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지중해의 약소국 유다이아>
시저의 질문에 폼페이우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5만.”
“그거면 되는 거요?”
“그 눈꼴 사나온 동양인이 사라졌으니. 지금 본국에서 너무 많은 전력을 빼면 곤란할 텐데?”
“하하····. 그건 그렇소···.”
파라디소스와 정전 협상은 연장 시켰다.
하지만····. 우진이 시저를 믿지 않는 것 만큼 시저도 우진을 잘 믿지 않았다.
똑같은 인간들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국가 하나를 짊어지고 있는데 이정도 신중함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5만으로는 병력이 너무 부족할 텐데?”
“가는 길에 마케도니아와 트리키아에서 보충 하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래 봤자 7만···· 아!!, 트리키아를 지나간다고 했소?”
“그렇다.”
“그렇다면 거기서 시간을 좀 들이시오.”
“········무슨 말이냐?”
“트리키아는 우리에게 협조적인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소.”
“그거야 그 야만인들 종족특성이 배신에 뒤통수치기니까 그렇지.”
트리키아는 스파르타쿠스의 출신지이기도 했다.
로마에 전체적으로는 협조적이었지만 트리키아인들 자체가 워낙에 호전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랬기에 로마인들의 딱딱하고 엄중한 군율과 마찰을 많이 만들고는 했다.
실제 스파르타쿠스만 해도 처음에는 로마에 협조하는 쪽의 부족민이었지 않은가?
로마인들이 자신들을 화살 받이로 내세우는 것에 분노해서 반란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는 원래 친 로마파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트리키아인들을 보조병으로 쓸 때는 그들을 막사에서 따로 떨어트려서 짓고는 한다고 했다.
그만큼 호전적이 트리키아인들을 조심 스럽게 다룬 것이다.
“그들의 부족 중에 우리에게 비협조적인 부족들을 모두 처리하고, 그 대신에 우리에게 협조적인 부족에게 그들의 영역을 넘겨 주시오.”
“호오····. 그리고?”
“그리고 비협조적인 부족원들은 노예병으로 쓰시오. 화살 받이는 되겠지. 그리고 협조적인 부족원들에게는 군사적으로 자기 부족을 돌볼 여유가 사라지면 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요.”
“·····좋은 생각이군. 그렇게 하지.”
“폰투스의 전차 부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트리키아의 기병대가 꼭 필요할 거요. 그러니···.”
“아, 거기까지.”
“···········.”
“그쪽의 인간들이 어떻게 싸우는 지는 내가 너 보다 훨씬 더 잘한다. 저번에는 해적들을 토벌하기 우해서 군을 나눈 것과 테무진이라는 짜증나는 인간 때문에 고전했을 뿐이야.”
“···알겠소. 그럼 믿고 맡기지.”
“이번에야 말로 소아시아의 그리스인들이 다시는 로마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못하게 해 주겠다.”
폼페이우스에게 있어서 소아시아 원정은 치욕적인 실패로 기록되는 전쟁이었다.
이제 그 치욕을 씻기 위해서 폼페이우스가 다시 출전을 시작했다.
‘그럼···. 소아시아 쪽은 되었고···. 난 파라디소스를 살피면서 에스파냐의 카토를 어떻게 하면 되겠군···. 군사를 보내서 추적하는 것 보다는 정치적 입지를 아애 없애 버리는 편이 좋을 거야.’
시저는 쉴 틈 없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소아시아와 로마의 전쟁.
파라디소스의 힘의 비축.
로마의 변혁.
이렇게 시대가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에는···. 미처 신경도 쓰지 않던 작은 무대에서 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지중해 동쪽의 가장 끝에 있는 지역인 유다이아 지방.
거기서 굶주린 늑대가 몸을 일으키려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유다이아. 혹은 유대라고도 부르는 이 지역은 가나안 지방의 남단을 부르는 전체적인 지명이다.
