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이상한데 (6/20)

6. 이상한데

“그쪽이 뭔데 제게 이런 걸 사 줘요?”

“서원 씨 정말 차갑네. 어린 애인한테 돈쓰는 기분 좀 내게 해 줘요.”

“이상현 씨랑 저 그런 사이 아니잖아요.”

이상현이 못내 즐겁다는 듯 웃음을 참지 못한다. 차 뒷좌석은 그가 억지로 떠넘긴 쇼핑백으로 가득하다. 웬일로 일찍 불러내더니, 다짜고짜 인형 놀이를 시작한 그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참을 끌고 다니며 카드를 긁었다. 필요 없다, 맘에 안 든다, 당신이나 입어라, 거절을 반복해도 이상현은 막무가내였다. “아, 그래요?” 한마디만 하고는 내게 들이댔던 모든 옷과 액세서리를 제멋대로 결제했다. 

“모처럼 샀으니까 입어요. 다음에 나 만날 때 입어 줘도 좋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래요. 내가 사 주고 싶어서 사 준 거죠. 여섯 살이나 어린 남자 만나는데 연상으로서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보통 상대가 바라지 않는 걸 강요할 때는 성의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이상현은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결국에는 늘 자기중심적으로 구는 경향이 강했다. 여기서 더 대답해 봤자 내 입만 아플 것이다.

호텔 입구에서 발레파킹을 맡긴 이상현이 먼저 앞서가던 내게 다가와 어깨를 끌어안는다. 은근하게 퍼지는 그의 향이 날이 선 맘을 진정시키려 든다. 내가 그의 페로몬에 약하다는 걸 제대로 알고 이용해 먹는 게 얄밉기 그지없었다.

“화내지 마요, 응?”

“화난 거 아니에요.”

“아쉽네. 서원 씨 화내는 거 섹시한데.”

“…….”

항상 이런 식이다.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자 이상현이 내 귓가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그가 인형 놀이를 하며 내 귀에다 끼워 놓은 귀걸이를 엄지로 훑고 있다. 짜증이 나는데, 어렴풋이 진우가 생각나는 페로몬이 좋아서 떨쳐 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호텔 프런트에서부터 날 지분대다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는 기어코 입술까지 문댔다. 단둘뿐인 좁은 공간에 혀를 섞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새삼 민망해할 것도 없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흘리는 페로몬이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밑바닥에 잠긴 본능을 이끌어 낸다. 놓치고 싶지 않은 야릇한 기분이었다. 목에다 팔을 감고 매달리자 그가 내게로 허리를 숙이며 더 깊숙이 혀를 엉겨 왔다. 내 허리와 등 어디쯤을 문지르는 손은 속살로 기어들고 싶어 안달이 난 듯 농도 짙은 스킨십을 이어 갔다. 더 하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붙어먹을 것 같다. 입술을 떼어 내고 그를 밀어내자 때마침 층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상현은 내 허리를 끌어안고 곧장 룸으로 향했다. 

이상현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성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가 현관에서부터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끌어당기더니 귓바퀴에 이를 세운다. 짜릿짜릿한 전율이 몸을 스쳤다.

“아, 으응…….”

“입 벌려요.”

순순히 입을 열자 그가 곧장 입을 맞추고 혀를 빨아 올렸다. 성적 의도가 다분한 페로몬이 그와 맞닿은 몸에서 뜨겁게 일어난다. 달아오른 하반신에 한껏 발기한 성기가 닿는 게 느껴진다. 이상현은 내 성기에 대고 유사 성행위를 하듯 허리를 느긋하게 문질렀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엉덩이 안쪽이 애가 타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잠깐 입술이 떨어진 사이에 숨을 헐떡이며 재촉했다.

“키스는 됐으니까, 빨리…….”

“그 잠깐도 못 참겠어요? 서원 씨랑은 분위기도 못 잡겠네.”

“으응, 그런 말, 할 거였으면 현관에서, 앗, 그러면 안 되죠…….”

“그래요, 내가 잘못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으로 입혀 놓으니까 꼴려서 참을 수가 없네. 이상현이 나직하게 덧붙이며 나를 끌어안는다. 그는 거실을 지나 침실로 이끌면서도 참을 수 없다는 눈길로 내 몸 곳곳을 훑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귀걸이가 맘에 드는 건지 침대에 눕힌 후에도 귓가를 중심적으로 애무했다. 

입술로 귓바퀴를 물다가 혀를 세워 귓구멍을 문지르는 통에 민감한 몸이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이상현은 그러면서 본인이 사 준 드레스셔츠를 차근차근 풀어 나갔는데, 애무하는 입술에 비해 너무도 느긋하여 애가 닳을 지경이었다. 빨리…… 결국 내가 먼저 애원하자 그가 눈매를 곱게 접으며 웃는다. 

“어린 놈 따먹는 건 난데, 어째 몸만 노려지는 기분은 내가 들까.”

그러더니, 겨우 반쯤 풀어 낸 셔츠를 좌우로 벌려 찢어 놓는다. 단추가 후드득 떨어지며 뜨거워진 상체가 드러났다. 싫다는 사람에게 기껏 입혀 놓고는 이제와 찢는 건 또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찢을 거, 옷은 왜 사 줬어요?”

“이러려고 산 거죠. 알몸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진짜, 변태 같아…….”

“그 변태랑 좋다고 붙어먹는 건 서원 씨고요.”

이상현은 다정한 애인이라도 되는 양 입술에다 가볍게 키스하더니 손끝으로 어루만지던 젖꼭지에다 혀를 세웠다. 그가 공들여 쾌감을 새겨 놓은 가슴이 순식간에 바싹 곤두세워졌다. 입술로 빨고 혀로 선단을 굴리는 애무에 이미 열린 몸에 쾌감이 착실하게 쌓인다. 

“하으, 응! 아아아…… 하으응.”

가슴만으로 절정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쾌감에 허리를 뒤척이며 몸을 꼬다가 결국 이상현을 끌어안았다. 그가 출근하며 세팅해 놓았을 머리가 내 손에 잡혀 흐트러진다. 몸 곳곳을 매만지고 문지르는 것 같은데 가슴에서 터지는 쾌감이 너무 황홀하여 제대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속옷 한 장만 걸친 알몸이 되어 있었다. 이상현은 그 속옷을 마저 벗기는 대신 속옷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애무했다. 그의 단정한 손끝에 닿는 구멍이 멋대로 움찔거린다. 쑤셔지는 아래에서 질척한 소리가 나며 물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는 도저히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배 속에 터진다. 제발, 제발…… 그는 내 애원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웃음기 어린 어조로 물었다.

“벌써 젖었네. 그냥 박아 줄까요?”

“앗, 아아, 싫어, 손가락 말고…… 당신 자지로요.”

“아…… 서원 씨가 당신이라고 할 때마다 꼴려서 미치겠네. 내 자지 터지면 서원 씨 탓이니까 책임져야 돼요. 응?”

“또 이상한, 소리…… 아응, 읏, 아, 아아…!”

안을 들쑤시던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곧장 삽입이 시작됐다. 속옷을 벗기지도 않고 속살을 가린 천만 걷어 내서 박아대는 몸짓에는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는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도 음모가 있는 부근을 속옷 위로 살살 문질렀다. 그러잖아도 좁은 속옷 안에 갇혀 있는 성기가 답답한데 자극까지 가해지니 그대로 사정할 것 같았다.

“아으응, 응! 그냥, 벗겨 줘요…… 흑, 젖잖아요…….”

“걱정되면 벌써 쌀 생각하지 말고, 응? 참아 봐요.”

“내 맘대로 되는 게…… 흐아앗! 아, 아아! 싫어, 잠깐만요. 흑!”

