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파라디소스의 해적 소탕>
우진은 처음에는 해적들 나부랭이들 따위는 국가의 해군력을 동원하면 금방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진은 로마와 해전을 벌이는 것은 어려워도 해적들 나부랭이 정도야 뭐가 무섭겠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진의 큰 착각이었다.
로마는 해상 제국인 카르타고는 섬멸했지만···. 해적들은 쫓아내고 물리치는 것은 가능했어도 섬멸하는 것은 불가능 했었다.
그만큼 해적들을 박멸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여러개의 해적들이 온갖 난리를 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우진의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는 헤라클레오라는 해적이었다.
우진은 처음에 이 이름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헤라클레스하고 비슷한 이름을 하고 있는 놈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헤라클레오라는 이름이 들여 올 때마다 미칠 것처럼 혈압이 치솟았다.
“빌어먹을···. 이 헤라클레오라는 새끼한테 입은 손해를 다 합치면 2개 군단은 풀 장비로 무장 시킬 수 있는 장비가격인데····.”
파라디소스의 병사들의 장비는 로마군들 보다 더 많은 철을 사용하고 당연히 더 비쌌다.
그런데도 2개 군단을 무장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가격····.
우진이 빡칠 만도 했다.
“도대체 누구지? 이 새끼 혹시 역사에 이름이라도 남긴 유명한 놈인가?”
그렇다.
우진은 몰랐겠지만 이 헤라클레오라는 해적은 역사에 이름이 남아있는 해적이었다.
이제는 이 시대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원래의 역사에서 헤라클레오는 로마 군선을 수시로 침몰 시키고 심지어는 시라쿠사 앞 바다까지 나와서 시칠리아의 총독인 베레스를 희롱하고 돌아가는 간 큰 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속주 총독이 해적 나부랭에게 시민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희롱을 당했으니···.
당시 로마의 사회에서는 제법 큰 이슈였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유명한 것은 그가 역사적으로 스파르타쿠스에게 크게 엿을 먹인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쿠스는 크라수스에게 애를 먹다가 시칠리아로 배를 타고 세력을 옮길 것을 결심했다.
그래서 접선한 것인 헤라클레오였다.
해적이었던 헤라클레오는 로마에 적대적이었고 무엇보다 스파르타쿠스에게는 몇 년간 로마 남부의 대지주들에게서 빼앗은 많은 재산이 있었다.
그 재산을 보수로 준다고 약속하자 헤라클레오는 기꺼히 스파르타쿠스와 그 일행을 시칠리아로 날라주기로 했다.
하지만 중간에 그 정보를 낚아챈 크라수스는 헤라클레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겠다고 매수했다.
결국 스파르타쿠스의 시칠리아 진출 계획은 무너져 버렸고 스파르타쿠스는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로마 본토에서 크라수스와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뭐···. 이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렇게···. 헤라클레오라는 해적은 당시 지중해에서는 제법 이름이 있는 해적이었다.
다만 그만큼 지중해의 역사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우진이었기에 너무 안이하게 대치했던 것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적들이 활개치게 놔 둔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는 섬이다.
이 섬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류를 이동하고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싫으나 좋으나 바닷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무모한 시도를 많이 하는 우진이었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만든다는 미친 짓은 시도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후우···. 해군 전력의 부재가 크기는 크군···. 단독행동을 하는 해적을 잡기 위해서는 질 보다는 양이 필요한데 말이야.”
로마나 과거의 카르타고인들처럼 해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감시할 정도의 해군력이 필요했다.
우진의 전력중에 가장 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동맹인 이집트의 해군이었지만···.
그 해군력은 로마와의 해양 전선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느라고 바빴다.
그 전력을 함부로 뺐다가는 두고두고 로마의 해양 병력에 힘을 빼야 할 것이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에게 힘을 빌릴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우리 국가의 자력으로 뭔가 해야 하는데·····.’
고민하는 우진을 향해서 세체니가 차와 간단한 다과를 가지고 다가왔다.
“뭔가 고민이 많으신가요?”
“아····. 세체니.”
우진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자 마자 우진의 보좌관들은 세체니에게 가서 징징 거렸다.
폭군은 아니지만 가끔씩 위기에 몰리면 터무니 없는 시도를 하는 우진이었다.
그랬기에 미리 그 점을 차단하기 위해서 그들 나름대로 요령을 파악한 것이다.
우진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그의 아내들에게 가서 징징거려라.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 증거로 지금 우진의 화는 다 풀리지 않았는가?
“후우···. 별것은 아니고···. 해적들이 좀 많이 말썽이라네.”
“다 잘될 거에요. 로마도 물리치고 나라를 세운 전하잖아요?”
“그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세체니가 다소곳하게 옆에 앉아서 화를 풀어주자 우진의 혈압도 이내 정상 범위 안까지 돌아왔다.
“후우···. 어쩔 수 없지 뭐. 그나저나···. 음····. 디도는 어때?”
“아!! 괜찮아요. 몸도 건강하고 의사의 말로는 아이도 괜찮데요.”
“·····미안해.”
“전하께서 미안하실 것은 없어요. 그리고···. 전 기쁜걸요? 이제 의원들의 압박도 좀 줄겠죠.”
“·············.”
세체니는 방긋 웃으면서 대답하고 있었지만 우진은 그녀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몇 개월 전···.
