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최후의 전쟁.>
“전하. 적들이 물러난다고 합니다.”
우진은 테무진의 후퇴 소식을 듣고 한참 돌격하다가 적을 흘깃 바라봤다.
‘이미 저기까지 갔으면 추적한다고 해도 못 잡겠군····.’
“로마군을 구하는 것에 먼저 주력해라. 전멸하게 놔 두기에는 아까운 전력이다.”
“옛!!!”
우진의 말에 의해서 다 죽어가던 로마군은 간신히 어느 정도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그래봤자 당초의 숫자의 반도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로마군의 사상자가 5만이 넘었고 유다이아의 군세도 그 이상의 사망자를 만들었다.
전체 사상자가 10만이 넘는 대규모 전투가 끝났음에도 우진은 알고 있었다.
이제 서전이 끝났을 뿐이라고 말이다.
‘·····이 전쟁 오래 끌면 그 피해가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겠군.’
우진은 테무진과의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네가 아그리파냐?”
우진은 부상으로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그리파는 찾아왔다.
아그리파는 우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억지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우진은 손을 들어서 그런 그를 말리며 말했다.
“그냥 누워서 들어라. 길게 말하지 않을 테니.”
“·············.”
“로마군의 남은 군세들 중에 아직 쓸만한 군세는 4만 정도다. 원래는 네가 그들을 이끌어야겠지만 그 몸으로는 무리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요?”
“지휘권을 넘겨라.”
“내 부하들은 로마인 이외이는 그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소.”
“어째 그럴 소리 할 것 같았지.”
파라디소스와 로마가 관계 계선에 나선다고 해도 아직은 국민감정이 좋지 않았다.
파라디소스 내부에서도 종종 로마인에 대한 차별이 나와서 우진이 그때마다 엄하게 처벌하고 있었지만···.
로마쪽에서는 더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최강의 로마의 간판을 빼앗아 간 것이 우진이 아니겠는가?
우진에 대한 동경심과 증오심을 비슷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로마인들의 심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그리파가 양성한 정예들은 자신들이 로마인이라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거기에 정신 훈련의 기반을 둔 자들이었다.
그들은 같은 로마의 지휘관이 아니면 그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정신 교육을 받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우진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들어와라.”
우진이 막사 밖을 향해서 말하자 거기에서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아그리파는 두 눈을 부릅떴다.
“당신은·····?”
“오랜만이다. 아그리파. 지금은 네가 로마의 군권의 대표자라고 했던가?”
“·····안토니우스··· 님.”
아그리파가 아연이 실색할 만도 했다.
우진이 데리고 온 것은 안토니우스였기 때문이다.
안토니우스는 과거의 전쟁에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패하고 사로 잡혔다.
그 후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를 치료하고 감시하기 위해서 디오클레이우스는 후방으로 이송 시켰다.
그 후에 전쟁이 끝나고 로마가 붕궤 되었을때···.
안토니우스의 처우에 관해서 우진은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우진의 입장에서는 계륵이었다.
살려두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죽이자니 솔직히 능력이 아쉬웠다.
시저가 바로 곁에 두고 아꼈을 정도의 능력에 폼페이우스가 감탄할 정도의 무력의 재능.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보고 받은 바로는 실로 한끗 차이로 이겼다고 했다.
우진은 그를 회유해 보려고 했지만 안토니우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던 차에 디오클레이우스와 옥타비아가 혼인을 하고 로마는 정식으로 파라디소스의 보호국이 되었다.
더 이상 전쟁 포로로 취급할 이유가 없는 안토니우스를 보고 우진은 로마에 돌려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를 돌려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진으로서는 뜻밖의 상황이었지만 옥타비아누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진에게 있어서 안토니우스가 그나마 계륵이었다면, 옥타비아누스에게는 그냥 독버섯일 뿐이었다.
원래 저번 전쟁에서만 해도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누스 보다 관직도 높은 직속상관이었다.
또한 시저의 오른팔이자 폼페이우스의 후계자 소리도 종종 들었을 정도로 명망도 높았다.
그런 그가 로마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지금 로마는 간신히 옥타비아누스를 중심으로 뭉쳐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안토니우스가 우면 필연적으로 옥타비아누스와 대립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 모든 정치가들에게는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지지자와 반대자.
이 두 가지가 한 명도 없는 정치가 따위는 고래부터 현대까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지지자가 반대자 보다 훨씬 많은···, 한 90%이상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정치가들이 역사에는 그럭저럭 쓸 만했다고 이름이 남을 뿐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시저가 암살당했어도 그가 신군의 칭호를 받은 것은 민중의 지지자들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가들에게 있어서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것과 반대자를 잘 억누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생긴다.
옥타비아누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로마지만 그 안에서 옥타비아누스의 반대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이들에게 사랑 받는 정치가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자들이 목소리를 죽이고 있었던 이유는 옥타비아누스의 정면에 맞서서 총대를 맬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토니우스가 오면 더 할 나위가 없었다.
명성, 경력, 그리고 실력까지···.
오직 그만인 지금의 옥타비아누스의 반대편에 서서 그를 견제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옥타비아누스였기에 그는 안토니우스가 로마로 오지 못하도록 손을 썼다.
결국 안토니우스는 골칫거리 폭탄 취급 받으면서 파라디소스에서 본의 아니게 망명 생활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최종전을 눈앞에 두고 로마로 돌아왔다.
