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 또다시 (8/20)

8. 또다시

진우가 대체 언제 올까.

정서원은 아찔할 정도로 차오른 요의를 느끼며 초조하게 발끝을 조였다. 그럴 때마다 침대에 묶인 발목에서 잘그락거리는 쇳소리가 났다. 진우가 오기 전까지는 침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당장 차오른 요의가 까마득해질 지경이었다. 기다림이 아득해지니 간신히 조이고 있는 요도가 훤히 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진우를 기다리다가 침대에 실례를 했던 정서원으로서는 다시 그 수치를 겪고 싶지 않았다. 실례한 이불보를 감추지도 못한 채로 쩔쩔 매다가, 귀가한 진우에게 키우는 개가 부려 놓은 말썽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눈이 부르트도록 울고 또 울었었다. 그때 진우가 펑펑 우는 자신을 정성껏 달래 주기는 했지만…….

이제는 며칠 전인지도 모를 날, 정서원은 혼절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이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방 구조와 가구만 봐도 전에 있던 펜트하우스가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탁 트인 유리창으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는 방에서 화장실이든 욕실이든 스스로 맘껏 드나들었는데, 이제는 창에 덧문이 붙고 커튼이 드리워진 데다 모든 행위를 서진우를 동반한 채 해야 했다. 시간 감각이 아득해졌고, 행동 하나하나에 허락을 받는 게 당연해졌다. 처음에는 형으로서 하나하나 보살펴지는 것이 껄끄럽고 부끄러웠으나 그것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지켜질 때 얘기다. 이제는 그냥, 진우가 한시라도 빨리 돌아와 화장실을 보내 주었으면 싶은 맘뿐이었다. 

“아으…….”

정서원은 이를 악물고 차오르는 요의를 눌렀다. 발가벗은 몸이 침대에서 바르작댈 때마다 잘그락거리는 족쇄 소리와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난다. 이불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요의를 자극하는데 날카로운 쇳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식은땀이 고일 때쯤,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 늘어져 있던 정서원이 언뜻 환희까지 어른거리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진우야……!”

“기다리고 있었어? 먼저 자지, 늦게 온다고 했는데.”

“으응, 응. 미안해.”

발가벗겨진 정서원과 달리 목 끝까지 단정한 차림의 서진우가 다가온다. 정서원은 답삭 안겨들고는 그의 품에다 고개를 묻었다. 그러더니 떨리는 숨을 몇 번이고 들이마신다. 서진우에게 손톱 관리를 당한 반듯한 손끝이 서진우를 구명줄처럼 붙든 채로 떨렸다.

“진우야, 나 화장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이렇게 얌전하게 기다렸구나.”

“흐윽, 진우야 빨리.”

“알았어, 화장실 봐줄 테니까 보채지 말고.”

서진우가 큰 손으로 정서원을 쓰다듬으며 속삭인다. 그는 제게 몸을 내맡기는 정서원을 여유롭게 어루만지면서 발가벗은 등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와 족쇄가 감긴 발목을 붙잡았다. 한계까지 벅찬 요의를 잘 알면서도 뜸을 들이는 태도에 애간장이 녹는 것 같다. 하지만 정서원은 보채지 못하고 밭은 숨만 헐떡거렸다. 그러자 서진우가 지문인식센서에 손을 갖다 대는 대신 고개를 들어 정서원을 보았다.

“그런데, 형.”

“으, 응?”

이런 어두로 시작되는 말은 대개 끝이 좋지 않다. 정서원은 걱정과 불안으로 처연해진 얼굴로 서진우를 힐끔거렸다.

“전에 형이 못 참고 이불에 오줌 쌌었잖아. 기억나?”

“……으응…….”

“그래서 내가 정 못 참을 것 같으면 쓰라고 배변 패드도 갖다 놨었는데.”

서진우의 무감한 시선이 정서원을 훑다가 침대 맡으로 떨어졌다. 정서원은 물론, 서진우가 자기가 오지 않을 때 쓰라며 깔아 놓은 그것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나 사용하는 곳에 볼일을 보고 싶진 않았다. 정서원은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에 눈동자를 굴려 가며 변명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러나 끝까지 다다른 요의, 서진우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만 하는 처지는 적당한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내가 매번 오자마자 형 화장실부터 봐줘야겠어?”

“미, 미안…….”

“알아서 싸면 좀 좋아, 응?”

“미안해…….”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차가운 말투에 결국 정서원이 눈물을 글썽거린다. 서진우는 딱히 달래 주지 않고는 센서에 지문을 가져다대며 족쇄를 풀어 주었다. 바르작거리느라 살짝 빨개진 발목을 상품 가치를 평가하듯 만지고 살펴보던 서진우는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정서원을 일으켜 세웠다. 그대로 화장실로 데려가 줄 것 같았으나, 정작 그가 정서원을 이끌고 간 곳은 침대 맡에 깔린 배변 패드 앞이었다. 대형견 사이즈의 배변 패드 여러 장이 정서원의 발밑에 푹신하게 깔렸다. 정서원이 흔들리는 눈으로 서진우를 올려다본다. 그 눈가에는 떨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눈물이 가득 차있었다.

“진우야…… 나, 나, 이거는…….”

“형, 매번 참는 것도 습관 되는 거 알지. 병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그래.”

“흑, 그치만…… 진, 진우가 있는데…….”

“내가 오늘 끝까지 안 왔으면 어쩌려고 했는데.”

서진우는 매번 외출 때마다 정서원을 묶어 놓고도 언제 오겠노라 정확한 확신을 주지 않고 나섰다. 몇십 분 만에 들어온 적도 있고, 또 어떤 때는 한나절이 지나도록 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서원은 매번 서진우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참고 보는 습관이 들고 말았다. 어차피 시계가 없는 데다 창밖이 보이지 않아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가늠도 안 되는 방이었다. 묶인 정서원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정서원이 울상인 채 시무룩하게 눈을 내리깔자, 서진우가 조금은 다정하게 달래 주기 시작한다. 큰 손이 정서원의 발가벗은 등을 쓰다듬는다.

“형 걱정돼서 그래. 형도 괜히 못 참고 이불에 지렸다가 또 엉덩이 맞긴 싫잖아.”

“……흑, 흐으…….”

“응? 대답 안 하네.”

“으, 으응. 흐끅. 맞아…….”

오줌을 지려 놓고 우는 그를 다정하게 달래 줘 놓고는, 말썽을 저질렀으니 혼이 나야 한다며 무릎에 엎어 놓고 엉덩이를 때렸던 서진우가 선명히 떠올랐다. 정서원은 스스로 몇 대를 맞을지 정해야 했고, 매서운 손에 한번 얻어맞을 때마다 그 숫자를 입으로 읊어야 했다. 수치스럽고 무서운 기억이었다.

정서원은 잔뜩 주눅이 든 채로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요의가 한계점을 넘실거린 지 오래다. 서진우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는 무어라 토를 달든 결국 이곳에 싸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늘 변기에만 싸 오던 그가 어떻게 싸야 할지 몰라 요의로 딴딴해진 성기를 붙잡고 망설이기만 하자, 서진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도와주었다.

“서서 싸면 흘리잖아.”

먼저 서 있던 몸을 가볍게 주저앉히고는, 

“자지는 내가 붙잡아 줄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소변을 보려던 정서원을 만류하며 네다리로 짚고 선 다리 중 길쭉한 다리를 제멋대로 올리더니 성기를 직접 붙잡아 배변 패드에 조준한다. 이미 울고 있던 정서원이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딸꾹질을 터뜨렸다. 얼굴은 물론 귓가와 목덜미까지 빨개진 그가 서진우를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흑, 진우야…… 그, 그냥, 내가 하면 안 돼……?”

“혼자서 할 줄 알면서 지금까지 나한테 화장실 같이 가 달라고 조른 거였어?”

