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혼날 거야
“아, 아흐으응…… 흐윽. 시러, 시러어…….”
“싫어? 그만할래요?”
“으응, 응…… 그마안요…… 힉. 더어는…… 못, 해…….”
새하얀 다리가 이상현의 어깨 위에서 힘없이 흔들린다. 서진우가 올 때까지 놔주지 않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는지, 이상현은 몇 시간째 정서원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맘껏 처박다가도 정서원이 숨넘어갈 듯 헐떡거리면 움직임을 멈춘 채 다정하게 달래 주기를 반복했다. 착하지, 조금만 더 참아 봐요, 말 잘 들으니까 예쁘네…… 땀과 눈물로 젖은 얼굴을 쓸어 주고 입 맞추는 모습은 퍽 살뜰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삽입한 자지는 내내 그대로였다. 가장 바라는 것은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온갖 척은 다하는 모습에 정서원은 설운 울음을 몇 번이고 터뜨렸다. 이상현의 뒤틀린 만족감만 채워 주는 눈물이었다.
이상현은 저항조차 않는 몸을 입맛대로 따먹었다. 그는 제 정액으로 질척거리는 안을 맘껏 들쑤시며 나른하게 풀린 정서원을 녹여 먹을 것처럼 키스했다. 열락에 들떠 발그스름해진 목덜미와 귓가를 거친 입술이 마지막으로 입술에 안착한다. 고개를 돌려 미약하게 거부하던 정서원이 결국 이상현의 손에 얼굴을 붙들린 채 혀를 받는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오갔다.
“아…… 으응, 응……!”
입을 맞춘 채로, 이상현은 뜨거운 몸을 들쑤셔 억지로 쾌감을 이끌어 냈다. 아래에 깔린 몸이 쑤실 때마다 움찔대며 반응한다. 벌어진 입술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표정이 몽롱하게 풀어진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상현은 키스를 끝내고도 정서원의 얼굴을 저만의 관상용처럼 즐겼다. 그가 녹진녹진한 안으로 짓쳐들면서 정서원에게 부드럽게 속삭인다.
“나도 빼고 싶은데, 서원 씨가 물고 안 놔주네. 하아, 이걸 어떻게 빼요, 응?”
“으으응, 거짓마알…… 뺄, 수 있잖아요…… 아, 흐으응.”
“싫다면서, 왜 이렇게 물어대. 서진우랑 붙어먹던 침대에서 나랑 붙어먹으니까 더 꼴리나 봐?”
“아, 아니에요…… 흑, 시, 싫어어…… 그러지 마요…… 아으, 응……!”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거칠어진다. 정서원은 목을 젖히며 가냘픈 신음을 터뜨렸다. 이상현을 간신히 붙들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며 결국에는 시트 위에 나동그라졌다. 정서원이 더듬거리며 아랫배를 매만진다. 내내 처박히고 싸질러진 탓에 흔들릴 때마다 안에서 씨물이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이상현은 배가 부를 만큼 싸지르면서도 결코 자지를 빼 주지는 않았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정액이 드나드는 자지를 따라 비집고 나오는 게 느껴진다.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붙어먹는 아래에서 흰 거품이 맺혔다. 한계점을 진작 넘은 쾌감이 온몸을 진탕 적셔 놓는다. 달아나고 싶은데 그럴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정서원은 차라리, 서진우가 와서 이 지독한 쾌락이 끝나기를 바랐다. 정말로, 서진우가 귀가하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흐느끼고 헐떡이느라 정신이 없는 정서원과는 달리 이상현은 서진우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 따위를 확실하게 들었다. 그렇게 속을 긁어 놨는데도 정서원을 두고 나갔던 걸 보면 그새 맘이 약해졌었거나, 다시 믿음을 줬던 것이거나, 어쩌면 둘 다 맞을지도 모른다.
이상현은 사촌동생의 애인을 따먹으면서 벅차오르는 사정감을 느꼈다. 없는 틈을 타 정서원의 다리를 벌리는 것은 눈앞에서 따먹는 것보다 훨씬 짜릿했다. 애인이 없는 동안 다른 남자 자지나 받았던 정서원은,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혼쭐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상현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사나워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조소를 터뜨린다. 집으로 들어오는 현관부터 말라붙은 정액이 맞이해 주었을 테니 그 유감스러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는 정서원에게 입을 맞출 듯 가까이 붙었다. 사정이 다가온 움직임은 더없이 거칠어져 있었다.
“이거, 진우가 보면 재밌겠네. 안 그래요?”
“흐으응, 으응……! 안 돼…… 흑, 싫어요…… 무서워, 흑, 으으앙!”
“뭐가 무서워요. 진우가 설마, 서원 씨한테 못되게 굴겠어요?”
쾅! 닫혀 있던 문이 사납게 열린다. 열린 문간에 서진우가 서 있다. 정서원이 화들짝 놀라 팔다리를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보채고 조르는 뜨거운 안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정서원의 다리 사이에서 터지는 철퍽거리는 소리와 입술 사이로 흐르는 신음이 서진우의 귓가로 똑똑히 스며든다. 그는 분노로 새빨갛게 오른 눈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붙어먹는 둘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지 찬웃음을 터뜨렸다. 큰 손이 사납게 구겨진 얼굴을 문지르다가 떨어졌을 때는 웃음기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씨발. 뭐 해? 둘이? 응?”
“아흐으, 진, 우야아. 아! 흐윽, 으, 싫어, 보지 마아.”
“보면 몰라? 형이, 제수씨 따먹고 있잖아, 진우야.”
“하, 이 개새끼가.”
이상현은 저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서진우에게 보란 듯 웃어 주며 질척한 안을 마구잡이로 들쑤셔댔다. 겁에 질린 정서원이 필사적으로 바동거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이미 지친 몸이라 울음도, 저항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상현은 제 가슴팍을 밀고 때리려 드는 손을 가볍게 제압하고는 더 격렬하게 쑤셔 박았다. 붙잡힌 몸은 저항이 무색하게도 금세 신음을 내지르며 자지러졌다.
“시, 싫어……! 흑, 빼 주세요, 제바알……! 으아앙.”
“하하…… 진우 왔다고 귀엽게 구는 거예요? 여태껏 잘 받아먹었잖아.”
“흐아아앙! 싫어, 싫어어! 흐윽. 흑…… 빼라고, 이 나쁜 새끼야…….”
“서원 씨 욕도 할 줄 알아요? 아, 씨발. 꼴리게.”
사납게 웃은 이상현이 깊숙이 쑤셔 박더니 그대로 정액을 토해 냈다. 음모가 닿을 만큼 깊이 삽입된 자지가 꿈틀대며 정액을 싸지르는 동안 단단한 자지에 꿰인 몸은 지독한 절정으로 떨어졌다. 자지를 깨문 속살이 서럽게 경련한다. 이상현은 제게로 다가오는 서진우를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자지를 빼내었다. 벌어진 구멍에서 정액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그 꼴에 눈이 돌아간 서진우가 곧장 이상현의 멱살을 쥐고 주먹을 날렸다. 흐느끼며 이상현 자지를 받아 내던 정서원이나, 얼마나 싸지른 건지 쉼 없이 흘러나오는 좆물이나, 저를 보며 비웃는 이상현이나. 씨발, 무엇 하나 좆같지 않은 게 없었다.
