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1. 아기와 나 (14/20)

외전1. 아기와 나

“갑자기 전화해선 애가 들어섰다고 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죄송해요. 안정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말씀을 못 드렸어요.”

호텔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 잔잔한 클래식이 흐른다. 서진우와 양친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나 정서원은 도통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미 서진우의 손을 타는 것에 익숙해진 주제에 평범한 흉내를 내려니 긴장이 되어 대화에 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정서원이 옆자리에 앉은 서진우의 칼질을 훔쳐보며 연신 나이프와 포크를 고쳐 쥔다. 예전에는 이 평범한 걸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다. 너무 막막했다.

“그래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허락 안 해 주실까 봐 긴장 많이 했거든요.”

“애가 생겼다는데 어쩌겠니. 다만 너무 어릴 때 낳은 건 아닌지 걱정이구나. 하고 싶은 일이 많을 텐데.”

“결혼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한걸요. 애들도 형을 닮아서 그런지 순하고 얌전해서 손이 많이 안 가요. 그렇지, 형?”

“응? 어, 으응.”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긍정부터 하고 나니 테이블에 웃음이 깔린다. 정서원은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박거리다가 머뭇머뭇 웃는 흉내를 냈다. 부모님이 이상하게 여기기 전에 평범하게 굴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괜히 나왔어……. 그냥, 집에 있을걸.’

정담이 오가는 중에도 한 마디 끼지 않은 그가 울음을 겨우 참는다. 일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늑한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온 몸에는 이상한 습관이 잔뜩 들어 버렸다. 바깥에만 나오면 실감하게 되는 사실이었다. 정서원은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어디로든 숨고 싶어졌다.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내리깔린 눈에 핑그르르 물기가 맺힌다. 어떻게 닦아 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불쑥 눈앞의 접시가 바뀌었다. 

“형, 이거 먹어.”

서진우가 자연스럽게 바꿔 놓은 접시에는 한 입 크기로 잘린 음식들이 담겨 있었다. 정서원은 접시를 놓고 가려는 그의 소맷자락을 곧장 붙잡았다. 곤혹이 한가득 어린 얼굴이 서진우를 애절하게 바라본다. 그는 난처한 듯 웃더니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다정히 거둬 주었다. 

“오랜만에 뵙는 거라 형이 많이 기뻤나 봐요.”

“어머, 얘도 참……. 우리 애가 철이 덜 들어서 걱정이네. 애를 셋 키우려면 진우가 고생이 많겠어.”

“아니에요. 형이 얼마나 의젓한데요.”

눈물을 거둬 준 손을 꼭 붙잡은 정서원은 그 손바닥에 폭 얼굴을 묻었다. 갓 식을 올린 어린 부부가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겉보기에 퍽 정답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구태여 눈물의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양친은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형이랍시고 챙겨 주던 정서원이 외려 응석을 부리고 있는 걸 보자니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아 흐뭇하기도 했다. 

“그만 울어, 눈 다 붓겠다. 응?”

“으응, 미안해…….”

“이것도 좀 먹고. 형 좋아하는 거잖아.”

손수건으로 눈가를 살살 눌러 준 서진우가 이제는 식사까지 챙겨 준다. 자그만 고기 한 점을 찍은 포크가 내밀어졌다. 양친 앞에서 보이기에 적당한 장면인지 가타부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술부터 벌어진다. 하나, 둘……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받아먹던 정서원은 서진우가 입가를 닦아 주었을 때야 비로소 양친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단순한 애정 행각으로만 보인 모양인지 마주친 눈빛들이 몹시 부드러웠다. 그는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숙였다. 다시금 잔웃음이 흘렀다.

“신혼인데 우리가 너무 눈치가 없이 끼었나?”

“섭섭하게 그런 말씀 마세요. 형이 만나 뵙는 걸 얼마나 기대했는데요.”

“그랬니? 한동안 전화 한 통 안 하더니.”

“응, 으응…….”

정서원이 여전히 시선을 숙인 채로 우물쭈물 대답한다. 해외 지사로 발령이 나 뜨문뜨문 귀국하던 양친을 오랜만에 만난 건 좋았으나 그간 변한 게 너무 많아 속 편히 재회를 즐길 수 없었다. 그는 당장 서진우의 품으로 기어들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그토록 기대했던 자리였음에도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또 슬펐다. 

* * *

자리가 파했을 때는 어둠이 짙게 깔린 뒤였다. 정서원은 조수석에 앉은 채 가로등이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운전 중인 서진우가 보였다. 단둘이 남는 것만으로 내내 쿵쿵거리던 가슴이 가라앉았다. 언제부터 바깥 외출이 이렇게 불안했는지 모를 일이다. 서진우가 없었다면, 정말 중간에 뛰쳐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진우야, 나…… 이상한 거 맞지.”

그가 시무룩하게 토로한다. 서진우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을 받은 것처럼 대꾸했다.

“형이 뭐가 이상해.”

“하지만……. 그게, 나 혼자서 밥도 못 먹잖아…….” 

“칼질 못 해 봐서 서운한 거야? 우리 형 정말 애기 같네.”

“오늘만, 말고……. 매일, 진우가 먹여 줘야, 되잖아.”

새삼 말로 꺼내자니 더욱 사무쳤다.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부터 이상하단 증거였다. 울컥 두려움이 몰아친다.

“진우 없으면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이런 거 이상하잖아. 엄마 아빠가, 흑, 분명, 이상하게 봤을 거야.”

“사랑하는 사이에 어려운 게 있으면 돕는 건 당연한 거야, 형. 그게 뭐가 이상해?”

신호가 걸렸다. 서진우는 그제야 내내 자신만 바라보던 정서원을 봐 주었다. 눈물이 헤픈 눈에 또 물기가 가득하다.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거둬 주고 떨리는 손을 잡아 주자 불만을 재잘대던 소리가 잦아든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얼굴에 안도가 퍼지고 있다. 

“걱정할 것 없어. 장인어른이나 장모님도 이상하게 안 보셨고. 응?”

“……진짜, 진짜로, 그랬을까……?”

“응, 진짜. 그러니까 앞으론 그런 걱정 하지 마. 형 오랜만에 뵙는 건데 제대로 얘기도 못했잖아.”

은근히 속살거리는 목소리에 애정이 듬뿍 배어 있다. 늘 그렇듯 긴장한 속내를 주무르고 안정을 찾아다 주는 애정이었다. 정서원은 울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점점 서진우의 부재가 두려워졌다. 의지하는 맘이 클수록 버려질까 걱정하는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혼자서는 어떻게 살아갈지 이제는 갈피도 잡히지 않는다. 정서원은 신호가 바뀔 때까지 제 손을 잡아 주는 온기에 한껏 취하였다. 

* * *

정서원과 서진우는 애 딸린 신혼부부로서 그럭저럭 살아갔다. 한쪽은 역할에 충실해도 다른 한쪽이 그러지 못하니 썩 좋은 예시는 아니었다.

