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2년후의 세계>
2년 후.
지중해는 일견 안정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파라디소스는 지중해 최대의 강대국이 되었다.
시칠리아. 로마 본토에 갈리아 남부 지역과 에스파냐 북부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대국이 되었다.
또한 왕가에서는 아이들이 네 명이나 되어서 후계자 문제도 완전히 해결 되었다.
장녀인 유리 공주를 시작으로 세체니의 아들인 유진과, 그 후에 클레오파트라가 연년생으로 아이를 둘이나 더 낳았다.
둘 다 엄마를 닮은 예쁜 딸이었는데 그 이름은 유미, 유나라고 했다.
둘은 이제 세 살, 두 살일 뿐인데 벌써부터 지중해 여기저기서 청혼이 물밀 듯이 몰려오고 있었다.
역시 엄마의 미모가 유명하니 아이들도 벌써부터 미래가 기대된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있었다.
갈리아 지방은 현재 독립 되었다.
우진은 원래 갈리아 지방을 모두 집어삼킬 생각도 없었다. 그러고 시민들에게는 굴족의 위대한 전사인 크릭서스를 기리는 뜻으로 그 일족과 동맹을 맺는다고 말했다크릭서스의 위명을 생각하면 파라디소스 내부의 여론을 납득 시키기에는 충분한 여론이었다.
결국 갈리아에는 굴족을 중심으로 한 나라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우진은 그 나라에 프랑스라는 이름을 주었다.
뭐···. 자기 입맛대로 역사를 좀 땅기고 있는 우진이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파라디소스가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마.
로마는 과거의 위명음 많이 잃어 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대국이었다.
원래 파라디소스에게 본토에서 밀려 났을 때만 해도 지중해의 수많은 국가들이 로마의 시대는 끝장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로마와 손을 잡고 있던 수많은 부족들과 동맹 국가들이 로마와 손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은 그들이 로마와 파라디소스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와중에 옥타비아누스가 한 발 먼저 보호국을 자처하고 파라디소스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것이다이렇게 되면 로마보다 뒤에 파라디소스에 보호국임을 자처하면 고개를 숙일 나라들의 명분이 적어진다.
결국 옥타비아누스의 정치적 감각이 탁월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좋으나 싫으나 로마와 함부로 관계를 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로마와 관계를 끊게 되면 그때는 로마 뿐만 아니라 로마에 이어서 파라디소스와도 무관한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난세인 지중해에서 지금 보호를 받을 나라도 엇이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었다.
결국 로마는 트리키아와 마케도니아에 크레사 선에 알프스 산맥의 동쪽까지의 땅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명 과거와 비교해서는 약하지만 그래도 이집트나 누미디아보다는 더 강한 국력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만큼의 국력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존심을 죽이고 실리를 챙긴 옥타비아누스의 정치적 수완 덕분이었다.
아끼는 누이까지 동맹의 제물로 바쳤지만 결과적으로 로마의 내부에서 옥타비아누스의 지지력은 하늘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옥타비아도 행복했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안토니우스에게 소박맞은 불행한 인생이었지만···.
지금의 역사에서는 디오클레이우스가 옥타비아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고 순종하면서 극진하게 그녀를 위하고 있었다.
둘의 사이에는 귀여운 아이들도 둘이나 있었고 그녀 개인은 무척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게 강성한 국력을 조금씩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는 로마였지만···.
지금 로마를 가장 걱정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동쪽의 유다이아였다.
유다이아는 원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중해 최 약소국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테무진이 왕이 되고 무서운 기세로 주변 국을 점령해 가더니··.
이제는 유다이아 북쪽의 시리아를 격파하고 소아시아를 점령해서 북해 주변을 완전히 재패하고 소아시아의 모든 헬레니즘 국가를 점령하고 복속 시켰다.
현재 영토만 보면 지중해에서 파라디소스 다음으로 큰 나라가 유다이아였다.
그들은 1년만에 소 아시아를 점령하고 지금은 잠깐 나라를 추스르고 있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옥타비아는 그 나라에 사신을 보내서 정전 협정을 제시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치적 수완을 이용해서 이성적으로 봤을 때 절대로 뿌리 칠 수 없는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유다이아로 간 사신은····.
아쉽게도 목만 돌아 왔을 뿐이었다.
로마는 분개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차분하게 머리를 식히고 생각했다.
자신의 조건을 거절할 정도면 유다이아의 국왕인 테무진이라는 남자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는 이미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무슨 조건을 단다고 해도 그 전쟁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전쟁, 이겨야만 하는 전쟁.
그렇다며 최대한 준비에 준비를 거듭 하는 수밖에 없다.
옥타비아누스는 아그리파에게 군권을 주면서 철저한 준비를 갖추게 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역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항상 군의 강화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로마가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약소해진 전력으로도 상비군 15만이라는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옥타비아누스가 융화 정책의 일환으로 야만족들에게도 복무의 의무와 바꿔서 시민권을 준다는 정책이 먹혀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옥타비아누스가 예견하고 있던 전쟁이 벌어졌다.
