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의 혁명-126화 (126/220)

126화

<테무진의 전쟁>

테무진.

그는 정신 차리고 보니 바닷가의 해변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에 노예상인에게 잡혀서 노예가 되어 버렸다.

여기까지는 우진하고 똑같은 신세였다.

하지만 그 후에 그는 이 폰투스의 국왕인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눈에 들었다.

미트리다테스 국왕은 야심이 많은 왕이었다.

그는 왕이 되는 시점에서 이미 정권을 잡고 있던 어머니를 몰아내고 수많은 형제들을 죽임으로 인해서 제위에 올랐다.

소아시아 주변을 평정하면서 약해져 가고 있던 폰투스 왕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 스스로가 헬레니즘의 수호자로 자처하면서 자신을 그리스의 대표자처럼 주장했다.

결국 그런 고집 때문에 오만한 고집 때문에 로마와의 전쟁이 일어나 버렸지만···. 어쨌든 그는 대단히 군사력에 관심이 많은 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테무진의 말 타는 솜씨는 그야말로 한눈에 반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군사력에 관심이 많은 군주는 인재에 목 마른 법이다.

기억도 없고 출신 성분도 알 수 없었지만 그 남자의 기마술 하나만 보고 미트리다테스 국왕은 그에게 기마부대의 양성을 맡겼다.

그와 비슷한 수준의 기마부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생각은 통했다.

술라에 이어서 루쿨루스에게까지 연전연패를 하던 폰투스의 왕국에 커다른 승리를 가져다 주기까지 한 것이다.

“테무진 장군님.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음······.”

부하들을 조련하고 있던 테무진은 미트리다테스 국왕이 부른다는 말을 듣고 왕궁으로 향했다.

화려한 대전에서 무릎을 꿇은 테무진을 보고 미트리다테스 국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서 오게 용사여.”

“과분한 호칭 감사합니다.”

“하하하···. 과분하다니. 그래. 승리후의 밤은 잘 지내었나?”

“예. 과분한 배려에 충분히 쉴 수 있었습니다.”

“그거 잘 됐군. 지금 당장 급보가 들어왔네. 로마에서 폼페이우스가 5만 대군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다고 하더군. 아마도 오는 길에 보조병을 모집할테니···. 소아시아에 도착했을 때에는 더 큰 병력을 가지고 올 거야.”

“···········.”

“어떤가? 상대 할 수 있겠나?”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말에 테무진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명령이시라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훗, 좋다. 만약에 로마의 폼페이우스의 목을 가져온다면 내 뭐든지 그대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순간 테무진의 몸이 움찔 했다.

“그 말····. 진정이십니까?”

“왜 그러지? 원하는 것이 있는가? 지금 한 번 말해 보라.”

“····지금은 차마 말 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게 해 주소서.”

“흠·······. 좋네. 이기고 돌아와서 당당하게 요구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테무진의 얼굴에는 승리를 향한 열망이 가득했다.

노예로 시작해서 흑해를 주름 잡는 강국 폰투스의 장군의 자리까지 올라간 남자가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날 밤.

테무진의 저택에 누군가가 몰래 찾아왔다.

시종 하나 거느리지 않고 몰래 찾아온 사람은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있는 한명의 여성이었다.

“테무진····.”

여성은 테무진을 발견하자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벗어 버렸다.

그러자 순간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밝아진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의 미모가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그녀를 보면 평생 죽을 때 까지 망막에서 그녀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모니메···. 어째서 여기에···. 위험합니다.”

“저도 압니다. 알고 있지만···. 또 당신이 전쟁터에 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모니메.”

“그 말을 듣고 제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품에 자신을 안겨 주지 않으면 터져 버리겠다고 저를 협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당신의 곁으로 오면 안 되나요?”

“·····모니메····.”

테무진은 그대로 그녀를 안아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상대도 그런 테무진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으면서 격정적으로 매달렸다.

지금 테무진의 품안에 있는 그녀야 말로 지금 기억도 없고 자신의 뿌리도 기억 못하는 테무진이 유일하게 살아 숨쉬는 이유였다.