“무조건 주먹질부터 하고 보는 건 애새끼들 습성인가?”
“씨발아, 안 닥쳐?”
마디가 터질 만큼 세게 말아 쥔 주먹에 다시금 얻어맞은 이상현이 핏물을 뱉어 낸다. 그는 서진우의 불길 같은 분노를 오롯이 받아 내면서도 못내 즐거워 보였다. 잘생긴 얼굴에 떠오른 조소가 서진우를 더 자극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진우가 멱살을 쥐고 주먹을 휘두르는 사이, 정서원은 침대 구석으로 도망가 몸을 옹송그린 채 숨죽여 울었다. 잔뜩 겁에 질린 눈이 사나운 기세의 알파 둘을 오가다가 이내 꾹 감긴다.
“일은 잘 다녀왔나 보네, 진우야? 그러게, 이렇게 꼴사납게 굴 거 서원 씨는 왜 두고 갔어? 응? 병신같이.”
“네가 씨발, 좆같은 선생질할 주제는 되냐? 없는 사이에 기어들어서 좆질이나 하는 주제에?”
“구멍동서 사이에 야박하게 굴지 말고, 응? 네가 영 시원찮았는지 서원 씨가 너무 외로워하던데, 네 형으로서 당연히 도와야지. 안 그래요, 서원 씨?”
비꼬며 속을 박박 긁어대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미 두 눈으로 붙어먹는 꼴을 확인했던 서진우의 인내심은 팍삭 무너진 지 오래다. 다시금 날라드는 주먹을 이번에는 이상현이 붙잡았다. 그는 침대 모퉁이에서 시트를 그러쥔 채 흐느끼는 정서원에게 눈짓하며 웃었다. 웅크린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그리고 진우야, 아무리 눈깔에 뵈는 게 없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닫힌 문을 따고 들어왔겠어? 다 서원 씨가…….”
“다 아는 얘기 지껄이면서 긁지 말고 닥쳐. 정서원 조지든 말든 씨발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하하, 이 새끼 진짜 눈 돌아갔네. 서원 씨, 괜찮겠어요? 얘랑 단둘이 있으면 사고 날 것 같은데. 응?”
이상현은 교묘한 화법으로 서진우의 오해를 부풀려 놓았다. 이미 저질러 놓은 죄가 많은 정서원으로서는 무어라 정정할 길이 막막한 오해였다. 숱한 외도의 전적을 가진 그의 말을 서진우가 순순히 믿어 줄지도 의문이다. 거부를 했었다고 해 봤자, 결국에는 좋다고 안겨들었던 것 또한 자신이었다. 당신 참 대책 없다며 비웃던 이상현의 말이 맞았다. 막막함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흑, ……흐끅.”
정서원이 벌벌 떨리는 몸을 시트에다 숨기며 눈치를 본다.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끅끅 딸꾹질만 삼키는 얼굴을 노려보는 서진우의 눈이 싸늘하다. 아침만 해도 다감했던 애인 사이에 서릿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서진우와 정서원의 사이가 어그러질수록 보는 득이 많은 이상현으로서는 아주 즐거운 구경거리였다.
이상현은 잡힌 멱살을 털어 내더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애초부터 발가벗고 있던 정서원과는 달리 단추 몇 개를 잠그고 벨트를 잠그는 동작만으로 단정한 차림새가 완성된다. 그는 울음을 헐떡이는 정서원에게 몹시 걱정스러운 척 물었다.
“서원 씨, 무서우면 나랑 갈래요? 알잖아. 난 쟤처럼 무섭게 안 굴어요.”
“씨발, 데려가긴 누굴 데려가?”
“으, 흑. 제발…… 그냥, 가 주세요…….”
“아…… 우리 서원 씨 참 걱정되네. 정말 괜찮겠어요? 응?”
다정다감한 척 구는 행동이 오히려 서진우의 분노에 불을 지핀다는 단순한 사실을 그가 모를 리 없다. 정서원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더욱 옹송그렸다. 애처로울 지경이었으나, 애초에 정말 상냥한 남자였다면 싫다는 몸에다 페로몬을 쏟아붓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을 뻗어 정서원의 고개를 붙잡은 이상현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에다 입술을 맞댄다. 그 즉시 묵직한 주먹이 날라들었다. 이상현은 얌전히 멱살을 잡혀 주면서도 정서원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봐요, 서원 씨. 이 새끼 눈 돌아가면 제정신 아니라니까.”
“으으흑…… 이상현 씨, 제발…… 그냥 가 줘요…….”
“정서원 씨발, 내 앞에서 저 새끼 편들래? 어?”
“흑! 흐끅, 아니야, 진우야. 진짜, 아닌데에…….”
칼날처럼 날이 선 기세와 마주한 정서원이 결국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 눈물 몇 방울에 가라앉았을 분노가 오늘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꺼질 만하면 불을 당기는 이상현 덕분이었다.
“진우야, 서원 씨 죽고 못 살 만큼 좋아한다면서. 아껴 주지는 못할망정 울리기는 왜 울려?”
“하, 씨발…… 야. 말장난에 어울려 줄 생각 없으니까 꺼져.”
서진우가 이상현을 당장 죽여 놓고 싶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붙잡은 멱살을 사납게 떨어뜨려 놓는다. 하기야, 그 극진한 서진우가 울어대는 정서원을 두고 이상현에게 관심 한 조각 남길 리가 없다. 이상현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정서원에게 향하는 것을 보며 아주 잠깐이나마 진심을 다해 걱정했다. 앞으로 정서원이 당할 수모 따위를 말이다. 물론, 그 수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제 손아귀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으니 그보다 달가운 일도 없었다.
“지, 진우야아…….”
정서원은 제게로 다가오는 서진우가 두려운 건지 주춤주춤 몸을 빼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 듯 웅크렸다. 어차피 서진우는 정서원에게 약한 놈이었다. 싫다는데도 억지로 당한 거라고, 정말 자기한테는 너밖에 없다는 말 몇 마디면 서진우는 깜빡 속아 넘어가 줄 텐데 이렇게 요령이 없어서야. 이상현은 서진우의 분노를 더욱 키워 놓는 기특한 정서원을 보다가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나서려던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문간에 서서 한마디를 덧붙인다.
“나중에 연락할게요, 서원 씨. 그때까지 몸 조심해요?”
서진우가 곧장 탁상에 놓인 도자기를 집어 내던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닫힌 문에 허무하게 깨지고 만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난 도자기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서원은 그 불길이 자신에게 향할까 두려움을 주체 못하겠는지 시트를 붙든 손끝을 벌벌 떨어 댔다. 겁에 질린 눈이 푹 내리깔린 속눈썹에 가려진다.
그 꼴을 지켜보는 서진우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상현 앞에서는 다리를 활짝 벌려 헐떡이던 주제에, 제 앞에서는 달달 떨며 눈치나 보고 있다. 서진우는 목구멍까지 치솟는 분노를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숨을 고르고, 괜히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시간을 끌었다. 물론 그래 봤자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상간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정서원.”
“…….”
“씨발, 대답 안 해?”
웅크린 몸만 떨릴 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진우가 눈을 감고 치미는 격정을 누르려 안간힘을 쓴다. 오래가지 못할 노력이었다.