“흐윽, 부끄러워서…… 그럼 눈, 감고 있어 주면 안 돼……?”

“안 흘리고 잘 싸나 내가 봐야지. 형.”

결코 응석을 들어주지 않는다. 정서원은 눈물을 펑펑 쏟아 내며 느슨해진 요의를 어떻게든 참으려 애를 썼지만, 이미 한번 느슨해진 요도에서는 오줌이 왈칵 토해져 나왔다. 다시 막을 틈도 없었다. 쫄쫄거리는 소리와 함께 큼직하고 두툼한 배변 패드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정서원은 개처럼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는 스스로가 창피스러워서, 그리고 그 꼴을 아주 당연하게 바라보는 서진우를 볼 수가 없어서 눈을 질끈 감고 엉엉 울었다. 빨개진 얼굴을 타고 흐른 눈물이 배변 패드를 적셨다. 

서진우는 오줌 줄기가 완전히 잦아든 다음에야 붙잡은 자지를 티슈로 정성껏 닦아 주었다. 이미 정서원 스스로 들고 있는 한쪽 다리가 벌벌 떨렸다. 아직도 질끈 감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다. 서진우는 매섭게 몰아붙였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정히 달래 주었다.

“이렇게 잘 쌀 줄 알면서 왜 여태껏 혼자 못 쌌어, 응?”

“흐윽, 흑, 흐끅…….”

“형은 똑똑하니까 이제 한 번 배운 거 안 잊고 잘할 수 있지?”

서진우가 벌벌 떠는 정서원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 주고 감은 눈두덩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그래도 정서원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감은 눈을 뜨지도 못했다. 서진우는 정서원이 보지 못하는 때에나 아주 다정히 웃어 주었다.

“오래 참아서 아랫배 아프겠다. 형, 괜찮아? 다음부터는 나 언제 올지 모르는데 오래 기다리지 마.”

“……흑. 으으.”

“나 자꾸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 알았지?”

정서원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서진우는 그가 배변 패드를 못 밟게 주의시키면서 욕실로 이끌었다. 정서원은 제 몸을 안고 이끄는 품에 점차 몸을 맡기다가 이내 꼭 안겨들었다. 을러대며 몰아붙일 때는 무서웠지만 어쨌든 잘 수행하고 나면 진우는 거짓말처럼 너그러워졌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또 무섭고 두렵다가도, 다정하게 구는 서진우에게 정서원은 깊이 의존하고 있었다. 어차피 서진우 외에는 달리 위안을 받을 곳도 마땅찮았다.

이미 우울감과 무력감에 깊이 잠식된 정서원은 서진우가 부디 자기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 고분고분하게 굴기도 했다.

“형이 좋아하는 입욕제도 풀어 줄게.”

“……으응.”

“오늘 바깥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 줄까?”

“응…….”

욕조에 가득 잠긴 물에 입욕제를 풀자 설탕을 푼 우유 같은 달콤한 냄새가 난다. 서진우는 정서원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고는 그를 욕조 안에 앉혔다. 정서원은 자신을 앉혀 놓고 떠나려는 서진우를 무심코 붙잡았다가, 제 손에 물기가 가득하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놓았다. 서진우가 눈웃음을 지었다.

“옷 갈아입고 올게.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

정서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목에 걸린 방울 초커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서진우가 이제는 형을 도저히 못 믿겠다며 억지로 둘러놓은 초커에는 서진우의 이름 석 자와 그의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미아 방지용 목걸이 같기도 했고 애견 분실 방지용 목걸이 같기도 했다. 거부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이것도 서진우 없이는 풀 수 없는 물건이었다. 매번 나체로 있는 것도, 서진우가 외출할 때마다 침대에 묶이는 것도, 서진우가 있을 때조차 화장실을 허락받고 가야 하는 것도. 몽땅 불편하고 기이했으나 정서원은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점차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서진우는 아직도 울음기가 남아 있는 얼굴을 붙잡고 곳곳에 입을 맞춰 주었다. 정서원의 심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위로였지만 정서원은 그것마저 절실하여 얌전히 눈을 감았다. 서진우가 고분고분한 얼굴을 감상하며 웃었다.

“우리 형, 너무 예쁘다.”

원래는 이렇게 착하고 얌전한 형이었다. 다만, 너무 순진한 탓에 판단 능력이 떨어질 뿐이다. 서진우는 스스로 몸 간수도 못하는 아주 어리고 나약한 그를 어른으로 대해 줬던 시간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힘들까 봐, 우울해할까 봐, 슬퍼할까 봐, 괜한 걱정을 하며 배려해 주는 게 아니었는데. 애초에 정서원에게는 그런 배려를 받을 가치가 없었다. 혼자서는 몸 간수 하나 못하는 그에게 무슨 자유가 필요하다고.

서진우는 자신만을 애타게 바라보는 정서원을 보며 내내 밑바닥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야릇한 욕심이 충족되는 것을 느꼈다.

* * *

진우는 늘 내게 다정하다. 그 공식은 정서원 안에서 여태껏 깨진 적이 없었다. 이 몇 달간 관계가 전복되어 강압적이고도 무서운 서진우에게 혼이 많이 나기는 했었으나, 굳이 따지자면 정서원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서진우는 제 진심과 욕심도, 하물며 애정의 깊이도 모르는 정서원에게 늘 다정한 애인이 되어 주고자 갖은 노력을 해 왔다. 

오냐오냐 자라나 순한 얼굴로도 고집이 강하던 정서원을 어르고 달래 가며 품어 온 것 역시 서진우였다. 그 과정에 정서원의 인지와 노력은 단 한 줌도 들어 있지 않았다. 서진우는 모든 성향을 정서원에게 맞춰 주었고, 정서원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서진우의 진짜 성향도 모른 채로 그와 자신이 썩 비슷한 존재라고만 생각해 왔다. 혼자만 아주 평탄한 인생이었다. 베타로 발현될 것을 어쩌다 보니 오메가로 발현되어 마음고생을 하긴 했었지만, 그 순간마저 서진우가 곁에 있었다. 정서원의 인생에 굴곡이라고는 야트막한 언덕조차 없었다. 서진우가 뉴욕으로 떠난 후 제 손으로 구덩이를 판 것을 빼면 말이다.

그래서 요즘, 정서원은 그렇게 다정하고 살뜰하던 서진우의 심기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회사 업무를 보고 있는 그의 서재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가 자지를 물고 빠는 중이다. 서로의 기분을 묻고 애정 섞인 말이 오가던 섹스와는 사뭇 달랐다. 정서원이 발딱 선 커다란 자지를 입으로 빨고 손으로 문지르는 동안 그는 눈길 한 점 내어 주지 않았다. 

“흐읍, 웅…… 으웅.”

정서원도, 원래는 일하는 사람을 붙잡고 자지나 빨 생각은 없었다. 오늘 자택 근무를 한다던 서진우에게 “옆에 있어도 돼?”라며 조심스럽게 물었을 뿐이고 “재미없을 텐데.”라는 미온적인 허락이 떨어졌기에 신이 나 서재까지 따라갔던 것뿐이다. 물론, 정말 재미가 없었기에 일하는 진우를 구경하다가 잠깐 졸긴 했다. 잠결에 고개를 까닥거리다가 눈을 떴을 땐 서진우가 그를 보고 있었다. 서진우는 서재 소파에서 알몸을 웅크린 채 졸던 그에게 “형, 심심해?”하고 아주 부드러운 말씨로 물어 왔다. 정서원은 대답을 고민하다가 소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서진우의 심기를 건드린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형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주겠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하아, 흡…….”

