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옥타비아누스 전면에 나서다.>
가데스 항구에 와서 항구의 가장 전면에서 우진이 본 것은 항구에 빼곡한 병력과 거기에 나부끼는 로마의 깃발이었다.
거기에는 시저의 문장도 들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시저가···. 아니 가장 최근에 받은 첩보로도 시저는 로마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우진은 도저히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분명이 자신이 최고 가까운 거리에서 최단거리로 왔는데 어떻게 선수를 빼앗긴 것일까?
우선 우진이 사전에 접수한 첩보는 맞았다.
시저는 아직 로마에 있다.
또한 시저는 이 병력의 이동을 허락한 적도 없었다.
이 병력은 현재 지휘관의 독단에 의해서 움직였다.
이쯤 되면 알겠지만 이 병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시저가 아니라 옥타비아누스였던 것이다.
우진과 카토의 결전이 있기 직전.
꾸준하게 로마전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시저였기에 카토가 전 병력을 이끌고 우진과 승부를 보려고 한다는 것도 이내 알았다.
그리고 시저의 밑에 있던 옥타비아누스는 바로 그 정보가 알려지자 마자 독단으로 자기 재량의 군단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 옥타비아누스를 보고 브루투스가 말했다.
“감히 네 독단으로 군을 움직여?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냐!!?”
“제 2의 한니발의 침략로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딕닥토르께서도 지금 이 자리에 계셨다면 그렇게 판단 했을 것이다.”
당시 시저는 카퓨아에 군사 시찰을 가야 했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운 시저가 오려면 이틀은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1분 1초도 기다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무조건 지금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카토가 이기던 지던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거야.”
“감히···. 절대 허락 할 수 없다.”
“누가 네놈 허락 따위를 받겠다고 하더냐!!? 꺼져!!!”
옥타비아누스는 거칠게 브루투스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뿌드득···.
옥타비아누스에 밀려서 뒤로 넘어진 브루투스는 이를 갈면서 옥타비아누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좋다··. 그럼 붙잡지 않으마. 하지만 네놈이 독단으로 행한 행동 때문에 네놈의 미래가 망가지던 말건 원망하지 마라.’
브루투스는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 하나를 치워 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닌가?
독단으로 군을 움직인 것을 시저가 알면 옥타비아누스는 반역의 멍울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브루투스가 시저나 옥타비아누스에 비해서 견식이 한참 모자라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시저는 돌아와서 옥타비아누스의 결정을 듣고는 크게 감탄하면서 말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옥타비아누스가 큰 일을 했구나.”
“····딕닥토르, 그는 명령도 없이 군을 움직였스니다.”
“그렇게 해야 할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한 것이다. 더 이상 이 상황에 관해서 옥타비아누스의 죄를 묻지 말라.”
시저는 그렇게 주변 인물들을 일축 시켰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가 제 시간에 갈 수 있을까? 시칠리아의 해안선을 이용 할 수 없는 이상 멀리 돌아가야 할 텐데···.’
시저는 있을리 없는 반란 따위 보다는 그 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육로는 물론이고 코르시카 북쪽의 연안으로 빙 돌아가는 해안라인으로는 가데스에 시간을 맞춰서 도착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옥타비아누스라면····. 하지만 그 정도 근성과 도박이 있을까?’
시저는 이 기회가 옥타비아누스의 역량이 자신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판단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시칠리아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해로를 이용한다.”
옥타비아누스는 부하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님. 그렇게 하면 100% 파라디소스의 해군들에게 걸릴 겁니다.”
“맞습니다. 지금 이 병력으로 전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옥타비아누스의 말에 지휘관들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의 태도는 단호했다.
“시기가 늦으면 에스파냐까지 가는 의미가 전혀 없어진다. 지금 도박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
“············.”
옥타비아누스의 말에 지휘관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들은 그저 옥타비아누스의 명령에 따라서 군을 움직였을 뿐이지 왜 에스파냐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개중에는 이미 군을 움직인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우선 가장 좋은 것은 파라디소스의 해군에게 걸리지 않는 것이겠지만···. 만약 걸린다고 하면 그때는 나를 버리고 모두 도망가도 좋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때가 되면 알 것이다. 내 계획이 실패하면 모두들 도망가라. 내가 책임을 지겠다. 명령이니 불명예를 묻지도 않을 것이다.”
“············.”
“············.”
“············.”
옥타비아누스의 말에 지휘관들은 다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변했다.
그들은 이 젊은 지휘관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하는 행동이 괴짜 같기는 한데 시저의 총애가 깊은 양자라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고···.
‘어쨌든 우리는 명령에만 복종하면 되겠지?’
‘여차하면 도망가도 불똥은 안 튀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절대로 파라디소스의 해군에게 걸리지 않는 것인데 말이야.’
지휘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파라디소스의 해군 영역으로 들어갔다.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를 잇는 그 사이의 해역에는 넓은 의미로 파라디소스의 해군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미 해적들은 척결 했지만 그래도 간간히 나타나는 조무래기들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이더는 고사하고 망원경 하나 없는 이 시대에 해상 방어라인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인해전술.
다수의 선박으로 꾸준한 정찰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운이 좋아서 그 파라디소스의 해군 전력에게 자신의 행동이 포착되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행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아니 따라 준 것은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었다.
“도끼창 마크···. 저것은···?”
“디오클레이우스····.”
로마인들이 요즘 한니발 만큼 치떨려 하는 이름이 세 개 있다.
파라디소스의 국왕 진.
노예 반란의 총아였으며 부르티움의 지배자 스파르타쿠스.