모니메.

그녀는···. 미트리다테스 6세의 애첩이었다.

역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은 지극히 적지만···.

소아시아의 사람들은 지중해에 알렉산드리아의 보석이 있다면 흑해에는 이오니아의 꽃이 있다고 했다.

그게 바로 그녀 모니메였다.

미트리다테스 국왕이 이오니아 지역을 정벌하는 와중에 절세 미녀로 소문난 그녀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는 한눈에 마음에 들어서 첩으로 삼아 버렸다.

모든 미녀는 권력자의 품안으로···.

그게 고대의 시대에는 당연했던 일이었다.

이 시대의 보통의 여성이라면 마음에도 없는 국왕의 아내가 되었다면 그냥 운명이려니 생각한다.

실제로 왕의 여자라는 위치는 나쁘지 않았고··. 이 시대의 여자들 중에는 가장 존귀한 여성의 자리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모니메는 달랐다.

그녀는 왕이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을 주고 아무리 편안한 궁전을 주어도 그저 쓸쓸해하기만 했다.

세상의 호사스러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사랑을 원했다.

국왕의 욕망을 풀어주는 대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 존재.

그게 그녀가 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테무빈을 만난 것은 테무빈이 왕궁에 드나들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끌렸고···.

국왕의 눈을 벗어나서 위험한 밀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오늘날가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모니메······.”

“테무진·····.”

어느새 테무진의 방안으로 들어온 모니메는 자신의 옷을 다 벗고 이오니아의 꽃이라고 불리우던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를 모두 드러냈다.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을 한 그녀의 모습은 아프로디테도 한숨을 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제까지 그녀는 자신의 이런 미모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 미모 때문에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눈에 들어서 그의 첩이 되어야 했다.

거부권? 그런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 그에게 안길 때는 마치 거대한 짐승에게 욕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 스럽고 괴롭기만 했다.

그녀가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그것은 짐승에게 있어서 희열을 줄 뿐이었다.

[“후후후····. 멋진 전리품을 얻었군.”]

첫날밤.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을 꺾였을 때 엉망진창으로 더럽혀진 그녀를 보면서 미트리다테스 국왕이 한 그 한마디의 말.

그 말은 모니메의 가슴 깊숙한 곳에 밖혀서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모니메····.”

“······!!”

괴로운 기억에 갇혀 있던 그녀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사랑하는 연인인 테무진의 목소리였다.

“테무진···. 너무 빤히 보지 마요.”

“아름다워요. 세상 누구보다 당신은 아름다워요.”

“·····미안해요. 저····.”

모니메는 바로 어제만 해도 미트리다테스 국왕에게 안겼던 자신의 육체가 부끄러웠다.

아니 부끄럽다기 보다는 미안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남자는 눈앞에 있는 한명 뿐인데····.

하지만 국왕의 첩으로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죄 아닌 죄를 짓고 있었다.

이런 자신이 미안했고, 그의 품안에서 안식을 찾을 때마다 죄책감에 가슴이 아릿했다.

“모니메···. 난 당신을 탓하지 않아요.”

“알아요. 알아서 난··· 난 더욱더····.”

“모니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을 구해 줄게요.”

“테무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쳤다.

그리고 격하게 흔들리고 하나가 되어서 뜨겁게 부딪혔다.

“테···. 테무진····.”

“모니메···.”

이 순간은 노예 출신의 장군도 아니고 미트리타데스 국왕의 첩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하는 두 연인이 되어서 두 사람은 뜨겁게 서로를 탐했다.

테무진은 모니메의 백옥같은 피부를 탐했고 모니메는 테무진의 야생마 같은 탄탄한 몸에 안겨서 전율했다.

열풍 같은 사랑이 지나간 후···.

모니메는 옷을 입으면서 테무진에게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가봐야 해요···.”

“자고 갈 수는 없는 건가요?”