서진우의 말 한마디에 제 발로 기어 들어가게 된 정서원은 열과 성을 다해 봉사했다. 흥분의 기미조차 없던 자지는 그의 입과 손에서 점차 본연의 크기를 되찾아 갔다. 고취될수록 흘러드는 알파 페로몬이 몹시 황홀했다. 서진우가 그날 이후로 이 장난감을 제대로 내어 주는 일이 드물었기에, 본래 봉사 의식이 희미한 정서원은 금세 몸이 달뜨고 말았다. 다리를 얌전히 모으며 아랫도리를 짓눌러 보기도 했지만 몸이 달뜨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서진우의 말마따나 씨도 없는 맹물만 뿌려대는 자지가 서진우의 자지보다도 먼저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앉아서 졸기나 하던 정서원이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입과 손을 쓴다. 졸음이 멀리 달아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신이 또렷한 것은 아니다. 자지가 주는 열락을 아는 몸은 입으로 물고 빠는 동안 그걸 다리 사이로 품고 싶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는 굵직하고 기다라며,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으면 묵직함마저 느껴지는 자지를 입 구멍에다 쑤시며 이것이 제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바가 많은 몸에 짜릿한 쾌감이 달린다. 방울 소리가 나도록 고갯짓까지 해 가며 자지를 빨아먹는 그는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빨면 빨수록 감히 욕심이 났다. 앞뒤가 벌써 흠뻑 젖어들었다. 축축이 젖어드는 아래가 간질거리고 그 안쪽이 욱신거려 미칠 것 같았다. 정서원은 입 안 가득 품었던 자지를 빼내며 지금껏 뜨끈한 입과 축축한 혀로 감아올렸던 그것을 얼굴에다 문질렀다. 제 얼굴보다 큰 자지를 이마와 볼에 문지르는 얼굴에 황홀감이 들뜬다.

“하아아…….”

진우가, 이걸로 박아 줬으면 좋겠다. 넣어서, 쑤시고 문질러서, 제일 깊은 안쪽까지 찔러 줬으면 좋겠다. 너무 좋아서 무심코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여도 좋으니 그렇게 몰아붙여 주면 좋겠다. 종내에는 아기집에 닿을 만큼 깊숙이 박은 채로 진한 씨물을 터뜨려서, 그게 배 속에 뜨겁게 퍼지는 기분을 맛보고 싶었다. 

‘진우 자지 너무 좋아…….’

서재 책상 아래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은 정서원이 다시금 입술을 연다. 처음 서진우가 발치를 두드렸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워했던 주제에 이제는 뺏으면 섧게 울 것 같은 기세로 자지를 품는다. 혀로 기둥을 핥다가 귀두를 집중적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입술을 모아 아기씨가 담겨 있는 맑은 물까지 남김없이 삼킨다. 그는 이상현에게 혼나 가며 배웠던 솜씨로 기어코 서진우를 사정시켰다. 지금껏 정서원에게 관심 한 점 주지 않았던 서진우가 사정의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정수리에 커다란 손을 얹었다. 그 손은 가볍게 머리카락을 잡아 쥐었다가 사정이 끝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느슨해졌다. 정서원은 사정을 하며 꿈틀대는 자지를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쏟아지는 정액을 모조리 목구멍으로 넘겼다. 울대뼈가 정액을 삼키느라 연신 꿈틀거렸다. 굶주린 그는 서진우의 흥분에 못 이긴 손길과 자지에서 터진 정액을 삼키는 것만으로 야트막한 절정에 빠졌다. 

정서원은 사정이 끝난 자지를 뺏어 가려는 서진우를 붙잡고 애타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염치가 없다는 듯 시선을 여러 번 숙여 가면서도 끝끝내 애원을 완성했다.

“진우야……. 저기, 나 하, 하고 싶, 어…….”

“뭘.”

“……이, 거…… 넣고 싶은데…… 안, 돼……?”

“아, 자지 빨았다고 그새 발정 난 거구나?”

정서원이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속눈썹을 내리깐다. 서진우는 그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 주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형. 오늘은 그 걸레 같은 구멍에 박고 싶지가 않네.”

부드러운 손길에 다감한 목소리와 달리, 비수 같은 모욕을 정서원에게 속삭이는 표정에는 어떤 열기조차 없다. 마치 당연한 사실을 읊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울상이던 정서원이 결국에는 눈물을 떨어뜨리자 못된 말을 한 장본인이 직접 눈물을 닦아 주었다. 정서원은 소극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 손길을 피해 보려 했지만 그러자 오히려 턱을 강하게 붙잡혀 억지로 눈물을 닦였다. 강압적인 다정함이었다. 어찌 피할 도리가 없는 정서원은 속눈썹을 내리깔며 서진우의 시선에서 빗겨 났다. 그를 쓰다듬는 손길이 퍽 부드럽다.

“형, 못 참겠어?”

정서원이 대답 대신 고개를 젓는다. 서진우는 다물린 입술을 엄지로 어루만지며 그 안의 하얀 치아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입은 뒀다 뭐에 써? 자지나 빨려고 있는 거야?”

“……아, 니…….”

“말 잘하네. 형 입으로 말해 봐. 못 참을 정도로 뒤가 간질거리는지.”

“…….”

수치스러움에 입술이나 떠는 정서원에게 “역시 형 입은 자지나 받는 구멍이라 말을 못 하나?” 대답을 싸늘하게 강요하는 소리가 떨어졌다. 정서원은 서진우가 기껏 닦아 놓은 얼굴이 다시 눈물범벅이 되도록 눈물을 터뜨리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아, 니야…… 참을 수 있어…….”

“정말?”

은근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정서원이 서진우의 모진 말을 떠올리고는 억지로 입을 연다.

“정말, 정말로…….”

“그래? 참을 수 있구나. 그런데, 내가 형 한 번 믿었다가 참 좆같은 꼴을 본 적 있잖아. ……응? 대답해야지.”

“……으, 응.”

“그래서, 정말 미안한데, 형. 내가 형 말을 못 믿겠어. 어쩌지?”

서진우는 정말 미안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말하며 정서원의 얌전한 얼굴을 맘대로 건드렸다. 진열된 인형을 대하듯 젖은 눈가와 오뚝한 콧대를 두드리는 손끝에는 장난기마저 어려 있다. 정서원은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은근해질수록 두려움에 잠겨 갔다. 이미 뜨겁고 축축해진 뒤가 부끄러워서 발끝을 꾸물거리는 몸짓이 퍽 애처롭다. 어쩌면 이미 젖은 물이 밖까지 흐르는 걸 감추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진우는 속 뻔히 보이는 행동에 소리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가 슬리퍼를 신은 발끝으로 정서원의 다리 안쪽을 문지른다. 정서원이 서진우의 허벅다리를 붙잡은 채로 달뜬 몸을 파득거렸다.

“형은 내가 안 박아 주면 다른 개새끼랑 붙어먹을 텐데.”

“아, 아니야, 진우야… 정말 아니야……. 나, 나 잘 참을 수 있어.”

“하하…… 씨발, 원래 말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 그런가. 형 입은 말 같잖은 소리도 잘하네?”

날카롭게 날이 선 목소리에 정서원이 겁에 질려 아랫입술을 깨문다. 서진우는 더 덧붙이지 않고 붙잡은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일어나.” 정서원이 머뭇거리자 얼굴을 건드리던 손이 들린 턱을 건드린다. 개에게나 할 법한 행동이었다. 온갖 감정으로 몸이 떨렸으나 그렇다고 정서원이 그를 거부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무릎걸음으로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온 정서원이 오래 꿇어앉아 있느라 저린 다리를 간신히 펴며 몸을 일으킨다. 서진우는 여전히 무감한 표정이었다. 그는 물건을 따져 보는 깐깐한 클라이언트처럼 정서원의 나신을 가느다란 지시봉으로 돌려가며 훑어보았다. 힘이 실린 것은 아니었으나 정서원은 순순히 몸을 돌렸다. 샅샅이 훑어보던 그가 이윽고 푹 젖은 뒤와 모멸감에도 죽지 않은 자지를 지적한다. 쇠막대 끝이 맨살을 가볍게 짓눌렀다.

