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두 놈을 보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게 될 거라는 건 계산에 있었다.
알고도 보낸 거다. 총기도 다수 빼앗았고, 인질도 네 명이나 붙잡고 있으니 겁에 질려있을 거라고.
안 그래도 놈들의 전력만 확인되면 오늘 밤 기습하려고 했었다.
네 명이나 인질로 잡고 있는데 여길 쳐들어와?
어차피 인질을 구하겠다고 쳐들어온 놈들이니 저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불길에 달려드는 부나방, 범 아가리에 들어간 토끼 꼴이 되리라.
그에게는 침입자가 있다는 걱정보다 기껏 다져 놓은 기반이 엉망이 되었다는 분노가 더 컸다. 상당히 재미난 유희 거리였는데, 불청객들이 전부 망쳐 버렸다.
메시아가 혁의 입에 다시 재갈을 물리고선 속박을 풀어 사제에게 밀었다.
“잘 붙잡고 따라와.”
메시아는 곧바로 소란이 일어난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점점 내려갈수록 뿌연 연기와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중간중간 시체들도 보였다. 전부 자신의 사제들이었다.
‘하, 잘도 난장판으로 만들어두었겠다.’
그러나 예배당 안에 들어선 메시아는 순간적으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사제들은 모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고, 신도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사제들은 놈들에게 빼앗은 총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부 순식간에 제압당했다고?
대체 무슨 일이······.
당황한 메시아가 일갈을 내질렀다.
“성스러운 성전에서 이 난동을 피우다니!”
“네가 메시아인가?”
“총 내리고 무장 해제하라! 안 그러면 이 친구의 목숨은 없다.”
메시아가 소총으로 혁을 가리켰다. 혁은 대검이 목에 대어진 채로 사제에게 붙들려 있었다.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확실해 보였다. 요한은 조원들에게 눈길을 주자 조원들이 엎드려 있는 성도들에게 총을 겨눴다.
스위퍼가 총구로 한 사내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활짝 웃었다.
“어이, 사이비. 이 사람들은 인질이 아니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총 들고 인질극을 벌이는 메시아라니, 참 유쾌한데. 대장 형씨, 저 대가리에 총 쏴도 돼?”
“안 돼.”
“아쉽네. 메시아도 총 맞으면 죽는지 궁금했는데.”
자신들의 동료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여유만만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 메시아가 인상을 썼다.
“인질의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가! 무기 내려놓아라!”
“그러니까, 형씨. 인질은 여기에도 있······”
“전부 총 내려놔.”
스위퍼의 말을 끊고 요한이 끼어들었다. 스위퍼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뭐? 하지만······.”
“괜찮으니까 내려놔.”
탐탁지 않은 말이었지만, 그 말을 한 것이 요한이었기에 사람들은 군말하지 않았다. 침입자들이 천천히 총을 바닥에 내려놓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자 메시아의 안색이 밝아진다.
그럼 그렇지. 제깟 놈들이 별수 있나.
그러나 안색이 전부 밝아지기도 전에 귀를 쩌렁하게 울리는 총소리가 들렸다.
“어, 어···.”
혁을 인질로 잡고 있던 사제의 머리에서 터진 핏물이 뒤통수로 뿜어져 나왔다. 혁이 목을 쿨럭거리며 쓰러졌다. 요한의 손에는 어느새 꺼내 든 권총이 들려있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메시아가 총을 겨냥하려고 하자 요한이 쏜 총알과 스위퍼가 쏜 총알이 동시에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관통했다.
놈이 총기를 놓치며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에 찬 신음을 냈다.
“정환, 총기 회수하고 세리야, 혁이 풀어줘. 그리고 혁이 넌 이번 일 각오해라.”
“예, 형.”
“응.”
두 사람이 각각 지시를 이행하는 사이 요한이 그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상황이 너무 쉽다. 저들이 우리를 과소평가 한 건지, 우리가 저들을 과대평가한 건지.
“다른 일행은 어디에 있지?”
“으흐흐, 으하하!”
놈이 대답 대신 실성한 듯한 웃음소리로 화답했다.
뭘 벌써 실성하고 그래. 이제 시작인데. 요한이 그의 얼굴에 대검을 들이대며 나긋나긋이 속삭였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돼. 건물 어딘가 있겠지. 지금부터 죽여달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접할 건데, 부디 쉽게 죽지 마라.”
“지옥에 떨어질 것들. 나는 진짜 메시아다.”
“조금 있으면 개소리할 기운도 사라지겠지.”
“증거를 보여주어야만 믿겠지······!”
메시아가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주섬주섬 사제복을 벗기 시작했다.
안감까지 완전히 벗자 드러난 것은 무언가에 물어뜯긴 상처였다. 어깨와 팔의 중간 부분, 상완 부분부터 겨드랑이까지 물어뜯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상처는 최근에 난 게 아니었다. 최소 몇 개월은 지나고 상처 위에 새살이 돋아나 아물어가고 있다. 그 상처가 주는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분위기가 냉랭하게 가라앉고 모든 사람이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요한 또한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껴지는 캠프 생존자들의 경외 담긴 눈빛.
면역과 면역자의 가능성이 다시 한번 뇌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이자가 어떻게 이 캠프를 장악했는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종교를 어떻게 이 정도로 세뇌했는지 이해했다.
요한이 가까이 다가가 메시아의 머리를 틀어잡고 고개를 뒤로 젖힌 뒤 으르렁거렸다.
“지금부터 하는 질문에 삼 초 이상 머뭇거리거나 엉뚱한 소리 하면 사지가 하나씩 날아갈 거야. 그 상처는 뭐지?”
“나는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는다. 부두교의 사악한 미물 따위 영적 존재인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
요한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어 메시아의 손바닥을 바닥에 눕힌 뒤 번개같이 휘둘렀다. 그의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갔다.
