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89화 (189/220)

189화

<콘센티아의 전투.>

다그닥, 다그닥.

콘센티아의 성벽 앞의 넓은 평야에 한 마리의 기마가 부지런히 달려오더니 멈췄다.

“난 대로마의 군신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님의 전령이다. 성문을 열어라!!!”

“···어떻게 할 까요?”

“어쩌긴 뭘 어째? 열어.”

우진은 성벽의 위에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성문이 열리고 잠시 후에는 로마의 전령이라는 인간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우진의 앞에 도착했다.

‘···패기 좋은 쌍판인걸?’

우진은 전령을 패고 시작할까? 아니면 한 번 봐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우진이 고민할 사항은 아니었다.

퍼억!!

“꿇어라.”

우진의 밑에서 작위를 받고 많이 물렁해지기는 했지만 파라디소스에서 가장 성질 더러운 인간 랭크를 먹이면 항상 톱 랭크에 오르는 남자.

크릭서스가 창대로 전령의 중아리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크윽··. 전령에게 이게 무슨····.”

따지고 들려던 전령은 자신의 목에 차갑게 겨눠지는 창날에 입을 다물었다.

그대로 창날을 겨눈 크릭서스가 전령을 보면서 말했다.

“전하 앞에서 목에 철심 박은 것처럼 행동한 시점에서 네놈 대가리라 날아가지 않은 것에 감사해라.”

“···········.”

전령은 공갈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크릭서스의 협박에 속으로 침만 삼켰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나 다른 지휘관들도 딱히 크릭서스를 재지하지는 않았다.

직접 나선 것은 크릭서스였지만 못마땅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었다.

“자. 그만하지. 크릭서스 후작.”

“예. 알겠습니다.”

크릭서스는 우진이 그만하라고 하자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물러났다.

한 때 스파르타쿠스의 밑에서 대등한 위치를 구하다던 굴족의 대표가 이제는 충실한 우진의 신하가 된 것이다.

우진은 크릭서스를 물리고 전령에게 말했다.

“할 말이 있어서 왔을 텐데? 말해봐라.”

“······폼페이우스 님의 전언이오. ‘중간에 한 번 보자.’ 라고 하셨···읏!!!”

말을 하던 전령은 순간 주변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파라디소스의 지휘관들의 시선에 몸을 움추렸다.

“전하,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저 전령의 대가리를 잘라서 폼페이우스에게 보내겠습니다.”

오우메니우스가 앞으로 나와서 격하게 외쳤다.

우진의 신하들 중에서 가장 온화하고 냉정한 성격인 그가 이렇게 나설 정도면 성질 더러운 크릭서스나 로마에 대한 증오심이 가장 강한 스파르타쿠스가 어떻게 반응할 지는 뻔했다.

그 외에도 모든 지휘관들이 전령을 산체로 찢어 죽일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반말을 들은 우진이 오히려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모두들 진정해라. 저 놈 혓바닥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그냥 메시지일 뿐이지 않나?”

“그건···.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을 진정 시키고 우진은 전령에게 말했다.

“살려서 보내주마. 대신.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만약 그대로 전하지 않겠다면 내가 폼페이우스와의 회담에서 네놈이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고 말할테다. 알겠나?”

“···예.”

전령은 잔뜩 겁에 질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에 당당한 태도는 온데 간데 없었다.

전령은 우진의 전언을 가지고 폼페이우스의 앞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수고했다. 대답은?”

“···그대로 전하라는 말을 ··· 그대로 전해도 되겠습니까?”

“·····말해 봐라.”

폼페이우스는 재미 있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러자 전령은 식은땀을 흘리며 망설이다가 두 눈을 딱 감고 말했다.

“좋다. 한 번 보자. 그리고······.”

“그리고?”

“··············.”

“말해 봐라. 놈이 말한 그대로.”

“·····그리고···, 건방지게 까불면 엉덩이를 걷어차서 로마까지 날려 버리겠다···. 라고 했습니다.”

“··············.”

폼페이우스는 피식 웃어버렸다.

대신에 빡친 것은 주변의 다른 지휘관들이었다.

“그 야만인이 감히···.”

“예의라고는 눈꼽 만큼도 모르는 것들···.”

“딕닥토르!! 지금 당장 콘센티아를 향한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난리치는 지휘관들을 보면서 폼페이우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은 나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죽고 죽이는 것은 나중에도 실컷 할 거다. 그러니 일단은 얼굴 구경이나 한 번 하고 싸우면 좋겠군.”

“···········.”

“···········.”

“···········.”

“자리를 준비해라. 내가 직접 만나겠다.”

결국 콘센티아의 성벽 바로 앞에 폼페이우스와 우진이 만날 자리가 마련 되었다.

자리라고 해 봐야 탁자 하나 가져다 놓고 거기에 의자 두 개를 가져다 놓은 것 뿐이지만 말이다.

사실 술이나 음식도 준비하려고 했지만 양쪽 어디서 준비해도 서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쪽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나왔다.

폼페이우스를 위주로 해서 두명의 남자는 아직 젊은 티가 나는 지휘관들이었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오른팔 격인 안토니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보냈지만··.

그래도 로마 최강인 폼페이우스 군단의 지휘관층은 두꺼웠다.

그 중에서는 최근에 시저가 보내준 젊은 인재도 있었다.

옥타비아누스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이 젊은이의 이름은 마르쿠스 아이밀리우스 레피두스.