그리고 우진의 오른팔이자 사르디니아의 지배자 디오클레이우스.
특히 디오클레이우스의 경우 폼페이우스와 일기토를 벌이고도 살아남은 공적 때문에 로마인들의 머리에 더 강한 이름을 남겼다.
사실 그 승부 자체는 폼페이우스의 승리였지만 천하의 폼페이우스를 상대 1대1로 상대하면서 그렇게까지 상대한 자도 없었다.
그때 당시에 둘의 결투를 지켜 봤던 수많은 이들이 디오클레이우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과 입을 통해서 전해진 결과 로마인들의 머리에는 디오클레이우스의 이미지가 무슨 괴물처럼 전해졌던 것이다.
그런 디오클레이우스가 순찰을 돌던 시기에 딱 걸렸으니···.
역시 악운이 따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거물이 걸렸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퇴를···.”
“아니 기다려라.”
옥타비아누스는 지휘관들을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 옥타비아누스에게 디오클레이우스가 크게 소리쳤다.
“저기 멋대로 우리 해역에 침공한 엿 같은 로마 새끼들은 똑바로 들어라!!!”‘
디오클레이우스는 바다에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지금 당장 배를 돌리고 꺼지던가? 바닷 밑으로 수장된던가? 둘중에 하나를 택할 수 있는 특권을 주겠다. 지금 당장 대답하라!!”
디오클레이우스의 으름장에 옥타비아누스는 차분한 눈을 하고는 부하에게 말했다.
“직접 가서 얘기해야 겠다. 배를 붙여라.”
“···예?”
부하의 얼굴에는 마치 지금 댁이 뭐라고 했수? 라는 얼굴이 떠 올라 있었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냉정하게 말했다.
“배를 붙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군대 라는게 이럴 때 참 엿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하였다.
어쨌든 상관이 까라면 까야 하는게 시대를 막론하고 군대의 공통점이라서···.
옥타비아의 배는 디오클레이우스의 배와 접선을 가졌다.
“난 이 함대를 대표하고 있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라고 한다. 지금 그쪽으로 건너가겠다.”
“···호오, 배짱 좋은 놈이군.”
디오클레이우스는 자신에게 직접 얼굴을 내민다는 옥탑비아누스의 말에 약간이지만 배짱에 감탄했다.
그리고 건너온 인간이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애송이라는 것을 알고는 어이가 없어했다.
“네가 이 선단의 지휘관이라고?”
“그렇소.”
“···백 한번 대단한가 보군? 잠깐···. 너 이름이 분명 시저의 것과 같았는데?”
“나의 양부 되시오.”
“호오···. 정말 거물이군. 어쩔까? 이대로 파라디소스까지 압송해서 시저한테 네놈 몸값이라도 두둑하게 뜯어내 볼까?”
디오클레이우스의 말에 옥타비아누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푼돈이나 탐하는 인물로는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소문을 잘못 들었던 거요?”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틀렸다고 하지 뭐.”
여유만만하게 말하는 디오크렐이우스를 보면서 옥타비아누스는 속으로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파라디소스의 국왕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이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런 그릇이 되는군. 큰 남자다. 몸도 마음도···.’
옥타비아누스는 인간을 판단함에 있어서 인종에 관해서 차등을 두지는 않았다.
시저의 편애로 얼룩진 브루투스 따위보다는 눈앞에 있는 디오클레이우스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간단하게 인정했다.
단순한 일이었지만 선민의식에 젖어 있는 로마인들이나 그리스인들에게는 자주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사실 우진의 오른팔로 전쟁터에서 쭉 활약해온 디오클레이우스와 엄마 백으로 징징거리는 브루투스는 감히 비교할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이런 남자를 상대로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속이지 않고는 지나 갈 수가 없어···.’
옥타비아누스는 디오클레이우스를 바라보면서 태연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우리 함대는 이 해역을 그냥 지나가려는 것 뿐이오. 해역을 통과하는 동안 그대들의 감시가 붙어도 좋다. 그저 지나가게 해 주시오.”
이것은 진실이었다.
“호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아니, 여기를 지나면 아프리카 아니면 에스파냐인데···. 너 어디로 가려는 거냐?”
디오클레이우스의 예리한 질문에 옥타비아누스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에스파냐요.”
이것도 진실이었다.
“에스파냐? 거기는 왜 가는 거지? 그것도 이렇게 우리 해역을 가로 지를 정도로 다급하게 말이야.”
“공화정의 잔재를 유지하고 있는 카토를 정벌하로 가는 길이오. 우리 로마의 내전이니 그대들 파라디소스가 긴경 쓸 일은 아니오.”
이것은···. 진실도 거짓도 아니었다.
그 땅을 징벌하러 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카토의 전투의 승패에 따라서 상대하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원정 중인 우진이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 핵심을 피하고 그저 자신에게 유리한 말들만 앞세우고 진실은 뒤에 위장했다.
하지만 디오클레이우스는 강한 남자이기는 하지만 둔한 남자는 아니었다.
옥타비아누스의 말에서 바로 진실을 읽어냈다.
“거기에 가서 내 형제와 너희들 공화정 찌꺼기들이 싸우는 와중에 카토의 뒤를 쳐서 편하게 이기겠다? 어쩌지? 내가 그 꼴은 봐 줄 수 없겠는데?”
“···········.”
============================ 작품 후기 ============================
디오클레이우스 : 간만의 출현인데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그래? 내가 만만해 보여?
디오클레이우스가 만만한지 아닌지는 다음화에 들어납니다.
참고로 제 소설의 설정상 옥타비아누스는 아직 절정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싹은 확실하게 나 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