“봐. 형은 자지 한 번 빨았다고 앞도 뒤도 질질 싸는데, 응? 내가 어떻게 믿겠어.”

“흐윽…… 진우야, 잘못했어…… 하, 하지 마…….”

“잠깐 나가 봐야 하는데, 형이 나 없는 사이에 또 어떤 개새끼를 끌어들여서 붙어먹고 있을까 걱정이 돼서 못 그러겠네?”

“흑, 흐윽…… 흐끅. 흑.”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정서원을 몰아세우던 그가 몸을 일으킨다. 그는 정서원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 깨끗해진 자지를 옷 속에 갈무리하고 벨트를 잠갔다. 그러고는 서랍을 뒤지는 뒷모습에는 조금 전까지 펠라를 받으며 사정까지 한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흥분의 작은 조각도 엿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서진우가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왔다. 그는 자신이 돌려놓은 자세 그대로 눈물만 훌쩍이고 있는 정서원을 부드럽게 끌어안더니 그것을 곧장 젖은 엉덩이로 집어넣었다. 뒤에 쑥 삽입되는 차가운 것에 화들짝 놀란 정서원이 몸을 웅크렸다. 올라붙은 엉덩이와 허벅지로 간질간질한 게 느껴졌다. 만져 보니 꼬리였다.

“지, 진우야 이거, 뭐, 뭐야……?”

“그냥 가면 또 누굴 끌어들일 줄 알고. 형이 너무 허전해하는 것 같으니까 이거라도 끼고 있어. 응?”

“나, 나 그때는 페로몬 때문에……. 흑!”

서진우는 이제 정서원의 말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이 끝맺기도 전에 삽입된 플러그를 빙글 돌린다. 정서원은 뜨거운 안쪽에 차가운 금속이 미끄러지는 감촉이 끔찍하여 서진우의 품에서 바동거렸다.

“시, 싫어, 이거 빼 줘…… 흑. 진우 거 말고는, 시, 싫어…….”

“기특한 소리도 할 줄 아네. 너무 귀여워서 잠깐 속을 뻔했어, 형.”

“아아응…… 힉, 차가워, 이상해, 진우야아…….”

겨우 바닥을 딛고 선 흰 다리가 바들바들 떨린다. 서진우는 앙증맞은 꼬리가 달린 플러그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정서원의 성감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싫어, 빼 줘, 이상해…… 애원하는 목소리에 점차 달뜬 소리가 섞이기 시작한다. 그러자 서진우는 집요하게 놀리던 손을 바로 떼 버렸다. 어렴풋하게 절정으로 밀려나던 정서원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서진우를 바라본다. 서진우는 그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춰 주었다. 순순히 입을 벌려 키스를 받는 정서원은 또 금세 달아올라 발딱 세운 자지로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진우가 얌전히 눈을 감고 키스하는 정서원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며 손바닥으로 희롱한다. 손길을 따라 개폐하는 구멍과 한 뼘쯤 되는 금속 플러그에 쫀득하게 달라붙는 안쪽은 그 작은 자극에도 열감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키스를 마치고 떨어지려는 몸을 붙잡지 못한 정서원이 서글픈 얼굴로 입술만 깨문다.

“나 올 때까지 이걸로 참아.”

“진우야아…….”

“외롭다고 아무거나 받는 구멍에 다른 새끼 받지 말라고 박아 놓은 거니까 괜히 이걸로 쑤시지 말고 조신하게 기다려, 응?”

“그, 그치만 나, 이거…….”

“왜. 형이 내 자지 말고는 싫다며. 또 거짓말한 거야?”

그 말에 정서원이 무어라 토를 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진우는 입을 다문 정서원에게 강압적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해사한 웃음을 지어 주고는 외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서원은 서진우가 꽂아 준 꼬리를 흔들거리며 외출 준비하는 그를 쫓아다녔지만 결국에는 플러그를 그대로 꽂은 채 서재에 홀로 남겨졌다. 족쇄로 묶이진 않았다고 해도 밖에서 잠긴 문은 같았기에 갇힌 처지는 똑같았다. 서진우가 사라진 문간에서 한참 서성이던 정서원이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 * *

일인용 소파에 몸을 기대앉은 정서원은 한참 발끝을 꼬물거렸다. 그저 플러그라고만 하기에는 크기가 애매한 삽입물은 그가 어떤 자세로 앉든 비좁은 안을 눌러대며 자극했다. 이미 한껏 달은 몸으로는 그 자극조차 버거워서 옆으로도 앉고, 바로 앉기도 하고, 뒤를 내보인 채 등받이를 끌어안아 보기도 했지만 열기는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금방 올 것 같다던 서진우도 한참 오지 않았다. 자꾸 엉덩이와 허벅지를 간질이는 부들부들한 감촉에 더 민감해져 견디기가 힘들었다.

“진우야, 언제 와…… 흑.”

아무하고나 놀아난 난잡한 구멍에다 감히 넣어 달라 조르지 않을 테니, 그저 빨리 와서 이 애매하게 몸만 달궈 놓는 물건을 빼 주길 바랐다. 그에게는 자위도 허락되지 않았고 빼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손을 쓸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 짧은 인내심을 더 빠르게 태워 놓는다. 

“아으응…….”

몸을 뒤척이던 정서원은 안에 닿는 자극에 몸 둘 바를 모르고 헐떡였다. 발딱 선 자지는 한껏 고취된 흥분으로 한 번도 죽지 않은 채 계속 세워져 있었다. 오랫동안 피가 쏠린 자지가 얼얼하고 답답했다. 소파에 양다리를 올리고 앉은 정서원이 제 가랑이 사이를 젖은 눈으로 바라본다. 발딱 선 자지가 물을 뚝뚝 흘리고 있고 그 아래로는 복슬복슬한 꼬리가 늘어져 있었다. 조금만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있는데, 그러면 내내 애타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데. 정서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떨리는 숨과 함께 다시 뜬다. 기분 좋아지고 싶었다. 애타기만 하는 건 싫었다.

서진우의 자지를 빠는 순간부터 그를 지배하고 있던 욕망이 뱃속을 치댄다. 정서원은 저도 모르게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가, 서진우의 말을 떠올리고는 간신히 거둬들였다. 애타는 발끝과 손끝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움찔거렸다. 

‘진우가 와 줄 거야, 곧 와서 이거 빼 줄 거야, 조금만 참자…….’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간다. 차라리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희망으로 버텼을 텐데, 혹시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급함에 입이 타들어 갔다. 정서원은 다리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에도 속이 건드려지자 달뜬 숨을 토하고 만다.

“흑, 흐으. 응…….”

한 뼘 조금 넘는 크기, 굵기도 젖은 뒤에 단번에 들어설 만큼 볼품없었지만 달뜬 몸을 적시기에는 충분했다. 애타는 몸에 터진 쾌락은 좀처럼 외면하기 힘든 것이었다. 정서원이 숨을 몰아쉰다. 하고 싶은데, 안 되는데, 아, 하고 싶어. 갈증과 인내 사이에서 번뇌하던 그가 결국에는 소파에 닿은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며 조금 전 그 자극을 찾기 시작한다. 소극적인 움직임에도 안에 들어찬 물건은 속살을 제멋대로 건드려댔다. 그리고 족족 짜릿한 전율을 터뜨렸다. 아랫배를 근질이던 갈증이 해소되는 것만 같았다. 쾌락이 주는 해소감에 젖어든 그가 더 대담하게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살짝 만지기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조금만 만지면 진우도 모르지 않을까? 그러나 한 번 타오른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갔다. 

“아응, 아, 앙. 아아…….”

서진우가 아무거나 함부로 받지 말라며 꽂아 놓은 플러그를 붙잡고 정서원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극적이던 손짓은 쾌락이 옮겨 붙자 점차 대담해졌다. 소파에 양다리를 올리고,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댄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꼬리가 다리 사이에서 흔들거렸다. 이미 체온에 뜨겁게 달궈진 금속은 거부감도 없이 간질간질한 안쪽 곳곳을 문질러 주었다. 오래 참은 만큼 뜨겁게 예열되었던 몸에 금세 열락이 차올랐다. 

