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부르티움을 지키고 있는 스파르타쿠스는 만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젊어서부터 파라디소스이 국왕과 그 이름을 나란히 한 적도 있는 인물이죠.”
“그런 야만인을 칭찬하다니·····.”
옆에서 브루수투사 투덜 거렸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파라디소스가 바보들만 모여 있는 나라도 아니고···. 아프리카 원정을 하면서 빈틈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차라리 더 약해진 곳을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계속해서 방치해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과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시저는 이제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청년이 이미 자신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녀석···. 언젠가는 반드시 내 모든 것을 이어갈 것이다.’
옥타비아누스를 양자로 받아 들인 것은 이제까지 시저가 한 일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브루투스····, 네 생각도 이상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 보거라.”
“·············.”
“알겠느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저는 물러가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저 녀석이 자기 어미의 현명함을 반이나 닮을 수 있다면 내가 챙겨줄 필요는 없을 텐데···.”
사랑하는 연인의 아들이라서 챙겨는 주고 있지만 역시 능력적인 면에서 한계가 너무 뚜렷하게 보이는게 안타까웠다.
시저와 떨어지고 나서 물러나는 길에 브루투스가 옥타비아누스에게 말했다.
“꼭 거기서 내 의견을 반대하면서 초를 칠 이유가 있었나?”
“·····또 무슨 시비 거리지”
“머리 좋은 네놈이 내 말의 뜻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또 시작이군. 열등생.”
시저의 눈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브루투스와 옥타비아누스는 사이가 나빴다.
브루투스는 자신과 같은 또래인 옥타비아누스를 볼 때마다 그의 넘치는 재능과 우수함에 질투를 금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는 옥타비아누스대로 자수성가하는 자신과 달리 시저의 불공평할 저도의 총애만 받으면서 세상모르고 편히 살아가는 브루투스를 경멸했다.
“똑똑히 들어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딕닥토르의 곁에 붙어 있는지는 대강 알겠지만, 자기 분수를 아는게 좋을 것이다.”
“호오····. 그게 무슨 뜻이지?”
“평민 출신이면 평민 출신답게 자기 주제를 알라는 것이다.”
“···········.”
옥타비아누스는 지금은 시저의 양자로 들어와 있지만 유년 시저의 대부분을 평민으로 보냈다.
혈통 하나는 빵빵했던 브루투스는 자신이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라는 식으로 툭하면 그 혈통 문제로 옥타비아누스를 걸고 넘어졌다.
옥타비아누스는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반복된 브루투스의 시비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이제까지 건드리지 않았던 그의 치부를 건드려 버렸다.
“미안하군. 사실 난 너를 좀 질투 했는지도 몰라.”
“하아···. 질투? 너 따위가 나한테?”
“그래. 사실 부럽잖아?”
“···············?”
“어딘가의 잘나신 귀족 도련님과 달리 난 딕타토르에게 아들 좀 잘 봐달라고 다리 벌려주는 어머니가 없거든.”
“네놈이!!!!”
옥타비아누스의 무례함을 넘어서 폭탄 같은 발언에 브루투스는 얼굴이 벌개져서 옥타비아누스의 멱살을 잡았다.
옥타비아누스 역시 지지 않고 브루투스를 노려봤다.
“네놈 열등감을 나한테 호소하지 마라. 솔직히 말해서 짜증을 넘어서 그냥 귀찮을 뿐이다.”
“·············.”
분노로 부르르 떨고 있는 브루투스를 보면서 옥타비아누스는 피식 웃어 버리고는 그대로 멱살을 뿌려치고 나가 버렸다.
‘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애당초 격이 다르다는 듯한 옥타비아누스의 뒷 모습이 브루투스를 더욱더 분노하게 하고 있었다.
늦은 밤.
시저의 집.
그 시저의 집 중에서도 숨겨진 특별한 방.
거기에 두 명의 남녀가 나체로 끈적하게 달라 붙어 있었다.
한 명은 시저였고, 또 한명은 중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몸매와 뽀얀 피부를 지닌 여성이었다.
“아···. 시저···. 내 사랑····.”
“후우····. 후우····. 세르빌리아···.”
시저는 이제 평민들의 거주구가 아니라 로마 최고 지위의 권력자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 방은 그런 시저의 방 중에서도 은밀한 시복들 몇몇 밖에는 모르는 방이었다.
이 방의 목적 자체가 시저가 그의 연인들과의 밀회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방이었기에 당연했다.
시저는 이곳에서 몇 명의 연인들과 종종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을 가장 크게 주고 잇는 것은 지금 품안에 안겨 있는 세르빌리아였다.
세르빌리아는 시저의 최대 정적인 카토의 배다른 누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저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었다.
예전부터 자신의 배다른 동생인 카토가 시저와 사이가 나쁘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동생이 얘기하는 정치따위는 상관없이 이 시저라는 남자가 좋았기 때문이다.
“후우····. 시저, 그 아이는 요즘 잘 지내나요?”
“브루투스 말인가? 요즘 젊은 애들 중에서 그 아이보다 더 안전한 출셋길을 달리는 아이도 없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하지만 뭔가? 세르빌리아.”
“그 아이가 아직도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워 보여요. 뭐가 부족한 걸까요?”
“·············.”
세르빌리아의 말을 들으면서 시저는 쓰게 웃었다.
