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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42화 (142/220)

142화

아무리 동족의 피가 흐른다고 해도 무능한 군주는 잔인하리만치 철저하게 민중의 외면을 하기 마련이다.

하긴, 이 경우에는 미트리다테스가 무능하다기 보다는 술라가 워낙에 괴물이라고 하는 편이 옳겠지만 말이다.

로마 역사를 다 뒤져봐도 술라 이상으로 평가 받을 만한 인간은 열 명이 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 괴물과 동시대에 태어난 것 자체가 미트리다테스의 불행이었는지 모른다.

술라가 마리우스와의 권력 다툼 때문에 로마로 귀환하지만 않았다면···.

이미 그 전재에서 폰투스는 멸망했을 것이다.

거기다 그 뒤에 루쿨루스에게 다시 불리한 전쟁을 계속되자··.

미트리다테스 6세는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스인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자국에서도 로마에 맡서는 미트리다테스 6세의 방식이 무모하다는 비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여론을 일시에 뒤집어 준 것은 바로 테무진이었다.

테무진은 루쿨루스의 목을 치고 그 후에 출진한 로마 최강의 장수 폼페이우스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전황을 유지해 왔다.

이런 그의 활약에 힘입어서 여러 헬레니즘 왕조들이 이제 로마에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고 미트리다테스 6세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이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미트리다테스 6세가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신성 테무진을 보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위기에 몰렸던 폰투스를 구해주고 소아시아에 새롭게 나타난 영웅.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꼭 테무진의 얘기를 했고, 많은 여인들이 그의 이름을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영웅, 성자.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그런 것을 좋아하는 왕은 없다. 영웅이나 성자는 민중들에게는 환호 받지만 최고 권력자인 왕들에게는 항상 눈엣 가시인 법이다.

죽어서 시체나 되어야 도움이 되지 살아있는 영웅이나 성자를 좋아하는 왕은 정말 드물다.

자신의 그릇에 가둘 수 없는 영웅 보다는 자신이 온전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재가 왕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더 좋았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역대 장수들 중에서 가장 큰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경우··.

선조는 당시에 이순신 장군을 두 번이나 백의종군에 보냈다.

역사에는 왜놈의 간첩에게 속았다. 간신의 모함에 넘어갔다. 라고 순화하고 있지만··.

뭐 사실 이것도 충분히 찌질하다.

어쨌든 역사에 그렇게 남아있다고 그대로 믿기는 좀 어렵다.

국난의 위기 속에서 기적 같은 연승을 계속하면서 국가의 명줄을 살려놓고 있는 명장이라면 전시에는 다소의 허물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게 정상이다.

죄를 물어도 전쟁이 끝난 후에 논공행사에서 정치적 공작을 겸해서 묻는게 보통이지··.

하지만 바로 전선에 있는 장군을 백의종군 시켰다는 것은 선조가 이순신이라는 영웅에게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미트리다테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보다 더 민중들에게 환호 받는 영웅 같은 것은 그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것이었다.

모니메의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 핑계를 만들어서 쳐내기는 쳐내야 했다.

그러던 차에 모니메와 테무진의 아이가 태어난 것은 그에게 있어서 오히려 기회라고 봐야 했다.

“흐음····. 비정하지 못하면 패업을 이룰 수 없는 법이지····.”

미트리다테스는 달밤에 술을 기울이면서 빙긋 미소지었다.

이제 여론에서도 테무진이 불의를 저질렀다는 여론이 더 커지기 시작했고···.

이미 폼페이우스 군단도 전선에서 꽁꽁 봉쇄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테무진의 목을 치고 이번 전쟁을 잘 이겨내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이 소아시아의 대왕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길 것이다.

과거 알렉산더 대왕처럼 말이다.

뭐···. 지적하고 싶은 곳이 한 두곳이 아니기는 했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시노페의 광장에 테무진의 처형을 위한 사형장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그 광장에는 몰락한 영웅의 최후를 보기 위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테무진의 사형이 오늘이지?”

“쯧, 역시 야만인은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렇게 말이야. 일국의 장군까지 시켜줬는데 전하의 첩을 탐내다니····.”

“태생이 천한 것들은 안 되는 거야.”

미트리다테스 6세의 의도대로 테무진은 그동안 훌륭한 악역으로 변해 있었다.

그가 그동안 폰투스에서 세운 전공은 모두 기억의 저 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거기에는 테무진이 미트리다테스 6세의 첩과 통정했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었다.

영웅의 타락함에 민중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진한 배신감이었다.

자신들의 믿음이 배신 당하고 이제까지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자가 거짓의 우상이었다는 것에 민중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증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드디어 테무진이 등장했다.

“우우우우우!!!!”

“죽여라!! 그 은혜도 모르는 야만인을 죽여라!!”

“그대로 산채로 찢어 버려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민중들이 테무진을 죽이라고 연호하는 소리는 미트리다테스 6세에게는 어떤 음악보다 더 감미롭게 들렸다.

저들 대부분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테무진을 영웅으로 떠 받들던 인간들이었다.

그런 민중들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이 변하게 한 것은 바로 미트리다테스 6세였다.

‘후후후····. 춤춰라. 백성들도, 영웅도··, 짐이야 말로 세계를 손바닥 하나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는 진정한 대왕이다.’

미트리다테스 6세는 그 어떤 미주를 마셔도, 그 어떤 절세 미녀를 품어도 느낄 수 없었던 절정의 희열을 맛보고 있었다.

세상 만물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이 순간.

이 지배감. 이 쾌감.

흡사 신이라도 된 것 같은 만능의 전능감.

이것이야 말로 미트리다테스 6세라는 남자가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서 추구하는 가치 그 자체였던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하라!!!”

