 눈물을 머금은 눈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오르가슴에 시달리느라 파들파들 떨리는 몸을 서진우는 깊숙이 끌어안고 파고들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서원의 귓전으로 스며든다. 연신 좆이 드나드는 구멍에서 질척한 물소리가 터졌다.

“흐으, 흑…! 흐으응, 진우야아… 그만, 나아… 앗, 아으응…!”

서원은 버거운 쾌감을 쏟아붓는 움직임으로부터 달아나려 갇힌 몸을 바르작거렸다. 상체로 내리누르고, 골반을 틀어쥐는 손에 더욱 폭력적인 힘이 실릴 뿐이었다. 느긋하게 애를 태우며 절정으로 다정히 이끌어 주는 섹스에 익숙해진 서원은 무턱대고 몰아치는 몸짓이 낯설다. 다릿심은 진작 풀렸는데 진우가 꽉 붙잡고 있어 간신히 무너지지만 않고 있다.

“하악, 하…! 아아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흐느끼는 서원의 등에 몸을 겹친 서진우가 귓바퀴와 목덜미를 차근차근 빨아들인다. 서원은 어깨를 잔뜩 긴장시킨 채 눈물을 떨어뜨린다. 예전에는 닿기만 해도 설레던 진우의 입술이 이제는 저를 집어삼키기라도 할까 봐 두렵다. 어차피 닿지도 않는 서러움이 왈칵 울음처럼 터지고 말았다.

“흑! 흐으으, 진우야아… 무서워, 무서워어… 흐응, 응….”

무섭다고 울어도 등 뒤에 붙은 남자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흥분한 숨소리가 전부다. 바르작거리는 몸을 가두고 신열을 식히기 위한 몸짓에만 집중한다. 서원의 구멍에 딱 맞게 만들어진 것처럼 아무렇게나 찔러도 기분 좋은 곳을 꾹꾹 눌러 주는 좆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무섭다고 할딱거리던 목소리가 점점 달아진다. 펑펑 울어 축축한 눈이 몽롱하게 흐려졌다.

“흐응, 흐앙…. 아아앙….”

문득 뒤에서 한숨이 터졌다. 바투 붙은 몸이 허리를 흔드는 것이 빨라졌다. 또다시 난폭하게 쏟아지는 쾌감에 서원은 자지러지며 울었다. 질척한 구멍을 마구잡이로 처박던 좆이 꿈틀하더니 이내 정액을 토해 낸다.

“으으응…….”

서원이 칭얼거리듯이 흐느낀다. 다물지 못한 입에서 흐른 침이 아일랜드 식탁에 늘어졌다. 서진우는 허리를 몇 번 더 털어 정액을 끝까지 쏘아 내고는 서원을 끌어안았다. 그가 붙잡고 있던 하얀 허리에 발갛게 손자국이 남았다. 한 번 사정하고 나자 조금이나마 이성이 돌아왔다. 여전히 사나운 눈이었으나 그는 되도록 힘을 느슨히 풀고 자신이 잇자국을 남긴 목덜미를 부드럽게 입술로 훑었다. 그의 입술이 스치자 서원이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하아…. 싫어?”

섹스가 시작되고 처음 들은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원은 바동거리던 것을 멈추고 얌전히 안겼다. 왠지 안심되어 눈물이 퐁퐁 샘솟았다.

“으응, 진우야아…….”

응석 부리는 서원을 서진우가 가만 쓰다듬어 준다. 이제 괜찮아진 모양이다. 거셌던 손아귀 힘도 난폭하던 몸짓도 부드러워졌다. 서원은 아주 안도하고 만다. 방심하여 무방비하게 몸을 내주던 서원이 안에서 다시 부푸는 존재감을 느끼고는 긴장한다. 등 뒤에서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났다.

“무, 무서워어…. 흑, 으응….”

“가만히 있어.”

“흑! ……흐으으. 흑…….”

겁에 질려 바르르 떠는 서원을 그러쥐고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원은 무섭게 구는 진우가 정말 모르는 사람 같아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러트라고 하지만 제게 너무 무섭게 굴어서 서운하고 서러웠다. 자신이 억제제를 먹지 말라고 서진우를 졸랐다는 자각은 없다.

