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비기너 럭키>
마시르의 공격에 테무진은 크게 경악했다.
그로서도 이 상황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뭐냐!!? 어떻게 이 시기에···.”
“파라디소스의 군대입니다. 전하.”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떻게····?”
“전하···.”
“큭····. 대응하라!!! 보병은 방패를 들어라. 그리고 기병은 당장 적의 퇴로를 봉쇄하라!!!”
테무진은 갑자기 나타난 적이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일단 공격에 대응했다.
테무진의 지시에 따라서 기병이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보병도 민첩···.
“방패 들어. 방패!!”
“젠장!! 줄 맞추란 말이야!!”
보병은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정예 기병과 달리 보병들은 척 봐도 아직 전쟁이 서툰 것 같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이건···. 노리자.’
우진과 가장 가까이에서 수많은 전쟁터를 경험했던 마시르는 당장 적의 약점을 파악했다.
기병대가 퇴로를 장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관 없었다.
퇴로가 봉쇄 당했다면 바로 뚫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다 박살 내 버려!!!”
“우오오오!!!”
마시르의 호령에 따라서 경기병대가 푹푹 적을 찔러 죽이면서 보병대를 가르고 돌파해 버렸다.
“이대로 달려라!! 적들에게 꼬리를 잡히지 마라!!”
적의 보병을 돌파한 마시르는 그대로 아군의 기병대를 데리고 달려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마시르의 기병대를 보고 테무진의 기병대가 추격하려고 했다.
“거기 서라!!!”
“이 개자식들이!!!”
기병대 기병의 전투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 테무진의 부하들이었다.
한때 자신들 만으로 로마의 폼페이우스의 발걸음을 멈추게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마시르의 기병대도 우진이 별동대로 만든 최고속의 경기병대였다.
작정하고 가속도가 붙으니 좀처럼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멈춰라!! 추격을 금지한다.”
테무진은 부하들에게 추격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전하!!!?”
“이렇게 당하고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부하들이 테무진에게 간청 했지만 테무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후퇴에 망설임이 없다. 거기다 후퇴하는 방향도 최 단거리가 아니라 멀리 돌아서 갔고···. 저건 유인책이다. 아마도 함정이 있겠지.”
“아······.”
“적장의 이름을 아는 자는 누구 없나?”
“예. 저 적장은 마시르라고 합니다. 파라디소스 국왕이 총애하는 장수 중에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 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적진에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고 전쟁의 초반부터 따로 병력을 받아서 운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쳇···. 그럼 저 놈은 내 함정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안목이 있는 놈이란 말이지···. 골치 아픈 변수가 생겼군.”
테무진은 혀를 차면서 중얼 거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전황의 전체 판도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마시르라는 자의 기병대. 저것도 틀림없이 정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빨랐어.’
테무진이 이 시대에 오고 나서 자신의 기병대에 속도로 뒤지지 않는 기병대는 처음 봤다.
트리키아의 기마대도 빨랐지만 그들은 돌격은 어딘지 모르게 난잡해서 무리를 이루면 속도가 느려졌다.
자기들 끼리 부딪혀서 속도를 떨어트리는 머저리들도 많았고 말이다.
그에 비해서 마시르의 기마대는 최소한의 무장으로 가볍게 무장한 기마대가 경쾌하게 열을 맞춰서 질주했다.
척 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내 전략에 걸리지 않을 안목까지···. 만만치 않은 적이다.’
여기서 테무진은 실수를 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말이다.
“대장님 추적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제길··. 이판사판으로 돌격하기는 했지만 경기병으로 너무 무모했어. 전하 흉내는 다시 내지 말아야지.”
마시르는 한숨을 내쉬면서 안도했다.
테무진이 생각하는 유인책과 함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전략은···?”
“····하는 만큼 해 봐야지.”
“예!!?”
그게 무슨 어이없는 소리냐는 듯한 부하의 얼굴에 마시르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언제 이런 단독 작전을 해 본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겠냐!!!? 그냥 엿 같은 상황이라도 일단 싸워 보는 거지!!!!”
“····그래도 뭔가 작전은 세우지 않아야 할 까요?”
“작전? 너 내가 작전 짜는 것 본적 있냐?”
“····없···군요.”
“그래. 작전은 보통 전하께서 짜 주셨지. 내가 언제 그런 짓 해봤다고 작전이야.”
“··············.”
“하던 대로 무식하게 하자. 우리가 못 하는거 하지 말고 할 수 있는것에 집중하는 거다. 알겠냐!!”
“옛!!!!”
“옛!!!!”
“옛!!!!”
테무진의 치명적인 실수.
그것은 적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전쟁터에서 적을 알고 나를 이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과소 평가해서 방심 하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하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적을 너무 과대 평가해서 소극적인 작전을 연발하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역사상에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었다.
테무진이 바로 그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마시르는 테무진의 전략을 읽고 후방에 남아 있었던게 아니었다.
워낙에 우진이 시킨 일에 충실하다 보니 혼자서 전진하지 않고 해안선의 영토 수복에 신경 쓰다 보니 후방에 남아 있었던 것 뿐이다.
그러다가 정체 불명의 대군이 알렉산드리아로 진군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와서 무작정 닥돌한 것 뿐이었다.