혹은 가나안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는 남쪽으로는 이집트가 있고 북쪽으로는 시리아가 있다.
국토의 상당 부분은 사막과 산악 지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동쪽에는 고대 물류의 중심인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었다.
사실 이 땅은 로마의 전성기 보다 훨씬 이 전에 인류의 중심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가 있었다.
기원전 10세기경···.
이곳 유다이아는 다윗과 솔로몬이 자신들의 왕국을 세웠던 곳이었다.
기원전 586년에 바빌로니아에 의해서 예루살렘이 멸망 할 때 까지는 문명의 중심지였다.
이후 페르시아제국의 키루스 2세에 의해서 해방되었다가, 그 후에 알렉산더 대왕의 지배를 거쳤고, 또 그 후에는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가 그 다음에는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도 받았다.
이쯤 되면 거의 당대의 권력자들의 손때는 한 번씩 다 묻은 땅이라고 봐도 좋았다.
정작 이 땅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에게는 고난의 세월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다가 잠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유다 마카베오라는 인물이 나타나서 반란을 일으켰고 이 후에 하스몬 왕조가 들어서서 잠시 유대인들의 나라가 이 땅에 다시 섰었다.
하지만 그 나라는 결국 내분으로 인해서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고···.
거기에 냄세를 맡고 로마가 지배의 손길을 내밀었다.
로마는 이 땅을 직접 통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대인들의 문화는 뿌리가 깊었고, 그 독립 의식은 소아시아의 헬레니즘에 맞먹을 정도로 뿌리깊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중해 동쪽의 끝에 있는 유다이아 지방을 로마가직접 지배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크레타 섬에 자주 출몰하는 해적들 때문에 뱃길도 어렵고 육로는 너무 멀었다.
결국 로마는 이들을 직접 다스리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에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대리인을 내세웠다.
그가 바로 헤로데 1세였다.
이집트의 아울레테와 같은 이미지로 활용하려고 로마에 충성스러운 인물을 왕으로 앉힌 것이다.‘
참고로···. 이 헤로데 1세라는 자는 아울레테보다 더 하면 더하지 덜 하지는 않을 정도로 대책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는 원래의 역사에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전쟁에서 처음에는 시저의 부하로 명성이 높았던 안토니우스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옥타비아누스가 승리하자 로도스 섬에 있던 옥타비아누스를 직접 만나서 충성을 맹세하고 유다이아의 왕으로 인정 받았다.
몸속에 간과 쓸개가 있기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행동이었다.
거기다 가정사도 엉망진창이었다.
의심이 많고 때때로 광증까지 있었다는 이 헤로데 2세는 결혼을 여섯 번이나 했고 그 중에서 가장 사랑했다는 부인 마리암까지 죽였다.
심지어 그 후에 그녀가 낳은 두 아들과 장모까지 모두 죽여 버린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후계자 문제로도 유언을 계속해서 번복했고, 맏아들인 안티파테르를 재판에 올려서 처형했는데···.
그렇게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로마에 대한 충성심은 있었는지 아우수스투스, 즉 옥타비아누스에게 허락을 받고 아들을 죽였다고 한다.
이렇게···. 정신이 없고 로마가 시키면 X이라도 먹을 것 같은 헤로데 1세가···.
자신의 땅에 몰래 숨어들어있는 누군가의 행적을 잡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장님. 여기서 시작하는 겁니까?”
“그래···. 우리는 시작으로···. 이 나라를 빼앗는다.”
“············.”
“겁나나? 바르베르코?”
“겁나냐고요? 이건 흥분 된다고 하는 겁니다. 서쪽에 어디 촌놈이 파라디소스라는 나라도 세웠다는데··. 우리도 한 번 해보죠. 뭐.”
“그래···. 난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
고작 기병 2,000기정도 가지고 나라 하나를 정복 하겠다는 터무니 없는 말을 하면서 굉장한 자신감이었다.
