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대장님. 지시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좋다. 성문은?”
“이미 제압 완료 했습니다. 이제 달리시면 됩니다.”
“좋다!! 모두 달려라!!! 가로 막는 자는 누구라도 모두 베어 버려라!!!”
“옛!!!”
“옛!!!”
“옛!!!”
테무진은 그렇게 부하들과 함께 그대로 말을 달려서 시노페의 시민들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던 미트리다테스 6세는 테무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뒤늦게 분통을 터트리면서 외쳤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서 시간을 슬쩍 돌려서 며칠 전의 폰투스 왕궁의 지하 감옥으로 돌아가 보겠다.
미트리다테스 6세에게 엉망 진창으로 당한 테무진은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왕궁의 지하 감옥에 갇혔다.
그런 테무진의 감옥의 문이 열리더니 한명의 남자가 조심 스럽게 접근했다
“대장님!! 대장님!!!”
작지만 급박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테무진의 손가락이 움찔 거렸다.
저 익숙한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바르베르코냐?”
“예. 대장님. 접니다. 구하러 왔습니다.”
“·············.”
바르베르코는 노예 출신의 소년으로 이제는 청년이 되었지만 처음에 테무진이 발견했을 때는 아직 어린티가 남아있던 소년이었다.
만약 테무진에 의해서 한명의 어엿한 전사가 되지 않았다면 언제 어떻게 죽었을지 모르는 소년이었다.
'바르베르코가 여기에 왔다는 것은···.'
테무진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문에 힘겹게 기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말고 누구누구가 가담했냐?”
“저희 대원들은 대부분 가담했습니다. 까짓것 이런 병신 같은 나라··. 버리고 도망가 버리죠.”
“···너희들 가족은? 가족이 있는 인간들도 제법 있을 텐데?”
“··············.”
“바보 같은 놈들, 생각 없이 움직였구나.”
“죄송합니다. 대장님···.”
사과하는 바르베르코에게 테무진이 명령했다.
“지금 당장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먼저 너희들 가족부터 도시 밖으로 피난 시켜라. 한꺼번에 움직이면 위험할 테니···.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게 해야 한다.”
“대장··. 앞으로 나흘 후면 대장의 사형이 집행 됩니다.”
“사흘이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 내가 나가면 너희들 가족까지 모두 몰살이야.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 이건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테무진은 바르베르코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하나는 가족들부터 서둘러 피난시킬 것.
그리고 자신의 탈출을 위해서 퇴로를 미리 확보 할 것.
그렇게 자신의 탈출 방법을 상세하게 지시했다.
“내가 도발을 하면 미트리다테스는 틀림없이 내 형벌을 거열형으로 바꿀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난 기마술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온 인간이다. 미트리다테스의 입장에서는 날 말로 찢어 죽이면 더 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 할 테지.”
“아아···.”
“그렇게 되면 그때는 화살로 내 양 팔의 밧줄을 끊어라. 그 후에는 내가 알아서 탈출 하겠다.”
“알겠습니다.”
“좋다. 그럼···. 내가 탈출한 후에 보도록 하자. 그보다···. 너희들 정녕 후회는 하지 않는 거냐? 이제부터 날 따라오면 모두 고생길이 뻔하다.”
“우리가 아무리 무식해도 그런건 다 압니다.”
“·············.”
“알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입니다.”
“알겠다. 더는 묻지 않으마.”
그렇게 해서··. 테무진은 부하들과 사전에 얘기를 맞춰서 이렇게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시노페를 탈출한 테무진은 그대로 시노페의 성벽에서 멀리 멀어진 장소에서 일단 말과 마차를 멈췄다.
“워워··· 모두 정지, 여기서 쉬어 간다.”
테무진으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들을 일단 쉬게 했다. 그리고는····.
“남자들은 모두 모여라. 할 말이 있다.”
테무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부하들을 모두 모았다.
지금 테무진의 부하들은 대략 2,000명, 그리고 그 부하들에게 딸린 가족이 1,000명 정도였다.
즉, 3,000명이나 되는 대인원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이 기마나 마차로 이동하고는 있었지만····. 이정도 대인원이면 이제 어디로 가서 어떻게 행동 할지가 무척 중요해 진다.
“먼저 감사한다. 너희들 덕분에 내가 목숨을 건졌구나.”
“감사 할 것 없수다. 대장님.”
“우리는 대장 아니면 진작 열 번도 더 죽었을 놈들입니다.”
“까짓것 국왕 그 새끼가 미친놈이었지···.”
“푸하하하하하···.”
호쾌한 부하들을 보면서 테무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를 구해준 것은 고맙다. 하지만···. 난 지금 너희들에게 잔혹한 선택을 강요하게 하려고 한다. 괜찮겠나?”
“················.”
“················.”
“················.”
진지한 테무진의 얼굴을 보면서 부하들은 자신들의 대장이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너희들도 알다 시피···. 난 이제 장군도 아니고 직위도 없는 그저 도망자에 불과하다 너희들 까지 나하고 같은 신세로 만들어서 미안하다.”
“뭐 그럴 것 까지야···.”
“우리야 대장 없으면 언제 다시 노예로 돌아갈지 모르는데 뭘 그러쇼?”
“맞아. 맞아.”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난 미트리다테스 6세를 향한 복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난 무모한 도전을 하려고 할 테지.”
“···········.”
“···········.”
“···········.”
