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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207화 (207/220)

207화

신하들의 대부분이 옥타비아누스에게 설득 당하고 있을 때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말해 보게. 아그리파.”

옥타비아누스에게 말을 꺼낸 것은 현재 로마의 실질적은 이인자라고 할 수 있는 아그리파였다.

그는 옥타비아누스를 향해서 말했다.

“전하의 고견을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파라디소스가 정말로 우리를 자신의 보호국으로 받아 들이겠습니까? 그들은 우리 로마에 대한 증오심이 뿌리 깊습니다.”

“음····. 그건 그렇군···.”

“파라디소스 놈들 우리 로마라면 이를 가니···.”

“·····시저께서도 정전 협정을 몇 번 받아낸게 다였지. 보호국은·····.”

수근 거리는 신하들을 보면서 옥타비아누스가 말했다.

“그 점은 나도 안다. 그래서·····. 그래서 한가지 대책을 준비했다.”

“그 대책이란 무엇입니까? 전하.”

“·········직접 보여주지. 이것이 그대들에게 보여주는 짐의 대책이다.”

옥타비아누스는 그렇게 말한 후에 신하들에게 ‘대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파라디소스를 확실하게 설득하기 위한 그의 비장의 대책.

그것을 본 신하들은·····.

더 이상은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

옥타비아누스가 저 정도의 희생을 무릅 쓸 정도라면 더 이상 자신들이 뭐라고 말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옥타비아누스의 예상대로 우진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로마 본토의 평정과 관리는 스파르타쿠스에게···.

그리고 누미디아와 친분이 깊은 오우메니우스에게 에스파냐의 평정을 하도록 했다.

원래는 이것과 동시에 갈리아도 함께 평정하려고 했지만···.

갈리아 지방에서 굴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금 당장 손대는 것은 그만 두기로 했다.

갈리아 지방의 평정은 원래의 역사에서도 시저의 대표적인 공적중에 하나로 남을 정도로 큰 일이었다.

그런 일을 겸사겸사 처리 할 수는 없었다.

일단 로마 본토와 에스파냐의 평정에 신경쓰고 그러면서 상황을 지켜 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갈리아 지방을 그냥 독립 시켜 버릴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우진이 갈리아 지방의 평정에 힘을 소모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 지는 안 봐도 뻔했으니 말이다.

일단 우진 보인은 파라디소스의 수도인 시라쿠사로 돌아와서 잠시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몇몇 신하들이 수도를 로마로 옮기자는 말을 했지만 우진은 쓸데 없이 천도를 감행해서 국력을 소모할 때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 수도를 옮기는 것은 매우 큰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같이 혼란스러울 때는 피하는게 맞는 말이기도 했다.

어쨌든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우진은 소소한 국정을 돌보면서 나라를 추스르는 것에 힘쓰고 있었다.

“하하···. 요 녀석··. 오늘도 아빠하고 놀까?”

“빠빠·····.”

그리고 한 편으로는 살아하는 아이들과의 재회를 즐기고 있기도 했다.

딸인 유리는 아빠인 우진보다는 엄마들을 더 좋아했지만···.

아들인 유진은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도 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우진도 아들의 애교가 싫지 않아서 항상 곁에 두고 있을 때가 많았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서 해주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듯이 국정을 볼 때도 데리고 다닐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들을 데리고 있으면····.

“아빠····.”

“오, 유리야···. 유진이랑 놀래.”

이렇게 딸인 유리도 따라 올 때가 많았다.

이 넓은 성에 맘 편이 같이 놀 수 있는 상대라고는 동생인 유진과 약혼자(?)인 미시헤르발 왕자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동생을 툭하면 아빠가 데리고 가니 유리 공주는 심통이 나서 아빠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하하하···. 그래. 그래···.”

우진은 품안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 유진을 유리의 앞에 내려 놨다.

그러자 유진은 아빠한테 다시 안아 달라는 듯이 양 손을 위로 하고는 울상을 짓고 있다.

“유진아. 누나가 안아줄게.”

“으에엥····· 으아앙!!!”

