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그런 일도 있었지만, (3/20)

3. 그런 일도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부자리에서 한참을 뒤척이던 정서원이 결국에는 몸을 일으켰다. 서진우가 떠난 후로 제대로 잠든 적이 없다. 뭐 때문에 이러는지, 그냥 허무하고 답답해서 하루하루 멍청히 시간만 죽이고 있다. 서진우를 만나기 전만 해도 혼자 생활하고 잠드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젠 반대가 되고 말았다. 서진우가 없으니 일상이 삐걱거렸다.

‘연락…… 하면 안 되겠지.’

핸드폰 배경 화면에 띄워 놓은 뉴욕 시계는 오후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사님인 어머니와 함께 갈 만큼 중요한 일정이라고 했다.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진우라면 분명 열 일 제치고 찾아와 줄 것이다. 싫은 내색도 안 하고 곁을 내줄 것이 뻔했다.

갈등이 바쁘게 오고 간다. 정서원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심장에 뿌리박힌 유혹을 떨쳐 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럴수록 서진우가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품에서 흐르던 체취도 그리웠다. 정서원은 잠들 때마다 옆자리에 함께 누웠던 듬직한 몸을 떠올렸다. 넓고 든든한 어깨와 그 아래로 쭉 뻗은 단단한 팔뚝, 피아니스트처럼 길고 예쁜 손마디가 어떻게 만져 주었는지까지. 무엇 하나 생생하지 않은 게 없는데 서진우는 없었다.

“하아……. 흣.”

떠올리는 것만으로 어느덧 몸이 홧홧하게 달았다. 정서원은 망설이는 척도 않고 달뜬 것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반쯤 일어나 있던 성기는 몇 번 만지기도 전에 벌떡 세워졌고, 손짓 몇 번에 진하게 정액을 토해 냈다. 사정 후의 나른함이 밀려왔고, 뒤이어 냉철해진 이성이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나 설마… 진우의 몸만 보고 만나는 거였나?’

정서원은 티슈로 정액을 닦아 내며 고민했다. 상대의 동의 없이 멋대로 떠올려 가며 했던 자위는 참 공교롭게도, 좋았다. 아래를 주무를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밤만 되면 특히나 사무치던 외로움이 잠깐이나마 잊혀졌다. 앞만, 내 손으로 만진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진우가 했던 것처럼 안을 쑤셔 주면 어떨까? 정서원은 고민을 매듭짓지 못한 채 얕은 잠에 빠졌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못해서, 정서원은 첫 외도를 시도했다. 

데이팅 어플을 깔고 프로필을 입력하기가 무섭게 메시지가 쏟아졌다. 오메가와 한번 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베타, 알파를 막론하고 수두룩했다. 정서원은 그중에서 가장 먼저 온 메시지를 열었다. 30대, 사업가. 자신을 알파라고 소개한 남자는 실물은 보면 안다며 다짜고짜 청담동으로 그를 불러냈다. 멋모르는 정서원은 강의를 마치자마자 부르는 대로 찾아갔다.

약속 장소는 호텔 바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바에 앉은 정서원은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 적당한 칵테일을 주문했다. 낯선 사람과는 대화도 잘 않던 그였다. 하물며 원 나잇 스탠드는 평소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시도였다. 애당초 그의 성 경험이라고는 서진우가 유일했다. 불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약속 시간까지 약 15분 정도가 남았다. 정서원이 초조하게 글라스 밑동을 어루만지며 고민한다. 진우가 알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누구 기다려요?”

상념은 금세 깨졌다. 정서원은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들어 올린다. 잘생긴 얼굴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몸 선을 따라 날카롭게 떨어지는 맞춤 정장에 커프스가 달린 소매 아래로 보이는 명품 시계. 눈이 닿는 곳마다 지나칠 만큼 말끔한 남자였다. 당연한 제 것처럼 두르고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는 귀티 나는 외모와 더불어서 남자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진우랑 같은 시계네….’

잠깐 물끄러미 남자를 바라보던 정서원은 남자와 서진우의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자세히 보니 생김새도 언뜻 비슷했다. 키도, 체격도, 부드러운 웃음도. 그리고 은근하게 풍겨 오는 페로몬마저. 정서원은 만나기로 한 남자가 이 남자임을 직감했다. 그러리라 믿었다.

