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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41화 (141/220)

141화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린 테무진을 보면서 미트리다테스 6세가 손벽을 쳤다짝짝···.

“가지고 와라.”

미트리다테스 6세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언가를 가져오게 했다.

그것은···. 간신히 살아서 숨쉬고 있는 인간이었다.

엉망진창으로 두들겨 맞고 여기저기 뼈도 부러져 있었지만···.

그래도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테무진은 가슴이 두근 거리고 전신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모····니메····.”

그렇다. 그것은 이오니아의 꽃.

테무진이 자신의 영혼보다 더 사랑하는 여인.

미트리다테스 6세에 의해서 반 강제로 첩으로 잡혀 있었기는 하지만 테무진의 연인인 모니메였다.

“훗, 볼만한 얼굴이군.”

“····어째서입니까? 전하께서 벌을 주신다면····. 그녀가 아니라 저러서도 충분 했을 텐데····.”

테무진의 말에 미트리다테스 6세는 거만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까불지 마라. 야만인.”

“············.”

“감히 야만인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내가 좀 총애를 해 줬더니 거기에 배신을 해? 과연···. 핏 줄부터가 천박한 야만인 답더군.”

“미트리다테스!!!!!!!!”

이 순간 테무진과 미트리다테스 6세의 사이에 군신의 관계는 끝났다.

테무진은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

사랑하는 여성을 잃은 테무진은 분노로 모든 것을 버리고 미트리다테스 6세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맨손이었지만 나이를 먹고 노쇠가 진행되기 시작한 미트리다테스 6세의 목을 비트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촤아악!!!

한 줄기의 날카로운 검격이 날아와서 테무진의 목을 노렸다.

테무진은 그대로 뒤로 한걸음 크게 물러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격을 한 자를 바라봤다.

“····드로미키아이테스. 당신·····.”

“·········전하에게 무슨 짓이오. 테무진.”

“크윽······..”

테무진은 이를 악 물었다.

미트리다테스 6세의 부하들 중에 마음에 드는 인간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나마 이 드로미키아이테스는 좀 나았다.

테무진에게 딱히 적개심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테무진이 보기에도 무척 믿음직 했다.

그가 미트리다테스 6세가 가장 아끼는 무장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런 마음은 더욱더 커졌다.

변변한 실력도 없는 주제에 그리스인 특유의 말도 안 되는 우월감에 젖어 있는 아르겔라오스나 제노비오스에 비해서···.

과묵하지만 능력있는 드로미키아이테스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 그가 미트리다테스 6세의 앞에 버티고 서 있자 테무진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거기서 비키시오.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죽이겠소.”

테무진이 두 눈을 희번뜩 거리면서 말하자 드로미키아이테스는 대답대신에 검과 방패를 들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상대가 맨손이건 뭐건 상관없이 자신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래····. 이런 남자였지.’

분노로 정신이 나가 벌릴 것 같았던 테무진이었지만···. 그래도 맨손으로 드로미키아이테스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몸을 피하고 후일을 도모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머리를 숙이고 미트리다테스 6세에게 용서와 자비를 구할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미친척 하고 목숨을 걸고 싸워 볼까? 운이 좋으면 미트리다테스 6세를 저승길 동행으로 데리고 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테무진의 그런 고민은 모두 쓸모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테무진에게 애당초 선택권이 돌아갈 가능성이 아애 없었기 때문이다.

“크윽······.”

테무진은 갑자기 발에 힘이 풀리고 시야가 어질어질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테무진을 보고 미트리다테스 6세가 말했다.

“흐음···. 이제야 통하는 모양이군.”

“····독이군.”

테무진은 바로 알았다.

아까전에 따라준 술.

왕이 따라준 술이라서 의심 없이 마셨지만···. 아마도 그 술이나 아니면 술잔에 독이 발라져 있었을 것이다.

“크윽····. 후우····, 후우·····.”

테무진은 어떻게든 몸의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독한 약을 썼는지 테무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번 돌기 시작한 약기운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털썩····.

결국 쓰러져 버린 테무진을 보고 미트리다테스 6세가 다가왔다.

“흠···, 역시 위험한 인물이었어. 말도 잠재울 수 있는 양을 손에 넣었는데 말이야.”

“어··· 어째서···. 어째서 그녀까지····.”

테무진은 미트리다테스 6세를 노려보면서 어째서 모니메까지 저 꼴로 만들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미트리다테스 6세가 말했다.

“흠···. 궁금한가? 그러고 보니···. 네놈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지? 그렇다면 말해주마.”

“··············.”

“네가 전쟁터에 나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니메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지.”

“크윽····.”

테무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와 모니메의 관계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었다. 그녀가 임신을 했다면···.

높은 확률로 자신의 아이일 확률이 컸다.

“난 내심 기뻤지. 오랜만에 또 아이가 생겼으니 말이야. 하지만 저 년의 태도가 좀 이상하더군. 안절부절 못하고 허둥 거리는 꼴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보였지.”

“·············.”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나오니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지. 낳온 아이는 검은 머리였거든? 딱 너처럼 말이야.”

“크윽········.”

테무진은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다.

결국···.

결국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신이 모니메를 임신 시켰기 때문에 모니메와 자신의 불륜이 들켰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자비로워도···. 내 여자가 어디가서 멋대로 발정난 암캐처럼 엉덩이를 가볍게 놀리는 것을 봐줄 정도로 자비롭지는 않아.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

테무진은 알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제발 부탁이니 그만 들었으면 했다.

