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전쟁의 시작>
그녀가 듣기로 테무진은 로마에 적대적인 발언을 하면서 왕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군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좋았다.
‘적의 적은 적이지. 그리고 중간에 유다이의 누군가가 끼어 있으면 소 아시아의 헬레니즘 국가들이 징징 거리는 소리도 좀 멀어 질 거야.’
최근 소아시아의 헬레니즘 왕조들은 폰투스의 미트리다테스 6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로마에 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무진의 부재중에 덮친 폼페이우스의 맹공에 패전을 연달아서 거듭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랬기에 같은(?) 헬레니즘 왕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게 번번히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자국과 동맹인 파라디소스가 로마와 정전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중이라서 도울 수 없다는 핑계로 피해왔다.
하지만 소아이사의 헬레니즘 왕조들은 그런 클레오파트라를 배신자 취급 하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친했다고····.’
클레오파트라의 입장에서는 어이없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더구나 유다이아 북쪽에 있는 시리아는 로마의 속주였다.
그녀가 유다이아를 점령하면 결과적으로 로마의 속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다이아를 점령해서 영토로 삼는 것 보다는 도움이 되는 우방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았다.
그게 그녀의 특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테무진의 사신이라는 자가 왔을 때도 반갑게 맞이해주고 일국의 사신으로서의 예를 갖췄다.
하지만···.
저쪽에서 이렇게 막 나올 줄은 그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햇다.
‘피해보상이라니? 먼저 침공한게 누군데?’
우진과 결혼하고 성질이 많이 죽었지만 그래도 본바탕이 어디 가지를 않는 법.
이렇게 호구 취급 당하면서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먼저 침략한 것도, 선전포고를 한 것도 유다이아였소? 그런데 우리 보고 피해 보상을 하라는 거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테무진의 사신으로 온 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아국의 피해가 컸습니다. 거기에 전 저희들의 왕의 말을 그저 전할 뿐입니다.”
“·······호오, 그래요. 그럼 제 말도 그대로 전해 주도록 하세요.”
“···········말씀 하십시오.”
“목 날아가고 싶지 않거든 헛소리 하지 마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해 주세요.”
“···············.”
사신으로 온 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전하기는 전하겠지만 후회할 것입니다.”
“그건 봐야 알겠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당신이 가장 후회 할 것 같군요.”
“····무슨··.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사신은 양쪽에서 자신을 구속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격하게 몸부림 쳤다.
그런 사신을 클레오파트라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인에게 크게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군.”
“무슨····?”
당황하고 있는 사신에게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이어졌다.
“일국의 대전에 와서 그런 억지를 부리고 몸 성히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전할 말이 있으니 목숨은 붙여 주겠다. 감사하며 돌아가도록.”
“무슨·· 크악!!”
사신은 양쪽 허벅지에 박히는 두 개의 창대에 크게 비명을 질렀다.
클레오파트라는 유약한 여성이 아니다.
우진에 의해서 약간 부드러워 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서로 뜯어먹기 바쁜 가족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 쳐야 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또한 지금은 이집트라는 강국의 파라오까지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피를 봐야 할 때 피를 보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적당히 하고 돌려 보내세요.”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사신의 뒷 처리를 부하들에게 맡기고 냉정하게 자리를 떠났다.
“자··. 그럼 어떻게 해 줄까?”
“죽이면 안 되는 거지?”
“죽이지만 안으면 되는 거기도 하지.”
그리고 남은 근위병들은 자신들의 파라오를 모독한 이 건방진 사신에게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게 했다.
그날 테무진의 사신은 사지가 잘리고 양 눈이 뽑힌 채로 수례에 실려서 테무진에게 돌아갔다.
참고로, 클레오파트라의 예상대로 그는 원래 헤로데 1세의 밑에 있던 관리로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는 요령으로 테무진의 밑에 들어온 인간이었다.
가진 재산이 많았기에 일단 받아는 들였지만 테무진의 정리 리스트의 상위권에 랭크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도 모르고 사신의 임무를 맡았을 때 테무진이 자신을 중용한다고 생각했지만···.
테무진은 클레오파트라를 도발할 버림패로 사용했던 것 뿐이다.
이래서 새우가 고래 등 사이에 끼면 터지는 법인가 보다.
이집트 대 유다이아의 2차전.
헤로데 1세는 사라졌지만 사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전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몰라도 테무진에게는 이 전쟁이 필요했다.
왕위에 오른 직후라서 아직 유다이아 전역을 완벽하게 손에 넣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지방의 여기저기에 테무진을 인정하지 않는 지방의 제사장들이나 귀족들이 있었다.
종교적인 민족인 유다이에게 있어서 지방의 제사장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들을 힘으로 억 눌렀다가는 이제까지 유다이아를 힘으로 지배하려다가 제풀에 떨어져 나간 기존의 지배자들과 다를 바 없어진다.
그래서 지금 테무진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적이었다.
자고로 왕권이 가장 강력할 때는 외부의 적으로 인해서 나라가 똘똘 뭉쳤을 때이다.