“흐앙, 아으응, 앙…… 기분 좋아…….”

건드리지 않은 자지에서 뚝뚝 물이 샌다. 흐느끼는 얼굴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진우가 오면 어쩌지? 흐릿한 걱정이 떠올랐지만, 어차피 지금껏 와주지 않았다. 바로 사그라진 걱정을 대신 채운 건 더 빨리 절정을 맛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서진우의 서재에서 정서원이 달뜬 소리를 내며 자위를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흠뻑 젖은 뒤에서 질척이는 마찰음이 연신 터졌다. 야릇한 쾌감에 소파 위로 올려놓은 다리가 꼭 오므라들었다. 그는 질끈 눈을 감은 채 자위가 주는 짜릿함에 빠져들었다. 흑, 좋아…… 너무 좋아…… 이렇게 가느다란 거 말고 진우 걸로 쑤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자위에 몰두한 발간 얼굴이 입술을 벙긋거리며 쾌락으로 취해든다. 

야트막한 절정이 겨우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애타던 갈증을 채우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우리 형 발정기는 정말 시도 때도 없네.”

한숨 섞인 목소리였다. 정서원은 겨우 절정에 다다를 것 같았던 몸을 움찔하고는 젖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발가벗은 채로 꼬리를 흔들던 그와는 달리 회사를 다녀오느라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서진우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수려한 얼굴은 싸늘하리만치 차가운 무표정이었다. 진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는데,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자위를 들켰다는 수치심보다도 혼이 날까 두려워 몸이 움츠러들었다. 정서원은 뜨끈한 눈물을 뚝뚝 흘려 가며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이미 다 내보인 몸인데도 감춰 보겠다며 발끝을 모아 다리 사이를 가리는 몸짓이 부질없고도 우스웠다. 

“지, 진우야…….”

서진우가 정서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럴수록 정서원은 위축되어 몸을 어쩌지 못하고 눈만 내리깔았다. 서진우가 그 얼굴을 억센 손으로 붙잡아 억지로 눈을 맞췄다. 맺혀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진우는 겁에 질린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형.”

“으, 응…….”

“내 말 안 들었네?”

“……미, 안해…….”

“잘못했어?”

“……으응…….”

“그럼 어떻게 해야 돼.”

“호, 혼나야, 돼…….”

정서원이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서진우가 턱을 강하게 붙잡는다. 더 이상 본심을 숨기지도 않고 들끓는 욕심을 구태여 억누르지도 않는 그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럴 때마다 정서원은 두렵고 무서워서 몸이 떨렸다. 다정하고 상냥했던 서진우를 알았기에 두려움이 더욱 컸다. 달달 떠는 정서원에게로 서진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든다.

“오늘 한 말도 잊길래 머리가 나쁜 건가 싶었는데. 알고도 잘못한 거면 더 나쁜 거 알지, 형?”

* * *

서진우는 제 앞에서 치부라도 들킨 것처럼 바들바들 떠는 정서원을 내려다보다가 잡았던 얼굴을 놓았다. 지지대를 잃은 얼굴이 곧장 모로 꺾였다. 자위 중이던 몸을 가리려는 의지 역시 아주 희미해서, 모아진 발끝 사이로 흠뻑 젖은 가랑이가 엿보였다. 팍삭 기가 죽은 모습이 가련하기도 하고 또 더없이 만족스럽기도 하다. 

목걸이에는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놓고 저택 곳곳에는 CCTV를 설치해 놓기는 하였으나, 서진우는 외출 때마다 혼자 남은 정서원이 신경 쓰였다. 늘 나가서도 틈틈이 CCTV를 확인하던 그가 정서원이 참아 보겠다고 낑낑거리는 모습을 못 봤을 리 없다. 서재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소파에 앉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결국 자위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세 시간이었다. 이상현에게 다리를 벌리기까지는 얼마나 걸렸을까. 혼이 난 지금도 세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걸 보면 그때는 한두 시간 만에 자지를 달라고 졸랐을지도 모르겠다. 

서진우는 목을 죄는 넥타이를 풀어 테이블에 던져 놓고는 그 옆의 가느다란 쇠막대를 들었다. 외출 전 정서원의 나신을 살필 때 사용했던 지시봉이다. 서진우는 제게로 꽂히는 구슬픈 눈빛을 알면서도 시선 한 점 내어 주지 않고 “뭐 해. 혼난다며.” 차갑게 일깨웠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정서원이 벌을 받는 학생처럼 고개를 수그린 채 손끝을 만지작거린다. 수그러든 고개 아래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나 맘 약해지라고 우는 거야, 형?”

“흑, 아, 아니…… 미, 안…….”

부드럽게 지적하자 곧장 눈물을 참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차갑게 구는 그에게 상처라도 받은 건지 딸꾹질만 심해졌다. 서진우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역치가 낮은 데다 인내심도 짧고, 그런 주제에 유혹에도 약하다. 흑심을 품고 발라먹기에는 참 용이하여 서진우 역시 그 물러터진 성격 덕을 봤었으나 이제는 버릇을 좀 고칠 필요가 있다. 남자 무서운 법도 알아야 했다. 어플로 누군지도 모를 놈을 만나고 다니는 순진함에도 기가 찼는데 대체 이상현 그 새끼의 무엇을 믿고 빈집에 끌어들였는지. 지금이야 나름대로 구애를 한답시고 다정한 척하는 것 같지만 정말 다정한 새끼였다면 정서원이 어떤 꼴을 당할지 뻔히 아는 상황으로 밀어 넣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거하게 혼이 나 지치고 괴로워하는 정서원을 주워 먹을 생각이었겠지.

가장 큰 굴욕은, 다 알면서도 이상현이 의도한 대로 짜놓은 판에 그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자신이었다. 

“뒤돌아.”

서진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몸이 머뭇거리며 뒤를 돈다. 스스로 붙잡고 삽입을 반복했던 플러그 꼬리에 질척한 물이 묻어 있다. 쑤실 때마다 비집고 나온 물은 허벅지 안쪽까지 적셨는지 조명에 닿는 살갗이 새하얗게 빛났다. 서진우는 언뜻 회초리처럼 보이는 막대 끝으로 늘어진 꼬리를 걷고, 그 안쪽 살을 느긋하게 문질렀다. 젖은 살결이 옴폭 파였다. 손을 살짝만 움직여도 미끄러지는 살결에서는 미약한 물소리가 흘렀다. 조용한 서재에 유독 크게 들리는 소리였다. 정서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끝을 조이고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뒤에서 보이는 귓가와 목덜미가 새빨갰다. 서진우는 가만 웃으며 삽입된 플러그를 툭 건드렸다.

“이걸로 몇 번이나 쑤셨어?”

“……마, 많이 안 했어…….”

“그래서. 몇 번.”

“……….”

쾌감에 취해 손을 열심히 움직이긴 했었지만 그걸 딱히 세어 보진 않았다. 뻔히 알 텐데, 굳이 하는 질문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정서원이 고개를 숙이며 손끝 발끝을 꾸물거리느라 알몸이 작게 들썩거렸다. “대답 안 하네.” 회초리 끝이 달랑거리는 꼬리를 건드린다. 대답을 망설이다 애꿎은 매를 벌지도 모르겠다. 겁에 질린 정서원이 정돈되지 않은 말을 더듬더듬 쏟아 냈다.

“나 잘, 잘 모르겠어……. 근데 진짜, 진짜 많이 안 했어, 진우 오기 잠깐 전에…… 아야!”

