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우진의 말에 폼페이우스는 아들을 흘깃 보고 그 다음에는 크릭서스를 흘깃 보더니····.
“관두지.”
“아버지!!!”
“사령관이라고 했다.”
“···········.”
항의하는 아들을 엄하게 진정시킨 폼페이우스는 그대로 우진을 보면서 말했다.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남들 하는 만큼은 키워놓은 아들이다. 하지만, 저런 강적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방법은 미처 가르치질 못했지. 제안은 사양 하겠다.”
“아쉽군. 싸우기도 전에 적의 전력을 줄이고 사기를 깎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
폼페이우스는 우진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나이우스는 훌륭한 군인이기는 했지만 전사로서의 면모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전쟁터에서의 싸움은 마치 시저처럼 전략과 전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싸우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큰 아들이 반갑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재능을 이어받아 주지 않은 아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아들은 아들.
질게 뻔한 싸움에 엉덩이를 두드리면서 나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회담이라고 해도 딱히 정치적인 말이 오가지는 않는군.”
“우리 둘다 그런 성격이 아닌 거지. 그럼 이제 슬슬 자리를 비우지.”
“그래··. 그게 좋겠지. 내일부터는 공격하겠다.”
“받아쳐 주지.”
우진과 폼페이우스는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는 강한 눈빛을 교환했다.
순간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제법 괜찮은 친구가 될 지도 몰랐다고 둘은 동시에 생각했다.
회담이 끝나자 우진은 바로 군사회의를 소집했다.
내일 공격한다고 했다면 내일 공격할 것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본 폼페이우스는 별로 거짓말을 할 성격은 아니었다.
간계를 혐오해서라기 보다는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남자였다.
우진은 콘센티아 일대의 지도를 펼치고 내일의 작전을 설명했다.
“스파르타쿠스, 오우메니우스와 함께 콘센티아의 성벽의 지휘를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둘의 대답을 들은 우진은 다음으로 크릭서스에게 말했다.
“크릭서스. 마시르가 이집트에 있으니 내 보좌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네. 자네 말고는 적당한 인물이 없군.”
“반드시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크릭서스의 듬직한 대답을 들으면서 우진은 상세하게 내일의 전투를 설명해 갔다.
“아마도 적은 정공법으로 공격할 것이다. 정면으 성문과 성벽을 두드리면서 말이야.”
“콘센티아의 성벽은 충분히 튼튼하게 관리해 왔습니다. 쉽게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알아. 하지만 적의 군세는 20만이 넘어가고 있어. 저 정도 병력이 깔짝거리면 성벽이 아니라 산이라고 해도 무너질지 몰라.”
“··············.”
“그러니. 내일의 전투는 성벽을 사수하는 것과 동시에 성벽의 밖으로 나가서 적들을 공격하는 별동대를 따로 조직한다. 별동대를 이끄는 것은 나와 나의 직속 기마대 1만이 한다. 그 중에서 중장 기병을 제외한 나머지 5,000의 평기마대의 지휘는 크릭서스가 한다.”
“전하···. 기마부대를 지휘 할 생각이라면 제가 더 익숙합니다.”
스파르타쿠스는 우진에게 자신이 별동대를 지휘하겠다고 지원했다.
하지만 우진을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성벽을 잘 지켜라. 콘센티아에 오랫동안 주둔했던 그대보다 더 이 성벽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알겠습니다.”
사실 우진도 크릭서스와 오우메니우스에게 성벽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기마를 이끌고 적의 본진을 공격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크릭서스의 성질 머리를 자기 아니면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인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진은 크릭서스에게 자신의 옆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크릭서스의 군단에도 기마대는 있었고, 파라디소스의 모든 기마부대는 언월도를 표준 장비로 썼으니···.
그가 기마대를 지휘하는 것에 별 위화감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적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하는 것이다.
‘시저, 그 놈이 아무 승산 없이 전쟁을 순순히 받아 들였을 리가 없어. 뭔가 승산이 있으니 일을 벌였겠지. ····그게 뭔지는 내일 밝혀내자.’
적의 속셈을 모를 때는 일단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 하는게 최선이었다.
다음날.
“부대에에에에!!!! 전진!!!”
뿌우우우!!!!
로마군의 진형에서 전진 나팔 소리가 울리고 로마군이 발 맞춰서 척척 걸어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저 짓거리 하나는 정말 잘한단 말이야?”
로마군의 줄 맞춰서 걸어가는 능력은 아마도 세계 최고가 아닐까?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현재 우진의 병력은 기마대를 이끌고 성벽의 앞에 미리 나와 있었다.
일정하게 도열하고 있는 기마대는 크릭서스와 우진이 각각 지휘관을 가지고 두 개의 부대로 나눠져 있었다.
사실 기마 부대를 지휘하면서 우진이 능숙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은 두 부대까지 정도였다.
테무진처럼 10개가 넘는 부대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지휘력은 우진에게 불가능 했다.
엄밀히 말해서 그게 되는 테무진이 비정상이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로마군은 기마대가 후졌으니 이걸로도 충분···. 응? 저게 뭐지?“
우진은 폼페이우스의 뒤편에서 한 무리의 기마대가 대기하고 잇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원래 기마대가 있는 것이야 놀랄 일이 아니지만···. 이제까지 로마군단에서 이용하던 기마부대와는 규모가 달랐다.
기껏해야 1,000미만의 기마대만 가지고 대부분 전령으로 응용 하는게 고작이었던 로마군이었다.