산후조리가 끝나고 애들을 데리고 귀가했을 때부터 정서원은 애들을 멀리했다. 배 아파 직접 낳은 애들인데도 별다른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원래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긴 했다. 임신을 달가워하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게 아이를 낳은 후에도 계속 이어질 줄은 몰랐다. 

“진우야, 나 안아 줘.”

서진우는 제게만 매달리는 정서원을 기껍게 받아 주면서도 지속되는 상황에 걱정이 늘어갔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애들에게 정을 붙이리라 믿었건만 오히려 의존만 심해졌다. 먼저 찾아가 들여다보는 법이 없었고 스스로 젖을 물리는 법도 없었다. 서진우가 애들을 데려오면 그제야 마지못해 옷을 내리고 젖을 물렸다.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진우야, 나 아파…….”

“이제 깨물어?”

“응, 너무 아파……. 더 못 하겠어.”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내어 애들을 떼어 놓기 일쑤였다. 젖을 뺏긴 애들이 울든 말든 딱히 관심도 없었다. 아직 젖이 도느라 도톰한 가슴을 제 손으로 잡아 발갛게 부은 젖꼭지를 내보이며 엄살을 부리기나 했다.

“이거 봐, 진우야……. 막 깨문다니까. 아파.”

젖을 물리고 싶어 하지 않는데 결국 젖이 남아돌 수밖에 없다. 정서원은 젖몸살에 시달리면서도 먼저 나서서 젖을 물리지 않았다. 서진우가 틈틈이 젖을 짜 주고 풀어 줄 때엔 몸이 이상하다면서 서러움을 토로했다.

돌이켜 보면, 오랜 진통 끝에 애를 낳았던 순간에도 정서원은 그가 보여 주는 아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다. 서진우만 바라보며,

‘마음에 들어? 다행이다…….’

특별한 선물이라도 안겨 준 것처럼 물었을 뿐이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성격이 된 게 문제일까, 아니면 그냥 아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걸까. 서진우는 제 관심을 두고 애들과 다투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매달리는 정서원을 보며 약간 심란해졌다. 정말 우울증이 심해진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부모님도 만나기 싫어하니까. 

자신의 품에 안겨 맘껏 조잘거리는 정서원을 가만 지켜보던 서진우는 문득 애가 우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정서원이 곧장 옷자락을 붙잡았다.

“진우야, 어디 가?”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우리 애들 울잖아. 가 봐야지.”

“……지금, 시터 있는 시간이잖아…….”

“형.”

서진우의 한숨 어린 목소리에 정서원이 몸을 움찔하더니, 결국에는 설움을 터뜨린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얼굴에 서러움이 가득하다. 그는 서진우에게 더 깊숙이 매달리며 모진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흐느꼈다. 난감하다. 서진우는 얼굴을 보며 얘기하고자 했지만, 정서원은 도리질을 쳐 가며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왜 울어, 응? 형한테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이제, 이제……. 나보다, 애가 더, 중요한 거야? 흑! 그런 거지?”

“아니야. 아직 어린 애니까, 도움이 필요하니까 그런 거지.”

서진우가 웅크린 등을 살살 쓸어 준다. 그럼에도 정서원은 설움을 지울 수 없단 듯 더듬거리며 불안을 늘어놓았다.

“거짓말……. 애 낳았으니까, 이제, 이제 나, 피, 필요 없어서……. 그런, 거면서어…….”

“형, 나 좀 봐. 응?”

부모 된 입장에서는 아이가 울면 찾아가는 게 당연한 도리였다. 아무리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고 하더라도 피가 섞인 아이들에게 무관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정서원에겐 다른 의미였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흑! 안 낳는 건데…….”

정서원이 고개를 들어 서진우를 바라본다. 정서원은 꼭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얼굴이었다.

“나, 나…… 진우 없으면 안 되는데, 이제, 안 되는데, 싫어…….”

서진우는 말없이 우는 얼굴을 쓸어 주었다. 섬세한 손끝이 부드럽게 눈물을 거둬 가자 정서원은 그 손을 붙잡고 젖은 뺨을 문질렀다. 필사적이기까지 한 응석이었다. 

“진우야, 나, 두고 가지 마아…….”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다. 아이에게 배우자의 관심과 애정을 뺏길까 봐 불안해하는 경우 말이다. 정서원이 어떤 점 때문에 내내 불안을 쌓아 왔는지 짐작 가는 바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말해 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서진우는 다정한 미소를 띤 채 정서원의 뺨을 붙잡고 곳곳에다 키스를 해 주었다. 눈가와 콧대를 거친 입맞춤이 입술에 내려앉는다. 정서원이 간절한 눈으로 서진우를 바라본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내가 애들한테만 신경 쓰는 것 같았어? 그래서 서운해?”

“응, 응응…… 너무, 서운해….”

“왜 그렇게 느꼈을까. 난 언제나 형이 제일 우선인데.”

애정을 듬뿍 담아 속살거리자 정서원이 눈물을 글썽이며 매달린다.

“그럼, 나, 제일, 예뻐하는 거야? 진우야, 그렇지? 응?”

서러움을 한가득 담고서 그렇게 묻는데 짓궂게 굴 수가 없다. 서진우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 속에서 다소의 즐거움과 약간의 곤란을 함께 겪고 있었다. 다정한 웃음이 그려진 얼굴에 못내 감춘 충만감이 떠오른다. 

“응, 형이 제일 중요해.”

그제야 훌쩍거리던 울음이 겨우 잦아들기 시작한다. 서진우는 정서원을 끌어안으며 등을 쓸어 주었다. 

“형이 준비될 때까지 애들은 잠깐 본가에 맡겨 놓을게. 그러니까 그만 울어. 응?”

“……흑, 으응…….”

힘겨운 대답이 나왔다. 정서원은 온전히 제게 관심을 쏟아 주겠다는 말이 좋아 한참을 더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있는 애들 중 젖먹이 둘이 잠깐 떠나고 다 큰 애 하나가 남게 되었다.

* * *

맵시가 우아하게 잡힌 더블 정장에 코트가 걸쳐진다. 정서원은 외출 준비를 마쳐 가는 서진우를 울적하게 지켜보았다. 내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서운한 티를 냈지만 서진우는 외출을 물리지 않았다. 도리어 정서원을 끌어안고는 넥타이를 골라 달라는 응석을 부릴 뿐이었다. 정서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고르고 손수 매 주었다.

요즘 서진우는 외출이 잦아졌다. 종일 함께 있어 주다가도 전화가 오면 한두 시간씩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 간혹 일이 길어지면 몇 시간을 내리 돌아오지 않았다. 일 년 하고도 몇 개월 동안 서진우와 떨어져 본 적 없는 정서원으로서는 당황스러운 변화다. 겨우 제게만 관심을 쏟아 주나 싶었는데 훌쩍 사라져서 서운하기도 했다. 일 때문이라고 하고, 또 그동안 무리하게 자택 근무를 고집했던 게 자신 때문이었으니 억지를 부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진우야……. 안 가면, 안 돼?”