쓸데없는 사족이 붙자 매질이 떨어졌다. 얻어맞은 볼기에 새빨간 줄이 그어진다. 진우에게 손으로 얻어맞는 것도 아팠지만 회초리로 맞으니 더 따끔거리는 것 같다. 날카로운 것에 얕게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엉덩이가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정서원이 아픈 엉덩이를 뒤채느라 꼬리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모습이 서진우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감상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는 정서원은 진우에게 애 취급을 당하고 몰아세워지는 것이 서글퍼서 눈물이나 흘렸다.

서진우는 조금 더 낮고 어두워진 목소리로 정서원에게 물었다.

“형, 내가 변명 듣자고 물은 줄 알아?”

“미안해…… 흐윽. 나, 나…… 5분 정도, 한 것 같아…… 몇 번, 쑤, 셨는지는, 모, 모르겠어…… 미안해…….”

모르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조금 아프게 하니까 줄줄 내뱉는다. 그게 귀엽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상대가 누구든 몰아세우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굴 것을 알기 때문에 나오는 짜증이었다. 서진우는 지시봉 끝으로 봉긋한 볼기를 툭툭 건드리며 짜증을 참다가, 결국에는 그대로 내뱉었다. 다정함과 부드러움 따위로 위장한 짜증이 밀어처럼 속삭여졌다.

“형은 나 없을 때마다 딴 새끼 자지든 이딴 장난감이든, 뭐든 쑤실 것만 있으면 참질 못하니까 내가 맘 놓고 나갈 수가 없네.”

“흐끅! 자, 잘못했어, 진우야…… 진우 일하는데, 신경 쓰이게 해서, 미, 미안해애…….”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러잖아도 아무 자지나 받느라 느슨해진 구멍 더 느슨해지면 형 손해지. 잘 조이지도 못하는데 누가 좋다고 박아 주겠어. 응?”

“흑, 아, 아니야, 나 잘 조일 수 있는데…… 진우야, 나, 나 버리지 마아…… 흐끅.”

걸레 같은 구멍이라 모욕을 듣고 또 난잡함 따위를 지적당하자 정서원이 결국에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움츠린 뒷모습이 눈물을 닦아 내느라 더욱 옹송그려졌다. 딸꾹질을 할 때마다 들썩거리는 몸에서는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났다. 헐거워졌다고 버림받는 게 두렵기라도 한 모양이었으나, 그딴 이유로 버릴 것이었다면 외도를 목격한 첫날 버렸을 것이다. 

“소파로 올라가.”

서러워하는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서진우가 싸늘히 명령한다. 정서원은 훌쩍훌쩍 울면서도 고분고분하게 말을 따랐다. 딸꾹질을 하느라 간간이 떨리는 몸이 널따란 소파에 올라서며 자리를 잡는다. 정서원이 등받이쿠션을 끌어안자 자연스럽게 허리가 낮춰지고 엉덩이가 올라갔다. 늘어진 꼬리가 가지런히 모인 발끝에 놓였다. 서진우는 그래도 맘에 차지 않았는지 “엉덩이 더 들어야지. 평소엔 가볍더니 왜 봐준달 땐 무거울까.”하고 웃음기 하나 없는 싸늘한 조롱으로 꾸짖었다. 결국 정서원이 소파 등받이를 더 깊숙이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억지로 들어 올린다. 의식적으로 높이 치켜든 엉덩이에 매달린 꼬리는 이제 발끝에도 닿지 않았다. 다만, 질척질척한 뒤를 완전히 내보인 자세가 부끄러웠는지 새하얀 발바닥이 자꾸만 오므라들고 있다. 오랫동안 제대로 걷지 못해 보드라워진 발이다. 몸에도 슬슬 근육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선이 유연해지고 살결마저 물러졌다. 결코 혼자서는 자생할 수 없는 무력한 생물 같다.

무방비하게 뒤를 내보인 몸을 눈으로 쓸어내리던 서진우가 문득 웃는다. 그가 약간 너그러워진 말투로 물었다.

“형, 몇 대 맞을까.”

“…….”

“못 정하겠어? 내가 정해 줄까?”

“아, 아니이. 흑, 내, 내가, 정할게…….”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도무지 개수를 정할 수 없었다. 아픈 게 싫기도 싫었거니와 매번 다른 서진우의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스스로 버틸 만한 숫자를 찾느라 망설이는 탓이었다. 정서원은 조금만 더 기다릴 걸 때늦은 후회를 했다. 이번에는 어디를 얼마나 맞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한참 우물쭈물 대답을 미루던 그는 결국 애꿎은 매만 더 벌고 말았다. 이젠 회초리로 의미가 변질된 지시봉이 정서원의 하얀 발바닥을 가볍게 때렸다. “아야!” 얻어맞은 발바닥이 꼭 오므라들었다.

“흑, 흐으. 진우야 아파아…….”

“대답을 잘해야지, 형. 내가 바쁜 시간 쪼개가면서 형이 응석부리는 것도 봐줘야 돼?”

“아니, 아니이…… 흑, 잘, 잘못했어…… 나, 그러면 열 대…….”

“열 대? 형 생각에, 오늘 잘못은 그거면 되겠어?”

화들짝 놀란 정서원이 다급하게 덧붙인다.

“아, 아니! 나, 그럼, 스무 대……? 응응, 스무 대 맞을게…….”

“안 울고 잘 참을 자신 있어? 난 마음이 여려서 형이 자꾸 울면 제대로 혼낼 수가 없는데.”

“응, 으응…… 안 울고, 자, 잘 참을게…….”

서진우가 회초리로 맨살을 건드릴 때마다 긴장한 몸이 바싹 조여든다. 정서원은 쿠션을 구명줄처럼 부여잡고는 흠뻑 젖은 눈꺼풀을 질끈 내리감았다. 그는 이어질 매질을 두려워하느라, 또 울음을 삼키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긴장하여 움츠러든 근육 탓에 삽입된 꼬리도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뒤에서 빤히 지켜보는 서진우로서는 진짜 개 한 마리 키우는 기분이었다. 실상 그에게 정서원은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 그 비슷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기도 했다. 순종적이며 애교도 잘 부리고 생김새도 귀엽지만 결국 축생에 지나지 않아 한눈을 파는 사이 말썽을 저지르고 마는 개 말이다.

서진우는 발가벗은 몸 중 어느 곳을 때릴까 고민했다. 정서원이 몹시 따끔해하며 무서워하는 매질은 서진우 나름대로 아프지 않을 곳을 골라서 적당한 힘으로 내리치는 것이었다. 그래 봤자 무른 살갗은 몇 대 버티지 못하고 벗겨져 간혹 피를 보곤 했다. 정서원은 그때마다 울먹이는 얼굴로 ‘나 피나, 진우야…….’하며 제발 더는 무섭게 굴지 말아 달라고 눈치를 보았다. 아무리 싸늘하게 굴고, 모질게 굴어도, 제게 약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귀여운 영악함이었다.

작게 웃은 서진우가 회초리 끝을 고운 발바닥에 댄다. 그리고 가지런히 모인 발바닥에 매질이 시작됐다. “아! 흑, 아파아!” 엉덩이나 맞을 줄 알았던 정서원은 깜짝 놀라 발을 오므렸다. 어느덧 손바닥처럼 고와진 발은 매 한 대에 금세 빨갛게 피가 모였다.

“숫자 안 세네. 맞는 거 좋아하나 봐, 형.”

“아, 아니야! 흐윽. 하나…….”

“어쩌지, 세는 게 늦어서 한 대 더 맞아야겠는데.”

“흑, 흐으…… 으응.”

서진우는 꼭 오므라든 발을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힘 빼야지. 잘못 맞으면 더 아픈 거 알잖아.” 정서원이 의식적으로 힘을 빼며 쿠션을 세게 움켜잡는다. 발끝을 붙들려서 빼거나 움츠릴 수도 없었다. 왜 못 참고 자위를 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밝히지? 정말 조금만 기다리면 진우가 올 거였는데…… 정서원은 끝도 없는 자책에 빠져들며 눈물을 훌쩍거렸다. 이럴 때면 늘 진우가 다정히 달래 주었는데, 이제는 울음을 참고 눈물을 멎게 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 되고 말았다. 

