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53화 (153/220)

153화

<누미디아의 된장녀.>

“또 원정으로 나가시는 겁니까?”

“빨리 오시는 거죠?”

“빠빠빠·····.”

회의를 마치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니 세체니와 디도가 우진을 보고 걱정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디도의 품안에서 엄마를 쏙 닮은 귀여운 딸도 아빠를 보고는 반가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적둘도 그렇게 강한 적은 아니고···.”

우진은 딸은 유리를 품에 안으면서 아내들을 안심 시켰다

“빠빠빠빠·····.”

“그래. 아빠지··. 그런데 왜 자꾸 이 아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거니?”

첫애가 딸이다 보니까 뭘 해도 그저 귀여웠다.

유리는 아버지와 친엄마인 디도 뿐만이 아니라 세체니와 클레오파트라의 귀여움도 한 몸에 듬뿍 독차지 하고 있었다.

현재 파라디소스 왕가에서 가장 귀한 몸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세체니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플 만도 하건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유리를 예뻐하고 있었다.

보통 왕가의 여자들에게 있어서 다른 여자가 낳은 왕족이라는 것은 자기 자식의 장애물이 될 수 있었기에 꺼리는 편이 강했는데···.

세체니의 경우는 워낙에 사람이 좋아서인지 진심으로 유리를 예뻐하고 있었다.

“유리야. 아빠는 잠시 갔다 올 테니 엄마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빠빠····.”

유리는 이제 아애 우진의 머리 위에 있는 반짝반짝한 왕관을 뺏어서 자기꺼라는 식으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하···. 이 녀석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간다는 건데 섭섭하게 이럴래?”

“이이잉····.”

우진이 왕관을 집어 당기자 유리는 자기 장난감을 빼앗겼다는 듯이 인상을 쓰고 울상을 지었다.

“왜 아기 장난감을 뺏고 그래요?”

“맞아요. 어서 돌려줘요.”

유리가 울려고 하자 세체니와 디도가 우진에게 타박을 줬다.

“····이거 왕관인데.”

“돌려 줘요!!!”

“돌려 줘요!!!”

우진은 그렇게 딸내미에게 왕관을 빼앗겼다.

“꺄하하···.”

무너진 아빠의 권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유리는 자기 손안에 다시 돌아온 반짝이를 잡고 꺄꺄 좋아했다.

“어린애건 뭐건 간에 여자들 보석 좋아하는 것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우진은 웃으면서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리는 한참 왕관을 가지고 놀다가 슬슬 졸린지 칭얼 거리면서 엄마를 찾았다.

“우웅···.”

“그래···. 이제 졸리지? 엄마하고 코 자러 가자.”

디도는 유리를 품안에 안고는 그대로 자리를 피했다.

“그럼 세체니 전 갈게요.”

“응. 으응···.”

디도가 자리를 피하자 세체니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제 우진이 전쟁터로 가면 한동안 못 볼테니 오늘 실컷 보라는 얘기다.

뭐···. 보기만 하라는 것은 아니고 말이다.

“이럴때는 내가 양보해 줘야지.”

유리를 품에 안고 나오는 디도가 그렇게 중얼 거리자 옆에서 다른 여자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 가시나 봐요?”

“어머? 클레오파트라? 어디에 갔다 왔죠?”

“아···, 전하께서 원정 가신다고 해서 잠시 처리할 일도 있어서요····.”

클레오파트라와 대화를 하는 디도의 목소리에는 허물이 없었다.

예전에는 둘이 마주하고만 있어도 사이에서 불꽃이 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고 이제는 사이 좋은 자매와 같았다.

사실 우진의 본의는 아니었지만 우진이 한때 클레오파트라를 무슨 액귀 보듯이 밀어내고 있었던게 그녀들이 친할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세체니와 디도의 조언과 응원이 아니었다면 클레오파트라가 우진의 여자가 될 일은 없었을 테고, 그런 인연이 이어져 오다 보니까 클레오파트라도 자연 스럽게 디도와 세체니를 은근히 자기 언니처럼 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있는 이복 언니는 도저히 정이 안가는 만렙 된장녀 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세체니와 디도가 훨씬 더 정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들어가지 마요. 세체니하고 전하가 단 둘이 있어요?”

“정말요? 이런···. 늦었나?”

“오늘은 양보해 줘요.”

디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 뭐 그렇게 하죠. 어차피 전 아프리카까지 따라갈 거니까.”

“그래요. 당신은 아프리카까지··· 따라간다고요?”

디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그리고 파라디소스의 왕비로서 전하를 따라가기로 했죠.”

“전쟁터에···.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솔직히 디도씨도 따라오고 싶잖아요?”

“···············.”

정답이었다.

여자라는 입장의 차이와 유리만 아니었다면 디도도 기꺼히 따라가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에 우리 이집트 북쪽의 유다이아 쪽이 굉장히 시끄럽거든요. 거기에 관해서 누미디아의 국왕하고 이집트의 파라오로서 의논할 것도 있고 해서···. 그래서 겸사겸사 따라가겠다고 했어요.”

“후우···. 핑계 한 번 좋네요···. 부러워요.”

“어머. 사실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전하를 독차지 하는 것이야 좋지만···. 누미디아에 가면 꼴 보기 싫은 여자를 봐야 한다고요.”

“꼴보기 싫은 여자?”

