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디도는 사실 아들을 원했다.
아들을 낳아서 그 아이가 우진의 뒤를 이어서 이 파라디소스를 다스리는 훌륭한 왕이 되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이 작은 생명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아이야···. 축하한다. 내가 네 엄마란다.”
“디도, 수고 많았어요.”
“애 많이 썼어요.”
이 자리에 없는 우진을 대신해서 세체니와 클레오파트라가 디도를 위로해 주고 축하해 줬다.
“공주님이 태어났다!!!”
“전하의 아이가 태어났다. 축제를 열자!!”
“술을 꺼내라. 모두 먹고 마셔라!!!”
파라디소스의 수도 시라쿠사.
그 도시의 구석구석에 이르기 까지 모든 인간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우진의 딸이 나왔다는 것을 축하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마침 민정 시찰이라는 핑계로 술집에서 양젖과 벌꿀로 만든 술을 먹고 있던 우진도 들었다.
“푸웁!!! 뭐···? 뭐라고?”
“공주님이 세상에 나왔다니까? 이 친구 이거 깜깜이구만.”
“···········.”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우진을 보고 옆에 같이 따라온 마시르가 귓속말로 말했다.
“전하···. 어떻게 하죠?”
“······돌아가. 지금 당장.”
속으로 X됐다. 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우진이었다.
왕궁에 도착해서 디도와 아기가 있는 별궁에 도착한 우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 디도. 안에 있어? 어어··. 세체니하고··, 클레오파트라 당신도 있었군요.”
“············.”
“············.”
“············.”
세 여성은 지그시 우진을 바라봤다.
“하하···.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나름 바빠서···.”
“술 냄새 나는데요?”
“···········.”
클레오파트라의 한 마디에 우진의 조약한 변명은 제로로 돌아갔다.
“잘못 했습니다. 아기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자신의 아내들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서 비는 국왕이 이 자리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들의 화는 풀렸다.
사실 디도까지 포함해서 그다지 진심으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디도와 세체니의 경우는 우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약점 잡았을 때 살짝 어리광을 부린 것 뿐이다.
이들 부부간의 커무니케이션이라고 해야 할까?
클레오파트라는 엉겁결에 분위기상 거기에 동참 한 것이고 말이다.
우진은 자신의 생에 처음으로 아이가 생겼다는 것에 감개가 무량했다.
깨끗한 천에 감싸여서 얼굴과 앙증맞은 두 손만 살짝 내밀고 있는 아기는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은지 자꾸만 양손을 꿈틀거렸다.
이 작은 생명이 자신의 피와 살에서 비롯되어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행복했다.
보통 왕들이라면 아들, 즉 후계자를 원하는 법이지만···. 우진은 개의치 않아다.
오히려 딸이 더 좋았다.
‘커도 징그럽지 않고 말이야···.’
우진은 딸을 품안에 안으면서 말했다.
“태어나서 고맙구나. 내 딸아···. 내가 네 아빠란다. 알겠니? 아빠 해봐. 아빠.”
“··············.”
“··············.”
“··············.”
태어나고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말을 해보라는 팔불출을 보고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국왕만 아니라면 크게 비웃었을 것이다.
“네 이름은 유리. 버들 유(柳)자에 다스릴 리(理)라고 지었단다. 선량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지었단다.”
아이가 이름의 의미 따위는 알 리가 없었지만 우진은 아이에게 이름을 알려줬다.
“유리···. 그렇게 부르면 되나요.”
“그래, 풀 네임은 유리 한 파라디소스 라고 하면 되겠지.”
“유리 한 파라디소스···. 좋은 이름이에요.”
그렇게 우진의 아이인 유리가 태어났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말이다.
유리의 출산 이후.
이제 클레오파트라는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
정직하게 돌직구로 승부를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와 독대를 가졌다.
그리고 거기서 클레오파트라는 세체니의 충고대로 지극히 평범하게··.
아무런 술책도 부리지 않고 태연하게 우진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사랑해요··. 국가도 지휘도 상관없이··. 당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
우진은 그런 클레오파트라를 보면서 차분하게 생각했다.
‘내가 아무래도··. 역사적 이미지에 너무 휘둘린 것은 아닐까?’
우진이 알고 있는 역사에서 클레오파트라는 그 미모와 매력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악녀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안토니우스는 이 클레오파트라 때문에 말로로 떨어졌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진이 이 시대에 나타나지 않았을 역사에서 일어날 일이었다.
이미지로 사람을 너무 사전에 평가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세체니와 디도가 당신한테 뭐라고 하던가요?”
“잘 해보래요.”
“············.”
실제로 한 말은 좀 더 복잡한 말이었지만 그냥 한 마디로 축약해 버리는 클레오파트라였다.
“·····식은···. 나중에 날짜를 따로 정하도록 하지.”
우진의 말에 클레오파트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어요.”
이제야 자신을 받아주기로 결심한 우진을 보고 클레오파트라는 환하게 웃었다.
우진은 그런 그녀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괜찮겠지··. 괜 찮을 거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진 역시 꽤 오랫동안 계속된 그녀의 유혹에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녀의 유혹을 여기까지 참은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유일하게 걸리는 것이 있다면 상대가 16살이라는 것인데···.
이 시대에 16살이면 미성년자 취급 하는 것도 이상했고,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정도로 성숙하게 보였기 때문에 우진은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우진은 한쪽 팔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안으면서 말했다.
“이제까지 마음 고생하게 해서 미안.”
“···알면 됐어요.”
우진의 품 안에서 이제야 행복을 느끼는 클레오파트라였다.
우진과 클레오파트라의 국혼.