“그리고 그런 무모한 도전에 너희들 까지 함께 해 달라고 할 수는···. 차마 없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면···. 아직 지금이라며 어딘가 작은 나라나 마을에 가서 너희들의 생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 전쟁도 없고, 싸울 일도 없는 곳에서 평범하게 땅을 파고, 가축을 이끌면서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테무진의 말은 절실하게 부하들의 가슴속에 와 닿았다.
그것은 테무진의 말이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복수극에 더 이상 부하들을 연류시키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진정한 진심.
그것이 테무진의 부하들에게 정통으로 먹혀 들고 있었다.
“미트리다테스가 노리는 것은 나 하나다. 아마도 너희들에게 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평온을 원하는 자는···. 자곡에게 평온한 일상을 안겨주고 싶은 형제들은····. 떠나라. 그리고 이미 먼저 죽은 전우들의 몫까지 안온하고 평온한 일생을 살아다오. 이것은 나의 명령 아닌 부탁이다.”
“그거 지금 바로 결정해야 합니까?”
부하중에 한명이 꺼내는 말에 테무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 하루 시간을 주겠다. 특히 가족이 있는 자들은 신중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라.”
테무진은 그렇게 말하고 부하들의 침묵을 뒤로 하고 등을 돌렸다.
‘몇이나 남을까? 2,000중에 최소한 반··, 아니 500, 아니 어쩌면 100명도 남지 않을지도····.’
맨 주먹으로 시작하는 것과 몇 년 동안 잘 훈련시킨 기마대 2,000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해도 그 험난함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테무진은 더 이상 부하들에게 수라의 길을 강요 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전쟁터에서는 승리 후에 그들에게 주어질 확실한 보답이 있었지만···.
이제부터 해 나갈 전쟁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저 자신의 복수를 위한 길일 뿐이었다.
그런 파멸적인 행보를 부하들에게 까지 강요 할 수는 없었다.
‘여차하면···. 나 혼자가 된다고 할 지라도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테무진은 황야에 돌을 베개 삼아 누워서 별을 바라봤다. 저 별들 중에 하나가 모니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봐줘. 거기서·····.”
다음날.
“이게 너희들 결정이냐?”
“예. 그렇습니다.”
“·····병신 같은 새끼들.”
“어쩌겠습니까? 대장님이 거둬 주십시오.”
“·····가자. 남쪽으로.”
“옛!!!!”
“옛!!!!”
“옛!!!!”
남쪽으로 내려가는 테무진의 무리···.
그리고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무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로마.
스스로를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지중해의 패자라고 칭하는 국가.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 로마의 사정이 영 좋지 않았다.
노예 반란 정도로 생각했던 스파르타쿠스와 진이 로마의 영토에 나라를 세우더니 그 영토가 이제는 시칠리아, 로마 남부의 부르티움. 거기에 사르디니아와 아프리카의 옛 카르타고 영토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거기에 힘입어서 누미디아와 이집트라는 아프리카의 강력한 아군들도 등을 돌려 버렸다.
지금 아프리카에 로마에 협조적인 자들이라고는 마우레티아 정도였는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영토만 넓었지 그다지 힘은 없었다.
그나마 동서로 나뉘어서 자기들 끼리 로마파다 누미디아파다 싸우고 있었고 말이다.
거기다 동쪽의 소아시아 쪽의 전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테무진이라는 갑자기 나타난 신성의 활약으로 인해서 천하의 폼페이우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소아시아 부근의 헬레니즘 왕조들이 똘똘 뭉쳐서 로마에 대항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지중해의 수많은 국가들이 로마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이유는 도저히 로마에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위엄이 사라지자 하나 둘씩 로마에 대한 반기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알렉산더 대왕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는 헬레니즘 왕가들은 그런 기미가 더 강했다.
이미 미트리다테스 6세가 이끄는 폰투스를 중심으로···. 카파도키아, 킬리키아, 그리고 아르메니아에 최근에 들어서는 시리아까지 합세했다.
그 영향력이 상당해서 동쪽에 강대한 적까지 생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런 사태를 만든 테무진이 미트리다테스 6세와의 불화로 폰투스와 결별했다는 것이지만···.
전선이 이미 상당히 고착화 되어 있었고 파라디소스와의 정전 기간도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이 시기에 뭐라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결국 로마는 폼페이우스에게 미트리다테스와 정정 협정을 하라고 한 후에 그를 로마로 귀환 시키게 한다.
결국 현재 로마의 영향력은 원래의 역사와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지금쯤이면 이제 지중해 연안 전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고 그 힘을 갈리아 지방과 브리튼 남쪽, 그러니까 영국의 남쪽까지 전파시켜야 할 로마가····.
지금은 지중해 북쪽과 동쪽의 일부를 지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로마는 지중해 최강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 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다만···. 이제 이전처럼 압도적이 강자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다.
파라디소스의 영웅적인 건국왕 진은 로마에게 있어서 부담을 넘어서 공포였고···.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초하면서 사사건건 시비거는 미트리다테스 6세도 골치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골치인 것은···.
로마 내부의 알력 다툼이었다.
“여러분!! 우리는 더 이상 무능한 원로원들에게 우리의 터전을, 우리가 사랑하는 이 로마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로마의 광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힘차게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저였다.
시저, 그는 최근 로마의 원로원 불필요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의 재산을 물려 받은 푸블리우스와 키케로 같은 명사들이 그런 시저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테무진은 독립합니다.
그리고 시저는 더 이상 언로원을 눈 뜨고 봐 줄 수 없다고 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PS. 최근에 키보드를 바꿨습니다. 익숙해 질때까지 오타가 늘어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