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30화 (130/220)

130화

스스로 변하겠다고 단언하는 자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진심을 담아서 말 할 수 있는 자는 반드시 발전하기 마련이다.

폼페이우스···.

뛰어난 자질과 환경을 두루 갖췄던 걸물이지만 시저라는 초거물에게 눌려서 빛을 보지 못했던 비운의 인물.

그가 지금 기존의 역사를 뛰어넘는 괴물로 변화하려고 하고 있었다.

적들이 후퇴를 시작하자 성벽의 위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폰투스의 지휘관들은 가슴 속에서 욕심이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폼페이우스 군이 물러나는 군.”

“어쩌시겠습니까? 이래도 그냥 보고 계실 겁니까? 저희는 이 전투에서 아직 이렇다 할 공을 세우지도 못했습니다.”

입맛을 다시는 아르겔라오스를 보고 옆에서 쩨노비오스가 부추겼다.

아르겔라오스, 제노비오스.

이 둘은 미트리다테스 6세가 아끼는 인재였지만 받는 총애만큼 능력을 펴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르겔라오스는 전쟁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1차 미트리다테스 전쟁에서 술라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일임 받을 정도로 폰투스의 중진이었다.

하지만 그 풍부한 경험의 대부분은 패전이었다.

제노비오스는 개인의 능력은 제법 받쳐주는 자였지만 그 성품이 너무 잔학하다.

미트리다테스 6세도 그런 그의 성품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반란을 든 도시에 징벌을 내릴 때 종종 그를 이용하고는 했으니···.

일종의 상부상조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미트리다테스 6세의 명령만 떨어지면 그 대상이 되는 지역에는 여자나 어린아이 한 명 남겨두지 않고 모두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리면서 잣니의 부를 축척하는 그의 성품은 일국의 장군으로서는 다소 천박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어쨌든···. 이 둘의 현재 공통점이라면 이 전투에서 공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우스 군단이 물러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된 것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은 꾸준한 야습과 습격으로 적을 괴롭힌 테무진의 공이었다.

이전에 루쿨루스의 목을 치고 공을 세운 테무진이 또다시 공을 세우면 군사력에 욕심이 많은 미트리다테스 6세의 성격상 테무진을 자신들의 윗줄로 둘 수도 있었다.

그리스계의 자부심이 강한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후퇴하는 적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추적대를 꾸리게.”

“알겠습니다.”

아르겔라오스의 명령에 냉큼 움직이는 제노비오스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말 없이 지켜보고 있던 과묵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적은 딱히 세력을 잃고 패주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섣불리 추적했다가 역공을 받으면 군사만 잃을 수 있습니다.”

“···드로미키아이테스. 자네는 끼지 않으려면 끼지 않아도 좋네. 니코메디아에 남아있게.”

“······꼭 가실 겁니까?”

“전쟁터에서 승기를 잡았을 때 망설이면 안 되네. 자네는 여기에 있게.”

“···········.”

결국 드로미키아이테스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잇었지만 상관인 아르겔라오스를 만류하지는 못했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르겔라오스나 제노비오스에 비해서 차별의식이 적은 드로미키아이테스는 별로 테무진을 싫어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는 명령에 복종하는 전형적인 군인일 뿐.

스스로 생각을 해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결국 아르겔라오스와 제노비오스의 추적을 아무도 막지 못한 것이다.

“사령관님. 후방에서 추적군이 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후방? 상대는 누구냐?”

“적의 사령관기가 있습니다. 아르겔라오스가 직접 온 모양입니다.”

전령의 보고를 받은 폼페이우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잘 됐군. 최대한 끌어 들여라. 잡아서 끝장을 내겠다.”

“알겠습니다.”

폼페이우스는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리면서 중얼 거렸다.

“적의 사령관의 목이면··. 전과로는 나쁘지 않지.”

폼페이우스는 자신이 있었다.

“공격하라!!!”