참으라는 사람이 박음질에 박차를 가한다. 속옷에 갇힌 성기를 문지르며 자극하는 바람에 벌써부터 앞섶이 젖어들고 있다. 앞뒤로 닿는 자극이 상당해서 눈물이 났다.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짓쳐드는 몸짓에 일일이 쾌감이 터졌다. 가랑이에 음모가 꼭 맞붙을 때마다 언뜻 보이는 커다란 성기가 더없이 황홀하다. 이미 원 없이 박히고 있는데도 더 욕심이 난다. 한시라도 놓치기가 싫어서 허리가 멋대로 따라 움직인다. 안에 더 머물게 하고픈 욕심이 들어설 때마다 꽉꽉 조여 무는 몸짓으로 바뀌었다. 

머리 위로 이상현의 웃음이 떨어진다. 그가 허리를 숙여 귓가에다 입을 맞추더니 서진우를 닮은 미소를 지었다. 순간 절정에 다다를 만큼 아찔한 쾌감이 배 속을 달렸다.

“숍에서 끼워 봤을 때도 예뻤는데, 박을 때마다 찰랑거리니까 더 예쁘네.”

“으응, 아……! 아아응, 읏, 놀리지 말고, 더 깊게, 박아 줘요…… 아으응!”

“끝나고, 서원 씨가 올라와 볼래요?”

“알았으니까아 빨리…… 으응! 앗, 아앙! 흐으응, 상현 씨이. 하아!”

상을 주듯 쾌감이 쏟아진다. 그의 어깨에다 팔을 두르고 허리에다 다리를 감아올리자 더욱 깊은 곳까지 닿는다. 쾌감에 못 이긴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가 쾌감을 못 이기고 펑펑 우는 걸 좋아하는 이상현은 기껍게 입을 맞추며 눈물을 핥아 올렸다. 온몸에 감긴 페로몬과 그 몸에 터지는 쾌락이 급하게 절정으로 이끌었다. 

“아, 아아아……!”

결국 속옷에 진하게 싸고 나자 이상현이 젖은 속옷을 문지르며 예민한 극점을 무자비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한껏 민감해진 성감대에 닿는 쾌락이 혼을 쏙 빼놓는다. 흐린 시야에 보이는 이상현은 날 홀로 절정으로 밀어놓고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얄미워서 안을 가득 조이자 그가 잠긴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한데, 그러면 남자들은 더 좋아해요.”

“아으응! 아, 아아, 잠깐만, 흐으……!”

“발칙하게 굴 거면, 제대로 해야지. 응?”

“아, 아아앙! 싫어, 너무……! 으응! 아, 상현 씨이……!”

그가 내 몸을 꽉 붙잡고 미친 듯이 박아대기 시작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끔찍한 쾌락이 이어졌다. 붙잡힌 몸을 배배 꼬며 그를 밀어내고 손톱으로 팔뚝을 긁어대기도 했지만 그는 짐승처럼 한 번 잡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지독한 쾌감이었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 아찔한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만도 벅찼다. 이상현은 쾌락을 위한 몸짓이라기보다는 꼭 나를 벌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크고 단단한 성기가 쉴 틈 없이 배 속을 짓이긴다. 섹스가 주는 쾌락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무자비한 쾌락을 바란 건 아니었다.

“잘못했, 어요……! 아으, 흑, 제발, 아응, 흐으응! 아, 아!”

“하아, 맘에도 없는, 사과를, 왜 해요? 뭐가 미안한데, 응?”

“버릇없이, 굴어서어, 흑! 흐아아앙……! 으응, 상현 씨 제발……!”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아 내며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몇 번이나 중얼거리고 나서야 이상현은 약간 다정해졌다. 그래 봤자 민감한 몸을 들쑤시는 건 변함이 없어서 내 맘에도 없는 사과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어중간하게 달래 주는 행동에 눈물만 더 많아졌을 뿐이다.

이상현은 한참 후에나 내 배 속 깊은 곳에다 정액을 토해 내면서 이미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그는 놀랍게도, 펑펑 울며 빨개진 내 얼굴이 몹시 맘에 드는 것 같았다. 변태냐고 한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이미 한차례 혼쭐이 난 터라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는 못했다.

* * *

내가 없을 때 무언가 얘기가 오간 것이 분명하다.

정서원은 어제오늘 서진우의 태도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위화감을 그렇게 해석했다. 서진우가 없던 두 달 동안 워낙 해놓은 짓이 많았던 정서원으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예측이었다. 이상현이 무슨 말을 했을지 짚이는 부분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나 성격 더러운 그라면 거짓말은 안 하더라도 있는 사실을 적절히 섞어 서진우의 속을 박박 긁어 놓았을 것이 뻔했다.

정서원이 불안하게 눈을 굴리자 옆에 누워 있던 서진우가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대놓고 화를 내지도 않고, 두 달 전만큼이나 다정한데, 간혹 사늘한 눈을 하는 것이 더 두렵다. 서진우는 어느덧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이마를 맞댔다. 마주한 눈이 곱게 휘었다.

“머리 많이 길었네. 잘라야겠다.”

“자를 줄 알아?”

“하하…… 내가 자르다가 형한테 상처라도 내면 어떡해.”

서진우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흐르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웃었다.

“내일 잠깐 나갔다 올까?”

“내일?”

“응, 나가서 형 머리도 자르고, 집에도 다녀오고.”

“그래도 돼?”

“응, 싫어?”

조심스럽게 묻는 그를 보는 표정은 다감했지만 언뜻 사늘해 보이기도 한다. 정서원은 유리알 같은 눈동자에 비친, 제가 모르는 감정 따위가 몹시 두려우면서도 궁금해졌다.

서진우는 침묵하는 정서원의 손을 끌어다가 손가락 하나하나 정성껏 입을 맞췄다.

“마음 같아서는 밖에 내보내고 싶지 않은데.”

“…….”

“그러면 형이 힘들잖아. 그렇지?”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방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서진우만 기다려야 했던 시간을 돌이켜본다면 지금은 아주 쾌적한 하루하루였다. 눈을 뜨면 옆에 그가 있었고,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곁에서 함께 보내며 행복을 맛볼 수도 있었다. 외로워서 혼자서는 제대로 잠도 못 들던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그런데 다만, 그게 방치와 냉대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진정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헷갈릴 뿐이다.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는 정서원은 잡힌 손끝을 꾸물거리다가 한참 뒤에나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화내는 게 당연한 거고…….”

“나가고 싶지 않아?”

“너만 있으면 괜찮아.”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숨긴 대답이 정답이었나 보다. 서진우가 정말 드물게도 십 년 전 그때처럼 해사하게 웃는다. 정서원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항상 순수하게 설렘을 느끼기보다도 그게 설렘인지 죄책감인지 구분 지어야 하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그는 속눈썹을 내리깐 채로 얼굴 곳곳에 쏟아지는 키스를 얌전히 받아들였다.

맘껏 입을 맞추며 격정을 채운 서진우가 이윽고 그를 꼭 끌어안았다. 떨리는 숨이 정서원의 귓가에 맴돌았다.

“속는 거 뻔히 아는데도, 너무 좋다. 형.”

“…….”

진우는 무슨 얘기를 들은 걸까? 허나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정서원으로서는 도저히 정정할 수 없을 것이리라. 정서원은 서진우를 마주 안아 주며 그를 달랬다. 자신이 그를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좋다는 말에 이상야릇한 기분이 차올랐다. 그는 한참을 곱씹은 다음에야 그게 충족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는 서진우의 곁을 정서원이 졸졸 따라다닌다. 잠에서 덜 깬 얼굴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귀여워 잠자코 내버려 두자 드레스 룸까지 쫓아온다. 서진우가 미리 골라 놓은 정장으로 갈아입는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서원의 눈에도 졸음기가 싹 가신다. 그는 셔츠 깃을 세우고 넥타이를 고르는 서진우를 이채가 도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무시 못 한 서진우가 결국 눈웃음을 짓는다.

