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쨌든?
물론, 당장 정서원이 이상현과 붙어 있는 꼴만 봐도 속이 뒤집히는 서진우가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할 리 만무했다. 서진우는 어깨에 둘러 주었던 시트를 곧장 목 끝까지 끌어 올리며 속살을 몽땅 가려 놓았다. 잘 모르겠으니 해 보고 말하겠다고? 이걸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발랑 까졌다고 해야 할지. 그런 주제에 제 딴에는 항상 진지하니까 더 막막하다.
서진우가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시선을 맞춘다. 울상이 퍽 애처롭다. 서진우는 허무하리만치 순식간에 녹아 버린 분노를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순진한 정서원이 오죽 놀랐으면 그랬을까 싶다.
“형.”
“으, 으응?”
“셋이서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었어?”
“아, 아니이…….”
“그런데 왜 그런, 소리를 해. 응?”
서진우는 이상현에게 을러대던 것처럼 개소리니 헛소리니 읊으려다 가까스로 삼켜 냈다. 그럼에도 울먹이는 눈에 또 물기가 찬다. 서진우를 피해 눈동자를 모로 굴린 정서원이 “미안…….”하고 맥없는 사과를 꺼내 놓았다. 눈물을 훌쩍훌쩍 흘려대며 간혹 딸꾹질도 하고, 주눅이 들어 눈도 못 마주치는 모습을 보자니 맘이 짠해진다. 서진우는 뺨을 감싼 손으로 젖은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다정한 손짓에 안심이 되었는지 정서원이 눈을 감고 가만히 고개를 기댔다. 이상현은 둘을 지켜보다가 걱정스러운 척 한마디를 거들었다.
“진우야, 왜 서원 씨를 탓하고 그래. 내 좆이 좋은지, 네 좆이 좋은지 대답하라고 서원 씨 울린 건 너잖아. 그렇죠, 서원 씨?”
“……흑.”
나긋나긋한 말씨였지만 실상 위로보다야 서진우를 긁으려는 의도가 여실한 발언이었다. 서진우가 사납게 대꾸하려다가, 그러잖아도 기가 죽은 정서원을 보고는 겨우 참는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말이 으르렁거리듯 토해졌다.
“이상현, 넌 제발, 입 좀 다물어.”
“미안한데, 네 덕분에 나도 궁금해졌거든. 서원 씨, 진우랑 나 중에 누가 더 좋았어요? 화 안 낼게요. 솔직히 말해 봐요.”
“……저는, 잘…….”
“괜찮아요. 솔직하게 말해도. 서원 씨도 알겠지만 진우는 서원 씨가 처음이거든요. 어때요, 만족할 만큼 잘해 줘요? 혹시 조루는 아니고?”
“씹, 안 닥칠래?”
결국 노성이 터졌다. 눈치를 보던 정서원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자 이상현은 제 발로 굴러 들어온 그를 놓치지 않고 끌어안았다. 의도가 낙낙히 담긴 손길이 망설이지도 않고 꽁꽁 싸맨 시트 속으로 파고들었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손길에 군데군데 흔적이 남은 몸이 드러난다.
“솔직하게, 비교해 봤을 거 아니에요? 응?”
달래 주는 것처럼 부드럽고 은근한 어조가 귓바퀴를 핥는다. 정서원은 민감한 부위에 노골적으로 흘러드는 의도가 부담스러워 몸을 움츠리며 피했다. 숨결이 닿았던 곳부터 목덜미까지 간질간질한 전율이 남았다. 몸이 절로 떨렸다. 이상현이 바로 등 뒤에서 웃었다. “안 해 봤을 리가 없을 텐데. 나랑 계속 만난 것도 진우랑 비교해서 괜찮았기 때문이잖아요?” 확신하는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섞여들었다. 간신히 여며져 있던 앞섶은 이상현의 단호한 손짓에 진작 풀어진 지 오래다. 정서원은 입을 꾹 다문 채 서진우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다시 알몸이 된 자신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딱히 만류하지는 않았다. 외려 바라보는 눈빛에 이채가 서려 있다. 결국 이렇든 저렇든 그 역시 ‘대답’은 궁금한 것이었다.
정서원이 체념하는 순간, 가슴팍을 그러쥐는 길쭉한 손가락 사이로 젖꼭지가 잡혔다.
“아……!”
살짝 스쳤을 뿐인데 전율이 튀었다. 이상현의 손아래서 개발된 가슴이 집요한 애무를 당하며 억지로 성감을 일으켜 세운다. 벌써부터 아랫배에 반응이 오는 게 느껴졌다. 다리가 절로 꼬였다. 정서원은 저를 지켜보는 서진우가 신경 쓰여 도망치고 숨고 싶은 맘이 간절해졌다.
“진우는 이런 데도 안 만져 줬다면서요. 입으로 빠는 법도 안 가르쳐 주고. 서원 씨가 좋아하는 건 죄다 안 해줬네. 못됐다, 그렇죠?”
“하, 하지 마세요. ……으으응!”
“왜요, 나랑 진우 둘 다 상대해 보겠다던 패기는 어디 가고.”
“그건, 그런 게, 아니라……. 앗! 흐응. 읏.”
입을 열수록 말보다 신음이 많아진다. 정서원은 뒤늦게 손으로 입을 가로막고 끙끙거렸다. 단정한 손끝이 곤두선 선단을 누르고 굴리며 희롱할 때마다 다리 사이가 바싹 조여들었다. 피가 쏠린 성기가 점차 일어서는 것도 느껴졌다. 정서원은 입을 막아야 할지 흥분을 드러내는 성기를 가려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녹아나고 있었다.
“읏, 으응……!”
배배 꼬이는 몸이 벌써부터 무너지려 한다. 이상현은 그를 가뿐히 지탱해 주면서도 가슴을 문지르는 희롱을 멈추지 않았다. “아으응…….” 정서원이 이상현을 붙잡고 서느라 소리를 막지도 못하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어댔다. 탄탄한 허벅지가 뒤에 닿는 느낌이 짜릿하다.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알파의 체취도 그러했다. 정서원은 쾌락에 착실히 젖어 가면서도 싫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달아오른 자신을 싸늘하게 관찰하는 시선이 무서웠다. 느끼고 싶지 않은데, 자극에 약한 몸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져 갔다.
“힉, 으응. 진우야…….”
함빡 젖은 정서원이 애처롭기까지 한 표정으로 서진우를 바라본다. 이상현에게 붙잡혀 질질 싸고 있는 주제에 도와 달라며 눈빛으로 애원한다. 그제야 서진우가 방관하던 손을 뻗어 깨물린 입술을 천천히 쓸어 주었다. 깨물린 살갗이 풀어지며 파르라니 질렸던 입술에도 혈색이 돌아온다. 정서원은 입술을 모아 그 손을 정성껏 물고 핥았다. 서진우가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형, 기분 좋아 보이네. 이상현이 만져 주는 게 좋나 봐?”
“아니, 아니야……. 앗! 하으.”
“왜, 뒤가 허전해? 아. 허전해서 둘 다 한 번에 넣어 보고 싶었나. 그런 거야? 그래 줄까, 형?”
“아니이, 아! 싫, 으으응……!”
말대답을 하던 정서원이 기어이 허리를 파득거리며 자지러진다. 결국 가슴만으로 야트막한 절정에 떨어졌다. 미처 가리지 못한 성기에서 묽은 정액이 튀었다. 정서원이 이상현의 품에 기댄 채로 가쁜 숨을 헐떡였다.
“아흐응, 흐…….”
“진우가 시원찮았나 봐요? 가슴만 만져 줬는데 금방 싸네.”
“하, 너야말로 좆질론 만족 못 시키니까 가슴이나 주물럭대는 건 아니고?”
“좆 몇 번 만져 주고 쑤셔 주는 게 섹스의 전부는 아니거든, 진우야.”
누가 더 정력이 대단한지 따위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모르겠다. 정서원은 질리지도 않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남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았다. 그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사나운 기세는 여운에 잠길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서진우의 앞에서, 이상현의 손으로 오르가즘에 도달한 수치심 따위보다 당장 싸우려드는 둘이 더 신경 쓰였다. 정서원은 자신을 말미암아 생긴 일에 나름의 책임을 느끼며,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두, 둘 다…….”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이상현과 서진우의 시선이 정서원을 향한다. 정서원은 용기 내 꺼낸 책임감이 순식간에 쪼그라드는 걸 느끼며 더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좋았는데…요……. 그, 저, 그러니까…….”
웬일인지 말을 할수록 기세가 더 사나워지고 있다. 이게 아닌가, 정서원이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지만 그래 봤자 이미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잠깐의 침묵 뒤로 서진우가 씹어뱉듯 웃음을 토했다.
“정서원, 아, 씨발. 형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거지? 어?”
“서원 씨, 진짜. 미치겠네.”
분명 웃고 있는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서원은 문득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어졌지만 앞뒤로 가로막혀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서진우가 머뭇거리는 정서원을 붙잡고 이마를 맞댄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겁을 집어먹은 얼굴이 붙들린다. 정서원에게서 딸꾹질이 터졌다.
“형, 아직도 해 보고 결정하고 싶어?”
“히끅. 아, 아니이…….”
“어쩌지. 난 지금 형 때문에 해 보고 싶어졌는데.”
싸늘하게 웃는 얼굴에 아릿한 욕망이 들끓고 있다. 한 꺼풀 꺾인 줄로만 알았던 질투 또한 넘실거렸다. 잠깐 넋을 잃었던 정서원이 문득 골반을 끌어당기는 손짓에 정신을 차린다. 뒤에 흥분한 윤곽이 고스란히 닿았다. 몸이 달은 것과는 별개로 부끄러워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상현은 얌전한 엉덩이에 발기한 좆을 살살 문지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괜찮아요. 나쁘게는 안 할게요. 응?”
사탕 하나 쥐어 주듯 은근하고 달콤한 음성이었다. 어차피 정서원에게 선택지 따위 없었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됐다.
“하웁, 읏, ……으으응!”
정서원은 이상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뒤로 파고드는 서진우의 좆을 빠듯하게 받아들였다. 한 번에 둘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두 사람 다 양보가 없었다. 한쪽은 다른 새끼가 정서원 입 구멍에다 좆질 하는 게 못마땅한지 여유를 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박아댔고, 다른 한쪽은 그렇게 박히느라 힘겨워하는 정서원에게 끝끝내 좆을 물렸다. 나쁘게는 안 한다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정서원은 서러움에 눈물이 쏟아졌다.
“흐아앙! 앗, 아응, 싫, 아! 진우야, 너무 빨라아. 흑!”
