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전하. 적들이 정면의 평야의 길목에 진형을 추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나왔단 말이지.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안토니우스는 우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를 했지만 테무진은 적이 정면에 진형을 꾸렸다는 얘기를 들은 그 순간에 이미 적의 진의를 한 눈에 알아봤다.
‘단 한 번의 전투에 모든 것을 걸겠다···. 좋은 선택이지. 놈들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
물량에서 압서는 유다이아를 상대로 지루하게 시간을 끌어봐야 결과는 뻔하다.
차라리 힘이 최고로 남아있는 초반에 국가의 명운을 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테무진이 그것을 받아 주느냐? 마느냐? 인데····.
“내 손으로 놈의 목을 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테무진의 결정은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일전이 시작되었다.
“장관이네·····.”
“그러게.”
우진의 옆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나란히 서서 테무진의 대군을 바라보면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기억나냐? 우리 옛날에···.”
“양성소 창살 안에서 보리죽 먹으면서 언제 죽을지 몰라 했었지.”
“하하·····. 그런 우리가 이런 화려한 무대에 설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
“화려한 무대 따위는 없어도 되는데 말이야····. 디오클레이우스 너 그때 말했지? 동쪽의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그래. 그랬지.”
“····이번 일 끝나고 언제 애들 다크면 둘이서 가 볼래?”
“····뭐?”
“네 꿈이랬잖아? 나도 동쪽에 한 번 가보고 싶다. 죽기 전에는 말이야.”
“네 고향에 가게?”
“····세상 끝까지 가도 내 고향은 안 나와.”
우진의 말에 디오클레이우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 상관없지. 네 말대로 하려면····.”
“죽지마라.”
“너야말로.”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움직였다.
이제부터는 전쟁의 때이다.
뿌우우우!!!!
시작은 유다이아가 먼저였다.
100만에 가까운 인간이 단체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보는 사람들은 저기 적인 것도 잊고 순간 장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들의 발걸음에 대지가 진동하고 있었고 대지를 새까맣게 점령하면서 오는 저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린 재앙 같았다.
그리고 저 진절머리 나는 구호···.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스스로가 광신도임을 내세우면서 전진해오는 그들의 태반은 유다이아인이 아니라 소아시아의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테무진은 그들을 전원 광신도로 만들어서 이렇게 막강한 군세를 이룩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100만의 광신도들이라니····.
우진은 전진해오는 적들을 보면서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가능하면 넓은 평지를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적의 진형이 두껍군.”
이 전쟁에서 우진이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를 그려 보라면 딱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든 저 인의 장막을 돌파해서 최심부에 있는 테무진의 목을 친다.
저렇게 광신도 적인 모습을 보이는 자들일수록 구심점을 잃었을 때의 대미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우진이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그림 밖에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물론 적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테무진은 최대한 두껍게 진형을 만든 것이다.
우진이 가지고 있는 중장기병대의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거기에 대비를 한 것이다.
‘아마도 무턱대고 돌격하면 저 안에서 잡아먹히겠지.’
우진도 그런 테무진의 생각을 읽었다.
결국 여느때와 다르게 우진이 앞에 나서서 적들을 돌파하면서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 했다.
우선은 우진이 테무진에게 돌진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진의 기마대는 참고 참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을 믿으면서···.
“적들이 오는군. 모두의 역할은 알고 있겠지?”
“두말 할 필요도 없죠.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마시르. 네 경기병대는 좀 더 기다려라. 시작은 내가 한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부대를 정렬 시켰다.
적은 장창을 앞에 세우고 방패를 들고 전진하고 있었다.
워낙에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고 있어서 착각하기 쉽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보병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보병병과 중에서도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과를 이길 수 있는 보병은 없었다.
“할버드 들어!!!”
디오클레이우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2만의 할버드 병들이 선두에 서서 도끼창을 높이 들어 올렸다.
“앞으로 전진!!!”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이 전진 명령을 내리자 할버드 병들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적들 역시 진형을 유지하면서 두려움 없이 걸어오고 있었고 드디어 양군이 사거리에 들어가자··.
“부셔버려라!!!!!”
“우오오오오!!!”
“으아아아아!!!!
디오클레이우스의 명령을 시작으로 할버드병들의 무기가 그 위용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찌르는 것은 장창이 빨랐지만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들은 도끼창을 힘껏 찍어서 그 창의 자루를 아야 분쇄해 버렸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첫 번째 강력한 일격에 이어서 그 다음에 이열에 있던 자들이 연쇄적으로 할버드를 찍어갔다.