“넥타이 어떤 거 할까. 형이 골라 줘.”

“으응…… 다 예쁜데. 전부 다 잘 어울려, 진우야.”

“형 눈에 제일 예쁜 걸로. 응?”

정서원이 마지못해 넥타이 하나를 고르자 이번에는 직접 매달라며 허리까지 숙인다. 나 넥타이 잘 못 매는데, 자신없어하는 정서원을 달래가면서 조르자 그가 결국 어설픈 손짓으로 넥타이를 매 주기 시작한다. 서진우는 그가 엉뚱한 곳에서 헤맬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정서원이 그 말을 경청하며 열심히 따라간다.

“여기를, 이렇게……?”

집중하느라 살짝 벌어진 입술이 귀엽다. 진작부터 넥타이보다 정서원에 더 관심이 많았던 서진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을 훔쳤다. 정서원은 기껏 잡아 놓은 매듭을 놓지도 못한 채로 입을 벌렸다. 양손이 묶인 정서원과 달리 자유로운 서진우는 정서원의 뒤통수부터 목덜미까지 느긋하게 쓸어내리며 키스의 달콤함을 즐기고 있다. 허리를 끌어당긴 손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바지 속으로 들어갈 듯 말 듯 애를 태웠다. 품에 갇힌 몸이 야릇한 손짓 한 번에 움찔움찔 떨린다.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나, 넥타이, 진우야, 잠깐만을 조잘거리던 정서원도 서서히 넥타이보다 키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는지 고개를 기울여 가며 제법 적극적으로 혀를 섞어 온다. 매달리지는 못하고 까치발을 들고 헐떡이는 모습에 야릇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서진우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실컷 혀를 섞고 나서도 한참이나 입술을 쪽쪽대며 그와 눈을 맞췄다. 정서원이 조금 곤란한 얼굴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어떻게 하는지 까먹었어.”

“괜찮아, 다시 알려 줄게.”

서진우가 너그럽게 웃으며 정서원의 손을 잡고 차근차근 마무리를 지어 간다. 다소 어설프던 매듭이 서진우의 손을 거치면서 깔끔하게 모양이 잡혔다. 아무렴 정장을 입는 일보다 편하게 입는 일이 많았던 정서원이 그 과정을 퍽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서진우는 제 출근 준비에 정서원을 참여시키고 나자 재미가 들렸는지 시계부터 커프스단추까지 일일이 선택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외출하기 전날에 넥타이는 물론이고 벨트와 양말까지 미리 정해 놓는 꼼꼼한 성격이면서도 정서원 앞에서는 “못 고르겠어, 형.” 하고 난처한 척, 곤란한 척을 해대는 모습이 능청스럽기 그지없다. 정서원은 그것도 모르고 하나하나 제 취향에 입각하여 신중히 골라 나갔다. 정서원이 고른 것들이 늘씬한 몸에 하나둘씩 걸쳐진다. 

서진우가 앞머리를 넘기는 모습을 열렬한 눈으로 바라보던 정서원은 문득 곤란해진 제 사정을 깨달았다. 바싹 붙어 있던 그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나…… 나가 있을게. 준비하고 나와.”

모처럼 친 도망이었지만 이미 출근 준비를 거의 마쳤던 서진우는 금세 드레스 룸에서 나왔다. 현관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정서원이 뒤에서 끌어안는 품에 깜짝 놀랐다가 겨우 진정한다. 서진우는 얌전한 정서원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어리광을 부렸다. 오랜만에 보는 어리광에 정서원은 불안한 맘이 사르르 녹아드는 걸 느꼈다.

“형 혼자 두고 가기 싫다.”

“…….”

“그냥 가지 말까?”

원래라면 그럼 안 된다고 훈육이라도 했겠지만 정서원은 이제 그게 제 주제에 맞지 않음을 알기에 침묵을 택했다. 서진우가 침묵하는 정서원을 매만지며 맘껏 응석을 부린다.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손목에 걸린 시계는 다가오는 출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승계 준비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정서원 하나만 끌어안고 살고 싶었다. 생각보다 훨씬 진지해 보였던 이상현과 맞닥뜨리고 나니 도무지 혼자 두고 떠날 수가 없다. 서진우는 끌어안은 품에서 은근하게 피어오르는 정서원의 체취와 그 속에 섞인 제 체취를 맡으며 짜증이 나려는 맘을 가라앉혔다. 

서진우는 이상현과 충돌했던 그날부로 꼭 영역 표시를 하는 알파처럼 틈날 때마다 정서원의 온몸에 제 체취를 묻혀 놓았다. 알파나 오메가가 제 페로몬을 상대에게 묻히는 것은 아주 흔한 플러팅이긴 했지만 그것도 과하면 해가 되는 법이다. 덕분에 정서원은 내내 몸이 달아 죽을 지경이었다. 작은 자극에도 아래에 바로 반응이 와서 곤란한 상황이 서진우와 함께하는 내내 이어졌다. 멀리 갈 것 없이 조금 전 상황만 해도 그랬다.

몸을 감싼 서진우의 팔을 매만지던 정서원이 조심스레 몸을 돌린다. 구김 하나 없이 단정한 차림새의 서진우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드레스 룸에서 도망친 보람도 없이 금세 몸이 젖어들었다. 정서원은 서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어깨에 둘렀던 손을 슬금슬금 내려 결국에는 성기까지 건드렸다. 서진우가 웃음을 터뜨린다. 서진우는 당장에라도 제 성기를 빨고 싶은 듯 입술을 우물대는 정서원의 머리카락을 넘겨 주며 물었다. 

“형 뭐 해, 응?”

“그치만, 자꾸…… 너무 멋있어서, 하, 하고 싶은데, 참으려고 할 때마다, 자꾸, 자꾸 건드리잖아.”

“아…… 그래서 그렇게 쳐다봤었어? 내가 형 맘 몰라 줘서 섭섭했겠네.”

“거짓말, 다 알고 있었으면서…….”

출근을 앞둔 사람을 두고 이러면 안 되는데, 알면서도 자꾸 야릇한 충동이 드는 게 화가 나고 짜증 나서 눈물이 나온다. 눈물이 조절되지 않는 것에도 화가 났다. 서진우가 소리 없이 울기 시작한 정서원을 달래 주듯이 키스한다. 입을 맞추고 젖은 눈두덩에도 나란히 입을 맞추고 나자 정서원이 하고 싶어 죽겠다는 눈으로 애원을 해댄다. 서진우는 제 아랫도리 사정은 짐짓 모른 척하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정말 못 참겠어?”

“빨기만 하면, 안 돼……?”

“멋대로 올라타는 건 아니고, 응?”

“그럼 옷에 주름지니까…… 안 그럴게.”

부러 시계를 확인하는 척 뜸을 들인 서진우가 이미 제 아래에 무릎 꿇고 앉아 대답만 기다리는 정서원을 보고는 작게 웃는다. 서진우가 못 이긴 척 고개를 끄덕이자 기어코 대답을 받아 낸 정서원이 곧장 지퍼를 내렸다. 진작부터 발기해 있던 성기가 속옷 안에서 두툼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정서원은 황홀한 듯 아직 꺼내지도 않은 성기에다 대고 몇 번이나 숨을 들이마셨다. 서진우가 그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형 때문에 나 지각하면 어떡해?”

“으응, 빨리, 할게…….”