앞뒤로 파고드는 좆을 버겁게 받아들이던 정서원이 결국 물었던 좆을 뱉고 크게 헐떡거린다. 제대로 삼키지 못한 커다란 좆이 입 밖으로 튕겨지며 눈물 젖은 볼을 때렸다. 정서원은 흐느끼고 헐떡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좆을 붙잡고 다시 입에 넣으려 애를 썼다. 느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찔러대는 통에 부질없는 시도로 그치고 말았지만 이상현에게는 입을 벌린 채 제 좆을 물려고 애를 쓰는 정서원이 그럭저럭 귀엽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그가 정서원의 머리채를 감아쥐고 직접 좆을 쑤셔 넣었다. 억지로 들린 얼굴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 좆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서원 씨?”
“웃, 으응. 흡. 응, 으응응……!”
“대답도 잘하네, 귀엽게.”
“흐으읏……! 웃, 으흡!”
이상현은 제 좆을 빨아 재끼느라 오므라진 볼을 손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허리를 놀려 목구멍을 찔러든다. 그야말로 앞뒤로 쑤셔 박히는 꼴이었다. 괴로울 만큼 쏟아지는 쾌감 속에 정서원은 정신을 반쯤 놓고 흐느꼈다. 쾌락에 절여진 몸이 입 구멍이든 뒷구멍이든 쑤셔드는 좆을 한껏 조인다. 무너지려는 허리를 붙잡고 안을 찔러대던 서진우가 욕설을 짓씹는다. 힘들고 버겁다며 우는 주제에 평소보다 더 조여 물고 있었다. 사정감이 벅찼지만, 조루 운운하던 이상현 앞에서 벌써 싸지르고 싶진 않았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등줄기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며 괴로워하는 정서원을 달랬다. 그러나, 밝히는 몸은 그 작은 손짓도 쾌감으로 받아들였는지 외려 좆을 더 꽉꽉 물어 재낄 뿐이다.
“큭, 씨발……. 구멍이, 씹, 존나.”
“흐웅, 응, 으으응…….”
“형, 힘 풀어. 내 좆 끊어 먹을 거야? 어?”
정서원이 이상현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팔락팔락 저어댄다. 귀여워 죽겠는데, 씨발, 그게 이상현 좆을 물고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니까 열이 뻗쳐 죽겠다. 정서원의 입에서 자신이 더 좋았다는 말을 꺼내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저 새끼한테 입 구멍도 내주지 않았을 텐데. 서진우는 잠잠해진 사정감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무자비하게 안을 찔러들었다. 서진우가 얌전했던 사이 이상현의 좆을 열심히 물고 빨아대던 정서원이 또다시 자지러졌다. 침대에서도 변함없는 둘의 신경전 덕분에 정서원만 죽을 맛이었다.
애당초, 둘은 정서원을 침대로 옮겨 놓은 후에도 누가 먼저 박느냐 따위로 시시한 설전을 벌였었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남자 둘이 벌일 만한 설전은 아니었다. 정서원이 눈치를 보다 싸우지 말라고 한마디 거들자 둘은 핏대가 매섭게 선 좆을 꺼내 보이며 누구 걸로 먼저 박아 주었으면 하냐고 선택을 떠넘기기도 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정서원은 조심스럽게 서진우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이상현이 드물게도 질투를 표했다.
- 섭섭하네, 서진우 저 어린놈이 제대로 박아 주긴 해요? 형, 형 거리면서 서원 씨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꼴 보면 넣자마자 좋다고 질질 쌀 것 같은데.
- 아, 그게…….
- 조루는 네가 걱정할 문제지, 씨발. 비뇨기과 검진은 잘 받고 있냐? 슬슬 발기부전 올 나이잖아? 내가 의사 알아봐 줄까?
- 저기, 둘 다 그만…….
그렇게 치졸한 말싸움을 하던 둘의 격분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정서원의 몫이었다. 정서원은 앞으로, 뒤로 쿡쿡 박히는 좆을 열심히 물어 재꼈다. 둘 다 성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기라도 한 것인지 평소보다 사정이 훨씬 더뎠다. 어느 누가 먼저 사정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치킨게임이었다.
“흐으우, 웅. 으웅…….”
녹진녹진 풀어진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는데 쏟아지는 쾌감이 멈추지 않는다. 정서원은 눈물을 펑펑 쏟아 내며 폭력적인 쾌감에 속절없이 무너져 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뜨겁다 못해 얼얼한 성기에서 정액이 힘없이 토해졌다. 서진우는 경련하듯 제 좆을 꽉꽉 물어 재끼는 내벽에 거친 숨을 내뱉더니 손을 뻗어 정서원의 다리 사이를 만져 보았다. 큰 손에 잡힌 성기가 축축하다. 서진우가 한결 다정해진 얼굴로 웃었다.
“좋았어, 형? 어제도 그렇게 질질 싸 놓고는.”
“흐으, 흐으응…….”
“서원 씨, 벌써 갔어요? 얼굴 풀어진 것 봐. 귀여워 죽겠네.”
정서원의 머리채를 감아쥐고 있던 이상현이 다감하게 웃는다. 그는 느긋하게 좆을 빼내더니 헐떡이는 얼굴에다 살살 비벼대며 만족감을 즐겼다. “아!” 눈을 감고 그를 받아들이던 정서원이 불현듯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지른다. 서진우가 다시금 깊숙이 파고들며 좆질을 시작한 것이다. 안으로 들이치는 몸짓이 고조된 흥분만큼 거칠었다. 갓 절정을 맞은 정서원은 버거운 쾌락에 허리를 비틀며 달아나려 했지만 서진우가 허리를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찌나 강하게 붙잡았는지 허리에 손자국마저 남을 지경이었다.
“아! 아응, 진우야아, 나, 아직, 아, 으응! 흑!”
“형, 아 씨발, 오늘따라 왜 이리 조여?”
무자비한 쾌락에 시달리는 정서원에게는 닿지 못한 말이었다. 정서원은 뒤에서 내리꽂히는 쾌감으로 다리를 달달 떨며 재차 찾아드는 사정감에 눈물을 쏟아냈다.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몸짓이 무서울 정도로 기분 좋았다. 너무 좋아서, 차라리 빨리 끝내 주었으면 싶을 지경이었다. 정서원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흐으, 아으응, 앙……! 진우야, 제발 빨리, 빨리 싸 줘어, 응?”
“싸 줘? 하. 어디다, 응?”
“응, 으응! 그냥, 안에, 안에다아……! 제발, 진우야아. 빨리, 앗, 으앙! 아!”
“임신이라도 하고 싶나 봐요, 서원 씨?”
“으으응, 네에, 네……! 앗, 아앙! 싫어어, 흑, 너무 좋아, 흐앙!”
싫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눈물을 쏟아 내며 흐느끼는 정서원은 대답조차 버거워 보였다. 이상현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 주며 벌어진 입에다 좆을 물렸다.
“질투 나게 서진우만 물어대지 말고 내 좆도 빨아 줘요, 서원 씨.”
“흐웃, 웅, 우으응. 응!”
뒤에서 거칠게 쑤셔 박히느라 정신이 하나 없는 정서원이 제대로 빨아댈 수 있을 리 없었다. 정서원은 커다란 귀두만 간신히 문 채 손으로 기둥을 열심히 문질렀다. 우물대는 입술로는 귀두를 자극하고 혀는 선단을 맛있게 핥아댄다. 어떻게든 사정을 시키겠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상현은 흐뭇하게 차오르는 사정감을 느꼈다. 억지로 미뤄 뒀던 만큼 차오르는 속도 역시 빨랐다.
이상현이 입에다 물렸던 좆을 빼내자 열심히 빨아대던 정서원이 발긋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쾌감에 흐무러진 모습이 귀여웠다. 질투 따위 잠시 접어 두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얼굴에 싸 줄 테니까 그렇게 서러운 표정 짓지 마요.”
“흐윽, 네, 아! 흐응, 으아앙……!”
고분고분 대답을 하면서도 뒤에서 들이치는 쾌감에 정신없이 흐느낀다. 이상현은 사정이 다가온 좆을 직접 손으로 주무르며 귀두를 정서원의 얼굴에다 문질렀다. 이윽고 터진 정액이 얌전한 얼굴에 온전히 쏟아졌다. 촘촘한 속눈썹에도 정액이 흘러내려 정서원은 눈을 뜨지도 못한 채로 바쁘게 헐떡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가 더듬더듬 손을 뻗어 이상현을 붙든 채로 박히며 흐느낀다. 이상현은 그것을 굳이 도와주지 않고 즐겁게 관찰했다.
“흐앗, 아! 진우야, 천, 천히……! 앗! 앙, 흐윽!”
“안에다 싸 줄 테니까, 흘리지 마.”
“응, 으응! 잘, 조일게에…… 아! 아으, 흐아앙! 안 돼, 나, 또……!”
정서원이 과도한 흥분에 바르작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쑤셔 박은 좆으로, 손바닥 아래로 절절하게 느껴진다. 서진우는 또다시 경련하는 안을 느끼며 깊숙이 정액을 쏟아부었다. 그가 기나긴 사정을 하는 동안 정서원은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눈앞에 펼쳐진 몸이 쾌감에 파득파득 떨리고 있다. 야릇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서원 씨, 겨우 서진우 한 번 싸게 해 놓고 지쳤어요? 아직 난 박아 주지도 않았는데, 응?”
“……저, 괜찮은데……. 할 수 있어요…….”
결의에 찬 말을 이런 상황에서도 잘한다. 이상현이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천천히 문질러 주었다. 정서원은 그가 정액을 닦아 주는 줄 알고 눈을 감고 얌전히 기다렸지만 외려 얼굴에 정액만 펴 바른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정도 심술이야 익숙했다. 결국 제 손으로 정액을 닦아 내려던 정서원을 서진우가 급하게 만류했다.
“씨발, 얼굴에 싸질러 놨으면 제대로 닦아 줘야 할 거 아냐.”
“미, 미안해…….”
“형이 왜 사과해? 저 개새끼한테 욕한 거니까 울지 마, 응?”
“응, 으응…….”
서진우는 티슈를 몇 장 뽑아 내 정서원의 몸을 돌리고는 드러난 얼굴을 정성껏 닦아 주었다. 부드럽고 꼼꼼한 손길이다. 되는 대로 뽑은 티슈를 다 써 가며 닦아 내는 정성은 정서원의 얼굴에 결코 정액 한 방울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눈꺼풀에 달라붙은 정액이 닦여 나가자 그제야 정서원이 겨우 눈을 떠 서진우를 본다. 그는 서진우를 끌어당기더니 순순히 이끌려 준 품에 안겨 숨을 골랐다. 속보이는 애교인데도 느실거리던 분노가 싹 가라앉았다. 서진우가 안겨드는 정서원을 안아 올려 다리 사이에 앉혔다. 발가벗은 몸이 이상현의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상현은 정서원이 부끄러워하며 다리를 오므리든 말든 무릎을 잡아 펼치더니 대뜸 손가락부터 쑤셔 넣었다.
