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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36화 (136/220)

136화

저 지고의 미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남자라면···. 아니 여자라고 해도 저 아름다움에는 가슴이 두근 거리고 이성이 혼미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신 차리자···. 상대는 클레오파트라. 상대는 클레오파트라. 세체니와 디도도 예뻐. 충분히 예뻐.’

우진은 간신히 마음을 잡고는 말했다.

“파장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농담은 그만해 주십시오. 양국의 우의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후우..”

우진의 대답을 들은 클레오파트라는 그 고운 입술에서 남자의 가슴을 한 방에 무너트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이 제가 이렇게까지 유혹해도 넘어오시지 않으니····.”

“·············.”

우진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대답했다가 클레오파트라의 페이스에 휘말려 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방법 뿐일까요?”

“마지막 방법?”

꿋꿋하게 무시하려던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입에서 마지막 방법 이라는 말이 나오자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가능하면···. 저라는 여자의 매력으로 당신을 매료시키고 싶었습니다. 자신도 있었죠.”

“··········.”

우진은 대답은 안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작정하고 유혹하려고 하면 세상 어떤 남자를 못 함락 시킬까?

우진도 역사상의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를 몰랐다면 진작에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상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써서 당신의 아내라는 자리를 차지하겠습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저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청합니다.”

“··········.”

“파라디소스의 국왕 진에게 국혼을 제의합니다.”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고 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내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할 거요?”

“그때는····. 이집트와 파라디소스의 동맹도 끝나지 않을까요?”

“무슨····?”

우진은 설마 클레오파트라가 동맹 그 자체를 인질로 잡고 협박할 줄은 몰랐다.

“거짓으로 보이시나요? 하지만 제가 정식으로 청혼하고, 그리고 전하께서 거절하시는 그 순간 이미 양국의 동맹은 금이 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큭.”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대강 알 것 같았다.

고대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왕가에 대한 환상이 강했다.

일국의 왕족이 모독을 당했다면···, 그것은 능히 전쟁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왕족의 자존심도 있었지만 이 고대 시대에는 인간들이 왕족에게 가지고 있는 환상 존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사에도 여자 하나 때문에. 명예 하나 때문에 국가 하나가 사라질 때까지 싸운 전쟁은 종종 기록되어 있었다.

자, 여기서 클레오파트라와 우진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대중들 앞에서 몸을 가리지 않고 우진에게 종종 헌신을 다했던 클레오파트라다.

이미 파라디소스에서도 이집트에서도 클레오파트라는 우진의 여자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이미 둘의 결혼은 정해진 미래라고 여기고 거기에 맞춰서 국가의 향후 향방도 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진이 클레오파트라의 정식 청혼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파라디소스는 그나마 괜찮다.

클레오파트라가 파라디소스 민중들에게 인기가 높기는 하지만 직접 위기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나라를 지켜낸 세체니나 디도에 비하면 이름값이 떨어진다.

그러니 그녀가 우진에게 차인다고해도 그냥 한때의 이슈일 뿐이다.

하지만 이집트는 다르다.

클레오파트라는 공주도 아니고 이집트의 파라오다.

그런 그녀가 청혼을 거절 당하는 것만 해도 충분히 굴욕 적인데 거기에 더해서 이제까지 쭉 헌신하던 상대라면····.

그때는 이집트인 전체가 파라디소스에 대한 불쾌함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았다.

가뜩이나 헬레니즘 왕조는 그 자존심이 높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파라오인 그녀에게 굴욕을 남긴 우진에 관해서 평생을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이집트 곳곳에 남아있는 친 로마적 성향의 인간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파라디소스를 비난할 테고····.

‘제길··. 결국 여론이 나빠지만 동맹도 오래가지 못해. 로마라는 공통의 적이 있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한수에 자신이 외통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집트를 과감하게 잘라 낼 수 없는 이상 우진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당신의 청혼을·····. 받아 들이겠소.”

우진은 희희낙락할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제길···. 인류 역대 최강의 여우긴 여우군····.’

비슷한 종류의 인물로 남아있는 양귀비나 달기등을 만나본적이야 없지만···.

어쨌든 클레오파트라에게 완전히 당했다고 생각하는 우진이었다.

“···············.”

“···············.”