정서원은 긴장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재촉 따위 않고 빙긋 웃기까지 하며 정서원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급한 마음에 다듬지 않은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아, 저……. …혹시, 그… 맞나요?”

이런 만남은 처음이라 뭐라 서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서원은 혼란과 곤란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를 살폈다. 그는 두서없는 물음이 우스웠는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웃으면서 살짝 처진 눈매가 다정한 인상을 지어낸다.

“네, 맞는 것 같네요. 그거.”

“그럼…… 바로 갈까요?”

“그래요. 어디로 갈지 기대되는데요.”

남자는 제가 불러 놓고는 의뭉스럽게 대답을 뭉갰다. 묘하게 수동적인 태도가 의아했으나 정서원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생처음 시도해 보는 도전은 밋밋하게만 살아온 정서원에게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했다. 

계산을 하려던 정서원을 막은 남자가 흔쾌히 자신의 카드를 대신 내민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서원이 말하자 남자는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한 어조로 이 정도는 내주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의 ‘이 정도’에는 몇십에 달하는 호텔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호텔로 들어설 때만 해도 묘한 웃음으로 정서원을 살피던 남자는 막상 체크인을 할 때는 주도적이었다. 다른 남자와 호텔을 들어서는 것은 처음이었던 정서원이 그 옆에서 불안하게 시선을 굴린다. 남자가 빳빳하게 굳은 어깨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스킨십이 다소 불편했으나 남자의 페로몬은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 기분 좋았다. 정서원은 순순히 기댄 채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긴장돼요?”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정서원에게 남자가 묻는다. 정서원은 조금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처음이라서요.”

“그래 보였어요. 그럼 통성명이나 할래요? 긴장도 풀 겸.”

남자는 그가 샤워하는 사이 주문했던 와인을 따라 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채근하는 눈짓이 와인을 마시라는 건지 얼른 이름을 대라는 건지 헷갈린다. 망설이던 정서원이 와인을 먼저 들이켜고는 제 이름을 털어놓았다.

“정서원이요.”

“이름 예쁘네. 난 이상현이에요. 서른둘이고.”

“아, 네…….”

이미 말한 걸 왜 또 말하는 거지. 정서원은 멀뚱멀뚱 남자를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였다. 깔끔하고 단맛이 강한 와인이었다. 남자는 글라스가 비기가 무섭게 다시 채워 주었다. 딱히 술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색한 대화를 계속할 자신이 없어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그나마 와인을 마실 때는 입을 안 열어도 돼서 좋았다.

몇 잔이나 비웠더라……. 주는 대로 받아먹다 보니 조금 취기가 오른다. 열도 좀 나는 것 같다. 정서원은 대충 여몄던 가운을 팔락거리며 급하게 오른 열을 식혔다. 취기에 발긋해진 속살이 손짓을 따라 드러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남자랑 해 본 적은 있어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는 어느새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정서원은 몽롱한 시선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밖에서는 절제를 하고 있던 것인지 순식간에 쏟아지는 페로몬은 황홀할 정도였다. 긴장을 풀어 주려는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몸이 열리기는 했다. 얕게 숨을 몰아쉬는 정서원의 속살로 큰 손이 기어든다. 남자는 섬세하고 다정한 손길로 맨살을 어루만져댔다. 간지러운 터치가 천천히 성감을 일으켰다.

“아, 으응…….”

조심스러운 손길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나 보다. 정서원은 순식간에 제 엉덩이를 움켜쥐는 손에 크게 헐떡였다. 남자의 손에 의해 벌어지는 안쪽에서는 벌써 미끈한 물이 고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성적 의도가 완연한 페로몬이었다. 성격 급한 몸이 벌써부터 안을 쑤셔 달라고 조르고 있다. 정서원은 열락에 잠긴 눈으로 남자를 보챘다. 서진우가 없는 동안 이미 손가락도 넣어 봤고, 그보다 좀 더 굵은 것도 넣어 보았었다. 그러나 알파의 손아귀만도 못했다.

“하는 짓만 봐선 처음 같은데. 느끼는 거 보면 아닌 것 같고.”

“흐읏…….”

“여기, 이미 혼자 했었나 보네요?”

