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우진 이집트로 향하다.>
다음날 아침.
우진은 다시 옥타비아누스를 만났다.
옥타비아누스는 한 숨도 자지 못한 것처럼 양눈이 팬더 처럼 변해 있었다.
그런 옥타비아누스를 보면서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다 된 밥인데 포기해야 하다니··.’
에스파냐를 집어 삼키기에는 최적의 기회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에스파냐에 시간을 할애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생각은 충분히 했나?”
우진의 말에 옥타비아누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생각을 충분히 했냐고?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는 생각을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뜬눈으로 떠오르는 해만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옥타비아누스에게 우진이 천상의 복음 같은 소리를 전했다.
“만약 내가 지금 군을 물린다면 넌 나에게 뭘 줄 수 있느냐?”
“예!!!?”
“못 들었나? 없던 걸로 할까?”
“아니··. 아닙니다. 그러니까···.”
허둥지둥 거리는 옥타비아누스에게 우진이 말했다.
“내 입장에서는 에스파냐에서 적을 색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여기서 적이 다시 나오지 못할 정도의 제재만 가해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 할 수 있다.”
“예. 물론입니다. 충분한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우진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옥타비아누스를 가지고 쥐었다. 폈다.하고 있었다.
원래 옥타비아누스가 이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하룻밤 만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워낙에 궁지에 몰려서 이런 상태에 빠진 것이지만 말이다.
“에스파냐의 은광산의 채굴권을 나에게 넘겨라.”
“예!!?”
옥타비아누스는 순간 당신 지금 한 말이 진심이요? 라고 묻고 싶었다.
에스파냐의 은맥은 이 당시 로마에게 있어서 가장 큰 돈줄 중에 하나였다.
식량이나 다른 특산물들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는 순수한 재화였던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넘기라니 통이 커도 너무 컸다.
“그것은···. 도저히 제 재량으로는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어째서 은맥이 이 상황하고 무슨 관계란 말씀이십니까?”
옥타비아누스의 말에 우진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은 말을 하는군. 군이라는 것은 돈 없이는 성립도 유지도 되지 않는다.”
“그건·····?”
“에스파냐의 돈 줄을 빼 놓으면 그만큼 군사적 위협도 줄어들지. 그런 당연한 것을 설명해 줘야 하겠나?”
“············.”
억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억지다.
억지를 부리는 우진을 보고 옥타비아누스를 애간장이 까맣게 탈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진은 힘으로 에스파냐를 침략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전력으로는 그런 우진의 침공을 감당할 명분도 전력도 부족했다.
“은광맥 전부를 넘기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니 부디 30%정도로···.
“80%.”
“그럼 50···.”
“그냥 한 판 붙을까?”
“·········알겠습니다. 승낙하겠습니다.”
옥타비아누스는 힘없는 목소리로 승낙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토를 우리가 유지만 하고 있으면 은의 산출량 정도는 조정해서 넘길 수 있다.’
그렇다. 옥타비아누스는 겉으로는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삥땅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진은 그것을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번거롭게 나누기는 어려우니··. 그냥 에스파냐에 있는 은광맥 중에 80%에 해당하는 지역을 우리가 관리하기로 하지.”
“아니 그건···?”
“군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밖에 주재 시키지 않아. 아니면 날 못 믿겠다는 말인가?”
“···물론 전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도 저를 믿어 주셔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공평하기는 하지.”
“그렇습니다. 전하께서는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그래. 못 믿어.”
“···········.”
한 대 치고 싶은 옥타비아누스였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로 교섭은 무의미 하다.
훗날 초일류 정치가로 자라날 옥타비아누스는 우진과의 협상에서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말았다.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우진에게 막대한 은맥을 빼앗기고 나서야 에스파냐를 우진의 마수(?)에서부터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나중에야 알았다.
이때 자신이 끝까지 버텼다면 에스파냐를 온전하게 보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우진은 더 이상 에스파냐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빨리 배를 돌려라!! 이집트로 최단거리로 간다.”
“옛!!!!”
“옛!!!!”
“옛!!!!”
옥타비아누스와의 회담이 끝나자마자 우진은 배를 이집트로 돌렸다.
왜냐하면 그의 아내이자 이집트의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가 국난의 위기에 처했다는 위급한 연락을 보냈기 때문이다.
시간을 조금 돌려서 우진이 마우레타니아를 완전히 평정하고 있을 무렵···.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클레오파트라는 파라디소스의 왕비로서가 아니라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오랜만에 일에 전념했다.
사실 이집트의 내정은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나일강의 삼각주는 북 아프리카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이고 로마를 향한 조공의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에 서민들도 한결 얼굴이 밝아졌다.
내정 면에서는 그녀가 나서서 트집 잡을 일이 없었다.
문제는 국경의 분쟁이 문제였다.
현재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두 나라다.
누미디아와 유다이아.
누미디아는 파라디소스를 중심으로 한 삼국 동맹에 굳건하게 묶여 있으니 별 문제 없었다.
문제는 유다이아 쪽이었다.