“흐우우……. 히끅, 으응……. 아, 아아앙…….”

무겁게 짓누르는 페로몬에 흠뻑 취한 몸으로 발정기 알파의 신열이 옮겨붙는다. 무섭다고 우는 소리에 점차 애교가 섞였다. 재차 다가오는 절정은 오메가가 익숙해지는 걸 기다려 주지 않았다. 서원은 저를 붙잡은 서진우에게 매달리며 숨 가쁘게 할딱이다가 결국 절정으로 떨어졌다. 가물거리는 눈앞이 아득해진다.

알파의 발정은 겨우 한두 번 몸을 섞는 것으로는 가라앉지 않았다. 서진우는 힘겹게 할딱거리는 서원을 붙잡고 몇 번이나 몸을 겹쳤다. 오메가를 앞에 두고는 절제할 수 없는 욕정이었다. 그가 사정을 시작하자 식탁에 누워 그를 받아들이던 서원이 가물가물 눈을 뜬다. 너무 울어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지만 진우를 달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지, 지누야아…. 침대에서…. 으응? 나 힘드러…. 흐으으.”

몇 차례 숨을 몰아쉬던 서진우가 제게로 손을 뻗는 서원을 바라보았다. 서원이 겁에 질려 움츠러든다. 얼굴을 보고 싶다고 졸랐었으나 차라리 시선을 피하고 싶을 만큼 사납고 무서운 표정이었다.

“으응…!”

서진우가 나른하게 늘어진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갑작스레 치마를 걷어 올리고 삽입을 시작했던 이후로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좆이 깊숙이 틀어박혔다. 아찔함에 절로 몸이 굳었다. 서원은 양팔로 그의 어깨에 매달리며 우는 듯 흐느낀다. 설상가상 걸음을 옮길 때마다 녹녹하게 무른 안쪽을 불거진 좆이 툭툭 건드렸다. 한껏 민감해진 몸이 억지로 달구어졌다.

“흐아아…. 아아… 안 돼에….”

안에서 찰랑거리는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서원은 저도 모르게 구멍을 꼭 조였다. 자극만 더해 줄 뿐 정액은 구멍을 비집고 흘렀다. 진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서원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런다고 몰려드는 쾌감을 피할 순 없다. 야트막한 절정에 오른 몸이 움찔움찔 움츠러들었다.

“응…! 으으응….”

“하아, 형…….”

서진우가 묵직한 숨을 토한다. 그는 흐느껴 우는 서원을 침대에 눕히고 그대로 몸을 겹쳤다. 서원은 오르가슴에 시달리느라 눈도 뜨지 못한 채 눈두덩만 떨고 있다. 힘들어 몸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푹 잠이라도 들면 그 몸을 붙들고 홀로 열을 식혀 볼 텐데 그러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서진우는 발기가 가라앉지 않은 좆을 천천히 움직이며 서원을 바라본다. 발긋한 얼굴에 금이 갔다. 흠뻑 젖은 속눈썹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서원과 눈을 마주친 채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이 칼로 잘라 낸 것처럼 단번에 끊겼다.

“흐앙…! 아, 흐으, 지누야아…. 아아응.”

“하아, 하아….”

“힉…! 흐아앙…. 아! 흐우우….”

안을 드나드는 자지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진다. 툭 불거진 귀두는 마치 주먹 쥔 손처럼 커다란 것 같았다. 진우는 그걸 꽂았다가 빼내고, 다시 깊숙이 꽂아 넣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버겁고 힘겹다. 한 번 틀어박힐 때마다 눈앞이 깜빡거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은 아찔한 쾌감이 반복되었다.

“하악, 흐…. 흐아아앙….”

평소 짓궂게 느껴졌던 잠자리 중의 진우가 무척이나 따뜻하고 친절했음을 서원은 이제야 깨닫는다. 진우는 심술궂게 굴다가도 나중에는 느긋하게 속도를 맞춰 주며 서원이 기분 좋은 절정을 오래도록 느끼게끔 도와줬었다. 그래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 멈춰 주진 않을지라도 키스로 달래 주었다. 지금처럼 그저 사정만을 위한 몸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

“지누… 으응, 지누야아. 흑, 흐우응.”