이 소식은 지중해 전체로 퍼져 나갔다. 로마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희대의 영웅과 절세의 미녀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흐뭇하게 웃으면서 그냥 부러워했다.
물론 질투하는 자도 있었고 허탈감을 느끼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별것 아니었다.
그냥 현대로 치면 톱스타 연애인들끼리 결혼한대. 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정도의 감정?
대강 그런 평판이었다.
다만 로마인들을 제외하고도 길길이 날뛰었던 것은 로마에 망명 중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 12세 정도였다.
그는 정말 길길이 날뛰었다고 한다.
자신을 파라오의 자리에서 몰아낸 불효녀가 이제는 적국의 왕과 결혼까지 한다고 하니 펄쩍 뒬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 이 결혼에 유감 있는 자라면···.
누미디아의 주바 국왕 정도?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배 다른 언니인 베레니케 4세와 결혼했다.
이집트와의 견고한 동맹을 위해서 결혼 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미모는 만족스러웠다.
베레니케 4세의 미모는 클레오파트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디도나 세체니에는 거의 근접한 것이었다.
왕족으로 태어나서 자란 주바 국왕으로서도 그런 미녀는 흔하지 않았다.
다만···, 사치를 좋아하는 성격에 오만방자함은 기본이고 게으르고 인생관은 쾌락주의····.
데리고 살아보니 한 달도 안 돼서 질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그녀의 미모도 클레오파트라와 비교를 하니 인상이 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디도나 세체니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역시 자매다 보니 자꾸 비교가 되는 것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주바 국왕이었기에 우진과 클레오파트라의 결혼 소식은···.
“제길··. 바꾸고 싶다··.‘
배 아픈 소식이었다.
해군 전력의 확충과 해적들의 소탕으로 인해서 해상 라인도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 결혼식에는 지금의 파라디소스를 있기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수많은 핵심 귀족들이 몰려왔다.
“하하하. 진, 너 한때는 제수씨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하더니····.”
“시끄러. 너야 말로 얼굴 좋아 보이는데? 결혼 안해.”
“음, 내가 결혼하면 슬퍼할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작작 놀아. 그러다가 너 전쟁터에서 죽기라도 하면 네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애들이 몇 명이나 나올지 모르겠다.”
“푸하하하. 아마 다 맞을걸?”
모인 귀족들 중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것은 역시 디오클레이우스였다.
일국의 국왕이 된 지금 우진에게 유일하게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은 그 뿐이었다.
사실 이것은 왕권에 대한 도전이나 모독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었지만···.
우진과 디오클레이우스의 사이를 알고 있는 파라디소스의 사람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예전에 한 고지식한 의원이 우진에게 그런 디오크레이우스의 태도에 관해서 지적한 적이 있었지만···.
우진은 단호하게 자르면서 말했다.
[디오클레이우스라면 반말이 아니라 반역을 해도 죄를 묻지 안을 것이오.]
그 말에 의원은 질려 버렸다고 한다.
군신 관계를 넘어서 절친한 맹우의 인연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확고힌 믿음과 신뢰였다.
우진 스스로도 디오클레이우스가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킬 정도라면 스스로 생각해도 떨어질 때까지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반역을 일으켜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나중에 이 말을 들은 디오클레이우스는 크게 감동···. 하지는 않고 이렇게 말해다고 한다.
[안 해. 반란? 그걸 내가 귀찮게 왜 해?]
라고 말이다.
여하튼···, 그런 사이였기 때문에 이 둘이 서로 말을 편하게 하는 것에 관해서는 그냥 모두들 포기해 버렸다.
“전하. 스파르타쿠스 공작이 왔습니다.”
“오오··. 스파르타쿠스. 부르티움 지역을 현명하게 다스리고 있어줘서 고맙소.”
“모두 전하의 은덕 덕분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결혼을 하시는 것과 공주님의 출산을 축하 드립니다. 여기 이것은 제가 가져온 선물입니다.”
스파르타쿠스는 부르티움에서 가져온 최고급 와인 수백통을 시칠리아에 가지고 왔다.
“하하하····. 고맙소. 그러보 보니 공작도 홀몸인데··. 이 친구와 달리 성실하기까지 하니 좋은 짝이 있었으면 좋겠군.”
“···제 경우는··· 좀···.”
“나는 왜 걸고 넘어져?”
얼굴을 붉히는 스파르타쿠스와 그 옆에서 따지고 드는 디오클레이우스였다.
그 후에도 아프리카의 방위 사령관인 오우메니우스와 누미디아의 주바 왕자까지 도착하고···.
드디어 우진과 클레오파트라의 결혼식이 열렸다.
클레오파트라는 평소에도 아름다웠지만 이번 결혼식을 위해서 한껏 멋을 냈다.
그녀가 작정하고 ‘나 예뻐질거야.’ 라는 마음을 먹고 치장을 하니···.
그야말로 여신인지 사람인지 햇갈릴 정도였다.
우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넋이 나갔고, 그것은 우진 이외의 모든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여성에 담담하기로 유명한 스파르타쿠스와 오우메니우스까지 넋을 잃어 버릴 정도였다.
“전하. 저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 전하의 아내로서 헌신과 애정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음···. 나 역시 그대를 사랑하고 아낄 것을 맹세하오.”
둘이 서로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키스를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큰 박수소리와 함께 축복의 말이 들렸다.
“진 전하 만세!!!”
“클레오파트라 파라오 만세!!!”
“파라디소스 만세!!!”
“이집트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 후에 디오클레이우스가 한 한마디···.
“지름신의 가호가 함께 하리라!!”
“풋!!!!”
우진은···,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키스하는 와중에 뿜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우진 : 이 망할 놈의 지름신 언제까지 우려 먹을 거야.
작가 : 네가 질렀잖아.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