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아그리파의 예상대로 테무진의 군대는 일부의 군제를 편성해서 서쪽의 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그곳은 그동안의 전투로 인해서 산맥 대부분이 테무진의 군세에 점령당한 곳이었다.
충분한 개수의 루트를 확보한 테무진의 군세는 산맥을 넘어서 진격하기 시작했고···.
그 시점에서 아그리파의 군세는 일제히 뒤로 빠졌다.
테무진의 남은 군세가 적이 빠졌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 후에 독단적으로 진격을 한다고 해도 군제의 편제를 추스릴 시간을 생각하면 이틀은 있어야 했다.
아그리파는 그 절묘한 타이밍을 이용해서 테무진의 본대 20만을 요격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거기서 테무진을 잡아내는 것 뿐이었다.
“아그리파님. 정찰병의 보고입니다. 테무진의 본대가 빠져나도고 있다고 합니다.”
“적들의 군세는?”
“10만 이상이라고 합니다.”
“···충분하다. 전열이 무너지기 전에 기습한다.”
“옛!!!”
“모두들 들어라!!!”
아그리파는 전투에 앞서서 병사들을 몸소 독려했다.
“이 전투에 로마의 명운이 걸려 있다. 그대들 중에는 죽음 두려운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대들에게 단호하게 말하겠다.”
아그리파는 강한 어조로 병사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죽음이 두려운 자들이여. 명심하라. 명예로운 죽음보다 살아서 수치를 당하는 것이 더욱더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자신의 안에 사내다움을 버리는 비겁자가 되지 말라.”
“············.”
“············.”
“············.”
병사들에게 대답은 없었지만 은근히 기분이 고양 되었다.
아그리파의 말은 막연한 격려가 아니라 병사들 하나하나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신분의 고하를 넘어서 모든 남자들에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죽음이 겁나는 자들은, 나의 등만 보고 와라. 내가 가장 선두에 서겠다!!!”
“아그리파님····.”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저도 따르겠습니다.”
“저도·····.”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아그리파가 그들의 사기를 절정으로 고양 시켰다.
“가자. 우리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오오오오오!!!!”
아그리파와 그의 군세는 로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서 싸우는 길을 택했다.
일견 유치하기까지 한 이유였지만···.
그 유치한 이유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진정한 명예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이 시대의 남자들이었다.
“돌격 앞으로!!!”
아그리파의 군세는 테무진의 군세를 사정거리에 잡자 기습적으로 움직였다.
적의 군세는 생각보다 더 많아 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시저 식으로 말하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죽어랏!!!”
“으아아아아!!!”
아그리파의 군세는 적들을 향해서 용맹하게 싸웠다. 아직 전열도 가다듬어지지 않은 테무진의 군세를 상대로 로마의 중장 보병진은 그 위용을 발휘했다.
전투는 로마족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치러졌고 아그리파는 승리를 예감했다.
“테무진!!! 유다이아의 왕은 어디에 있나!!!?”
아그리파는 병사들에게 약속한 대로 최고 선두에서 적들을 베어 넘기면서 테무진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테무진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가 잘못 읽었단 말인가?”
아그리파는 높은 확률로 이 선두 부대를 테무진이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테무진이 여기에 없다면···?
그렇다면 테무진은 아직 산악전 속에서 남은 대군을 지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큭···. 제기랄····.’
아그리파는 입맛이 썼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로 잡았다.
자신의 생가과 다르게 여기서 테무진을 잡을 수 없다면···.
그래도 좋다.
일단 여기서 20만의 군세를 궤멸 시킨 다음에 마케도니아의 땅에서 새롭게 결전을 다지면 된다.
하지만 그때···.
아그리파가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뿌우우우우!!!!
멀리서 전투 나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후방에서 족히10만은 될법한 대군이 나타난 것이다.
“저건····? 저건 설마···?”
아그리파는 갑자기 나타난 군대를 보고 생전 처름으로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저게 적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그런 그의 기도를 배신했다.
뒤에서 나타난 것은 테무진이 직접 이끄는 유다이아의 정예 병력 10만이었던 것이다.
“유린하라!!!!!”
테무진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유다이아의 군대가 아그리파의 군세를 향해서 진격했다.
아그리파의 군세는 순식간에 양쪽에서 끼어서 협공을 당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크윽···. 도대체 어떻게···. 언제 저기에 저만큼의 군세가 왔다는 말인가?”
아그리파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아그리파의 뒤에서 나타난 군세는 산을 넘어서 온 자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바다를 건너왔다.
아그리파가 산맥의 요새를 활용하는 소모전을 시작한 그 순간.
테무진은 이미 아그리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 전모를 완벽하게 읽었다.