“아……!”
하나, 둘. 금세 다물린 구멍이 손가락을 빠듯하게 받아들인다. 이상현은 쑤셔 넣은 손가락을 벌려 구멍을 넓혔다. 고여 있던 정액이 이미 녹진녹진 풀어진 구멍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정서원도 제 아래에서 흐르는 정액을 느꼈는지 다시금 다리를 바동거리며 감추려 들었다. 서진우가 바동거리는 몸짓을 붙잡고는 달래 주듯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이상현이 빈정거리듯 웃었다.
“서진우, 얼마나 싸지른 거야?”
“싫으면 꺼지든가.”
“서원 씨가 얼른 박아 달라고 발름대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이상현이 손가락으로 직접 정액을 긁어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살짝 부어오른 구멍에다 손가락을 쑤셔 넣고 움직일 때마다 하얀 액체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얼굴에다 정액을 펴 발라 주던 때와는 달리 다소 짜증이 섞인 손짓이었다. 그럼에도 민감한 부분을 긁어대는 장난을 해대서 정서원은 터지려는 숨을 계속 참아 내야만 했다.
“흐윽, ……으.”
“서원 씨, 정액 빼주는 손에도 이렇게 느껴서야 되겠어요? 왜 이리 야해요.”
“자꾸, 거기, 건드리니까…… 아!”
나른하게 침잠하려던 정신이 번쩍 튀었다. 정서원이 흐느끼기가 무섭게 자극이 물밀듯 쏟아졌다. 양옆으로 활짝 펼쳐진 다리가 움찔움찔 떨려댄다. 쾌락에 약한 몸에서는 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미끈한 안을 문지르는 손길에 늘어진 성기에도 피가 쏠렸다. 조금만 더. 정서원이 저도 모르게 보챘을 때,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쾌감이 빠져나간 자리에 아쉬움과 허전함이 자리 잡는다. 이상현은 저를 애타게 바라보는 얼굴을 보고 웃으면서도 느긋하게 서진우의 정액이 묻은 다리 사이를 닦아 주었다.
그러다 대뜸, 허벅다리를 붙잡아 제게로 끌어당겼다. 발기한 좆이 애타는 구멍을 건드렸다.
“넣어 줘요?”
“흑……!”
서진우의 품에서 미끄러져 가슴팍에나 겨우 고개를 기댄 정서원이 흐느꼈다. 커다란 좆이 다리 사이를 건드리는 감각에 애가 닳았다. 이미 몇 차례나 사정했는데도, 그 쾌락을 아니까 더더욱 견디기가 어려웠다. 정서원은 제 다리 사이를 건드리는 커다란 좆을 애타게 바라보다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상현이 예쁘장하게 잘생긴 얼굴로 다정한 척 웃고 있다. 매너 좋은 척, 다정한 척, 상냥한 척. 그 온갖 척은 삽입 이후 사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혹하고 만다.
정서원이 스스로 다리를 더욱 활짝 펼치며 홀린 듯 입을 열었다.
“넣어 주세요…….”
* * *
오랜만에 품는 몸인데도 이상현은 능숙하게 안쪽으로 찔러들었다. 커다란 귀두로 비벼댈 때마다 정서원이 목을 길게 젖히며 헐떡대는 부분이었다. 그는 일부러 늘씬 문질러 주지 않고 애를 태우듯 얕게 좆질 하며 정서원을 살폈다. 입으로, 뒤로 좆을 하나씩 물고 펑펑 울던 얼굴은 아직도 발그스름한 울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얼굴로 저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것이 맘에 들어 이상현은 단번에 끝까지 짓쳐들었다. 정서원이 순식간에 자지러지며 절 붙잡은 서진우의 팔뚝을 긁어댄다.
“하윽! 아! 으앙, 거기이. 흐, 아아앙…….”
“여기 뭐, 어떻게 해 줄까요? 말해 봐요. 서원 씨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더, 더, 해 줘요……! 힉, 으아앙! 너무 좋아아, 흐으, 흑!”
정서원은 제 다리 사이로 드나드는 좆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울어댔다. 얼마나 쑤셔 줬다고 또 금세 눈물이 터졌는지 다리 사이로 꽂힌 눈동자가 흠뻑 젖어 있다. 이상현은 쾌락에 달떠 어쩔 줄 몰라 하는 정서원을 느긋하게 관찰하며 바라는 곳을 퍽퍽 찔러 주었다. 이 자세는 그의 좆에 찔려 가며 헐떡이는 정서원의 반응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걸 보고 질투에 사로잡히는 서진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도 당장 찢어 죽일 듯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남의 애인 따먹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이야. 정서원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상상도 못하던 재미였다.
이상현은 박을 때마다 팔락거리는 다리를 옆구리에 끌어당기며 더 깊숙이 좆을 박아 넣었다. 박아 넣을 때마다 정서원의 가랑이에서 쓸 일도 없는 좆이 흔들렸다. 그가 미끈한 샅을 훑어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서원 씨, 털은 누구 보여 주려고 깎은 거예요? 백자지 다 됐네. 애새끼 따먹는 것 같잖아요. 응?”
“아으응, 진우가아……! 하앙! 흐, 좋아아. 아, 으응!”
“진우가 깎아 줬어요? 미친 새끼, 아닌 척하더니 가둬 놓고 별짓 다 해 놨네?”
“나 없는 동안 애인 있는 놈 발라먹은 개새끼가 할 말이냐?”
“흐앙! 아, 아흐으. 진우야아……! 앗! 응, 으흑.”
질척한 쾌감에 시달리던 정서원이 힘줄이 곤두선 팔뚝을 긁어대며 헐떡인다. 서진우는 기꺼이 그에게 고개를 숙여 보채는 얼굴에다 입을 맞췄다. 품 안의 정서원이 파득거리며 쾌감에 녹아나고 있다. 다른 놈 자지에 쑤셔지며 자신을 찾아대는 게 괘씸하고도 앙큼했다. 서진우는 품에서 들썩이는 정서원의 나신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손을 미끄러뜨렸다. 손끝이 흐르는 곳마다 정서원이 민감하게 반응해댔다. 이윽고, 그가 흔들리는 좆을 붙잡자 정서원이 허리를 휘어 가며 울음을 터뜨린다.
“으아앙……! 싫어어, 아! 흑, 흐으응! 만지지 마아, 앗, 히끅!”
“형, 저 유통기한 짧은 좆이 그렇게 좋아? 나 질투 나려고 하는데.”
“으응, 아니이! 앙! 나, 나 진우 거가, 제일……! 흐아앙! 아!”
“서원 씨, 좆물을 오줌처럼 질질 싸면서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섭섭하잖아요.”
“힉, 흐윽! 아아……! 상현 씨이, 아! 흐으응, 너무 좋아아……!”
정서원이 눈물로 흐려진 얼굴로 펑펑 울어댄다. 그는 서진우가 말할 때는 서진우의 비위를 맞췄고, 이상현이 말할 때는 이상현의 비위를 맞춰 가며 허리를 흔들었다. 멀어진 이성이 그저 당장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지만 남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곱상한 얼굴에 사나운 미소를 띄운 이상현이 음모가 닿을 만큼 깊이 꽂아 넣으며 살살 문지른다. 정서원이 입술을 꾹 깨문 채로 길게 흐느꼈다.
“서진우가 박아 줄 땐 서진우가 좋다고 그러고, 내가 박아 줄 땐 내가 좋다고 그러고. 서원 씨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흐으으, 앗. 둘 다, 좋아서어…… 힉, 이상현 씨 제발…….”
“둘 다 좋아? 형, 하, 씨발. 저 새끼랑 내가 동급이야?”
“아, 아으응! 아니, 아니야아. 흑! 나 너밖에, 앙! 진우야아, 아파, 앗, 으응!”
“이것 봐요. 계속 말을 바꾸는데, 응? 욕심 많은 구멍이라 그런가. 둘 다 쑤셔 줬으면 싶은 거예요?”
“아흑, 상현 씨…… 으아앙!”
이상현은 좆을 길게 빼내었다가 다시 깊숙이 짓쳐들었다. 격렬해진 움직임에 정서원이 서진우의 품에 머리를 박아 가며 자지러진다. 이상현이 한 번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서진우의 손에 잡힌 좆에서 묽은 액이 찔끔찔끔 새어 나왔다. 서진우는 확연한 흥분의 흔적을 제 엄지로 문질러 막아 버렸다. 사정이 다가왔던 정서원이 고개를 저어가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힉, 싫어어! 앗, 아으응! 진우야, 나 싸고 싶어어. 흑, 흐끅.”
“씨도 없는 맹물 뿌려대서 뭐 한다고. 응? 어차피 형은 쑤실 구멍도 없잖아. 뒤로 가는 거에 익숙해져야지?”
“흐아앙……! 진우야아, 싫어, 싫어어…… 아앙! 힉, 안 돼에……!”
싫다고 울고, 서진우의 팔뚝을 밀어내면서도 정서원은 착실히 뒤로 받는 쾌감을 쌓아 갔다. 그가 시트 위에서 바동거리던 다리로 제게 파고든 이상현의 허리를 감아올린다. 앞에서 느껴지는 괴로움과 뒤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못 이기고 매달린 것이었다. 이상현은 그 몸짓을 저 좋을 대로 받아들였다.
“왜요, 안에다 싸 줘요? 응?”
“아흐으, 응, 네에, 네…… 앙! 아흑, 앗, 흐으응.”
“씨발, 안에 싸기만 해.”
질투에 못 이긴 서진우가 시퍼런 불꽃이 튀는 눈으로 이상현을 노려본다. 이상현은 보채는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었다.
“미안하네, 너 없을 때 이미 서원 씨 안에 많이 싸 봤거든.”
“이런, 씨발 새끼가…….”
“서원 씨 히트싸이클 때도 내가 봐 줬는데. 어쩌면 이미 내 새끼 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형, 저 씹새끼 말 진짜야? 나한테는 약 먹었다고 했잖아. 응?”
“아아응……! 아, 진우야아. 나, 그게, 힉, 아, 아아아!”
정서원은 대답도 못한 채 길게 흐느꼈다. 서진우의 손에 잡힌 성기에서는 정액 한 방울 새어 나오지 못했다. 뒤로만 도달한 절정이었다. 드라이 오르가즘은 그러잖아도 한껏 흐무러진 정서원에게 기나긴 여운을 선사했다. 발가벗은 몸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움찔대며 절정의 여운에 시달린다. 이상현은 헐떡이는 정서원과 자신을 노려보는 서진우를 번갈아 바라보다 일소하더니 다시금 허리를 움직였다. 이상현을 감싼 다리가 파득거렸다.
“아흐으, 제발, 싫어요…… 앗, 으응! 흑……!”
“안에다 싸 달라면서요. 서원 씨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준다는데 뭐가 서러워요, 응?”
