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폼페이우스의 무위>
다섯 번째는 보통 오우메니우스나 마시르가 순위 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예전에 검투사 시절에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 그리고 크릭서스와 스파르타쿠스가 편을 나눠서 싸웠던 검투대회도 파라디소스에서는 무지막지한 과장이 보태져서 무슨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하늘이 울었고 방패소리에 천둥과 번개가 아레나를 휘몰아쳤다.
그들의 걸음걸이 한번 한 번에 지축이 울렸고 거친 숨소리에 카퓨아의 시민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런 그들의 검투에 주피터가 감탄하다 못해 두려움을 느껴서 비를 내려 그들을 진정 시켰다.
그런 검투사들에게 로마인들이 존경과 경애를 느끼고 차마 그 누구도 죽일 수 없었다.
라는···. 우진이 직접 듣고 쪽팔려서 얼굴을 붉혔던 그런 소문이 태연하게 번질 정도로 말이다.
뭐···. 과장이 어마어마하게 붙기는 했지만 한가지 진실이 있었던 것은 당시 크릭서스는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용맹하게 싸울 정도의 훌륭한 전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그의 강함은 로마인들과의 전투에서 특히 더 강하게 나왔다.
분노로 인해서 더욱더 광폭해진다고 해야 할까?
로마에 쌓인게 많았기에 특히 더 그런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날뛰던 크릭서스가 한 무리의 지휘관 무리를 표적으로 포착했다.
“저 놈은····. 반가운 얼굴이군.”
크릭서스는 직접 전선에 나와서 병사들의 후퇴흘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그나이우스를 발견했다.
폼페이우스의 아들이자 이 전투에서의 작전권을 지니고 있는게 바로 그나이우스였다.
크릭서스가 목을 취하면 전공으로는 최대급 이었다.
“비켜라!!!!”
크릭서스는 로마군단을 거칠게 베어가면서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목표는 그나이우스와 그의 친위부대였다.
“죽기 싫으면 꺼져라!!!!”
크릭서스는 난폭하게 날뛰면서 그나이우스를 목표로 성난 멧돼지처럼 돌진했다.
그러나 그의 돌진이 그나이우스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거기 멈춰라. 야만인.”
“읍!!!!”
분노와 광기로 한 것 날뛰고 있던 크릭서스는 순간 전신에 달아오른 뜨거운 체온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 그의 방패쪽에서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졌다.
콰아앙!!!!
방패 부분이 아니었다면 팔이 부러졌을 것이다.
아니 죽었을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었다.
뜨겁게 식어있던 피는 한 순간에 싸늘해졌고, 피와 광기로 얼룩졌던 머리는 꺼내서 찬물에 헹궈서 다시 집어넣기라도 한 것처럼 냉정해 졌다.
천하의 크릭서스를 단번에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인재가 많은 로마에서도 오로지 한 명 뿐이었다.
“여어···. 반가운 얼굴인군.”
“폼페이우스.”
“오래 말할 필요는 없지? 시작하겠다.”
콰앙!!!
크릭서스의 방패를 후려치는 폼페이우스의 일격과 동시에 두 남자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아들인 그나이우스가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본진을 비운 이후 폼페이우스는 후방에서 상황을 계속해서 살피고 있었다.
아들을 믿어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자신이 무조건 앞장서서 날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난 짐승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마치 무용에 경험과 지혜까지 더해진 노련한 사자라고 할까?
그런 관록이 느껴지는 폼페이우스였다.
백수의 왕처럼 무겁게 분위기만 잡고 있던 폼페이우스의 눈썹이 꿈틀 거리기 시작한 것은 아군이 후퇴하고 거기에 적군이 추적해 오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흠····. 위험하군.’
공성에 나섰던 병력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서둘러 후퇴할 정도라면 뭔가가 크게 틀어진 것일 것이다.
거기다 적들의 추적이 거센 것을 보고 폼페이우스는 여기서 손 놓고 있다가는 피해가 매우 커질 것 같다고 직감했다.
“레피두스!!!”
“예. 사령관님.”
“트리키아의 기병대와 함께 연계해서 아군의 후퇴를 도와라. 난 직접 본진의 예비 병력을 데리고 지휘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레피두스는 폼페이우스의 지시대로 움직였고 폼페이우스는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선에서 마침 아들의 목을 노리고 질주하던 크릭서스를 포착한 것이었다.
크릭서스의 입장에서는 아직 덜 자란 어린 사자를 노리던 늑대가 갑자기 다 큰 숫사자에게 딱 걸린 격이었다.
콰앙!!
“크윽···.”
그리고 지금은 한창 위기 상황이었다.
폼페이우스와 크릭서스의 결투에서 크릭서스는 생전 처음으로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때는 우진과도 검투를 불었었다.
하지만 그때의 우진은 크릭서스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크게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폼페이우스는 완벽한 적으로서 작정하고 크릭서스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확실하게 한수 위의 기량을 지닌 적이 본격적으로 가지 목숨을 노리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실로 오랜만이 크릭서스였다.
완력이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크릭서스였지만 폼페이우스의 공격이 한발 한발 들어올 때마다 전신이 휘청 거리면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반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고 방패를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 방패마저도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방패를 쥐고 있는 손잡이 부분이 삐걱 거린느 것이 느껴졌다.
고정한 못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큭···. 되든 안 되든···.”
