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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혁명-134화 (134/220)

134화

“하하하하···. 오늘도 한 바탕 거하게 했군.”

“수입이 짭짤합니다. 두목 이번에는 어디에 가서 팔까요?”

“글쎄···. 철의 경우는 전쟁중인 소아시아 쪽으로 가면 비싸게 팔리겠지만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그럼, 늘 하던대로 에스파냐나 마우리족 놈들에게 파는 겁니까?”

“그래. 그래야지. 로마인들 중에 고객을 만들면 좋겠는데···. 그 새끼들 목이 여간 뻣뻣해야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헤라클레오였다.

그는 최근에 파라디소스의 수송선을 상습적으로 털면서 이 해역에 대해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해적단의 규모도 점점 크게 늘어서 이제는 휘하의 병력만 해도 5,000이 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병력.

그것도 양성하기 어려운 해군 전력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항구 하나를 점령해서 자신의 모항으로 삼아서 세력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다만···. 헤라클레오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천적이 해적이라고 생각했다.

육지에 발을 붙이고 머리를 눕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로마나 파라디소스 같은 강대한 나라들과 마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는 해적이 좋았다.

로마든 파라디소스건 간에 바다에서 자신을 잡을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바다의 왕이라고 생각했다.

선원들은 자신의 백성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실제 생활은 로마의 귀족들 못지않게 황홀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술과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손짓 하나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작은 항구 도시나 이동 중인 수송선을 빼앗아서 가지면 된다.

자신보다 완벽한 영토와 국가를 가지고 있는 왕은 없다.

적어도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착각도 오늘까지였다.

“선장님!!! 멀리서 배가 보입니다.”

“배? 먹이냐? 적이냐?”

만만하면 먹이고 만만하지 못하면 적이다.

먹이면 집어 삼키고 적이라면 도망가면 그만이다.

이 시대의 해상에서는 한쪽이 도망가기를 작정하면 쫓아가서 싸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저건····. 동업자 같습니다. 사나운 까마귀 해적단입니다.”

“그 놈들이? ···잘 됐군. 동업자라고 해도 먹이는 먹이지.”

헤라클레오는 사나운 까마귀 해적단을 집어 삼키기로 했다.

그런데···.

“선장님!! 반대쪽에서 또 다른 해적선이 등장했습니다. 큰 고래 해적단입니다.”

“선장님!!! 크라켄 해적단도 등장했습니다.”

“선장님······.”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해적들의 출몰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족히 십수개는 넘어갈 정도로 많은 해적단이 말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냐?”

해적들 끼리 바다에서 만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해적들이 동시에 만나는 일은 절대로 우연히 아니다.

누군가가 노리고 이런 광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선장님···. 놈들··. 놈들이 공격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화살을 쏩니다. 불 화살을···.”

“제길!!! 반격해!! 이 것들이 감히 우리 헤라클레오 해적단을 뭘로 보고····.”

헤라클레오는 이 해역의 해적단 중에 가장 규모가 컸다.

다른 해적단들이 자신에게 도전을 하자 참지 못하고 그대로 맞받아쳤다.

원래 승산을 알 수 없는 전투는 피하는게 그의 철학이지만···.

상대가 동종 업종인 해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이에나는 사자한테 지면 그냥 물러나지만 같은 하이에나 무리끼리 싸움이 붙으면 한쪽이 죽을 때 까지 싸워야 직성이 풀리는 법이다.

해적들 중에는 그 누가 도전해 와도 두렵지 않았다.

“어디 해 보자 이놈들아!!!!”

그는 호기롭게 외쳤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많은 해적단이 왜 연합을 해서 자신을 공격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중국의 전략으로 오랑캐로서 오랑캐를 제거한다는 방식이다.

뭐···, 중국의 한족들 입장에서는 자신들 빼고는 다 오랑캐였지만 어쟀든 말은 둘째 치고 전략으로서의 효율은 무척 높은 방식이었다.

자국의 피해는 적고, 그 대신이 타국의 전력은 상호간에 절충된다.

앉아서 구경하고 떡이나 주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고도의 전략을 우진에게 건의한 것이 바로 세체니였다.

우진은 이것을 의원들에게 말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아내인 세체니가 생각한 의견이란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보통의 남자라면 남자의 체면 때문이라도 아내의 의견을 나라의 국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꺼렸겠지만···.

우진은 세체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고, 또 남녀차별 의식이 고대의 인간들에 비하면 많이 적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태연하게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런 우진의 태도가 통이 큰 것으로 보여서 더 좋아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의원들의 사소한 수정도 더해져서 해적들 소탕 작전이 펼쳐졌다.

우진은 대대적으로 지중해의 항구에 대자보를 붙였다.

그것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현상 수배지-

지중해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무고한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고 있는 해적 헤라클레오의 목을 가지고 오는 자에게 파라디소스 국왕 진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포상을 내린다.

1. 현금 1천만 데나르.

2. 파라디소스 남작의 작위 수여.

3. 파라디소스 해군 전력으로 영입.

4. 이제가지의 여죄를 일체 묻지 않는 면죄부.

5. 릴리바이움에 위치한 대농장 1만평 하사.

이것은 실로 파격적인 포상이었다.

무엇이 얼마나 파격적인가 하면····.

다른 그 어떤 포상보다 이제까지의 여죄를 일체 묻지 않는다는 면죄부와, 파라디소스의 작위를 주고 해군 전력으로 투입한다는 것.