“아, 안 돼에. 앗! 흐으응……!”
정서원이 이상현에게 붙잡힌 채 마구잡이로 좆질을 당한다. 이미 수차례 찾아왔던 절정으로 열린 몸은 아찔한 쾌감에 바동거리면서도 쑤셔대는 좆을 놓치지 않고 꽉꽉 물어댔다. 쑤시는 족족 물어대는 내벽이 여유를 박살 내고 이상현의 본성을 이끌어 낸다. 사정이 다가오며 부풀어진 좆을 더 깊이 찔러 넣는 이상현의 얼굴에 사나운 쾌감이 어른거린다. 그가 곧 반듯한 미간을 찌푸리더니 정서원의 안쪽 깊숙한 곳에 씨를 뿌렸다. 크게 부풀었던 좆이 깊숙한 안에서 꿈틀댄다. 정서원은 배 속에 퍼지는 정액을 느끼며 재차 절정에 이르렀다. 넋을 놓고 헐떡이는 얼굴을 서진우가 붙잡아 자신을 보게 한다. 서진우는 짐승처럼 으르렁댔다.
“형, 저 새끼랑 히트싸이클 같이 보냈어?”
“하아, 하……. 아니, 안 그랬어……. 흐으응.”
“그럼 저 새끼가, 괜히 허튼소리 지껄이는 거야? 응?”
“진우야, 그렇게 말하면 서원 씨가 무서워서 대답할 수 있겠어?”
이상현이 사정이 끝난 좆을 느긋하게 빼내며 빈정거리듯 웃는다. 그가 빠져나간 자리를 따라 정액이 흘러내린다. 정서원은 그 야릇한 감각에 허리를 비틀어가며 신음했다.
“서원 씨가 약을 챙겨 먹긴 했는데, 좀 늦게 챙겨 먹었지.”
“무슨, 개소리야.”
“히트싸이클이 오긴 왔었다는 말이야, 진우야. 서원 씨는 기억도 못 하지만.”
“씨발, 제정신도 아닌 애를 따먹은 게 자랑이야?”
“제발 도와 달라고 우는데 어떻게 그냥 둬. 그렇죠, 서원 씨?”
이상현은 바르작대는 허리나 다리를 쓰다듬어 주며 여운에 시달리는 정서원을 달랬다. 기억에도 없는 말을 읊어대는 그를 정서원이 다소 낯설게 바라보았다. 하필, 서진우의 출장 기간에 히트싸이클이 겹치긴 했지만, 약을 먹으면 별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정서원의 히트싸이클은 하루 이틀이면 끝날 정도로 가벼웠고, 그마저도 약을 먹으면 미열에 시달리는 수준에 그쳤다. 정서원은 그날 조금 늦게 먹은 걸 기억해 내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기억밖에 없었다. 이상현과 붙어먹은 기억 따위, 없었다.
그런데도,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정서원은 이미 좆이 수없이 들락거렸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덜컥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이상현은 정서원의 두려움을 알면서도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여요?”
“……진짜예요?”
“그럼 거짓말일까 봐요?”
진짜여도 문제고 아니어도 문제다. 진짜라면, 이 사람은 지 새끼를 배고 있을지도 모르는 몸에다 마구잡이로 좆질을 한 파렴치한일 것이고, 아니라면, 그냥 상종 못할 개새끼였다.
이상현이 제게 꽂히는 시선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다행히 그는 두 가지 경우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진짜긴 진짜예요. 근데, 피임약은 챙겨 먹였으니까 걱정 마요. 아, 왜 이리 귀여워요? 놀려먹고 싶게.”
“이상현 씨발 새끼야, 재밌어?”
“응. 재밌네. 억울하면 그때 서원 씨 옆에 있어 주지 그랬어, 진우야. 꼴사납게 질투하지 말고.”
사이좋게 싸지를 땐 언제고 서로 또 날을 세우고 있다. 정서원은 밋밋한 아랫배를 만져 보다가 고개를 들어 서진우에게 빈정거리고 있는 이상현을 바라보았다. 몇 주 전인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나는 날, 꿈에서 저 비슷한 얼굴을 본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하지만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입고 있던 파자마도 그대로인데다 군데군데 축축하게 뿌려졌던 액체도 하나 없이 말끔해서, 히트싸이클의 열기에 몽정이라도 한 줄 알았다. 그게 꿈이 아니었나. 그런데, 집 주소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단 말인지.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그를 서진우가 번쩍 끌어안았다. 정서원이 놀라 바동거리자 가볍게 제압하는 손짓에는 약간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정서원은 금세 얌전해져서는 서진우에게 고분고분 안겼다.
“진우야, 왜……?”
“그동안 저 새끼랑 재미 많이 봤나 봐. 익숙해 보이던데.”
“아, 아니야…… 앗! 으응.”
서진우가 품에 안긴 정서원의 다리를 활짝 벌리곤 거친 손길로 정액을 빼낸다. 아프다고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서원의 다리 사이 쓸 일 없는 좆은 오히려 힘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형. 둘 다 해 봤으니까 누가 더 좋은지 알겠네. 누가 좋았어?”
“아, 흐으응. 진우야…….”
“서원 씨, 그냥 박아 주는 사람마다 다 좋은 거 아니에요? 응?”
나랑, 서진우랑, 서원 씨한테 동시에 박으면 그땐 둘 중 하나 고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상현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조롱하는 것이 적나라하게 흘러들었다. 두 남자의 물오른 신경전이 결국에는 정서원에게 불티를 튀기고 만 모양이다. 정서원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리고는 애절한 눈으로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렁대는 눈이 퍽 안타깝게 보일 정도였지만 분노와 질투로 넘실대는 서진우에게는 새삼 와 닿지 못한 애원이었다.
그가 오므린 다리를 활짝 펼쳐 벌리며 움찔대는 구멍을 쑤신다.
“그러게, 형. 나 하나로는 만족 못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 줄까? 어차피 쑤셔 주기만 하면 다 좋아하잖아. 내 좆이든, 개새끼 좆이든.”
“아니야. 진우야아……. 히끅.”
“왜요, 서원 씨. 하나씩 먹여 줬더니 둘 다 맛있다고 못 고르면서.”
“이상현 씨, 싫, 싫어요…….”
얘기를 들어줄 상대였다면 애초에 셋이 함께 침대에 뛰어들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덧 정서원은 서진우의 품에 들린 채 침대 헤드로 옮겨졌다. 흡사 기승위를 할 때나 취하던 자세가 되었다. 정서원이 엉덩이에 닿는 서진우의 좆과 등 뒤에 닿는 시선을 고루 신경 쓰며 몸을 뒤챈다. 불안감이 엄습했으나, 그러든 말든 서진우는 제 위에 올라탄 정서원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커다란 손에 딸려 움직이는 엉덩이에 커다랗게 발기한 좆이 닿는다. 풀어진 몸이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아 냈다. 아래에서부터 속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큼직한 좆에 몸이 금세 반응했다. 정서원이 서진우의 품에 쓰러지며 힘겹게 헐떡였다.
“하으, 으응……!”
“벌써 힘들어요? 서원 씨 내숭도 잘 떠네. 근데 어쩌죠. 하나 더 들어갈 건데.”
“아, 안 돼요……! 찢어질, 아… 악! 흐윽, 아파……!”
이미 커다란 게 삽입되어 있는 구멍에 손가락이 닿더니, 정서원의 만류나 저항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틈을 비집는다. 녹진녹진 풀어진 구멍은 서진우의 좆을 품은 상태로도 이상현의 손가락을 양껏 받아 냈다. 하나가 들어가자 또 하나를 더 집어넣으며 축축한 구멍을 풀어대는 손길에 행위를 강행하는 억지와는 다른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다. 정서원은 서진우의 가슴팍에 무너진 채 힘겹게 숨을 토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려는 얼굴을 서진우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정서원은 서진우와 눈을 맞춘 채로 서러운 눈물을 방울방울 쏟아 냈다.
“진우야, 흑. 흐으. 싫어, 싫어…… 말 잘 들을게, 제발. 하지 마아. 응? 제발…….”
“내가 형 말을 어떻게 믿어.”
“제발, 힉. 싫어, 무서워…… 흑, 으아앙…….”
서진우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넘겨 주며 애처럼 우는 얼굴을 달랬다. 다정한 말투, 부드러운 손짓은 정서원을 달랠 때마다 그가 보여 주던 익숙한 애정이었으나 오늘만은 달랐다. 그는 구태여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현과 정서원의 섹스에 타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질투와 독점욕, 정욕 따위가 뒤엉긴 시커먼 욕심이 정서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정서원은 그것도 모르고 겁에 질려 서진우에게 공수표 같은 말을 남발했다. 내가 잘할게, 앞으로 진짜 말 잘 들을게, 딴 남자랑 말도 안 할게…… 물론 서진우에게 닿지 못할 말들이었다.
그는 펑펑 울어대는 정서원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삽입된 구멍을 벌렸다. 손가락 몇 개를 더 받아 내던 구멍에 따로 받기에도 버거운 좆이 닿는다. 정서원이 무섭다고 우는 소리가 났다.
“아! 흐윽! 싫어, 싫어어……!”
“긴장 풀어요. 그래야 들어가지.”
“싫어어…… 찢어져요. 찢어질 거야아. 흑, 흐아앙……!”
정서원의 눈물 어린 애원은 통하지 않았다. 두 남자는 하나의 비좁은 구멍에다 좆을 비집어 박았다. 쉴 새 없이 좆이 드나드느라 녹진녹진하게 풀린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며 커다란 좆을 빠듯하게 받아 내기 시작한다. 정서원은 도무지 믿기지 않아 달달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좆을 삼킨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밋밋하던 아랫배가 살짝 나와 있다.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박감이었다.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두 남자가 나란히 인상을 찌푸리며 거친 숨을 토해 낸다.
“힉, 히익. 흐…… 으윽. 아파아…… 찢어졌잖아요, 흐끅. 흑.”
“괜찮아요, 서원 씨. 안 찢어졌어. 잘 먹고 있어요. 응?”
“싫어, 싫어어…… 진우야, 상현 씨,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힉!”
“울지 마. 나 맘 약해지잖아, 형.”
부드럽게 달래가는 소리 따위를 하며 잘도 움직인다. 정서원은 빠듯한 구멍에 멋대로 드나들기 시작한 좆을 느끼며 엉엉 자지러졌다.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두 남자는 서럽게 울어대는 정서원에게 그나마 미안함을 느낄 양심은 남아 있었는지 페로몬을 열어 긴장한 몸을 풀어 주었다. 쏟아지는 알파의 페로몬에 오메가의 몸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헐떡이는 가쁜 숨에 서서히 울음기가 잦아들었다. 좆 두 개를 한꺼번에 받고 있는 내벽이 빠듯하게 조여들며 야트막한 흥분을 드러냈다.
