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우진은 항구에 배가 가까워 져도 반격이 오지 않자 자신도 부하들에게 공격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적들이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일단 항구에 무혈로 정박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이었다.
이윽고 파라디소스의 군대가··.
그것도 우진이 이끄는 왕가 직속의 최정예 군단이 가데스의 항구에 내렸다.
그리고 그 가장 선두에는 로마의 재앙이자 지중해 최고의 영웅이라고 일컬어지는 왕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런 우진이 로마군단에게 말했다.
“지금 대표는 누구냐!!? 당장 나와라!!”
나 지금 굉장히 화 났다. 라고 시위하듯이 쩌렁쩌렁 울리는 우진의 목소리에 옥타비아누스는 살짝 두근 거리는 심장을 가지고 앞으로 나왔다.
“제가 이 현재 가디스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입니다. 파라디소스의 국왕이시여?”
“네가? 네 이름은?”
우진의 말에 옥타비아누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이름을 말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입니다.”
“···네가?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
“그렇습니다.”
“그래··. 너란 말이지···.”
우진은 가늘게 눈을 뜨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옥타비아누스를 내려다 봤다.
‘···천하의 아우구스투스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건가? 묘한 기분이군.’
한국인인 우진은 원래의 역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굵직굵직한 인물들 밖에 몰랐다.
시저는 안다.
베레스는 몰랐다.
폼페이우스는 안다.
카토는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시저의 주변을 항상 감시하고 있는 우진이었기에 옥타비아누스가 시저의 양자로 들어가는 그 순간 바로 옥타비아누스의 존재를 알았다.
그리고 그때 왕실에서 우진은 옥타비아누스의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혀를 차면서 중얼 거렸다.
“시저, 폼페이우스, 안토니우스, 거기다 아우구스투스까지? 고대 로마 드림팀이군···.”
우진의 말대로 이들은 이 시대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자기들 끼리 물고 뜯고 싸우느라고 평가가 좀 내려간 존재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사상 최고의 인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예전에 시저나 폼페이우스의 등장을 알았을 때와는 반응이 달랐다.
그때 우진은 그들의 이름값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했었다.
생각해 보면 폼페이우스의 깃발에 겁을 먹고 도망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시저와 전쟁터에서, 그리고 외교전에서, 수도 없이 싸우고 또 부딪히면서 점점 고대 위인들에 대한 환상, 두려움, 경외감 같은 감정들이 사라졌다.
이제는 자신도 그들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 상태였다.
그래서 천하의 옥타비아누스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래, 옥타비아누스 우리는 여기 카토의 잔재를 잡기 위해서 왔는데··. 어째서 너희가 여기 있는 거지?”
우진은 어디까지나 이 에스파냐는 로마 공화정인 카토의 영역이라는 것을 전재로 얘기를 하려고 했다.
옥타비아누스의 입장에서는 그것만큼은 꼭 막아야 했다.
“죄송하지만 진 전하···. 이 땅은 저희 로마의 영토입니다. 카토 같은 배신자들이 잠깐 머물렀다는 이유로 그들의 흔적을 여기서 찾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됩니다.”
“호오, 어리석다? 내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
‘아차···.’
옥타비아누스는 순간 자신의 혀를 깨물어 버리고 싶었다.
방금 그가 한 말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실수였다.
일국의 왕의 행동에 어리석음을 지적한 것이다. 자국의 신하라고 해도 조심조심 또 조심해서 왕의 실수를 지적하는 법이다.
다른 나라, 그것도 잠재적 최대 적국인 나라의 인물의 비난을 받고 가만히 있을 국왕은 아무도 없었다.
꼬투리를 잡은 우진은 놓치지 않고 거기를 물고 늘어졌다.
“어리석다. 짐이 어리석다고 한 것인가? 카토를 쫓아서 여기까지 온 짐의 행동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면, 여기에 카토의 흔적은 조금도 없다는 말이겠군?”
“그것은····?”
옥타비아누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렇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유감 스럽게도 아니었다.
에스파냐는 카토를 비롯한 공화정의 잔재가 진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소탕하는 것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다.’ 라고 대답 할 수 있겠는가?
절대 무리였다.
“네가 그렇게 자신 있다니 내가 직접 군을 이끌고 에스파냐를 시찰해 보겠다.”
“시찰? 여기는 저희 로마령입니다.”
“그래서?”
“남의 나라의 땅을 시찰 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정전 협정을 맺고 있는 남의 나라에 멋대로 침략하는 것은 말이 되고?”
“아니 그것은···. 그것은 우리 로마의 현 정권이 아닌 공화정의 잔재들이 한 짓입니다.”
“그러니 나 역시 로마로 군을 진군 시킨게 아니라 그 공화정의 잔재라는 자들이 있는 에스파냐로 온 것이다. 그런데 네가 있군. 시저의 양자라는 네가 말이다. 나로서는 시저가 너를 보내서 공화정의 반란 분자를 감싸면서 나를 상대로 주기적인 공격을 가하려는 음모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건 비약입니다.”
