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시대를 막론하고 나라에 힘이 없으면 그 나라에서 가장 피곤한 사람은 누구?
답은 정해져 있다.
그 힘없는 나라의 대다수의 국민들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12세도 그랬지만 헤로데 1세도 로마에 막대한 조공을 바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었다.
국민들은 나라의 유지에 들어가는 세금을 내고 거기에 더 해서 또 로마에 바치기 위함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었다.
현대에는 유대인들이 부유하고 성공한 민족으로 유명하지만···.
이 시기의 유대인들은 이 나라 저 나라에게 치이고 뜯기고 해서 엉망진창이었다.
아마도 아프리카의 마우리족과 더불어서 지중해에서 가장 가난한 민족일지도 몰랐다.
문명수준이 떨어지는 민족과 가난한 민족은 다른 법이다.
둘 다 썩 좋은 처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둘 중에 더 비참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보통은 가난한 민족이 더 비참하다고 할 것이다.
왜냐 하면 문명의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힘들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가난한 민족.
특히 유다이아 처럼 한때는 솔로몬의 시절 처럼 찬란했던 기억이 있는 나라의 민족은 상대적으로 느끼는 고난의 감정이 큰 법이다.
과거에 화려한 시절이 있었기에 현재의 비참함이 오히려 더 크게 와 닿는다고 할까?
불행도 행복도, 그 첫번째 시적점으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자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명 수준이 높은 국가가 가난하면 지극히 비참함을 느끼는 법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가난의 구렁텅이에 있는 사람들은 희망을 갈구하는 법이다.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줄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희망을 말이다.
“저거란 말이지?”
“예. 이 근방의 마을에서 세금을 징수한 세무관의 행렬입니다.”
테무진과 그 부하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한 무리의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략 200정도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일행은 마차와 수례를 이용해서 막대한 식량과 여러 가지 생필품을 잔뜩 싣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이나 여자도 뒤에서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아마도 세금을 내지 못해서 스스로를 노예로 판 자들일 것이다.
'세금을 못 낸다고 자국민을 노예로 팔다니, 어리석은 놈들이군.'
테무진은 속으로 한숨을 쉰 다음에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좋아.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맞지 않도록 주의해라.”
“예. 알겠습니다.”
테무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바르베르코는 품에서 작은 뿔피리를 꺼내서 불었다.
뿌우우우!!!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테무진의 숨어있던 테무진의 부하들이 양쪽에서 말을 타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구냐?”
“강도!!? 이런 겁도 없는 놈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단의 기마부대에 세무관이 이끄는 일행은 크게 당황했다.
“짐을 지켜라!!! 무기를 들고 적들에 맞서 싸워라.”
세무관을 호위하고 있는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세무관의 호위를 하다보면 종종 강도때를 만나기도 했다.
무장도 변변치 않은 강도때들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의 불행이라면 지금 여기에 직면한 부대는 그냥 허접한 강도때들과는 격이 다른 정예들이라는 것이다.
고작 3,000남짓의 부대로 폼페이우스의 진격을 잡아 끌었던 테무진의 정예 부하들이었다.
숫자가 좀 줄었고 무장도 간소해 졌지만···.
그래도 유다이아 병사 200명 정도는 식후 운동 거리도 되지 않는다.
“쏴라!!!”
한 무리의 기마대가 그대로 화살을 쐈다.
기마에 올라탄 상태로 달리면 쏘는 화살비에 방패 하나 없이 창만 들고 있던 병사들은 그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아악!!!”
“사람 살··· 커억!!”
“아악!!!”
전쟁터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세금으로 거둬 들인 마차를 호위하는 것 뿐인 가벼운 일거리였다.
무장이라고는 갑옷에 창 하나가 다였고 방패 하나 안 들고 있었다.
그래서야 궁기병인 테무진의 부하들에게는 호구중에 호구 취급 당해도 할 말이 없다.
병사들이 화살비에 인간 고슴도치처럼 변하고 지휘관이라는 작자도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다가 죽어 버렸다.
200여명의 병사를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장님. 다 정리했습니다.”
“음····. 수고했다.”
테무진은 전투가 끝난 곳으로 와서 부하들의 사이에서 느긋하게 나타났다.
“크윽···. 너희는 누구냐?”
전신에 화살을 열 개는 넘게 달고 있는 세무관은 피를 줄줄 흘리면서 테무진을 노려봤다.
“우리? 너희 같은 자들을 징벌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기 우해서 나타난 결사대다.”
“·····미친놈들.”
“멋대로 지껄여라. 죽어가는 놈의 말에 화낼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다.”
“잠··. 잠깐···. 커억!!”
푸욱!!
뭐라고 더 말하려던 세무관은 등짝에서 심장을 관통한 창에 절명해 버렸다.
“안됐군. 난 대장하고 달리 속이 좁아.”
바르베르코는 그대로 세무관의 몸에 박힌 창을 뽑았다.
“이제 어떻게 할 까요?”
“무기를 수거해라. 화살 한 대 낭비하지 마라. 그리고 이들이 빼앗은 식량은 원주인들에게 돌려준다.”
테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노예로 끌려가고 있던 자들을 보고 말했다.
“그대들은 원래 이 주변 마을의 사람들이오?”
“·····예. ···그렇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목숨만 살려 주시면···.”
“아···, 그만!!”
테무진은 겁을 먹고 용서를 비는 자들에게 손을 들어서 딱 잘라 말했다.
“난 당신들의 적이 아니오. 물론 당신들을 노예로 어딘가로 팔아 넘기지도 않을 것이오.”
“·············.”
