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또 다른 미래인.>
“큼···. 전하. 지금 당장 로마를 도모하는 것 보다는 좀 더 확실한 기회를 노리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로마가 결사 항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저희도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나라가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오기만 했으니 어느정도 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기는 합니다.”
의원들의 사이에서는 사르디니아 섬을 받아 들이고 정전 협정을 받아 들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 위의 코르시카 섬을····.”
“개수작 부리지 마!!!!”
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저는 버럭 성을 냈다.
“죽고 싶냐?”
우진이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시저는 이를 뿌드득 갈면서 말했다.
“사르디니아 섬까지라면 내가 원로원에 어떻게든 설득 시킬 수 있소. 하지만 코르시카까지는 절대 안 돼.”
“어째서지?”
우진의 말에 시저는 기가 찬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렇게 하면 당신은 틀림없이 코르시카 섬에서 에투루리아 지방으로 침략할 테니까!!!”
“쯧····, 들켰나?”
‘사람을 병신 취급 하나······.’
우진의 말을 듣고 시저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사르디니아 섬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만한 영토를 넘기는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비옥한 땅도 아니었다.
광산의 경우 개발하고 유지하려면 막대한 인적 자원이 소모되고 무엇보다 시칠리아에서 사르디니아까지는 뱃길이 좀 멀다.
이 뱃길이 멀다. 라는 것이 그나마 시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카르타고, 시틸리아의 릴리마이움, 그리고 사르디나의 칼리아리를 아우르는 삼각 무역망은 지중해 해상 무역의 황금 라인이다.
하지만 이 황금 라인을 마음놓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되 해군력이 필요하다.
그 라인을 독점해서 제대로 활용한 것은 과거 카르타고, 그리고 현재의 로마 뿐이었다.
배를 이용한 무역망은 큰 이익을 남기지만 그 이익이 남는 만큼 해적이라는 날파리들이 많이 꼬이는 법이다.
시저는 파라디소스의 약점 중에 하나가 빈약한 해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사르디니아를 넘겨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아무리 빈약한 해군력이라고 해도 코르시카 섬 까지 넘길 수는 없었다.
코르시카 섬 자체의 가치만 보면 사르디니아 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위치가 중요했다.
사르디니아 섬이 파라디소스에게 넘어가는 이상 코르시카 섬을 중심으로 로마의 막강한 해군력을 배치하는 것은 필수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로마 본토를 막을 수 있는 해상 라인이 붕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흐음·····. 동맹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정전 협정이라? 시간은?”
우진의 입에서 시간을 언급하라는 말이 나오다 시저는 냉큼 말했다.
“3년이오.”
“3년이라···. 그 정도 시간이면 그리 길지는 않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르디니아를 넘긴다니···. 로마에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지?”
“아무일도. 그저 국가를 돌볼 시간이 필요할 뿐이오. 우리 양쪽 다 말이오.”
“······뭐 그렇다고 치지.”
우진은 시저를 바라보면서 시저가 그토록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일단 부탁은 들어주지. 미리 말해 두겠는데 우리가 양보하고 있는 것이다.”
“양보!!? 그만큼의 토지에 이집트에 대한 개입도 틀어막고 거기다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사르디니아까지 가져가면서 양보? 지금 놀리는 거요?”
시저의 짜증 폭발하는 모습에 우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열 내지 마라. 양보 맞다.”
“뭐가 말이오.”
“그 모든 제안을 거절해도 네 목 하나면 내가 얼마나 이득인지 알기는 아나?”
“·············?”
우진이 자신을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는 시저였다.
하지만 우진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상대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시저.
저 거물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사르디니아 정도(?)로 참아준 것은 정말 자비로울 뿐이었다.
사실 우진도 눈 딱감고 시저의 목을 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저가 사르디니아를 판돈으로 건 순간 국무회의의 의원들 모두가 허락하자는 식으로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고···.
거기에 거슬러서 시저의 목을 치자니 여론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굳이 고집을 부려서 죽이고자 하면 죽일 수도 있기는 있었지만····.
어이없게도 우진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건 좀 비겁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어이가 없는 우진이었다.
아마도 스스로 이 세계의 사고 방식에 많이 물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쨌든 로마로 가서 전해라. 3년이다.”
“3년이라···. 그 후에 전쟁터에서 봅시다.”
“흥···.”
우진과 시저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우진은 몰랐다.
시저가 어째서 이렇게 안달이 났는지. 어째서 지금 이 시점에서의 전쟁을 피하려고 안달이 났는지 말이다.
