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콘센티아의 성벽>
다음날.
콘센티아 전투 삼일째의 날이 밝았다.
파라디소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성문을 활짝 열어두고 로마군을 기다렸다.
그리고 로마군은 그런 파라디소스의 앞에 전열을 갖추고 쭉 늘어서기 시작했다.
“전군!!! 전진!!!!”
뿌우우우우!!
로마군에서 전진나팔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로마군들의 발을 맞춰서 척척 진군해 왔다.
“어제 그렇게 당하고···. 진보를 모르는 놈들이군요.”
어제의 부상 때문에 성벽위의 지휘로 올라와 있는 크릭서스가 우진에게 말했다.
우진은 쓰게 웃으면서 그런 크릭서스에게 말했다.
“적을 얕보는 것은 로마인들이 잘하는 패착이지. 그건 배우지 말게.”
“··········.”
크릭서스에게 살짝 주의를 준 다음에 우진은 적의 군세를 자세하게 살폈다.
방패를 위로 들고 천천히 전진하는 로마군의 모습은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아니, 어제와 변한 것은 있었다.
아무래도 중간 지휘관들을 저격에서 지키기 위해서 그들에게도 평범한 병사들의 옷을 입힌 것 같았다.
‘저렇게 하면 저격은 어렵지. 흠···. 하지만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로마인들이 저렇게 금방 대응한다는 것은··. 작전 지휘관이 바뀌었다는 걸까?’
우진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나이우스는 어제의 전투에서의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잠시 물러나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한 번의 패배로 바로 작전권을 넘기는 것은 보통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자기 아들에게는 특별히 더 엄격한 군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을 감싸준다는 인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폼페이우스에게도 그리고 아들인 그나이우스에게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작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로마의 또 다른 젊은 인재. 레피두스였다.
정확히 말하면 작전권이라기 보다는 작은 작전 하나를 입안한 것 뿐이지만···.
레피두스의 작전을 다 들은 폼페이우스는 기꺼히 그 작전을 채택했다.
‘시저 녀석···. 인재라고 보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기 애인 아들 내미 따위나 보내는 줄 알았는데···. 이건 진짜 인재군.’
폼페이우스는 레피두스의 작전을 들으면서 제법 감탄했었다.
전쟁을 힘과 경험으로 하는 폼페이우스.
경험과 전략으로 하는 그나이우스.
그리고 레피두스는···. 기발함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폼페이우스나 그나이우스는 정석의 범위 안에서 전략을 짜고 움직였는데···.
레피두스의 경우는 그 정석의 범우를 완전히 벗어나는 변칙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차츰차츰 따져보면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그런 전술들이었다.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승리가 곧 명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레피두스였기에 백인장들과 천인장들에게 병사와 같은 하급 복장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레피두스였기에 파라디소스도 깜짝 놀랄 저런 장비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진군하던 병사들 사이에서 뭔가가 천막을 걷어내고 정체가 들어난 순간 우진은 깜짝 놀랐다.
“저건···. 성벽위의 병사들에게 당장 주의시켜!!!”
“옛!!!”
우진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공성용 사다리차였다.
파라디소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우진이 직접 디자인해서 개발한 그 장비가 로마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완전히 똑같은 디자인을 보아하니 노골적으로 모방한 것이 분명했다.
“칫···, 따라쟁이 놈들··. 그나저나 저게 있으면 성벽위가 치열해 지는데···.”
우진이 이 세계에서 만든, 혹은 만들려고 하는 무기들이 참 많았다.
물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석궁이나 플레이트 메일은 이제 우진도 슬슬 불가능 하다고 포기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합성궁도 만들려고 해 봤지만 불가능 했다.
잘못하면 장인들이 세계 최초로 노조를 결성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사실 우진의 요구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
장인들이 이해를 전혀 하지 못했고, 사실 설명하는 우진도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실패들 중에서도 대성공의 사례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저 공성용 사다리차였다.
소방차의 사다리에서 힌트를 얻은 저것이 있다면 이 세계의 공성전에 혁명을 가져 올 수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 우진이 종종 저 장비를 이용해서 단 하루만에 성을 함락 시킨 적도 있었지 않은가?
파라디소스의 병사들도 저것이 어디에 쓰이는 장비인지 장 알고 있었기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다!!”
“제길, 기름이나 도끼가 필요한데···.”
“장창으로 커버해!! 못 올라오게 하는 거다!!!”
예전에 적군이라기 보다는 카스투스의 반란군이 저 사다리차를 이용해서 시라쿠사를 공격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대응법은 사다리차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 버리는 것과 사다리를 도끼로 부셔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둘 다 없었다.
기름은 좀 있었지만 저번에 우진이 야습에 다 써버리고 지금 한창 후방에서 실어 나르고 있는 중이었다.
“온다!!!! 준비해!!”
슈슈슈슛!!!
콰콰쾅!!!
궁병이 원조하는 와중에 수십대의 사다리차들이 성벽의 위에 걸쳐지기 시작했다.
