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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09화 (209/220)

209화

우진은 도저히 저 상태의 디오클레이우스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 난 간다. 저건 너희들이 알아서 어떻게 좀 해봐.”

우진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이 우진의 바짓 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안 됩니다!! 전하께서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발 어떻게 좀 해 주십시오.”

“저러다가 뭔가 이상한 사람처럼 될까봐 무섭습니다.”

잡고 늘어지는 부하들을 보며 우진은 자기 바짓 가랑이를 잡고 말했다.

“너희만 무섭냐? 나도 무섭다. 저건 뭐야?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는 건데? 꼭 마약한 곰탱이 처럼 되었잖아?”

“저희도 원인은 모릅니다. 하지만 전하를 만나고 오신 날 다음부터 저렇게 되었단 말입니다.”

“책임지십시오. 전하!!!”

“싫어!!! 차라리 무덤에서 폼페이우스를 살려내면 한 번 더 싸워줄게. 저건 나도 상대하기 싫어. 좀 무섭다고!!!”

우진은 이 세계에 타임 슬립하고 나서 자기 입으로 처음으로 부하들에게 무서워서 못 하겠다는 말을 했다.

천하의 영웅왕이 이런 말을 했다고 밖에서 말하면 파라디소스의 국민들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돌 맞을 것이다.

결국은 부하들의 성화에 못 이기고···,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그날 나무란 것 때문에 인간이 저렇게 망가졌다면 어쩌나? 하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쭈뼛거리면서 다가갔다.

“여어···. 브로···. 왓 섭····.”

길 가다가 외계인을 만나도 이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콘택트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어···. 진··· 날씨 좋지.”

“그래··. 날씨 좋네. 그런데 디오클레이우스···.”

“왜?”

“아니···. 그냥 너 지금 뭐하냐 싶어서.”

“나····. 나야 뭐···. 그냥 있는 거지.”

“····아. 그래····.”

디오클레이우와의 어색한 대화 이후로 다시 우진은 자리에 앉았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런 우진을 아랑곳 하지 않고 풀밭에 앉아서 여전히 멍 때리다가 갑자기 히죽히죽 거리다가 또 머리를 쥐어 싸매고 뒹굴뒹굴 하다가를 다람쥐 챗바퀴 굴리듯이 반복하고 있었다.

‘···뭐지? 이 자식 진짜로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본능일까? 무의식중에 자기 허리에 있지도 않은 검의 손잡이를 찾아서 손을 움직이는 우진이었다.

가지고 왔다면 공격 했을 지도 모른다.

다행일가? 불행일까?

“큼··· 크흠···. 저기 디오클레이우스?”

“····왜?”‘

“혹시 일전에 내가 한 말이 뭔가 많이 기분 나빴다면 내가 사과를 할게.”

“응? 너 무슨 말 했던가?”

“············.”

‘이 새끼 팰까?’

무려 일국의 왕이 사과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굴욕을 주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이다.

“제길, 그만둘래. 너 도대체 왜 이래!!!?”

“응? 뭐가?”

우진이 버럭 성질을 내기 시작하자 디오클레이우스가 어리둥절한 곰돌이 푸우 같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얼굴은 정말로 난 지금 네가 왜 화내는지 몰라 신경질 적인 토끼야.

라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모습 말이야. 풀밭에서 미친놈 삽질 퍼레이드 하는 모습!! 꼭 누가 보면 사랑에 빠진 십대 애송이···.”

“어떻게 알았어!!?”

디오클레이우스는 자기 나라 왕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들었다.

“어? ····너 진짜····.”

“아니··· 그러니까···. 에잇 시끄러!!!”

디오클레이우스의 솥뚜껑 만한 손이 날아왔다.

우진은 그 손을 막고 그대로 발차기로 디오클레이우스의 턱을 날렸다.

“커억!!!”

“새끼가 하극상은···.”

“죽는다. 진!!”

“오냐? 차라리 한 판 붙자!!! 나도 그게 낫겠다.”

결국 디오클레이우스의 태클을 시작으로 둘은 정원에서 한바탕 붙기 시작했다.

검을 가지고 싸우면 우진이 약간 더 강하지만 맨손이면 아무래도 완력이 강한 디오클레이우스가 좀 더 유리했다.

뭐 어차피 둘 다 진심으로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냥 서로 뼈 한 두개 부러질 정도로 가볍게(?) 싸우고 있었다.

“이 자식!!”

“죽어. 이 곰탱아!!!”

둘은 정원에서 한바탕 흙투성이가 될 정도로 거하게 뒹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부하들은····.

“···말려야 되는 것 아니야?”

“누가 말려? 자네가 말릴 텐가?”

“아니 난 요즘 몸이 안 좋아서····.”

“그냥 못 본 걸로 하지.”

“음····.”

일국의 국왕과 그 나라의 충성스런 공작이 서로 정원에서 맞짱을 뜨는 파라디소스.

그 나라가 현재 지중해 최강국이다.

“크윽···. 싸우는데 이상한 기술을 걸다니···.”

“서브미션이라고 하는 거거든.”

“이상한 기술 맞네.”

“···그냥 말을 말자···.”

