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로마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중앙의 중장보병이 깨지면 카토는 틀림없이 그 부분을 매우기 위해서군을 집중 시킬 것이다.
그렇게 한 후에 기마대까지 깨버리면···.
그렇게 되면 후방에 안전하게 대기하고 있던 사령관 본인에 대한 방어가 허술해 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군세를 정면이 집중 시키고 기마로 좌우를 커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방이 빈약해진 지금.
바로 지금이 우진이 승부를 걸기 위해서 노린 타이밍이었다.
“비켜라!! 이 로마의 잔챙이들아!!!”
오랜만에 왕의 책무에서 벗어나서 전장에 선 우진은 신들린 듯이 태도를 휘둘렀다.
그가 망상에서 태도를 한 번 휘두를 때 마다 반드시 하나 이상의 목숨이 세상을 하직했다.
“아악!!”
“막아라!! 어떻게든 막으란··· 크악!!”
몇몇 지휘관들이 우진의 기마대가 노리고 돌격하는 방향이 사령관기의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정면에 서면 우진을 비롯한 다른 기마대의 돌격에 박살이 났고 멀리서 화살비를 쏟아부어도 우진의 기마대에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
“제길···, 뭐냐? 도대체 뭐냔 말이다. 저 기마대는··.”
한 지휘관은 화살 비에서 거의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우진의 기마대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병과는 방패술을 앞세운 로마의 중장보병.
이라는 사고 방식이 굳어져 있는 로마인들은 몰랐겠지만 칼과 창의 시대가 계속 되는 동안 가장 튼튼한 병과는 말과 인간이 전신을 갑주로 빈틈없이 두르고 돌격하는 병과.
즉, 미래에서는 기사라고 부르는 중류였다.
물론 우진의 부대는 기사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트 메일은 없었고, 말들이 걸치고 있는 마갑도 중세 유럽의 것에 비하면 약간 처지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세의 것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 시대의 조잡한 활로는 뚫을 수 없는 방어력이 있었으니 사실상 이들에게는 기사나 다름 없을 것이다.
발리스타를 정통으로 맞추거나 아니면 운 좋데고 갑옷의 틈새에 화살이 맞지 않는 이상.
이 시대에 우진의 중장 기병을 상대로 어찌 할 수 있는 원거리 병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우진은 기병대를 격파하고 자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몇몇 부대를 그대로 격파하면서 드디어 노리고 있던 목표를 사정권에 잡았다.
하지만 그 목표는 최후의 방어선에 꽁꽁 숨어서 안전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박살내 주지.”
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화살로는 어림 없지만 역시 창날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기마는 멈추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장 선두에 있는 쇄기형태의 정점.
즉 자신의 역할이었다.
“으아아아앗!!!”
우진은 전방에 서 있는 병사의 방패를 태도로 쳐서 그대로 날려 버리고 다시 한 번 날린 참격으로 머리를 쪼개 버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무지막지한 살육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악마가 세상에 올라와서 인간들을 짓밟으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진의 무력은 압도적이고 또한 공포스러웠다.
맞서 싸워야 할 로마의 병사들은 조각조각으로 부서지는 동료들의 육편을 얼굴에 맞으면서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그리고 전의가 사라진 그들에게 우진의 부하들이 연달아서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죽어랏!!!”
“뒈져라. 이 엿같은 로마 새끼들아!!!”
“모두 죽여라!!!”
우진의 부하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미친 듯이 날뛰었다.
우진의 압도적인 무력은 적들에게는 최악의 재앙이었지만 우진의 부하들에게는 신의 축복이었다.
적들을 돌맹이 처럼 뻥뻥 날려 버리는 우진의 모습에 고무된 그들은 성난 맹수처럼 로마군을 도륙했다.
카토가 나름 로마의 정예라고 모아온 전력이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에스파냐에서 반 강제로 공화정의 명령에 참가한 자들이었다.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용감한 투쟁심을 보일 정도의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결국 한 두 명이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런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되어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도망갔다.
“크윽··· 이 놈들!! 도망가지 마라!!”
“부끄럽지도 않느냐!!? 싸워라!! 싸우란·· 커억!!!”
몇몇 지휘관들이 거칠게 검을 휘두르며 병사들에게 싸울 것을 중용했지만···.
우진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병사들을 추스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병사들을 독려하는 지휘관들을 사전에 먼저 처리하면서 우진은 적들을 하나하나 박살냈고, 결국 목표한 지점에 이르렀다.
“···호오, 싸울 생각인가?”
우진이 본진의 중심에 들어오자 카토는 검을 들고 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한 로마인은 후퇴를 모른다.”
“흐음···. 지금 이 주변에만 해도 도망가는 로마인들이 수두룩한데?”
우진의 조롱 섞인 말에 카토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말했다.
“그들은 진정한 로마인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함, 그 진정한 기상을 내가 보여주마.”
“·······쯧, 뒷맛 찝찝하게····.”
우진과 똑바로 마주한 카토의 눈에는 한점의 얼룩도 번민도 보이지 않았다.
철저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길이 옳다고 확신하는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이런 인간··. 적만 아니면 살려두는 편이 세상에 이로운데 말이야.’
우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카토는 적이었다.
“와라. 내가 받아주마.”
“·········후우, 욕보이지는 않겠다.”
우진은 카토가 탐이 났다.
이런 벽창호 같이 깐깐한 성격은 맡은 일은 정말 잘하는 법이다.
원래 같으면 전쟁터에서 칼이나 휘두르게 하지 말고 법률이나 예산 같은 일에서 그 깐깐함을 발위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살려서 구슬러봤자 자신을 위해서 일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욕이나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알려 들었다.
카토는 우진에게 마주 달려서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아아앗!!!”