현재 유다이아는 친 로마파인 헤로대 1세가 지배 중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아버지인 아울레테가 통치중일 때는 별 문제 없었다.
두 왕조 모두가 친 로마적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마찰을 빗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마라는 중계역을 빼고 순수하게 두 나라의 관계만을 생각하면···.
유다이아와 이집트의 사이는 썩 좋다고 하기에는 무리다.
이 시대의 어느 나라가 안 그렇겠냐만은 보통 국경을 대고 있으면 두가지 결과가 나온다.
국력이 비슷한 나라끼리는 투닥투닥 전쟁이 끊이지 않고···.
국력이 확 차이가 나면 약한 쪽이 강한 쪽에게 압도적으로 숙이고 들어간다.
유다이아의 경우 그 국력이 이집트에 비해서 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로마를 등에 엎고 있었다.
그리고 해군이 주력인 이집트였기에 육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다이아는 어느 정도 견제할 세력이 되기도 했다.
로마의 속주나 다름 없기는 하지만 유다이아 자체는 헤로데 1세기 다스리는 독립국가였다.
즉, 파라디소스와 로마의 정전 협정과는 별개로 전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한때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지배를 받은 적도 있는 유다이아는 이집트에 그다지 감정도 좋지 않았고···.
클레오파트라가 즉위하자마자 바로 국경에서 크고 작은 소규모 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점점더 커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전면전으로 번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소식이 바로··.
“선전포고? 헤로데 1세가 드디어 미쳤나요?”
클레오파트라는 신하들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로마를 등에 업고 설치는 것 같습니다.”
“바보 같으니라고··. 지금 로마군은 직접 군사 지원을 할 수 없는데···.”
“한 번 본때를 보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하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유다이아와 이집트의 국력 차이는 상당했다.
원래 이집트 자체의 국력이 상당하 것도 있었지만 클레오파트라 즉위 이후에는 로마에 대한 조공을 그만두고 군비를 증축해서 더욱더 강력한 힘을 기르고 있었다.
그것은 클레오파트라가 언젠가 로마와의 일전에서 남편을 돕기 위한 전력이기도 했다.
“유다이아라···. 군사들에게 좋은 훈련이 되기도 하겠군요.”
“물론입니다.”
“적당히 밟아주겠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이집트의 장군들은 자신들의 아름다운 파라오에게 승리를 바치기 위해서 안달이 났다.
이제 유부녀이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열광적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빙긋 미소 짓다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혹시, 로마가 뒤에서 돕는 것은 아닙니까? 유다이아의 국력으로 우리에게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요?”
클레오파트라의 말은 정설이었다.
하지만 장군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마가 지원군을 보내려면 육로가 막힌 지금 해군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유다이아의 모든 항구에 첩자를 심어두고 감시하고 있지만 대규모 선박이 들어왔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전 협정이 있는 이상 로마가 지원군을 보낼 가능성은 적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가난한 유다이아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정전 협정을 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수들의 의견은 일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이길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장수들에게 말했다.
“헤로데 1세에게 자기 분수를 알게 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유다이아 지역도 다시 우리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품안에 넣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그렇게 이집트와 유다이아의 전쟁이 시작되게 되었다.
유다이아와 이집트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소식은 양국에 널리 퍼졌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유다이아 북쪽에서 헤로데 1세를 괴롭히고 있던 테무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테무진의 부하가 테무진의 막사로 들어와서 보고했다.
“대장님. 계획이 성공했습니다.”
“잘 됐군. 그럼 우리도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예. 알겠습니다.”
현재 테무진은 유다이아의 북쪽 지방인 파니아스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위주로 해서 반 헤로데 왕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유다이아의 시민들에게 헤로데 1세가 로마인들의 앞잡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오랜 착취로 인해서 지쳐 있던 유다이아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을 뺏어서 베푸는 테무진을 은근히 지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골치 아픈 산적 취급했던 헤로데 1세는 이제 본격적으로 테무진의 존재를 신경 써야 했다.
과거의 스파르타쿠스나 우진이 반란군 시절이었던 정도?
그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헤로데 1세는 본격적으로 군사를 움직여서 테무진의 근거지인 파니아스를 뭉게 버리려고 했다.
대규모 병력을 일으켜서 그 부군을 초토화 시켜 버리고 아애 싹을 짓밟아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귀에 약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테무진의 뒤편에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있다는 말이었다.
어디서 소문이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문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었다.
테무진이 시민들을 선동 할 때마다 반 로마적인 성향의 말을 계속했고, 그리고 헤로데 1세를 비난하면서 그는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라고 했다.
무엇보다 현재 팽창하고 있는 이집트의 군사력을 생각할 때 바로 옆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다이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유다이아의 헤로데 1세는 결심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죽기 전에 죽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가능하면 전쟁은 피하고 자신의 세력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그런 성격이니 만큼 자신의 영토가 침공당할 위기에 처하자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개입 자체가 테무진이 퍼트린 헛소문이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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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납니다.
몇 화 후면 드디어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