달뜬 안쪽으로 손가락이 하나둘 파고든다. 이미 흠뻑 젖은 안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정서원은 남자의 손가락만으로도 사정할 것 같아 허리를 바싹 세웠다. 바르작대는 몸짓에 남자가 파헤쳐 놓은 가운 앞섶 매듭이 풀린다. 남자는 드러난 나신을 속속들이 핥아먹을 것처럼 집요하게 훑었다.

“얼마 쑤셔 주지도 않았는데 섰네. 서원 씨, 기분 좋아요?”

“으응, 앗! 흐으응…….”

“고작 와인 몇 잔 마시고 취한 건 아니죠? 난 그런 취미 없는데.”

“안, 취했……. 흐앗! 아아…….”

취했다고 하면 혹여나 멈출까, 정서원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어댔다. 한동안 쾌락을 잊었던 몸에 쏟아지는 야릇한 전율이 황홀했다.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계속,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손가락을 받아 내는 허리가 잘게 떨려 온다. 피가 쏠린 중심은 저릿저릿하기까지 했다. 정서원은 스스로 성기를 문질러 가며 더 큰 쾌락을 좇았다.

“하아, 앗. 아으응.”

사정은 금방이었다. 정서원은 온몸에 스며드는 나른함을 느끼며 헐떡였다. 그러나 아직 한참 모자라다. 정서원이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몸을 뒤척거린다. “잘 느끼네요?” 남자의 웃음에 희미한 조롱이 섞여 있었으나 욱신거리는 열감을 해소하는 게 우선인 정서원에게는 수치심의 편린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정서원은 제 가슴을 그러모으듯 주무르다가, 단정하게 관리된 손끝으로 젖꼭지를 굴려대는 남자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가슴은, 부끄러워하는 정서원 때문에 서진우가 잘 손대지 않는 곳이었다. 납작한 가슴에 간질간질하게 퍼지는 느낌이 야릇하고 낯설었다. 깊은 안이 젖어들고 쓸 일도 없는 성기가 다시금 바싹 세워졌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흐으응, 그거 말구요…….”

“그거 말고…… 뭐요?”

정신이 없는 중에도 말하는 눈빛이 짓궂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 섹스 전, 다정하고 상냥한 태도는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지금 노골적으로 정서원을 애태우고 있었다. 섹스경험이라고는 서진우밖에 없던 정서원으로선 남자가 뭘 바라는지 알 길이 요원하다. 서진우에게는 짓궂게 구는 취미 따위 없었다. 

손가락으로 어중간하게 열이 오른 아래가 들쑤시듯 뜨겁다. 이 열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취기와 열기에 고루 익은 머릿속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말을 하나씩 주워섬긴다. 정서원이 수치심도 자존심도 접은 말을 꺼냈다.

“당신 걸로, 제발. 넣어서……. 쑤시고 박아서, 기분 좋게 해 줘요…….”

“금방 배우네요, 서원 씨. 괜히 맘에 들게.”

남자가 가운 매듭을 풀어헤치자 흘러내리는 가운 사이로 잔뜩 성이 난 좆이 드러났다. 기대감에 몸이 떨린다. 남자는 정서원의 몸을 열고 단숨에 박아 넣었다. 정서원이 허리를 휘며 자지러졌다. 크고, 굵직하고, 기다란 끝이 축축한 안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았다. 혼자선 결코 닿을 수 없는 깊은 속까지 원 없이 쑤셔 준다. 남자는 음모가 닿을 만큼 깊숙이 찔러 넣은 채 살살 문질렀다.

“아, 아으응……!”

그 작은 몸짓에도 정서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흐느꼈다. 활짝 펼쳐진 허벅다리가 움츠러들려다 남자의 몸에 가로막힌다. 남자는 제게 비벼대는 다리를 붙잡은 채로 탄력적으로 허리를 튕겼다. 남자에게로 맛스럽게 펼쳐진 몸이 드나드는 족족 꽉꽉 물어댔다.

“아흐, 흑. 거기, 앗! 으응. 좋아, 좋아…….”

“그래요, 좋아 보이네요, 서원 씨.”

“거기, 더. 아으응! 너무 좋아, 흐윽. 기분 좋아요, 앗, 아아!”

박고, 박히고, 흔들고, 흔들리며 쾌감이 솟구친다. 손가락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커다란 좆이 깊은 안을 파고들며 터뜨리는 쾌락이 짜릿하다. 정서원은 바라던 대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져 그저 신음하고 흐느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참았는지 모르겠다. 기분 좋다, 황홀하다 못해 숨이 멎을 지경이다.