번쩍 눈을 뜬 그가 정서원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더니 바로 뺨따귀를 올려붙인다. 짝! 사나운 손질에 꺾이려던 몸은 서진우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다시 세워졌다. 서진우는 형형하게 달아오른 눈으로 정서원을 노려보며 재차 손을 올렸다. 찰싹! 찰싹! 찰싹! 머리채를 붙잡힌 채 연달아 따귀를 맞던 정서원이 결국에는 울음을 터뜨린다.
“흐윽, 흑, 지, 진우야아…….”
“왜. 또 잘못했다고 빌려고? 이미 한 번 들었던 거라 식상한데, 응?”
“아니, 아니이…… 흐윽, 진우야, 미, 미안해. 흐끅.”
“형이 씨발 미안할 게 뭐 있어. 형 같은 걸레를 믿은 내가 병신이었던 거지. 응? 안 그래?”
서진우가 잡은 머리채를 꺾어 억지로 자신을 보게 하자, 정서원은 바들거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얻어맞은 얼굴은 벌써부터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다. 부정은 즐겁게 저질러 놓고도 혼날 것은 걱정되는지 온몸을 달달 떨어대기까지 한다. 입술이 터진 채로 눈물을 삼키는 정서원은, 정말, 가엾고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마디가 새하얗게 도드라질 만큼 사납게 쥐고 있던 머리채를 서진우가 내팽개친다. 그러고는 나자빠지는 몸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시계를 푼다. 묵직한 금속시계가 탁상에 놓였다. 정서원이 두려워하며 주춤주춤 물러나다 침대 헤드에 다다라서야 몸을 웅크렸다.
“아무래도, 우리 걸레는 아래 입으로 처먹는 걸 더 좋아하나 봐.”
서진우가 구둣발로 도자기 조각들을 밟으며 문간으로 향한다. 그 아래에 정서원을 달래 주기 위해 사온 케이크와 와인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서진우는 모양이 다 뭉개진 케이크 대신 와인을 집어 들고는 정서원에게로 다가왔다. 두려움에 함빡 젖은 눈이 다가오는 서진우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곧장 숙여진다. 수그러든 정수리로 무언가 참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엎드려.”
정서원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침대에 엎드렸다. 달달 떨리는 팔다리는 제대로 몸을 지탱하지도 못한 채 몇 번이고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졌다. 씨발, 엉덩이 똑바로 안 들지? 서진우의 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정서원은 상체를 납작 붙인 채 엉덩이를 높이 세워 들었다. 조금 전까지 붙어먹던 구멍에서 정액이 새어 나오는 게 느껴진다. 정서원이 의식적으로 안을 조이자 바로 뒤에서 절절 끓는 분노가 토해졌다.
“하하, 씨발…… 나 없는 동안 많이도 붙어먹었나 봐?”
“흑, ……흐으윽. 진우야. 미, 미안, 아! 아아……!”
이번에는 용서를 빌고 잘못을 고할 시간도 없었다. 코르크 마개를 연 서진우가 병 주둥이를 정서원의 구멍에다가 처박는다. 차가운 와인이 뜨거운 안쪽으로 콸콸 쏟아지며 질펀한 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생경한 감각이었다. 그러잖아도 정액으로 가득 찼던 배가 터질 것 같다. 정서원이 허리를 움찔거리면서 서러운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힉! 히끅, 아, 으으응! 싫, 싫어, 안 돼, 빼 줘, 진우야아!”
“그렇게 잘 말하면서, 응? 씨발 이상현한테는 왜 고분고분하게 구멍 내주고 있었어? 어?”
“히익, 잘못, 잘못했어어. 나, 나아 살려줘! 흑, 제발……!”
“기분 좆같아지니까 짜지 말고 닥쳐.”
정서원이 베갯잇을 입에 문 채로 울음을 참는다. 딸꾹질이나 간신히 헐떡이는 몸이 파들파들 떨린다. 서진우는 숨죽이며 우는 정서원을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쑤셔 박았던 와인 병을 꺼내 바닥으로 내던졌다. 정서원은 멋대로 배 속을 채웠던 와인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허리를 비틀며 헐떡여댔다. 이상현의 씨물을 양껏 품고 있던 구멍에서 빨간 와인이 줄줄 쏟아지기 시작한다. 움찔대는 새하얀 허벅다리로 빨간 와인이 타고 흐른다. 시트 위로 왈칵 쏟아지는 와인에는 희멀건 정액이 섞여 있었다. 가장 민감한 속살로 알코올을 먹은 몸은 금세 달아올라 신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마구 흘려냈다. 서진우가 차갑게 일소했다.
“이제는 이런 걸로도 느껴? 씨발, 얼마나 밝히는 구멍이야. 응? 정서원.”
“아흐으, 흐응. 지누야아…… 자, 자알, 모, 태써…… 흐윽!”
“잘못했어? 뭘. 안 박아 줬다고 그새 이상현 끌어들여서 씹질 한 거? 아니면 나 출장 가 있는 동안 그 새끼랑 데이트한 거? 뭐, 어떤 거.”
정서원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잡은 그가 목소리만은 다정하게 묻는다. 맨 정신에 들어도 답하지 못했을 질문들이 몽롱한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정서원은 흐릿해지는 정신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몸을 비틀어대다가 싸늘한 조롱을 얻어먹었다. 좋아? 형 씨발 진짜 걸레 구멍이네? 난잡한 움직임을 볼기를 때리는 걸로 얌전하게 만든 서진우가 정서원을 끌어당겨 무릎에 눕힌다. 애새끼 훈육할 때나 취할 법한 자세였다. 나른한 취기에 젖은 정서원은 그것도 모른 채 제 알파의 체취에 흠뻑 취해들었다.
“흐으응. 지누야…… 흑, 으응.”
술기운에 젖은 정서원은 잠깐이나마 무서운 것도 잊은 것 같다. 제 몸을 받쳐 주는 팔뚝에다 얼굴을 비비며 애교 따위를 떨어대는 모습은 퍽 웃음이 나는 광경이었다.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던 서진우가 찬웃음을 터뜨렸다.
“씨발, 진짜.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 * *
발가벗은 몸이 서진우의 무릎 위에서 배배 꼬이며 흐느낀다. 아래 입으로 와인을 먹고 급하게 취한 정서원은 첫눈에 보기에도 몽롱해 보였다. 뺨을 수차례나 얻어맞고도 좋다며 애교를 부려대는 모습만 봐도 뻔하다.
서진우는 그 몸짓을 무정한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흔들리는 엉덩이를 내리치듯 세게 움켜쥐었다. 흰 엉덩이에 서진우의 손아귀 모양을 그대로 뜬 울혈이 남는다. 정서원이 그의 팔뚝에 매달린 채 길게 신음했다. 그는 손아귀 힘으로 엉덩이를 뭉개며 나직하게 물었다.
“이상현이 좆질 해 주니까 좋았어? 나 없는 동안 몰래 붙어먹으니까 스릴 있고 좋았겠네, 서원아?”
“으으응! 아니이, 아니야, 나, 나…… 아! 흐흑!”
“근데 군것질도 작작해야지. 그딴 걸 좋다고 계속 처먹으니까 이렇게 배탈이 나는 거 아냐, 응?”
“아, 아아앙! 진우야아…… 힉! 아, 아파아. 아으응!”