“끄아아악!”
메시아는 고통에 차 울부짖었다. 잔인한 광경에 엎드린 채 힐끔힐끔 바라보던 캠프 생존자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요한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다시 묻지, 그 상처는 뭐지?”
“조, 조, 좀비에게 물린 상처, 라니까······.”
“그 상처에 대해 아는 게 있나?”
“모른다. 그저 좀비에게 물렸는데 감염되지 않았을 뿐이니까!”
가만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요한이 난데없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짝, 하고 달라붙는 소리와 함께 메시아의 얼굴이 세차게 돌아갔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소리 지르지 마.”
“아, 알겠다.”
한 대 얻어맞은 뺨이 금세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요한은 심드렁한 얼굴로 다시 한번 그의 뺨을 후려쳤다. 성실하게 대답하고도 두 번이나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은 메시아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더듬었다.
“왜, 왜?”
“존댓말.”
위압적인 목소리에 메시아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나 요한의 손바닥이 여지없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냈다.
“대체 왜 이러십니까······.”
“대답.”
“예. 예. 예예.”
이 남자는 미친놈이다. 건드리면 안 되는 개새끼다. 조금만 심기를 건드려도 세상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힐 게 분명했다. 메시아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팔이며 다리며 얼굴이며 성한 곳이 없어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만 같은데도 공포 때문에 정신은 되레 번쩍 차려진다.
“내 동료는 어딨지?”
“육 층 빨래방에 있습니다······.”
“정환아.”
요한이 호명하자 얼빠진 얼굴로 요한과 메시아를 바라보던 정환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달려갔다. 요한이 시선을 다시 메시아에게 향했다.
“다음 질문.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우리 동료 두 명은 왜 풀어줬나? 우리가 찾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 그게······.”
그가 대답을 망설이자 다시 한번 요한의 대검이 놈의 남은 손가락 하나를 앗아갔다. 끄아악! 이제 놈은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삼 초 안에 대답하랬잖아. 왜 풀어줬어? 함정을 팠지?”
“캠프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그다음은?”
“무기와 식량을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보복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인질이 있고··· 그렇게 큰 캠프인지 몰랐습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고?”
“저, 절대 아닙니다! 처음에 보내줄 땐 캠프 위치만 확인하고 따라가서 죽이려고 했는데, 총 든 경계병들 때문에······ 실패한 것뿐입니다. 정말이에요!”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부터 두 사람을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겠지. 그게 맞는 거다. 캠프에는 훌륭한 비주얼의 경계병들의 대표 주자들이 있었고, 누구라도 완전무장한 그들을 보면 쉽사리 생존자를 제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터다.
특히나 하진의 비주얼은 아주 훌륭한 무기지. 요한이 힐끗 시선을 주자 흉기가 된 의수의 칼날을 넣었다가 뺐다가를 습관처럼 살벌하게 반복하고 있다.
상황을 납득한 요한이 다시 한번 메시아의 뺨을 후려쳤다. 이번엔 얼마나 세게 후려쳤는지 메시아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크흐흑··· 이번엔 왜요······.”
“괘씸해서.”
“놀라운걸. 이 칠칠이 등신이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지?”
스위퍼가 한마디 거들자 요한이 픽 웃었다. 놈은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죽거나 기절하기 전에 원하는 대답을 듣는 것이 먼저다.
“다음 질문. 사태 전에는 무얼 했지?”
“······.”
“죽을래?”
“교, 교도소에 있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교도소라. 난리가 터졌다고 해도 탈출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흥미로운 이야기긴 하지만 자초지종을 듣기는 그의 상황이 어려워 보였다.
“출세했네. 범죄자가 메시아 노릇도 다 하고. 죄명은?”
“···특수사기죄요.”
“전공을 잘 살렸군. 좋아.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준다.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놔. 쓸 만한 정보로.”
“쓸 만한 정보요?”
“셋.”
“쓸만한 정보라 하시면······.”
“둘.”
“있습니다! 있어요! 여기서 20분만 가시면 여자들이 잔뜩 있는 캠프가 있습니다!”
알아 이 자식아.
볼일은 끝났다. 요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이 이어졌다.
“스위퍼.”
“예썰.”
“밖에 나가서 좀비 한 마리 잡아 와.”
“라져.”
스위퍼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교회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세리가 물었다.
“좀비는 왜?”
“왜긴, 왜야. 진짜 좀비한테 물려도 감염이 안 되는지 확인해 봐야지. 다른 상처일 수도 있잖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 주신다면서요······.”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기회를 준다고 했지.”
어느새 좀비 한 마리를 붙잡아온 스위퍼가 방긋방긋 웃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빠르기도 하군. 요한은 왠지 그가 신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씨 말은 편하게 죽을 기회를 준다는 거야. 자비롭게.”
스위퍼가 말을 끝내며 좀비를 풀어놓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요한은 그가 토스한 좀비를 그대로 메시아가 쓰러진 방향으로 스파이크 치듯이 밀어냈다.
좀비가 괴성을 지르며 무방비한 먹잇감을 덮쳤다. 찌익, 얼굴 살점 뜯기는 소리와 비명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메시아가 사 분의 일쯤 뜯긴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자 좀비가 다시 한번 그의 목을 물어뜯었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 요한이 포식 중인 좀비의 머리를 뒤로 젖힌 후 경추를 세게 찔렀다.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요한과 스위퍼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심지어 수색 조원들마저도 기가 질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두 번이나 물어뜯긴 메시아의 몸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경련했다.
손가락은 세 개를 잘리고 총 두 방을 맞은 데다가 얼굴과 목을 뜯긴 피투성이의 인간이 반쯤 시체가 되어 발작하는 끔찍한 장면에 사람들이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