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다음날.
클레오파트라는 디오클레이우스와 함께 옥타비아를 찾아 갔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한눈에 그녀가 누군지 알아봤다.
자신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여성.
이집트 특유의 양식이 드러나는 장신구와 옷 차림.
명석한 옥타비아였기에 그녀가 누군지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 전하. 옥타비아라고 합니다.”
“고개를 들도록 하세요.”
클레오파트라는 정중한 인사를 하는 옥타비아에게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생각해 보면 이 둘도 재미있는 인연이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안토니우스를 두고 연적으로 이름을 날린 두 명이다.
그 중에서도 클레오파트라는 남의 남편을 유혹해서 나라를 지키려고 한 마성의 연인이고 옥타비아는 남편이 외도에도 현숙하게 정절을 지키는 현모양처의 표본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그런 수라장은 원래의 역사에서의 일이고 우진에 의해서 대폭 역사가 틀어진 지금에 와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오로지 우진 한명의 아내로서 헌신을 다하고 있었고, 옥타비아는 전란 때문에 아직까지 시집도 안 가고 있었다.
그렇게 운명의 뒤틀림으로 인해서 전혀 다른 인연을 지니게 된 둘은 지금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 전하···, 옆에 있는 스파르타쿠스 공작님과는 어째서···.”
“자, 거기까지.”
“·········?”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옥타비아에게 클레오파트라가 말했다.
“여기 이 사람을 정식으로 소개하죠. 이름은 디오클레이우스, 우리 파라디소스의 중진이자 제 남편이 가장 신뢰하는 친우입니다.”
“······아니···. 어제 이 분은····. 본인을 스파르타쿠스라고····. 그렇게 소개했는데요?”
“예, 그랬죠.”
“그럼 그건····?”
“거짓말이에요. 제 왕조의 명예와 제 남편의 명예를 걸고 말하겠는데 이 사람의 이름은 디오클레이우스입니다.”
“··········.”
“어떤가요? 꽤나 쇼크 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예. 좀···. 그렇군요. 저는 좋은 의미로 여기에 왔는데···. 이런 놀림거리가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옥타비아님. 절대로 전 당신을 놀림 거리로 하려고 한게 아닙니다. 저는···.”
“디오클레이우스!!!”
클레오파트라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 그에게 엄한 눈초리를 하고 말했다.
“앉아요.”
“······예.”
디오클레이우스는 순한 양처럼 자리에 앉았다.
어떤 의미로는 우진보다 클레오파트라가 더 어려운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옥타비아라고 했죠? 디오클레이우스 공작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실망 스러운가요?”
“············.”
“솔직하게 말해도 되요. 그냥 대답하세요.”
“····반갑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런가요····. 전 사실 놀랐습니다.”
“놀랐다고요···?”
“예. 이 디오클레이우스라는 남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놀랐고···. 그리고 그 이유가 고작해야 여자 하나 때문이라는 것에 또 놀랐죠.”
“············?”
옥타비아는 그게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서 클레오파트라가 말을 이었다.
“이해가 안 가나 보군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 우선 여기 있는 이 남자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제 남편의 명령에도 그냥 항명하는 남자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한 옥타비아에게 클레오파트라가 말했다.
“제 남편의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진실입니다.”
“····아····아니 하지만····.”
“예. 제 남편은 왕이고 여기 이 남자는 그의 신하죠. 하지만 둘의 관계는 단순한 군신 관계를 초월한 인연으로 묶여져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아내인 저도 끼어들기 버거운 인연이죠.”
“············.”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입니다. 이 남자는 파라디소스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남자입니다. 그런 남자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죠.”
클레오파트라의 말은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었다.
“그런 디오클레이우스 공작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한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드디어 저 남자에게도 고삐를 채울 수 있는 여자가 나타 났구나. 라고 말이죠.”
“아니···. 저기 클레오파트라 전하. 저는····.”
“당신도 저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인가요? 여기 이 남자에게 조금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고?”
“············.”
“만약 그랬다면 당신이 디오클레이우스 공작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상처 받을 이유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죠. 왜 그랬을까요?”