“생긴 건, 얌전하게 생겨서. 왜 이렇게 밝혀요? 네, 서원 씨?”

“하읏, 아……! 흑, 밝혀서, 죄송해요…… 으앙! 앗, 아흐읏……!”

남자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울어대는 정서원을 바라보며 그가 좋아하는 극점으로 파고들었다. 술에도 약하더니 쾌락에는 더 약하다. 반듯한 얼굴을 쾌감으로 일그러뜨리며 흐느끼는 그는 무뚝뚝하게 말대꾸를 하던 정서원과는 생판 다른 사람 같다. 섹스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랐다. 남자는 열락에 무르익은 페로몬을 폐부 깊이 삼켰다. 뜨겁고 좁은 안쪽은 쑤셨다가 빼내면 금세 조여들어 다시 파고들 때마다 쥐어짜는 느낌까지 들었다. 남자는 아플 만큼 조여 무는 구멍에 양껏 박아댔다. 좆질은 물론이고 부여잡는 손짓에도 일일이 반응하는 야한 몸이 마음에 들었다.

“서원 씨, 내 이름 불러 봐요. 아까 알려 줬잖아.”

“아흑, 너무 좋아아. 상현 씨, 이상현 씨…… 너무 좋아요, 앗! 흐아앙!”

“응, 알아요. 서원 씨가 아까부터 내 좆 끊어 먹을 것처럼 조이거든요.”

약한 극점만을 집중적으로 찔러대는 몸짓에 정서원은 먼저 절정에 달했고 아직 부족한 남자는 도망치려는 그를 붙잡고 퍽퍽 찔러 넣었다. 절정에 달하는 중인 몸은 지나칠 만큼 자극에 무르다. 정서원이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아아……! 싫, 그만, 저 아직……!”

“괜찮아요, 서원 씨.”

“아흑, 흐아앙! 아니, 앗, 아아! 힉. 싫어어……!”

“큭…….”

남자는 안에 깊숙이 박아 넣은 채로 사정했다. 좆이 꿈틀대며 정액을 토해 내는 것이 민감해진 안으로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정서원은 방금 막 절정에 달했음에도 또다시 찾아든 오르가즘에 가쁘게 헐떡거렸다. 숨을 헐떡거릴 때마다 온몸이 얕게 떨린다. 사지에 쾌락이 저며 든 것 같았다. 고였던 눈물이 줄줄 흘렀다. 도망가려던 몸을 붙잡고 제 욕심을 채우던 무자비함은 사정과 함께 사그라졌는지, 남자가 손수 눈물을 닦아 준다.

“서원 씨.”

정서원은 가물가물한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언뜻 상냥하고 다정한 얼굴을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앞으로는 여기, 심심할 때마다 나한테 연락해요.”

남자가 아직 삽입되어 있는 곳을 매만지며 말한다. 정서원은 미약한 반항심이 치솟았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묘하게 얄궂은 태도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남자와의 섹스는 기분 좋았다. 서진우와 다른 듯 닮은 분위기도, 페로몬도 좋았다. 쾌감에 흐무러진 입이 제멋대로 열렸다.

“……연락처, 남겨 주세요…….”

“하하. 이것 봐. 당신처럼 어중간하게 까진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니까.”

“아, 흐으윽…….”

남자는 몸을 기울이며 정서원과 눈을 맞췄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요? 어플? 아니면 커뮤니티?”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정서원은 멀쩡하게 어플로 약속까지 잡았던 남자가 왜 이런 걸 묻는지 의문이었다. 물론 길게 가지 못할 의문이다.

“아……!”

남자가 삽입한 좆을 앞뒤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안에 싸지른 정액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정서원은 안에서 점차 힘을 받는 좆을 고스란히 느끼며 허덕였다. 남자가 재차 물었다.

“서원 씨? 내가 묻잖아요.”

“어플, 어플이요……. 아흐윽! 제발…….”

“네, 착하게 대답했으니까 박아 줄게요. 보채지 마요.”

표정만 보면 내가 장난감이라도 뺏은 줄 알겠어. 웃음기 어린 말이 귓가로 쏟아졌지만 정서원은 눈치챌 여유조차 없었다. 배 속을 빠듯하게 채운 좆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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