“있어요. 한 공간에서 10분만 대화해도 상대를 열받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여자. 뱃 속에 황금 잡아먹는 괴물이라도 사는게 아닌가 싶은 여자.”

“············.”

‘누구를 말하는 거지?’

클레오파트라의 말만 들으면 여자라기 보다는 무슨 요괴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디도였다.

“으음···. 누가 내 얘기 하나?”

“왕비님 왜 그러십니까?”

“아니···. 누가 내 얘기 하는 것 같아서···.”

이 시각 누미디아 왕궁의 어떤 왕비와 그 시녀의 대화였다.

우진은 클레오파트라가 따라온다는 얘기를 듣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전선까지 따라오는게 아니고 누미디아의 수도인 키르타에서 얌전히 기다리겠다는 말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허락해 줬다.

사실 파라오의 업무 때문에 간다고 하니 우진도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파라디소스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위치는 상당히 미묘했다.

동맹국인 이집트의 파라오를 겸하고 있는 우진으 왕비.

파라디소스에서도 이집트에서도 그녀는 고귀한 여성이었다.

다만 어느쪽을 우선시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일선 관리들을 포함해서 여기저기서 약간의 삐걱 거림을 보이고 있었다.

뭐, 클레오파트라 본인이 딱히 파라오의 권위를 내세워서 억지를 부린 적이 없어서 큰 트러블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그렇다. 자신들의 핏줄은 존귀한 그리스의 핏줄. 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헬레니즘 왕가중에 하나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족의 후예 치고는 그녀는 무척이나 겸손한 위치였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그런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찍 철이 든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진은 살짝 착각하고 있는게 있었다.

이제까지 우진이 만나본 왕족은 원래의 역사에서도 로마를 상대로 한 번 반기를 들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주바 국왕.

그리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마성의 여인인 클레오파트라.

이 둘이 전부였다.

그래서 우진은 왕족이라면 하다 못해 이 둘 정도의 역량과 기품은 당연히 가지고 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누미디아의 왕궁에서 열린 연회에서 그 환상이 와장창 깨지게 되었다.

“미안해요. 우리 언니가 원래 좀 저래요.”

“죄송합니다. 진 전하···. 제 처가 원래 좀 저렇습니다.”

“···둘 다 이제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이제 분노를 넘어서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서고 있으니.”

“············.”

“············.”

우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와 주바 국왕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들도 이제는 반쯤 포기해 버리고 싶었다.

그들이 자꾸만 우진에게 사과하는 트러블의 중심에는 만렙의 무개념과 철벽 같은 된장성으로 무장한 여성.

바로 베레니케 4세가 있었다.

우진도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이복 언니인 그녀가 사치성이 심하고 평민들을 깔보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로 개념이 없을 줄은 몰랐다.

그녀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꼬였다.

누미디아의 수도인 키르타에 우진과 클레오파트라가 도착 했을 때.

수도의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서 두 사람을 반겼다.

지금 누미디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파라디소스와 이집트의 국왕이자 파라오.

거기다 둘은 심지어 부부지간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지금 누미디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손님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주바 국왕도 직접 성문 밖으로 나가서 우진을 영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주바 왕자의 하나뿐인 정처인 왕비는 함께 오지 않은 것이다.

사실 주바 왕자는 왕비인 베레니케 4세에게 함께 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거짓을 고하고 나오지 않은 것이다.

뻔한 거짓말인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주바 국왕은 혼자서 영접하기 위해서 나왔다.

사실 분위기도 그게 좋았다.

문제는 그 후에 왕궁의 성문 앞에서였다.

몸이 아프다던 베레니케 4세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코끼리 가마 위에 앉아서 우진과 클레오파트라를 내려다 보면서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

순간 세 사람은 그대로 침묵했다.

우진으로서는 분노 이전에 황당함을 느꼈고, 주바 국왕과 클레오파트라는 머리가 지끈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또 시작이군····.’

‘하나도 안 변했어····.’

그녀의 무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왕궁의 안에 들어와서 저녁의 만찬회가 있기 전에 간단한 다과를 가지고 세 사람이 왕들의 회의를 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베레니케 4세가 참석한 것이다.

사실, 이 세 사람은 각자 자국의 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의 아내이기는 했지만 드물게도 이집트의 파라오의 자리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레니케 4세는 달랐다.

사실 원래의 역사에서는 그녀도 한때 이집트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오로지 사치일로의 생활을 했다는 기록 밖에는 없지만 어쨌든 그녀도 파라오의 자리에 오르긴 올라봤던 것이다.

하지만, 우진에 의해서 역사가 대폭 틀어진 그녀는 동생에 의해서 누미디아로 팔려온 왕비일 뿐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핏줄이라는 이름과 현 파라오의 이복 누이라는 입장 때문에 좋은 혼처를 얻은것이긴 하지만 그녀 자신이 어떤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이런 왕들의 회의에 끼어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였다.

원래 같으면 남편인 주바 국왕이 그녀를 물려야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의 친가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현 대표인 클레오파트라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이 둘의 자매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척 봐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내의 친가의 최고 직위에 있는 사람이 지켜보는 와중에 아내에게 면박을 줄 수는 없었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왕조의 특성상 나중에 외교의 트러블이 될 요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음... 베레니케 4세를 너무 대책없이 만든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실제 역사의 기록이 저런 식이니...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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