그의 입에서 불현듯 본심이 샜다. 현관 앞에서 서진우를 끌어안은 채 한참 놔주지 않던 정서원이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울적함이 비실비실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집에 혼자 있기 싫어…….”

“잠깐 미팅만 하고 금방 올 거야. 올 때 형 좋아하는 것도 사 올게. 뭐 먹고 싶어?”

“……맨날 먹는 걸로 그래. 애도 아닌데…….”

가슴에 콕 고개를 묻고 있자니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정서원은 샘물을 들이마시는 것처럼 입술을 작게 벌려 연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 뒷머리를 서진우가 쓰다듬는다. 그뿐이었다. 아무리 붙잡고 있어 봤자 가지 않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더 졸라도 소용이 없을 걸 알기에 괜히 울적해졌다.

“형 두고 가서 많이 섭섭해?”

“……응…….”

서진우는 양손으로 정서원의 뺨을 붙잡아 눈을 맞췄다. 정서원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우리 형이 요즘 왜 이렇게 응석이 심하지…….”

커다란 손이 뒷머리를 살며시 그러쥔다. 그는 얌전한 정서원을 붙잡은 채 입을 맞추고, 눈을 맞추고, 또다시 입을 맞추며 귀밑머리를 넘겨 주었다. 애정이 듬뿍 밴 눈빛에 정서원은 금세 뺨을 붉혔다. 시무룩하던 표정이 유순해지고 안겨 든 몸도 나긋나긋하게 풀어진다. 서진우는 다시금 그를 품에 가두고 어깨와 등을 천천히 쓸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귓가에 닿는다. 다정한 스킨십과 달리 흘러나온 목소리는 다소 짓궂었다.

“나 없으면 쉬야 못 가려서 그래?”

“아, 아니! ……그런 거, 아닌데…….”

“아니야? 그럼 나 안심하고 다녀와도 돼?”

“아니, 흑. 싫어……. 가지 마, 진우야…….”

울먹거리며 꼭 매달리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서진우는 녹을 듯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더니 제게 매달린 몸을 가뿐히 안아 들며 집 안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앗! 지, 진우야……?”

“나도 형 그냥 두고 가려니까 걱정돼서.”

기저귀라도 채워 놔야 맘이 놓이겠어. 덧붙인 말에 정서원이 화들짝 놀라 팔다리를 바동거린다. 그래 봤자 번쩍 들린 몸은 제대로 된 저항을 해낼 수 없었다. 

“진우야, 나 시, 싫어……!”

“얌전히 있어야지.”

엉덩이를 얻어맞은 정서원이 깜짝 놀라며 서진우에게 매달린다. 얌전해진 몸은 그사이 단단하게 틀어 잡혔다. 진우야, 진우야, 나 싫어…… 아기 방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정서원이 울먹거리는 소리도 커진다. 물론 이미 마음을 먹은 서진우는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동안 본가에 애들을 맡겨 놓은 탓에 주인이 빈 아기 방은 아주 조용했다. 방에 들어선 서진우는 곧장 커다란 원목 침대에다 정서원을 눕혀 주었다. 애착 인형부터 장난감, 각종 유아 용품이 놓인 방은 성인 남성 둘이 붙어 있기엔 지나치게 아기자기하다. 정서원이 조마조마해하며 서진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애 어르듯 웃기나 했다. 

“진우야아, 이거 싫어……. 애들, 자는 덴데…….”

“귀엽게 졸라도 야한 짓 안 해 줄 거야. 나 출근해야 되잖아.”

“아, 안 졸랐…… 힉! 싫어, 진우야아.”

상체를 살며시 기울인 서진우가 이마에 뽀뽀를 해 주며 바지를 벗겨 내기 시작한다. 능숙한 손길은 바동거리는 몸짓에도 아랑곳없이 엉덩이를 까게 만들었다. 잠깐 사이에 바지와 속옷이 무릎까지 벗겨진 정서원이 울먹울먹 서진우를 본다. 그가 다리를 꼭 모으며 손끝으로 속옷을 붙들었다.

“지, 진우야…….”

“응?”

“쉬야 안 할게, 진우 올 때까지 잘, 기다릴게……. 나 이거, 싫어…….”

“부끄러워서 그래?”

언뜻 사늘한 눈매를 부드럽게 접어 웃는 얼굴은 늘 정서원의 이성을 흩뜨려 놓는다. 예쁘고 다정해서 고집을 부릴 수 없게 만들었다. 정서원은 결국 서진우가 원하는 대로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서진우가 칭찬하듯 가볍게 입을 맞춘다. 

육아에 미적지근한 태도였던 정서원과 달리 베이비시터가 있음에도 애를 돌보는 걸 좋아했던 서진우는 기저귀 채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침대 옆에 놓인 기저귀를 펼친 그가 정서원의 발목을 모아 한 손으로 잡고는 엉덩이를 올려 준다. 정서원은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자신은 아랫도리를 발딱 벗겨져 기저귀나 채워지고 있는데, 더블 정장에 코트까지 갖춘 서진우를 보자니 더 창피스러웠다. 서진우 뒤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빌 때문에 진짜 애라도 된 기분이었다.

“착하지. 얌전히 있어.”

“……흐읏.”

정서원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동시에 살며시 들린 엉덩이 아래로 기저귀가 깔렸다. 서진우는 잡았던 발목을 놓아주며 다리를 벌리게 하고는 차근차근 기저귀를 채워 나갔다. 찌익. 접착 소리가 날 때마다 정서원은 발끝을 꾸물거렸다. 차라리 안 맞았으면 싶었건만 서진우가 그를 위해 주문한 기저귀는 허벅다리와 허리를 충분히 감싸고도 남았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꾹 깨문 입술이 달달 떨렸다. 서진우는 얼굴을 가린 채로 훌쩍거리는 정서원을 안아 주며 토닥였다.

“잘 참았는데 왜 울어. 응?”

“흐으, 흑…….”

“쉬야 못 가리면 기저귀 차는 게 당연한 거야. 우리 애들도 차고 다니는데 뭐가 서러워.”

“……응, 으응…….”

저항 의지가 없는 손이 서진우에게 붙잡혀 내려온다. 정서원은 얼굴 곳곳에 쏟아지는 입맞춤에 서럽던 맘이 서서히 풀어졌다. 애당초 서진우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가 없는 사이 아무 데나 오줌을 쌀지도 모르는데, 화장실을 못 가리니 당연히 기저귀를 채우는 게 맞았다. 양팔로 서진우에게 매달린 정서원이 먼저 입을 맞추고 키스를 졸라 댄다. 서진우는 그 순한 태도가 맘에 들어 다정히 웃어 주었다.

“예쁘다, 우리 형.”

그가 방에 들어섰을 때처럼 정서원을 가뿐히 안아 든다. 그리고 기저귀를 채운 푹신푹신한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자 정서원이 몸을 뒤척인다. 싫다고 종알거리는 소리가 아주 작게 흘렀다가 사라졌다.

