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부족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서 우진의 군대는 승승장구 해갔다.
목표는 틴기스.
마우레타니아와 에스파냐 지역의 물류를 이어주는 주요 항구였다.
또한 마우레타니아 서쪽 끝에 있었기 때문에 여기를 점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서 마우레타니아의 영역을 완전히 빼앗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잔인한 처사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동맹을 위해서 적군에게 냉엄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서 마우레타니아 부족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서 결국 거기까지 속수무책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전력의 유리함을 이용해서 건실하게 밀고 들어오는 우진의 진격에 그들이 대항할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카토의 지원을 입어서 누미디아를 물리쳤을 때만 해도 북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의 시대가 온 줄 알았지만···.
우진이 개입하기 시작하자 얘기가 또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각 부족들은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대로 패배를 계속하다간 틴기스까지 밀려 버릴 것이오.”
“그 도시에서 농성을 하면 어떻겠소?”
“무리요. 애당초 틴기스는 물류의 교역을 위해서 세워진 도시라는 것을 잊었소? 성벽은 낮고 오래 되어서 군대군대 무너진곳이 많은 곳이오.”
“거기다 파라디소스의 진 국왕은 공성전의 달인이라고 했소. 그가 발을 한 번 구르면 어떤 성벽이라고 해도 그대로 우르르 무너져 버린다고 하오.”
“으음······.”
뻥이 상당히 들어가 있었지만 우진의 군대가 이 시대의 보통 군대보다 공성에 능숙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공성전에서 패바를 한 적이 없었던 우진이었기에 이런 평가가 달라 붙은 것이다.
“차라리 파라디소스의 국왕에게 자비를 구해 보는게 어떻겠소?”
누군가가 조심 스럽게 입을 열었다.
싸우는게 불가능 하다면 숙이고 들어가는 것도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물론 굴욕과 더불어서 많은 실익을 양보해야겠지만 그래도 멸망의 길을 걷는 것 보다는 나았다.
“항복이라····.”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는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흐음······.”
서 마우레타니아 부족의 족장들은 항복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그때 부족장의 막사에 한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여기들 모여서 무슨 회의 중이오?”
“아니···. 우리는····.”
“큼····. 계셨습니까?”
부족장들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어려워하고 있었다.
이 남자가 바로 카토의 부하이지 아프리카 공략을 위해서 직접 여기까지 온 남자였다.
에스파냐에서 공화정의 세력을 규합해서 자리를 잡은 카토는 아프리카 공략을 위해서 친 로마적이었던 서 마우레타니아와 손을 잡고 뒤에서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마우레타니를 앞세워 파라디소스의 동맹인 누미디아를 뒤에서 압박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라디소스가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자 아프리카쪽의 전선을 않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카토와 공화정 입장에서는 파라디소스가 이렇게 빠르게 개입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화한 상황이라면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바꾸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모두들 전황이 좋지 않으니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공화정의 대표로 온 로마인은 타이베리우스 루키니아 가이우스라는 남자였다.
그는 이렇다 할 뛰어난 능력은 없었지만 집안이 대대로 공화정의 원로원에서 높은 직위에 있었고, 그로 인해서 공화정에 대한 믿음 하나 만큼은 신앙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래서 카토를 따라서 에스파냐까지 따라온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일도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해 두겠는데···. 우리 로마의 공화정 정부는 배신자에게 관대하지 않소.”
타이베리우스의 가시돋힌 말에 족장 중에 한명이 분연하게 일어나서 말했다.
“이대로 전쟁을 계속하면 우리는 전멸이오. 그런데 로마를 위해서 계속 싸우란 말이오!!!?”
“예. 그게 우리 로마와 여러분들 속주간의 계약일 텐데요?”
“············.”
“············.”
“············.”
질렸다는 듯이 침묵하고 있는 서 마우레타니아의 족장들에게 타이베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한 배에 올라탄 이상. 함께 죽던가? 아니면 함께 살던가? 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우리만 죽을 것 같소. 그런데 어떻게 부족원들을 설득 시켜서 전쟁을 계속 하겠소?”
“맞습니다. 여기서 강화를 하지 않으면 어차피 우리는 끝장이오.”
“로마로서도 우리가 살아 있어야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미 전쟁을 하겠다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서 마우레타니아 부족의 족장들을 보면서 타이베리우스는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띠웠다.
‘쓰레기 같은 야만인 놈들····.’
타이베리우스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법도 했는것이···.
처음에 로마의 힘을 빌려서 영역이 넓어지고 누미디아를 상대로 승전까지 했을 때는 무조건 복종을 맹세하면서 희희낙락했던 자들이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바뀌자 안면을 바꿔서 전쟁은 더 이상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공화정에 남아있는 로마 귀족들은 하나 같이 고집이 강한 인간들 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철새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서 마우레타니아 족장들의 모습은 경멸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이런 자들일지라도 일단은 전력으로 써야 했다.
“여러분들에게 말해 둘게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로마에서 지원군이 더 온다는 것입니다.”
“지원군이····?”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그거면 이길 수 있습니까?”
얼굴에 반색을 하고 있는 족장들에게 타이베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규모는···. 우리 공화정의 전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병력이 다 올 거요. 병력 규모는 6만이오.”
“오오!!! 6만?”
“그만큼이나····.”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해 볼만 하지 않소?”
금방 마음이 바뀌는 부족장들을 보면서 타이베리우스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할 말은····. 안전한 전투를 위해서 여러분들 부족의 비전투원. 즉 여성과 아이들은 우리 로마군이 일시 보호하기 위해서 에스파냐로 이동 시켰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아시겠죠?”