유리가 유진을 안아주려고 했지만 애가 애를 안으니 유진은 많이 불편한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은 우진이 유진과 유리를 양팔에 동시에 안아주면 그때서야 유진이의 울음이 그친다.

“히잉···. 내가 안으면 계속 울기만 하고····.”

“유리가 아직 작아서 그렇단다.”

‘그리고 덕분에 내가 요즘 안 심심하지···.’

아들을 미끼로 써서 딸까지 낚는 팔불출이 여기에 있었다.

품 안에서 아이들의 재롱을 계속해서 구경하고 있는 우진의 집무실에 노크도 없이 한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여, 진. 한잔 하자.”

왕의 집무실에 술잔이 아니라 술통을 들고온 거한을 보면서 우진은 한 숨을 내쉬었다.

“넌 대낮부터···. 너 어디 총독으로 가서 일 좀 해라.”

“싫어.”

감히 왕의 명령에 단호하게 거절을 표하는 인 남자는 말할 것도 없이 디오클레이우스였다.

그 아니면 누가 이렇게 하겠는가.

‘끄응···. 사소한 슬럼프라고 생각했지만 이 자식 계속 이래도 되는 걸까?’

요즘 들어서 우진의 왕으로서의 최대의 골칫 거거리가 뭐냐고 하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파라디소스 사람들에게 디오클레이우스라는 이름을 대면 뭐라고 할까?

대부분은 파라디소스 최강의 장수.

영웅왕의 친우이자 오른팔.

살아있는 전설.

정력왕.

등등의 이름을 댄다.

뭐···. 마지막에 하나는 꼭 명예롭지만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디오클레이우스의 이름이 워낙에 유명하다 보니 그가 좋다는 여자가 워낙에 많았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의 인생관도 오는 여자 안 막는다였기에···.

결혼도 하지 않았으면서 온갖 여자는 다 건드리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우진도 그냥 너그럽게 봐주는 부분중에 하나였다.

다만 임자 있는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마라. 정도가 우진이 내린 유일한 컷트 라인이었고 디오클레이우스도 그 라인 하나만큼은 지켜 주고 있었다.

오직 그거 하나만···.

어쨌든 그 디오클레이우스가 왜 문제냐고 하면···. 최근에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혀 일을 안 한다.

원래 로마를 점령했던 시점에서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에스파냐의 평정을 맡기고 그곳이 총독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디오클레이우스가 싫다고 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에스파냐다.

로마의 속주 중에서도 최고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땅이었다.

우진은 그곳의 영토를 자신의 친우인 디오클레이우스에게 통째로 하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싫다고 한다.

우진은 그럼 로마의 본토의 총독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역시 알짜배기 중에 알짜배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싫다고 한다.

그래서 뭐 할 거냐고 물으니 한동안 본국에서 푹 쉬겠다고 했다.

그 말에 우진은 당황했지만 이내 이해했다.

사실 그동안 우진과 함께 동분서주 힘내왔던 디오클레이우스였다.

그에게는 충분히 쉴 자격이 있었다.

나중에라도 원하는 요직이 있다면 뭐든지 좋으니 앉혀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시라쿠사로 우진과 함께 귀환한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대로 그날부터 진짜로 일 안하고 팽팽 놀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유일한 일과는 우진이 머물고 있는 왕궁으로 툭하면 찾아와서 우진에게 술 상대 해달라고 징징 거리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러니까 슬슬 친구가 걱정되기 시작한 우진이었다.

뭐, 한 편으로는 유리와 유진은 올 때마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맛있는 주전부리를 가지고 오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반가워 했다.

“삼촌.”

“땀촌.”

“오··, 요 꼬맹이들 오늘도 착하게 잘 있었냐?”

우진에게 반말을 하는 디오클레이우스가 유리나 유진이한테 존댓말을 할 리가 없었다.

부모님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자신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주는 디오클레이우스를 아이들도 무척이나 반겼다.

“자, 이거 가지고 가서 놀아라.”

디오클레이우스는 거리에서 나무로 만든 장난감 마차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줬다.

“우우····”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는 바퀴가 돌아가는 정교한 장난감 마차에 홀딱 반했다.