그런데 우진은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자 이상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뜬 우진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의 심장을 철렁 거리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클레오···. 파트라?”

“·······그렇게···. 그렇게 제가 싫으신가요?”

우진의 눈 앞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클레오파트라가 있었다.

이제까지 연기로 눈물을 흘린 적은 몇 번인과 봤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진정으로 서럽다는 듯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보면서 우진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섣불리 입을 열지를 못했다.

“제 뭐가 불만이죠? 제가 당신에게 뭔가 실수라도 했나요? 제 핏줄에 뭔가 원한이라도 있나요? 왜 절 그렇게 싫어하시는 거죠?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아내로 받아야 할 정도로··. 그렇게 제가 싫은가요?”

“·············.”

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클레오파트라는 진심으로 상처 받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준 자신이 지금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도 그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최후의 수단이 어쩌니 해도 그런 수단으로 결혼 승낙을 받아내는 여자는 얼마나 비참할까?

거기서 우진이 클레오파트라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부분을 꼬집어서 그녀를 위해줘야 했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도 그런 반응을···.

그나마 우진의 가슴속에 자신에 대한 호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그런··.

그런 작은 반응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마치 벌레라도 씹는 것 같은 곤혹함으로 왕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어디까지나 국가를 위해서···.

그런 이유만으로 클레오파트라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했다.

파라오 이전에 여자로서 그 이상의 굴욕은 없었다.

“흑···. 흑흑····.”

클레오파트라는 그대로 눈물을 뿌리면서 도망치듯이 달려서 방을 나가 버렸다.

우진은 그런 클레오파트라를 보면서 차마 잡지도 부르지도 못했다.

“·····내가 잘 못 한 걸까?”

그걸 이제 알았냐?

“흑····. 흑흑·····.”

이 세상에서 가장 처량한 모습 중에 하나는 실연 당하고 배겟 머리를 눈물로 적시고 있는 여인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알렉산드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지고의 미인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클레오파트라는 정말정말 듣는 사람이 안타깝고 서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서글프게 울었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약해진 거지···.’

클레오파트라는 남자에게 거절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약해진 자신이 한심했다.

처음 그녀는 우진과 주바 왕자를 저울질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가 우진을 택했고···.

금방 우진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남자의 사랑, 호감, 욕망은 항상 가만이 있어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이었다.

우진의 경우 좀 담담하려고 애쓰는 것 같기는 했지만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우진의 시선에는 남자로서의 욕심이 깃들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겪었던 시선이었기에 클레오파트라는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그 후에 그녀는 우진에게 몇 번이고 유혹을 했다.

그녀가 작정하고 유혹하면 세상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진은 달랐다.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게 다렸다.

이미 자신의 아내가 된 두 명의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유혹에도 굳건하게 버텼다.

그때 클레오파트라는 세체니와 디도를 보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여자들을 부럽다고 생각했다.

지휘, 재산, 미모.

여자로서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할 모든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여자에게 질투를 느낀 것이다.

그녀의 손 한번 잡아 볼 수 있다면 자신의 아내와 영영 이별해도 괜찮다고 하는 남자들이 알렉산드리아에 가면 널리고 널렸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우진은 굳건하게 클레오파트라를 거절했다.

그런 우진의 계속되는 거절이···.

클레오파트라의 승부욕에 불을 질렀다.

승부욕에 점점 더 집착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우진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매일매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가 정신 차렸을 때····.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머릿속에 우진에 관한 마음이 가득해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멈출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이 마음을 충족 시키든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심장이 멎든가?

둘 중에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국가 권력까지 동원해서 우진을 시험해본 결과···.

그녀의 심장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흑···. 흑흑흑····.”

클레오파트라는 이렇게 서럽게 울고 또 우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때, 그녀의 방을 지키던 시종이 말했다.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 전하.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손님.”

고운 얼굴에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있었지만 손님이라는 말에 그녀는 자세를 바로 했다.

‘혹시나 진이···.’

그녀는 혹시나 이제라도 진이 찾아와서 자신을 위로해 주러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대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이런···. 얼굴이 말이 아니군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 전하.”

그녀를 찾아온 것은 세체니와 만삭의 디도였다.

============================ 작품 후기 ============================

디도 : 여자들만의 룰과 여자들만의 세계가 있는 법.

작가 : 무서븐 여자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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