지금 유다이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대는 두곳이다.
하나는 로마의 속주인 시리아.
또 하나는 최근까지 전쟁중이었던 이집트.
나라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테무진에게 있어서 둘 중에 만만한 상대를 고르라면 역시 최근에 전쟁터에서 힘을 소모한 이집트였다.
애당초 작정하고 시비를 건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이집트와 유다이아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번의 상대는 5,000의 기마대로 폼페이우스를 막아낸 남자.
바로 테무진이라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아직 그 사정을 몰랐지만 말이다.
다만 사정은 몰랐지만 전쟁이 벌어지고 나서 클레오파트라는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전쟁이 벌어지고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연패에 연패를 거듭하더니 동쪽 영토의 절반 정도를 빼앗겨 버렸다.
클레오파트라는 전쟁에 관해서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
지금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인물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한니발, 스키피오, 마리우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우진까지····.
병력의 유불리함이나 자잘한 불리함을 개인의 능력으로 뛰어 넘어 버리는 전쟁의 천재들.
지금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자도 그런 천재와 동류라는 것을 순식간에 자각했다.
그녀는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자국의 전력이 충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로 남편인 우진에게 서신을 날렸다.
그녀의 남편이 에스파냐로 진격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배려나 주자를 할 틈은 없었다.
파라디소스의 입장에서도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에스파냐 보다는 충실한 우방이 이집트를 우선시 해야 했다.
그래서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구원 소식을 듣자마자 최단거리로 가데스에서 히포레기우스, 키레네를 거쳐서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진이 그렇게 최단거리로 온 덕분에 이집트는 커다란 데미지를 입기 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적들은 이집트 동쪽의 주요 도시인 라피아에 압박하고 있었다.
거기를 넘으면 이제 이집트의 진짜 알짜배기 영토라고 할 수 있는 나일강 삼각주를 목전에 두는 것이었다.
“진····. 미안해요. 이렇게 불러서···.”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이 도착하자마자 그의 품안에 달려가서 안겼다.
“괜찮아. 그보다 상황은 어떻게 왰어?”
“라피아에서 군사들이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 모르겠어요.”
“바로 움직여야 겠군.”
“병사들을 하루 정도는 쉬게 하지 않아도 되요? 쉬지 않고 막 도착했잖아요?”
“뱃길로 움직여서 쌓인 피로야. 이런건 움직이면서 풀어주는게 더 좋아.”
“···알았어요. 하지만 조심해요. 상대는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다 할 전력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병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반복하고 있어요.”
“···알았어. 조심할게.”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입술아 살짝 키스를 해서 안심 시키고는 말을 몰아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동쪽으로 진군한다!! 모두 처지지 말고 따라와라!!”
“옛!!!”
“옛!!!”
“옛!!!”
우진과 테무진.
시공을 넘어서 만날 일이 없었던 인연들이 드디어 부딪히기 시작한다.
우진이 쉬지 않고 달려서 라피아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빼곡하게 라피아의 성벽을 공격하고 있는 유다이아의 군사들이었다.
“어디서 저런 숫자가···?”
우진이 보기에 군세가 척 봐도 5만은 넘어 보였다.
로마라면 모를까? 이 고대시대의 국가중에 바로 얼마전까지 전쟁중으로 인구를 소모한 유다이아에 저 정도 군세가 나온다는 것은 이상했다.
하지만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우선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돌격하라!!!!”
우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유진의 중장기병을 중심으로 파라디소스의 군대가 돌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우진의 공격에 유다이아의 대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비켜라!!!”
우진은 사납게 외치면서 눈앞에 있는 적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한 명 두 명을 베어내면서 전진하던 우진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 놈들 군인은 군인인가?’
우진이 의문을 느낀 이유.
그것은 상대하는 적들의 개개인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아직 어린아이에 노인들 까지 흔하게 섞여 있었다.
전쟁터에 나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이건 도대체····?’
우진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적들을 베어 나갔다.
상황이 이해는 가지 않지만 지금은 일단 싸워야 할 때였다.
유다이아의 군대는 우진의 일점 돌파를 기점으로 한 공격에 너무나 손쉽게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군대 중에서도 몇몇 기마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흩어져 가는 군대를 수습했다.
“동군은 이리로!!!”
“서군은 이쪽으로!!!”
기마병을 따라서 몇 갈래로 나눠서 후퇴하는 적들을 보면서 우진은 순간 눈썹을 살짝 꿈틀 거렸다.
‘뭐지? 이 시대에 저런 식의 전술도 있었나?’
우진도 그동안 전쟁터에서 구른 세월이 있다. 그래서일까?
적들의 퇴각하는 형태가 일정한 진형을 갖추면서 퇴각하는 것을 보고 살짝 이상하게 생각했다.
저런 식으로 전투를 하는 군대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마시르!!!”
“옛. 전하···.”
“추적하지 마라. 우선 성내로 입성해서 군을 추스린다.”
============================ 작품 후기 ============================
당분간은 우진과 테무진의 전쟁씬이 이어질 것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