서원은 제게로 몸을 겹친 서진우에게 양팔로 매달려 울었다. 무섭게 구는 진우에게 먼저 입을 맞추고 입술을 쪽쪽 빨며 애교를 부린다. 바라는 바가 있을 때 조르는 습관이었다. 

“나, 나아… 무서워어. 흐응…. 무섭지, 않게에, 해, 해 줘어… 아으응…!”

“하아……. 무서워?”

“응, 으응…. 무, 무서워어…. 흐아앙.”

내려다보는 눈에 정염이 이글거린다. 서원은 눈을 깜박이는 족족 눈물이 차올라 끝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흥분을 읽어 내지 못했다. 외려 대답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뺨을 살살 비빈다. 비위를 맞추겠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아랫도리를 더 동하게 만들 뿐이다. 서진우는 제게 애교를 부리는 서원을 끌어안고 좆을 길게 빼내었다. 그리고 단박에 처박았다.

“하악, 하아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좋다고 한 건, 너였잖아.”

“아, 아니이…. 아니야아… 아앙. 앙, 흐아….”

서원이 입을 방긋 벌린 채로 흐느낀다. 이제 와 말을 바꾸지 말라는 듯이 안으로 파고드는 몸짓이 거칠어졌다. 얼얼한 아랫배를 부여잡고 비명 같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아…. 흐응, 으, 무서워어… 흑! 으아앙….”

진우가 너무 커서, 또 너무 깊게 들어와서 배에 구멍이 나면 어쩌지. 진우가 거세게 파고들 때마다 배 속에서 정액이 찰랑거렸다. 이러다 잘못될 것 같아 무서웠다. 울고, 빌고, 애교를 부리면 못 이긴 척 넘어가 줄 것이란 믿음이 있던 예전과는 달리 막연한 불안이 치밀었다. 발정기의 진우는 그만큼 무서웠다. 네 오메가니 발정기에 곁에만 두어 달라고 애원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달아나려 바동거리는 서원을 서진우가 강하게 틀어쥐고 파고든다.

“흐아아…! 으으응, 흐앙…!”

끊이지 않는 좆질에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은 도톰하게 부어 있다. 다른 것 없이 박을 때의 감도가 더 좋아졌다. 서진우는 제 오메가의 구멍이 쑤실 때마다 아플 정도로 조여 드는 감각에 취해 허리를 흔들며 되는대로 입술을 문질렀다. 제게 반응한 페로몬이 솜사탕처럼 퐁퐁 샘솟는다. 서원을 구성한 모든 것이 그를 더욱 흥분케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서원은 끝없이 들이닥치는 쾌감으로 달달 떨다가, 까무룩 정신을 놓고 말았다.

“……으응.”

깜빡. 서원이 감았던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건 활짝 열린 두 다리였다. 높게 들린 제 다리는 어쩐 일인지 허공에서 팔락거리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는 위험하게도 진우가 서 있었다. 무심코 바동거리다 진우를 때리게 될까 봐 서원은 허벅지에 힘을 주어 진우의 허리를 감았다. 꾹 조여든 구멍이 빠듯하다. 이게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뭉툭하게 불거진 것이 기분 좋은 곳을 건드렸다.

“흐앗, 하아…. 아흐응.”

몽롱하게 취해 있던 서원이 할딱거리며 숨을 터뜨린다. 서진우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몸을 겹쳐 왔다.

“깼어? 너, 자면서도 계속 조이더라. 혹시 내 꿈 꿨어?”

“힉, 흐으응. 모, 몰라아……. 흐앙…….”

오감이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까무룩 잠든 동안 서진우가 진탕 헤집어 놓은 감각이 일깨워졌다. 쾌감에 절여진 듯 몽롱했다. 그동안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건지 진우는 종전보다 이성을 찾은 것 같았고, 아랫배는 정액이 가득 차 찰랑거렸다. 버거워서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었다. 서원이 골반을 붙잡힌 채로 팔다리만 바르작거린다. 또다시 좆이 틀어박혔다.