한바탕 싸움의 결과는 아래에 깔린 우진이 재빨리 다리를 돌려서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의식을 훅 가게 만들어서 승리였다.

“그런데 우리 왜 싸웠지?”

“네가 내 비밀을 눈치 챘잖아.”

“··········.”

“어떻게 안 거야. 평소하고 다름 없이 완벽한 평상심을 유지해서 내 부하들도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

“········좋아. 일단 헛소리는 거기까지.”

“···········?”

“우선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니 다행이다. 이제 시라쿠사의 부모들한테 딸 간수 잘하라는 공문을 철회해도 되겠다.”

“그거 진짜 내렸냐?”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천하의 파라디소스의 공작이라는 놈이 뭐하는 거야?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으면 가서 네 마음을 표현해. 넌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항상 거리낌 없이 다가갔잖아?”

우진의 말대로 디오클레이우스는 이제까지 마음에 드는 여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자기 마음을 전달했다.

그냥 마음에 든다. 라는 한 마디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였다.

여자를 강제로 취하거나 임자 있는 여자는 손대지 말 것.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라는 야색마에게 건 고삐는 고작 그게 다였다.

이 시대의 배경상 디오클레이우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냥 안겨서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라는 여자는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우진이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놔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난봉꾼 친구가 여자 한명에게 마음을 빼앗겨서 이렇게 버벅 거리는 광경은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어떤 여자야? 어디 사는 여잔데? 네가 디오클레이우스라고는 말했어?”

“그게···. 몰라.”

“뭐?”

“모른다고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내가 누군지도 말 안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 으아아아아아!!!”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절규하면서 풀밭을 뒹굴뒹굴 구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주기적으로 구르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수수깨끼 하나는 풀렸군.’

우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만난 여잔데?”

“그게·····.”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녀와의 만남에 관해서 자기 나름의 미화를 가득 덧 붙여서 말했다.

“·········그렇게 된 거야.”

“바보냐? 넌?”

“아마도?”

“마음에 들었으면 하다 못해 이름이나 어디 사는지 정도는 알았어야지?”

“나도 몰라. 말이 안 나왔는걸?”

“머저리.”

“제길·····. 이제 어떻게 하지?”

“글쎄····. 전 국민들에게 다 동원령을 내려서 여자들을 광장에 결집 시켜서 찾아볼까?”

친구 장가 보내려고 왕으로서의 권력을 마음껏 남용하려고 하는 이 남자가 현재 지중해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웅왕이란다.

“음···. 좋은 생각은 아니야. 어쩌면 이 도시에 안 사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군···. 잠시 무슨 볼일 때문에 들렸을 지도···. 그렇다면····.”

“그렇다면?”

“방법이 없네. 포기···.”

퍼억!!

“그따구로 말 할래?”

“너!! 선방을 갈겼겠다!!!?”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는 또 한 번 거하게 붙었다.

누가 이 둘을 말릴까?

며칠 후.

디오클레이우스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져만 갔고 우진은 그런 친구를 위해서 몇가지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다 실패했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 자식의 입에 술이 안 들어가는 날이 있을 줄이야.”

우진은 침대에 누워서 세체니를 품에 안고 말했다. 세체니는 우진의 품안에서 얘기를 다 듣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디오클레이우스가 술 끊은 것?”

“아니요. 그것도 그거지만····. 사실 이제까지 디오클레이우스 님이 결혼하지 않은 것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됐잖아요?”

“걱정은 무슨···.”

우진은 얼버 무렸지만 세체니는 몇 번인가 자신보고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어울릴 여자가 없겠냐고 중신을 부탁 했던 우진의 과거를 잊지 않고 있었다.

“마침 디오클레이우스 님도 로마를 무너트린다는 목표를 이루고 힘이 빠진 상태라고 했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평안이 필요해요.”

“그건 그렇지·····.”

“제가 어떻게든 그 아가씨 찾아 볼까요?”

“할 수 있겠어?”

“상황을 들어보면 시종을 둘 정도로 귀한 집의 아가씨라고 했잖아요? 거기다 갈색 머리에 조금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외모···. 그 정도로 힌트가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흠···, 외모에 관해서는 그 놈이 좀 과장을 했을 지도 몰라.”

“뭐라고 했는데요?”

“세상에 당신보다 더 예쁘다는 망발을 하잖아?”

우진의 말에 세체니는 곱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피부도 예전 같지 않은걸요? 저도 여자로서 나이를 먹어서···.”

“아니 그래도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세 명의 여성중에 한 명이지.”

“핏··, 거짓말은···.”

“거짓말 아니라는 것은 증명해 줄까?”

“꺅···. 전하····.”

“증명해 준다니까···.”

“정말···. 아·····.”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 10대 후반이었던 세체니도 이제는 30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여전히 시들지 않고 파라디소스의 여신중에 하나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진은 자신의 아내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날 충분히 증명했다.

밤 새도록····.

============================ 작품 후기 ============================

다음 소설의 주인공은 초반에는 좀 퉁명 스럽게 만들어야 겠습니다.

염장에 HP가 적은 분들도 무리 없이 접근 할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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