엉덩이를 움켜쥔 손아귀에는 서진우의 분노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힘 조절 없이 맘껏 주무를 때마다 발그스름한 구멍이 살짝 벌어질 만큼 엉덩이 살이 뭉개졌다 풀어지길 반복한다. 정서원은 가감 없는 손질이 아프다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렸지만 우습게도 서진우의 정장 바지에 닿는 성기는 발기하고 있었다. 서진우가 싸늘하게 웃더니 짝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볼기를 내려치기 시작한다. 발가벗은 몸이 화들짝 놀라 튀었다.
“아! 아으, 진우야아, 아파, 아파아! 히끅, 잘못했어어…… 아아!”
“아파? 형은 아프면 앞뒤로 질질 싸나 보네? 씨발, 너 때문에 내 손까지 젖고 있잖아. 어?”
“흐으윽! 미아안, 안, 안 그럴게에…… 히끅! 아, 진우야아……!”
앞뒤로 젖어들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힘을 받기 시작한 성기에서는 지치지도 않고 물이 샜고, 제 알파를 느낀 뒤는 가혹한 행위에도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대고 있었다. 정서원은 밝히는 제 몸이 창피스러워 눈물이 났다. 이상현의 페로몬에 속절없이 넘어가 결국 이 사달을 만든 주제에 왜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진우의 무릎 위에 엎어진 채로 애새끼처럼 엉덩이를 얻어맞던 정서원이 눈물을 펑펑 쏟아 낸다. 그러면서도 서진우의 말이 신경 쓰였는지 뒤를 꽉 조여 물고 발딱 선 성기가 바지에 닿지 않게 허리를 띄우는 노력은 가상하기까지 하다. 서진우는 제 손에 얻어맞아 빨갛게 부어오른 엉덩이를 한결 부드러워진 손길로 어루만졌다. 그 손이 꽉 조여 문 구멍을 살짝 스칠 때마다 정서원이 띄운 허리를 움찔거리며 울음을 흐느꼈다.
“흐끅, 흐으윽……. 아, 아응.”
“정서원, 그렇게 자지가 좋아? 하루라도 안 쑤셔 주면 허전해서 미치겠어?”
“아니야, 흑, 진우야, 나, 진짜아…… 히끅! 앗! 응응……!”
“하루 종일 다리 벌리고 수캐 좆이나 받게 해 줄까? 발정 난 개처럼 구는 거 보면 진짜 개새끼 좆도 맛있게 먹을 것 같은데, 그래 줘, 응?”
“아아아! 싫어, 잘못했어어! 흑, 아파, 진우야, 무서워어…… 으아앙.”
잠깐이나마 부드럽던 손길이 금세 매서워졌다. 정서원은 화끈거리는 엉덩이를 재차 내리쳐대는 손바닥에 울며 자지러졌다. 매서운 손질을 이기지 못한 몸이 다시금 서진우의 무릎 위로 무너져 내렸다. 흠씬 얻어맞으며 살갗이 벗겨진 엉덩이가 쓰라렸으나 그보다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두려움을 견디는 게 더 힘겹다. 취기에 달뜬 입이 주제도 모르고 용서를 빌기 시작한다.
“으아아앙……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진우야. 히끅, 화내지 마아…… 흑, 흐윽.”
“잘못한 줄은 알면서 내가 화내는 건 싫어? 잘못을 했으면 혼나야지, 형.”
“히끅, 힉, 진우야아…… 아! 으으응! 으흑, 미, 미안해애. 다신, 안 그럴게, 얌전하게, 조신하게 있을게에…… 으아앙.”
“내가 형한테 한두 번 속아? 형 말을 어떻게 믿어. 자기 몸 간수도 못 하고 아무한테나 대주고 다니는데, 씨발!”
“으아앙! 아파아, 흑, 무서워, 진우야아. 흑, 히끅, 으아아앙…….”
살갗을 매섭게 내리치는 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정서원은 엉엉 울면서도 감히 서진우의 품에서 벗어날 엄두는 내지 못한 채 팔뚝을 붙잡고 매달렸다. 볼기를 얻어맞아 엉덩이가 흔들릴 때마다 발딱 선 성기가 서진우의 단단한 허벅다리에 문질러졌다. 성기에서 흐르는 물이 정장 바지에다 흔적을 남겼다. 혼이 나는 와중에도 느끼는 몸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진우가 더 경멸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정서원은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했지만 한 번 열린 몸을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발끝까지 동동 구르며 참아 보려 애쓰던 그가 결국 서진우에게 엉덩이를 얻어맞으며 사정하고 말았다.
“안 돼, 힉, 싫어, 싫어…… 앙! 흐으응……!”
“하, 씨발. 맞으면서 쌌어? 존나 씹, 혼나는 것도 좋다고 질질 싸대면 내가 어떻게 해 줘야 돼? 어?”
“흐윽, 미안해애. 밝혀서, 맞으면서, 흑, 느껴서어, 히끅! 변태라서 미안해, 진우야아. 흑, 흐아아앙…….”
정서원은 큰 소리로 엉엉 울며 서진우에게 용서를 구했다. 혹시라도 그가 더럽고 경멸스럽다며 내칠까 봐 팔뚝을 꼭 붙들고 있는 상태였다. 서진우는 기가 차서 찬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딸꾹질을 할 때마다 팔락대는 머리카락을 틀어쥐고는 억지로 고개를 꺾는다. 여러 차례 얻어맞아 빨갛게 부은 뺨과 터진 입술이 서럽게 떨리고 있다. 질끈 감은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 퍽 애처로운 꼴이었다. 마음이 약해지는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서진우가 짐짓 사납게 을러댔다.
“그만 징징대고 침대에 엎드려.”
“흑! 흐읍, 응, 으응…….”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정서원이 비척거리며 침대 한가운데로 기어간다. 곳곳에 흩어진 서진우의 옷가지와 이상현과 붙어먹으며 흘린 체액, 그리고 와인으로 엉망이 된 한가운데서 얌전하게 엎드린 정서원은 시키지도 않은 짓까지 했다. 빨갛게 부은 볼기를 달달 떨리는 손으로 직접 벌리며 축축한 구멍을 내보인 것이다. 잠자코 지켜보던 서진우의 눈에 시퍼런 안광이 튀는 순간이었다. 이딴 짓은 어디서 배워 왔는지, 씨발, 정체가 쉬이 짐작되었기에 기분이 더욱 좆같아진다. 서진우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않고 씹어뱉었다.
“씨발, 내가 언제 박아 준댔어? 머리에 씹질 생각밖에 없지, 어?”
“흑, 히끅! 자, 잘못했어. 흐윽, 그런 생각밖에, 못 해서, 미안해애…….”
“이상현 좆물 묻은 입으로 나불대지 말고, 씨발, 닥쳐.”
으르렁대듯 사나운 목소리였다. 겁에 질린 정서원이 피가 말라붙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딸꾹질을 참는 사이, 벌어진 볼기짝 안쪽으로 큼직한 자지가 예고도 없이 밀려들어 온다. 단번에 밑동까지 삽입된 자지는 정서원이 익숙해지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고 화풀이를 하듯 퍽퍽 박아대기 시작했다. 정서원이 그대로 무너지며 서럽게 자지러졌다.
“아! 흑, 아아! 진우야아, 아, 잠깐, 아응! 으으응!”
“그 개새끼랑 얼마나 붙어먹었길래 구멍이 벌써 헐렁해, 어? 이래서야 누가 자지 대 주겠어?”
