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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87화 (187/220)

187화

디오클레이우스는 할버드를 들어서 안토니우스의 공격을 막았지만 바로 다음 공격이 들어왔다.

공격이 노리는 것은 할버드를 잡고 있는 디오클레이우스의 왼손이었다.

‘칫···.’

디오클레이우스는 어쩔 수 없이 왼손을 풀었다. 그리고 오른손 하나로 할버드를 쥐고 있는 틈을 타고 안토니우스가 한쪽 팔에 들려있던 글라디우스를 버리고 그대로 한손으로 디오클레이우스의 할버드를 잡아서 당겼다.

‘큭······.’

디오클레이우스는 만만치 않은 안토니우스의 완력에 의해서 살짝 끌려 갔지만 다시 힘으로 오른손을 당겨서 할버드를 뺐다.

여기까지 벌어진 공방은 실로 순간.

두 사람 모두 한 호흡도 쉬지 않고 한 순간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공방이었다.

‘이 놈 완전히 변했····’

뻐어억!!!

디오클레이우스는 관자놀이에 찡한 충격을 받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오른손에 들려 있던 할버드는 그대로 놓치고 말았다.

“···········.”

디오클레이우스는 타격 부위에 손을 가져가자 거기에 붉은 핏물이 맺혀 나왔다.

자신의 한쪽 관자놀이를 찍어 버린 것은 안토니우스의 손에 들려 있는 글라디우스의 칼자루였다.

“····흠.”

“애송이 한테 죽다 살아난 기분은 어떤가?”

“너 이자식···, 일부로 자루로 찍었겠다?”

“예전에 내 내장을 다 뒤집어 놓은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

“·············.”

“이제 피차 장난은 끝내자. 뽑아라.”

“·····후회하지 마라.”

스르릉·····.

디오클레이우스는 양쪽 허리에 달려있는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뽑았다.

다수의 잔챙이를 상대할 때는 묵직한 할버드로 후려 갈기듯이 싸우는 것을 선호하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하지만 진짜 강적을 상대할 때는 익숙한 무기를 쓴다.

우진과 함께 로마 최강의 검투사로 이름을 날렸던 시절부터 애용해온 분신과도 같은 두 자루의 글라디우스를 말이다.

“·····죽기 전에 아까 검자루로 찍는 여유 보이지 말고 그냥 죽일걸. 이라는 길고 긴 후회를 하게 될 거다.”

“그건 그때지···. 그럼 시작해 볼까?”

안토니우스 역시 두 자루의 글라디우스를 쥐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세를 잡았다.

“···············.”

“···············.”

양 사령관이 1대1 대결에 들어가자 주변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긴장감이 맴돌고 누군가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크윽····. 망할···.”

그나마 유일하게 둘의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쪽에서 입가의 핏물을 닦아내고 있는 아그리파 정도였다.

‘괴물들 같으니라고····.’

예전의 안토니우스도 그랬지만 아그리파는 이제까지 일대일로는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본 안토니우스는 물론이고 폼페이우스가 상대라고 해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뭐···, 우물 밖의 세계를 몰랐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디오클레이우스에게 깨지고,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를 안토니우스가 멀쩡하게 상대하는 것을 보고는 처음으로 자신의 수준을 깨달았다.

‘····저 괴물들 수준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부족한 자가 발전을 하기 위한 첫 단계는 무엇보다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아그리파는 저 둘의 결투를 두 눈에 똑바로 새겨두기 위해서 부러진 늑골의 통증을 참으면서 집중했다.

“후우우우우우우우············.”

두 바퀴 정도 돌았을까?

먼저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안토니우스였다. 호흡을 길게 조절하면서 안토니우스는 디오클레이우스를 향해서 검 끝을 정조준 했다.

‘온다····.’

콰직!!

디오클레이우스의 예상과 동시에 안토니우스가 쏘아진 화살처럼 돌진했다.

그 돌진력에 안토니우스가 있던 자리의 갑판의 나무가 부러질 정도였다.

카아아앙!!