“아앙…! 흑, 흐앙…. 지누야아….”

서원이 훌쩍훌쩍 울며 서진우를 바라본다. 그간 열이 식긴 했는지 사나운 짐승 같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라 서원은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순간 깊은 곳까지 틀어박힌 자지가 꿈틀거린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사정이 시작된 것이다.

“아으으…. 흑, 으응…. 배, 배 터지면, 어떡해애….”

정액이 찰랑거리는 느낌도, 그래서 배가 볼록한 느낌도 이상했다. 아랫배를 잡고 낑낑거리던 서원이 문득 안에서 길게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켰다. 진우는 서원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아슬아슬하게 걸렸던 좆을 빼내었다. 내내 좆을 물고 있던 구멍이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 내며 움찔거린다. 그가 제 오메가의 몸에 가득 찬 정액을 확인하는 줄도 모르고 서원은 엉금엉금 기어 도망을 갔다.

“아앗…!”

그리고 곧장 발목을 잡혀 끌려온다. 뒤를 보이던 자세 그대로 엎어진 서원은 허전함을 느낄 새도 없이 파고드는 자지에 목을 놓아 울었다. 쾌감이 끊이질 않았다. 계속 드나들어서 보지가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웠다. 무섭고 힘이 들고, 또 서러워서 눈물이 샘솟는다.

“어, 언제에… 끝나아…? 흑, 힘드러어…. 지누야아….”

“그러게, 계속 자지. 왜 일어났어.”

정신을 잃게 한 것도 진우였고 정신을 잃은 자신에게 계속 좆질을 해 대어 깨게 만든 것도 진우였다. 무신경한 말에 서원은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양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서원이 애처럼 투정을 부렸다.

“흐으, 이렇게에, 많이 하는 거면…. 흑! 미리, 아, 알려 주지이…. 모, 못돼써어…. 으아앙.”

“나도 처음이었잖아. 몰랐어.”

“처, 처음……?”

“그래. 네가 도와준다고 약속했잖아. 이젠 힘드니까 도와주기 싫어?”

처음. 그 감미로운 단어에 서원은 서러워 울던 게 무색하게도 마음이 몽글몽글 풀어진다. 오늘은 진우가 처음으로 억제제 없이 보내는 발정기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낯설고 힘들 게 뻔했다. 철없이 투정만 부린 게 미안해져서 서원은 바르작거리던 걸 멈추고 얌전히 힘을 뺀다. 서진우는 훌쩍거리는 서원의 귓바퀴를 잘근대다가 혀를 세워 귓구멍을 적셨다. 민감한 서원이 어깨를 움츠린다. 그는 얌전해진 오메가를 품에 끌어안은 채 허리를 느긋이 돌렸다. 입술은 애정 어린 애무를 이어 나가는데 허리 아래로는 애욕만이 넘쳤다.

“하아…. 씨발, 힘 좀 빼 봐.”

“모, 못해애…… 흐앙.”

삽입된 자지가 사납게 꿈틀거린다. 불길함을 느낀 서원이 단단한 팔뚝에 갇힌 몸을 바르작대며 달아나려 든다. 응석받이답게, 처음인 진우를 배려하자는 마음가짐은 노팅 한 번에 눈 녹듯 사라졌다. 안에서 부풀기 시작한 자지를 느낀 서원이 앙앙 울며 도리질을 쳤다.

“히익…! 그, 그거어… 시러…!”

꽉 주먹을 쥔 팔뚝에 근육이 매섭게 부푸는 것처럼, 오메가의 자궁에 씨를 뿌릴 준비를 하는 자지는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서진우는 그렇게 커진 것을 앞뒤로 살살 문지르며 짜릿한 쾌감에 젖었다. 아파서 눈가가 젖은 서원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황홀경으로 젖어 들었다.

“아, 아파아…. 흑! 흐끅, 잘못해써어…. 서워니가, 잘모옷, 해써어…. 아아앙….”