“미, 미안해애, 잘 조일게, 흐끅! 그러니까 나, 나 버리지 마아, 흑! 아아! 흐아앙!”
뜨겁게 달은 구멍이 의식적으로 조여지며 성난 자지를 쫀득쫀득 물어댄다. 사정을 졸라대듯 정성스러운 조임이었다. 서진우는 욕설을 짓씹더니 정서원의 허리를 붙잡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정서원이 곧장 자지러지며 시트에다 빨갛게 부은 뺨을 비벼댄다. 이상현의 아래에서 셀 수 없이 절정에 다다랐던 몸은 또다시 쏟아지는 쾌락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서진우는 자꾸만 무너지려는 몸을 억지로 붙들고는 정서원이 층층이 쌓아 올린 격분을 좆질로 풀어냈다.
“흐앙! 흑, 아아앙! 진우야아, 조금마안 살살…… 힉! 아으응!”
“나보다 이상현 그 씹새끼 좆질이 더 좋아? 그 새끼는 어떻게 박아 주는데, 응?”
“아냐, 아니야아! 나, 나아 진짜, 진우 너밖에, 흑! 흐아앙, 앙!”
“씨발, 정서원! 나밖에 없다는 새끼가 뒤로 딴 놈 자지나 받고 다녀?”
“아아아! 힉, 진우, 진우야아, 히끅! 아, 흑, 좋아아!”
들이치는 몸짓이 더욱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서진우가 뒤에서 강하게 짓쳐들 때마다 정서원은 고개까지 내저어 가며 헐떡거렸다. 무자비하게 처박는 움직임에 늘어진 몸이 앞으로 밀려나려다가도, 허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 강한 힘에 꼼짝도 못 하고 다시 당겨진다. 빨갛게 부은 엉덩이가 찰떡처럼 뭉개지길 반복했다. 한시의 틈도 주지 않는 폭력적인 쾌락이었다.
정서원은 침대 시트를 구명줄처럼 붙든 채로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혼절해 버릴 것만 같은 아찔한 쾌감이 배 속에서 연달아 터졌다. 너무 느껴서 외려 무서울 지경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제 잘못도 잊은 나약한 심신이 한 번 흔들릴 때마다 잇따라 용서를 빌어댔다.
“진우야아, 흑, 아앙! 내가 잘못했어어. 제발, 나, 죽을 거, 같아아! 흐끅, 으으응!”
“씹질 하다 죽으면, 하 씨발, 형한테는 호상이겠네. 안 그래?”
“흐윽, 앙! 제발, 나, 나 뭐든 다 할게에, 흑, 진우야아. 아, 아아!”
서진우가 정서원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귀두로 문질러 주며 숨을 고른다. 눈앞에 펼쳐진 몸은 얕게 좆질을 해댈 때마다 딸꾹질 따위를 흐느꼈다. 뺨 한쪽을 시트에 댄 채 눈물을 흘리는 얼굴은 취기와 절정에 가까워진 고취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자지를 삼킨 비좁은 구멍이 꾸물꾸물 조여들며 서진우의 움직임을 보챈다. 이럴 거 왜 약한 소리는 지껄였는지 모르겠다. 서진우는 으르렁대듯 욕설을 씹더니 봐주지 않고 몰아치기 시작했다. 겨우 숨을 몰아쉬던 정서원이 곧장 울음을 터뜨리며 자지러졌다.
“하아앙! 진우야아, 나, 아아, 앙! 흑, 살려 줘어! 으앙앙…….”
“내가, 씨발 이젠 형이 뭘 말해도 믿음이 안 가네. 정 힘들면, 형이 날 설득해야지. 나한테 조를 게, 아니라. 어?”
“하으, 히, 힘들어서어…… 진우, 자지가 너무, 커서, 흑! 자꾸, 기분 좋은 데, 눌러서어, 히끅! 나, 나아 이제 그마안…… 아아앙!”
“씨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정서원, 이젠 똑바로 말도 못 해?”
“으아아앙……! 힉, 히끅, 아, 흐으응! 진우야아……!”
허리를 붙잡힌 채 무자비하게 처박히는 정서원은 더 말할 여유도 없어 보였다. 발끝까지 파닥거리며 울어대는 그에게서 오히려 절박함까지 엿보인다. 시트를 붙잡고, 고개를 가로젓고, 박히는 대로 흔들리기만 하던 정서원이 뒤로 손을 뻗어 저를 사납게 틀어쥔 손을 붙잡는다. 서진우는 분노와 질투 따위에 휘감겨 절절 끓는 눈으로 간절한 몸짓을 노려보면서도 그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대신 뿌리까지 박아대는 움직임이 더욱 사나워졌을 뿐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무자비해진 몸짓에 정서원이 고개까지 젖혀 가며 길게 흐느낀다. 목덜미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헐떡이는 모습은 절정을 코앞에 두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서진우는 너무 커서 자꾸 기분 좋은 데를 눌러 준다는 큼직한 자지로 속살을 진탕 문질러 놓았다. 그러자 정서원이 그대로 절정으로 떨어지며 깊숙한 곳까지 삽입된 자지를 마구 씹어대기 시작한다.
“흐아앙! 아, 아아아! 히끅, 흑…… 으으응.”
쾌락에 흠뻑 젖어 바동거리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진다. 정서원은 자지에 꿰뚫린 채로 침대에 늘어져서는 가쁜 숨을 헐떡여댔다. 더는 못하겠다던 게 사실이었는지 발가벗은 몸이 꾸물거리며 도망가려 애를 쓴다. 그래 봤자 아직 서진우의 자지에서 정액 한 번 빼내지 못한 상태였다. 부질없는 도망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서진우는 자지가 귀두까지 빠져나왔을 때 정서원의 허리를 끌어당겨 단번에 끝까지 꿰뚫었다. 정서원이 서러운 신음을 내질렀다.
“아아아……! 흑…… 흐아아앙.”
“좋다는 자지 준다는데도 왜 못 받아먹어, 응? 왜, 내 자지는 맘에 안 들어?”
“히끅, 아니, 그런 게 아니라아…… 나, 나 힘들어서어. 흑, 훌쩍.”
“왜 힘들지? 나는 오늘 형한테 처음 박아 주는 건데, 왜 형은 씨발 벌써 힘들다고 지랄일까?”
“으아앙! 진우야아, 흑! 내가 잘못했어어. 진짜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제발, 제발.”
“진짜 잘못한 줄 알면 입 닥치고 정액이나 받아먹어.”
싸늘하게 일갈한 서진우가 정서원의 머리채를 잡아 시트에 짓누르며 허리를 놀린다. 배려 없는 움직임에 정서원이 엉엉 흐느끼며 허리를 비틀어댄다. 얼굴은 얻어맞아 빨갛게 부었고, 몸에는 이상현이 남긴 잇자국과 손자국이 불그스름하게 남은 데다 엉덩이는 혼이 나느라 짙붉게 익어 있다. 오롯이 그만의 것이었던 정서원을 딴 놈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좆같기 그지없다. 남자를 몰랐던 몸에 쾌락을 알려 주고 비좁은 구멍을 열어 주었던 것은 이상현이 아닌 자신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길들여 놓은 몸으로 이상현에게 다리를 벌렸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 그리고 이상현이 새로이 길들인 몸으로 너밖에 없노라 울먹이는 꼴이라니, 씨발!