“이제 얌전히 기다릴 수 있지?”

“……응…….”

“방에 데려다줄까?”

“가는 거, 볼래…….”

애교도 잘 부린다. 매달린 몸을 깊이 끌어안았다가 놓은 서진우가 현관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꼭 매달려 다리만 팔락거리던 정서원은 현관 앞에 이르러서야 내려졌다. 티셔츠 아래로 펑퍼짐한 기저귀와 길쭉하게 뻗은 다리가 보였다. 그는 서진우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다리를 오므리며 옷자락을 아래로 꾹 잡아당겼다. 

“진우야, 빨리 와야 돼……. 가서, 오래 있지 마…….”

“응. 일찍 올게.”

“늦으면 안 돼……. 나 혼자 있기, 싫어…….”

“알았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올게.”

다짐을 몇 번이나 받아 내고도 안심하지 못하는 그를 서진우가 안아 주고 달랜다. 정장 바지가 맨다리에 스칠 때마다 안긴 몸이 움찔거렸다. 서진우는 기저귀를 차 포동포동해진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울릴 것 같아 참았다. 대신 허리를 숙여 뺨을 비볐다. 뒷덜미를 감싼 손바닥에 간질간질한 솜털이 스친다. 맞닿는 뺨도 솜털처럼 보드랍다. 일이든 뭐든 때려치우고 당장 속살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서진우가 뒷덜미를 살살 쓸어 주며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러자 정서원이 고개를 돌려 그의 볼에다가 입을 맞추고는 시선을 맞댄다.

“빨리 다녀와.”

서진우는 순간 이상야릇한 충만감을 느꼈다. 이제는 자신이 돌아올 곳에 언제고 정서원이 있으리란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다. 그는 정서원을 세게 끌어안았다가, 천천히 놓았다. 

“다녀올게, 형.”

“응…….”

한참 소맷자락을 붙잡고 있던 정서원은 키스를 돌려받은 다음에야 겨우 손을 놓았다.

* * *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떨어지지 않는다. 

정서원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채로 멀거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높게 걸려 있는 하늘은 여전히 청명했다. 밝을 때 돌아올지, 노을이 질 무렵에 돌아올지, 어두컴컴해져서야 돌아올지. 알 수가 없으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언제 오겠다는 정확한 답을 받아 내지 못한 게 아쉬워졌다. 온몸에 울적함이 배었다.

“왜 이렇게 안 와…….”

혼자 남은 집을 가득 채운 적막이 숨을 막히게 만든다. 정서원은 급한 대로 TV를 켜고 가져온 옷가지에다 얼굴을 묻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애써 누르고 있던 두려움이 불어나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진우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상상이 끊이지 않았다. 차라리 잠들고 싶은데 불안하여 잠도 오지 않는다. 분리 불안을 겪는 개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는 뜬눈으로 몇 시간을 더 기다렸다. 의미 없이 돌아가는 TV에서 프로그램이 몇 차례나 바뀌었다. 창밖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울적함도 덩달아 짙어진다. 혹시 애들이 있는 본가로 가 버린 건 아닐까? 애를 낳았으니 이제는 진짜 내가 쓸모가 없어진 걸까? 더 점잖고 정숙한 오메가를 찾은 걸까? 애들에게 모질게 굴어서 내게 정이 떨어진 걸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가 푹 가라앉는다. 정서원은 옷가지를 손에 꼭 쥔 채 몸을 옹송그렸다. 불안하고 무서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진우 말 잘 들을걸. 예쁘게 굴걸, 미운 짓하지 말걸……. 끊임없는 후회가 잇따르는 중에 달칵, 문소리가 흐른다.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정서원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진우가 왔나 봐!’

그는 기저귀 차림인 것도 까맣게 잊고 허둥지둥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서는 서진우가 이제 막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내 불안하던 속이 단번에 풀어졌다.

“진우야!”

정서원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진우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품에서 서늘한 바깥공기가 느껴진다. 언뜻 술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제 품에 대고 뺨을 비비는 그를 서진우가 가볍게 끌어안는다.

“우리 강아지, 아빠 기다리고 있었어?”

“응응…… 왜 이렇게 늦었어. 일찍 온다고 해 놓고…….”

“미안해, 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졌네.”

화났어? 구두를 벗고 들어선 서진우가 다정하게 묻는다. 정서원은 품에 꼭 매달린 채로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우가 웃었다. 

“앞으론 누가 붙잡아도 그냥 올게.”

“그냥…… 안 가면, 안 돼?”

“우리 형, 애들보다 응석이 더 심하면 어떡해. 응?”

떨어지지 않으려는 정서원을 품에 안고 거실로 들어선 서진우는 시끄러운 TV부터 껐다. 거실이 조용해지자 정서원이 부려 놓은 소소한 말썽이 눈에 들어왔다. 세탁 바구니를 뒤져 찾아온 옷가지가 소파에 잔뜩 널어져 있었다. 외출 때마다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해서 서진우는 얌전한 얼굴에다 몇 번이고 입을 맞춰 주었다. 정서원은 젖은 눈을 가물거리며 순하게 키스를 받았다.

“혼자 둬서 외로웠어?”

“응, 너무 외로웠어…….”

“나 아무 데도 안 가고 형이랑 같이 있을까?”

“응응,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나랑 있어…….”

“아, 귀여워 죽겠네.”

서진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매달린 몸을 끌어안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허리를 감싼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린다. 푹신한 기저귀를 건드리는 손길에 정서원이 파득 놀라 몸을 굳혔다.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서진우의 품에 안긴 몸은 빠져나갈 궁리조차 하지 않았다. 서진우가 눈을 맞추며 짓궂게 속삭인다.

“우리 서원이, 기저귀 갈아 주는 걸 깜빡했네.”

“지, 진우야아…….”

“쉬야 예쁘게 잘했나 보자. 응?”

“시, 싫…… 앗!”

주춤주춤 물러나던 그를 서진우가 번쩍 안아 든다. 싫어, 싫어, 내려 줘……. 그대로 어깨에 둘러진 정서원은 팔다리를 바동거리다가 “떨어지면 아야 해.” 역시나 애 어르듯 적당한 대꾸를 받았다. 창피스러워 눈물이 차오른다. 철부지 취급당하는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정말 애처럼 기저귀를 차고 확인까지 받아야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부끄러웠다. 내가 형인데, 진우가 동생인데. 그러나 이제는 별 의미가 없는 역할이었다. 울먹거리던 정서원은 결국 얌전히 서진우의 어깨에 매달렸다.

“착하네. 얌전하니까 얼마나 예뻐.”