“···········.”
이유는 하나입니다. 당신도 내심 디오클레이우스 공작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정말요?”
옆에서 디오클레이우스가 분위기를 깨려고 하자 클레오파트라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내가 말하라고 할 때까지 입 다물고 있으세요.”
“하지만 전하···.”
“왕비로서의 명령입니다.”
“············.”
정작 왕의 명령은 생 깔수 있지만 왕비인 클레오파트라의 명령은 거부 못하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진 그 자식 왜 이렇게 무서운 여자하고 결혼 한 거야.’
어쩌겠는가?
이미 한 걸?
어쨌든 디오클레이우스의 입을 다물게 한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에게 말했다.
“어차피 당신은 정략의 대상으로 우리 파라디소스에 왔어요. 그렇다면···. 하다 못해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과거의 추문은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입니다. 알겠나요?”
“················.”
옥타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심각한 갈등이 보이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말했다.
“디오클레이우스 공작.”
“············.”
“공작, 이제 말해도 되요.”
“정말입니까?”
“······예.”
클레오파트라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진솔한 대화를 해 보세요. 다만, 어디까지나 거짓말 하지 않고 진심으로. 알겠나요?‘
“여자하고 진심으로 대화 해 본적인 거의 없는데요.”
“이제 잘 하네요. 지금부터 그렇게 해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는 자리를 비워주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거기에는 우진이 클레오파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잘 된 거야?”
“그런 것 같기는 해요. 워낙에 벽창호 같은 여자라서····. 여자는 좀 더 대가 세야 하는데 말이죠. 어차피 저 근성으로는 왕의 여자로는 부적합해요.”
“후훗···. 결국 내가 여자 안 늘려서 안심이지?”
“흥, 아는 사람이 저런 미인하고 정략혼 얘기가 오가요?”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의 팜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한 동안 집중 단속 할 거예요.”
“····무서워라.”
반쯤은 진심으로 무서운 우진이었다.
두달 후.
“결혼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디오클레이우스님.”
“드디어 파라디소스 최고의 바람둥이가 잡혔네.”
“하하하하하····.”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디오클레이우스와 옥타비아는 결혼식을 올렸다.
사실 너무 서두른 감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옥타비아의 배가 더 부르기 전에 결혼식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로마의 입장에서는 처음에 약간 반대를 했다.
원래 우진이라면 모를까? 우진의 부하일 뿐인 디오클레이우스라면 동맹으로서의 위치가 약할 수도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로마 본토의 총독 자리를 내 놓자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다름 아닌 로마 본토다.
그 반도 전체를 지배하는 남자와의 정략혼이 가치 없다고 여길 정도로 로마는 돌대가리들만 넘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옥타비아가 편지를통해서 동생인 옥타비아누스에게 간청을 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부디 이해해 달라고···.
결국 옥타비아누스도 한 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의 결혼식은 파라디소스의 수도인 시라쿠사가 아니라 로마에서 치러졌다.
로마 본토의 수로 로마 말이다.
우진의 최고 측근인 디오클레이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누이인 옥타비아.
이 둘의 결혼은 상징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컸다.
로마의 고위층인 옥타비아가 디오클레이우스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파라디소스 내부에서도 로마를 무작정 미워하는 증오 여론을 약간 희석 시킬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로마 본토를 점령한 지금의 파라디소스에서는 로마임들도 상당수 국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기존의 파라디소스 국민과의 충돌이 지속 되는 것은 우진으로서도 반갑지 않았다.
아마도 앞으로 장시간에 걸쳐서 몇 대를 지나야 해결이 될까 말까한 예민한 문제일 것이다.
디오클레이우스와 옥타비아의 결합은 그런 시간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몰랐다.
‘이제 남은 것은··. 정말 그놈 뿐이구나.’
우진은 이 시대에서 자신의 마지막 전쟁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이제 쉬어가는 챕터도 끝입니다.
최후의 전쟁이 끝나면 로마의 혁명도 끝납니다.
마지막까지 따라와 주신 분들에게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