착하게 대답한 정서원이 곧장 속옷 안에서 성기를 꺼낸다. 잔뜩 발기해 꺼덕거리는 성기가 정서원의 볼을 때렸다. 정서원은 입을 크게 벌리고 커다란 선단부터 천천히 삼켜 나갔다. 고작 입에 문 것뿐인데도 전신에 황홀한 쾌감이 내달린다. 더 깊이, 더 많이 빨면 더 좋아질까. 욕심 많은 정서원이 급하게 혀를 굴리며 선단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맛있게 빨아먹는다. 어느덧 그의 손은 자신의 바지춤을 헤치고 성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펠라티오를 하며 자위하는 모습에서 이미 절정에 오른 고취감이 적나라하게 엿보인다. 달뜬 숨을 삼킨 서진우가 제 아래 무릎 꿇고 앉아 열심히 빨아 재끼는 정서원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넘겨 준다.

“하웅, 우응응…….”

“아침도 안 먹더니, 내 좆물 받아먹으려고 그런 거였어?”

“으응응, 하아. 으웅…….”

성기를 욕심껏 삼킨 채 고개를 끄덕이는 정서원은 이미 쾌락으로 눈이 반쯤 풀려 있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열심히 문지르며 자위하면서도 서진우의 성기를 물고 빠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밑동을 꼭 붙잡고 혀로 요도를 자극하고 귀두를 빨아 재끼다가, 목구멍을 열어 깊은 곳까지 직접 삼키기도 했다. 며칠은 물도 못 마신 사람이 겨우 정액 몇 방울 받아먹겠다고 애를 쓰는 것처럼 열렬한 몸짓이었다. 

하아, 거칠어진 숨을 토해 내자 정서원이 더욱 열심히 혀를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살뜰히 넘겨 주던 서진우는 쾌감이 목 끝까지 차오르자 외려 머리채를 붙잡았다. 길쭉하니 고운 손에 마디마디가 도드라지며 영락없는 흥분을 드러냈다. 이미 넉넉한 시간을 두고도 시계를 보며 뜸을 들인 게 효과가 있었는지 정서원은 여느 때보다 사정을 시키기 위해 몰두하고 있었다. 그가 기둥을 쓰다듬다가 음낭까지 주물러대자 서진우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씹어뱉었다. 정서원은 몸을 움찔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애무를 이어 나갔다.

“누구한테 해 주려고, 이렇게, 열심히 배웠어. 응?”

“흐응응, 응……!”

“아…… 씨발, 회사만 아니었어도.”

서진우는 정서원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그의 목구멍에다 깊이 좆질을 해댔다. 정서원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쾌감을 어쩔 줄 모르겠는지 발기한 성기를 열심히 문지르고 있다. 자위에 골몰한 그의 모습은 서진우가 직접 입을 쑤셔 주는 것이 오히려 짜릿한 것처럼 보였다.

얌전한 줄로만 알았던 정서원이 직접 자위까지 해대며 달갑게 입을 여는 걸 노려보던 서진우도 흥분에 한껏 고취되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정서원을 엎어뜨리고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을 안으로 짓쳐드는 상상을 하며 힘껏 박아댔다. 정서원이 입으로 부린 애교로 한껏 올려놓은 사정감이 드디어 끝으로 다다른다. 서진우가 입에 쑤셔 박던 것을 빼내자 정서원이 더 서러울 수 없는 얼굴로 울먹였다.

“입에다, 입에다 싸 줘. 진우야, 응?”

“얼굴에다 싸 줄 테니까, 알아서 받아먹어.”

“응, 응……!”

서진우가 정서원의 얼굴에다 대고 발기한 성기를 마구 문지른다. 정서원은 제 성기를 어루만지면서 고분고분하게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발긋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속눈썹이나 볼에 잔뜩 싸 주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반듯한 미간을 찌푸린 서진우가 굳이 입을 겨냥하지 않고 정액을 토해 냈다. 마구잡이로 쏘아진 정액이 가지런한 속눈썹부터 오뚝한 콧대까지 늘어지고 겨우 입 안에 한 번 쏘아졌다. 정서원은 아쉬운 기색도 없이 혀로 입 안을 삭 훑으며 부족한 정액을 모아 한 번에 삼켰다. 언제 사정했는지 선단을 가로막은 그의 손에도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액에 흠뻑 젖은 그가 길게 헐떡이다가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진우야아. 정서원은 정액이 고인 눈꺼풀은 뜨지도 못한 채로 한쪽 눈만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칭얼거렸다. 서진우가 속눈썹에 걸린 정액을 닦아 주며 한결 누그러진 눈으로 그를 본다.

“자지, 입에 넣어 줘…….”

“모자라?”

“내가 깨끗하게 빨아 줄게. 응? 더 빨고 싶어…….”

본심은 앞말보단 뒷말에 더 많이 실렸을 것이다. 혀를 차듯 웃은 서진우가 결국 제 성기를 벌어진 입술에다 물려 준다. 정서원은 못마땅하게 칭얼거리던 것도 잊고는 황홀한 얼굴로 맛있게 빨아 재끼기 시작했다. 축축한 기둥과 선단을 요령껏 빤 그가 요도에 고인 정액을 열심히 핥는다. 그 행위에는 어느덧 뒤처리보다도 새로운 욕심이 엉겨들고 있었다. 선단에서 다시금 물이 흐른다. 더 하다가는 정말 엎어뜨리고 박을 것 같아서 성기를 빼냈더니 정서원이 아쉬워하며 따라붙는다. 옷을 갈무리한 서진우가 그 고개를 붙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적당히 해. 응? 나 출근해야지.”

“안 가면 안 돼……?”

평소라면 의젓한 형 노릇을 한답시고 하지도 않았을 말을 쉽게 입에 담는다. 서진우는 그가 페로몬에 취해 해롱해롱한 상태로 계속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원은 대답 없이 저만 노려보는 서진우가 또 서러웠는지 겨우 그친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보내기 싫어, 진우야…….”

“왜 울고 그래. 이러면 내가 못 가잖아, 형.”

“흐윽. 흑, 혼자 있기 싫단 말야…….”

결국 울음을 터뜨리자 서진우가 한숨을 쉬며 끌어안는다. 나약하게 구는 모습을 보니 맘이 쓰라렸다. 이 외출이 어머니의 호출로 이루어진 것만 아니었어도 당장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곁에 있어 주었을 것이다. 서진우는 샘솟는 걱정을 애써 밀어 두고 억지로 맘을 다잡았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올게, 형. 이러면 내 마음이 안 좋잖아…….” 달콤한 속삭임과 부드러운 입맞춤을 오가는 극진한 달램에 정서원도 점차 울음을 그쳐 간다. 서진우는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해질 때까지 정서원을 끌어안고 보듬다가 그가 다시금 의젓한 형의 가면을 쓰고 나서야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올게. 응?”

정서원은 가지 말라고 펑펑 운 게 창피했는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서진우가 뺨에다 입을 맞추고는 “나 가는데 인사도 안 해줄 거야?” 나직하게 조르자 결국 정서원이 고개를 들고 입을 맞춘다. 서진우는 그제야 환하게 웃더니 발긋한 얼굴 곳곳에다 입을 맞추고 현관을 나섰다. 정서원은 서진우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현관에서 서성이다가 서진우의 침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 * *

서진우의 침대 위에 드레스 룸에서 마구잡이로 꺼내온 옷가지가 잔뜩 널려 있다. 정서원은 그 한가운데서 아랫도리를 문지르며 오래도록 헐떡이고 있었다.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안이 좀 욱신거리는 정도라 자위를 하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턱도 없었다. 외려 어설픈 자극에 몸만 더 어중간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을 뿐 해소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 흐응응…… 진우야아…….”

사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았다. 제일 민감한 귀두를 집요하게 문질러 보기도 했고 씨가 들어 있지 않아 유독 자그만 음낭부터 선단까지 무작정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애간장만 탈 뿐이라 이상현에게 배운 대로 가슴을 만져 보기도 했지만 몸만 더 뜨거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서원은 얌전히 기다리라는 말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뛰쳐나가 서진우를 찾아 나서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졌다. 찾아가서, 제발 내 몸 좀 어떻게 해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으, 응, 으응…….”

