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74화 (174/220)

174화

아군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와중에 전투 지역을 이탈하는 우진의 행동을 이해 가능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우진에게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모두 따라주었다.

단순한 왕의 권위를 넘어선 신뢰와 신앙에 가까운 충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투 지역을 벗어난 우진은 계속 달려서 전쟁터를 완전히 시야에 둘 수 있는 곳까지 벗어났다.

“전원 반전!!!”

그리고 우진은 거기까지 가서 아군을 반전 시켰다.

“반전이다. 반전!!”

“빨리 대형 갖춰!! 전하의 뒤에 도열하란 말이다!!!”

부하들이 도열하는 동안 우진은 멀리서 한 눈에 적들의 움직임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저건···? 무슨 괴물도 아니고···.”

우진은 테무진의 기마부대 운용 능력을 보고 감탄을 넘어서 경악을 했다.

적의 기마대가 무수하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저건 우수한게 아니다.

우수함을 넘어서 괴물 같은 능력이었다.

현대의 통신 장비를 가지고 와서 기마대의 각 대장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움직인다면 간신히 가능할까?

적들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하지?’

“전하!! 도열이 끝났습니다.”

“·············.”

“전하···?”

“기다려!!!!”

우진은 초조함에 자신도 모르게 부하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사실 여기서 전황을 파악하고 적의 급소를 쳐서 전황을 뒤집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의 기마대의 움직임에 빈틈이 보이지를 않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악단의 완벽한 합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기마부대의 공격에 아군의 보병들이 점점 갉아져 가고 있었다.

저기에서 어디로 가야 아군에게 도움이 될지 파악하는게 우진에게는 불가능해 보였다.

“제길·····.”

우진은 눈을 부릅 뜨고 적의 기마대를 살펴봤다. 어딘가··. 어딘간 빈틈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펴 봤지만 적의 기마대에 급소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전쟁을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생각한 우진이었기에 오히려 적의 기마대의 약점을 더욱더 찾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다. 이판사판···. 응?’

우진은 일단 닥치고 돌격하려는 순간 적의 기마대 중에서 한 부대에서 이상한 빛을 발견했다.

적은 10개 이상의 작은 기마대로 나눠서 활동 중이었다.

규모도 움직임도 완전히 똑같은 기마대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오직 한 기마대의 선두 부분에서 빛이 보였다.

“저 빛은 뭐지?”

“···빛이라니요?”

부하의 반문에 우진은 부하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저기 저 빛이 안 보이냐?”

“·····죄송합니다. 전하···. 무슨 말씀인지····?”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진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만 보이는 빛? 어째서···?’

우진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생각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제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전군!! 돌격하라!!!!”

우진은 크게 외치면서 아군을 이끌고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게 이 전투에서 우진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우진이 돌격을 시작하자 그 모습을 쭉 주시하고 있던 테무진의 부하가 테무진에게 가서 말했다.

“전하!! 전장을 벗어났던 기마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테무진은 흘깃 우진의 부대를 보고는 말했다.

“신경쓰지 마라!! 기껏해야 한 무리 정도 돌파하는게 고작이다. 다시 함정에 가둔다.”

“옛!!!”

테무진은 자신의 기마진에 자신이 있었다.

이제까지 자신의 이 기마의 포위망을 깨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껏해야 도망가는 것 정도가 고작.

그것도 폼페이우스나 우진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오면 가둬서 놓치지 않겠다.’

테무진은 그렇게 결심했다.

유일한 변수는 적이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마대의 본진을 포착해서 공격했을 때.

그때 만큼은 자신도 위기겠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우선 확률이 고작 10분의 1이었다.

그리고 설사 한 번 포착된다고 해도····.

“전하!! 적들이 우리 본진을 포착했습니다.”

“··운 좋은 놈들이군. 교란진형 3번!!!”

“옛!!!”

어지럽게 회전하고 있던 테무진의 기마대가 잠깐 엉망진창으로 뒤섞였다.

부대와 부대끼리 뒤섞이더니····.

다시 원래의 기마대의 진형으로 돌아갔다.

엄밀히 말해서 원래의 기마대형은 아니었다.

원래의 기마 대형에서 테무진은 2번 기마대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 번 섞였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테무진은 3번 기마대로 옮겨간 것이다.

그냥 지휘관이 옮겨진게 뭐 대단하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투중에 그것도 한창 적과 싸우고 있는 부대를 지휘하면서 한 점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고 지휘관의 존재만 슬쩍 바꿔치기 했다.

마치 사기 도박사들이 슬쩍 주사위를 숨기는 것처럼 은밀하게 말이다.

어지간한 지휘력이 아니고는 절대로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행동이었다.

‘이렇게 하면··. 이제는 날 찾을 수 없지.’

테무진이 여전히 자신이 있던 것도 이런 이중의 방비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있을지 없을지 확신 할 수도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수많은 훈련을 해 놨었기에 테무진은 이렇게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하!! 적이 바로 우리에게 달려 옵니다.”