그러자,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득한 쾌감이 밀려들었다. 그가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하던 두 남자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 으으응! 힉. 아, 안 돼에…… 흐아앙! 흐끅, 흑. 어떡해, 안 돼, 이상해애…… 으응!”
“하아, 씨발, 형 존나 좁아……. 크윽.”
“아으으, 흐앙! 진우야아, 너무, 너무 커! 살려줘어, 흑! 나 이상해, 안 돼……!”
“아…… 서원 씨, 어째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응?”
비좁은 구멍에서 커다란 좆 두 개가 맞부딪치며 민감한 내벽에 빈틈없는 쾌감을 쏟아붓는다. 정서원은 한 번 흔들릴 때마다 정신이 까마득해졌다가, 간신히 돌아왔다. 엇박자로 움직여대는 게 누구의 좆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기분이 너무 좋아 황홀해 죽을 지경이었다. 싫다고 무섭다고 울던 게 거짓말 같았다.
“아흐, 흐앙! 아! 앗, 너무, 좋아아! 힉, 안 돼, 나, 나…… 아으응!”
정서원을 앞뒤로 차지한 남자들은 봐주는 것 없이 몰아붙였다. 그러잖아도 박아댈 때마다 좆을 물어 재끼던 속살이 더 빠듯하게 조여댄다. 통증이 느껴질 정도의 압박감 속에 질척한 쾌감이 용솟음쳤다. 질투든 분노든, 완벽하게 태워 버리는 아찔한 쾌락이었다.
“형, 이제 누구 좆이, 더 좋은지, 알겠어?”
“아응, 으응응! 몰라, 몰라아, 아……! 흐앗, 아, 아아!”
“서원 씨, 우리가 일부러 이렇게, 쑤셔 주는데도 모르면 어떡해요?”
“흐아앙! 죄송해요…… 앙! 흐윽, 흑! 아, 너무, 좋아아……!”
정신없이 흐느끼며 울어대는 정서원의 안으로 누구 것인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좆이 몇 번이나 쑤셔댄다. 쾌락에 온몸이 절여지는 기분이었다. 이성을 상실한 몸이 본능에 겨우 의지해 허리를 들썩였다. 안을 가득 채운 좆이 버거운데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자꾸 울음이 나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서진우의 가슴팍으로 나뒹군다.
두 남자는 뜨겁게 풀어진 몸에다 욕심껏 좆을 찔러댔다. 한계점을 넘어 넘실거리는 쾌락이 붙어먹는 몸에 불을 지핀다. 정서원이 가까스로 허리를 세운 채 울음을 흐느꼈다. 지나친 쾌락에 풀어진 혀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아응, 응! 지누야아…… 앙, 아응! 하으으으……!”
“형, 아 씨발. 정서원, 보채지 좀 마. 어?”
“앗, 으앙! 몰라아, 흐응. 응, 너무 커…… 아응, 거기이 좋아, 아! 아아앙!”
“혀 풀려서 징징대는 거 귀엽네, 더 말해 봐요.”
“아흐응! 아, 아앙! 상여언 씨, 그마안! 이상해애…… 흐끅. 응!”
“진짜 그만해요? 응?”
정서원이 곧장 고개를 저어대며 싫다고 애원한다. 외려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가며 저 좋은 곳에 좆을 비비고 있다. 나직한 웃음소리가 앞뒤로 터졌다. 멍한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앞에서 오는 건지, 뒤에서 오는 건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쾌락이 커다란 만큼 아찔하게 높은 오르가즘이 벅차오른다. 등줄기가 바르르 떨린다. 정서원은 겨우 세웠던 허리를 무너뜨리며 서진우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흐아앙! 아, 흐윽! 살려줘어, 아, 힉! 나, 나. 으아앙!”
이상현과 서진우는 그 바람을 들어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서진우가 무너진 허리를 붙잡고, 이상현이 골반을 붙잡은 채로 피치를 올린다. 빈틈없이 채워 넣는 쾌락이 점점 몸을 부풀려 정서원을 높은 꼭대기에다 내던진다. 절정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기대되면서, 두려워지는 아찔한 쾌감이었다. 정서원은 침대에다 마구잡이로 손톱을 세워 긁어대며 지독한 쾌락에 헐떡였다. 흐느끼는 얼굴이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쾌락으로 함락되어 가고 있다.
“왜 울어, 형. 애처럼, 응?”
“아으응, 아, 아……! 너무, 좋아서어. 힉, 아으, 지누야아……!”
“서원 씨, 괜찮아요, 숨 천천히 쉬어요. 착하지?”
“하으, 아, 으으응. 아, 아아! 안 돼에, 갈, 것 같, 으응! 흐아아앙!”
말로만 달래는 진정성 없는 위로가 앞뒤로 대중없이 쏟아졌다. 정서원은 그들의 손에 붙잡힌 채 깊은 안까지 빠듯하게 처박히다가, 이내 붙잡힌 몸을 달달 떨어대며 곧장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터질 것처럼 발기했던 좆에서는 나오는 것도 없었다. 정서원이 서진우의 품에 안긴 채 헐떡이는 소리가 숨넘어갈 듯 가쁘게 터졌다. 눈물로 망가진 몽롱한 얼굴에다 서진우가 멋대로 입을 맞추며 보듬는다. 뒤에서 달달 떨리는 등줄기를 매만지던 이상현은 경련하는 안으로 짓쳐들었다. 이제부터 벌일 일에 나름의 속죄를 하는 손짓이 정서원의 나신 곳곳에 닿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서원은 잠깐의 다정함을 기분 좋게 즐겼다.
그리고 두 남자는 아직 오르가즘의 여운도 사그라지지 않은 몸에 나란히 노팅을 시도한다. 겨우 풀어진 몸이 긴장으로 바짝 조여들었다.
“시, 싫어어…….”
배 속에 가득 찬 좆이 사정을 준비하며 한껏 부푸는 게 느껴진다. 정서원이 애절하게 서진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이마에나 뽀뽀해 줄 뿐 노팅을 멈추지 않았다. 노팅으로 오랫동안 시달릴 오메가에게 알파의 페로몬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었다. 그게 통증을 지워 주고 외려 기분 좋게 해 준다는 걸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한계에 다다른 쾌감이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정서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싫어’, ‘안 돼’, ‘아파’ 따위를 조잘대다 또다시 눈물을 쏟는다. 씨물을 깊은 곳까지 터뜨리는 게 예민해진 배 속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펑펑 울기 시작한 정서원을 서진우가 살뜰히 챙겼다.
“왜 울고 그래, 형. 울지 마.”
“아흐으…….”
“착하네, 서원 씨. 말도 잘 듣고. 응?”
결국 제멋대로 굴 거면서 말뿐인 다정함이 사탕발림처럼 앞뒤로 흘러나온다. 정서원은 떨리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제 아랫배를 매만졌다. 두 알파가 서로 마킹하듯이 싸지르는 정액이 배 속에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지치고 힘든 몸에 나른한 쾌감까지 부풀고 있었다. 정서원은 당장에라도 놓칠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헐떡이다가, 서진우의 품에 안긴 채 숨을 몰아쉬었다. 이상현과 서진우가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달래는 손길이 몸 곳곳에 닿는다. 조금 자 둬요, 형 힘들면 자, 괜찮아요, 그래도 되니까, 멍한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조각조각 흘러들었다. 정서원은 힘겹게 색색거리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한계까지 몰아붙여졌던 심신이 금세 수마에 잠겨들었다.
* * *
가물가물 정신을 차린 정서원이 옆자리를 더듬거린다. 체온 대신 사늘하게 식은 시트만 만져진다. 평소라면 잠을 깨고서도 한참 미적거렸을 그가 단번에 눈을 떴다. 아무도 없이 널따란 침대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바로 몸을 일으키려던 그가 허리를 붙잡고 무너진다.
“아으…….”
허리부터 다리 사이까지 격통이 달렸다. 그제야 두 남자에게 심하게 혹사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웬일인지 서진우의 집에 이상현이 찾아왔고, 서진우와 말다툼을 하다…… 거기까지 떠올린 정서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리 사이를 만져본다. 하나씩 받아도 버거웠던 큰 것을 동시에 받았었다. 영락없이 찢어진 줄로만 알았는데 다소 부어 있을 뿐 멀쩡하다. 정서원은 무자비한 쾌락이 범람하던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지쳤는지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그가 잠들어 있던 곳은 자물쇠가 몇 겹이나 걸려 있던 방과는 다른 곳이었다. 온종일 창밖만 바라봐야 했던 그 방과는 달리 방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서진우가 없다면 더 밖으로 나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서원은 애타는 눈으로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 나갈까? 하지만 시트를 둘둘 말고 나갔다가 벌어졌던 참상을 떠올리니 딱히 그러고 싶지가 않아진다. 그는 체념하고 서진우를 기다리기로 했다.
정서원이 이불 속에서 발가벗은 몸만 꾸물대고 있을 때, 영영 닫혀 있을 것만 같던 문이 열렸다. 서진우는 깨어 있는 정서원을 보고는 곱게 웃었다.
“깼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얌전히 누워 있는 정서원을 살핀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고, 드러난 이마를 건드리다, 뺨을 타고 흘러내려 벌어진 입술 따위를 매만진다. 정서원은 그 손가락에 쪽 소리가 나게 키스했다. 틀어진 비위를 맞추겠다고 최선을 다해 재롱떠는 꼴이 퍽 눈물겹다. 서진우가 조소를 감추지 않고 웃는다. 정서원은 이불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일어났으면 나오지 그랬어, 옷도 가져다 놨는데.”
“……그냥.”
어물쩍 대답을 넘기는 속내를 서진우가 모를 리 없다. 서진우는 눈을 내리깐 채 필사적으로 저를 피하는 정서원을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그 새끼 갔으니까 나와도 돼.”
“…그 사람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그 새끼한테 다리 벌리면서 좋아 죽었다고 내가 형 괴롭히기라도 할까 봐?”
“…….”
노골적인 언사에 정서원은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옳은 선택이었다. 제대로 비위를 맞출 줄 모르는 정서원은 입을 열 때마다 높은 확률로 서진우의 속을 뒤집어 놓고는 했으니까.
서진우는 침묵하는 얼굴을 바라보다 아주 다정하게 속삭였다.
“일어나. 괜찮으니까.”
“…화, 안 났어?”
“내가 형한테 어떻게 화를 내겠어.”
질투에 못 이겨 실컷 을러대고 무자비하게 몰아붙이긴 했으나 진정으로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서진우의 기준으로는 그러했고, 정서원의 기준으로는 그러하지 않았다. 정서원은 지난 일을 더듬거리며 난생처음 제게 손찌검을 했던 서진우나, 싫다는데도 무리하게 들어서던 몸짓, 나직한 목소리로 늘어놓던 음담패설 따위를 떠올렸다. 그리고 더 옛날 일을 더듬거렸다.