서진우는 침실에 이르러서야 정서원을 내려 주었다. 다행히 아기 방은 아니었다. 함께 잠드는 침대에다 그를 내려놓은 서진우가 코트와 재킷을 대충 벗어 던진다. 언뜻 맡았던 술 냄새가 착각이 아니었는지 마주 보이는 얼굴에 취기와 비슷한 흥분이 어른거리는 게 보인다. 순간 정서원은 아랫배가 오싹해졌다. 겁에 질린 그가 기저귀를 찬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내보인 채 침대 헤드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래 봤자 침대 위건만, 도망을 가서 어쩌겠다는 건지. 서진우가 넥타이를 풀어내며 걸음마도 못 뗀 정서원을 가만 지켜본다.

“다 도망갔어?”

“으앗!”

그리고 발목을 부드럽게 잡아 단숨에 끌어당겼다. 싫어, 싫어…… 무너진 허리를 다시금 세워 도망가려는 정서원을 웃으며 지켜보던 서진우가 기저귀를 찬 엉덩이를 불쑥 움켜쥔다. 주물거리는 손아귀 힘에 폭신한 기저귀가 잡히고 속에 감춰진 엉덩이가 손바닥에 봉긋하게 딸려 갔다. 시트에 바싹 엎드린 정서원이 서러운 소리를 냈다.

“흐앙……. 진우야, 싫어, 싫어어…….”

“우리 서원이는 기저귀를 언제 뗄까……. 이제 다 컸는데, 그치?”

“하, 하지 마아…….”

서진우가 주무를 때마다 기저귀가 부스럭거리며 뭉개진다. 정서원은 숫제 귀까지 빨개져서는 엉금엉금 도망가려 애를 썼다. 몸을 뒤척거리느라 엉덩이가 살살 흔들렸다. 이러니 하는 짓마다 보채는 걸로밖에 안 보이지. 서진우는 정서원의 허리를 낚아채 가까이 끌어당기며 기저귀 접착부를 찾았다. 허리께를 더듬거리던 손이 기어코 접착 벨트를 찾아내 잡아당기자 찌익 소리가 나며 벗겨지기 시작한다. 정서원이 깜짝 놀라 시트를 붙잡았다. 

“힉……! 진우야, 하지 마…… 싫어어…….”

“으응? 싫어? 쉬야도 안 했는데 뭐가 창피해.”

유감스럽게도 풀어진 기저귀는 순백색 그대로였다. 서진우는 혀를 차고는 그것을 풀어진 대로 내버려 두었다. 겨우 드러난 뽀얀 엉덩이가 수치심을 못 이기고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까만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보이는 뒷덜미와 귓가도 새빨갛다. 서진우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제 아래서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내려다보았다. 정서원은 시트를 꼭 붙잡은 채로 어디 숨지도, 도망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가학적인 충동이 아랫배를 달군다. 

“기저귀 같은 건, 애, 애기나 차는 거잖아아…….”

“화장실도 못 가리면 애기 맞지, 안 그래?”

“그치만, 흑! 그치마안 진우가…….”

싫다면서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훌쩍훌쩍 울기나 한다. 슬그머니 돌아보는 얼굴에는 원망보다 애절함이 컸다. 자신에게 의지하고 매달리는 정서원을 볼 때마다 서진우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서 몇 날 며칠 좆만 물려 주고 싶다가도, 불쑥 으름장을 놓아 벌벌 떨게 만들고도 싶었다. 고맙게도 정서원은 늘 서진우에게 참을 당위성을 안겨 주지 않았다.

서진우가 조그맣게 발름대는 뒤에다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정서원이 시트를 꼭 붙잡으며 앓는 소리를 터뜨렸다.

“흐아앙…… 싫어, 싫어어.”

“서원이 왜 울어, 배고파서 그래? 아빠가 우유 먹여 줄까?”

“아, 아니이……. 앗! 하지 마아. 으응.”

기다란 손가락이 자그만 속으로 파고든다. 뜨겁게 달은 속살은 이미 녹녹하게 젖어 손가락을 쿡쿡 조여 물었다. 손가락을 하나 더 늘리자 정서원에게서 나른한 한숨이 샌다. 안을 문질러 줄 때마다 함빡 젖은 소리가 점점 커져 간다. 앙앙 할딱이는 소리도 커지고 찌걱찌걱 물소리도 커졌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손가락이 닿자, 정서원이 발끝을 동동 굴렸다.

“으앙……! 앗, 우응……. 진우야아.”

“쉬야도 안 했는데 엉덩이가 왜 이렇게 축축해. 서원이, 아빠 몰래 쉬야 했어?”

“아, 아냐…… 서원이 쉬야 안 했어어…… 흐앙.”

“그럼 이게 다 서원이 보지물이야? 응?”

정서원이 대답을 미룬 채로 고개를 팔락팔락 젓는다. 서진우는 일부러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검지와 중지를 벌리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언뜻 보이는 선홍색 속살에 반지르르 물기가 돌았다. 함빡 젖은 속살은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야릇한 소리를 흘렸다.

“으응? 보지물을 오줌처럼 질질 싸면 어떡해, 서원아.”

“흐앙, 앗…… 아니이, 아냐, 안 그랬는데…….”

등까지 흘러내린 셔츠 아래로 펼쳐진 하얀 몸에 발갛게 열이 올랐다. 정서원은 창피한 듯 열심히 뒤를 조이고 있다. 그래 봤자 소리나 더 키울 뿐, 이미 흐른 물을 감출 순 없었다. 높게 들린 엉덩이에서 맑은 물이 흰 살결을 타고 흘렀다. 

“이렇게 질질 흘릴 거면 서원이는 평소에도 기저귀 차고 다녀야겠네.”

“흐으응, 싫어…… 기저귀 안 할, 거야아.”

“왜? 우리 서원이, 쉬야도 못 가리고 보지물도 질질 흘리고 다녀서 기저귀 차야겠는데.”

“으응, 읏…….”

안을 들쑤시던 손가락이 대뜸 빠져나간다. 정서원은 허전함을 못 이기고 보채듯 엉덩이를 바싹 세웠다. 안을 꾹 조이기라도 하는지 자그만 구멍이 연신 움찔거린다. 당장 빈속을 채워 달라며 애교를 부리는 것 같다. 서진우가 아직 시계를 풀지 못한 손으로 파들거리는 엉덩이를 세게 움켜쥔다. 손가락 사이로 토실토실한 살이 도톰하게 잡히고 분홍색 구멍은 살짝 벌어졌다. 조그맣게 빠끔대는 구멍이 아주 박음직스럽다. 서진우는 구멍을 노려보며, 벨트를 풀고 발기한 좆을 꺼내 잡았다. 느긋하게 기둥을 문지르는 손짓과 달리 들끓는 열기가 눈동자에 그득하다. 

“아응, 진우야아…….”

정서원이 칭얼거리듯 서진우를 부른다. 벨트가 끌러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싹을 튼 기대감이 목소리마저 달뜨게 만든다. 움켜잡힌 엉덩이도, 안쪽까지 꿰뚫는 것 같은 시선도 기분 좋았다. 자신을 보며 수음하는 서진우 때문에 자꾸 헛된 욕심이 배꼼 올라왔다. 혼나는 중인데, 안 되는데…… 입술이 연신 깨물렸다가, 풀어진다. 결국 욕심에 진 정서원이 서진우를 돌아보며 울먹울먹 조르기 시작한다.