몸에 심어졌던 자그만 열기는 어느덧 어설픈 자위로 자극받아 몸집을 크게 부풀린 후다. 괜히 자위를 한답시고 손을 댄 것이 후회되었으나 이미 늦었다. 손을 뗄 수도 그렇다고 더 해 봤자 만족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몸이 달아올랐다. 정서원은 서진우의 체취보다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더 강한 셔츠에 대고 이마를 문질렀다. 사정을 못 해 서러운 맘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제는 정말 아무라도 좋을 것 같다. 서진우든 이상현이든, 욱신거리는 열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리를 열어 품고 싶었다.

정서원은 축축한 눈을 내리감고 제 뒤를 쑤셔 주었던 몸짓을 떠올렸다. 몸이 달으니 상상도 빠르게 번져 간다. 단순하게 시작되었던 상상은 순식간에 구체적인 양상을 만들어 냈다. 뒤에 닿으면 묵직하고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성기, 움직일 때마다 깊은 안쪽까지 문질러 주었던 끝, 매섭게 돋아난 핏대…… 상상할수록 더 애가 닳는다. 스스로 자위도 만족스럽게 못 하는 처지가 너무나도 화가 나서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짜증 나…… 흐윽. 흑……. 흐아앙.”

애당초 어설프게 손대지만 않았어도 다소 불편한 걸로 그치고 말았을 열기는 이제 히트싸이클 때처럼 뜨거웠다. 답답하고 서럽고, 화가 났다. 역시 진우를 그대로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붙잡아서 입이 아닌 아래로 정액을 받아 냈어야 했다. 그럼 이렇게 힘들고 서러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서원은 이미 지난 일을 사무치게 후회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우야, 살려줘, 상현 씨, 제발 도와줘요…… 경험한 알파의 이름을 되는 대로 읊조리며 흐느끼는 그에게서는 이성 한 조각 느껴지지 않는다. 쾌락에 쉽게 굴종하는 만큼 인내심도 짧은 그로선 도저히 이겨 내기 힘든 열감이었다. 정서원은 마구잡이로 흩어진 옷을 끌어안은 채 몸을 웅크렸다. 진우가 떠난 뒤로 얼마나 지났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또, 앞으로 얼마나 이 지긋지긋한 열감에 시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뛰쳐나가서 누구라도 붙잡고 몸을 섞고 싶은 충동을 서진우가 오랜 시간 새겨 놓은 순종이 잡아챈다.

차라리 찬물을 틀어놓고 몸을 식히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정서원이 뜨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자, 조용한 집 안에 초인종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진우야?”

제집인데 벨을 누를 리 없다는 사실도, 지금 가운 한 장 걸치지 못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만큼 가슴이 뛰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나 붙잡고 몸을 섞으려던 충동은 금세 가라앉는 게 아니었다. 정서원이 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오며 현관으로 향한다. 지나오는 복도와 거실마다 인터폰이 걸려 있었지만 당장 알몸인 것도 눈치채지 못한 그가 알아챌 리 만무했다.

“진우야.”

겨우 현관까지 당도한 정서원은 망설이지도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되는대로 일찍 오겠다던 서진우의 말이 있었으니 당연히 서진우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히 서진우가 서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리에 이상현이 서 있다. 그는 옷을 무더기로 끌어안고 있었음에도 나신으로 박차고 나온 정서원과 달리 고급스러운 키톤 정장을 차려입은 단정한 모양새였다. 멋스럽게 넘긴 머리에 매끈한 구두까지, 어디 중요한 곳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빈틈없는 맵시였다.

정서원은 너무 놀라 문을 닫는 것도 잊고 넋을 놓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가 몸을 빼려 했지만 그보다도 붙잡히는 것이 먼저였다. 처음엔 다소 놀란 것 같던 이상현은 어느새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은 채로 정서원의 알몸을 위아래로 훑어 내리고 있었다. 그 짧은 눈짓만으로도 야릇한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몸이 떨렸다.

“진우 없다고 이렇게 반겨 주는 거예요? 대담하네.”

“아, 아니에요……. 진우인 줄, 알고…….”

붙잡힌 채로 뒷걸음질을 쳐 봤자 결국 그의 손아귀 안이었다. 정서원은 어느덧 문 안쪽으로 들어선 이상현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듯 안겼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멀게 들려온다. 이상현에게서는 잠깐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달콤하고 야릇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저항하려는 의지를 단번에 꺾는 알파의 페로몬이었다.

이상현은 놀랍도록 순식간에 얌전해진 정서원을 끌어안고는 목덜미에다 고개를 묻었다. 나신을 살살 어루만지는 손길은 무언가 확인하려는 듯 집요하고도 꼼꼼하다. 잠깐이나마 식었던 오메가의 몸이 재차 달아오른다. 안 돼요, 싫어요…… 정서원이 진심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뒤척였지만 한 번 예열되었던 몸은 눈앞의 알파를 향해 활짝 열리고 있었다. 수없이 성기를 주무르던 자극에도 보이지 않았던 절정의 능선이 고작 알파의 숨결, 손짓 몇 번에 드러난다. 이상현은 몽롱한 얼굴을 붙잡아 억지로 눈을 맞췄다. 그토록 바라던 알파 페로몬에 노출된 정서원은 이미 녹진녹진하게 풀어져 순순히 이끌려 갔다.

발가벗겨진 몸에 진동하는 서진우의 페로몬, 원래 밝히는 몸이라지만 금세 달아오른 몸. 딱히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그라도 대충 짐작되는 상황이었다. 이상현은 발그스름한 뺨을 어루만지며 뒤틀린 속내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게 속삭였다.

“히트싸이클은 아닌 것 같은데. 발정은 왜 났어요?”

“아흑…….”

“서진우 냄새는 온몸에 풀풀 풍겨대면서, 응?”

대답을 듣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손은 이미 허리 아래로 미끄러져 축축한 엉덩이 안쪽을 건드리고 있다. 정서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이상현에게 꼭 매달리며 길게 흐느꼈다. 푹 젖은 눈동자가 반쯤 풀려서는 애원을 쏟는다. 그래 봤자 구멍을 건드는 손은 멈추기는커녕 보란 듯이 담금질을 치며 예민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할딱거리는 소리가 더욱 길게 늘어졌다. 이상현은 빨개진 귓가에서부터 입을 맞추며 내려오다가 이내 목덜미에 대고 이를 세웠다. 정서원이 아프다고 울며 도리질을 치는데도 뭐가 거슬리는지, 그는 곱상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사나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분 좋을 만큼만 페로몬을 흘려 주던 그에게서 갑자기 매서운 기세로 페로몬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기세에 이성이 단번에 아득해진다. 정서원은 무서운 것도 모르고 그저 쏟아지는 페로몬이 좋다고 앙앙 흐느껴댔다.

“흐아앙…… 아, 아으응, 흑.”

“그 새끼가 당신한테 자기 거라고 침 발라 놓은 거 알긴 알아?”

“아흐으, 아, 좋아아…….”

“나 보라고 해 놓은 것 같은데, 씨발. 그럼 내가 기대에 응해 줘도 되는 거 아니에요? 응?”