처음 관계를 가지던 무렵에는, 넣는 게 무섭다고 솔직히 토로하자 곧장 손을 거두었었다. 서로가 처음이었기에 하나하나 전부가 서툴렀던 때다. 겨우 삽입을 시도했다 하면 기쁨보다 아픔이 먼저 느껴져 눈물을 쏟아 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들어서는 걸 멈추고 눈을 맞춘 채로 듣기 좋은 말을 속삭여 줬었다. 그래도 아프고 힘들다고 하면, 겨우 삽입했던 것을 빼내고 부둥켜안은 채로 밤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살뜰했던 다정함을 알기에 서진우의 사소한 눈짓에도 절로 긴장이 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그는 그날부터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간혹 참으려고 하면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화를 주체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서원은 이불 속으로 숨었던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시트 위로 흘리자 서진우가 억지로 고개를 잡아 돌렸다. 정서원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어쩔 수 없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서진우가 다정히 웃고 있다.
“씻고 갈아입고 나와. 맛있는 거 해 줄게.”
“……응.”
“눈치 보는 거 귀엽긴 한데, 자꾸 그러면 진짜 화낼 거야.”
“……알았어.”
착하게 대답하자 서진우가 흘러내린 앞머리를 넘겨 주며 이마에다 입을 맞춘다. 정서원은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다정함을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서진우가 제게 질렸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눈앞에서 그리 음란하게 굴었으니 이번에야말로 크게 혼쭐이 나는 건 아닐까 싶어 두렵기도 했다. 그래도, 화를 내는 것보다야 막무가내나마 다정한 서진우가 나았다.
서진우는 제게 무언가 말을 할 듯 말 듯 머뭇거리는 정서원을 유심히 바라보다 눈꼬리를 접었다.
“혼자 못 씻겠어? 내가 씻겨 줄까?”
“아, 아니. 괜찮아.”
“그런데 왜 그렇게 애타게 봐. 응?”
“그냥…….”
대답을 망설이는 정서원을 서진우가 느긋하게 기다린다.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싼 손끝이 고운 살결을 멋대로 쓸며 지루함을 견디고 있다. 정서원은 그 야릇한 손길이 신경 쓰여 결국 제대로 말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더 해 달라고 조를 때는 잘만 하더니, 씻겨 달라는 건 부끄러워?”
“아냐, 정말 괜찮은데…….”
“아, 혼자서 못 일어나겠어?”
“진우야…….”
화 안 났다더니, 대답 따위는 아주 가뿐하게 무시한다. 서진우는 이불에 몸을 감춘 채 입술만 깨물어대는 정서원을 기어이 알몸으로 만들고는 그에게 팔을 벌렸다. 안기라는 몸짓이었다. 정서원이 결국 양팔을 그의 어깨에다 두르자 그가 가볍게 안아 들고는 욕실로 향했다. 정서원은 욕실까지 옮겨지는 동안 서진우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물론 정서원이 부끄러워하든 말든, 서진우의 알 바가 아니었다. 서진우는 옷이 젖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정서원의 알몸을 정성껏 씻겨 냈다. 샤워볼로 몸 구석구석까지 문지르는 손길에는 애욕 따위가 담겨 있지 않아 정서원은 더욱 부끄러웠다. 제 몸 하나 간수 못하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수치심에 사로잡힌 정서원이 엉겁결에 서진우의 속내를 짚었다.
“형, 양치하자. 입 벌려 봐.”
얌전한 정서원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씻기고 샴푸까지 끝낸 서진우가 이번에는 칫솔까지 들고 온다.
“내가 할 수 있는데…….”
정서원이 울상으로 바라봤으나 단호한 눈빛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그가 순순히 입을 벌리자 칫솔이 입 안 곳곳을 맘대로 들쑤셨다. 턱을 붙잡힌 채로 서진우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약간 기분이 이상했다. 부끄러운 것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정서원은 눈을 내리깐 채로 이 이상한 행위가 얼른 끝나기를 빌었다. 얌전한 입 안을 칫솔이 드나들며 치아부터 잇몸, 혀까지 꼼꼼하게 닦아 낸다. 이런 식의 양치는 어린 시절에도 받은 적이 없었다. 물에 젖은 흰 얼굴이 발긋하게 달아올랐다.
“무슨 생각하길래 얼굴을 붉혀.”
“으으양…….”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형.”
서진우가 씩 웃더니 물이 담긴 컵을 입에다 갖다 대 준다. “깨끗하게 헹궈.” 그 말에 정서원은 컵에 가득 찬 물이 바닥날 때까지 입 안을 열심히 헹궜다. 목욕 놀이가 겨우 끝난 건가 싶어 눈치를 보자, 서진우가 다시금 턱을 붙잡아 억지로 입을 벌렸다. 물기에 젖은 입술이 벌어지며 촉촉하게 반들거리는 빨간 속이 드러난다. 관찰하는 눈길이 묘했다. 정서원이 눈을 내리깔고 서진우의 변덕이 빨리 끝나기를 재차 기도했다.
그렇게 얌전히 벌어진 입술로 서진우의 손가락이 불쑥 기어들었다.
“응……!”
기다란 손가락이 혀부터 치아, 잇몸, 입천장, 민감한 목구멍을 제멋대로 건드리고 있다. 정서원은 화들짝 놀라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런 짓을 하면서도 아무런 의도도 없어 보이는 곱상한 얼굴이었다. 부끄러워하는 스스로가 더 창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산뜻한 표정이기도 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흐르는 물기가 얼굴을 가로지르며 흐른다. 잡힌 턱도, 그 턱에서 물줄기가 흐르는 목도 간질간질해 몸을 가만두기가 힘들었다. 정서원은 숨을 죽인 채로 입 안을 헤집는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딱히 할 수 있는 반항도 없었다. 서진우는 제 손가락이 입 안을 헤집을 때마다 꿈틀대는 목젖이며 혀를 무시하고는 불쑥 쑤셔 넣었던 것처럼 불쑥 빼내었다. 정서원이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서진우는 젖은 손가락을 타올에 닦아 내며 부드럽게 웃었다.
“깨끗하게 헹궜네.”
“으, 으응.”
“어제 그 새끼가 목까지 쑤셔 넣은 것치고는 붓지도 않았고.”
“…….”
“이리와, 닦아 줄게.”
서진우가 사근사근하게 부른다. 순순히 따라나선 정서원은 이번에도 타올 한 장 건지지 못한 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닦여졌다. 서진우가 다리 사이를 닦아 줄 때는 너무 부끄러워 몸을 피하자 엉덩이를 가볍게 맞기도 했다. 정서원은 그 손질 한 번에 아주 고분고분해졌다. 너무 놀라서 그런 것도 맞았고, 너무 창피해서 그런 것도 맞았다.
옷가지를 챙겨 오던 서진우가 문득 멈칫한다. 잘 들어 보니 방 밖에서 벨 소리가 들렸다.
“전화 왔네. 옷은 직접 입어야겠다, 형.”
“괜찮아. 전화 받고 와.”
누구 전화인지는 몰라도 옷까지 입혀질 처지에 처했던 정서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진우는 정말 미안한 것처럼 고운 미간을 찌푸리더니 보송보송해진 몸을 끌어당겨 이마에다 입을 맞췄다. 정서원이 저 혼자 맨몸으로 안겨 있는 게 쑥스러워서 뒤척거리자 이마에 닿았던 입술이 그 아래까지 내려왔다. 울리는 벨소리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키스였다. 이미 손가락으로 한 번 헤집었던 입 안을 서진우가 혀로 마음껏 탐해 나간다. 민감한 속살에 닿는 혀가 간질간질했다. 정서원은 질척한 키스에 아랫배가 점차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혹여나 성기가 일어서기라도 할까 봐 몸을 빼자 외려 사타구니끼리 맞닿을 정도로 강하게 끌어 안겼다. 아무래도 서진우는 그가 반항할수록 기분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얌전히 안긴 채 키스를 받자, 다소 거칠었던 입맞춤이 점차 다정해지더니 이윽고 입술에다 가볍게 쪽쪽거리는 수준으로 잦아들었다.
대신,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이 슬그머니 아래로 향한다. 만류하기도 전에 엉덩이를 움켜잡혔다. 맞닿은 사타구니에 뜨거운 열이 오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움찔한 정서원이 조심스럽게 서진우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다행히 아직 벨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진우야, 전화 오는데…….”
“……씨발.”
“미, 미안.”
“형한테 욕한 거 아니야, 응?”
“으응…….”
서진우는 이대로 놓기가 싫은지 정서원을 끌어안은 채 몇 번 입술을 맞대다가, 결국 놔주었다.
“금방 올게. 옷 입고 있어.”
“응.”
정서원은 서진우가 방을 나간 뒤에야 겨우 안심하고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아직 택이 떼어지지도 않은 새 옷이었다. 그는 그걸 떼어 내려다 제 힘으로는 부질없는 시도라는 걸 깨닫고 그냥 입었다. 괜히 뜸을 들이다 금방 전화를 받고 온 서진우에게 차근차근 입혀지기는 싫었다. 벗겨지는 게 익숙한 것과는 다른 일이다.
‘진우가 안 오네…….’
금방 올 것 같더니, 옷을 다 입고 나서도 소식이 없다. 정서원이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방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거실에서 통화 중인 서진우가 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통화 중이던 서진우가 정서원을 보더니 손짓했다.
“네, 아버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형 잘 있어요. 네, 가끔 그랬잖아요.”
아무래도 정서원의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인 모양이다. 서진우는 제게 다가온 정서원을 자연스레 끌어안더니 소파로 향했다. 학교는 형이 배우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제가 물론 도와줄 거고요, 형이 가족도 없이 혼자 있는데 당연히 제가 도와야죠…… 서진우가 정서원의 아버지를 안심시키는 말 따위를 늘어놓으며 무언가 관찰하는 눈빛으로 정서원을 바라본다. 정서원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어서 물끄러미 그를 바라만 봤다. 그러자, 서진우가 주변이 환해질 만큼 화사하게 웃더니 소리 없이 입술을 맞춘다. 정서원은 몸을 움츠리면서도 얌전히 키스를 받았다. 가까워진 핸드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떠드는 소리가 난다. 서진우가 정서원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다정하게 웃었다.
“지금 형 나왔거든요. 바꿔드릴 테니까 말씀 나누세요.”
그는 다감한 미소 따위를 지으며 핸드폰을 갖다 대 주었다. 스피커폰으로 돌린 핸드폰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난다. 무슨 의도인지, 방에 가둬 놓고 며칠을 방치했던 서진우가 할 법한 행동은 아니었다. 갇혀 있다고 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정서원은 어렴풋하게나마 그가 지금 자신을 시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얼른. 아버님 기다리시잖아.”