역사적으로 크게 알려져 있지만 않지만 제법 유명한 인물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시저가 죽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와 더불어서 함께 삼두정치를 한 레피두스가 바로 이 젊은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레피두스가 세운 가장 큰 공은 에스파냐, 갈리아, 나르본에 아프리카까지 평정한 것과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었다.

그렇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폼페이우스의 아들인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 싸워서 이긴 남자인 것이다.

참고로 섹스투스는 현제 로마에서 후방 대기중이었고, 가장 큰 형이자 아버지와 이름이 비슷한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이 전쟁터에 따라와 있었다.

이름에서 마그누스라는 단어가 빠진 것만 빼면 아버지와 이름이 똑같은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폼페이우스의 큰아들로 아버지를 따라서 수많은 전쟁터를 경험한 젊지만 유능한 군인이었다.

폼페이우스는 이 둘을 데리고 회담의 테이블로 나왔다.

그리고 우진 역시 두 명의 남자를 대동하고 나왔다.

한명은 스파르타쿠스, 그리고 또 한명은 크릭서스였다.

이 둘에 관해서라면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때는 카퓨아에서 반란을 일으켜서 로마 남부를 공포에 떨게 하던 둘이었으니 말이다.

양쪽이 모두 테이블에 앉자 폼페이우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당신 얼굴을 상상했었지···. 생각보다 어리게 생겼는걸?”

“칭찬 고맙군. 당신은 생각보다 늙어 보이는걸?”

우진의 말에 폼페이우스는 피식 웃으면서 넘겨 버렸다.

원래의 역사에서의 자존심 덩어리 폼페이우스라면 이런 도발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아니 로마인도 아닌 우진에게 먼저 회담을 제안한다는 상황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틀리고 틀어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폼페이우스의 안에서 뭔가가 확실하게 변했다.

지금의 폼페이우스는 원래의 역사속에서의 폼페이우스와는 몸도 정신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 직접 보니 감상은 어떤가? 폼페이우스.”

“글쎄····. 거두절미하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지.”

“나도 그게 편하다.”

둘의 대화는 지금 당장 서로 죽고 죽이고 해야 하는 적이 아니라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이나 술친구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이미 입장에 의한 적대감을 초월할 만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끌리는 것이었다.

“너, 디오클레이우스나 스파르타쿠스보다 더 강한가?”

“호오···. 궁금한게 그건가?”

“그런거지 뭐.”

폼페이우스의 말에 우진은 빙긋 웃으면서 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댔다.

그리고는 폼페이우스를 보면서 삐딱하게 도발하듯이 말했다.

“글쎄···. 어떻게 보이나?”

“어떻게 보이냐고 물으면······.”

폼페이우스는 위 아래로 우진을 차분하게 훝어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비리비리해 보이는 군.”

콰앙!!!

폼페이우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크릭서스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쳐서 박살냈다.

동시에 레피두스와 그나이우스도 벌떡 일어나서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만!!”

“그만!!”

양쪽의 도발에 폼페이우스와 우진이 동시에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거기에 일단 행동을 멈춘 크릭서스였지만 아직 분기가 가신 것은 아닌 듯 했다.

폼페이우스를 상대로 이를 갈면서 으르렁 거리는 크릭서스를 보니 확실히 아직 성질이 죽었다고 하기는 무리 같았다.

“흠···, 그러고 보니 스파르타쿠스는 오랜만이지만···. 저 굴족은 처음 보는군. 내가 생각하는 인물이 맞나?”

“크릭서스, 우리 파라디소스의 후작이다.”

“후작? 뭐··, 너희들 계급은 잘 모르겠지만 프라이토르 정도로 여기면 되나?”

“흠···, 그거랑 콘술이랑 중간 정도로 여기면 될 거다.”

“쯧, 복잡하기는···. 하여튼 좀 진정하게 굴족의 애완견은 좀 조용히 시키지?”

“어디 그 애완견에게 목덜미를 물어 뜯겨 볼테냐? 폼페이우스.”

크릭서스가 살기를 진득하게 풍기면서 말하자 반응한 것은 폼페이우스가 아니라 폼페이우스의 아들인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였다.

뭐···. 어차피 이름은 같은 폼페이우스지만···.

아무래도 로마인들은 작명감각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귀찮아하거나···.

어쨌든 아버지의 모독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분연하게 일어난 그나이우스(이름이 같으므로 지금부터는 편의상 아들은 그나이우스, 아버지는 폼페이우스로 표현하겠습니다.)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누구한테 이빨을 들이대는 거냐? 야만인아.”

“입 닥쳐라. 로마의 애송아. 로마로 가서 엄마 젖이나 좀 더 빨고 오렴.”

크릭서스의 말에 그나이우스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런 그나이우스를 보고 폼페이우스가 말했다.

“그만해라. 그나이우스.”

“··아버지.”

“여기서는 사령관이다.”

“···예. 사령관님. ····하지만 저 굴족이 너무 무례합니다. 여기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단칼에 목을 날려 버리겠습니다.”

“푸하하하하하·····.”

그나이우스의 말이 끝나자 박장대소를 퍼트린 것은 우진이었다.

스파르타쿠스 역시 우진처럼 박장대소를 하지는 않았지만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키득 거리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 둘의 대응에 그나이우스는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우진은 한 바탕 웃고나서 폼페이우스에게 말했다.

“어떤가? 이대로 전쟁전에 여흥으로 두 전사의 검투라도 보겠나?”

============================ 작품 후기 ============================

우진 : 포켓몬 대결 한 번 해볼테냐? 난 크릭서스로 정했다.

폼페이우스 : .....내가 직접 싸우는것 아니면 그냥 안 할련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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