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이집트 전쟁의 마지막 전투>
지휘관들은 화살 공격에 맞춰서 이미 밀집 방패진을 짜 놓고 있었다.
우진이 애타게 만들려는 석궁이 있다면 방패를 관통하고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유다이아의 군사들이 쓰는 평범해 빠진 목궁으로는 방패를 관통하는 것은 무리였다.
기껏 잘 맞아 봐야 반쯤 파고드는게 고작이었다.
‘역시 화살에는 데미지가 별로 없군. 그러나 이거라면 어떨까?’
테무진은 한 손을 들어서 기마대에 지시를 내렸다.
“8번 기마대와 9번 기마대는 돌격하라. 준비한 작전을 시행한다!!!”
“옛!!!”
“옛!!!”
테무진의 명령에 따라서 두 무리의 기마대가 경쾌하게 달려 나갔다.
“이제 오는 건가?”
우진은 테무진의 군대의 후방에 있는 기마대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궁병을 준비해라. 목표는 적의 기마대다.”
“옛!!!”
우진이 사전에 들은 정보로는 적의 기마대는 기마 상태에서 기사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상대를 보병이나 중장 기병으로 쫓아가는 것은 허공에 삽질이다.
차라리 기다리고 있다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 원거리 병기로 응전하는게 좋다.
적이 원거리에서 화살을 쏜다는 것은··.
그 원거리에서 양손을 모두 써서 활을 매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즉, 방어력이 극단적으로 약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큰 대미지를 줄 수는 없지만 적의 발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상은 이렇게 요격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을 자신도 있었다.
아직 석궁은 만들지 못했지만 꾸준한 계량을 거친 파라디소스의 활은 이 시대의 다른 활보다 사거리가 50미터는 더 길었기 때문이다.
50미터.
그다지 긴 거리는 아닐지 모른다.
인간이 갑옷을 입고 달려도 9초? 12초 정도면 주파한다. 말이 달리면 50미터 정도는 금방이다.
하지만···.
아무리 금방이라고 해도 먼저 한방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
“쏴라!!!”
슈슈슈슉!!!
화살이 날아서 사거리에 들어온 테무진의 기마대를 요격하기 시작했다.
“큭!!!”
“제길··. 벌어져!! 간격을··. 커억!!”
“피해라!!!”
기마대는 아직 안심하고 있던 시점에서 화살 공격이 들어오자 생각하지 못한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피해라고 하지만 어리석은 말이다.
말이 질주하기 시작하면 움직일 방향은 전방으로 정해져 있는 법이다.
그런데 피하라니 어디로 피하란 말인가?
간격을 벌려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나마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테무진은 화살이 선제 공격을 맞고 피해를 입는 기마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7번 6번 기마대 우회돌격하라. 다만 직접 공격하지 말고 적의 화살의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주의를 끌기만 해라.”
“옛!!!”
“옛!!!”
테무진의 명령을 받고 다시 두 개의 기마대가 돌격해다.
테무진은 같은 기마대라고 상황에 맞춰서 미묘하게 무장을 바꿔서 장비하게 했다.
7번 기마대와 6번 기마대는 기마대 중에서 유일하게 큰 방패를 장비하고 있는 기마대였다.
화살 공격의 주의를 돌려서 앞에 먼저 나간 두 개의 기마대를 엄호하기 위해서 이 두 개의 기마대를 출력 시킨 것이었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새롭게 돌진하는 기마대를 보고 파라디소스의 궁병의 상당수가 목표를 바꾼 것이다.
“좋다!! 지금이다. 먼저 나간 기마대에 작전을 시행하라고 해라!!”
“옛!!!”
테무진의 옆에서 바르베르코가 붉은 깃발을 펄럭였다.
그러자 이미 먼저 돌격했던 기마대가 말의 안장에서 뭔가를 꺼내서 던지기 시작했다.
와장창!!!
보병의 방패에 부딪혀서 요란하게 깨지는 그것은 입구가 단단하게 밀봉된 항아리였다.
그리고 그 항아리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름이다!!”
“이런···. 기름 묻은 놈들은 당장 방패 버려!!”
파라디소스의 보병의 지휘자들은 재빨이 보병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무리였다.
지금 당장 화살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방패를 버리라니?
그럼 화살은 몸으로 그냥 때우라는 건가?
결국 방패를 버리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공격이 날아왔다.
“불화살이다!!!”
“으아악!!!”
화르르륵!!
불화살이 날아와서 기름이 먹은 지역을 중점으로 불길이 화악 번졌다.
“칫!!! 저 따위 수작을···.”
우진은 적의 기마대가 기름을 뿌리고 자신의 보병들을 태우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얄밉지만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뿌우우우!!!“
적진에서 진격 깃발이 울리더니 적의 보병들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시대의 그냥 보병들처럼 사각진을 유지하면서 척척 걸어 오는게 아니고 뾰족한 화살형태를 만들어서 불이 붙은 지역을 노리고 중점적으로 파고 들려고 했다.
마치 우진의 중장 기마대가 돌격하듯이 말이다.
“제길··. 저건 그냥 둘 수 없어. 전원 돌진!! 보병보고 길을 열라고 신호를 보내라.”
결국 먼저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은 우진이었다.
적의 보병의 돌파를 허용하면 전투에서 불리해진다. 그 전에 차라리 자신의 중장 기병으로 정면으로 돌파해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저건 뭐하는 거지? 정면 돌격!!?”
우진의 주장 기마대가 정면으로 돌격하는 것을 보고 테무진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기마대의 돌파력에 자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어리석어.”