당연히 함정도 준비하지 않았고 유인책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우진의 곁에서 활약했다는 명성과 우진이 총애하는 장수라는 위치가 테무진의 안에서 마시르를 점점 과대 평가하게 했다.
자신의 전술을 꿰뚫어 볼 정도의 전략과 저돌적인 용맹함을 겸비한 까다로운 적으로···.
테무진의 안에서 마시르의 존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쯧, 이걸 처리하지 않고 바로 알렉산드리아로 진군 했다가는 바로 뒤통수를 맞겠군.”
“전하. 그럼···.”
“최대한 단기간에 처리한다. 당장 기병대를 모아라.”
“옛!!!”
테무진이 이끄는 2만 VS 마시르가 이끄는 5천.
상식적으로···. 규모도 네임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비기너 럭키라고 해서 초보자가 대박을 터트리는 법도 있다.
마시르는 잘만 하면 지휘관 데뷔에서부터 터무니 없는 대어를 낚을 지도 모르는 찬스를 거머쥐었다.
테무진은 막사에 부하들을 모아두고 군사 회의를 열었다.
“전하, 놈들을 어떻게 처리 할 생각입니까?”
“바로 오늘 밤에 처리한다.”
“예!!!?”
오늘 밤에 바로 처리한다는 말에 테무진의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뭘 놀라지? 지금 쯤이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은 파라디소스의 국왕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빨리 처리하고 알렉산드리아를 정벌해야 한다.”
“예···. 그건 그렇습니다만····.”
“너무 서두르다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일단 유리한 상황에 있으니 좀 더 진중하게···.”
쾅!!!
테무진은 탁자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려쳐서 부하들을 조용하게 했다.
“··········.”
“··········.”
“··········.”
부하들은 테무진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테무진은 그런 부하들에게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잊지마라. 지금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저하고는 있지만 이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버린 것도 있다는 것을.”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노여움을 푸십시오. 전하.”
부하들의 반성에 테무진은 조용히 굳어진 안색을 풀었다.
사실 테무진도 이번 작전을 위해서 희생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게르도스와 제브라의 시체를 훼손 한 것···.
테무진은 기본적으로 적이라도 용맹한 자들에게는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을 성공적으로 유인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 둘의 시신을 훼손해서 우진을 분노하게 했다.
그 덕분에 우진이 제대로 유인에 걸렸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우진을 유인하기 위해서 마련해둔 미끼.
비록 화살 받이나 다름 없는 잡졸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구 4만은 이 고대의 시대에는 결코 작지 않은 출혈이었다.
국력이 뭉텅이로 깎여 나갈 것을 각오하고 치른 희생이었다.
그런 희생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전쟁에서 승리라는 성과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테무진은 지도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몇 군대에 말을 가져다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 그리고 여기···. 여기도···. 그리고 여기까지···.”
“전하. 이것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이 다섯군대 중에 하나에 적이 야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테무진의 말에 부하들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혹시 신탁이라도 받으셨습니까?
라는 촌스러운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예전의 폼페이우스와의 전쟁에서도 그랬지만 이것이야 말로 테무진의 진정한 진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는 주피터의 눈처럼 적의 병력이 어디에 언제 지나가고 어디에 있는지 귀신 같이 짚어냈다.
적중률은 거의 90% 이상.
특히 중요한 시점에서는 백발백중이었다.
현재의 상황과 적의 목적등을 조합해서 적의 심기를 읽어내고 그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테무진은 기억은 잃었지만 이것을 귀신처럼 잘 했다. 병법을 기억하고 지식으로 읽어내는게 아니었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사냥감의 위치를 캐치해 내는 것이었다.
“병력을 다섯으로 나눠서 이 다섯 곳을 모두 야습한다. 그리고 한 곳이 발견하면 주변의 두 개 병력은 지원에 나서도록. 항상 전령을 거리에 두고 움직여라. 알겠나?”
“옛!!!”
“옛!!!”
“옛!!!”
‘오늘 안에 끝낸다. 절대로 시간을 끌 수는 없어.’
달이 떠 오르자 테무진의 본대는 뿔뿔히 흩어져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진은 완전히 텅텅 비워두고 말이다.
테무진이 지시한 위치로 정확하게 움직여서 적진을 야습하기 위해서 움직인 것이다.
테무진 자신도 다섯 군데 중에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테무진의 군대는 철저하게 허탕만 치고 말았다.
“제길···. 다섯 군데 모두 틀렸단 말인가?”
테무진은 다섯 곳이나 찍으면 하나 정도는 분명히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은 기마대이니까 물과 풀이 있는 곳을 골랐고 나머지는 본능이 가르키는 대로 약한 초식 동물이 안전함을 바라면 숨어 있을 법한 지형을 골랐다.
남은 것은 사냥에 나서서 사냥감을 물어 뜯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그 자신도 몰랐다.
“···제길, 이 놈···. 생각보다 훨씬 더 심계가 깊은 놈일지도 모르겠군.”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테무진은 일단 비워 두었던 본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빌어먹을!!!!! 빌어먹을!!!! 마시르으으으으!!!!!”
이 세계에 오고 전쟁터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분통을 터트리는 테무진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진은 다 불에 타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해둔 군량까지 모두 말이다.
이건 정말 치명적인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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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의 뻥카는 타짜의 로티플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천재들이 아무 생각 없는 범인들에게 발목이 잡히는 일은 의외로 종종 있는 법이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