“죽어랏!!!”
“으아아아아!!!”
“하아앗!!!!”
지금은 찌르고 걸어 당기기 등의 여러 가지 기술을 가르치지만 초창기의 할버드 병들이 가르치는 기술은 바로 이렇게 이열로 나눠서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찍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도 지대했다.
로마의 중장보병대도 이들의 거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궤멸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치 절삭기에 원목을 갈아가는 것처럼 나무를 철저하게 박살내 가는 것처럼 할버드 병들은 기선을 잡고 유다이아의 병사를 도륙해 갔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무기와 잘 훈련된 기술이 있다고 해도 숫적 열세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양쪽의 끝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져 가는 디오클레이우스 군단은 서서히 유다이아의 군세에 파묻혀서 포위당하기 시작했다.
“밀리지마라!!! 자신의 옆에 있는 아군을 믿어라!! 우리 체력이 다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믿어라!!!”
디오클레이우스는 스스로 격려하면서 거칠게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가 선두에서 유다이아의 병사들을 짚단처럼 쓰러트리고 있었기에 그나마 중앙이 견고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가라!!!”
“하아아!!!”
파라디소스에서 양쪽에서 디오클레이우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두 개의 군단이 돌출하듯이 튀어 나왔다.
마시르의 경기병대와 또 하나는 보병이었지만 기형적으로 긴 창을 들고 있는 오우메니우스의 장창 보병대였다.
그들은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 병을 포위하고 있는 양쪽 끝을 노리고 그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른 경기병대인 마시르의 기병대가 먼저 적들에게 달려 들었다.
“포위되지 마라!! 사선으로 달리면서 적을 견제하는 거다!!!”
마시르는 이제 완연한 장군이 되어서 경기병대를 적절하게 잘 지휘했다.
우진이 막 구해주었을 때만 해도 자신의 앞날에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노예 소년이었던 그가 이렇게 전쟁터에서 수많은 이들을 호령하는 장군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시르보다 한 박자 늦었지만 오우메니우스의 장창보병대도 돌격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장창을 적들에게 찔러 넣은 다음. 그리고 글라디우스와 짧은 라운드 실드를 들고 혼전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싸우지 마라!! 2인 1조가 되어서 서로의 사각을 지켜줘라!!!”
파라디소스에서 아마 가장 난전이 익숙한 자들이 있다면 이들일 것이다.
그렇게 양쪽에서 마시르와 오우메니우스의 가세가 겹치자 할버드 병들은 다시 전열을 가드듬기 시작했고 덕분에 유다이아의 병사들의 발길이 멈췄다.
“지금이다!!!”
“쏴라!! 아낄 필요 없으니 모두 여기서 쏟아 붙는 것이다.”
전방에 돌격한 세 개의 부대가 자신들 보다 10배는 많은 유다이아의 보병대를 막아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원거리 병기들이 위용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거리에 진작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움직이는 적들 보다는 발이 멈춰져 있는 적을 상대로 사격하는 편이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실제로 각종 원거리 병기에 유다이아의 군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었다.
“크윽···.”
“아악····.”
아무리 광신도들의 무리라고 해도 화살이 머리나 심장에 꽂히면 죽을 수 밖에 없다.
우진은 지금이 나서야 할 때인가 고민했지만····.
아직은 적의 예봉을 꺾었을 뿐이었다.
저 꾸역꾸역 밀려오는 적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기회를 노려야 했다.
‘아직···. 아직이다···.’
우진은 쥐고 있는 고삐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꾹 참으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전군!! 속보로 전진!!!”
이윽고 우진의 중장기병대를 제외한 모든 파라디소스의 본대가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원거리 병기로 전열이 무너진 유다이아의 군세를 완전히 밀어내기 위해서 스파르타쿠스가 본대를 직접 이끌고 진격을 시작했다.
그런 본대를 따라서 안토니우스가 이끄는 로마군의 본대도 뒤를 이었다.
그 명성이 많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여전이 로마의 중장보병은 위력적인 병과였다.
병력의 양적으로는 열세이지만 현재로서 질적인 우세를 앞세워 유다이아를 압도하고 있는 파라디소스였다.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전하의 중장 기병대가 나설 것도 없이 힘으로 누를 수 있어.’
스파르타쿠스가 그런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적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준비한 작전을 시행하라고 하라.”
“예. 알겠습니다.”
테무진의 지시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유다이아 군에는 변화가 생긴다.
설마하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말이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내일이면 로마의 혁명의 완결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신작인 '욕망의 대가'도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