“침략자들에게 우리 그리스인들의 긍지를 보여줘라!!!”

“우오오오!!!!”

폰투스의 병사들은 폼페이우스의 군단을 거칠게 추적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지중해의 패자라고 여기고 진정한 주인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오랜 세월 동안 지중해는 그리스의 시대였다.

그리스라는 한 국가라기 보다는 소위 헬레니즘이라고 하는 그 문화에 대한 지배권이 오래 되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들 그리스계 인간들은 아직도 올림푸스 신화의 신화를 기억했고 알렉산더 대왕의 위용이 선명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을 밀어내고 시대의 중시으로 떠오른 로마에 대한 시기심이 강했다.

미트리다테스 6세가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처한 것은 그 자신이 그리스계의 인간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소아시아 대부분의 그리스 인들과 그 국가들에게 협조를 언어내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 전략은 성공해서 폰투스 대 로마의 전쟁은 소아시아의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는 그리스 대 로마의 전쟁처럼 인식되게 한 것이다.

덕분에 미트리다테스는 잦은 패전으로 그리스계의 인간들의 지지가 약해지기 전까지는 꾸준하게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리스인들의 로마에 대한 증오심에 힘입어서···.

아르겔라오스와 제노비오스가 이끄는 군대는 폼페이우스 군단을 맹렬하게 추적해 갔다.

니코메디아에서 서쪽으로 이동 하는 폼페이우스 군단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아르겔라오스는 사흘에 걸쳐서 적을 쫓았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깊숙하게 쫓을 생각이 없었지만···.

잡힐 듯 말 듯 이동하는 폼페이우스 군단을 상대로 전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서 결국은 이렇게 된 것이다.

“사령관님. 좀 더 강행군을 해야 합니다.”

“으음···. 이미 충분히 강행군이거늘···.”

“이러다가 적들이 해협을 건너서 비잔티움에 도착하기라고 하면 추적은 불가능 합니다.”

“····어쩔 수 없지. 병사들에게 야간행군을 지시하게.”

“알겠습니다.”

비잔티움.

현대에는 이스탄불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현재 트리키아의 영토로 아직은 로마의 영향권 안에 있는 도시였다.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유일한 바닷길로 지중해로 통하는 유일한 바닷길을 막고 있는 관문 도시이기도 했다.

흑해의 영향력을 온전히 자신으 것으로 하고 싶은 미트리다테서 6세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은 도시였지만 로마가 그것을 좌시 할 리가 없었다.

“으음···. 비잔티움은 방비가 너무 튼튼해··. 그 전에 어떻게든 폼페이우스를 잡으면 좋으련만.”

아르겔라오스는 지도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사실 그는 이미 폼페이우스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역습이나 함정으로 인한 역공의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공에 눈이 멀어서 패배하는 장수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야간에도 쉬지 않고 행군을 시작한 아르겔라오스의 군대는 드디어 폼페이우스 군단을 사정거리 안에 잡았다.

폼페이우스의 군단이 진지를 치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드디어···. 전군 돌격 대형을 갖춰라!!”

“옛!!!”

행군을 지친 병사들이었지만 공에 눈이 번 아르겔라오스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마침 야밤에 사정거리 안에 적을 잡았으니 그거야 흥분할 만도 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공격 시기를 또 잡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공격하라!!!!”

뿌우우우!!!!“

공격 나팔이 불리고 폼페이우스 군단의 진지를 향해서 폰투스의 2만 대군이 돌격했다.

야밤의 갑작스런 기습에 폼페이우스 군단의 진지는 아무런 대응도하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진지는 텅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

“사령관님. 진지에 적이 없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제길!!”

아르겔라오스의 입에서 욕이 나온 것과 동시에···.

뿌우우우우!!!!!!

사방에서 공격 나팔이 불린 것과 동시에 구릉지대에 숨어있던 폼페이우스 군단의 모습이 드러났다.

“함정이다!!”

“피해라!!!”

“아니 싸워라!!!”