찰싹, 찰싹! 가지런하게 모인 발에 쇠막대가 계속해서 떨어졌다. 매가 한 번 떨어질 때마다 정서원은 상체까지 들썩거리며 터지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 냈다. 꾹 깨문 입술에서 욱욱거리는 소리가 샜다. 무섭고 서러운 심정을 떨리는 방울 소리가 겨우 내보인다. 매는 빨리 맞고 터는 게 나은데, 정서원은 한 대 맞을 때마다 발을 움찔거리느라 서진우가 직접 긴장을 풀어 주어야 했다. 서진우는 그 성가신 작업을 내색도 않고 진행했다.

그렇게 열 대가 넘어갈 때쯤, 정서원이 결국 못 견디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 흐앙. 아파, 진우야아…….”

“몇 대 맞을지 형이 고른 거잖아. 왜 벌써 울고 그래.”

“흐윽, 흑, 미안해애…… 나, 나 조금만 쉬었다가 맞으면, 안 돼……?”

“나 자꾸 마음 약해지게 하지 마, 형.”

정서원은 결국 얻은 것도 없이 눈물이나 삼켜야 했다. 그래 봤자 울음을 가라앉힐 수는 없어 자꾸만 딸꾹질이 났고 몸이 들썩거렸다. 그때마다 방울 소리가 나면서 삽입된 꼬리가 팔락거렸다. 진짜 강아지도 이보다는 인내심이 길 것이다. 서진우는 새빨개진 발을 손으로 살살 풀어 주고는 잠깐 멈추었던 벌을 다시 주기 시작했다. 정서원이 딸꾹질을 하느라 허물어진 발음으로도 열하나, 열둘, 열세엣…… 열심히 숫자를 채워 나간다. 서진우는 부디, 정서원이 이렇게 매를 맞으며 힘들어한 기억을 잊지 않고 구멍 간수를 잘하길 바랐다. 그로서도 말 잘 듣는 이에게 구태여 매질을 하는 취미는 없었다.

“흐윽, 흑. 흐끅…….”

“그만 울고, 몇 대인지 세어야지. 처음부터 다시 맞고 싶어서 그래?”

“흑, 아니, 아니야…… 열, 아홉…… 아흑.”

“잘 말하면서 왜 바보처럼 굴어. 자, 한 대만 더 맞고 끝내자.”

마지막 매를 맞자마자 탈진한 정서원이 쿠션을 꼭 끌어안으며 엉엉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은 꼭 달래 달라며 응석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마 그게 맞을 것이다. 서진우가 회초리를 내려놓고는 옆자리에 앉으며 정서원을 끌어안는다. 우는 몸이 곧장 손을 뻗어 그에게로 매달린다. 몹시 서러운 듯, 안겨든 몸이 떨렸고 푹 젖은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흑, 흐아앙…… 진우야, 너무 아파, 흑, 나, 너무 아팠어…….”

“그랬어? 형이 이렇게 아픈데 내가 안 알아줘서 서운했겠네.”

“흐끅, 잘못했어…… 화내지 마아, 혼내지 마, 나 너무 무서워 진우야…….”

서진우는 우는 얼굴을 정성껏 쓸어 주고 입을 맞춰 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잘못했는데 화도 내지 말라고 하고, 혼도 내지 말라고 하면. 그냥 예뻐해 주기만 할까?”

“응응…… 그냥 예뻐해 줘, 진우야…….”

“그랬더니 버릇만 나빠졌잖아, 형.”

서진우의 품에 파고든 정서원이 얼굴을 비벼 가며 훌쩍인다. 그는 연신 숨을 들이마시며 제 알파의 페로몬을 느끼고 안정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말 잘 못 들어서어, 미안해, 나, 나 미워하지 마…….” 품에 파고든 고개에서 웅얼거리는 애원이 흘러나왔다. 무조건 예쁨 받고 싶다는 욕심이 섞인 몸짓과 목소리에는 애교가 듬뿍 섞여 있었다.

서진우는 매달리는 몸을 가볍게 안아 무릎에 앉히고는 우는 얼굴을 잡아 올렸다. 그러자 정서원이 당연히 눈을 감고 키스를 조른다. 작게 웃은 그가 울음기 가득한 얼굴을 붙잡은 채로 입을 맞춘다.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입술은 유순하게 그를 받아들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혀를 섞어 왔다. 본인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취하는 것처럼 집요한 키스가 이어졌다. 서진우는 리드하려고 애를 쓰는 몸짓을 너그럽게 봐주었고, 그럴수록 목 뒤로 감긴 팔은 더 깊숙이 감겨들었다. 혼을 내고 나면 다정해지는 서진우의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서진우의 체벌이 정말 아프고 서러웠기 때문인지. 제멋대로 응석을 부리는 정서원은 언뜻 서럽게도 보였다.

하고 싶은 만큼 맘껏 서진우의 입술을 탐한 정서원이 슬그머니 그의 코끝에다 뽀뽀하고는 젖은 속눈썹을 들어 올린다.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입술이 살짝 오므라졌다가, 벌어진다.

“진우야, 나, 잘 참았는데…….” 

위안을 얻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젖은 눈을 삼박거리며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에는 당연히 허락해 줄 것이란 근본 모를 기대까지 어려 있었다. 잘못을 혼냈더니, 그 체벌을 잘 견딘 만큼 보상을 달라고 조르는 건 어디서 배워 온 걸까. 한쪽에게만 유독 불공평한 계산법은 아마 서진우의 극진한 애정 아래서 배운 것이리라. 지금 정서원을 이루고 있는 요소 중 그의 손을 타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서진우는 순간 정말 식욕 비슷한 성욕이 치밀어 참지 못하고 잘 익은 뺨에 잇자국을 냈다. 정서원이 칭얼거리며 서진우를 올려다봤다가, 들끓는 눈빛에 바로 울상이 되어 입을 다문다. 서진우는 제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다리를 벌려 그 안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아으응, 진우야…….” 그 자극에도 몸이 달은 정서원이 얕게 헐떡이며 흐느꼈다.

“어떻게 예뻐해 줘? 응?”

“나, 나…… 진우 자지로, 예뻐해 줘…….”

몇 달 전만 해도 그거 아님 이거, 그도 아니면 성기라는 밋밋한 단어로 대체하던 입이 이제는 자지라는 민망한 단어를 잘도 담는다. 작게 웃은 서진우가 달랑거리던 꼬리를 곧장 빼 버린다. 그러더니 질척한 구멍에다 손가락을 욱여넣으며 좁은 안을 풀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축축하고 뜨거운 안을 헤집을 때마다 질척질척한 물소리가 흘렀다. 정서원은 피가 찔끔 흐르는 발을 오므려 가며 얕게 흐느꼈다. 꼭 맞붙은 몸에서 흘러드는 페로몬이 너무 좋아 벌써 절정에 이를 것만 같았다. 서진우는 황홀하게 들뜬 눈과 시선을 맞추면서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예쁨 받고 싶으면 예쁘게 부탁해야지. 형.”

“아으응…… 예, 예뻐해, 주세요…….”

“뭐로. 응?”

“진우 자지로…… 앗, 아아!”

