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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서바이벌-59화 (59/176)

<59화>

요한은 총알이 쏘아지자마자 바로 투사체를 피할 자세를 마쳤고 이어지는 다윗의 공격을 피해냈다.

고통을 느끼면 패턴을 바꿀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윗은 다시금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럴 리가 없어, 라고 말하는 듯. 요한도 마찬가지로 다윗에게 두 번째 총알을 먹여줄 준비를 했다.

그때, 탕! 하고 요한의 뒤쪽으로 총소리가 들렸다.

“······?”

요한이 화들짝 놀라 총소리가 난 하진 쪽을 바라봤다. 하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요한의 근처에서 쓰러진 좀비를 가리켰다.

변종과의 전투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좀비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하마터면 일반 좀비 따위에게 덮쳐질 뻔했다.

“고맙다.”

“신경 쓰지 말고 저 자식한테 집중해.”

요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주변의 상황은 완전히 배제한다. 하진을 믿는다. 이곳에는 변종과 자신. 단둘뿐이다.

다시 한번 조준점을 놈에게 집중했다. 첫 번째가 요행이었다면, 두 번째는 실력이다. 그리고 지금은 실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놈이 고철 덩어리를 뱉는 순간 다시 한번 요한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두 번째 탄환도 정확하게 놈의 입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이번엔 좀 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적들의 공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은 탓인지, 포효가 길고 날카롭다.

끼에엑거리는 포효에 짜증이 가득 묻어났다. 까드득거리며 내는 잇소리가 마치 분에 차 이빨을 가는 소리 같이 느껴졌다.

놈의 눈빛이 희번덕거리는 게 멀리서도 느껴진다. 분노하고 있다. 한낱 먹잇감에 불과한 인간의 반격에 분노하는 포식자의 모습.

놈은 벽을 타는 도마뱀처럼 기어 내려왔다. 원거리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는지, 건방진 사냥감들을 사냥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접근했다.

따각거리는 놈의 발소리가 심장 고동 소리처럼 점점 크게 다가왔다.

변한 패턴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해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어지간히 사냥감을 얕보고 있는지. 덤벼 준다면 이쪽은 감사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온다. 하진, 준비해.”

사사삭.

마치 원숭이처럼 민첩한 몸놀림이다. 요한은 다윗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며 신경을 집중했다.

놈은 포식자답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요한이 달려드는 다윗을 향해 수류탄을 까 던지며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쿵! 폭발음이 들리고, 자욱한 연기를 헤치며 놈이 뛰어올랐다.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듯한 가벼운 몸놀림이다.

요한은 다시금 소총을 들어 언제든 놈의 주둥이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맹렬하게 달려들던 다윗은 달려들던 그 기세가 민망하게 자신들의 옆, 복지관 건물로 달라붙었다.

지난번 상대했던 ‘골룸’처럼 벽을 타고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마치 하이에나가 사냥감을 사냥하기 전, 주변을 도는 것처럼.

요한도 그 자리에서 놈의 족적을 쫓았다. 어차피 인형(人形)류의 공격은 불 보듯 뻔했다. 가까이 다가와 리치가 긴 손으로 먹잇감을 붙잡고, 물어뜯는다.

단순한 패턴의 공격이다. 탄탄한 방검복이나 보호장구를 입고 있었다면 잡혀준 채로 놈에게 카운터를 날려도 됐으나, 지금은 위험했다.

저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울지, 손아귀 힘이 얼마나 셀지 모른다. 최대한 잡히지 않고 놈의 약점을 공략해야 했다.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놈의 붉고 끔찍한 피부가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놈은 폴짝폴짝 뛰며 서서히 원을 줄여왔다.

와라. 와라.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다윗이 도약해 요한과 하진의 사이에 착지했다. 긴 팔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요한이 급하게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첫 번째 공격을 피해낸 뒤 왼쪽으로 빠르게 구르며 몸을 일으켰다.

“흡.”

붙잡고 물어뜯는 게 아니라, 손톱을 휘두른다. 일반적인 좀비의 습성이 아니다. 명백하게 사냥감을 먼저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행위. 발톱에 스치기만 해도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자신들로서는 까다로운 공격방식이다.

“점점 뒤로 빠져! 복지관 뒤쪽까지 유인한다!”

너무 급하게 도망치면 놈이 다시 거리를 벌리려고 할지 몰랐다. 놈의 공격을 적당히 받아치면서 트랩을 설치한 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물론, 그 전이라도 언제든지 틈이 생기면 결정타를 먹일 준비를 했다.