단 일격이었지만 안토니우스의 날카로운 공격은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노리고 지나갔다.

공격을 막아낸 디오클레이우스가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안토니우스는 이미 멀리 떨어진 후였다.

통··· 통··· 통···.

디오클레이우스에게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발로 땅을 구르면서 강약을 조절하고 있는 안토니우스의 모습을 보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살짝 감탄했다.

‘이 놈···. 한층 더 빨라졌다.’

예전에도 빠르기는 빨랐지만 이제는 정말 빨랐다. 혹시 놈이 신고 있는 저 군화가 헤르메스의 축복이라도 받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몇 번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던 안토니우스의 몸이 다시 한 번 질주했다.

순식간에 접근해오는 안토니우스를 보고 디오클레이우스는 오른팔의 검을 힘껏 찔렀다.

‘두 번은 안 돼.’

아무리 빠른 공격이라고 해도 팬턴이 읽히면 그 효과는 반감 되는 법이다.

디오클레이우스의 카운터 어택은 정확한 타이밍에 안토니우스의 심장을 찌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당초 팔도 무기도 디오클레이우스가 안토니우스 보다 더 길다.

그런 상황이라면 타이밍을 맞춰서 적의 스피드를 역이용 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촤아악!!!

디오클레이우스의 검이 찔러지는 것과 동시에 질주하던 안토니우스의 허리가 뒤로 쭉 휘어졌다.

우진이 봤다면 현대의 림보 댄스 같아고 생각할 정도로 아크로바틱하게 휘어진 허리는 유연했지만 강철 같은 탄력도 가지고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그의 품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안토니우스의 상체가 스프링이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디오클레이우스의 목을 노리고 안토니우스의 오른팔의 글라디우스가 바람을 갈았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 공격을 머리를 숙여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쇄애액!!!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예리한 칼날은 디오클레이우스의 머리카락을 몇 올 가져갔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에는 실패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그대로 상체를 숙인 채로 오른발을 중심으로 한 바퀴 빙글 돌아서 안토니우스의 허리를 갈라 버리려고 했다.

밸런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안토니우스는 그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카아아앙!!

피할 수 없는 대신에 두 자루의 검을 X자로 겹쳐셔 디오클레이우스의 공격을 받아낸 안토니우스는 그대로 가위처럼 교차한 검으로 디오클레이우스의 검을 타고 가서 디오클레이우스의 팔을 타고 얼굴로 찔러 갔다.

공격의 동선은 팔, 어깨 목까지 모두 포함하는 절묘한 루트를 점하고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직감적으로 이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하기 이 전에 그대로 반대편의 왼손의 글라디우스로 적의 목을 찔러갔다.

“크윽···.”

“치잇····.”

촤아악!! 쫘악!!

둘은 서로를 향해서 치명적인 공방을 날렸지만 서로 뺨에 길게 검상을 남기는 것 정도의 성과 밖에는 남기지 못했다.

둘의 공방은 복잡하고 길었지만 시간으로 치면 3~5초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마치 맹수들의 발톱과 이빨이 오가는 것처럼 고도의 공방을 펼친 것이다.

그 복잡하고 고도의 공방을 다 똑바로 본 로마, 파라디소스 양쪽의 군을 통틀어서 아그리파 한 명 뿐이었다.

‘····정 떨어지는 괴물들 같으니라고·····.’

원래의 역사에서 아그리파는 안토니우스를 악티움 해전에서 제대로 엿 먹이고 옥타비아누스를 아우구스투스로 만드는 데 최대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한참 멀었다.

절정기에 도달한 안토니우스를 상대하기에 그는 이제 막 우물 밖의 바다를 체험한 새끼 상어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새끼 상어의 앞에서 사납고 커다란 범고래들이 서로를 물어뜯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이빨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캉!! 카앙!!! 카가가가가각···· 카앙!!!

안토니우스가 본격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디오클레이우스도 발을 쓰면서 적을 상대했다.