“뭐라고!!?”

이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테무진의 표정이 가장 험악하게 변했다.

자신도 외부에서 살펴보면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교란 시켰다.

그런데 상대는 한 눈에 자신의 본대를 알고 쫓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아니 그보다 이러면····.’

테무진의 고민은 짧았다.

왜냐 하면 더 이상 고민할 틈도 없이 우진이 지척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아차!! 후퇴 명령을····.’

후회는 항상 늦게 오는 법.

테무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박살내 버려!!!!”

“우오오오!!!!”

우진을 필두로 해서 파라디소스의 준장기병이 테무진의 기병대를 박살내기 시작했다.

“커억!!”

“제길··. 크악!!”

테무진의 기마대는 오랜 세월동안 테무진이 공을 들여서 키워온 최정예였다.

원래 지중해 각지에서 기마에 능숙한 민족의 노예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마대였고, 또 그것을 테무진이 공을 들여서 완성 시켰다.

하지만···. 그 기마대는 만능성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면이 있었다.

속도와 기마 궁사까지 가능하게 해 놨고, 돌격력도 그럭저럭은 갖춰 놨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에 조금씩 조금씩 다 손을 대다 보면 아무래도 한가지 방면에 치중한 쪽과는 차이가 나는 법이다.

오로지 파괴력 하나만을 중점으로 양성해온 우진의 중장기병과 테무진의 기마대가 정면에서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다.

애당초 기마대 기마간의 정면 격돌은 테무진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기든 지든 전력에 막대한 로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전법을 소중한 수족들에게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 악몽 같은 사태가 지금 일어나 버렸다.

“제길!!! 산개!! 산개하라!!! 대형은 신경쓰지 말고 빨리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라!!”

테무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테무진의 직속 기마대 3,000은 테무진에게 있어서 그냥 전력이 아니었다.

유다이아에 와서 종교의 자율성을 대가로 징집한 일반 병력과 달리 진정한 정예중에 정예였고, 또한 함께 싸워온 전우였다.

막 말로···. 다른 보병들 전부가 죽는 것 보다 기마대의 전력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훨씬 가슴 아팠다.

그런데 그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사태가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테무진은 적의 최고 선두에서 긴 태도를 종횡무진 휘두르면서 자식 같은 부하들을 도륙하고 있는 우진을 발견했다.

“네 이놈!!!!”

어지간하면 냉정을 유지하는 테무진도 이번에는 사자처럼 울부 짖으면서 돌격했다.

그런 테무진을 보고 우진은 눈을 부릅 떴다.

‘빛? 이 놈이 아까 봤던 빛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기 돌격해 오는 적에게서 뿌옇게 안개 낀 듯이 서려 있는 빛이 보였다.

“죽어랏!!”

우진이 잠시 선수를 빼앗긴 사이에 이미 테무진의 채찍이 날아왔다.

우진은 그것을 자신의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테무진의 채찍에 자신의 팔이 감기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니 일부러 막지 않았다.

“딱 걸렸다.”

힘이라면 디오클레이우스 빼고는 누가 상대라도 자신 있는 우진이었다.

“이리 와라!!!”

우진은 그렇게 외치면서 팔을 있는 힘껏 끌어 당겼다.

그러자 테무진은 잠시 힘 겨루기를 하다가 상대가 자신보다 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는··.

“···놈!!!”

테무진은 바로 작전을 바꿔서 우진이 당기는 힘을 이용해서 말의 등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엇!!?”

우진은 말 위에서 있는 힘껏 점프하는 테무진을 보고 살짝 놀랬다.

말을 잘 탄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자유로운 하이 점프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받아랏!!!”

테무진이 검을 휘둘러서 우진의 목을 노렸다.

우진은 한 쪽 팔이 당겨져서 체중이 무너졌지만 허리에 힘을 주고 상체를 그대로 뒤로 당겨서 태도를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검이 마주친 순간····.

화아아아악!!!!

“엇!!?”

“이건··? 뭐야!!?”

테무진과 우진, 두 사람을 포함해서 주변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둘의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섬광이 폭발하면서 그대로 그 빛들이 전장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무진과 우진은 동시에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여기는····. 어디지?”

우진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새하얀 대지에 새하얀 하늘.

지평선도 보이지 않는 공허한 공간이었다.

공기는 무겁고 가슴이 답답했다.

이 공간에서 하루만 있으면 인간이 미쳐버리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공간의 안에 디오클레이우스 만큼이나 거대하고 다부진 체격을 하고 있는 남자가 우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환영한다. 나의 아들이여.”

“당신···. 누구요?”

“내 이름은 마르스, 전쟁의 신이자 트리키아의 수호신인 마르스라고 한다.”

“·····앙?”

우진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다음 챕터에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기초 설정중에 하나. 우진과 테무진이 왜 이 세계에 왔는지가 밝혀집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