요한은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변종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허공으로 펄쩍 뛴 변종은 요한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왔다.

개구리 같기도, 원숭이 같기도 한 도약. 요한은 급하게 자신의 앞까지 점프한 변종의 손아귀를 백스탭으로 피하고 놈이 벌린 주둥이에 총구를 꽂아 넣었다.

‘걸렸다.’

주둥이에 총구를 꽂아 넣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총신을 와드득, 깨물며 총탄이 터졌다. 충격에 절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샜다.

요한은 충격에 소총을 놓치고선 비틀거리며 이어지는 놈의 공격을 피하느라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요한이 발등으로 놈의 왼쪽 발을 걸었다.

하지만 타격을 입은 건 오히려 요한이었다. 단지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고 했을 뿐인데도 변종의 발에 닿은 그의 발이 더 아파져 왔다.

쐐액! 놈이 손톱을 내리쳤다. 다시 한번 구르기로 공격을 피해냈다. 손톱이 박힌 아스팔트 바닥이 깊게 파였다.

몇 번이나 바닥을 굴러다녔는지 전신이 흙먼지가 덕지덕지 묻었다.

힘겨루기가 안 된다. 근접전이 약해서 원거리에서 깔짝대던 게 아니었다. 놈은 그저 자신들을 조롱하는 거였다.

다윗과의 전투는 서서히 사형선고하는 재판장처럼 정신과 체력을 갉아먹었다. 광적인 공격이 전신의 신경을 긁었다.

이런 괴물보다 더한 존재로부터 이길 수 있을까?

꺾이는 전의를 간신히 붙잡는 순간, 다른 한 손이 바닥을 긁으며 날아온다.

요한이 허벅지의 헌팅 나이프를 꺼내 바닥에 내리찍었다. 날아오던 손톱이 헌팅 나이프와 부딪히고, 철끼리 부딪치는 소음이 크게 울렸다.

나이프가 끼기긱,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며 점점 밀려난다. 감당하기 어려운 괴력이었다. 다윗은 한 손, 요한은 두 손에 신체의 무게까지 얹은 상태였는데도 상대가 안 됐다.

그때,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다윗의 목이 살짝 꺾였다. 하진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큼지막한 공사용 해머로 놈을 후려친 것.

요한은 놈의 시선이 하진을 향한 틈을 타 대검을 그대로 꽂아둔 채 반대쪽으로 몸을 굴려 일으켰다.

끼에에엑!

나약한 먹잇감들의 거센 저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변종은 포효를 계속했다. 그러고선 몸을 크게 회전하며 기다란 팔로 하진의 복부를 후려쳤다.

“커억!”

얼마나 충격이 큰지 하진의 육중한 신체가 허공으로 이, 삼 미터쯤 떠올라 뒤쪽으로 나동그라졌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하진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두 다리 없이 바닥을 기던 좀비 한 마리가 하진을 향해 기어왔다.

눈앞이 흔들리고 어지럽다. 일어나 막으려 했지만 시야가 부정확했다.

‘안 돼.’를 외치며 다가오는 좀비에게 손을 휘젓지만, 이내 좀비는 하진의 손목을 붙잡고선 그의 손가락을 까드득, 씹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간다.

“으아아악!”

눈앞이 아찔하고 손가락이 불타는 듯한 고통에 하진이 괴성을 내질렀다. 정신이 번쩍, 하고 돌아왔다.

“하진!”

요한이 뒤늦게 하진을 불렀으나 그도 어찌할 여력이 없었다. 눈앞의 변종이 안광을 빛내며 회백색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고 광적으로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요한은 넘어지고, 구르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점점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트랩이 있는 곳까지 놈을 유인해야 한다. 하진의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그의 비명이 신경 쓰였으나 전투가 먼저다. 일단 놈을 빠르게 처치해야 안전하게 하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한이 변종을 클레이모어가 설치된 장소로 유인하는 사이 하진은 흔들리는 시야를 붙잡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좀비를 때려잡을 무언가를 찾았다.

하지만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설상가상, 손가락이 물어뜯기는 고통이 머리를 새하얗게 만든다.

“으아아-!”

하진이 상체를 일으켜 주먹으로 좀비의 머리를 쳤다. 한 방, 두 방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쳤다.