만약에 말하는 남자가 테무진이 아니었다면··.
그냥 사기꾼, 혹은 미친놈이라고 비웃고 말았을 것이다.
테무진이 자리 잡은 지역은 시리아와 유다이아의 경계가 모호한 곳이었다.
지명으로는 파니아스 지방이라는 곳으로 사막과 산야지대가 뒤섞여 있는 지역이었다.
폰투스에서 도망쳐서 미트리다테스의 손을 피해서 테무진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도망쳤다.
본인의 열망만 생각하면 지금 당장일라도 미트리다테스 6세를 향해서 복수의 칼날을 품고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복수와 객기의 차이는 구분 할 수 있는 테무진이었다.
상대는 일국의 왕.
그것도 소아이사 전체를 아우르는 강국의 왕이다.
그를 그런 반석에 올려 놓은 것은 다름 아닌 테무진 자신이었다.
그런 테무진이 이제와서 로마로 망명을 청할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남쪽의 카파도키아로 가서 해적이 될 수도 없었다.
우진은 독립하고 주저없이 바다를 건너는 선택을 해서 시칠리아에 정착했지만···.
테무진은 어쩐지 막연하게 바다가 싫었다.
그는 차라리 사막이 지대인 남쪽으로 향해서 유시리아를 지나서 유다이아에 도착했다.
그는 오는 길에 카파토키아의 해적 마을을 몇 개나 자나면서 그 마을을 철저하게 싹 털어 버렸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일까?
여자에 대한 성적 유린만 금지했을 뿐. 그들의 내일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재산을 싹 털어 버렸다.
어차피 그 마을 자체가 해적들의 근거지였으니 정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털어버린 것이다.
이제까지 하지만 않았을 뿐.
북방의 기마민족인 그에게 약탈은 어쩐지 익숙한 것이었다.
약탈을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돈과 물자의 충당.
한 두 명도 아니고 몇 천 명이나 되는 인간들을 짊어지고 있다.
당연히 먹고 자는 것부터 모두 신경써야 하지 않겠는가?
밑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해적들의 마을을 수소문해서 약탈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보통 마을을 습격하지 않은 것은 테무진의 양심의 흔적이었다.
그렇게 급한대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물자를 구한 테무진은 그 다음으로 거처를 구해야 했다.
지금 테무진이 구해야 거처의 가장 중요한 점은 편안함도 이동의 용이함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은닉성과 안전성 뿐이었다.
시리아와 유다이아의 국경 지대에 헤르몬 산이라는 2,800미터가 넘어가는 높은 산이 있었다.
그 산의 자락에 테무진은 임시로 거처를 만들었다.
우선은 자신의 부하들을 따라온 가족들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헤르몬산 근처에 적당한 부락을 짓게 하고는 거기에 사람들을 살게 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땅을 빼앗는다.”
테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들을 불렀다.
“그동안 이 나라에 관해서 조사하라고 했지? 결과는 어때?”
테무진의 말에 부하들이 말했다.
“상상 이상으로 깐깐한 인간들입니다. 자신들의 종교가 확실하고 지역 사회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여기저기에 지배 당했기 때문인지···. 외부인에 대해서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현 국왕인 헤로데 1세는 그다지 인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로마에 조공을 받치기 위해서 백성들을 착취하고 있었습니다.”
“흠···. 종합해보면···. 자기 문화가 뚜렷한 민중에 그 민중에 그다지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왕가라···.”
테무진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왕가의 지지가 낮다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주민들의 자기 색깔이 강하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나라를 빼앗는 일이었다.
무작정 힘으로 정복한다고 될 리가 없고··. 또 힘 만으로 정복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적절한 호의를 보이기 위해서는···. 영웅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좋아··. 그럼 그렇게 해 볼까?’
“작전을 설명하겠다. 모두들 잘 듣도록 하라.”
테무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편이 9월달 마지막 편입니다.
이제 2013년 10월도 잘 부탁 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