기마와 보병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분면 기마가 유리하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마가 굳이 보병과 정면으로 부딪힐 이유는 없었다.
기동력을 살려서 측면을 파고 들면 2의 손실만 입고도 10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면으로 돌파하면?
아무리 이긴다고 해도 10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5의 피해. 아니 보병의 준비 정도에 따라서 7의 피해까지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용맹하긴 하군. 하지만 어리석은 자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테무진은 우진의 돌격을 비웃었다.
기병에 비해서 공을 많이 들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무장을 갖춘 보병이었다.
제자리에 서서 창을 들고 방패로 굳건히 받치는 것 만으로도 기마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었다.
테무진은 우진의 기마 돌격을 악수로 봤다. 자신이라면 정면 보다는 크게 돌아서 본진을 직접 노렸을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할 때를 대비해서 마련해둔 방비는 만전이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었다.
테무진은 이번 우진의 악수로 자신의 승리가 굳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병이 우진의 기마대를 충분히 갉아 먹기만 하면····.
“돌파하라!!!!!”
“우오오오!!!!”
“죽어랏!!!!!”
“················저건 뭐냐?”
테무진의 예상이 자신들의 보병과 동시에 산산조각으로 부셔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돌파한다!!!!”
“우오오오!!!”
우진을 필두로 해서 파라디소스 최강을 자부하는 중장기병대가 한껏 고무 되었다.
화살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는 갑옷과 마갑으로 무장하고 커다란 언월도를 종횡무진 휘두르는 파라디소스의 중장 기병은 그 박력부터가 다른 기병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돌파, 파괴력, 방어력.
이 세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 파라디소스의 기병대는 그 위력 자체만 보면 테무진의 기마대에서도 따를 부대가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기마대의 최선두에 서서 아군의 사기를 돋구고 있는 우진의 존재가 압도적이었다.
“우오오오오!!!!!!”
“죽어라. 이 유다이아의 잡어들아!!”
선두에서 우진이 쓰러지지 않는 이상은 지옥 끝까지라도 달리 것 같은 광기를 보이고 있는 파라디소스의 기마대를 막기에 급조한 유다이아의 보병은 너무나 유약했다.
그들의 눈에는 우진이 악마왕 처럼 보였고 그 뒤를 따르는 기마들이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군세처럼 보였을 것이다.
대신 그만큼 파라이소스 이집트 연합군에는 다시 없을 정도로 든든한 전우들이었지만 말이다.
“진 전하를 따르라!!!”
“유다이아의 쓰레기들을 몰아내라!!!”
“우오오오오!!!!”
파라디소스의 보병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이제까지 전투에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전투에 참여중이던 이집트의 군사들 까지 한껏 고무되었다.
이 전쟁이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자각이 생기기 시작한 그들은 사납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쳇···. 더 이상은 안 되겠군. 기마대, 전원 준비하라!!!”
“옛!!!!”
“옛!!!!”
“옛!!!!”
테무진도 이제 비장의 무기를 더 이상 넣어 둘 수많은 없었다.
애당초 그의 군대의 보병은 유다이아에서 징집한 젊은이들에게 충실한 무장을 제공했을 뿐.
아직 훈련 정도는 너무나 부족했다.
저런 자들을 가지고 사기가 하늘까지 오른 파라디소스와 이집트의 연합군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 이상 내버려 뒀다가는 보병 저전력은 전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1번부터 3번기마대는 나를 따르라. 4번 기마대는 우측에서 기사!! 나머지는 신호에 따라서 움지경라!!!”
테무진의 기마대가 전쟁터에서 화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적진을 가르면서 한참 적진을 휘저으며 날뛰고 있던 우진은 위화감에 주변을 둘러봤다.
틀림없이 좀 전까지만 해도 아군이 유리했다.
중장기병의 압도적인 돌격력으로 적진을 와해 시켰고, 사기가 오른 보병들의 호응에 적들은 금방이라도 전멸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어?”
자신이 있는 곳은 괜찮았다. 아직 아군이 유리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유다이아의 보병군단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들이 보였다.
특출난 뭔가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한 번 몰린 전황이 이렇게 뒤집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뭔가···.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우진은 아비규환인 전쟁터 속에서도 뭔가를 찾는 것처럼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마침 우진의 눈이 한가지 이질적인 곳을 포착했다.
“저놈들은···.”
우진의 눈에 보인 것은 난전인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한바탕 기사로 아군을 흐트려 버리고 도망가듯이 빠지는 기마대였다.
“쳇···. 이런 방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럼····. 어떻게 할까?”
우진은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상대는 우진이 가장 염려하고 있었던 궁기사 방식을 철저하게 이용해서 아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보병으로는 상대 할 수 없어. 그나마 유일하게 상대 가능한 내 기마대는 혼전의 한 가운데··. 제길, 역시 비장의 카드를 너무 늦게 꺼냈나?’
우진은 당황했다. 이렇게 계속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게 무슨 시험장도 아니고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여기는 전쟁터다.
빨리 답을 내놓지 않으면 전쟁터는 더욱더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전군, 나를 따르라!!!”
우진은 결심한 것처럼 기마대를 이끌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대로 달려나가는 우진의 기마대는 확신을 가진 것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비켜라!!!”
“죽어. 이 새끼들아!!!”
우진의 기마대는 혼전의 한 가운데에서 날뛰다가 이윽고 외각 지대까지 돌아갔다.
그리고 완전히 돌파한 이후··.
“이대로 달려라!!!”
전투 지역을 아예 이탈해 버렸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