이미 이성이 날아간 정서원에게는 단 하나도 꽂히지 못한 문장이었다. 몰라, 몰라…… 정서원이 고개를 저어 가며 이상현의 품으로 파고든다. 페로몬을 얼마나 진하게 둘러놨는지 정서원 본인의 체취보다 서진우의 체취가 더 강할 지경이다. 길지 않은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하니 기분이 순식간에 좆같아졌다. 그날, 서진우를 긁어 놓고 의심의 싹까지 틔워 놓은 것은 이상현 자신이었음에도 정작 서진우의 페로몬에 함빡 절여진 정서원을 마주하자 심사가 제대로 뒤틀렸다. 웃기는 일이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정서원을 향해 웃어 보이는 얼굴은 그보다 나긋나긋할 수가 없다. 이봐요, 서원 씨. 이상현이 몽롱한 얼굴을 다소 거칠게 휘어잡고는 정서원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강요한다. 사나운 기세보다 당장 눈앞의 알파에 더 관심이 많은 정서원은 거친 손길마저 황홀한지 이상현이 사납게 굴 때마다 몸을 크게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다. 진작 흥분해 있던 다리 사이는 물이 흐를 만큼 흠뻑 젖어 있다. 

“나 봐요.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흐윽, 이, 상현 씨이…… 아아, 으아앙.”

“다행이네. 그때처럼 진우라고 했으면, 나 정말 못 참을 뻔했어요.”

이상현은 조금 더, 의식적으로 부드럽고 상냥하게 물었다. 속을 캐내면 질척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을 눈이 언뜻 다정한 빛을 띤다.

“서원 씨, 내가 당신 좀…… 강간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아으응, 안 돼…… 진우가, 흑, 화낼, 거예요…….”

그거 생각할 여유는 있나 보네. 이상현이 차게 웃으며 조롱했다. 제정신이었다면 바락바락 대들 법도 한 정서원은 그저 열락에 취해서는 자꾸만 무너지려는 몸을 그를 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안쓰러울 만큼 떨리는 몸을 이상현이 끌어안아 지탱해 준다. 다정하고 섬세한 배려였지만, 

“서진우 올 때까지 어떻게 참으려고…… 응?”

귓가에다 유혹을 속살거리는 목소리는 어김없이 약점을 파고들었다. 나신을 감싼 손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이미 달아오른 몸을 마음껏 희롱한다. 셀 수 없이 몸을 섞었던 관계이니만큼 성감을 끌어올리는 손길도 아주 능숙하다. 이미 한계점을 지난 지 오래된 정서원은 어쩌지도 못한 채로 헐떡이며 신음했다. 고개를 젖히며 가느다랗게 신음하는 그의 목덜미에 이상현이 남긴 잇자국이 선명하다. 그는 주름 한 점 없는 매끈한 정장에다 손톱을 세우며 설운 눈물을 쏟아 냈다.

“흐으윽, 흐끅…… 상현 씨이, 나, 나 좀…….”

“어떻게 해 줘요? 말해 봐.”

“흑, 제발, 강간…… 해, 주세요…… 흐윽. 못, 참겠어…….”

들은 대로 주워섬기며 애원하는 눈빛이 몽롱하게 젖어 있다. 이상현이 웃음을 터뜨린다. 어차피 서진우는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할 때까지 집에 얼씬도 못할 것이다. 제집에, 제 오메가를 두고도 말이다. 그렇다면 발정 난 오메가를 도와주는 것쯤이야 구멍동서끼리 못 해줄 배려도 아니었다. 

이상현은 멀리 갈 것도 없이 현관 러그에 정서원을 엎어뜨리고는 분홍빛을 띤 회음부를 쓸어내렸다.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흐르는 물기가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를 끌어들이던 정서원이 그가 없다고 금욕 생활을 즐기지는 않았으리라. 오히려 그리워하는 서진우를 만났으니 매일같이 붙어먹었겠지. 이상현의 뒤틀리는 속내 따위 모르는 정서원은 스스로 다리를 더욱 벌리며 보채기나 하고 있다. 이상현이 움찔대는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사납게 일소했다.

“아…… 우리 진우는 이렇게 힘들어하는 서원 씨 두고 혼자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

내가, 서원 씨 섭섭하지 않게 도와줄게요. 이상현은 질척한 욕망으로 잔뜩 잠긴 목소리로나마 부드럽게 말하며 보채는 정서원을 달랬다.

* * *

당장 도와줄 것처럼 상냥하게 굴던 이상현은 무슨 심술인지 오래도록 페팅만 할 뿐 쑤셔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지고 문질러대던 것보다 훨씬 황홀하여 정서원은 그토록 바라던 사정을 세 차례나 했다. 

- 서원 씨, 다리 들어 봐요.

- 아응, 아, 이거어 싫, 싫어요……. 아아앙. 아!

- 발정 난 개처럼 굴 거면 일관성이라도 있어야죠. 응? 싸는 거 도와줄 테니까 순진한 척 빼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요.

첫 번째 사정은 현관 러그 위였다. 이상현은 개처럼 다리 한쪽을 들게 하더니 어린애 소변을 봐 주는 어른처럼 발딱 선 자지를 붙잡고 러그 위에다 조준했다. 강요에 못 이겨 든 다리가 발발 떨렸다.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다리 한 짝 제대로 못 드는 수캐에게 차디찬 웃음이 떨어졌다. 이상현은 어정쩡하게 들렸던 다리를 붙잡아 교접할 때처럼 활짝 펼치고는 거칠게 자지를 문질렀다. 발정 난 정서원은 몇 번 문지르기도 전에 러그에다 정액을 싸지르며 길게 흐느꼈다. 검은색 러그 위에 희뿌연 액체가 흩뿌려졌다. 서진우가 귀가하자마자 바로 보게 될 광경이었다. 이거 진우가 보면 좋아하겠네요? 이상현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정서원은 쾌락에 헐떡이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 상현 씨이, 제발…… 힉, 잘못했어요…….

- 서원 씨는 아무 때나 비는 버릇을 고쳐야겠네. 진정성이 없잖아, 안 그래요?

- 아, 아니에요…… 으아앙! 아, 싫어어…… 잘못, 히끅, 용서해 주세요…….

- 예쁜 척해 봤자 서진우한테나 먹혀요. 공교롭게도 난 그 새끼랑은 취향이 좀 달라서. 

두 번째 사정은 거실로 향하는 복도에서였다. 제 발로 서지도 못하는 정서원을 냉담하게 노려보던 이상현은 안아 주는 대신 개처럼 네발로 기게 만들었다. 정서원은 풀린 팔다리로 힘겹게 걸어 나가다가 얼마 못 가 쓸린 무릎이 아프다며 주저앉았다. 그렁대는 눈으로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정서원은 그가 부디 가엾게 봐 주길 바라는 것 같았으나 이상현은 이미 심사가 제대로 비틀려 있었다. 그는 발끝으로 정서원의 어깨를 짚어 밀어뜨리고는 뒤로 나자빠진 정서원의 입가에다 발을 들이밀었다. 눈치를 보던 정서원이 손을 뻗어 양말을 벗기려 하자 그가 발끝으로 턱을 들어 올리며 사납게 웃었다. 

- 개새끼가 손도 쓸 줄 아나 보네. 응?

결국 정서원은 요령껏 이로 양말을 벗겨 내야 했다. 이상현은 깨끗하게 관리된 발끝으로 정서원의 다리 사이를 대중없이 애무해 나갔다. 서진우의 발끝에서 이미 절정을 보았던 적이 있었으나 그때보다 쾌락은 덜했고 통증은 더했다. 고개를 가로젓고 눈물을 쏟아 내는 얼굴에 서러움이 가득 찼다. 물론, 그래 봤자 밝히는 몸이었다. 오래가지 못하고 정액을 싸지르자 애무하던 이상현의 발에 정액이 잔뜩 쏘아졌다. 정서원은 이상현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그의 발에 묻은 정액을 정성껏 핥아 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이상현이 부드럽게 웃었다.

- 아으응, 아…… 저, 저 못 하겠…… 흑, 으아앙…….

- 제대로 해 봐요. 서원 씨 나 오기 전까지도 하고 있었잖아. 이젠 혼자선 자위도 못해요?