파라디소스에 경사가 있었다.
우진의 둘 째 아내인 디도에게 아이가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 몇 년에 걸친 결혼 생활 속에서도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 때문에 불안해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다행이라는 것은 아무리 후계자가 없다고 해도 남자인 우진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진이 왕으로서의 권위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이 시대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온전히 여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더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들은 두 왕비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계획중에는 우진에게 닥치는 대로 첩을 들이자는 계획도 있었다.
그 숫자가 무려 100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우진이 중간에 그만두게 했지만 그런 사건으로 인해서 세체니와 디도가 받는 압박은 상당한 것이었다.
두 여성이 이전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자애심은 국민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게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의 후계자를 낳아주지 못하는 여자는 왕비로서 결함품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디도의 임신 소식은 그야말로 나라의 경사였다.
우진 역시 자신의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디도에게 듣고는 감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감격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자 세체니의 입장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쳤다.
세체니는 우진의 아내이자 정비이고···. 그리고 역경과 고난을 함께 해온 우진의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다른 여자가 우진의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우진은 세체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현대인인 우진에게 있어서 아내를 둘이나 둔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임신을 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아내가 둘이라서 생기는 곤란한 상황을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체니가 질투를 하면 어떻게 하지?
나중에 세체니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후계자는 누구로 임명해야 하지?
나중에 내 아이들이 서로 왕좌를 두고 후계자 다툼을 하지는 않을까?
우진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세체니는 그런 우진의 걱정을 일소 시킬 것처럼 헌신적으로 행동했다.
자신이 직접 디도의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온갖 좋은 것을 다 구해서 가져다 주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춰 놓는 등···.
디도를 조금도 질투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행동했다.
디도는 그런 세테니의 행동에 감동했고, 우진은 그런 세체니의 행동에 미안해했다.
“·····세체니.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런 말 마세요. 전하를 만나지 못했다면 저라는 여자는 어느 귀족의 노리개로 인생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체니······.”
우진은 세체니를 품에 앉아서 그녀를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겹쳤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어깨끈을 내렸다.
“전하···. 낮 부터····.”
“싫어?”
“·········.”
얼굴을 사과처럼 붉게 물들이는 세체니의 모습은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진은 꿀꿀한 기분을 세체니의 품안에서 개운하게 풀어 버렸다.
“흐음···. 해적들을 어떻게 하기는 해야 겠는데·····.”
세체니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우진은 중얼 거렸다.
우진의 품안에 안겨 있는 세체니는 그런 우진의 품안에서 순종적인 강아지처럼 안겨서 가만히 우진의 손길 닿는 대로 있었다.
세체니 덕분에 화는 풀렸다.
하지만 여자 품안에 안겨서 24시간 풀 타임으로 헬렐레 하고만 있으면 무능한 암군의 전형으로 추락하는 수가 있다.
우진은 화는 가라앉았지만 헤라클레오라를 비롯해서 해적들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사실은 저대로 잊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 영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적을 잡으려면 해영을 넓게 살필 수 있는 다수의 해군 전력이 필요하다.
그 해군 전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저 3년에서 10년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군 하나만 키우자고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물류가 돌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곤란했다.
사르디니아에는 시칠리아의 곡식이 필요했고 아프리카에서는 사르디니아의 소금과 철광석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다수의 말과 상아등을 시칠리아에 넘겼다.
물류가 돌고 돌아야 상권이 돌고 사람들의 생활도 그만큼 풍족해지는 법이다.
우진은 딱히 경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왕이라는 자리에 올라보니 그런 원리를 자연스럽게 알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철 주세요. 소금 주세요. 식량 주세요. 라고 아기새 마냥 짹짹거리는데 말이다.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여기저기에 불평불만을 해소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저기 전하···. 제가 부족하지만 의견을 말해도 될까요?”
“응? 세체니 당신이?”
우진은 살짝 놀랐다.
이제까지 순종의 표본.
그야말로 만렙 순종녀의 이미지를 고수해온 세체니가 자신에게 국정에 관해서 조언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놀라는 우진에게 세체니가 부끄러운 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별것 아닌 여자의 의견일 뿐입니다. 하지만 혹시 참고는 될까 싶어서····.”
“아니. 괜찮아. 뭐든지 좋으니 말 해봐.”
우진은 세체니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뭐든지 좋으니 흔쾌히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세체니는 자신의 의견을 다 말했고, 그 의견을 다 들은 우진은···.
“·······왜 그런 생각을 난 못했지?”
우진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세체니의 생각에 놀랐다.
그런 작전을 쓴다면···.
그렇다면 해군전력을 양성하지 않아도 해적들을 물리 칠 수 있을지 몰랐다.
“세체니···. 고마워. 당신 덕분에 내가 큰 고민을 덜었어.”
“부끄럽습니다. 그냥 별것 아닌···.”
“아니. 굉장한 의견이었어. 시저 그 놈도 이런 생각은 못할 걸?”
우진이 이 말을 한 순간에 로마에 있는 시저가 귀를 긁었다고 하지만···.
그거야 아무도 확인 못할 일이다.
어쨌든 우진은 세체니의 의견을 채택했다. 해적들을 물리치기 위한 필살의 계책을····.
============================ 작품 후기 ============================
우진 : 어이구... 내 마누라는 그저 예쁘고 똑똑하고 착하고...
작가 : 꺼져!!!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