“네놈의 아이는 노예로 팔아 버렸고, 저 년은 죄수들과 함께 감옥에 가둬 버렸지. 명색이 내 여자인데 고문이나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죄수들과 함께 가두기만 했을 뿐.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

테무진의 눈에 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거칠고 험악한 죄수들 사이에 모니메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넣는 다는 것은···.

차라리 굶주린 늑대 때에 새기 양을 던져 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 굳이 말하면···. 죄수들에게 그리고 모니메에게 한가지씩 당부를 하기는 했지.”

“··········.”

“죄수들에게는 모니메를 죽이지 말 것. 마음껏 즐기고 부숴도 좋으니 죽이지는 말 것.”

“·········.”

“그리고 모니메. 저 년에게는 스스로 목숨만음 끊지 말 것. 이라고 했지.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미트리다테스 6세는 테무진의 귓가에 대고 절망적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의 아이를 죽여 버리겠다고 했지.”

“····크아아아아!!!!!”

마취제로 거의 무력화 되었떤 테무진이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대로 자신의 지척까지 접근한 미트리다테스 6세의 목줄기를 물어 뜯어 버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불가능 했다.

“포기하시오. 테무진.”

쿠웅!!

드로미키아이테스가 테무진의 목을 잡고 그대로 지면에 눌러 버린 것이다.

“크윽····. 큭····.”

테무진은 분함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트리다테스는 그런 테무진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지. 네 앞에서 이 발정난 암캐를 처벌하는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야.”

미트리다테스 6세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무진이 보는 앞에 모니메를 집어 던졌다.

모니메는 그동안 얼마나 갖은 고초를 겪었는지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테무진은 피눈물로 붉어진 시야로 바라봤다.

그리고 모니메는 자신의 목에 미트리다테스 6세으 검이 겨눠지는 그 순간···.

아주 살짝 입술을 달싹여서 테무진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촤아악!!!

그것과 동시에 미트리다테스 6세의 손에 들려있는 검에 의해서 모니메의 목이 날아갔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테무진은 그 순간 정신이 붕궤 되어 버린 것 같은 고통에 오열했다.

그리고 흰자위를 드러내면서 광인처럼 미쳐가고 있는 테무진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나오고 있었다.

“보르테···. 또···. 또 지키기 못했·····.”

그리고 그 말을 따 끝내기도 전에 테무진은 그대로 의식을 잃어 버렸다.

폰투스의 수도인 시노페에는 갑자기 비보가 날아들었다.

폰투스의 영웅으로까지 떠 오른 이방인 장군. 테무진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현명한 미트리다테스 6세는 그런 테무진을 불러 들여서 잡아서 곧 공개재판에 처한다는 소문이었다.

이 시노페를 넘어서 소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정말로 테무진이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말 부터···.

테무진의 명성을 두려워한 미트리다테스 6세의 계획이다. 라는 의견까지···.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하던 와중에 미트리다테스 6세가 아끼는 애첩인 모니메가 테무진과 통정하는 사이였다는 소문이 돌자···.

의견은 급 속도로 테무진의 반란설에 굳어졌다.

일부로 미트리다테스 6세가 그런 식으로 의견이 굳어지게 적절한 타이밍에 모니메의 얘기를 퍼트린 것이다.

사실···. 미트리다테스 6세는 왕위에 오르면서 이미 형제와 어머니를 쳐내고 등극한 비정한 왕이었다.

그런 그가 정부인도 아니고 애첩 때문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수를 포기할 남자는 아니었다.

여자에 대한 욕심은 애당초 그렇게 크지도 않은 미트리다테스 6세였다.

하지만····.

테무진의 경우는 너무 유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미트리다테스 6세였지만···.

다른 헬레니즘 국가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로마와 폰투스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미트리다테스는 종종 반기를 드는 도시를 잔인하게 처리해서 자신의 위세를 떨쳤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위세라기 보다는 공포심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보라. 이들은 우리 그리스의 후예임을 저 버리고 저 간악한 로마에 붙은 배신자들이다.]

라는 식의 명분을 앞세워서 말이다.

주로 그 일을 도맡아서 처리한게 미트리다테스 6세의 부하 중에서도 잔혹하기로 유명한 제노비오스였다.

그는 일단 미트리다테스의 명령만 떨어지면 여자건 아이건 간에 남겨두는 법이 없었다.

모두 빼앗고 부수고 유린하면 철저한 파괴를 자행했다.

미트리다테스가 제노비오스를 총애하는 이유도 그런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손을 더럽혀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제노비우스는 능력은 둘째 치고 그런 잔학성에 관해서는 따를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공포에 의한 지배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너무 지나치거나 그저 공포 일변도일 뿐이라면 사람들에게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미트리다테스 6세가 정말로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처하기 위해서는 공적이 필요했는데···.

그는 그 부분에 관해서 너무 취약했다.

어쩔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미트리다테스 6세가 나름 뛰어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그의 상대로 온 것은 더욱더 엄청난 괴물이었다.

마리우스와 자웅을 겨루던 술라가 동방 원정에 온 시점에서····.

이미 미트리다테스 6세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술라와의 전쟁에서 만신창이로 당한 미트리다테스 6세는 상당한 지지력을 잃어 버렸다.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그가 같은 그리스인들에게도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미리 말해 두겠는데 테무진 기억 돌아온것 아닙니다.

그 기억은 앞으로의 중요한 떡밥이기에 아직 돌아오면 곤란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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