- 도와, 주세요…… 아, 안 나와요…… 흐끅. 흑.

- 서진우는 애새끼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자위도 제대로 못해?

세 번째 사정은 겨우 다다른 소파에서였다. 이상현은 정서원에게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게 하더니 대뜸 자위를 강요했다. 이상현이 오기 전부터 부질없는 자위를 하고 있던 정서원은 그의 앞에서도 손목이 아프도록 문지르고 흔들어 봤지만 물만 질질 흘릴 뿐 끝까지 다다르진 못하였다. 이상현은 못 싸겠다고 서럽게 우는 정서원을 보며 혀를 차더니 결국 직접 자지를 붙잡아 문질러 주었다. 정서원 혼자 그토록 문지르고 자극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이상현의 손에 잡힌 자지가 금세 정액을 토해 낸다. 이상현은 제 손바닥에 토해진 정액을 정서원에게 내밀었고, 앞선 세 차례의 사정에서 배운 것이 있던 정서원은 당연히 순종하며 혓바닥으로 핥아먹었다. 눈치를 보는 얼굴에는 체념보다 기대가 서려 있었다. 이상현은 널따란 소파에 정서원을 가로눕히며 벌어진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미끈한 물로 이미 축축하게 젖은 구멍을 문지르며 묻는다.

“내가, 지금부터 서원 씨한테 무슨 짓 할 것 같아요?”

정서원이 제 다리 사이를 문지르는 손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대답한다.

“아아응……. 기분, 좋은 거요…….”

“하하…… 미치겠네. 서원 씨, 지금 나한테 강간당하는 거잖아요. 당신 지금, 임자 있는 애새끼를 페로몬으로 홀려서 따먹는 씹새끼한테 강간당하는 거라고. 응?”

“아으응, 상현 씨이, 아, 흑! 아아앙……!”

말이 통하는 상태였다면 애초에 부당한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서원은 정신없이 헐떡이며 이미 녹진녹진한 구멍을 쑤셔대는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함빡 젖은 눈동자가 쾌감과 기대 따위로 반들거리고 있다. 그 눈으로 저를 볼 때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넣어서 쑤시고 박아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지에 피가 쏠린다. 이상현은 더 잴 것 없이 흥분한 자지를 꺼내 뜨거운 안쪽으로 단숨에 파고들었다. 한껏 달아 있던 정서원은 고작 그 한 번의 삽입으로 절정에 다다랐다.

“아아아……!”

“넣자마자 갔어요? 더 안 박아 줘도 되겠네, 응?”

“으응, 싫어요…… 빼지 마, 아으응…….”

정서원은 여운에 시달리면서도 이상현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올렸다. 정말 빼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는지 교차한 발끝에다 힘까지 준다. 그러면서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는 얄궂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곱상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올려다보는 얼굴에 발긋한 정욕이 어른거린다. 더 내버려 뒀다가는 주제도 모르고 올라타서 허리라도 흔들 것 같다. 어디까지 하나 두고 봤더니 움직이지 않는 자지에 애라도 닳았는지, 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상현 씨이, 흑, 움직여 주세요…… 네? 제발…….”

“아…… 서원 씨 정말 사람 미치게 하네.”

이미 몸이 달은 정서원은 애원을 하는 잠깐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댔다. 양손으로는 이상현의 팔뚝을 쥔 채 이미 깊이 삽입된 것을 스스로 조이고 허리를 흔들며 쾌락을 좇는다. 야릇하게 풀린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금세 떨어진다. 발가벗은 몸이 허리를 흔드느라 끙끙대는 모습이 이상현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아으응, 아! 흐응, 좋아아…….”

“우리 서원 씨한테는 강간이란 개념도 없나 보네. 내가 너무 어려운 걸 가르쳤어요?”

“아니, 아니요…… 앗! 아응, 아, 상현 씨이 너무 좋아요…….”

명백히, 안 된다던 놈을 페로몬으로 꾀어내 따먹는 것은 이상현이었다. 그런데 뒤로 삽입한 걸 물어대고 허리로 흔들어대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강간당하는 것은 외려 자신 같았다. 기가 차서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 밝히는 물건을 애인이랍시고 간수해 왔던 서진우의 처지가 퍽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그 고충이 이해되기도 했다. 물론, 길게 가지 못하는 이해였다. 그라면 애초에 정서원을 밖에다 내놓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서진우 그 애새끼는 첫사랑이 너무도 소중해 제대로 욕심도 못 부리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소중하다면 처음부터 간수를 잘해야 하는 법이다. 품에 고이 모셔 봤자 결국에는 딴 남자에게 다리나 벌리는 새낀데, 아무렴. 어설프게 끼고 돌수록 기고만장해서 기어오를 뿐이지.

이상현은 제 아래서 허리를 흔들며 헐떡이는 정서원을 내려다보다가 그 가벼운 몸짓을 양손으로 붙들어 맸다. 정신없이 흐느끼던 정서원이 아랫입술을 말아 물며 그를 올려다본다. 이상현은 억센 손아귀와는 다르게 다정하고 부드럽게 웃더니 삽입된 자지를 느긋하게 빼내었다. 정서원이 아쉬운 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안으로 마구 쑤셔 박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으며 야트막하게 삽입한 채 허리를 살살 움직였다.

“아으응…… 아, 상현 씨이…….”

“서원 씨, 정말 진우 두고 이래도 되겠어요? 진우는, 지금 우리가 붙어먹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텐데.”

“흑, 아, 안 되는데에…… 안 돼, 안 돼요…… 흐끅.”

“그렇지. 안 되는 거죠, 응?”

서진우가 없는 시간대를 노려 찾아왔던 이상현이 제 허물은 감추며 정서원의 죄책감을 긁는다. 이미 젖은 눈에 눈물이 함빡 차오른다. 울먹거리다 결국 눈물을 쏟는 정서원을 내려다보던 이상현이 더할 나위 없이 사분사분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허리를 튕겨 깊숙한 속까지 단숨에 쑤셔 박는다. 이상현의 팔뚝을 애처롭게 붙들고 있던 정서원이 고개를 길게 젖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뜨겁고 축축한 속살이 억지로 비집고 들어선 자지를 기둥부터 귀두까지 꽉꽉 조여 문다. 안 돼, 안 돼…… 뒤늦게 우는 소리가 났지만 이상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앙! 상현 씨이, 아, 싫, 으으응! 아아……!”

“싫어요? 왜, 내 자지 물고 허리 흔들 때는 언제고, 응?”

“아응, 아, 안 돼에…… 흐윽! 으아앙…… 진우야아.”

쑤셔 주는 족족 자지는 맛있게 물어대면서 정작 입으로는 서진우를 불러댄다. 이제야 정말 강간이라도 하는 기분이 든다. 박아 줄 때마다 눈물을 흘려대며 애인의 이름을 부르짖는 정서원은 제법 그럴싸한 정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진우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기 전까지는 제발 움직여 달라며 애원하던 주제에 말이다. 작게 실소한 이상현이 무자비하게 자지를 찔러 넣기 시작한다. 털 하나 없는 매끈한 샅과 버클을 대충 풀러 박아대는 샅이 맞부딪친다. 정서원은 그가 허리를 튕길 때마다 신음을 내지르며 자지러졌다.

“으아아앙……! 흑, 아아아, 상현 씨이……!”

“우리 서원 씨, 가여워서 어떡하지. 애인이라고 하나 있는 게, 만족도 못 시켜 주고.”

“아니이, 아니야아! 아! 으아앙! 상현 씨, 거기이…… 아앙!”

“하아…… 걱정 마요. 진우가 질려서 서원 씨 버리면, 내가 거둬 줄게. 응?”