로마 기마대 = 허접.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와 싸워온 우진의 머릿속에 있는 철칙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 폼페이우스의 군단 뒤편에는 척 봐도 1만이 넘어 보이는 대규모 기마대가 보였다.
북부의 야만인들이 비웃으며 말하는 것처럼 로마인들은 말을 탈 줄 모르는 난쟁이들이라는 속설은 거둬야 할 것만 같았다.
“무장을 제대로 한 병력인데···? 어디 병력이지? 로마에 저런 대규모 기마대는 없었을 텐데?”
갑작스런 변수에 우진을 살짝 당황했다.
순간 테무진이 로마와 손을 잡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로마가 저 정도의 기마대를 이용 할 수 있는 기마전력은···.
“트리키아인가?”
우진의 예상은 정답이었다.
로마는 기병이 약하다. 최강의 방어력을 지닌 중장기보병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로마의 기병이 약하다는 것은 지중해의 모든 군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로마군 본인도 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기병을 양성하는 것이 힘들면 기마를 잘 타는 민족에게서 보조병을 모집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활용하는 양대 기마대가 바로 트리키아와 누미디아였다.
이 두 가지 국가의 기마대가 로마를 도와서 종종 전쟁에서 기병의 부재를 막아주는 듬직한 아군이었다.
다만 이제 누미디아의 원조는 바랄 수 없었다.
포에니 전쟁 시절부터 로마를 도와주던 듬직한 아군이었지만 이제는 그 아군이 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나라 왕자가 지금 파라디소스에서 유리 공주하고 같이 쎄쎄쎄하면서 놀고 있지 않은가?
결국 로마에 남은 기마민족 중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는 트리키아 하나로 좁혀졌다.
특히 소아시아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폼페이우스는 트리키아를 다독이는 것에 주력했다.
소아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트리키아는 듬직한 아군이었고 보급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도 절대로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민족이었다.
원래 트리키아는 로마를 상대로 아군이었다가도 금새 배신을 반복하는 그런 민족이었다.
국가라고는 해도 유목 생활이 주축인 민족이었기에 각 부족의 부족장들의 권한이 강했고, 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트리키아 인이라고 해도 로마에 호의적인 트리키아 부족이 있었고 반대로 적대적인 부족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트리키아 부족을 폼페이우스가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다.
소아시아로 원정을 가면서 폼페이우스는 후방의 안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었다.
안토니우스를 시켜서 킬리키아 연안의 해적들을 싹 쓸어버리게 한 것이나 후방의 트리키아의 안정화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군을 전진 시켰다.
그런 꼼꼼함은 이전의 폼페이우스에게는 없었던 것이었지만 스파르타쿠스에게 전략으로 한 방 먹은 후에는 약간이지만 이런 안전성을 생각하는 전략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트리키아를 평정해서 로마에 적대적인 부족들을 정리하고 호의적인 부족들에게는 그 점령한 토지의 관리를 맡겼다.
그렇게 한 덕분에 지금 트리키아 일대는 대부분 로마에 호의적인 부족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다기 보다는 로마에 호의적이지 않고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지역으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
폰투스와의 전쟁중에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는게 주목적이었지만 이런 평정이 새로운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멀리 트리키아에서 이렇게 대규모 기병을 지원군으로 받아 올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파라디소스의 중장기병에 대해서는 이미 소문이 났다.
로마의 중장보병을 그대로 뚫어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부대라는 정보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즉, 저 기마대가 바로 우진의 중장기병대의 돌격을 막기 위해서 어찌어찌 마련한 준비라는 것일 것이다.
“···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 크릭서스, 뒤처지지 말고 따라오도록.”
“옛!!”
“좋아. 따라와라!!!”
우진은 그대로 기마대를 이끌고 적진의 측면으로 우회 돌격하기 시작했다.
우진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폼페이우스의 사령부에서도 전령이 정보를 전달했다.
“적들이 옵니다.”
“경로는?”
“우익입니다.”
“그래···. 기마대를 출격 시켜라. 작전대로 한다.”
“예. 알겠습니다.”
폼페이우스의 명령에 다라서 트리키아의 기마대가 우진의 중장보병을 향해서 달려 들었다.
창과 가벼운 가죽 갑옷을 무장한 그 기마대는 사실상 마시르가 이끄는 경기병대에 가까웠다.
‘개개인의 기마 실력만 받쳐주면 저것도 괜찮기는 하지, 하지만 내 중장기병대는 무적이다.’
“피하지 않고 바로 쳐 부순다!!! 돌격하라!!!”
“옛!!!”
“옛!!!”
“옛!!!”
우진은 정면 돌격을 선택했다. 그리고 부하들도 우진의 뒤를 따라서 쇄기형 진형을 만들고 돌진했다.
우진은 자신의 기마대에 확실한 자신이 있었다.
중세의 기사계급이나 가우리의 개마무사라도 오지 않는 이상은 지금의 우진의 기마부대를 깨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이 기마대의 장비와 전술은 현 지중해의 시대를 몇 백년은 거스른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죽어랏!!!”
우진은 선두에서 돌격하자마자 자신에게 마주한 트리키아의 기마병의 목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태도를 휘두르면서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우오오!!!”
“전하를 따르라!!!”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파라디소스 중장기병대의 집단 돌파가 시작되었다.
트리키아의 기마대의 빈약한 무장으로는 파라디소스의 기마대를 막을 수가 없었다.
특히 우진의 무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했다.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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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