“당신이 전쟁터에 나간다고 해서 무리를 해서 찾아왔어요. 마르스의 신전에 기도를 드린다고 하고 나왔으니 지금 가봐야 해요.”

“·······반드시 당신을 구해 주겠어요.”

“테무진···. 무리하지 말아요.”

“이번 전쟁이 끝나면···. 미트리다테스 국왕은 저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하지 마세요!!”

모니메는 테무진의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저에게···. 저에게 이 이상의 희망을 가지지 말게 해 주세요. 당신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기만 하면···, 그거면 충분하답니다.”

“··········.”

“안녕히····.”

모니메는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테무진은 가슴 깊숙하게 맹세했다.

“설사 상대가 누구라도 해도 살아오겠소. 그리고···. 반드시 당신의 얼굴에 진실한 미소를 되찾아 주겠소.”

테무진은 그렇게 결심했다.

기원전 70년인 지금.

로마가 지중해의 패자라면 폰투스는 흑해를 주름잡는 소아시아 최강의 국가였다.

원래부터 그렇게 강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미트리다테스 6세가 즉위한 이후부터 급속하게 주변 나라를 침략하면서 강성해진 것이다.

비록 술라에게 패망 직전까지 몰렸고 루쿨루스에게도 연전연패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시아에서 로마를 상대로 목을 뻣뻣하게 세울 수 있는 나라는 이 폰투스 뿐이었다.

미트리다테스 본인인 헬레니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소아시아의 그리스인들의 대표로 로마인들과 싸운다.

라는 명분으로 똘똘 무장하고 싸웠기에 당시 소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폰투스를 동맹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폰투스의 끈질김도 폼페이우스가 오기 전 까지만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루쿨루스가 폰투스를 한창 갉아 먹어놓은 상태에서 해적들을 토벌하러 와서 겸사겸사(?) 폰투스도 토벌할 생각이었던 폼페이우스에게 폰투스는 점령 당하고 미트리다테스 6세도 사망한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가 상당히 틀어져 버렸다.

우진이 시칠리아를 점령하고 파라디소스를 건국한 것이 로마에 큰 타격을 준 것도 있었고, 전선을 유리하게 유지하고 있는 루쿨루스를 원로원이 너무 신뢰했던 탓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단 한명의 남자였다.

테무진.

원래의 역사에서는 폰투스에 이런 인간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혜성처럼 나타나서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총애를 받으면 장군의 직위를 받았다.

덕분에 그런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도 많았다.

“이제 왔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쯧, 군의에 늦다니 정신이 없군···. 이래서 야만인들이란·····.”

“··········.”

애당초 테무진이 군의에 늦게 나타난 것은 회의 시간을 잘못 얘기해준 전령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테무진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전령이 잘못 전달한 시간조차 이 자들의 작품일 테니 말이다.

지금 군의를 위해서 설치된 막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아시아에서 오랜 세월동안 미트리다테스 6세를 보필한 자들이다.

“쯧, 어서 앉게. 더 이상 회의를 늦출 수는 없으니.”

지금 가장 상석에서 테무진을 나무란 남자는 아르겔라오스.

나이는 50대 중반 정도지만 아직 기력은 충분한 듯한 모습이다.

============================ 작품 후기 ============================

테무진 : 한 동안은 나의 턴이다.

우진 : 내가 주인공인데.....

테무진 등장으로 스토리 산으로 갈까봐 걱정하시는 분들 많은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즉흥적인 개입이 아니라 스토리상의 후보중에 하나로 올려두고 있던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항우, 진시황, 조조, 연개소문, 칭기스칸. 중에서 두고 고민은 하고 있었죠.

캐릭터를 감당하기 위해서 당초의 스토리 라인도 예상해 뒀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글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대의 인물들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적어서 여기서 제 창작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 안 들어가주면 얼마 못가서 완결 시켜 버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신캐릭터 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사실은 미트리다테스 6세가 진시황으로 각성하는 것하고 이것하고 많이 망설였지만...

그래도 기억상실 테무진 등장으로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진, 시저, 테무진의 삼국지 같은 느낌을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