손이 자유로웠다면 양손으로 싹싹 빌었을 것 같은 애원이었다. 서진우는 가장 깊숙한 곳까지 찔러 넣고 좆을 부풀리면서 한결 여유로워졌다. 어차피 이 오메가는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깊이를 모를 만큼 까마득하던 우물에 드디어 물 한 바가지가 쏟아진 듯 안도가 퍼진다. 이제 그 우물을 가득 채울 일만 남았다. 서진우는 펑펑 우는 서원을 끌어안고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주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보지를 벌려 발정기인 알파를 식혀 주려는 착한 오메가였다. 잘못이 있을 리가 없다. 그가 다정히 보듬어 주는데도 서원은 눈도 맞추지 못한 채 눈물만 쏟아 내었다.

“모, 몰라아… 흑, 흐으. 그러니까아, 그마안…. 더, 더어 못….”

“더, 해 달라고? 서원이 욕심쟁이네.”

“아아니, 아니야아. 아니에요… 흐아앙. 살려 줘어… 흑, 흐우우.”

“노팅 끝나면 너 진짜 배부르게 해 줄게. 아기 밸 때까지 하자.”

“시, 시러어…. 애기 생기는 거 시러어…. 흐아앙….”

이미 정액이 가득 차 도톰해진 아랫배를 감싸며 서원이 앙앙 운다. 진짜 애기가 생길 것 같아서 무서웠다. 이미 꿰뚫린 몸을 바르작거리며 도망가려던 서원은 아래가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발정기 알파가 노팅을 하면, 오메가가 씨를 다 받을 때까지 꼼짝도 못 하게끔 자지가 가시처럼 부푸는 걸 깜빡 잊은 것이다.

“흐아앙…! 흐우, 흑, 아파아. 나 아파아, 지누야아….”

“바동거리지 마. 보지 다 찢어 놓고 나 속상하게 만들려고 그래?”

“아니이…. 흑, 흐끅. 잘못해써어…. 보지 찌, 찢지 마세요오…. 으우우….”

“찢긴 누가 찢는다고. 너만 가만히 있으면 안 다쳐.”

서원은 앞머리를 넘겨 주고 땀이 솟은 이마를 쓸어 주는 다정한 손길에 기대었다. 따끔한 통증이 무서워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 안겨 있자 진우의 말대로 편해졌다. 무섭게 내리누르던 페로몬은 씨를 받는 오메가의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아직 겁에 질린 서원이 힉, 힉, 숨을 들이마시면서 진우를 바라본다.

“왜 그렇게 봐.”

“진우 조, 좋아서어….”

“진우 좋아?”

“응, 으응…. 좋아….”

애교를 듬뿍 부리는 서원을 서진우는 다정히 토닥여 주었다. 서원이 그 품에 파고들었다. 이젠 진우 말 진짜진짜 잘 들어야지.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진우가 하는 말은 다 옳다고 해야지. 억제제를 먹는 그를 말렸던 것을 후회하며 서원은 훌쩍훌쩍 울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들었다. 다시 깨었을 때, 모든 일이 끝나 있는 꿈같은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 * *

그 후로 몇 번을 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었는지는 횟수조차 헤아릴 수 없었다.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서진우에게 시달렸던 서원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이불은 어느새 보송보송한 새 이불로 바뀌어 있었고 넝마 같던 잠옷도 좋은 냄새가 나는 새 잠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다가 겨우 일어난 것처럼 서원의 눈이 천장을 배회하다가 겨우 초점이 잡힌다. 크고 따뜻한 손이 이마를 쓸었다.

“이제 깼어?”

고개를 돌려 보니 옆에 진우가 앉아 있었다. 까무룩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뜰 때면 아직도 뒤엉겨 있을까 봐 두렵던 맘이 겨우 진정되었다. 서원은 몸을 꾸물거려 그에게 안겨 들었다.

“다 끝난 거야…?”

“응, 이제 괜찮아졌어. 형.”

“다, 다행이다아….”

서원이 잠이 덜 깬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진우는 다정한 손길로 보드라운 뺨과 이마, 턱을 쓸어 주었다. 찬찬히 쓸던 손길이 떠나자 아쉬움을 느끼기 전에 입술이 떨어졌다. 서원은 자비처럼 내려온 입술을 쪽쪽 빨았다. 서진우는 서원이 적당히 즐길 때까지 가만두다가 입술을 떼어 냈다. 제지하기 전까지는 아기처럼 매달려 있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엄지가 도톰한 아랫입술을 어루만진다.

