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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82화 (182/220)

182화

유리가 나가자 우진은 여전히 자기 품안에 있는 어린 아들을 안아서 지켜보면서 말했다.

“아들아. 이건 네가 못 알아 들어서 상관없는 말이지만 남자 대 남자로 말하자. 네 누나가 커서 오늘처럼 널 귀여워 해 줬다는 것을 꼭 기억하렴. 자. 약속.”

아들의 작은 새끼 손가락을 걸지는 못하고 살짝 데기만 하는 우진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네 누나가 나쁜 놈팽이한테 꼬여가거나 하면 확 그 자식 엉덩이를 5미터 짜리 장창으로 푸·····.”

“뭐 하는 거에요!!!?”

우진이 아들에게 조기교육을 시키는 와중에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들어온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였다.

“이런, 왔어? ····인기척 좀 내고 다니지···.”

“내고 왔어요. 노크도 했잖아요? 당신이 뭔가 유진이에게 이상항 세뇌를 시키느라고 듣지 못한 거지.”

“세뇌라니? 그냥 남자 대 남자의 진솔한 대화였을 뿐이야. 그렇지 유진아? 하이 파이브.”

“까까···.”

유진은 아빠가 손바작을 펴자 자기도 좋다고 고사리 같은 손을거기에 짝짝 두드린다.

“도대체 그게 뭐에요? 아들한테 이상한 교육이라도 시킨 거에요?”

“이건 하이파이브라는 거야. ····우리 왕가의 전통으로 물려 줄까봐.”

“관 둬요. 왠지 이상해 보여요.”

“하이 파이브가 이상하다니····. 슬램덩크 최종권을 보고 나서도 그런 망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

“그게 뭔지 모르겠고,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유진이나 이리 줘요. 밥 먹일 시간이에요.”

“응? 아아···.”

아빠가 아기에에 젖을 먹일 수는 없는 법이니 우진은 그냥 순순하게 유진이를 넘겨줬다.

“까하·····.”

유진은 친 엄마도 아니지만 클레오파트라가 안아주자 좋다고 꺄르륵 웃었다.

“낯도 안 가리고···. 넌 훌륭한 왕이 될 거란다.”

세상에 낯 안 가리는 아이는 널리고 널렸다. 그아이들 모두가 훌륭한 왕이 될 거였으면 세상 참 볼만 했을 거다.

어쨌든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에게서 아이를 데리고 종종 걸음으로 세체니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뽀송뽀송하게 씻은 유리가 들어와서 말했다.

“아빠. 유진이는?”

“응? 유진이는 엄마한테 갔는데? 유리는 아빠랑 놀···.”

“나 유진이랑 놀러 갈 거야.”

푸푸푹!!!

오늘 하루만 딸에게 세 번이나 비수를 박히는 우진이었다.

세체니의 별궁에는 파라디소스에서 가장 고귀한 여성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세체니, 디도,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공주인 유리까지····.

디도는 세체니의 품안에서 젖을 물고 있는 유진이를 보면서 말했다.

“잘 먹네요. 유리는 아기 때 이렇게 많이 안 먹었는데···.”

“아무래도 남자 아이니까요···. 나중에 전하처럼 훌륭한 전사가 될 지도 모르죠.”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세체니는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훌륭한 전사는 되지 않아도 자상한 왕이 되었으면 해요.”

세체니의 말에 디도와 클레오파트라는 피식 웃었다.

세체니 다운 바램이었다.

엄마는 은연중에 모두 자기 아들이 남들 보다 우수하고 강하기를 원하는데···.

세체니의 경우는 그런 외적인 자질이나 강함 보다는 유진이가 어질고 착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뭐, 어느 쪽이든 자식이란 좀처럼 부모 뜻대로 자라지 않는 법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끼리만 있으니 하는 말인데? 클레오파트라? 당신은 어때요?”

“어때요? 라면····?”

“그러니까···. 이제 슬슬 당신도 임신 소식이 들려올 때가 됐잖아요?”

세체니와 디도가 아이를 낳고 난 후에 클레오파트라 역시 은근히 아이를 바라고 있었다.

매일 밤 우진의 침상에 들어가서 둘이서 맞고치고 있는게 아니었다.

부부간의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진이 요즘 클레오파트라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요즘 클레오파트라를 보면 그녀의 외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주변 사람들도 넋을 잃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원래 우진의 아내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지만 이제 20대 초반의 나이로 가장 물이 올랐다고 해야 할까?

30대가 된 세체니와 디도도 여전히 보는 사람들이 매료될 만큼 아름다웠지만···.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는 이제 한창 전성기에 도달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10대 시절의 싱그러움을 20대 시절의 성숙함에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야 할까?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는 그녀의 미모는 이제 여신도 질투 할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한 우진은 어떤 의미로 인류 최고의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이 취해서 디도나 세체니를 홀대할 우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것은 남자의 본능상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결혼하고 아내가 더 예뻐졌다.

이런 로또 급 행운은 어지간하면 없다.

보통은 그 반대가 아닌가?

미모는 세월과 함께 조금씩 사그라 들지만 거기에 두 사람의 애틋한 정이 더해져서 서로의 사이를 더 돈독하게 하는 것···.

보통은 그게 표준의 부부생활이다.