머뭇거리던 정서원이 겨우 입을 연다.
“……아빠?”
- 잘 지내니? 학교는 왜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아, 아니. 배워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주워들었던 걸 그대로 변명으로 삼자 서진우가 흡족하게 웃더니 손끝으로 앞머리를 건드려댄다. 아버지와는 오랜만에 통화하는 건데도 눈앞의 서진우가 신경 쓰여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정서원은 서진우에게서 시선 한 조각 떨어뜨리지 못한 채로 아버지의 물음에 ‘응’, ‘아니’, ‘괜찮아’ 같은 피상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통화 중인데도 자꾸 얼굴이며 머리카락을 만져대는 통에 민망할 지경이었다.
- 지금은 진우네 집에 있다고?
“으응.”
- 왜 집 놔두고. 진우가 불편할 텐데.
“그냥, 잠깐 있는 거야……. 진우도 괜찮댔어.”
귓바퀴를 만져대던 손끝이 슬그머니 내려와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오싹한 전율에 순간 소리를 낼 뻔한 정서원이 겨우 참고 도리질을 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튀어나온 택을 만지는 척 성감대를 건드리는 손끝에 긴장감이 절로 흐른다. 핸드폰에서는 아버지의 걱정 어린 말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예전에 폰섹스를 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의 긴장감과는 달랐다. 정서원의 얼굴에 민망한 열이 올랐다. 하지 마…… 아버지에게 들릴까 차마 낼 수 없는 말을 입술로 속삭이자 서진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장난을 계속했다. 그럴수록 정서원은 점차 말수가 줄어 갔다.
- 방금 일어났어? 졸린 목소린데. 일찍 일어나야지. 것도 진우네 집이라면서.
“아으응……. 어제, 좀, 늦게…… 자서.”
- 공부도 잘 쉬면서 해야지. 응? 진우 너무 귀찮게 하지 말고.
“내가 진우보다 형인데…… 앗. 으응…… 아빠, 나, 더 잘래.”
- 아빠랑 오랜만에 통화하는 건데 잠이 더 중요하니? 참, 알았다, 자.
“응, 으응.”
짓궂은 손장난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끊이지를 않았다. 얼른 전화를 끊고 싶은 맘에 대충 둘러대며 대화를 끝내 버리자 서진우가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핸드폰을 거둬 간 그는 아들인 정서원보다 더 살뜰한 인사를 남기고 나서야 통화를 종료했다. 잔뜩 긴장한 채 숨을 죽이고 있던 정서원이 비로소 긴 한숨을 토했다. 서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하다. 서진우는 모른 척 아주 담백해진 손길로 달랑거리는 택을 끊어 주었다. 그가 가격이 적힌 택을 내보이며 다감하게 웃는다.
“이건 왜 달고 나왔어.”
“……왜 자꾸 만져. 전화하는데…….”
“형이 가격표 달고 다니는데 귀엽잖아. 사 달란 것 같고.”
“…….”
정서원은 퍽 억울해졌다. 달변가가 아닌 게 오늘처럼 억울할 수는 없었다. 말문이 막힌 정서원이 입을 다문 채로 시선을 피하자 서진우가 달래 주듯 목덜미를 쓸어 준다. 고개를 기울이며 “화났어? 미안해. 형이 너무 예뻐서.” 따위를 변명이랍시고 속삭이는 그에게는 일말의 흑심도 없어 보였다. 정서원은 자꾸 꽁해 있는 것도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우가 달콤하게 웃으며 입술만 맞대는 키스를 몇 번이나 퍼부었다. 오늘따라 유독 치대는 그가 수상쩍다. 정서원은 얌전히 키스를 받으면서도 서진우의 언뜻 다정해 보이는 얼굴을 살폈다. 아까부터 그는 정서원을 건드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처럼 속살 곳곳을 건드려댔었다.
정서원이 서진우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묻는다.
“진우야, 혹시……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응? 뭘.”
“……자꾸, 만지고, 키스하고 그러니까…….”
“사귀는 사인데 왜. 아, 형이 하고 싶어져서 그래?”
“……내가 물은 건데…….”
질문을 한 건 그였는데 외려 질문이 돌아온다. 정서원은 다가오는 서진우를 피하며 물러나다가 소파에 풀썩 무너지고 말았다. 서둘러 일어나려는 그를 서진우가 손끝으로 가볍게 제압한다. 언뜻 싸늘해 보일 만큼 투명한 눈이 민망해하는 얼굴에서 뒤척거리는 몸으로 흘러내린다. 가라앉았던 긴장감이 훅 솟구쳤다. 딱히 서진우와의 섹스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제 그렇게 시달린 데다 한 번에 두 개를 꽂고 흔들리다 보니 좀처럼 맘이 내키지 않았다. 어쩌면 두려운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서진우는 완연한 긴장과 두려움 따위를 실컷 감상하다가 선뜻 손을 놓아주었다. 그가 웃으며 하얗게 질린 뺨을 쓰다듬는다.
“왜 무서워하고 그래. 장난이야. 응? 얼굴 풀어.”
“……놀라서…….”
“미안. 아, 형 배고프겠다. 맛있는 거 해 줄 테니까 여기 있어.”
“…나도 도와줄게. 혼자하기 힘들잖아.”
“그럼 접시나 놔 줘.”
서진우는 소파에서 일어나질 못하는 정서원을 손수 일으키고는 언제 겁을 줬냐는 듯 다정하게 굴었다. 그렇다고 원망을 쏟을 수도 없어서 정서원은 그 모진 다정함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 * *
서진우는 아주 모처럼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었다. 부드럽고 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이었다. 그는 늘 제 입맛보다는 정서원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주곤 했다. 서진우가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챙겨 주었던 포장 음식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허기가 충족된다. 내내 시달리느라 무엇도 먹지 못했던 정서원은 짧은 입으로도 그릇을 싹 비워 냈다. 정서원은 언제부터인지 턱을 괴고 저를 지켜보던 서진우와 눈을 마주치고는 머쓱하게 시선을 내렸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괜찮아, 앉아 있어.”
“그래도…….”
서진우가 정서원을 어깨를 감싸고 소파로 데려가 앉힌다. 정서원은 할 수 없이 얌전히 앉은 채로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불안한 시선이 설거지를 하는 서진우를 좇는다. 설거지를 하는 내내 꽂히는 시선에 서진우가 간혹 눈을 맞추며 웃었다. 이내 설거지를 끝낸 그가 수건에 손을 닦더니 정서원에게 다가왔다.
“형, 왜?”
“그냥…… 오랜만에 같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러네. 귀국하고 나서도 자주 못 있어 줬지, 내가.”
“으응.”
곱게 휜 눈이 정서원을 향한다. 마냥 다정한 것 같은 눈빛이다. 쿵쿵대는 가슴이 불안해서 그러는 건지 설레서 그러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정서원이 그를 올려다보자, 서진우가 문득 생각난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약 발라 줄까? 형 잘 때 발라 주긴 했는데, 걱정되네.”
“아니, 괜찮은데…… 일어나서 만져 봤는데, 별로, 안 아팠어….”
“아, 만져 봤어?”
서진우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부끄러워져 시선을 피하자 서진우는 놀리는 거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고를 하나 챙겨 온다. 정서원이 당연하게 손을 뻗었지만 웬일인지 그는 연고를 건네주기는커녕 묘한 얼굴로 웃을 뿐이다.
“바지 내려 봐.”
“어? 내, 내가 할게. 내가 할 수 있어.”
“어떻게 그래,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응?”
곱상한 얼굴에 걱정과 미안함이 어른거린다. 이상현이 봤다면 개수작 부린다고 비웃었을 법한 약한 척이었다. 물론 서진우에 한해서 나름의 콩깍지가 씐 정서원에게는 훌륭하게 먹혀들었다.
그는 시선을 피하고, 망설이다가, 끈덕지게 따라붙는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숱하게 몸을 섞은 사이인데도 새삼 부끄럽다. 소파에 앉은 채로 다리를 꾸물거리며 겨우 무릎까지 내리고 나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애초에 서진우가 가져온 옷가지에는 속옷이 없었다.
서진우는 그를 소파 쪽으로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아직 바지가 다 벗겨지지 않은 다리를 위로 올렸다. “착하다, 형.”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입술이 오금에 닿는다. 정서원은 몸을 움츠렸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힘을 풀었다. 무릎에 바지가 걸려 크게 벌어지지 않은 다리 사이로 잠깐잠깐 서진우가 비친다. 그 사이로 서진우를 훔쳐보던 정서원은 눈이 마주치자 아예 다리를 꼭 모은 채로 눈을 감았다. 서진우가 웃는 소리가 났다.
“봐도 괜찮은데. 형 거잖아.”
“……읏.”
연고를 묻힌 손가락이 부어 있는 구멍에 닿는다. 약을 발라 준다더니, 안으로 미끄러지는 손가락에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다. 연고가 축축하게 발린 손가락이 구멍이며 속살이며 마구 건드려대는 느낌이 이상했다. 정액 따위를 문질러 발라대는 느낌보다야 훨씬 나았지만, 다물린 살끼리 미끈거리는 느낌은 꼭 뒤가 젖은 듯한 느낌이라 기분이 야릇해진다. 정서원은 숨을 죽인 채로 입구부터 안쪽까지 꼼꼼하게 연고를 바르는 손길을 견뎌 냈다. 보이지 않으니 몸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지런하게 모인 발끝이 움찔움찔 떨렸다.
“진우야, 읏, 언제 끝나……?”
“아파? 조금만 참아. 다 발랐어.”
서진우가 손가락을 빼내고, 다시 연고를 발라 속으로 파고들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냥 담백한 손길 같다가도, 은근히 건드리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배 속이 뜨겁다. 성기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져 미칠 것 같았다.
“……아, 으으.”
“이제 다 됐어. 많이 힘들어? 붓기는 많이 빠졌는데.”
“응, 응…….”
한참 속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천천히 빠져나간다. 겨우 긴장을 푼 정서원이 모았던 다리를 풀자 다리 사이로 시선이 마주쳤다. 내내 다정하고 부드러웠던 목소리와는 달리 눈빛이 데일 듯 뜨거웠다. 정서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고는 다리를 모아 내려 가랑이를 가렸다. 그리고 앞으로 조신하게 모인 다리를 서진우가 잡아 바지를 마저 벗긴다. 그의 손에 잡힌 다리가 바동거렸다.
“힉, 진우야. 나, 나 못해.”
“안 넣어. 보기만 할게, 보기만. 응?”