“제길··. 아주 제대로 쓰는군.”
궁병으로 원조를 하면서 저렇게 사용하면 역시 막을 도리가 없었다.
사다리들이 걸쳐지는 것에 성공하자 사방에서 로마군이 함성을 지르면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파라디소스의 야만인들을 죽여라!!!”
“로마 만세!!!”
폼페이우스 군단의 병사들은 백병전에 특히 능하다. 일대일 기량으로 보면 로마군단 내에서도 가장 강할지 몰랐다.
그런 놈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기 시작하자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은 살짝 밀리기 시작했다.
“큭···. 크릭서스!! 몸 상태는?”
“최고입니다. 폼페이우스의 목이라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네가 서쪽, 내가 동쪽!! 빨리 움직여!!”
“옛!!!”
우진은 크릭서스와 함께 전담해서 성벽 위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했다.
전쟁의 전투는 이미 흐름을 탔다.
그렇다면 지휘에 몰두하는 것 보다는 강력한 전력이 되어서 성벽을 지키는 것이 이득이었다.
사실 성벽 밑에 있는 스파르타쿠스와 오우메니우스도 부를까 싶었지만 그쪽도 마냥 무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부상 중인 크릭서스와 자신이 직접 때우는 것이다.
‘크릭서스의 기량이라면 부상중이라고 해도 일반 병사 나부랭이들에게 죽을 일은 없겠지.’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 태도를 휘두르면서 성벽위의 로마병사들에게 외쳤다.
“내가 파라디소스의 진이다!! 내 목이 탐나면 어디 와 봐라!!!!”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우진의 외침에 로마병사들의 눈빛이 변했다.
눈앞에 잡기만 하면 이번 전쟁 최대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우오오오!!!”
“파라디소스의 국왕의 목은 내 것이다!!!”
“죽어랏!!!!”
우진은 자신을 향해서 굶주린 승냥이 때처럼 달려드는 로마군단을 보면서 자신의 허리에 매인 태도를 뽑았다.
사르르륵···.
확실히 명검은 검집에서 뽑을 때의 소리부터가 달랐다.
마치 가녀린 여인의 피부에 실크가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뽑힌 도신은 몇 번이나 거친 전투를 거쳤지만 이빨 하나 나가지 않았다.
군신 마르스에게 하사 받은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는 무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명검을 우진 같은 우수한 검사가 쥐게 되면····.
“하찮은 것들····.”
스팟!!!
적들의 입장에서는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성벽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아군과 적군은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우진이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우진은 누가 보면 전쟁터의 싸움이 아니라 연회석의 화려한 검무로 착각될 정도로 현란한 검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악!!!”
“악!!”
“이··· 크윽····.”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또 베고···.
우진의 검은 마치 뱀이 가시덤불 속을 헤치고 유유히 통과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로마군사의 목숨을 끊어가고 있었다.
치열한 난전 속에서 우진이 스치고 지나간 장소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로마의 병사들과 사기가 하늘까지 오른 파라디소스의 병사들만이 있었다.
“전하를 따르라!!!”
“엿 같은 로마 새끼들을 모두 죽여라!!!”
“우오오오오!!!!”
우진이 전날에 말한 것처럼 파라디소스에서 우진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신화속의 영웅이 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우진이라면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광적인 믿음이 파라디소스 병사들의 강점이었다.
그럼 믿음 하나로 지중해 최강국인 로마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정도의 강력한 나라로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우진은 명검을 얻고 나서 검술이 한층 더 대범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너무 막 휘두르면서 검이 상할까봐 약간 조심스럽게 흘리는 위주의 기술을 주로 사용하면서 상대했지만 이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천하의 군신 마르스가 직접 하사한 명검이다.
뭔가 불 나온다거나 스타워즈처럼 레이저 광선검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막힐 정도로 예리한 검날과 튼튼한 도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부러지지 않을 물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까지 보다 훨씬 더 과감한 칼놀림이 가능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예리한 칼의 예기에 눌려서 손 맛이 헐거워서 약간 이물감이 들었지만···.
몇 번의 실전 투입 끝에 이제는 완전히 이 검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 예전에 쓰던 고물 태도를 쓰라고 하면 제대로 쓸 수나 있을지 의문이군.’
우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로마군을 닥치는 대로 썰어갔다.
그런 우진의 활약에 힘입어서 파라디소스의 병사들도 적극적으로 로마군단과 싸웠다.
덕분에 잠시 휘청 거렸던 성벽의 위는 다시 파라디소스의 병사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적의 궁수쪽으로 화살을 날려라!! 사거리는 우리가 더 길다!!”
우진은 성벽의 위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가자 병사들에게 적의 궁수를 노리고 활을 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공성병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성벽 위에서 미리 대응하면 적절하게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궁수들이 성벽을 향해서 꾸준하게 견제 사격을 하는 것이다.
아군이 올라갈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궁수의 원조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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