‘본인 능력에 과분할 정도의 직위를 줬는데 아직도 불만을 느낀다니·····.’
본래 시저는 무능한 인간이 불만만 얘기할 때는 경멸로 대응했다.
하지만 아내 보다 더 아끼는 애인인 세르빌리아의 아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챙겨주고 있었던 것 뿐이다.
“세르빌리아. 난 당신 아들한테 과분한 것을 주고 있어.”
“시저····.”
“나머지는 스스로 챙겨야 해. 당신이 언제까지고 치마폭에 감싸고 있으면 남자는 어른이 되지 않아.”
“·····알았어요. 좀 더 기다려 볼게요.”
“그럼··. 복잡한 얘기는 그만 두고 일단 좀 더 즐겨 볼까?”
시저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세르빌리아의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세르빌리아도 그런 시저를 품에 안고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시저와 우진의 사이에서 몇 번의 서신이 오고간 끝에 우진은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토론은 그만두기로 했다.
우진은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마우레타이아 족을 정벌한다.”
우진의 선언에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오오····.”
“진작에 그러셨어야 했습니다.”
“동맹인 누미디아도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파라디소스의 국력이 강해짐에 따라서 의원들의 의견은 조금씩이지만 호전적으로 변해지기 시작했다.
고대 국가의 전형적인 양상이랄까? 힘이 있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점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마우레타니아 부족의 땅을 점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서 마우레타니아의 부족원들이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서 아프리카에서 우리 동맹을 공격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나는 징벌군 5만을 이끌고 아프리카로 원정을 간다.”
“전하, 또 직접 원정을 가시는 것은 저어됩니다.”
“크릭서스 장군을 보내십시오. 그리고 카르타고의 오우메니우스 백작에게 명령을 내리십시오.”
“맞습니다. 그 둘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의원들은 정벌 자체에는 찬성이었지만 우진이 직접 가는 것에는 반대를 표하고 있었다.
예전에 우진이 자리를 비웠을 때 반란이 일어났던 것 때문이다.
“이제 나라는 반석에 올랐고, 체제도 굳건하다. 여기서 반란을 일으키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하 하지만····.”
“누미디아는 중요한 동맹이다. 그들에 대해서 많은 군사를 보내는 것 보다 국왕인 내가 직접 원정을 가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
“·············.”
“·············.”
우진의 말에 의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동맹의 전쟁에 일국의 왕이 직접 군을 이끌고 참전한다면 그것은 외교적으로 큰 빚이 된다.
동맹이라고 해도 국가와 국가간의 동맹이라는 것은 스코어 세기가 중요한 법이다.
우리가 뭐 해줬잖아? 대신 너희가 이거 해줘.
뭐···, 유치하기는 하고 실제로 외교 상담의 테이블에서 이런 식으로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핵심 요지는 저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빚을 만들어 줄 기회가 있을 때 만들어 주는게 좋다. 짐의 원정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견을 달지 말라.”
파라디소스는 의원들을 뽑아서 로마의 공화정과 같은 방식의 투표권을 실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건국왕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우진의 결정에 토를 달 수 있는 의원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하. 5만 보다 좀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가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에스파냐에 있는 로마인들의 전력이 끼어 들었다면 방심하면 안 됩니다.”
“5만으로는 부족 합니다 최소한 7만 정도는 데려 가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원들의 걱정에 우진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5만이면 충분하다. 이전과 같이 내가 없는 틈에 로마에게 뒤를 공격 당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는가?”
“그건····?”
“그리고 파라디소스 이외에도 현지에서 누미디아의 병령이 합세할 것이고 카르타고에서 오우메니우스 백작의 군대도 합세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전하의 혜안을 모르고 저희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의원들은 우진의 말을 들으면서 새삼 스럽지만 자국의 국력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나 다른 부분에서는 모르겠지만 군사력이라는 측면 하나만을 봤을 때는 파라디소스의 국력은 대단한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좋다. 그럼 원정을 위한 보급의 준비는 그대들에게 맡기겠다. 짐은 원정군 자체의 정비를 하겠다. 마시르!!”
“예. 전하.”
“내 직속 군단의 검열을 시작하라. 빈틈 없이 진행하라.”
“알겠습니다.”
듬직하게 대답하는 마시르를 보면서 우진은 빙긋 미소지었다.
‘많이 변했단 말이야···.’
처음에 마시르를 만났을 때와 지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지차이로 변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마시르의 작위는 자작.
하지만 그 실질적인 권력은 후작인 크릭서스에 필적할 정도였다.
그동안 우진을 곁에서 모시고 지켜온 오른팔로서의 위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소에 우진의 대리인으로서 마시르가 동원 할 수 있는 병력의 숫자는 3만 이상.
이제 우진은 그에게 그 정도의 역량은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권한이었다.
뭐···. 덕분에 일각에서는 우진의 지나친 총애를 받고 있는 마시르에 관해서 우진과의 모호한 관계를 의심하는 추문도 있었지만···.
그건 우진이 아직 모르고 있었다.
····과연 알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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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얘기지만 왜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은 때때로 동성애의 스캔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황제나 왕들도 아끼는 미동들을 곁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가 종종 있고.
여자가 부족할 위치들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
여자가 안 부족하니까 쓸데 없이 다른데 눈이 갔던 걸까요?
미스테리 할 뿐입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