서진우는 바동거리는 다리를 가볍게 붙잡아 활짝 벌렸다. 아까는 모은 다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발기한 성기와 함께 발긋한 구멍이 고스란히 내보였다. 그것을 핥듯이 쳐다보자 정서원이 허둥거리며 손으로 가렸다. 그래 봤자 사이사이로 다 엿보이는 부질없는 손짓이었다. 진우야…… 울먹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를 올려다보는 얼굴에 곤란이 가득하다. 그럴수록 더 멈추고 싶지 않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서진우는 미약한 상심과 곤란 따위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내려 손가락 사이사이에 가려진 속살을 노려보았다. 손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욕심이 난다. 그의 얼굴에 미처 감추지 못한 정욕이 넘실대자 정서원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허벅지에다 해도, 되는데…….”
사늘한 눈빛이 쏘아졌다. 정서원은 입을 다물었다가 머뭇거리며 다시 열었다. 이상현이 알려 준 게 아니라고 정정하기는 해야 했다. 그가 많은 걸 알려 주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삽입 없는 섹스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이건 정말 말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인터넷에서 봤어…….”
“인터넷에서?”
“옛날에…… 그, 못 넣었으니까, 그러면, 허벅지에다 끼우고 하기도 한다고…….”
도저히 못하겠다는 얼굴로 더 엉큼한 소리를 한다. 한숨을 쉬듯 웃은 서진우가 가랑이를 가린 손을 살며시 짓눌러 문지른다. 정서원이 허리를 움찔 떨며 길게 흐느꼈다. 얌전한 얼굴로 허벅지에다 끼우고 하는 법까지 배워 왔었다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아무래도 직접 시도한 적이 없는 걸 보면 그러기도 전에 무사히 삽입에 성공했던 모양이지. 서진우는 모른 채 지나온 숱한 잠자리를 새삼 곱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냥 순진한 줄로만 알았는데 뒤로는 저런 걸 배워 왔었다니 발칙하기 짝이 없다.
정서원이 발개진 얼굴로 눈치를 살핀다.
“시, 싫어?”
“아니. 좋아서.”
그런데도 서진우는 정서원이 내놓은 해결책을 곧장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바지춤에서 발기한 성기를 꺼내 놓고도 그것을 앞뒤로 주무르며 상의만 겨우 입은 정서원을 딸감처럼 소비할 뿐이다. 고운 얼굴에 일렁거리는 노골적인 성욕을 한 발짝 물러난 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야릇한 기분을 일구었다. 그의 앞에서 대놓고 수음하는 서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촘촘한 속눈썹을 내리깔고 그를 바라보며, 달뜬 숨을 틈틈이 토해 내고 있었다. 온전히 제게로만 쏟아지는 욕망이 짜릿하다. 서진우를 따라 발기한 성기에서 절로 물이 흘렀다. 배꼽 근처가 간질거려 몸을 가만둘 수가 없다. 정서원이 몸을 뒤척이자 이미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서진우가 참지 않고 욕설을 짓씹었다.
“씨발, 가만히 있어.”
“흣, 으으응.”
을러대는 목소리에 겁에 질리기라도 한 건지, 정서원은 금세 얌전해져서는 가린 손까지 치워 냈다. 선단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는 겨우 얻은 옷이 젖기라도 할까 봐 신경 쓰이는지 스스로 상의를 가슴까지 걷었다. 옴폭 들어간 배꼽 근처에 물이 고였고 말려 올라간 상의 아래로는 자그만 젖꼭지가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운다. 오늘은 정말 못 하겠다더니, 씨발 누굴 꾀려드는 건지. 서진우는 욕설과 함께 뜨거운 숨을 토하며 벌어진 다리를 끌어안았다. 살이 붙은 허벅지가 바싹 달라붙고 종아리는 그의 어깨에 걸린 채 달랑거린다. 그는 곧장 허벅지에다가 좆을 끼우더니 망설이지도 않고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 으으, 진우야아.”
“구멍에다 박고 싶은 거, 간신히 참고 있으니까 보채지 마, 어?”
“으응…… 아으읏.”
식사를 챙겨 주던 때만 해도 예전의 순한 서진우 같더니 이제는 고삐 풀린 짐승 같다. 정서원은 소파에 누운 채로 꼭 삽입한 것처럼 허리를 놀리는 서진우를 바라보았다. 흥분과 고취감 따위로 흐트러진 얼굴이 낯설다. 겨우 허벅지에 끼우고 움직이는 것뿐인데도 정말 섹스라도 하는 기분이라서 배 속이 움찔거렸다. 못 넣을 것 같다고 조른 건 그였는데 정작 애가 타는 것도 그여서 자칫하면 넣어 달라고 조를 것 같았다.
“흐으, 응, 흐, 으으읏.”
정서원은 밭은 숨이 토해지는 입술을 한 손으로 가로막고는 발기한 제 성기를 어루만졌다. 처음에는 살짝 건드리는 수준이었던 수음이 점차 진해지더니 이제는 위아래로 붙잡아 흔들기까지 한다. 펜이나 겨우 쥘 법한 부드럽고 고운 손이 쾌감에 눈이 멀어 바쁘게 움직인다. 정서원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로 자신을 반찬 삼는 서진우를 보고 자위했다. 핏대가 매섭게 곤두선 좆이 민감한 허벅지 안쪽을 마구 문질러대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 감촉이 제 배 속에 느껴지는 걸 상상할 때마다 구멍이 움츠러드는 것 같다. 순식간에 사정감이 벅찼다. 감았던 눈을 뜨자 서진우가 욕정이 형형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허리가 바싹 휘었다.
“씨발. 그냥 박아 줘? 어?”
“아흐응. 진우야아, 하아, 하…….”
“아, 정서원, 씨발. 돌겠네.”
넣을 수가 없으니 인내심이 더 빠르게 바닥난다. 그가 허벅지에 끼우고 흔들던 좆을 빼내고는 다시금 다리를 활짝 펼쳐 벌린다. 서진우는 수음하고 있는 정서원의 손을 사납게 떼어 놓고 제 좆을 갖다 대며 문질렀다. 서로 크기가 다른 성기끼리 맞부딪치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서원은 제 것까지 붙잡은 채 허리를 움직이는 서진우의 팔뚝에다 저도 모르게 손톱을 세웠다가, 의식적으로 떨어뜨리고는 옆에 나뒹구는 쿠션을 쥐어 잡았다. 서진우가 그 몸짓 하나하나를 빼먹지 않고 노려본다.
“아, 아응, 진우야아, 좋아……!”
애가 닳은 정서원이 직접 허리를 움직여 가며 서진우의 움직임에 맞춘다. 거칠게 부대끼는 좆에서 시선도 떼지 못한 채였다. 그가 가벼운 엉덩이를 흔들어댈 때마다 배에 고였던 물이 야트막한 가슴골로 새어들었다. 살결에 좆물이 맺혀 흐르는 감각조차 좋았다. 쾌감에 못 이긴 손이 쿠션을 쥐어뜯다가, 소리가 새어 나오는 입술을 가로막더니, 결국에는 애타는 치아에 잘근잘근 깨물린다. 이렇게 보챌 거면 대체 못 하겠다는 말은 왜 꺼낸 건지, 서진우는 치미는 정욕을 참지 못하고 허리를 더 강하게 쳐올렸다. 정서원이 고개를 길게 젖히며 신음을 흐느꼈다.
“흐으응! 아흐, 응, 아, 아아, 아!”
“하아…… 씨발, 미치겠네. 넣어도 돼? 응? 넣고 싶어, 형.”
“흑, 아, 아으읏! 진우야아. 더, 더어.”
“안 그래도 돌겠으니까, 보채지 마.”
당장에라도 떼어 내고 싫다는 구멍에다 박아 넣고 쑤셔대고 싶은 걸 가까스로 견딘 서진우가 피치를 올렸다. 서진우의 커다란 손에 한 번에 잡힌 성기 두 개가 나란히 비벼지며 쾌감에 박차를 가한다.
“아, 아, 아아아……!”
정서원은 핏대가 곤두선 팔뚝을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먼저 절정에 이르렀다. 상의를 가슴팍까지 끌어 올렸는데도 발딱 선 좆에서 튄 정액이 정서원의 입술까지 닿았다. 서진우는 그가 혀를 내밀어 입술에 튄 정액을 핥아먹는 걸 노려보면서 길게 사정했다. 쏘아진 정액이 정서원의 하얀 가슴팍이며 상의, 얼굴에 골고루 튀었다. 정서원은 정액을 뒤집어쓴 상태에서도 몽롱한 표정으로 몸을 꼬아댔다.
“하아, 하아아…… 으응….”
누구 것인지도 모를 정액이 헐떡이는 몸을 따라 흐른다. 정서원은 얼굴을 간질이는 정액을 손으로 닦아 내지도 못한 채 숨만 몰아쉬고 있다. 사정의 여운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습이다. 서진우가 발긋한 얼굴에 흐르는 제 정액을 손끝으로 닦아 내더니 벌어진 입술에다 문지른다. 정서원은 당황하지도 않고 그 손가락을 혀로 얽어 가며 열심히 빨아먹었다.
다소 기가 찬 듯한 얼굴로 웃는 서진우를 정서원이 함빡 젖은 눈으로 바라본다. 물오른 정욕에 젖은 그는 당초 왜 삽입을 피했는지도 잊은 것처럼 보였다. 그가 움츠러든 다리를 벌리며 서진우를 부른다.
“진우야, 나…….”
그렇게 애를 태우더니, 결국 좀 건드렸다고 직접 다리를 벌린다. 하긴,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다른 놈과 놀아나는 맹랑한 짓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득한 욕정이 담긴 목소리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정서원에게는 기껏 참는 사람을 부추기는 기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서진우가 축축한 선단부터 뿌리까지 느긋하게 문지르고는 제게로 활짝 열린 다리 사이로 단번에 짓쳐들었다. 약을 발라 놓느라 부드럽게 풀린 안쪽이 버거운 기색도 없이 커다란 좆을 조여 문다. 꿰뚫린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흐아앙……! 진우야아.”
기어코 서진우를 다리 사이로 끌어들이고도 뭐가 아쉬운지, 정서원이 헤픈 울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양팔을 뻗는다. 함빡 젖은 얼굴로 저밖에 없다는 듯 달콤하게 구는 모습에 배 속에서부터 뜨거운 욕정이 치밀었다. 서진우는 기꺼이 몸을 숙여 주며 정서원이 안겨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꼭 맞붙은 체온이 달갑다. 허리를 튕길 때마다 고개를 젖히며 울기도 하고, 품에 안겨 끙끙거리기도 하다, 결국에는 키스를 졸라대는 정서원은 매번 그의 음습한 욕망을 녹여 내고 부추겼다. 서진우는 아직도 생각하면 분노가 들끓는 사건들을 뒤로한 채 당장의 쾌락을 좇았다.
모처럼 발라 놓은 약이 윤활유 역할만을 다하고 정액에 쓸려 사라질 때까지, 혹은 정서원이 정말 더는 못 하겠다고 울 때까지, 서진우는 결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