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
“···········.”
두 사람은 서로 품평이라도 하듯이 서로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카토가 입을 열었다
“과연···. 우리 로마를 이렇게 위기 상황으로 몬 남자가 그대란 말이지?”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당신들 로마의 자업자득으로 보이지만 말이야.”
“자업자득? 감히 무슨 근거로 그따위 말을 하는 건가?”
카토는 거의 우진을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 거렸다.
옆에서 마시르가 자신의 태도에 슬쩍 검을 가져라고 했지만 우진이 제지했다.
“진정해라.”
‘말발로 덤비는 놈은 말발로 조져야지.’
우진은 카토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나에 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나?”
“···우리 공화적의 몰락을 가져온 숙적이지.”
“그 전에는?”
“···우리 로마에서 노예 검투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지.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 전에는 ?”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말 그대로의 의미다. 내가 검투사를 하기 전에는 뭘 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모른····다.”
카토의 입에서 모른다는 마이 나왔다.
당연하다. 미래에서 타임 슬립해 왔다고 말할 인간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난 우연히 이 로마에 흘러 들어온 이방인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처음 만난게 당시 어딘가로 원정을 갔다가 귀환하는 너희들 로마의 군인들이었지. 그 후에 내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
우진의 질문에 카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강 사정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망할 자식들이 날 잡아서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잡은 이방인 같이 노예로 팔아 버리더군. 그렇게 해서 노예 검투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한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없으면 이상하지. 그러나 나 개인의 원한 만으로 이렇게 나라를 세워서까지 너희들 로마에게 도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뭐냐? 너 개인의 원한이라는 보잘 것 없는 사념 말고 네 어깨에 뭐가 걸려 있느냔 말이다!!!”
신경질 적으로 외치는 카토에게 우진이 말했다.
“대의다. 있어 마땅할 도리와 수많은 민중들이 당연히 납득할 정의다.”
“도리? 정의?”
“그렇다. 누가? 누가 너희 로마인들에게 아무 이민족이나 닥치는 대로 잡아서 노예로 만들어도 된다는 권한을 줬던가? 그들 노예들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고향에서 자신들의 생활이 있던 자들이다.”
“···정벌로 인한 노예의 발생은 인간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신은 아니지만 짐승도 아니다. 너희 로마인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우수하다는 어줍잖은 자만과 오만에 빠져서 다른 민족들을 닥치는 대로 노예로 삼고, 그들의 피와 땀으로 너찬란한 공화국을 건립했다. 그 인과를 외면하고 무시할 생각이냐!!!?”
“그건·····. 그것은···.”
우진의 일갈에 카토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햇다.
만약 지금 우진이 따지고 든 상대가 시저, 아니 폼페이우스만 했더라도 상대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고대 시대에 전쟁을 했을 때 포로가 발생하고 그 포로가 노예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승자의 권리고 패자의 책무였던 것이다.
우진이 하고 있는 말은 이상론이었다.
다만···, 카토는 이상주의였다.
그 깐깐한 키케로조차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정도의 청렴하고 결백한 이상주의자였다.
물로 치면 그냥 1급수를 넘어서····, 그냥 H2O.
완전히 순수한 물 같은 정신을 지니고 있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런 남자였기에 우진의 이상론을 마냥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망설이고 있는 카토에게 우진이 결정타를 날렸다.
“내일 전투에서, 무엇이 정의고, 그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자들의 결의를 보여 주겠다. 너희들의 협박에 휘둘려서 싸우고 있는 서 마우레타니아 인들과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껴봐라.”
“···········.”
우진의 엄포에 카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밝은 태양 아래에서 양군의 전력이 마주하고 있으니 전력의 차이는 더욱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10만대 20만.
원래 작전을 잘 세우면 완전히 절망 적이다고 할 숫자의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넓은 평야에서의 정면 힘 대결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의 질도 중요하지만 역시 두배의 숫적 차이는 무시 할 수 없다.
단순 계산으로 아군이 적군을 꼬박 둘 씩 맞찔러 죽여야 간신히 비긴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
물론 우진은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전쟁을 할 생각은 없었다.
‘보여주마. 내 전쟁을····.’
타임 슬립하고 수많은 전쟁터를 누빈 우진은 이미 현대인이면서도 완숙한 왕과 장수의 그릇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었다.
그런 우진은 이번 전투에 자신이 있었다.
어제 카토를 만났을 때 우진은 승리를 확신했다.
어제 만난 카토의 인상은 철저한 원칙 주의자였다. 로마인들은 전쟁터에서 활약도 하고 정계에서도 활약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지만 파라디소스는 달랐다.
군부와 행정부를 철저하게 분리해서 운영했다.
양쪽 다 가능한 인재를 뽑는 것 보다는 한쪽에 특화된 인재를 뽑는게 더 인재의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진이 보기에 어제 만난 카토의 인상은 철저한 관료형이었다.
국가의 내정이나 행정을 맡기기에는 참으로 적합해 보였다.
어디 딴 주머니 안 챙기고 성실하고도 알뜰살뜰하게 운영할 타입이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그런 성실함 보다는 적의 뒤통수를 떄릴 수 있는···, 아니 최소한 맞지는 않을 정도의 능구렁이를 뱃속이 키우고 있어야 했다.
‘시저놈이 그런 쪽으로는 거의 만렙이지.’
카토가 시저에 밀려서 에스파냐로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상대라면 자신도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군이 대치하고 우진은 전군에 대기 명령을 내렸다.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전투에서 우진은 성공을 취했다.