썩어 있던 좀비의 머리가 푹, 푹 파이더니 이내 끔찍한 뇌수를 뱉으며 머리가 터져나갔다.

“아··· 아아···!”

하진이 물어뜯긴 손가락을 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잘려나간 손가락에서 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고통보다 두려운 건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좀비에게 물렸다. 즉각 대처하지 않으면 100% 감염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요한은 이미 변종을 유인해 코너로 빠진 뒤였다.

“하······.”

고통에 찬 신음인지, 물렸다는 사실에 대한 침음인지 모를 낮은 숨이 내뱉어졌다. 하진은 절뚝거리며 복지관 앞 두돈반 트럭으로 향했다.

“훅, 후우-”

잘라내야 해.

지금 바로 잘라내야 해.

지금 당장 감염된 팔을 스스로 잘라내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하진은 요한이 두고 간 미사용 대검과 가방을 들쳐메고 트럭 위로 올라가려다 미끄러져 바닥을 굴렀다. 훅, 훅, 호흡을 고르고 다시 차분하게 올라갔다.

할 수 있어. 할 수-

생수와 속옷으로 주변을 닦고선 허리벨트를 풀어 물린 왼쪽 팔 상단에 꽉 묶었다. 신문지에 말려 있던 나이프를 꺼냈다. 날 선 대검을 보자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나온다.

“손목을··· 아니야. 시간이 지났으니 최소한 팔꿈치 아래까지······.”

팔을 잘라내야 한다는 극렬한 공포감에 초등학교 이후론 흘려본 적도 없는 눈물이 줄줄 새어 나온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젠장, 제기랄.

“아아아아악!”

하진이 눈을 부릅떴다.

* * *

요한의 호흡이 가빠져 온다. 마치 한참을 달린 마라톤 경주자처럼 전신이 뜨겁다. 놈의 공격은 한번 한번이 위협적이었고 불규칙했다. 패턴은커녕, 그저 닥치는 대로 휘두르는 인파이터 같았다.

요한은 복지관 건물을 끼고 코너를 돌았다. 골목 끄트머리에 설치된 크레모아가 보인다. 이제 한 번의 코너만 더 돌면 격발장치가 있다. 놈보다 먼저 코너를 돌아 크레모아를 터트려야 했다. 허나 놈은 야속하게도 벽을 타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미친 변종 자식은 대체 지능이······.’

욕을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전투였다. 공격을 받고 날아가 버린 하진도 걱정이었지만, 제 목숨부터가 위태위태하다.

요한은 달려들었다. 휘둘러지는 긴 팔이 뱀처럼 휘어져 들어온다. 요한은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공격을 왼쪽으로 피한 후 좌측 벽을 박차고 놈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곧바로 코너로 내달렸다.

순간적인 도약에 잠시 주춤하던 변종이 자신을 뒤따라 점프했다. 바닥에 착지한 다윗과도 몇 걸음의 거리가 있었다. 기회. 마지막 기회.

코너를 돌자마자 요한은 슬라이딩하듯이 격발기를 붙잡은 후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격발버튼을 눌렀다. 일 초, 이 초.

놈이 클레이모어에 근접한 순간, 엄청난 소음과 함께 산탄 지뢰가 터졌다. 자욱한 흑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정면에서 폭발을 맞았으니 분명 충격이든, 상처든, 하다못해 주춤거림이라도 있을 거다. 효과가 있어야만 했다.

요한은 투척용 나이프 하나를 꺼내 들고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흙먼지 속, 놈은 바닥에 뒤집혀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 그 찰나의 순간이 요한에게는 기회였다.

요한은 다윗의 안와에 나이프를 꽂으면서 머리를 뒤로 젖혔다. 관성적으로 놈의 잇새가 벌어진다.

동시에 수류탄을 까 넣고선 수류탄을 넣은 손으로 턱을 올려치고, 다시 뒤로 슬라이딩했다.

클레이모어의 폭발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연쇄 공격에 놈의 당황한 표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일 초 후, 요한이 바라마지 않던 소리가 들렸다. 꿀떡 삼키는 소리가.

착탄이 끝나고, 1분 같은 1초의 지연신관 지연시간이 지나간다. 이어지는 둔탁한 폭발 소리.

놈의 목구멍 안에서 터진 수천 개의 파편이 목구멍을 넘어가 터지며 변종의 내부를 휩쓸었다.

눈, 코, 입, 귀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 썩은 피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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