이제까지 자신의 리치와 체구를 살려서 넓은 공격권을 살려서 싸우던 디오클레이우스였지만 안토니우스를 상대하면서 발을 멈추면 바로 사방에서 얻어 맞다가 죽을 것 같았다.

이 둘이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자 일반 병사는 물론이고 아그리파도 공방을 완벽하게 파악 할 수가 없었다.

둘이 한 번씩 부딪힐 때마다 검에서 불꽃이 튀기고, 둘의 숨소리가 사나운 짐승의 것처럼 거칠었다.

좀 전에 아그리파를 상대할 때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디오클레이우스도 지금 안토니우스를 상대하면서는 어깨로 숨을 쉴 정도로 체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물론 안토니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다 다음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잠깐만 방심하면 바로 목숨을 가져 갈 날카로운 일격 일격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여력을 남긴다거나 집중을 잃으면 바로 그 순간에 목이 몸통하고 영구 작별을 할 것 같았다.

100합, 200합····.

보는 사람들이 숨 막힐 정도로 처절한 결투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디오클레이우스와 안토니우스는 이미 갑옷도 여기저기 파손되고 둘이 흘린 피로 갑판의 여기저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것처럼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힘을 모으기 위해 호흡을 정돈하고 있었다.

‘저 괴물···. 나도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크게 될 놈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군.’

안토니우스와 디오클레이우스는 서로를 항한 감탄의 감정이 적의를 능가할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결국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기 위해서는 여기서 둘의 싸움에서 한 명은 죽어야 했다.

이제 체력도 서서히 한계였다.

고수간의 승부가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은 이렇게 체력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먼저 빈틈을 보이는 쪽이었다.

둘의 전사로서의 경험치가 말해 주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몇 합이면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아아아아아!!!!!!”

안토니우스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서 뱃속에서부터 함성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디오클레이우스는 이 순간 두근 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키며 차분하게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과거··. 그러니까 파라디소스를 건국하기도 이 전에 우진과 함께 노예 검투사로 활동하던 시절····.

“커억····.”

우진이 디오클레이우스의 휘두르기를 피하고 팔꿈치로 디오클레이우스의 명치를 쳐 올렸다.

뱃속에 먹은 것을 다 게워낼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면서 디오클레이우스의 거대한 몸이 무릎을 꿇었다.

“헉····. 헉····. 제기랄···. 왜 한 번도 못 이기는 거지? 진 너 무슨 속임수 쓰는 것 아니야?”

“속임수? 결투에서 속임수에 당하면 그게 병신이지.”

“·········.”

우진의 말에 부정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뭔가 문제가 있나? 힘이 부족하다거나?”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족한게 아니라 너무 넘치고 있다. 필요이상으로 말이야.”

“·······아앙?”

디오클레이우스의 얼굴에는 ‘난 지금 네가 하는 헛소리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우진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디오클레이우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고향에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지나치면 좋지 못하다는 말이 있다.”

“헛소리네.”

“들어!!!”

우진은 디오클레이우스의 투덜 거림을 닥치게 하고 말을 이어갔다.

“넌 싸울 때 항상 온 몸에 힘이 가득 들어있어. 그래서 공격의 전에도 네 몸을 보고 이제 공격이 오겠구나. 라는 티가 팍팍 난단 말이야.”

“···너 말고는 그런거 읽어내는 변태는 없던 것 같은데?”

“첫째, 친구가 나발이고 변태라고 또 한다면 네 코뼈를 주저앉혀 버릴 거야.”

“··········.”

“둘째, 나처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해도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치가 있는 인간이라면 의식적으로는 못 읽어도 무의식 적으로는 읽어내고 반응하는 법이야.”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몸에서 힘을 빼. 릴랙스하고 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힘만 있으면 돼. 거기에 넘치는 여분의 힘은 낭비일 뿐이야.”

“·············?”

“젠장, 너 이해 못하고 있지.”

“변태의 논리를 이해 하는 건 나에게 불가능 해.”

“죽어!!! 새끼야!!!”

============================ 작품 후기 ============================

둘의 결착은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제 절단이 들어갔던 것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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