“배고프지? 어제 한 끼도 못 먹었잖아.”

“으, 으응….”

“요리해 놔서 차리기만 하면 되는데, 지금 먹을까?”

“진우가 했어…?”

“응. 오늘은 내가 했어.”

서원이 어물어물 웃는다. 아직도 그가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것 따위에 일일이 감동하는 소심함이 사랑스러웠다. 서진우는 가볍게 혀를 섞었다. 몽롱하게 올려다보는 얼굴을 더 보고 있으면 침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조금만 기다려. 차려 올게.”

“응…….”

한참 어린 동생에게 하듯 머리를 쓰다듬은 그가 침실을 나선다. 서원은 그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혼자 남고 나서야 이불에 폭 파묻혔다. 온종일 아랫배가 가득 차 있던 감각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큼직한 자지가 푹푹 아래를 꿰뚫을 때마다 찰랑거리던 정액 말이다. 나중에는 정액만으로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잠옷을 올려 납작한 배를 쓸어 만지던 서원은 진우가 오자 자위하다 들킨 애처럼 화들짝 손을 뺐다.

“뭐 하고 있었어?”

“아, 아무것도…….”

“그래?”

진우는 침대 트레이에 소담히 음식을 담아 내왔다. 좋아하는 반찬들로만 구성된 상을 보니 잊고 있던 허기가 돌았다. 근 하루 만에 먹는 밥에 서원은 아주 모처럼 식욕을 보였다.

“맛있겠다….”

“응, 천천히 먹어.”

그에게 의지하여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댄 서원이 스스로 포크를 쥘 생각은 하지 않고 서진우만 바라본다. 그는 웃으며 포크를 쥐고는 서원의 옆자리에 앉았다.

“뭐 먹고 싶어?”

“나, 저거….”

“이거?”

“응, 응…. 고기는 빼고….”

“비린내 뺐으니까 괜찮아. 자, 아 해 봐.”

서원은 유순히 입을 벌려 음식을 받아먹었다. 서원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진우는 간혹 가정부보다 훌륭한 솜씨를 보이곤 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것 같은 식감에 서원이 뺨을 발그레 물들이며 웃는다. 서진우가 입술에 묻은 소스를 엄지로 훑어 준다. 서원은 빨간 혀를 빼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애정 어린 눈이 입술을 보았다.

“맛있어?”

“응, 너무 맛있어.”

“더 있으니까 많이 먹자.”

“으응.”

진우는 느릿느릿한 서원의 속도에 맞춰 음식을 날라 주었다. 서서히 불러오는 배를 느끼며 서원은 문득 어제 진우가 노팅 했던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진우는 안쪽 깊숙이 자지를 꽂아 넣고는 정액이 자궁까지 차도록 노팅을 했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아랫배를 만져 보지만 그렇다고 정말 수정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길은 없었다.

“왜, 형.”

“진우야, 나 어제…….”

“응?”

“…….”

말없이 고민하던 서원이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몇 달 전 발정기에도 이상현과 진우에게 동시에 노팅을 받은 적이 있지만 불안에 떨었던 것과 달리 임신이 되진 않았다. 애초에 서원은 발정기도 밋밋하고 페로몬도 희미한, 임신이 어려운 열성이었다. 아마 쌍둥이를 가진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놓인다. 서원은 진우를 보며 먹고 싶은 반찬을 졸랐다.

“진우야, 나 저거 줘….”

“이거 잘 먹네. 다음에 또 해 줄까?”

“응, 좋아….”

무서운 일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회피 성향은 서원이 노팅에 대해 입도 방긋 못하도록 만들었다. 혹시 물었다가 무서운 대답을 듣게 될까 봐 서원은 진우가 날라 주는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 한입에 쏙 담기 좋은 사이즈로 들어오는 음식을 우물거리며 서원이 웃는다. 서진우는 그 속을 빤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제 오메가를 배불리 먹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나중 일은 나중에 달래 주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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