크릭서스는 폼페이우스를 향해서 거칠게 돌진했다. 이대로 가다가 방패 없이 폼페이우스와 싸울 자신이 없으니 그대로 무모한 공격을 가공한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그런 크릭서스에게 냉정하게 무자비한 일격을 날렸다.
그 일격을 폼페이우스는 방패로 받아 내는게 아니라 크게 바닥을 굴러서 피했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로마군의 지휘관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방식이었지만 노예 검투사로서 수많은 사선을 넘어왔던 크릭서스에게는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부끄러운 것은 죽어버린 시체뿐.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던 이기는 것만이 절대적 정의라는 것을 크릭서스는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촤아악!!
한 바퀴 굴러서 그대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크릭서스의 공격이 폼페이우스의 목을 노리고 날카로운 궤도를 그리며 날아갔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뒤로 한걸음도 뒤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허리를 뒤로 젖혀서 목을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마치 복서들이 스웨이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크릭서스의 공격을 피한 다음에 폼페이우스의 섬광 같은 찌르기가 크릭서스의 좌반신을 노렸다.
콰앙!!!!
“크으윽!!!”
이 시대의 사각 방패는 평평한 평면이 둥근 면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적의 공격을 받아도 그 공격을 어느 정도 흘려버릴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우스의 공격은 그 굴곡의 정점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수직으로 찍었다.
폼페이우스의 글라디우스가 방패를 뚫고 그대로 크릭서스의 왼쪽 어깨까지 찍어 버렸다.
보통의 전사라면 여기서 승부가 날 법도 한데 크릭서스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근성을 발휘했다.
“이놈!!!!”
휘이익!!!
고통은 참으면서 휘두른 오른팔은 정확하게 폼페이우스의 얼굴을 포착할 것 같았다.
왼손의 방패는 밑에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막을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었다.
어깨 하나를 희생해서 폼페이우스라는 거물을 잡을 수 있다면 절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크릭서스의 회심의 일격이 닿기 전에 폼페이우스의 상체가 밑으로 숙여졌다.
그 거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그래도 그는 크릭서스의 체중의 중심의 아래로 파고 들어서 방패를 이용해서 크릭서스를 밑에서 받쳐 올렸다.
“흐읍!!!”
순간 크릭서스에게는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였다.
물론 멀쩡한 세상이 뒤집어 진 것이 아니다.
뒤집힌 것은 크릭서스였다.
밑으로 파고든 폼페이우스가 크릭서스를 방패를 이용해서 어깨위로 떠메서 뒤로 넘긴 것이다.
쿵!!
“크윽··. 커억!!!‘
폼페이우스의 뒤편으로 넘어간 크릭서스는 그대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전에 폼페이우스의 두꺼운 발이 그의 심장을 찍어 버렸다.
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늑골이 부러진 것 같은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제법 재미있었다만···. 끝이다.”
“누구 마음대로!!!”
폼페이우스가 크릭서스를 그대로 끝장내려고 하는 순간 끼어든 것은 창을 들고 있는 날렵한 흑인이었다.
그가 매섭게 창을 찔러 넣자 폼페이우스는 아쉽게도 자기 의도를 완성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뒤로 물러난 그에게 연속으로 날카로운 찌르기가 날아왔다.
“흠·····.”
심상치 않은 기세의 찌르기에 폼페이우스는 가볍게 보지 않고 적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받아냈다.
중중상하.
속임수를 곁들여서 날아온 마지막 회심의 하단 찌르기까지 가볍게 피한 폼페이우스를 보고 흑인 장수는 혀를 찼다.
“쯧, 소문대로군····.”
아쉬워하는 상대를 보고 폼페이우스는 손을 툭툭 흔들어 풀면서 말했다.
“흑인에 이정도 기량이라면···. 네가 오우메니우스인가?”
“그렇다.”
폼페이우스에게서 크릭서스의 목숨을 구한 오우메니우스는 가볍게 긍정했다.
“흠··, 생각보다 제법이군. 방금 공격은 살짝 위험했다.
“칭찬 고맙군.”
오우메니우스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온화한 그 다운 대응이었다.
“하지만 네 실력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거기 망가진 굴족과 같이 검둥이 시체가 하나 늘어날 뿐이다.”
“쿨럭···. 누가 망가졌다고?”
폼페이우스의 말에 울컥한 것처럼 크릭서스가 새로운 방패를 바닥에서 주워서 일어났다.
한쪽 어깨의 부상은 상당히 큰 것으로 뼈에까지 닿은 일격이었다.
하지만 용케도 그팔로 무거운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아직 싸울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입만은 살아있군. 너희 두 놈 모두 내 전공에 이름을 놀려라.”
폼페이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바로 잡았다.
그런 폼페이우스에게 오우메니우스가 말했다.
“당신이야 말로 각오 하는게 좋을 거요.”
“자신감만 대단하군.”
“근거가 있거든.”
“근거?”
“내가 그 근거다.”
2대1의 난장판에서 새롭게 나타난 1인을 보고 폼페이우스는 쓰게 웃었다
“스파르타쿠스.”
“3대1이 불공평 하다고는 말 못하겠지? 네놈 같은 괴물이라면 말이야.”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폼페이우스는 주변을 슬쩍 바라봤다.
아직 아군이 후퇴를 완전하게 하려면 좀 더 시간을 끌어야 했다.
여기에 지휘관 세 명이 모여 있다면 이 일기토를 피할이유는 없었다.
“와봐라. 피라미들아.”
폼페이우스의 한 마디와 함께 3대1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