그것도 시작부터 다시 로마의 군권을 쥐고 말이다.
옥타비아누스의 충신인 아그리파로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별 수 없었다.
명분도 없고, 더 이상 뻗댈 방법도 없었다.
“지휘권을 이양하겠습니다.”
“좋아. 그런 안토니우스, 잠시 후에 군사 회의실에서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낙동강 오리알 취급 받아온 안토니우스는 제대로 독이 올라 있었다.
‘내가 돌아왔다. 로마여.’
이게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 일이었다.
잠시 후.
우진의 막사에서 열린 군사 회의실에 거물들의 면면이 얼굴을 내밀었다.
파라디소소스를 건국한 영웅왕 우진.
그리고 그 영웅왕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디오클레이우스.
로마 남부에서 반란의 총아였다가 이제는 갈리아 남부를 총괄하는 스파르타쿠스.
묵묵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 수행해 내는 남자 오우메니우스.
그리고 원래는 비참한 노예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장군이 된 마시르.
마지막으로 로마의 군권을 지닌 돌아온 로마의 아들. 안토니우스까지···.
‘시저하고 폼페이우스가 없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내가 꾸릴 수 있는 최고의 드림팀이지.’
우진은 아직도 테무진의 정체를 모른다.
모르지만 이제는 알아도 상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이길 뿐이다.
“적의 군세는 대략 100만.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좀 줄었을 테니···. 뭐, 대강 잘라서 90만 정도라고 해 두지.”
사실은 더 될 것이었지만 우진은 일부러 대충 말했다.
“어마어마한 숫자군요. 정면 대결로는 힘들 것 같은데 뭔가 방법이 있습니까?”
안토니우스의 말에 우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정면대결에서 힘으로 누른다.”
“·····뭐라고요?”
안토니우스는 우진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방금 자기가 들은 말이 거짓말이나 영웅왕의 농담이라고 누가 좀 말해 줬으면 했다.
하지만 자기 이외의 다른 지휘관들은 모두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안토니우스를 보면서 말했다.
“일단 앉지? 전하의 말이 안 끝났다. 예의를 지켜라. 그치 진?”
“너나 지켜.”
“·····쩝.”
우진의 면박에 씁쓸하게 미소를 짓는 디오클레이우스였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광경이 익숙하다는 듯이 편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파라디소스의 군사 회의에 참여한 안토니우스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자들에게 우리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빼앗겼단 말인가?’
의아하고 어이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이 자리에서 가장 발언권이 없는 것은 안토니우스였다.
“현재 우리 파라디소스와 로마의 연합군을 구성해보면 대략 30만 정도의 전력은 나와. 그럼 단순 계산해서 적의 3분의 1이라는 말이지.”
“그렇군요. 3분의 1이라····.”
“3분의 1이라면····.”
“충분히 할 만 하군요.”
“충분히 할 만 하군요.”
“충분히 할 만 하군요.”
안토니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이 모두 입을 모아서 말했다.
그들은 애당초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소수로 항상 다소의 상대를 격파하면서 싸워왔던 자들이다.
3대1의 전력차 정도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었다. 다만 우진이 말하는 정면 대결이라는 것에 관해서는 조금 걸리기는 걸렸지만····.
그 점도 그저 자신들의 왕을 믿을 뿐이었다.
“전투는 평야에서, 적들이 자신들에게 충분히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에서 싸우게 한다. 모두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라.”
“옛!!”
“옛!!”
“옛!!”
우진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머지 지휘관들은 자기 군단을 정비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로마의 군을 이끌어야 하는 안토니우스만이 우진에게 남아서 말했다.
“적이 유리한 입장에서 싸우게 한다고 한 말 진실이십니까?”
“그래.”
“어째서입니까? 보통 우리에게 유리하고 적에게 불리하게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그게 좋기는 좋지.”
“그럼 어째서···.”
“그럼 어떻게 하면 그렇게 싸울 수 있지?”
“···········그건·····?‘
한창 따지고 들던 안토니우스는 거기에 관해서는 미처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산맥을 넘어서 유다이아의 군세가 모두 모이면 그들은 본격적으로 진격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뭔가 술책을 부리거나 유인책을 쓴다고 해도 그들이 신경이나 쓸까? 바로 마케도니아로 진격해서 로마를 쓸어버리고 말 것 같은데?”
“···········.”
우진의 말은 충분히 맞는 말이었다.
“현재 약해진 로마에 있어서 다시 한 번 터전을 침공 당하는 것은 치명적인 피해지. 아마 다시는 일어 날 수 없을 거야. 그걸 원하나?”
“···아닙니다.”
안토니우스는 속으로 로마를 그렇게 약하게 만든 인간이 누군지 한 번 말해 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정직하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유리함, 불리함을 따지기 이전에 최소한 적들과 싸울 기회를 가져야 해. 그런데 뭘 어쩌겠어. 무조건 정면에서 싸울 수밖에.”
“············.”
안토니우스는 우진의 말에 납득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방법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유리하던 불리하던. 이기면 그 뿐이다.”
“뭔가 작전이라도 있는 겁니까?”
“있지. 없으면 이런 미친짓 누가 하겠어?”
“············.”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안토니우스로서는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 작품 후기 ============================
점점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로마의 혁명'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신작 '욕망의 대가'도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