안타깝게 여기지 마라. 이 표준도 안되는 부부가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경우는 애정은 애정대로 더 진해지고 거기에 그녀의 미모는 물이 올랐다.

만약 우진이 여색을 밝히고 나라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폭군이었다면 클레오파트라의 치마폭에 휩싸여서 무능한 왕으로서 시대에 이름을 남겻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의 수완이면 경국지색 한 두 번 정도는 우습다.

이제 그녀에게 아쉬운 것은 자신의 뒤를 든든하게 바쳐줄 자식 뿐이었다.

“흐음····. 아이는 얼마 안 가서 생길 것 같아요. 아니면 지금 이미 생겼거나.”

“············.”

“············.”

최근 클레오파트라가 우진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는 두 사람이었다.

그거랑 별개로 역시 찝찝한 기분이 조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단호하게 말하겠는데···. 전 파라디소스의 후계자 권리에서는 빠질래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디도는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이에요?”

“예. 애당초 가능성이 낮다고는 생각했지만···. 여기 유진이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포기했어요.”

“흠·····.”

디도는 정말이냐? 라는 눈으로 클레오파트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클레오파트라는 입을 손으로 가리면 같은 여자의 눈에도 아찔하게 보일 것 같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어차피 디도 당신도 유리의 미래를 위해서 누미디아의 꼬마 왕자님에 눈독을 들인 거잖아요?”

“그거야·······.”

역시 클레오파트라는 디도가 이미 유리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미 알고 있었다.

‘못 당하겠군····.’

디도는 고개를 저으면서 클레오파트라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장녀인 유리가 계속해서 파라디소스에 남아 있으면 잡음이 일어날 것 같아서요···. 난 유리가 행복 했으면 좋겠어요.”

“이해해요. 그리고···.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딸이건 아들이건 이집트의 파라오로 만들려고요.”

“파라디소스와는 전혀 별개의 국가로요?”

“예. 그러니 제가 아직도 파라오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사실 동맹을 돈독하게 한다는 구실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래 파라오인 그녀가 이집트를 떠나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우수한 신하들에게 내정을 맡겨두고 마시르를 비롯한 파라디소스의 병사들도 국경의 방비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지만 왕이 자국에 없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레오파트라가 끈질기게 파라오의 직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나중에 자신의 자식에게 파라오의 직위를 물려주기 위하서였다.

‘뭐···. 당초의 목적은 이집트의 파라오와 파라디소스의 왕위까지 함께 물려줘서 지중해의 제왕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클레오파트라는 눈 앞에 있는 세체니와 디도를 흘깃 보고는 피식 웃어 버렸다.

‘안 되겠다. 역시 너무 친해져서 악녀처럼 나갈 수가 없어····.’

클레오파트라의 성격은 원래 역사에 남아 있는 희대의 요녀.

로마를 위기까지 몰았던 마성의 여인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변한 것은 우진의 사랑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그녀의 눈앞에 있는 세체니와 디도의 애정도 무시 못할 영향을 끼쳤다.

그녀가 원래의 계획대로 파라디소스와 이집트를 아우르는 제왕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은···.

지금 두 여성이 낳은 유리와 유진도 적으로 돌린다는 말이다.

클레오파트라는 한쪽에서 자기 동생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해맑게 웃고 있는 유리를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못 할 짓이지···. 절대로 못할 짓이야.’

자신의 어린 시절에는 저렇지 않았다. 주변의 가족, 방계의 왕족, 그 모두가 적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자기 있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권력을 쥐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도 숨기고, 속이고, 함정에 빠트리고···.

그녀는 대략 10살 이전부터 그런 일을 해왔다.

그 시궁창 같은 더러운 정쟁을 아직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야 간신히 진정한 가족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어떻게 그걸 버리겠는가?

그건 그녀가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는 여제가 되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이었다.

그녀는 세체니와 디도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난 파라디소스의 왕권에 볼일 없어요. 내 아이를 낳으면 이집트의 파라오로 키울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디도는 클레오파트라가 큰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생각을 지지했다.

다만 세체니는 디도와 달리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유리도 유진이하고 이렇게 잘 지내는데····.”

세체니 답다면 다운 생각이었지만 디도는 단호하게 딱 잘라서 말했다.

“유리도 왕가의 공주에요. 유리가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해도···. 아니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으면 그 주변에 유리를 핑계로 권력을 잡아 보려는 놈들이 넘쳐 날 거에요.”

“그건····.”

할 말이 궁색하지만 그래도 남득이 가지 않는 세체니에게 클레오파트라가 말했다.

“디도의 말이 맞아요. 왕가에서 태어 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거에요. 사실 애들처럼 자라는 것은 정말 축복이죠.”

클레오파트라는 어느새 유진의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리를 안아서 옆의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

“왕가의 아이들인 이상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날파리들은 붙어요. 그런 놈들이 못 달라붙게 하려면 아애 그럴 구석을 원천봉쇄 해 버리면 되는 거에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세체니는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옆에서 잘 지켜주면 되잖아요?

“예. 뭐···. 전하가 살아 있는 동안은 상관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평생 아이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거야·····.”

============================ 작품 후기 ============================

우진 : 후계자 문제가 고민되십니까? 전 마누라들이 알아서 잘 합니다. 세계 각국의 왕들이 부러워 할 일이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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