“흐아앙! 아니에요, 나, 나아……! 흐끅, 진우, 진우야아. 앗, 으아앙!”

눈물을 펑펑 쏟던 정서원이 얼마 못 가 서진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절정에 달한다. 이상현은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제 자지를 물어대는 속살을 느긋하게 즐겼다. 그의 바로 눈앞에서 몸을 열고 있는 정서원은 간신히 그의 팔뚝이나 붙잡은 채 가쁘게 헐떡이고 있다. 젖꼭지가 예쁘게 곤두선 가슴이 숨을 몰아쉴 때마다 급하게 오르내린다. 서진우를 애타게 찾아대면서도 내내 그의 허리에 감겨 있던 다리 역시 달달 떨리고 있었다. 이상현은 손끝으로 정서원의 가슴팍부터 아랫배까지 천천히 쓸어 주며 여운에 휘감긴 정서원을 관찰했다. 억센 손으로 붙잡고 처박느라 생긴 손자국이 하얀 몸에 빨갛게 남았다.

고개를 모로 흘린 채 헐떡이던 정서원은 한참이 지나서야 나른한 눈을 들어 올렸다. 알파에게 붙잡혀 계속해서 절정으로 밀려나던 그는 그제야 이성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 봤자, 이미 늦었다. 이상현이 제게로 활짝 열린 몸에 다시금 짓쳐들며 정서원과 눈을 맞춘다. 싫어어, 정서원은 다리를 바동거리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상현이 조금 짓궂게 웃었다.

“진우한테는 뭐라고 변명할 거예요?”

“아으응, 안 돼, 그마안…… 진우한테, 들키면, 진짜 혼난단, 말예요…… 흑, 으앙!”

“알파랑 붙어먹어 놓고, 안 들키길 바랐어요? 당신 몸에 남은 서진우 페로몬을 나도 느꼈는데, 서진우라고 당신 몸에 남은 내 페로몬을 못 느낄까.”

“흐으윽, 흑. 싫어어…… 나, 무서워요, 어떡해. 흑, 흐아앙…….”

“하하…… 우리 서원 씨 정말 대책 없네. 어떡해, 응?”

이상현은 무섭다고 펑펑 울기 시작한 정서원을 붙잡고 아직 사정하지 못한 자지를 마구 쑤셔 박았다. 그러잖아도 서럽게 울던 정서원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쾌락에 숨넘어갈 듯 자지러지기 시작한다. 그는 다리를 오므리고 싶은지 허벅다리로 이상현을 문질러대다가 결국에는 허리에 닿는 사나운 손을 붙든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아앙……! 이상현 씨이, 아! 으아앙! 살려 주세요, 흑, 흐윽!”

“그렇게 서진우가 무서우면, 어디 안 보이는 데다 숨겨 줄까요? 난 그 애새끼랑은 달라서, 어설프게 금방 안 들키는데, 응? 어때요.”

“아흑! 안 돼요, 흐으응, 그럼 진우가 진짜, 화내는데에…… 아아앙! 아응……!”

이상현의 자지에 꿰뚫리는 중에 애인의 분노 따위를 걱정하면서도, 정서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흐느껴대고 있었다. 민감한 극점을 집중적으로 찔러 주자 그마저도 흐릿해지는지 가냘프게 헐떡이기나 한다. 야한 얼굴이 또다시 몽롱해졌다. 여태껏 서진우가 어디 가둬 놓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다. 이상현은 참지 않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뜨거운 속살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정서원이 울며 흐느낀다. 그를 붙잡고 있는 손에서 저항하려는 의지가 점차 사그라진다. 이상현은 그 손에다 부드럽게 깍지를 끼더니 아주 다정한 눈으로 정서원을 바라보았다. 깍지 낀 손을 소파에 내리누르며 밀착한 그에게서 애인 사이에나 오갈 법한 끈끈한 눈빛이 쏘아진다.

“흐으응, 아! 아앙, 상현 씨이 제발! 흑, 진우, 진우야, 살려 줘어.”

정서원은 재차 다가오는 절정에 잡힌 손을 움찔거리며 몸을 뒤척여댔다. 그래 봤자 이미 단단히 꿰뚫린 몸이다. 좆질은 다정한 눈빛과는 달리 폭력적일 만큼 무자비했다. 이윽고 이상현의 자지가 뜨겁고 깊은 안쪽에다 정액을 토해 내며 부풀자 정서원은 노력이 무색하게도 또다시 절정으로 떨어졌다. 

“흑, 아아앙! 안 돼, 안, 아아……!”

“하아, 흐…….”

이상현은 움찔대는 배 속 깊은 곳에다가 정액을 가득 싸지르며 숨을 골랐다. 벌써 수없이 절정에 오른 정서원이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로 흐느낀다. 그는 삽입한 자지를 빼지 않고 얕게 문지르며 오래도록 흐느끼는 정서원에게 입을 맞췄다. 서진우의 페로몬으로 함빡 절여졌던 정서원에게서 이제는 그의 페로몬이 진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뒤틀린 만족감이 차올라 얼굴 곳곳에 제멋대로 쏟는 입맞춤마저 부드러워졌다. 지독한 여운에 시달리는 정서원은 제대로 호응도 못한 채 깍지 낀 손만 움찔거렸다. 그러다가 아직 배 속에 있는 자지가 다시금 힘을 받자 젖은 눈을 크게 뜨며 이상현을 본다. 괜찮아요, 기분 좋은 거 해 줄 테니까, 이상현은 딱히 정성스럽지는 않게 정서원을 달래 가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서원이 서럽게 도리질을 쳤다.

“아, 흐윽! 제발, 싫어어. 상현 씨 저, 힘들어요…… 아으응!”

“미안해서 어쩌지…… 서진우 올 때까지 서원 씨 안 놔줄 건데.”

진우라는 이름이 나오자 정서원이 더욱 심하게 바동거린다. 싫어, 상현 씨, 제발, 저 진짜 무섭단 말예요…… 이상현은 정서원이 버릇없이 구는 모습을 꽤 귀엽게 봐주긴 했었지만 그것도 서진우가 없었을 때의 일이다. 응석을 전부 받아 주던 다정한 연상 애인 흉내를 낼 거였다면 처음부터 강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리라. 그는 서럽게 우는 정서원과 대조되는 나긋나긋한 얼굴로 정성껏 보듬는 척을 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뜨거운 속살은 꼭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움직일수록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기만 했다. 

이상현이 욕망을 참지 않고 쏟아붓자 쾌락에 약한 정서원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다. 큼직한 자지로 푹푹 찔리는 몸에 저항이 점점 희미해진다. 바동거리던 발끝이 결국 이상현의 몸으로 감겼다. 

“아아앙! 흐앙, 싫어어…… 그만할래, 그만하고 싶어어…… 흑.”

“그만하고 싶어요?”

“네에, 네에……! 앗! 아응, 아, 아아아! 싫, 그만, 상현 씨이 천천히……!”

“그럼 내 자지 잘 물어 봐요. 빨리 끝날지도 모르잖아.”

이상현에게 사지를 붙들린 채로 깊숙한 곳까지 꿰뚫리는 정서원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정말 그가 알려 준 것이 전부였다. 정서원은 언제 올지 모르는 서진우를 걱정하며 고분고분하게 시키는 대로 안을 조였다. 말 잘 듣는 정서원을 보며 이상현이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전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욕을 능청스럽게 숨기고는 너무 조여서 금방 쌀 것 같다고 속삭이며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정서원은 울음을 훌쩍거리면서도 파고드는 자지를 더욱 열심히 조이고 그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어댔다. 정서원이 이상현의 새빨간 거짓말을 눈치챈 것은 그대로 소파에서 두 차례나 더 정액을 받아내고, 그도 모자라서 삽입된 채로 서진우의 침실까지 옮겨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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