시대와 나이를 막론하고 남자는 바퀴 달린 것을 사랑하는 본능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용케···· 저런건 어디서 찾아오는 거야?”

“내가 만들었지”

“하아···. 재주도 좋아라.”

우진의 앞에 앉은 디오클레이우스는 알아서 술통에서 술을 퍼서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먼저 한잔 들이키고는 시원한 표정으로 말했다.

“크으···. 좋다.”

“무슨 술···. 크윽··. 이거 무슨 술이야?”

우진은 살짝 냄새를 맞아보고 기겁을 했다. 보통 이 시대의 술이라고 하면 달콤한 와인이 대부분인데 이건 아무리 봐도 와인 보다 훨씬 독한 놈이었다.

“응? 나도 몰라. 무슨 동물의 젖으로 만든 술이라던데?”

“····소주에 막걸리 섞은 맛이 나는데?”

“그게 뭔데?”

“내 고향의 술.”

우진도 어쟀든 술잔을 받아서 마시기 시작했다.

업무 시간이기는 하지만··. 뭐 사실 디오클레이우스가 온 시점에서 업무는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했다.

둘이서 술을 한 두잔 쯤 마시기 시작하자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말했다

“너 이제 슬슬 복귀해야 하지 않겠냐?”

“복귀? 로마도 사실상 끝장 났는데 새삼 무슨····.”

“·····역시 그건가?”

“뭐가?”

우진은 딱히 심리치료사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주워 들은게 있지 않은가?

“너나 나나 로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노력해 왔잖아? 그 검투사 양성소의 창살 아래서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지. 그리고 해냈어.”

“그래. 해냈지····. 그리고 넌 거기에 만족해 버린 것 같아.”

“····뭐가?”

디오클레이우스의 물음에 우진은 자기 잔에 있는 술을 싹 비우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뭐 하고 싶은 것 있냐?”

“아니····. 별로..”

“그렇지. 그게 그러니까 만족해 버렸다는 거야. 예전에 너무 큰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해 버리니까 기합이 빠진 거지.”

“·······무슨 말인지 대강 알 것 같은데····. 뭐, 그게 큰 일이냐? 어차피 해 냈잖아? 그리고, 그런 이유라면 어째서 너는 멀쩡한 건데?”

“나야····. 난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

우진은 자신과 같이 미래에서 왔을 테무진이라는 숙적을 떠 올렸다.

아직도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와 자신, 둘 중에 하나는 끝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흐음···. 아직 할 일이 있다라···. 뭐, 그럼 남은 내 목표는 그런 네 일을 돕는 걸로 하지 뭐.”

“그래서는 동기가 짧지.”

“뭐가?”

“로마를 쓰러트리는 것은 너와 나의 공통된 목표였어. 그러니까 너도 온 정렬을 불태울 수 있었던 거고···. 그런데 이제 내 목표에 할 일 없어서 편승하는 식이면····. 예전 같은 정렬이 불타 오를 리가 없어.”

“····자꾸 술맛 떨어지게 어려운 얘기만 할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건 너 스스로 찾아야지. 그리고···. 난 널 걱정하는 거야. 왕으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흥, 술맛 떨어지게 하는 친구는 지금 필요없네요.”

디오클레이우스는 단번에 술통을 들고는 그대로 그 독한 술을 다 비워 버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간다.”

“취했잖아? 궁에서 자고 가.”

“싫어. 잔소리 없는 곳에 가서 잘 거야. 그거 듣기 싫어서 결혼도 안 했는데 결국은 듣는군.”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비틀 거리면서 일어나서 나갔다.

우진은 뒤에서 그런 친구의 뒷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했다.

‘진짜 걱정 된다고 임마·····.’

이 세계에서 형제, 친구라고 할 만한 자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디오클레이우스는 특별했다.

친구끼리 잔소리하면 우정이 팍팍 깎이는 것을 누가 모를까?

하지만 우진은 진심으로 친구가 혹시나 망가지고 타락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로마의 혁명도 11월 중에는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대 쯤에 신작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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