“병력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이며 시간을 끌다가 내가 산맥을 넘는 그 순간 병력이 최대한 적을 때를 노려서 나를 공격한다. 뭐···. 대강 이런 시나리오인가? 건방진 녀석.”
만약 지금 아그리파가 테무진의 말을 들었다면 경악하다 못해서 너무 놀라 심장이 멎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테무진의 예상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테무진 정도의 전략가가 적의 계획을 정확하게 짚어낸 이상 그것을 역이용 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테무진은 우선 대부분의 전투의 시나리오를 아그리파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다.
그러면서도 일분의 군대를 몰래 빼서 남하해서 배를 타고 움직였다.
아그리파로서는 100만이나 되는 테무진의 군대가 산악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테무진은 그것을 노려서 병력을 움직여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와서는 바다를 이용해서 10만에 달하는 병력을 움직였다.
100만은 몰라도 10만 정도까지는 이 시대의 배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진작에 남쪽의 해안을 돌아서 건너온 테무진은 병사들을 충분히 쉬게 하면서 아그리파가 생각대로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미리 본대에서 준비해둔 시나리오대로 일부의 병력이 넘어온 순간 산에 꽁꽁 숨어있던 아그리파와 그의 군대가 나타났고, 테무진으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즉, 모든 것인 테무진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진 한 편의 연극 같은 것이었다.
꼭두각시 인형을 실로 조종하는 것 처럼···.
아그리파는 처음부터 끝까지 테무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을 뿐이다.
만약 아그리파가 이 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굴욕감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을 것이다.
하긴···. 혀 깨물고 죽기 이전에 이미 지금 상황이 아그리파에게 있어서 대 위기였지만 말이다.
의외의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양쪽의 협공은 로마군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
듣고 있는 로마군 입장에서는 진저리가 날 정도로 광신도적인 돌격을 하는 유다이아의 군대.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하고 있었다.
“크윽·····. 전군 산개하여. 탈출하라!! 전열을 가다듬어라!!!”
아그리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 없었다.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런 난전으로 빠져든 상황에서 군세를 다시 추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크윽····.”
난전중에 어디선가 날아온 눈먼 화살이 아그리파의 허벅지에 박혔다.
절묘하게 날아온 화살이 뼈에까지 박히는 바람에 아그리파는 그대로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사령관님.”
“사령관님을 보호하라!!!”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아그리파를 보호하기 위해서 달려들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여의치 않았다.
지휘고 대형이고 모두 무너진 이런 상황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미 상당수가 무너져서 아그리파의 친위대를 제외하고는 진형을 유지하는 자들이 거의 없었다.
“사령관님. 피하셔야 합니다.”
“크윽···. 피하기는 어디를 간단 말이냐!!!? 최후의 일인까지 싸우다 죽는 용기를 보여라!!!”
아그리파는 전쟁에 유능한 남자다.
지략, 전략 뿐만이 아니라 투쟁심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승리가 불가능 하다는 것은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를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다가 죽는 근성을 보일 줄 아는 남자인 것이었다.
그런 아그리파에 고양 되어서 그의 친위대도 격렬하게 적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맹하게 싸운다고 해도 한 번 기운 전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 했다.
어느새 친위대들도 아그리파와 떨어졌고 아그리파는 사방이 다 적인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끈질긴 것들····.”
보통 아군이 죽으면 어느 정도 겁먹은 티가 나야 정상인제 놈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모두들 단체로 뭔가에 홀린 것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아그리파도 그런 광기 때문에 일개 병사들에게 압도당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애당초 숫자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이렇게 끝인가?’
아그리파가 자기 최후를 직감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전군 돌격하라!!!!”
“우오오오오!!!!!”
전쟁의 좌측에서 한 무리의 기마대를 중심으로 대군이 전쟁터로 돌격한 것이다.
깃발에는 파라디소스의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우진이 타이밍에 딱 맞춰서 대군을 이끌고 테무진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하!!! 적이 좌측에서···.”
“보고 있다.”
“··········.”
테무진은 이 뜻밖의 상황에서도 아무런 동요도 없이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아군이 죽어가는 소리도 그에게는 조금의 조급함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무리군. 순차적으로 군을 후퇴 시켜라. 신속하게 지시하라.”
“예.”
테무진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진과 싸우는 것을 피했다.
저 괴물같은 파라디소스의 중장 기병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것을 안 순간 테무진은 이미 난전에 돌입한 자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최대한 많은 군세를 식속하게 후퇴 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전쟁이란 것은 원래 숫자 놀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철저하게 병사들의 생명을 산술적으로 볼 수 있는 지휘관은 좀처럼 흔하지 않은 법이다.
지금의 테무진은 그게 되는 인간이었다.
다만 그게 꼭 장점으로만 작용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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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십시오.^^
PS. 신작인 '욕망의 대가'도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