그것은 시저에게··. 아니 로마 전체에 큰 비보가 날아 들었기 때문이다.
폰투스 왕국과의 전쟁터에서 유리한 전황을 유지하고 있던 루쿨루스가 전사한 것이다.
덕분에 로마는 파라디소스의 위협뿐만 아니라 소아시아 전역의 영향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시저는 파라디소스에 사신으로 오는 길에 이미 폼페이우스를 통해서 로마의 대부분의 병력을 이끌고 폰투스로 진군 시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라디소스와의 전쟁을 정전 시키겠다는 결심을 품고 말이다.
우진이 진격하겠다고 말했을 때 기겁을 한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 진격하면 다른 길이 없다.
로마를 비우고 원로원들과 함께 어디론가 피난이라도 해서 체제를 유지한 수밖에····.
‘다행이도 그런 꼴은 면했군···. 하지만 제길··. 미트리다테스 국왕이 그 정도의 그릇이었을 줄이야.’
크게 한바탕 이기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우세를 점하던 루쿨루스가 갑자기 대패를 할 줄은 시저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돈 폼페이우스가 전군을 이끌고 같으니···. 3년안에 종식 시키면 그만이다. 파라디소스는 그 후의 일이다.”
시저는 그렇게 차분하게 3년 후의 계획을 세웠다.
우진과 시저가 정전 협정을 하는 것과 같은 시기···.
폰투스의 수도인 시노페.
그곳에서는 화려한 승전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하하···. 모두들 마시고 즐겨라. 그리고 이 승리의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라.”
“폰투스여 영원하라!!!”
“미트리다테스 대왕 만세!!!”
“하하하하····.”
부하들의 칭송을 받으면서 미트리다테스 6세는 유쾌하게 웃었다.
역사에는 폰투스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나오지만···.
실제 역사에서 그는 결국 로마를 넘지 못하고 패배한 자였다.
기원전 88년부터 기원전 65년까지···.
1차부터 3차까지 총 세 번에 걸쳐서 로마의 침략을 막아낸 전쟁은 미트라디테스 전쟁이라고 불렸다.
그동안 그는 거대한 로마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움을 반복하면서 굴직 굴직한 인물들을 많이 상대했다.
처음에는 술라를 상대했고, 그 후에는 루쿨루스를 상대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폼페이우스라는 거물에게 패배하고 도망치다가 자기 아들인 파르나케스 2세에게 배반 당하고 자살했다.
그런 그였지만 루쿨루스를 전사시킬 정도로 큰 전공을 올렸다는 기록은 없었다.
루쿨루스 역시 그와의 전쟁에서 꾸준하게 승리를 계속할 정도로 우세를 점했다.
본래의 역사에서도 그리고 지금의 역사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전투에서 폰투스의 군대는 루쿨루스를 죽이고 그의 군대를 완전히 물리치는 것에 성공했다.
이번의 전투의 승리의 효과는 컷다.
이제까지 로마에 대한 패배감에 물들어 있던 소아시아의 헬레니즘 군주들에게 큰 반격의 봉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단 한명의 신참 장군에 의한 것이다.
“하하하. 오, 거기 구석에 있었나? 우리 폰투스의 영웅이여.”
“예. 부르셨습니까? 전하.”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부름에 대답한 것은 나이가 아직 20언저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었다.
원래는 노예 청년이었는데 말을 타는 솜씨가 귀신처럼 뛰어났다.
저 청년이 미트리다테스 국왕의 눈에 들고는 미트리다테스 국왕은 그에게 기마대를 양성하게 했다.
그의 말타는 솜씨에 홀딱 반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쟁터에서 그가 이끄는 기마대 1,000이 단독 돌파로 로마군의 측방을 찔러서 막대한 피해를 줬었고···.
그 한방으로 인해서 팽팽하던 전선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었다.
“하하하··. 이제 노예병이 아니라 엄연한 장군이 되었군.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직도 기억이 없나?”
“예. 그렇습니다.”
“흐음···. 자네 같은 용맹한 전사가 어느 일족인지 그 뿌리를 알 수가 없다니···. 아쉬운 일이야.”
“이름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일은 어째서인지···.”
“그래. 그러고 보니 이름이·····.”
“테무진이라고 합니다.”
우진이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킬 이름이었다.
============================ 작품 후기 ============================
우진 : 테무진? 그 테무진?
작가 : 그래.... 어쩔래?
테무진 등장입니다.
원래는 영정하고 테무진하고 둘 중에 누구를 등장 시킬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테무진으로 정했습니다.
폭풍같은 기마군단의 향연.... ㅎㄷㄷ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