분노로 시뻘겋게 달은 상태에서도 계속되는 자극에 사정이 다가온다. 서진우는 정서원을 꽉 붙든 채로 음모가 닿을 만큼 깊숙이 쑤셔 넣었다. 노팅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정서원이 허리를 움찔대며 달아나려 했지만 부질없는 시도였다. 서진우는 들끓는 분노를 열락에 잠긴 목소리 따위로 위장하며 몸을 밀착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형 엉덩이는 애라도 가지면 좀 얌전해지려나, 새끼라도 밸래, 서원아?”
“시, 싫어어. 힉, 싫어, 진우야, 나, 나 무서워, 흑! 하지 마아…….”
“그러게 왜 혼날 짓은 하고 그래. 내가, 모처럼 믿어 보려고 했는데 뒤통수까지 갈겨 놓고, 응?”
커다란 자지가 무시무시하게 부풀기 시작한다. 통증이 먼저 느껴지고 그 후로 페로몬이 풀리며 간질간질한 쾌락이 일어났다. 정서원은 배 속을 가득 채운 빠듯한 존재감에 가냘픈 숨이나 헐떡이느라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그러잖아도 몽롱했던 정신이 금세 꺼질 듯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들킨 이후로 내내 강압적으로 굴었던 서진우였으나 오늘만큼 무서운 적은 없었다. 무섭게 굴고도 화를 낸 적 없다며, 자긴 늘 참고 있다고 속삭이던 말이 새삼 실감이 났다. 진우는 오늘, 정말로 화가 난 것이었다. 정서원이 눈물을 방울방울 떨궈대며 연신 사과를 조잘거렸다.
“미안해, 미안해애, 흑,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화내지 마, 나 버리지 마, 진우야…….”
서진우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 버리지 마, 나 진우밖에 없는데, 이제 말 잘 들을게, 혼자 둬도 외롭다고 안 할게, 말 잘 듣고 있을게에…… 정서원은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다가 아찔한 쾌락을 퍼붓는 노팅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정신을 놓고 말았다.
* * *
정서원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첫째는 눈을 가려 놓은 천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걸 풀 수 없게끔 꽁꽁 묶인 손발 때문이었다.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도, 손목과 발목을 묶어 놓은 천을 풀어 낼 수도 없어 그는 마른 입술만 벙긋거렸다. 자유의지를 억압당한 몸은 아주 무력했다. 혼곤한 가운데서도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다. 막연한 불안이 갖가지 상상으로 떠올랐으나 그럼에도 그는 서진우가 저를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같은 공간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었다.
얼마 가지 못한 믿음이었다.
“지, 진우야…… 어디 있어…….”
아무 말 않고 얌전히 기다려도, 기다리다 지쳐서 애타게 불러도, 심지어는 눈물로 호소해도 서진우에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진우는 이미 없고, 어딘지도 모를 공간에 저 혼자만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일부러 짜내지 않아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눈을 가린 부드러운 천이 쏟아지는 눈물을 빨아들이다가 결국 흥건해진다. 눈물을 봐 주고 가엾게 여겨 줄 대상이 없는데도 그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그에게로 다정하던 서진우와 무섭게 을러대던 서진우가 동시에 떠오르다가 사라진다.
정서원은 외도 현장을 들켰던 날에도 종내에는 다정하게 보듬어주었던 진우가 오늘만큼은 유독 분노를 걷잡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게 자지가 좋으면 발정 난 수캐 자지라도 내내 물려 주겠다는 무서운 말도 떠올랐다. 불길한 상상이 제멋대로 부푼다. 발가벗은 채 묶인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었지만 머리 위로 묶인 손목은 침대 헤드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정서원이 애타게 서진우를 찾아가며 흐느꼈다.
“흑, 흐윽, 진우야, 나 무서워…… 말 잘 들을게, 이거, 싫어…….”
그래 봤자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버려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우가 정말 제게 지쳐서 정을 떼어 놓으려고 이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서원은 절 보던 다정한 눈에 서릿발 같은 분노도 아닌, 그저 무가치한 존재를 바라보는 듯 무심함이 어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후회가 사무치고 슬픔이 사무쳐서 목이 메었다. 차라리 매서운 손에 뺨을 얻어맞고 애처럼 엉덩이를 얻어맞는 게 나았다. 적어도 그만큼 화를 낼 정도로 정서원 자신이 진우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니 잠깐의 부끄러움이야 얼마든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가 없어진 진우의 옆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서고 그가 진우의 다정함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니 발밑이 뚝 꺼지는 기분이다. 정처 없는 질투와 상실감이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정서원은 질질 짜지 말라던 말이 생각나 아랫입술을 말아 물고 울음을 삼키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나약한 심신으로는 고작 울음을 참는 것도 어려워서 결국 애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흣, 흑……. 흐끅, 흑. 진우야아… 흐아아앙…….”
묶인 채로 얌전히 흐느끼기나 하던 정서원이 묶인 팔을 빼내려고 낑낑대기 시작한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서진우를 찾아가고자 함이었으나 내내 시달리던 몸에 꽁꽁 묶인 매듭을 풀어 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한참 낑낑거리던 정서원은 결국 침대에 늘어진 채 가쁜 숨이나 몰아쉬게 되었다. 암담한 체념이 몰려오는 순간, 정서원은 울음으로 먹먹해진 귓가에 발소리가 잡힌 걸 깨닫는다.
“지, 진우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진우야, 흑, 진우 맞지? 응?”
정서원이 간절한 목소리로 재차 물었으나 발소리만 가까워질 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우라면 대답을 안 해줄 리가 없다. 순간 반가움이 덜컥 두려움으로 변질되었다. 어쩌면 저 사람이 진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힉, 히끅, 정서원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묶인 손발을 어떻게든 풀어 내려 애를 썼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매듭 하나 느슨히 만들지 못한 그가 잔뜩 멘 목소리로 애원하듯 묻는다.
“왜, 왜 대답 안 해 줘……?”
문득 그가 누워 있는 침대가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싫어, 오지 마, 저리 가…… 거부에도 불구하고 바싹 다가온 남자가 훤하게 드러난 허벅다리를 매만진다. 가죽 장갑을 낀 듯 매끈하고 차가운 감촉이었다. 정서원은 지척에 다가온 남자에게서 서진우의 흔적을 찾으려 애를 쓰다가 그의 체취는커녕 페로몬도 느낄 수가 없어 결국에는 눈물이 터졌다. 연하게 풍기는 향수 냄새 또한 익히 맡아 온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진우가 아니다. 그럼 누구지? 무서워서 온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누, 누구세요? 싫어, 만지지 마……!”
누구냐는 질문에 새삼 답이 돌아올 리 없다. 남자는 오히려 재미가 붙었는지 더 노골적이고 농밀한 애무를 하며 벗은 몸을 맘껏 주물럭거렸다. 잔뜩 긴장한 몸이 남자의 아래서 바동거린다. 정서원은 남자를 피하려 안간힘을 써 봤지만, 가뜩이나 지친 데다 꽁꽁 묶여 있는 몸이 할 수 있는 저항은 한정되어 있었다. 바동거리던 그가 이내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진우가 다른 사람에게 정말 저를 떠넘기고 떠나 버렸다. 이미 한 번을 봐줬는데, 또 똑같은 짓을 저질렀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진우가 정말 제게 질리고 질린 것이 분명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까마득한 절망이 몰려들었다.