“그걸 정하는 것은 네가 아니지?”
“············.”
‘이 인간 장난 아니다···.’
우진의 말발에 옥타비아누스는 쩔쩔매고 있었다.
일방적인 주장에 말려서 자신의 주장을 펼 틈도 없었다.
여기서 우진의 시찰, 사실 시찰을 가장한 침략이 될 것이 뻔하지만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시찰이다.
이 시찰을 막지 못하면 우진은 카토의 잔재를 발견하고 에스파냐에서 위협을 배재한다는 이유로 군사르 주둔 시키고 영토를 야금야금 점령할 것이다.
‘안돼. 절대로···.’
거기까지 앞일을 예측하자 오싹해지는 옥타비아누스였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망설이는 옥타비아누스에게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자, 서로의 요구 사항은 다 정해졌다.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에게 선택권을 주지. 나의 군대를 막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은·····?”
옥타비아누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당황했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당황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게 파라디소스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진인가? 딕닥토르가 세상에서 가장 경계하는 남자.’
옥타비아누스의 눈에는 우진이 굉장히 거대하게 보였다.
사실 용맹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기량이 뛰어난 인물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시저가 술 기운이 올랐을 때 옥탑비아누스가 시저에게 물었었다.
파라디소스의 국왕은 어떤 인물이냐고 말이다.
모든 로마인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지중해 최고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궁금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옥타비아누스가 보기에 시저는 세상에 이렇게 뛰어난 남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지도자였다.
그런 남자가 몇 번이고 애를 먹었다고 하니 안 궁금 할 수가 없었다.
옥타비아누스의 질문에 시저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스키피오에게 한니발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파라디소스의 그 망할 개자식이 있지.]
표현이 좀 과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저가 우진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옥타비아우느는 이때까지만 해도 시저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눈으로 직접 우진을 보고 판단을 내리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었기는 했지만···. 이렇게 만나고 나니 생각 이상으로 짜증 나는 인간이군. 제길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지?’
옥타비아누스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여기서 까딱 대답을 잘못 하면 에스파냐를 통째로 빼앗기거나 아니면 전쟁에 빌미를 줄 수도 있었다.
한편···.
식은땀을 흘리면서 당황하고 있는 옥타비아누스를 보면서 우진은 겉으로는 위압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좋았어. 할 수 있어. 실제 역사에서 얼마나 굉장한 인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애송이다.’
우진은 속으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적들을 갈라 버리고 승리하는 쾌감과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종류가 달랐다.
다만, 절대 그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정도로 짜릿한 희열이었다.
지금 자신이 화술로 밀어 붙이고 있는 인간은 다름 아닌 아우구스투스.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이자 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인물이다.
우진에 의해서 역사가 대폭 틀어진 지금에 와서 그게 가능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인물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건 뭐랄까? 훈민정음 만든 세종대왕 앞에서 주시경 선생이 개량한 한글을 늘어놓는 기분?
그런 우월감이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옥타비아누스는 우진이 가하는 무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서 결국 입을 열었다.
“지금 전하께서 하신 말씀은···. 도저히 저로서는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로마의 딕닥토르에게 서신을 보내서 확인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하나만 물어보자.”
“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시간 끌이게 알겠다고 대답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진의 말에 옥타비아누스는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그것은 마치 정국이 찔린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 하루 기다리지. 내일 아침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난 행동 할 것이다. 거기에 맞서든 비키든. 그건 온전히 너의 선택이다.”
“잠··· 전하!!”
옥타비아누스는 우진을 잡아서 말리려고 했지만 자신의 목에 겨눠지는 날카로운 칼날에 멈췄다.
“전하의 옥체에 무례하다.”
“···크윽···.”
목에서 살짝 피가 나는 옥타비아누스는 이를 갈면서 신음했다.
“그만둬라. 마시르.”
우진의 제지에 마시르는 검을 거뒀다.
그리고 우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죽일지 살릴지는 내일 정해도 늦지 않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진은 굴욕과 패배감으로 물든 옥타비아누스를 내버려 두고 나갔다.
그날 밤.
우진은 병사들을 긴장 시키고 방비를 게을리 하지 못하게 했다.
이미 전시 체제에 돌입 시켜서 술 한 방울 입에 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우진 자신도 갑옷을 걸치고 무기를 곁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 우진에게 한명의 전령이 급하게 다가왔다.
“전하 급보입니다.”
“···급보?”
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항상 자신이 전쟁터에서 받아보는 급보라는 것 치고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
본국에 반란이 일어났거나 자신이 없는 전선이 나쁘게 돌아가고 있다거나··.
그런 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발 이번에는 아니기를···.’
우진은 나쁜 예감 속에서 전령이 가지고 온 서신을 읽었다.
그리고 서신을 읽고 한참 후에···.
쾅!!!
테이블을 내려친 우진은 그대로 입술을 깨물면서 중얼 거렸다.
“왜 나쁜 예감은 꼭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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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옥타비아누스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다음 화에 나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