“············.”
“············.”
“············.”
모를 리가 없었다.
말은 안전한 전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배신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라는 의미, 즉 인질이었다.
절묘한 당근과 채찍으로 부족장들을 휘어잡은 타이베리우스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로마도 이번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6만이라는 대군은 한동안 에스파냐를 텅텅 비게 하지 않고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숫자라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아실 거요.”
타이베리우스의 말을 거짓말이 아니었다.
공화정의 카토가 그만한 숫자를 동원하는 이유는 뭘까?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호의적인 전력인 서 마우레타니아를 지키기 위해서?
아니다.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마우레타니아 지역 전체에 6만이라는 군사를 동원할 정도의 가치는 없었다.
카토와 공화정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우진의 목이었다.
시저에게 밀려나고 로마에서 에스파냐로 쫓겨난 공화정의 귀족들에게 있어서 가장 미운 상대는 누굴까?
시저? 물론 밉다.
밉고 미워서 증오스러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시저에게 쫓겨난 것은 결과이지 공화정의 몰락의 신호탄을 당긴 것은 시저가 아니었다.
공화정에 대한 로마인들의 신뢰를 빼앗아 가고 자신들의 위상을 땅에 떨어트린 존재.
그것은 바로 파라디소스를 건국한 우진이었다.
원래 노예였던 우진이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시칠리아에 나라를 세우고 두 번의 전쟁에서 모두 로마를 크게 뒤흔들었다.
지중해의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가슴 뛰는 무용담이었고 시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마의 입장에서는 굴욕이고, 치욕이었으며, 철천지 원수였다.
더구나 카토는 젊어서 스파르타쿠스 정벌군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젊은 군인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그는 스파르타쿠스 토벌에 몸을 맡겼다.
사실 카토 정도의 가문을 가지고 있다면 일개 병사가 아니라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참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무시 할 수도 있었다.
직접 가는 대신에 군자금만 대고 쏙 빠지는 귀족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카토는 기꺼히 바닥부터 시작하는 군 생활에 몸을 던졌다.
그게 로마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청렴함이 군에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애당초 일개 병사일 뿐인 그에게 무슨 권한이 있겠는가?
당시 그의 군대는 스파르타쿠스의 게릴라 전술에 휘말려서 대패했다.
그리고 그 역시 그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그 후에 스파르타쿠스를 향한 분함을 크게 불태워 왔다.
자신의 일신의 위기 보다는 로마가 일개 노예 반란에 패배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슬퍼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스파르타쿠스와 더불어서 노예 반란으로 시작해서 이내 로마의 땅에 건국까지 해버린 우진은 뭐랄까····?
카토에게 있어서 우진은 금세기 최대의 악당이었고, 살아있는 악마였을 것이다.
뭐,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부르고 당하는 놈은 악당이라고 부르니···.
결국 사람 처지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어쨌든 카토는 우진의 목을 가져가기 위해서 이번에 사활을 걸고 전 전력을 움직였다.
다행이도 로마에서 에스파냐까지는 충분한 거리가 있었다.
예전과 같이 해상으로 병력을 움직인다면 비교적 빨리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파라디소스에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까지 빼앗긴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중해 서쪽을 향한 로마는 해로는 상당히 제한 되었다.
해로를 이용한 대규모 병력 이동으로 에스파냐까지 가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만약 해상으로 만단위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킨다면 틀림없이 사르디니아에 주재중인 디오클레이우스가 막을 것이다.
해군이 약한 파라디소스가 정면에서 그 해전을 벌이는 것은 무리지만 정전 협정에 기초해서 바닷길의 이용을 막는 것은 가능하다.
이제 파라디소스도 그 정도의 해군력은 있었다.
남은 것은 알프스를 넘어서 육로로 오는 길과 작은 병력으로 나눠서 코르시카 섬 북쪽의 해상으로 이동하는 것.
알프스를 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코르시카 북쪽의 바닷길은 암초가 많고 바닷길이 험해서 연안에서 연안으로 몇 번이고 보급을 하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중해 대양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루트가 가로막힌 이상 에스파냐를 어느 정도 기간은 최소한으로 비워둬도 시저의 침공은 염려하지 않았다.
카토는 이번에 우진의 목을 쳐서 자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를 로마인들에게 알려서 상황을 단번에 정리하려고 했다.
확실히 우진의 목에는 그 정도의 가치는 있었다.
아니 직접 목을 치지 못해서 전투에서 불패의 우진을 물리치기만 해도 충분하다.
‘적어도 로마에서 더 이상 놈을 마르스의 후손이니 뭐니 지껄이는 병신들은 사라지겠지. 콘술께서 노리시는 것은 그것일 것이다.’
타이베리우스는 이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상기했다.
“우리는 전력을 걸었소. 이제 당신들도 잔 머리 굴리지 말고 전력을 걸어주시오.”
“·············.”
“·············.”
“·············.”
타이베리우스는 침묵하는 족장들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막사를 나가 버렸다.
어차피 대답 따위 듣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Yes라는 대답 말고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몰아놨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한번 배에 올라탔거든 건너편에 무사히 건너거나? 아니면 같이 가라앉든가?
제가 생각하는 카토라는 남자는 그런 이미지의 만렙 고지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입니다.
문제는 그걸 주변에 다 강요한다는 거죠.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아시죠?
너무 열심히 나대서 주변 사람 다 피곤하게 하는 사람....
한 소대에 한 명 정도는 꼭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자각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