“·············.”
“·············.”
테무진을 무슨 도적때 두목 정도로 여기고 있었던 그들은 못 믿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테무진이 말했다.
“저기 당신들이 빼앗긴 것을 가지고 당신들의 마으로 돌아가시오.”
“····정말입니까?”
“물론이오. 우리도 활동 자금이 필요해서 반 정도는 가져 가겠지만 원래 당신들의 것이니 도로 가져가도록 하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반을 테무진이 가져간다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서 벗어난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조금 정신머리가 있는 한 명이 테무진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저기···. 여러분들을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이름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감격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테무진이 말했다.
“우리는 검은 늑대라고 불러 주시오.”
“검은 늑대···. 알겠습니다.”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이것인 테무진의 새로운 시작인 검은 늑대단의 시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유다이아 북부지방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주로 파니아스 지방와 울라타 지방에까지 거쳐서 검은 늑대라는 이름의 무장 세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새로운 도적때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뒤집혔다.
왜냐하면 이들은 일반 마을은 전혀 습격하지 않았고 오로지 헤로데 1세의 병사들만을 습격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습격해서 시민들이 빼앗긴 재산을 돌려주는 행위를 반복하자 이 지방을 다스리는 다메스 아빌로스라는 자는 있는대로 열이 받았다.
파니아스 지방의 가장 중요한 도시는 지명과 이름이 똑같은 파니아스였다.
그 도시에서 이 지방 일대와 울라타 지역까지 함께 관리하는 관리가 바로 다메스 아빌로스라는 자였다.
유다이아의 대부분의 관리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 헤로데 1세와 마찬가지로 친로마적인 인물이었다.
로마에게 받치기 위해서 자국민을 쥐어짜는 것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자였다.
세금을 내지 못하면 가족중에 한명을 노예로 팔아서라도 세금을 충당하게 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로마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자국을 위한 일이라고 믿고 있는 자였다.
그런 그는 최근 심기가 매우매우 불편했다.
“빌어먹을···. 또 그 검은 늑대라는 놈들이라고?”
“예. 이달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망할 개자식들···. 저주 받아 죽을 것들 같으니라고···.”
다멘스의 입에서 거칠게 욕이 나왔다.
그의 임무는 이 지방을 탈 없이 다스리고 세금을 걷어서 중앙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만 잘 하면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런 풍랑도 없고 고난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늑대단이라는 놈들이 나타나서 세금을 중가에 가로채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재수가 없으려니 했지만 놈들의 행동은 날이가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자주 행동했다.
덕분에 이미 이번달에만 해도 걷어야 할 세근의 30%이상을 놈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더욱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은 이 놈들을 전혀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도적때를 잡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협조와 제보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 검은 늑대단이라는 놈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빼앗은 재물의 반을 나눠주고 있었기에 지역 주민들이 몹시 반겼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에게서 막대한 세금을 거둬가는 헤로데 1세의 부하들을 싫어했고, 검은 늑대단들에 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그런 지역 시민들이 검은 늑대단을 잡는 일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결국 검은 늑대단이라는 놈들에게 현상금도 걸어 봤지만 그다지 효과가 좋지는 않았다.
테무진이 애당초 이런 반응을 노리고 이렇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이만큼 효과가 직빵으로 먹혀든다는 것은 그만큼 헤로데 1세의 치세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긴···. 세금을 거의 2중으로 거두고 있는데 시민들이 만족 할 만한 치세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교적 식량 사정이 풍부한 로마인들이 겪은 세금의 가중과 해마다 아사자들이 속출하는 다른 나라의 시민들이 겪는 세금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멍청한 인간들····. 로마에 선을 대지 않고 이 지중해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는지 모르는지·····.”
다메스는 속으로 시민들을 싸 잡아서 욕하면서 투덜 거렸다.
어쨌든···. 빨리 세금을 거둬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시 않으면 자신의 자리도 경질 될지 몰랐다.
약소국의 관리지만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라이벌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세금을 바로 거두가 위해서는 검은 늑대라는 놈들을 어떻게든 해야 했다.
아니 놈들의 근거지를 덮치면 이제까지 빼앗긴 재물의 상당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봐라!!! 지금 당장 세무관들을 불러라!!!”
다메스는 나름대로 테무진을 잡기 위해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대장님. 또 한 무리의 표적이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또? 어디서 발견했지?”
“서쪽의 구릉지대에서 발견했습니다. 바로 덮칠까요?”
“서쪽의 구릉지대? 거기 최근에 우리가 한 바탕 크게 하지 않았나?”
“예.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
테무진은 시작부터 함정의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바보도 아니고 얼마 전에 습격을 당했던 루트에 똑같은 먹이가 또 나타나면···.
붕어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놈들 나름대로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거군. 그렇다면····.’
“대장님? ···얼마나 움직일까요? 500정도면···.”
“2,000명 전원 움직인다. 밖에 나가 있는 녀석들도 모두 돌아오도록 해.”
“····예? 예··· 뭐. 알겠습니다.”
테무진의 말에 검은 늑대 2,000기는 전원 모였다.
‘이쯤에서 크게 한 바탕 해야지.’
============================ 작품 후기 ============================
유다이아도 한때는 날리던 시절이 있는 국가였습니다. 다윗왕과 솔로몬의 이름 정도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들어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시기에는 거의 속주와 비슷한 처지였다고 합니다.
오히려 정식 로마의 속주로 들어가 있던 주벼국 시리아 보다도 국력이 낮았다고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뭐...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저도 두 국가의 국력 비교는 정확하게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0월 한달도 잘 부탁 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