미트리다테스 6세의 호령과 함께 병사들이 민중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침묵하는 민중들 사이로 미트리다테스 6세가 말했다.

“나의 자식들은 들어라!! 그대들의 분노는 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짐의 실수로 인해서 저 은혜를 모르는 야만인을 중용한 것에 관해서는···. 짐도 충분히 후회하고 있노라.”

미트리다테스 6세는 좌중을 둘러보면서 연설을 계속해 갔다.

“짐은 저 야만인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자칫 잘못 하면 나라마저 잃을 뻔 했노라. 그에···. 짐은 스스로의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서 저 야만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거기에 이의가 있는 자는 지금 말하라.”

“·············.”

“·············.”

“·············.”

있을 리가 없었다.

이의는 고사하고 쥐 죽은 것 같은 침묵만이 시노페의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기서 입만 뻥긋해도 미트리다테스 6세의 눈에 찍힐 것 같았다.

그래서 민중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럼 죽기 전에···, 테무진!! 네놈에게 그 동안의 공적을 생각해서 마지막 유언을 남길 기회를 주겠다. 할 말이 있다면 하라.”

미트리다테스 6세는 테무진에게 말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테무진의 입에 물려있던 재갈을 풀었다.

미트리다테스가 테무진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길 기회를 주는 것은 자신의 승리감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제 곧 죽을 테무진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민중이 그의 말을 믿을리도 없고,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미트리다테스 6세가 그를 살려 줄 리도 없다.

그는 그저 영웅이라고 불리던 남자의 마지막 망가지는 모습을 민중들에게 보여 주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것 뿐이었다.

테무진은 양쪽의 팔을 병사들에게 붙잡혀 있는 와중에 입을 달싹 거렸다.

“·········이겠다···.”

“···뭐라고 하였느냐?”

테무진은 산발을 한 머리카락의 사이로 굶주린 늑대와 같은 흉폭한 눈을 하고 미트리다테스 6세에게 말했다.

“반드시···.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내 손으로 끊어주겠다. 미트리다테스.”

테무진의 말에 미트리다테스는 크게 노했다.

테무진은 목숨 구걸도 자신의 억울함을 성토하지도 않았다.

증오.

한점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하고 찐한 증오의 파동이 미트리다테스 6세의 전신을 관통했다.

순간 자신의 심장이 서늘해질 정도로 섬뜩한 느낌을 받은 미트리다테스 6세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발견한 미트리다테스 6세는 얼굴이 새빨게 졌다.

“네놈이 감히!!!!!”

미트리다테스 6세는 처형장에 있는 채찍을 집어들어서 테무진을 향해서 휘둘렀다.

촤아악!!! 촤악!! 짜아악!!!

채찍질 한번 한 번에 테무진의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튀었다.

하지만 테무진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시음소리는 고사하고 미트리다테스 6세를 똑바로 노려보는 테무진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테무진의 눈빛을 보고 미트리다테스 6세가 외쳤다.

“후우··· 후우···. 형장은 당장 말을 네 마리 가지고 와라. 형을 거열형으로 바꾸겠다.”

“전하··. 거열형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렇다. 당장 시행하지 못할까!!!?”

“예. 알겠습니다.”

원래 테무진에게 시행되려던 사형법은 교수형이었다. 하지만··. 테무진이 반항하자 미트리다테스 6세는 형벌을 거열형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거열형은 사지를 소나 말에게 붂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당겨서 찢어 버리는 형벌이다.

폰투스의 군에까지 복무했던 테무진에게 이런 형벌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트리다테스 6세는 명을 내렸다.

자신을 저렇게 노려보는 테무진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하!! 말을 네 마리 준비했습니다.”

“좋다. 지금 당장 시행하라.”

“옛!!”

“옛!!”

“옛!!”

형장들은 테무진의 양팔과 양 다리를 두꺼운 밧줄로 묶었다. 그리고 그 밧줄들을 말에 묶었다.

“당겨라!!!!”

이윽고 명령이 떨어지자 네 마리의 말들이 테무진을 당기기 시작했고 테무진의 몸은 허공으로 떠 올랐다.

“더 힘차게 당겨라!!!”

그리고 미트리다테스 6세의 광기에 젖은 명령으로 테무진의 몸이 찢어지기 직전···.

슈슉!!

두 개의 화살이 날아와서 테무진의 양 팔에 묶여 있던 밧줄을 끊어 벌렸다.

그리고 그 순간 테무진은 자신이 당기는 말의 탄력을 그대로 이용해서 힘껏 점프했다.

“하앗!!!”

줄을 타고 허공을 붕 날아 오른 테무진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의 말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아있는 기수의 목을 잡고 그대로 비틀어 버렸다.

우두둑!!

“컥·· 커억!!!”

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테무진은 그대로 기수의 허리에서 검을 빼고 기수의 시체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발목에 걸려있는 밧줄을 잘라 버리고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 이런···.”

“이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시노페의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테무진은 말을 달려서 다른 한쪽에 있는 기수의 목을 쳐버렸다.

“아악!!!”

촤아악!!

한 번에 목이 날아가 버린 기수를 덤덤히 보던 테무진은 시선을 돌려서 형장의 위에 있는 미트리다테스 6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미트리다테스!!!!!”

“············.”

미트리다테스 6세는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테무진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은 초식 동물이고 그 상태로 육식 맹수를 면전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런 원초적인 공포심이 들었다.

“똑똑히 기억해 둬라. 난 반드시 돌아와서 네놈을 목을 칠 것이다. 똑똑히 기억하라!!!”

테무진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말을 몰아서 광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런 테무진을 보필하기 위한 기병 몇이 더 나타났다.

============================ 작품 후기 ============================

아아... 설정에 지도도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좀처럼 시간이 안 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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