“흑, 진우야, 나, 빨리이…….”

“빨리, 뭐.”

“안에, 안에다 넣어 줘…… 응?”

애가 타는지 엉덩이를 살살 흔들어 직접 가져다 대기까지 한다. 웃음을 터뜨린 서진우가 몸을 바투 붙인다. 단단해진 자지가 축축한 구멍을 툭툭 건드리자 정서원이 다리를 더욱 벌리고 엉덩이를 세운다. 얕게 헐떡이는 소리가 난다. 서진우는 제게 활짝 열린 몸으로 사양 않고 파고들었다. 

“아아……! 흑, 으응. 읏……!”

“윽…….”

선단을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하자 비좁은 안쪽이 우물우물 벌어진다. 이미 한껏 달은 몸은 굵직한 귀두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황홀한지 연신 움찔거렸다. 아플 정도로 조였다는 뜻이다.

“하, 씨발…….” 

잠깐 삽입을 멈춘 서진우가 시트로 흐르는 등줄기를 천천히 쓸어 준다. 그의 입에서 흥분 어린 목소리가 토해졌다.

“힘 빼.”

“흐읏, 앗. 진우야아, 나 못하겠…… 흑! 아으응…….”

“아빠 좆 끊어 먹을 거야? 서원아, 힘 빼라고.”

“응, 으응……!”

마디가 길고 예쁜 손이 거칠게 엉덩이를 움켜잡는다. 취기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평소보다 배려가 없는 아귀힘이었다. 속까지 찌릿찌릿할 정도로 아팠다. 할딱할딱 숨을 몰아쉰 정서원이 힘을 빼려 애를 쓰며 시트를 붙든다. 좁은 곳에 억지로 파고든 좆 때문에 숨쉬기가 버거워지고 있었다. 힘을 빼야 되는데 쉽지가 않다. 의식적으로 힘을 풀려고 하자 외려 접합부가 우물거리며 자지를 삼켰다. 뒤에서 문득 한숨이 샜다. 

“아, 아아아……!”

그리고 허리를 강하게 붙잡혀 단번에 꿰뚫리고 말았다. 팔뚝만 한 존재감이 배꼽까지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정서원은 얕은 오르가즘을 느끼며 붙잡힌 허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기껏 세워 놓은 엉덩이가 자꾸 무너지려는 걸 억센 손이 붙잡아 준다. 그 손은 정서원을 더욱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밑동 깊숙이까지 삽입된 탓에 엉덩이에 음모가 문질러졌다. 단단하게 꿰뚫은 채로 살살 움직여 주니 민감한 속 곳곳에 열이 번져 올랐다. 배를 꽉 채운 쾌감이 좋아서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흐응, 아…… 진우야아, 흑, 좋아…….”

“아빠 좆이 그렇게 좋아?”

“앗, 으응, 응…… 하지 마아, 싫어, 그런 거어…….”

“야하게 허리 흔들어 대는 건 서원인데, 뭘 하지 마. 응?”

시트에 무너진 상체 대신 한껏 세워 놓은 엉덩이가 연신 움직였다. 직접 앞뒤로 움직이는 정서원은 이미 이성이 희미해 보였다. 억지로 기저귀를 채워 놓고 검사까지 했다며 서러워하던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서진우는 손을 놓은 채로 정서원의 허리 놀림을 지켜보았다. 뽀얀 엉덩이가 하느작거리며 핏줄 성성한 자지를 열심히 삼켜 먹고 있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 쾌감이 차진 않는지 “왜 안 돼, 흑…… 짜증 나…….”하고 혼잣말을 재잘댄다. 가만 지켜보던 서진우가 문득 제 아래서 열심인 엉덩이를 붙잡는다. 외설적인 움직임이 멈춰졌다.

“으응……!”

“우리 애기, 안 돼서 속상해?”

“응, 응…… 잘 안 돼서, 나……. 진우가, 진우가 해 줘…….”

“기저귀도 못 뗀 게 벌써부터 야한 것만 배워선.”

“아, 아니야…… 앗! 으앙! 진우, 야아……!”

정서원은 서러워할 새도 없이 더 깊숙이 꿰뚫린 자지에 크게 자지러지고 말았다. 아무리 꼼질거려도 터지지 않던 절정 비슷한 쾌감이 서진우의 몸짓마다 터졌다. 그는 서진우의 억센 손에 붙잡힌 채 강하게 처박히길 반복했다. 퍽퍽 얻어맞은 볼기짝이 분홍빛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흐앙……! 앙, 진우야, 진우야아. 좋아아……!”

“누가 아빠 이름을, 함부로 부를까. 응? 버릇없게.”

“싫어어…… 진우야아, 그런, 거, 아, 앙! 싫어어, 흐응, 응!”

“말도 안, 듣고. 아빠가 서원이 그렇게, 키웠어?”

정서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저어 댄다. 형에 이어 오빠라 부르라 강요하더니 이제는 아빠였다. 그는 서진우가 이런 식으로 짓궂게 굴 때마다 너무나 서러웠다. 서러운데, 단순한 몸은 좆질 몇 번에 매번 풀어졌다. 당장의 쾌락이 더욱 중요해서 그따위 서러움이야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쾌감에 흐무러진 얼굴이 할딱거리며 흐느낀다. 

“힉! 진우야, 나 거기, 으응! 기분 좋아아……!”

황홀한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대감에 등허리가 바싹 세워진다. 진우야, 나 더 해 줘, 더…… 보채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도 아닐 텐데 서진우는 불쑥 움직임을 멈추었다. 푹 젖은 내벽을 귀두가 천천히 긁으며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막 절정을 앞뒀던 정서원이 울먹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왜, 왜……?”

제대로 못 조였나? 내가 너무 밝혀서 질린 걸까? 짐작 가는 이유가 너무 많다. 정서원은 제발 계속해 달라는 애교를 담아 안을 열심히 조였다. 서진우의 반듯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언뜻 욕설이 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박아 주는 일은 없었다. 서진우는 연신 얻어맞아 빨개진 엉덩이를 붙잡고는, 느긋하게 허리를 빼내었다. 불거진 귀두가 끝에 툭, 걸렸다가 꺼덕거리며 세워진다. 정서원이 결국 설운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한다.

“흑, 싫어, 싫어…… 진우야, 빼지 마아…….”

뒤로 손을 뻗은 정서원이 더듬더듬 자지를 붙잡는다. 그러더니 스스로 다시 삽입을 시도하려는지 엉덩이를 움직이며 자지를 맞추려 애를 쓴다. 어설픈 손짓을 따라 자지가 회음부를 건드리고, 엉덩이를 미끄러졌다가, 아쉽게 구멍을 스친다. 그럴 때마다 정서원은 낑낑 애달픈 소리를 흘리며 발끝을 굴렀다. 이거, 넣으면 기분 좋은데, 이걸로 깊게 박아 주면 너무 좋을 텐데, 서진우는 좀처럼 도와주지 않았다. 흐릿해진 머릿속에 서진우를 만족시킬 만한 말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른다. 정서원은 떠오르는 대로 주워섬기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서원이 말 잘 들을 테니까, 이거, 아빠 자지이, 주세요……. 응? 제발…….”