서진우는 참지 않고 발긋한 발끝을 모아 벌리더니, 이제 당분간 스스로 걷지 못할 다리를 등받이에 걸었다. 한쪽 다리가 높이 걸리며 연한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발기한 자지와 비좁은 구멍이 축축하게 젖어서는 서진우를 기다리고 있다. 기대감에 한껏 젖은 몸은 벌써부터 얕은 숨을 몰아쉬느라 납작한 가슴이 바쁘게 오르내렸다. 그는 자신을 애타게 바라보는 정서원을 바라보며 벨트를 끌렀다. 튀어나온 자지는 곧장 박아도 될 만큼 꼿꼿하게 서 있다. 서진우가 단단해진 자지를 문질러 가며 정서원에게로 깊숙이 몸을 기울였다. 바로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정서원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진우야, 박아 줘…… 응?” 어깨를 끌어당기며 애원한다. 당장 안기고 박혀서 저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서진우는 초조하게 우물거리는 입술을 깨물더니 벌어진 사이로 민감한 속살을 탐했다. 동시에 축축하고 뜨거운 아래 입으로도 파고들었다. 비좁은 구멍이 커다란 자지에 맞춰 빠듯하게 열리기 시작한다. 정서원은 고작 삽입만으로도 황홀한지 서진우의 품 아래서 바르작거리며 흐느꼈다.

“아응, 우우응…….”

다 뭉개진 신음이 서진우의 입술에 잡아먹힌다. 정서원은 소파에 올라앉은 단단한 허벅다리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다가, 삽입이 깊어지자 자지러지며 제 몸을 가둔 팔뚝에 매달렸다. 진우야, 진우야, 애타게 불러대는 신음의 마지막 한 음절까지 씹어 먹고 싶은 듯 키스를 이어 가던 서진우가 입술을 떼며 정서원을 바라본다. 내내 싸늘하던 얼굴에 흥분이 가득하다. 정서원은 흥분한 그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전율했다. 아랫배가 조여들며 자지를 감싼 내벽이 움찔움찔 떨렸다. 서진우에게서 낮은 신음이 샜다.

“하…… 형은, 나한테 혼나면서도 내 자지 생각만 했나. 넣기만 했는데, 응? 존나 빨아대네.”

“으응, 앙, 아니이…… 진우, 자지 빨 때부터, 나, 계속…… 흐앙, 앙.”

“오늘 하루 종일 자지 생각밖에 안 했다고. 이러니까 씨발, 혼을 내도 변하는 게 없지. 어?”

“아아앙! 잘못했어, 나, 밝혀서어…… 힉, 너무 좋아아, 아응! 진우 자지 너무 좋아…… 앙, 아앙.”

커다란 자지가 뜨겁고 질척한 안으로 파고들수록 정서원은 어쩔 줄 모르고 쾌락에 젖어들었다. 화가 잔뜩 난 진우에게 감히 조를 수 없어 애만 태우던 안쪽에서 족족 쾌감이 터졌다. 황홀하고 짜릿하여 눈앞에 별이라도 튀는 것 같았다. 진우가 박아 주지 않았다면 정말 억울하고 서러워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놓치기 싫은 맘에 허리가 절로 따라 움직이고 구멍이 꿀쩍거리며 자지를 조여 먹는다. 그러자 서진우가 욕설을 뱉더니 자지를 단번에 깊숙이 처박는다. 

“아! 아앙, 아! 진우야아, 힉, 어떡해…… 좋아, 흑, 좋아아…….”

“형은 내 자지만 좋은가 봐. 그러니까 뭐든 박아 줄 것만 있으면 걸레처럼 벌리고 다니는 거야? 응?”

“아아응! 아니이, 나, 진우가 제일…… 흐앙! 진우 좋아해…… 사랑해애, 나 그러니까, 계속 예뻐해 줘, 아앙! 예뻐해애, 주세요…….”

“혼도 내지 말고, 화도 내지 말고, 자지도 박아 달라고 조르고. 씨발, 말도 안 들으면서 욕심만 많지. 어?”

“으앙! 잘못했어, 잘못했어어, 진우야아……!”

우습게도,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애절하게 속삭이는 말에 맘이 풀리고 만다. 그래 봤자 서진우에게 혼쭐이 나기 전에는 먼저 해 준 적도 없는 말인데 말이다. 서진우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제 아래서 헐떡이는 정서원을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노려보며 사납게 허리를 튕겼다. 퍽퍽 찔러들 때마다 흠뻑 젖은 아래에서 물이 튄다. 그의 팔뚝에 매달린 손이 쾌감을 못 이기고 손톱을 세웠다. 펼쳐진 다리 역시 좆질대로 팔락거리다 이내 발끝까지 조여들었다.

“흐앙, 앙! 진우야아, 나, 나, 너무 좋아…… 기분 좋아, 어떡해, 아, 앙!”

“서원이 허리 존나 잘 흔드네, 이젠 내 자지 갖고도 자위해?”

“아응, 기분 좋아서어…… 앙! 진우야아, 박아 줘, 응? 박아 주세요…… 아, 아아앙!”

다시금 사나워진 좆질에 정서원이 어쩔 줄 모르고 헐떡인다. 절정이 다가온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더 깊이, 더 세게 박아 달라며 졸라댔다. 서진우는 정서원의 애원을 모두 들어주었다. 거친 몸짓에 정서원이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목에 걸린 미아방지목걸이에서 딸랑딸랑 방울이 울린다. 오래도록 서진우의 자지만 생각했던 몸은 금세 짜릿한 절정으로 떨어졌다. 발딱 선 자지에서 정액이 찔끔 새고, 내벽은 경련하며 자지를 씹어댔다. 쑤실 때마다 삐져나온 물이 엉덩이 아래에 웅덩이까지 만들어 놓았다. 

“아으응, 흐응…… 좋아, 너무 좋아…….”

“좋아?”

“응응…… 계속해 줘, 더 해 줘…….”

정서원이 곧장 안겨들며 칭얼거린다. 아직 삽입된 자지를 일부러 조이고 바라보는 얼굴에는 애교가 듬뿍 담겨 있다. 서진우는 그를 가볍게 안아 들고는 서재 책상으로 향했다. 삽입이 그대로 이어져 있었기에 정서원은 한 걸음씩 옮겨질 때마다 서러울 정도로 크게 흐느껴 울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 정서원이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그는 아직도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팔뚝만 간신히 붙든 채 헐떡이고 있었다. 서진우는 뜨겁고 축축한 안에다 자지를 문질러 가며 야릇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순간 예고도 없이 사납게 파고들었다. 정서원이 고개를 길게 젖히며 자지러졌다.

“으앙, 앙, 아아아…… 진우야, 진우야아.”

“형. 예뻐해 달래서 예뻐해 주는데,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밖에서도 이렇게 버릇없이 굴어?”

“아아니, 아앙! 안 그래애. 아응, 진우야아…… 흑, 거기 좋아…….”

“그럼 뭐라고 해야 돼. 응?”

“자지 주셔서어, 가, 감사, 합니, 다…… 흐앙! 아, 아앙! 진우야아…… 히끅, 으으응!”

서진우에게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터졌다. 서진우는 정서원이 좋아하는 깊은 곳에 자지를 주면서 버릇없이 구는 그에게 예의범절을 톡톡히 가르쳐 주었다. 말 잘 듣는 정서원은 박힐 때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신음과 함께 토해 내야만 했다. 그 입에서는 간혹 “걸레라서, 잘, 못 조이는데, 아앙! 박아 주셔서, 가, 감사아…….” 같은 말도 흘러나왔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답하는 모습에 서진우는 성욕과는 다른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렇게 순진하니까, 괜히 날파리가 꼬이는 거겠지. 잘 보호하고 지켜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들 지경이었다.

“정서원, 응? 서원아. 자지가 그렇게 좋아? 누가 준다고 쫓아가면 어쩌지. 좋다고 따라가서 벌릴 것 같은데, 응?”

“아으응! 아아, 아니이, 진우 자지라아…… 흑, 아앙! 아, 나, 나 더 잘 조일 테니까아, 흐윽, 버리지 말아 줘…… 아아앙!”

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서진우는 제게 매달리며 안겨드는 정서원을 안아 주면서도 결코 대답을 내어 주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서원은 그저 버림받을까 봐, 밝히는 자신에게 질릴까 봐, 울먹거리며 같은 애원만 반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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