그 전쟁은 이전에 있던 어떤 전쟁과도 달랐다.
선전포고도 없고 명분도 없었다.
오로지 침략만을 목적으로 한 순수한 침략전쟁.
보통 인간은 누구나 정의의 편이기를 원한다.
그 히틀러 조차도 2차세계 대전을 일으키면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자신이 정의라고 부르짖었다.
뭐, 미친 소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런 미친 소리나마 명분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유다이아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침략했다.
로마의 땅에 그저 무작정 발을 들이고 침략을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점은 로마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땅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키아였다.
상대적으로 소아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던 트리키아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이아의 침략에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옥타비아는 즉시 아그리파를 불러서 군을 이끌고 적을 격퇴하게 했다.
또한 한편으로는 파라디소스에 전령을 보내서 지원군을 요청했다.
만약 로마가 무너지면 파라디소스는 유다이아와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야 한다.
파라디소스로서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상 로마의 요청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그리파의 선에서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 유다이아는 상식적인 뭔가를 벗어났어. 그래서 불길하다.’
옥타비아누스의 이런 예감은 불행이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트리키아의 영토의 절반 가량을 순식간에 빼앗겨 버린 것을 안 아그리파는 재빨리 요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의 평생에 걸쳐서 가장 크게 놀랐다.
“뭐냐? 저것은···. 저것은 도대체 뭐냔 말이냐?”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군대였다.
평범한 군대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대군의 적이 밀려오고 있는 광경이었다.
총 10만의 군세를 이끌고 요격에 나선 아그리파의 군세도 당시 지중해의 인구를 생각하면 충분히 대군이었다.
하지만 적은 그런 아그리파의 군세를 물량에서 훨씬 압도했다.
‘저건···. 50만? 아니 더 많다. 설마 100만? 말 도 안돼. 군대라는게 사람만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그리파는 눈으로 보면서도 테무진의 대군세가 납득이 되지를 않았다.
지금의 유다이아가 영토만 봤을 때는 파라디소스 다음 가는 대제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00만 단위의 군세는 쉽게 동원 하는게 불가능 하다.
당시 지중해의 전략가들 중에는 100만 단위의 동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다.
인구가 100만이 넘는 나라는 가능하다.
하지만 인구 100만의 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군대는 대략 5만 정도? 힘껏 쥐어짜면 10만 정도는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시대에서 군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왜냐하면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군인 한명에게 들어가는 갑옷과 무기의 재료들, 그리고 그 군인이 먹을 식량.
그 외에도 필요한 것은 잔뜩 있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지는 쪽이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괜히 삥 뜯는게 아니다.
이 시대의 물자 보급 수준을 생각하면 100만명의 인간에게 창 한자루씩만 들려도 무진장 무리 한 것이다.
거기다 갑옷이며 활이며···.
로마가 지중해 최강이라고 불리던 시절에도 100만 군대를 만들었다가는 나라가 휘청 거렸을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유다이아는 저것이 되었단 말인가?
아그리파는 그것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사실 아그리파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유다이아의 100만 군세의 비밀을 알 수 없었다.
저 군세는···. 말 그대로 나라를 다 쥐어짠 것이다. 유다이아부터 시작해서 시리아, 소아시아의 다수의 국가들 까지···.
그 모든 것을 탈탈 쥐어짜서 만든 것이다.
일반 가정집에 냄비 하나하나까지 모두 뺏어서 그 금속으로 무기를 만들었을 정도로 테무진은 쥐어짜고 쥐어짰다.
이래서는 전쟁에 이기든 지든 국력을 대폭 소모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테무진은 그렇게 했다.
마치 내일 따위는 바라지 않는 파멸을 향해서 달려가는 자의 싸움 같았다.
그렇게 해서 만든 100만의 대군이 진격하는 순간.
적들에게는 오로지 재앙 그 자체일 뿐이었다.
아그리파는 쇼크 받은 정신을 추스르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전군에 후퇴 명령을 내려라.”
“예!!?”
“저걸 설대로 정직하게 전쟁 따위를 했다가는 필패다. 잠시도 버티지를 못해. 이 뒤에 있는 로도피 산맥에서 적을 막는다.”
아그리파는 뛰어난 자였다.
전쟁에 관한 그 자질 하나만 보면 시저에 뒤지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런 그였기에 저 무지막지한 대군을 상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연을 빌렸다.
트리키아는 현대의 불가리아 남부의 땅이었는데···.
여기서 지금 로마의 수도인 마케도니아로 가려면 로도피 산맥을 넘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산맥에는 로마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둔 요새들이 있었다.
“산악에서 유격전을 하면서 시간을 끈다. 저것은 지금 로마의 힘만으로는 이길수 없다.”
아그리파는 그렇게 생각하고 군세를 후퇴 시켰다.
그리고 이런 아그리파의 행동은 테무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신작인 '욕망의 대가' 오늘부터 연재 시작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