“아빠 자지, 서원이 보지에 넣어 줘?”

“응응, 서원이 보지에다 넣어 줘…….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애 될게요. 네?”

착한 애라니, 자지를 꼭 붙든 채 엉덩이를 살랑거려 가며 하는 말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서진우는 제 자지를 갖고 노는 정서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고운 손으로 핏줄이 울퉁불퉁한 자지를 붙잡고 어떻게든 넣어 보려고 애를 쓰는 게 참 안타까웠다. 그래서, 살랑거리는 엉덩이를 붙잡아 대신 깊숙이 처박아 주었다. 

“흐아앙……!”

깊숙한 곳까지 단번에 꿰뚫린 정서원이 고개를 젖히며 자지러진다. 자지를 감싼 내벽이 꽉 움츠러들고 있다. 고작 다시 처박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이른 것이었다. 

“흑! 아, 진우야, 아빠아……! 나, 아직……! 흐앙, 앙!”

서진우는 달달 떨리는 골반을 양손으로 붙잡아 세운 채 허리를 계속 움직였다. 커다란 손에 잡히니 토실한 엉덩이가 한 줌 같다. 애를 낳은 뒤 박기 좋게 살이 붙어, 박을 때마다 탄력 있게 튕기는 것도 귀엽기 그지없었다. 발갛게 익은 엉덩이를 노려보던 그가 고개를 들어 시트를 꼭 붙든 채로 앙앙 자지러지는 정서원을 바라본다. 정서원은 하얗던 피부를 온통 발갛게 물들이고는 가쁜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안 돼, 나, 나아…… 흑, 이상해, 잠깐마안…… 앗! 아으응!”

“싫어? 흐으, 하지 말까?”

“싫어어, 앗! 빼지, 마아! 힉, 그만, 응! 나 이상해애, 안 할래애, 앗, 아, 아!”

정서원이 도리질을 쳐 가며 시트를 꼭꼭 잡아당긴다. 아무래도 앞으로 달아나려는 모양이었지만 골반을 붙잡힌 채 처박히는 중에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서진우는 깊숙이 처박으며 붙잡은 골반을 살살 움직여 댔다. 억센 손에 딸린 엉덩이가 그의 손짓을 따라 위아래로 살랑거린다. 정서원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진우에게 엉덩이를 붙인 채로 애교를 떨어야 했다. 억지로 세워져 빙글 돌 때마다 등허리가 달달 떨린다. 묵직한 자지가 또 어디를 건드렸는지 정서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지러졌다. 수줍어 감추고 있던 말이 줄줄 새었다.

“아빠아, 힉! 서원이 쉬, 쉬야…… 쉬야 나올 것, 같아요……!”

“서원이 쉬야 할 것, 같아?”

“응, 으응! 그러니까, 그거, 그마안…… 아! 으응, 앗, 아, 앙!”

오줌이 나올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는데도 서진우는 멈춰 주지 않았다. 어째선지 오히려 흥분하여 안을 자극하는 몸짓이 더욱 빨라졌다. 오줌을 참느라 아랫배에 꾹 힘을 준 탓인지 평소보다 아찔한 쾌감이 배가 되었다. 속절없이 쏟아지는 쾌락에 정서원은 점차 함락되어 갔다. 묵직하고 단단한 자지가 내벽을 깊숙이 찌를 때마다 오줌이 질질 샐 것 같았다. 별이 튀는 눈앞이 아득해졌다가 돌아왔다. 

“흐앙, 아……! 시, 싫어어…… 안 돼에……!”

“괜찮아. 서원이 기저귀에다 예쁘게, 싸면 되지, 응?”

“아, 안 돼에! 진우야아, 힉……! 형아아, 오빠, 아! 아빠……!”

간절한 맘에 서진우가 놀이 삼아 내놓았던 호칭이 전부 꺼내졌다. 물론 부추기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서진우는 혼자서 소변도 볼 줄 모르는 애기를 위해 아낌없이 좆을 처박아 주었다. 구명줄을 찾아 앞을 더듬거리던 정서원이 결국 달아나지는 못한 채 애꿎은 베개만 꼬옥 끌어안는다.

“흐앙, 앙! 아빠, 서원이, 쉬, 쉬야 나와요…!”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이 속절없는 쾌감에 허물어진다. 그 잠깐 사이에 열린 요도에서 찔끔찔끔 맑은 물이 새기 시작했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줄기는 곧 쫄쫄거리며 기저귀에 쏘아졌다. 자지를 받으며 터지는 쾌감과 오래 참았다가 싸는 해방감이 엉망으로 뒤섞였다. 전에 없던 짜릿함이었다. 정서원이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등허리를 달달 떨어 댄다. 정말 창피스럽게도, 오줌을 지리면서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히이잉…… 흑, 흐앙…….”

“왜 울고 그래. 쉬야 예쁘게 잘했는데.”

서진우는 방금 소변을 지린 성기를 대수롭잖게 매만지며 말했다. 그 말에 정서원은 더욱 수치심이 올랐다. 서진우가 종종 애들 기저귀를 갈아 줄 때 보이는 태도와 똑같았던 탓이다. 베개에 콕 묻은 얼굴이 흥분과는 다른 열로 발갛게 물든다. 서진우는 결합한 그대로 정서원의 등으로 바투 붙으며 발개진 얼굴에다 입을 맞춰 주었다. 서럽던 표정이 키스를 받으면서 서서히 풀어졌다. 문득 서진우가 웃었다.

“우리 형, 걱정이네…….”

“……?”

정서원이 감았던 눈을 가물거린다. 서럽게 울고불고 하다가도 달래 주면 금세 순해지는 모습이 퍽 귀엽다. 서진우는 터지는 웃음을 굳이 참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삽입된 자지도 꺼덕거렸는지 정서원이 작게 할딱이는 소리가 났다. 

“나중에 애들 기저귀 다 뗐는데 형만 못 떼면 어떡하지?”

서진우는 아주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며 정서원이 오줌을 지린 기저귀를 돌돌 말아 내던졌다. 그러고는 웅크린 몸을 조심스레 잡아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겨우 마주 보게 된 얼굴은 울음기로 발개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다소 충격에 젖은 표정이기도 했다. 서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정서원에게 입을 맞춰 대며 불순한 욕심을 채웠다.

“지, 진우야……. 나, 그럼, 진짜, 어떡해……?”

“응?”

“애들 기저귀 다 뗄 때까지, 나만, 화장실 못 가리면…….”

우물쭈물 말을 잇던 얼굴이 푹 숙여진다. 서진우는 그를 양손으로 잡아 젖은 눈가에다 나란히 입을 맞춰 주었다.