“흐앙, 흑! 흐끅. 흐으윽…… 진우야아…….”
아무리 부르짖어도 진우는 오지 않았다. 당장 처한 겁간의 위협보다 진우가 정말 자신에게 질렸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것이 더 처참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어서, 넘어가려는 숨을 몰아쉬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었다.
절망에 잠깐 무력해졌던 몸은 남자의 손이 쓰라린 엉덩이에 닿았을 때 다시 저항을 시작했다. 싫다고 허우적거렸으나 남자는 집요하기 짝이 없었다. 거센 손길로 팔딱대는 몸을 제압하고는 부은 구멍을 제멋대로 헤집어 놓는다. 서진우가 없는 시간 동안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모르는 남자들과 밤을 보내긴 했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눈이 안 보이지도, 뜻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절망감에 밀려났던 두려움이 왈칵 터져 나왔다.
“싫어, 싫어, 싫어……!”
오열에 가까운 목소리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 누웠던 몸을 모로 틀어 놓고 훤히 드러난 엉덩이에다 제 자지를 문질러대는 몸짓은 언뜻 단호하기까지 했다. 아직 서진우의 정액이 담긴 구멍이 꿀쩍거리며 벌어지기 시작한다. 정서원은 정말로 무섭고 두려워져서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렸다.
“히익, 힉, 싫어, 진우야 살려줘, 무서워, 잘못했어, 싫어!”
끔찍하게 싫은데도, 몸은 자지가 밀고 들어오는 대로 열렸다. 내내 자지를 품고 있었던지라 아무리 거부하고 오므려 봤자 남자에게 더 한 자극만 안겨 주었다. 빠듯하게 열린 안쪽이 들어선 자지를 달갑게 받아들였다. 싫어, 싫어…… 정서원은 고개를 필사적으로 젓고 몸을 비틀어 가며 흐느꼈다. 이렇게 싫은데 자기 뜻과는 달리 너무도 쉽게 열리는 몸이 끔찍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것도 무서웠다. 남자는 더욱 심해진 저항을 한 손으로 거뜬히 제압하고는 끝내 자지 밑동까지 쑤셔 박았다. 하악, 힉! 정서원이 꿰뚫린 몸을 움찔거리다 남자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애처로울 만큼 오열했다.
“흐윽! 싫어, 빼, 싫어어, 진우야, 도와줘, 흑! 흐윽.”
단단한 몸은 아무리 거부해도 물러나 주지 않는다. 정서원이 오열하는 동안 남자는 자지를 계속해서 쑤셔 박았다. 남자가 깊숙이 찔러들 때마다 겨우 저항이 가라앉은 몸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렸다. 허리를 비트는 움직임 따위는 남자의 커다란 손에 제압당해 무력해진 지 오래였다.
“아, 흑, 흐윽, 싫어, 싫어, 무서워, 흐윽, 흑.”
얌전해진 몸에다 자지를 박아댈 때마다 정서원이 가냘프게 헐떡이는 소리와 질척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두려움에 잡아먹힌 그는 극점을 문지르는 몸짓에도 겨우 숨이나 헐떡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받는 자지가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그게 진우가 만들어 놓은 상황이란 사실도 정서원에게서 저항할 의지를 앗아 갔다. 정서원은 그러잖아도 지친 몸에 더욱 탈력감이 몰아쳤는지 행위가 계속될수록 딸꾹질만 간신히 올리며 발끝을 꿈틀거렸다. 자지나 받는 인형이 된 기분이다.
설움이 북받친 그가 손이 자유로웠다면 싹싹 빌 기세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 으응, 싫어, 제발, 힉, 빼 주세요, 부탁드려요, 으흑, 아, 응! 싫어어. 진우야아…….”
왜, 이렇게 싫은데도, 몸은 멋대로 느끼는지 모르겠다. 자지가 드나들면서 여지없이 달뜨기 시작한 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정서원이 참담해하든 말든 뒤는 적셔졌고 아랫배에서 치미는 쾌락은 명치까지 치솟았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지 고개를 얕게 저으며 애원했다. 제발요, 빼 주세요, 빼 주세요, 빼 주세요…… 힘없이 꺾인 고개에서 체념한 애원이 쏟아져 내린다. 눈을 가린 천이 더 젖을 수도 없을 만큼 흠뻑 젖어서는 흐느끼는 눈가를 뜨겁게 짓눌렀다.
어떤 애원과 저항에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남자가 문득 움직임을 멈춘다. 남자는 자지를 쑤셔 박은 상태로 정서원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 주었다. 오늘 아침 정서원이 서진우를 위해 골라 주었던 넥타이가 눈물에 흠뻑 젖은 채 침대 아래로 떨어진다. 정서원은 묵직하고 뜨끈한 눈을 깜빡거리며 시야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묶어 놓았던 손과 발을 풀어 주며 발갛게 피가 오른 손을 잡아 주물러 주었다. 얼얼한 손가락 마디마다 입술이 닿았고, 손등과 손바닥에 차례로 키스가 쏟아졌다. 정서원은 이렇게 극진한 입맞춤을 하는 사람을 이미 알고 있다.
정서원이 손을 뻗어 서진우를 끌어안는다. 지치지도 않고 우는 얼굴을 서진우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키스했다.
“진우, 진우야…….”
“무서웠어?”
“응응…… 너무 무서웠어,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어…….”
곧장 응석을 부리는 태도에 서진우가 소리 없이 웃는다. 내내 잔뜩 긴장해 있던 심신이 그의 품 안에서 순식간에 느슨해졌다. 낯설어서 무섭다던 향수조차 좋은지 품에 대고 숨을 들이쉬며 안정을 찾는 정서원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제 어깨에 매달리고는 얼굴을 비비는 정서원을 안아 주며 안으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울음이나 흐느끼던 몸은 상대가 서진우임을 확인하자마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 아아, 진우야…….” 아무리 찔러 주고 박아 줘도 울기만 하던 정서원이 달콤하게 헐떡인다. 자지를 깨문 안쪽이 꾹꾹 조여들었다. 곧장 안심해서 고분고분하게 안겨드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서진우가 뒤틀린 속내와는 달리 더없이 부드럽게 웃는다.
애타게 저만 찾아대던 정서원을 지켜보면서 당장의 분노가 녹아내린 지 오래였기에, 그는 보다 더 나긋나긋한 태도로 정서원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얌전하게 저를 받아들이는 몸짓에 이미 고취된 터라, 파고드는 움직임은 거칠기만 했다.
“다신 안 그럴 거지?”
“응응, 나, 다신…… 아, 아앙! 하아, 아!”
“응, 다신?”
“다시는, 앙, 진우 몰래, 그런, 거어, 흑, 으으응……!”
“그런 거 뭐, 응?”
“흑, 잠깐, 아! 흐아앙, 진우야아. 아, 아응! 아아앙!”
정서원은 결국 대답도 못한 채 자지러지며 헐떡였다. 서진우가 안을 파고들어 느끼는 곳을 눌러 줄 때마다 정서원은 몽롱하게 풀어진 눈으로 서진우만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한참 우느라 짓무른 눈가가 새빨갰다. 기분 좋으니 더 해 달라며 보채는 것 같기도, 무서웠으니 더 달래 주라며 조르는 것 같기도 하다. 서진우는 저만을 바라보는 정서원이 그보다 만족스러울 수가 없어서 해사하게 웃어 주었다.