그래도 젊어서 전쟁터 여기 저기에 참전해서 싸워 봤다고 하더니 영 초짜는 아닌 일격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기세가 제법 매서웠다.
문제는 우진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잘 가라.”
서걱!!
우진의 태도가 한 줄기 섬광이 되어서 카토의 목줄기를 관통했다.
그리고····.
푸화악!!!
카토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피 분수가 높게 솟구쳤다.
그리고 떨어진 카토의 목을 높이 들어올리고 우진이 사방으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로마의 콘술,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의 목을 쳤다. 로마군은 즉시 항복하라!!!”
전쟁터에 넓게 울리는 우진의 이 고함 소리가이 전투의 마지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전투 후.
우진은 대량의 로마인들과 서 마우레타니아 부족원들을 포로로 잡았다.
죽고 도망가고··.
잡지 못한 자들도 많았지만 순수하게 확보한 포로만 해도 10만이었다.
얼마나 많은지 포로를 관리하는 것도 장난이 아닐 정도였다.
우진은 누미디아의 관리를 불러서 이들의 신병을 맡기고 오우메니우스에게 포로의 관리를 거들게 했다.
“전하. 승전의 축하를 위해서 수도로 함께 돌아가심이 좋지 않겠습니까?”
누미디아의 지휘관 중에 한명이 우진에게 간언했지만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호기를 놓칠 수는 없다.”
우진은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하고 에스파냐로 건너갈 준비를 했다.
에스파냐는 로마의 수많은 속주들 중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지역중에 하나였다.
역사가 틀어져서 아직 갈리아 지방이 로마의 속주로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은 지금은 말이다.
올리브기름, 양모, 금, 포도주.
에스파냐에서 나는 이 물자들은 모두 이 시대의 로마인들에게는 인기 물건이었다.
덕분에 에스파냐 지방의 속주 총독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지간한 지방의 두 배가 넘었다고 할 정도였다.
시칠리아가 로마의 속주 시절에 식량 창고였다면 에스파냐는 속주 중에서도 보물 창고였던 것이다.
‘그 에스파냐를 빼앗기면 속 좀 쓰릴 거다. 시저.’
명분은 충분했다.
에스파냐에서 먼저 바다를 건너서 쳐들어 온 것은 카토였다.
즉 그 공화정에 대한 반격으로 에스파냐로 진군한다면 명분은 충분했다.
우진은 서둘러서 군을 정비해서 진군할 병력을 추스렸다.
포로가 워낙에 많았기에 그 포로를 관리하기 위한병력을 일부 두고 그 외에도 기병 중심의 빠른 이동이 가능한 병력을 우선 1만을 챙겼다.
나머지 병력은 뒤를 이어서 순차적으로 지원군 형식으로 오기로 했다.
“시간이 승부다. 빨리 서두르도록 하라!!”
“옛!!!”
“옛!!!”
“옛!!!”
우진은 부하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명분을 세우고 탈 없이 에스파냐를 먹기 위해서는 역시 시저보다 먼저 에스파냐로 입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뭐, 시저가 어떻게 이동해도 틴기스의 성벽 근처까지 가고 있는 우진보다 빠르게 오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우진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틴기스에 가서 잔존 세력을 몰아냈다.
사실 몰아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우진이 틴기스로 진격한다는 말만으로도 대다수의 적들이 이미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
우진은 남아있는 텅 빈 도시를 점령하고 생활 터전을 버리지 못하고 남아있는 자들을 잘 다독거렸다.
병사들에게 약탈을 엄금하고 만약에 군율을 어긴다면 즉각 처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사실 그런 협박하지 않아도 군기가 엄정한 파라디소스의 군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약탈의 엄금에 관해서는 우진이 평소에도 병사들에게 확실한 정신교육의 일환으로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파라디소스의 군인들에게 있어서 약탈이란 도적들이나 하는 것이며, 전쟁터에서 군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불명예 스러운 행위.
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사실 약탈이 전쟁터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 세계의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정신 교육을 꾸준히 반복하자 놀랍게도 대부분의 병사들이 알아서 약탈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명예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명예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행동이 폭력적이고 난폭한 사람보다도 불명예스러운 겁쟁이들이 더 격이 낮은 인간으로 취급 당하는게 이 시대의 인간들이었다.
그런 인간들에게 우진은 꾸준하게 정신 교육을 시키면서 명예를 들먹인 것이다.
약탈을 하면 군인으로서의 명예가 무너지고 그것은 전쟁터에서 죽어간 전우를 욕보이는 일이다.
라고 말이다.
파라디소스의 전 국민이 우진에게 가지고 있는 맹목적인 충성심에 이렇게 명예를 들먹인 설득까지 더해져서 생긴 성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미디아나 이번에 협력한 동 마우레타니아 병사들에게까지 그런 군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사실 우진이 그런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누미디아의 병사들이 민가를 덮쳐서 약탈과 강간을 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우진은 그들의 목을 쳐서 본보기로 높이 매달았다.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은 그들의 목에 침을 뱉으면서 먼저 죽은 전우들의 명예를 더럽힌 자들이라고 모독했다.
그런 분위기가 생성되고 나자 틴기스를 점령한 후에도 약탈의 ‘약’자도 꺼내는 인간이 없어졌다.
그렇게 틴기스의 상황을 안정 시키는 것에 약간 시간을 잡아 먹기는 했지만 우진은 서둘러서 배를 타고 군대를 이동 시켰다.
목표는 에스파냐의 가데스.
항구 도시인것과 동시에 바에티스 강의 하구를 끼고 있어서 풍요로운 도시였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를 잇고 있는 가장 가까운 해로의 항구 도시이기도 했다.
그 항구 도시에 도착한 우진은···.
“개새끼····.”
욕부터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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