자신의 주력이 기마대였기에 먼저 선공을 해서 적의 진형을 흐트려 버리는 식의 전투를 주로 썼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먼저 방어 형태를 취했다.
전방에 보병대를 세워서 우선 방진을 만들었다.
뿌우우!!!
그리고 파라디소스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드디어 카토가 이끄는 로마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마군이 옵니다.”
“나도 안다.”
이윽고 적의 진형에서 돌격 나팔이 울리고 카토의 부대가 천천히 진격해 왔다.
20만이라는 대군이 척척 진격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우진은 척척 다가오는 적의 진형을 찬찬히 살폈다.
‘중앙이 로마 정예병의 집단 보병 방진. 그리고 양측은 서 마우레타니아의 보병들, 무장은 빈약하지만 숫자로 때웠군.’
아마도 카토는 보병을 난전으로 만들어서 숫적 우위를 앞세운 다음에 후방의 기마대로 단번에 적을 물리치고 싶었던 모양이다.
교과서대로 대응하려면 여기서 우진은 기마대로 적이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이고 있는 양측의 마우레타니아 부대를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적들도 예상하고 있는 바일 것이다.
‘적이 예상하고 있는 왕도 보다는 적이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사도야 말로 진정한 승리의 수단이다.’
적의 거리가 300미터 앞까지 왔을 때. 우진은 드디어 지시를 내렸다.
“코끼리 부대 준비!!! 중앙으로 진격하라!!!”
“뿌오오오!!!”
우진의 명령에 따라서 코끼리 부대가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전투에서 누미디아는 코끼리 부대를 전멸 당했다.
그때 일은 코끼리의 숫자는 50기.
하지만 우진은 누미디아의 코끼리 병대를 활용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누미디아의 주바 국왕에게 증원을 부탁했고···.
주바 국왕은 왕실의 예장용으로 사용하는 코끼리들을 내 주었다.
개중에 두 마리는 베르니케 4세의 애완용이었지만 가차 없이 뺏어왔다.
그리고 우진은 그 열기를 중앙의 로마 집단 보병에게 돌격 시킨 것이다.
“창을 던져라!!!”
“절대로 접근 시키지 마라!! 궁수 일제 사격!!!”‘
로마의 중장 보병의 방어력은 두텁다.
하지만··. 아무리 두텁다고 해도 인간의 집단이다. 1톤이 넘는 거체의 돌격에 정면으로 부딪히면 작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정복왕 알렉산더 대왕조차 인도에서 코끼리 부대에게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정면으로 싸우면 아무리 인간들이 똘똘 뭉쳐도 코끼리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접근하기 전에 죽이는 방법이었다.
“던져라!! 계속 던져라!!!”
코끼리 부대를 향해서 보병들은 들고 있는 투척용 창을 계속 던졌고, 그리고 후방의 궁수들도 화살 비를 쏟아냈다.
“뿌오오!!!”
“뿌우우····.”
코리리들은 성이 나서 달렸지만 마치 벌에 쏘여서 죽어가는 장정처럼 계속되는 원거리 투척 무기에 결국 하나 둘 씩 힘이 다해서는 쓰러지기 시작했다.
“좋았어!! 계속 진격하라!!!”
로마의 지휘관들은 위협적으로 접근해 오던 코끼리 부대가 쓰러지자 그대로 환호성을 질렀다.
“진격하라!! 적들은 우리의 반도 안 된다!!”
“이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와라!!!”
사기가 오른 로마의 집단 보병은 거칠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끼리 부대를 넘어서 진격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찔러 죽여라!!!”
“우오오오오!!!”
콰지직!! 콰직!!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우메니우스의 장창돌격대였다.
오우메니우스의 장창 돌격대.
파라디소스의 특이한 공격 병과는 대부분 우진의 발상. 정확하게 말하면 우진의 미래의 지식에 의해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 오으메니우스의 장창 돌격대는 달랐다.
아프리카에 부임한 오우메니우스가 자신의 병사들을 단련 시키기 위해서 개인적인 연구로 만들어낸 병과였다.
이들의 무장은 세가지였다.
하나는 짧은 원형의 라운드 실드.
그리고 또 하나는 허리에 매달린 짧은 글라디우스.
그리고 주력 전투 병기인 길이 5미터가 넘는 장창이었다.
기본 병력은 로마 이전에 그리스 최강을 다퉜던 마케도니아의 보병과 같았다.
원거리 병기의 성능이 올라감에 의해서 점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한때 고대 그리스 사에는 마케도니아의 보병 전술이야 말로 보병의 정점이라고 취급 되던 시절이 있었다.
병사들이 보통의 창 보다 훨씬 더 긴 5미터짜리 창을 들고 작은 라운드 실드로 무장했다.
그들은 마치 움직이는 숲처럼 밀집해서 척척척 전진했는데 당시에는 이들이 보병이라는 것의 정점을 찍었던 시절이 있었다.
뭐···. 로마군의 사각 방패로 인한 방패진과 원거리 병기의 발전에 따라서 그들은 구식 장비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 났지만 말이다.
오우메니우스는 그 장창을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 시키 것이다.
전 병력을 그렇게 만들어서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5미터 짜리 장창은 길고 유리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사용하기도 힘든 법이다.
하지만 단 한번이면 된다.
그저 창을 앞에 내세우고 무작정 달려서 적의 초반을 제압하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창 버려!!!”
“창 벼려!! 돌격한다!!!”
“오우메니우스 군단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마라!! 죽으려면 최대한 로마놈들 대가리 열 개는 따고 죽어라!!”
“우오오오!!!”
그 다음에는 과감하게 창을 버리고 돌격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본격적인 전투신은 좀 더 계속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