“안 되겠네…… 아직도 이렇게 응석이나 부리고. 내가 불안해서 형을 어떻게 내보내겠어.”
“아으응, 진우야아, 너무 좋아, 흐앙, 좋아, 좋아해애…….”
“그러니까 버리지 마?”
“으응, 응, 버리지 마, 나 제발, 무섭게 하지 말아 줘어…… 흐앙, 앙!”
버려질까 봐, 제게 쏟던 정성을 또 다른 사람에게 줄까 봐, 이대로 영영 찾아 주지 않을까 봐. 내내 온갖 감정으로 무르익은 정서원이 절실하게 애교를 부리며 조른다. 아래를 열심히 조이고 아직도 짙붉은 엉덩이를 움직여 서진우의 기분을 풀어 주려 노력하던 그는 답이 돌아오지 않자 불안했는지 금세 울먹이기 시작했다.
“좋아해, 진우야, 사랑해애, 흑, 진짜 좋아해…….”
“하…… 씨발, 미치겠네.”
“아아아! 흐앙, 아, 진우야아, 아, 아아앙!”
서진우가 정서원을 끌어안은 채로 깊숙이 파고들며 입을 맞춘다. 좋아해, 사랑해, 진우야 같은 말만 열심히 조잘대던 입술이 서진우에게 가로막혀 야릇한 흐느낌을 토해 낸다. 격정에 사로잡힌 서진우는 힘겹게 헐떡이는 몸을 봐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서진우의 옆구리에서 달랑거리던 발끝이 오므라들었다가 쭉 펴지기를 반복하며 가로막힌 입 대신 절정에 다다른 황홀함을 드러내 보였다. 흠뻑 젖어든 안에 자지가 꼭 맞붙을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터졌다.
적극적으로 안겨들며 입을 맞추는 정서원은 정말 좋아서 그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잃었던 귀애를 되찾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참 우느라 이미 지쳤던 그가 결국 숨이 달렸는지 저를 짓누르는 어깨를 두드려댄다. 서진우가 입술을 떼어 주고는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정서원을 바라본다.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만한 수려한 얼굴에 욕망이 넘실거린다. 순간 아랫배가 조여들었다. 자지를 삼킨 안쪽까지 꾹 조여드는 통에 야릇한 성감이 명치를 치고 올랐다. 모처럼 배려해 주려던 서진우를 보채고 조르는 몸짓이었다. 서진우가 사납게 욕설을 짓씹기가 무섭게 얕게 잦아들었던 움직임이 다시금 거세졌다. 단단한 몸에 깔린 정서원이 어쩔 줄 모르고 헐떡였다.
“으응응! 진우야아, 앙! 좋아, 흑, 어떡해, 흐응, 아아앙!”
“또 다른 새끼한테, 뒤 대줄 거야?”
“아, 아니이……! 나, 나아 안 그럴게에, 흑, 아으응! 아, 진우야아!”
“내가, 씨발, 형 버리게 하지 마, 응?”
“흐윽, 싫어어, 버리지 마, 아앙! 나, 흑, 잘할게에. 으으응!”
독점욕과 애정이 뒤엉긴 눈빛이 쏟아졌으나 정서원은 흐느끼고 헐떡이느라 눈치채지도 못한다. 서진우에게 매달린 손끝만이 동아줄을 움켜쥔 듯 절실하기만 했다. 그토록 애타게 안겨드니 안을 들쑤시는 몸짓도 더욱 거세져 갔다. 한계까지 부푼 자지가 뜨겁고 축축한 안쪽을 마구 들쑤시며 격정을 쏟아 내고 있다. 정서원은 한 번 깊숙이 꿰뚫리고 얕게 문질러질 때마다 고개를 젖혀 신음을 내질렀고, 이내 가로저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 너무, 너무 좋아……!” 정서원이 발갛게 달은 얼굴로 엉엉 흐느끼기 시작하자 지치지도 않는 눈물이 또 그렁그렁 맺혀들었다.
“흐으, 으으응! 아, 진우야아, 흑, 좋아아, 아아앙!”
서진우는 몸이 달떠 어쩔 줄 몰라 하는 정서원을 집어삼킬 듯 노려보면서 그가 좋아하는 부분을 늘씬 찔러 주었다. 정서원이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로 박히는 대로 앙앙 울어댄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빨간 혀가 빨아 달라고 보채는 것 같다. 서진우가 다시금 입을 맞추자 정서원이 달갑게 입을 벌려 맞이한다. 그는 키스에 열심히 응하면서도 서진우의 움직임에 맞춰 아래를 조이고 허리를 흔들었다. 절정이 가까워진 움직임에 절제는 없었다. 이윽고, 한껏 달떴던 몸이 순식간에 절정으로 떨어지자 서진우가 나른하게 풀어지는 그를 붙잡고 정성껏 어루만진다. 정서원은 다정함으로 감춰 놓은 절절 끓는 욕망도 모른 채 기뻐하며 웃었다.
“흐아앙, 으응, 진우야, 흐으으…….”
“왜 이렇게 애교를 부려, 응? 뭘 바라고.”
“으으응…… 잘못, 했어…… 나, 다신 안, 그럴게.”
“다음에 또 그러면, 지금처럼 예쁘게 굴어도 안 봐줄 거야.”
부드럽게 흘러든 그 말에 몸을 섞으며 사그라졌던 두려움이 왈칵 밀려든다. 서진우가 저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그러면서 골칫덩이인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맞물렸다. 실제로 마음이 약해진 서진우가 달래 주기 전까지 정서원을 지배하던 두려움이었다.
정서원이 서진우를 애타게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지 마, 싫어, 이제 안 그럴게, 제발, 나 버리지 마…… 딸꾹질과 함께 나온 말을 분명 듣고 있으면서도 서진우는 대답하지 않고 눈물만 닦아 주었다. 정서원은 확답을 주지 않는 그에 더욱 불안해져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 정서원을 끌어안고 한참이나 달래던 서진우는 여운이 잦아든 안으로 다시금 짓쳐들었다. 멋모르고 품에서 훌쩍이기나 하던 정서원이 곧장 울음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흐윽, 아! 진우야아, 흑, 아앙, 앙…….”
“봐, 이렇게 말 잘 들으니까 얼마나 예뻐, 응?”
서진우는 제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정서원을 꽉 붙든 채로 좆질을 해댔다. 뺨도 맞고, 엉덩이도 맞은 데다 무서운 일까지 당했던 정서원은 그가 무슨 말을 하던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비위를 맞췄다. 대답하는 말끝에는 매번 ‘내가 잘할게’, ‘버리지 마’ 같은 말이 따라붙었다. 이미 한 번 겪어 본 바로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잘 알면서도 애교를 부리니 맘이 풀린다. 서진우는 그 맥락 없는 약속에도 꼬박꼬박 대답을 달아 주며 지치고 힘들어하는 몸으로 파고들었다. 잘못이 있는 정서원이 힘들어하면서도 내색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를 받아들인다.
정서원은 그렇게 위아래로 몇 번이고 정액을 받아 내면서 펑펑 울고 빌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제 다리 사이로 짓쳐드는 서진우를 바라보며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