“당황하지 마라. 병신 같은 새끼들아!!!”

아르겔라오스의 군단병들은 크게 당황해서 우왕좌왕 했다.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적들이 나타나자 당황하고 지친 병사들에게 지휘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큭···. 어떻게··. 함정 따위 준비할 시간은 없었을 텐데····.”

아르겔라오스가 생각하기에는 폼페이우스도 전력으로 행군하면서 후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함정을 준비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사실 아르겔라오스가 그렇게 생각한 것 부터가 실패였다.

폼페이우스는 아르겔라오스와 같은 속도로 행군하지 않았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행군했다.

다만 후방에 기병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단을 남겨서 자신들의 행군 속도가 늦은 것처럼 꾸몄다.

그 부대는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가면서 아르겔라오스의 부대를 이 함정까지 인도하는 역할이었다.

그렇게 하는 틈에 이미 진작에 후퇴를 마친 폼페이우스의 주력 군단은 이 구릉지대에 함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약에 우진이나 시저가 이 자리에 있다면 크게 놀랐을 것이다.

적의 지휘관을 완벽하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다시피 하는 이런 치밀한 전술전략.

이것은 이제까지 폼페이우스의 모습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스파르타쿠스에게 패배한 이후 확실히 변했다.

마치 용맹하고 사나운 사자가 이제는 완숙한 지혜까지 갖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전군!!! 돌격하라!!!!!!”

“우오오오오오!!!!”

그리고 이제 그 사자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폼페이우스 군단은 텅텅 비어있는 진지를 향해서 불화살을 날렸다.

미리 기름을 잔뜩 먹여둔 빈 막사는 불길에 활활 타올랐다.

“으아악!!”

“도망가라!!!”

“제길··· 커억!!!”

진지에 불이 붙자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군단들을 미리 예상해둔 위치에 준비 시켰다.

저 진지에서 불이 붙어서 도망나온다고 해 봐야 나올 위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미리 준비한 포인트에 군을 주둔시키기만 하면 그 다움부터는 일방적인 학살극일 뿐이었다.

“죽어랏!!!”

“이 건방진 놈들!!!”

폼페이우스 군단의 병사들은 이제까지 겪은 울분을 토하기라도 하는 듯이 맹렬하게 싸웠다.

로마의 수많은 군단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자부하는 폼페이우스의 군단.

그 군단의 병사들이 적을 거의 도륙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크윽···. 이런 빌어먹을···.”

“사령관님. 피하셔야 합니다.”

“제길···. 이 상황에서 어디로 간단 말이냐!! 모두 싸워라!!! 이렇게 된 이상 적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싸우란 말이다!!!”

아르겔라오스는 둔하기는 하지만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미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완벽한 포위진이 이뤄져 있었고, 그 포위진이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는게 자신의 존재였다.

이쯤 되면 헤르메스의 장화라도 신지 않고는 절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적의 사령관이 저기에 있다!!!”

“잡아랏!!!”

한 무리의 로마 군단이 이윽고 아르겔라오스를 찾아서 달려왔다.

“제길···. 싸워라!! 한 명이라도 더 저승길로 데리고 것이다.”

아르겔라오스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뒤로 겁먹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달려 들었다.

하긴 거의 한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냈으니 그 나름의 깡은 있을법도 했다.

그때···.

“이럇!!”

“죽여 버려라!!!”

“크아악!!”

“이 놈들··· 아악!!”

한 무리의 로마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이 나타나서 같은 로마군단을 죽이기 시작했다.

“········?”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던 아르겔라오스는 그 모습에 멍하니 넋을 일어 버렸다.

그리고 로마군단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 중에 한명이 아르겔라오스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사령관님. 구하러 왔습니다.”

“···테무진?”

로마군사의 갑옷을 입고 있는 자는 바로 테무진이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아르겔라오스 : 왜 이제 왔어?

테무진 : 이제라도 온 걸 다행으로 여기쇼.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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