“글쎄, 굳이 가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있는데.”

“그치만…… 아!”

그러더니 아직 삽입되어 있는 자지를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서원이 할딱이며 자신을 감싼 서진우의 팔뚝을 붙잡았다가, 이내 어깨에 매달린다. 서진우는 그의 귓가에다 입을 맞추고 혀를 세웠다. 보송보송한 귓바퀴를 축축한 혀가 타고 흘렀다.

“쉬 마려우면 내가 봐주면 되지. 응?”

“애들이, 이상하게에, 볼 텐데…….”

“애들도 이해해 줄 거야. 가족이잖아.”

“그래도…… 아, 으응, 응.”

울퉁불퉁 핏대가 솟은 자지가 푹 젖은 안쪽을 들쑤시며 머릿속을 흩트려 놓는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허나 무수히 해 왔던 자문은 늘 그랬듯 쾌감에 허물어졌다. 그런 것쯤 대수롭지 않아진다. 정서원이 몽롱하게 풀린 얼굴로 서진우에게 매달리며 키스를 조른다. 입술이 맞닿고 혀가 섞이는 중에 하얀 다리가 매끈하게 다림질 된 정장에 감겨든다. 

“아빠, 서원이, 더어 빨리…….”

“더 빨리 해 줘?”

“응, 더어…… 흐응, 아, 아!”

단단하고 묵직한 것이 푹푹 깊숙이 파고들었다. 모든 감상이 날아가고 원초적인 단 하나의 욕망만이 남는다. 직접 허리를 움직이며 서진우의 좆질에 맞추던 정서원이 문득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다정한 눈빛이 그를 보고 있었다. 정서원은 그게 절정만큼 뿌듯하여 눈꼬리까지 접어 환하게 웃었다. 

* * *

부모님이 다시 출국하시고 몇 주가 흘렀다. 복잡스럽던 나날이 정리되니 더는 쓸데없는 고민을 할 계기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그저 평안했다. 매일 서진우와 단둘이 보내는 일상은 불안하게 차오르던 걱정도 불식시켜 주었다. 고민했다는 사실조차 희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형, 오늘 애들 보러 갈까?”

“애들?”

얌전히 옆구리에 매달려 있던 정서원이 되묻는다. 아주 잊고 있었단 어조였다. 서진우는 지난 몇 주간 애들을 보지 못했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얼굴을 찬찬히 쓸어 주었다. 

“싫어?”

“아, 아니……. 좋아.”

“억지로 볼 필요는 없어.”

“아니야, 나도 따라갈래.”

애들을 보러가는 목적보다는 서진우를 따라간다는 목적이 확실한 대꾸였다. 정서원은 제 뺨을 만져 주는 손바닥에 살며시 고개를 기대며 “같이 가…… 응?”하고 응석받이처럼 졸랐다. 언뜻, 서진우는 언젠가 외출을 하던 자신에게 혼자 두지 말라고 조르던 정서원을 떠올렸다. 젖먹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애들과 함께 있음에도 그런 말을 했었다. 역시 애를 원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무작정 정을 붙이라고 해 봤자 통할 리 없었다. 서진우는 얌전한 얼굴에 쪽쪽 입술을 찍었다.

“오늘 가면 애들이랑 많이 놀아 줘.”

“으응.”

“우리 애들이잖아.”

“응.”

정서원은 서진우가 자기를 두고 가기라도 할까 봐 더욱 순하게 대답했다. 애들이 엄마를 찾는다느니,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느니 썩 궁금하지 않았던 애들 얘기도 눈을 말똥거리며 경청하는 척했다. 정서원은 애들 얘기보다는 다정하고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서진우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집안 어른들이 너무 예뻐하셔서 버릇없이 자랄까 봐 걱정이야.”

“그렇구나.”

“우리 형도 내가 너무 예뻐해서 나쁜 짓 많이 했는데, 그치?”

“응응…… 그랬어.”

얌전히 대답한 그가 용서를 구하듯 손바닥에 뺨을 비비며 속눈썹을 삼박거린다. 그러더니 서진우의 손을 붙잡고는 손바닥에다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맞닿은 입술이 아양을 부렸다.

“그래도…… 나, 계속 예뻐해 주면 안 돼?”

“혼나는 건 싫고?”

“진우 혼낼 때, 너무 무서워서…… 화내는 건, 싫어…….”

“우리 형 그럼 이제 말 잘 들어야겠네. 나한테 혼날 일도 없고, 내가 화낼 일도 없게.”

정서원이 다소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서진우는 그를 무릎 위에 앉히고는 귀밑머리를 천천히 넘겨 주었다. 그 손길이 아주 부드럽고 간질거려서 정서원은 꼭 졸린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 대답도, 표정도, 눈빛도. 하나같이 순하기만 하다. 원래도 맹한 편이긴 했으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후로는 간혹 사람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생기마저 희미해 보였다. 서진우는 잠깐 예전의 정서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을 구걸하며 제게로 무너지던 정서원도 떠올렸다. 안타까운 맘에 탄식이 샜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응……?”

“아무것도 아니야. 형이 오늘따라 예뻐서.”

“으응, 진우도 예뻐.”

머뭇머뭇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서진우는 감은 허리를 꼭 끌어당겨 깊숙이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도 입술은 유순히 벌어진다. 서진우는 벌어진 입술과 그 안쪽을 빠짐없이 탐하였다. 그리고 이마를 맞대며 눈을 마주했다. 

“결혼하니까 좋다. 형 이젠 진짜 내 거잖아.”

“응, 진우 거니까…… 버리면 안 돼.”

“안 버려.”

“이제, 애들한테도…… 질투 안 하고, 잘할게.”

“안 그래도 돼. 내가 하면 되니까, 응?”

그러니까 형은 그냥, 나한테만 잘하면 돼. 나긋나긋 덧붙여진 말에 정서원이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짓는다. 서진우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역시 괜히 낳은 게 아닐까 싶은 맘은 있었지만, 어쨌든 낳은 이상 책임을 져야 했다. 서진우의 애정을 놓고 질투를 하고 밀어내기만 해선 안 됐다. 어른이니까, 엄마니까……. 뻔히 아는데도 그게 쉽지가 않다. 서진우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서진우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진우 없이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으니, 그의 애정을 두고 애들과 철없이 다툼을 벌인다고 해도 그는 이해해 주어야만 했다. 정서원은 서진우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내가 더 신경을 써야지, 굳이 진우의 관심을 나눌 필요가 없을 만큼 신경을 써 줘야지……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이 서진우를 향한다. 애처럼 응석을 부리는 정서원을 서진우가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나른한 포만감이 몸을 감쌌다. 그나마 다행히도, 아이들은 서진우를 많이 닮았다. 조금 더 자라나고 이목구비가 선명해진다면 자연히 정을 붙일 수 있으리라.

‘그럼 진우 어릴 때 같겠네……. 귀엽겠다.’

정서원은 서진우의 품을 독식한 채로 속 편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