현금과 토지를 준다는 조건 보다 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하겠다고 할 해적들이 즐비했다.

헤라클레오 같은 경우는 자신의 입장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해적이라는 자들의 8할 정도는 어떨 수 없이 해적질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해적질을 하게 되면 언제 어디서 수배령이 내릴지 모른다.

바다 위에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리 해적이라고 해도 항상 바다 위에서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물자의 보급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도···.

해적들이란 대부분 자신들의 가족이나 일원들이 사는 부족 단위의 마을이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일단 마을이 국가에 꼬리가 밟히면 거기서 부터는 도리가 없다.

가족은 모두 죽거나 노예로 팔리고 마을을 불 타오른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해적들은 일정 국가에 은근히 협조하면서 뇌물을 받치면서 암묵적인 허가 속에서 근근히 삶을 이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일국의 해군으로 당당하게 들어가고 거기다 귀족으로서의 작위까지 준다는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우진이 제시한 조건중에 돈과 토지는 사실 파라디소스에 그 해적들의 일원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정착금이었던 것이다.

우진은 이 작전으로 두자기 효과를 한 번에 노렸다.

하나는 해적들의 퇴치.

특이 헤라클레오라는 눈엣 가시를 박살내 버리겠다는 계산이 강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적들이라도 상관없으니 해상 전력을 다소 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헤라클레오는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애당초 도둑의 사정은 도둑이 잘 안다고···.

정규군들이라면 놓칠 것 같은 루트로 도망을 가도 해적들은 금세 따라 붙었다.

헤라클레오의 목. 이라는 목표 하나로 수많은 해적단들이 뭉쳐서 그를 집요하게 추적했고···.

결국은 추적하고 2달 만에 헤라클레오의 목이 우진의 앞에 도착했다.

“흐음···. 이 녀석이었단 말이지?”

우진은 자신의 발치에 있는 헤라클레오의 목을 보면서 피식 웃어 버렸다.

이렇게 잡고 보니 이 녀석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이 자를 잡은 것은 그대들인가?”

우진의 앞에는 갖가지 복장 갖가지 인종을 하고 있는 자들이 15명이나 나와 있었다.

헤라클레오는 이 15개의 해적단의 연합군에 추적을 당해서 쓰러진 것이다.

우진은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모두들 수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군.”

“···········.”

“···········.”

“···········.”

해적 선장들은 설마 우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했다.

여기서 우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자신들은 해적이고 우진은 일국의 국왕이니 말이다.

그런 해적 선장들에게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약속한 조건중에··. 돈이나 토지는 가르면 그만이지만 작위와 면책권은 어떻게 한다? 자네들 15에게 전부 줄 수는 없을 텐데?”

“그것은····.”

“헤라클레오의 목을 친 것은 바로 저입니다.”

“제가 이 연합군의 수장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입 안 닥쳐!!!”

해적들은 순간 아비규환이 되어서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우진은 그런 해적들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었다.

애당초 해적 나부랭이들···. 해군 전력의 증강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이 인간들에게 바로 해군 지휘관의 자리를 주는 것은 무리였다.

이렇게 개판인데 언제 어디서 어떤 사로를 칠지 알고 주겠는가?

그래서 우진은 미리 생각해둔 데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쾅!!!!

“조용히 하지 못할까!!!!?”

우진은 강하게 옥좌를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그것은 일종의 쇼였다.

‘나 지금 열 받았다. 알아서 몸 사려라.’ 라는 이미지를 보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우진은 쫄아있는 해적들을 보고 말을잇기 시작했다.

“여기가 시장판인줄 아는가? 싸우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해적들은 벌벌 떨면서 우진에게 꿇어 엎드렸다.

비록 바다에서는 무서운 공포의 대명사인 해적단의 선장이었지만···.

일국의 왕인 우진의 앞에서는 그저 고양이 앞의 쥐일 뿐이었다.

“그대들의 의견이 분분하니···. 내가 결정을 내리겠다. 항명하겠다는 자들은 알아서 나가라.”

“··············.”

“··············.”

“··············.”

나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나갔다가는 우진이 자신들을 모두 죽여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뭐····. 그만큼 우진의 쇼가 제대로 먹혔다고 할 수 있었다.

“원래 약속한 작위는 남작이었으나···. 그대들에게 모두 남작위를 수여한다는 것은 무리. 그래서 그대들을 위해서 준남작의 직위를 만들어서 내리겠다.”

“감사합니다.”

“성은이 망극합 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해적들은 우진이 제시한 준남작이 뭔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은 거려니 생각 하면서 나름 머리를 조아리면서 감사에 감사를 거듭했다.

“그리고 면책권은 나눌 수가 없으니 그대들 모두에게 균등하게 적용해서 죄를 사하겠다. 또한 그대들의 가족이나 일족이 본국에 이주하는 것도 허락하겠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 목숨을 다해서 보답하겠습니다.”

해적의 선장들은 면책권이 균등하게 적용되는 것과 자신들의 가족의 이주까지 모두 허락받자 크게 감동했다.

============================ 작품 후기 ============================

헤라클레오 : 나 등장하고 한 회만에 죽어 버리는 거야?

작가 : 음... 당초에는 좀 비중을 두려고 했는데... 사실 파라디소스 해군 사령관 까지 시키려고 했는데... 미안하다. 등장시기를 자꾸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됐다.

헤라클레오 : 삐뚤어져 버릴 테다.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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