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현명한 여인>
이렇게 답답할 정도로 남편에게 헌신한 여자를 로마인들은···. 아니 당시 모든 남자들이 칭찬했다고 한다.
적어도 지금 이 고대시대에는 아내의 외도를 남편이 징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가지고 이혼을 요구하면 설사 이혼에 성공한다고 해도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는 그런 시대였다.
우진은 딱히 페미니스트도 아니었지만····.
아름답고 자신에게 헌신하는 두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릴 정도로 막 나가는 남자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남자들에 비하면 우진은 정말 아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남자였다.
시라쿠사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그녀들과 하루 한끼는 같이 식사를 했고 왕궁의 시녀들을 건드리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런 우진을 버리고 자신들의 몸만을 바라는 카스투스 따위에게 마음을 줄 세체니와 디도가 아니었다.
아닌데 말이다.
“불렀다고 들었소. 디도.”
디도의 앞에 나타난 카스투스의 기분은 득이양양했다.
“·····부른 용건은 대강 아시는 것 같군요.”
“이제 내 품에 안길 생각이 든게 아니요?”
“훗····.”
디도는 피식 웃어버렸다.
“뭐···. 아주 틀린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안길 생각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내 품에 안길거요?”
카스투스의 말에 디도는 웃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아찔할 정도로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은 요염하다 못해서 남심을 자극하는 색기로 가득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한가지. 이 시치릴아의 서쪽 지방에 대한 권리에요.”
“서쪽 지방?”
“그래요. 리릴바이움에서 파라디소스까지. 그 땅을 나에게 줘요.”
디도의 말에 카스투스는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그에게 있어서 디도와 세체니는 전리품이다.
전 왕인 우진의 자리를 찬탈했다는 증거이자 수컷으로서의 우월감을 느끼게 할 전리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전리품인 디도가 자신에게 토지와 통치권을 달라고 한다.
카스투스는 그저 어이없을 뿐이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고작해야 네년의 다리나 벌리게 하려고 그 땅을 주라고? 원한다면 지금 강제로라도 얼마든지 네년을 범할 수 있다.”
카스투스의 말은 거칠어 졌다.
보통의 여자라면 카스투스의 이런 거친 태도에 겁을 먹고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디도는 달랐다.
“내가 그냥 여자로 보이나요?”
“··············?”
“전 이 파라디소스의 행정 관료로 국가의 재무사정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도는 카스투스가 간절하게 원하는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애 먹고 있는 의원들도 너끈히 설득 할 수 있죠.”
“············.”
디도의 말에 카스투스는 움찔했다.
사실 시저가 원군을 보내준다는 말을 하고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원군이 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스파르타쿠스가 두 눈을 퍼렇게 뜨고 시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디도가 의원들을 설득 할 수 있다는 말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이 여자는 내가 파라디소스에 오기 전부터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할 거야.’
카스투스는 머릿속으로 탁탁 계산을 끝냈다.
“좋아···. 아주 좋군.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감옥에 갇힌 의원들을 나와 단 둘이 만나게 해 줘요. 그렇게 하면 내가 설득해 줄테니.”
“알았소. 지금 당장하지. 그리고 일을 잘만 하면···.
와락!!
카스투스는 그대로 디도의 가는 허리를 안아서 디도에게 말했다.
“일만 잘 처리하면 당신을 내 여자로 만들어주지.”
“그거 고맙군요. 하지만···.”
디도는 자신에게 입을 맞추려는 카스투스를 밀어나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당신이 확실하게 정권을 잡으면··. 그리고 나하고의 약속을 지키면, 그때 이 몸을 즐기게 해 드리죠.”
“후후후···. 술은 충분히 숙성 시키는게 더 각별한 법이지.”
카스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로 디도에게 지하 감옥의 의원들과 일대일 독대를 하게 했다.
디도는 그들 하나하나를 만나서 설득하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얼마 후···.
“호오···, 이거이거··. 과연이라고 해야 할까?”
카스투스는 시칠리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지역 상비군들이 이 시라쿠사로 집결하는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디도가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서 한달도 되지 않아서 이 시라쿠사에 자신의 군대가 생기고 있었다.
우진이 자신에게 맡긴 군대는 5,000정도가 다였는데 이제는 2만이 넘는 군대가 생긴 것이다.
‘이걸 가지고 로마로 가서 스파르타쿠스의 뒤를 치자. 그렇게 하면···. 로마에서도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할 거야.’
앞으로 로마에게서 섭섭하지 않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 빚을 만들어둘 생각인 카스투스였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오늘 밤 디도에게 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후후후···. 전쟁터에 가기 전에는 몸을 풀어줘야 하는 법이지.”
카스투스는 오늘 밤 디도를 범한 생각이었다.
한때 자신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던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안고 더럽힐 것을 생각하며 카스투스의 얼굴에는 비열한 미소가 맺혔다.
그런 카스투스의 뒤에서 디도가 나타났다.
“카스투스. 열병식이 준비 다 됐어요.”
“아아···. 이게 누구야? 나의 승리의 여신 아니신가?”
“훗, 알면 약속은 지켜요.”
“물론 당신이라면 시칠리아 서부 지대를 관리 시켜도 되겠지. 그리고····.”
카스투스는 디도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오늘 밤은 절대로 재우지 않을거야. 기대 하고 있어도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 디도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카스투스였다.
디도는 그런 카스투스에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나라는 여자는 항상 강한 남자에게만 안기고. 강한 남자에게만 흥분하죠.”
“그래야 내 여자지.”
카스투스는 그렇게 디도를 희롱하고 나서 열병식이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이 열병식에서 카스투스는 여기 모인 군사를 온전히 자신의 병사로 임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식으로 이 파라디소스의 군사력을 손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진 대신에 자신이 로마도 무시하지 못할 커다란 대국의 왕이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카스투스였다.
열병식의 장.
총 3만의 군대가 도열하고 카스투스의 등장을 기다렸다.
이 3만의 군대중에 원래 카스투스의 병력은 5,000뿐이었다.
나머지는 이 시라쿠사에 있던 우진의 병력과 시칠리아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치안 유지와 해안선 수비를 하고 있던 유지군들이었다.
그 병력을 다 끌어 모아서 3만을 맞춘 것이다.
“모두 들어라!!”
카스투스는 도열한 병사들의 앞에 가서 말했다.
“나 카스투스가 바로 너희들의 새로운 왕이다. 난 너희들을 더욱더 강하게 할 것이며, 이 나라를 더욱더 강하게 할 것이다.”
카스투스는 그다지 가슴에도 와 닿지 않는 짧은 연설을 하고는 술잔을 들었다.
“오늘 선언한다. 나는 이 파라디소스의 새로운 국왕이 되었음을!!!”
그렇게 말하는 카스투스의 술잔에 디도가 술을 따랐다.
“승전 축하주입니다. 한 번에 마셔주세요.”
“음···. 잠깐!!”
술을 마시려던 카스투스가 디도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죠?”
“나 혼자 마시면 섭섭하지. 잔을 하나 더 가져와라.”
카스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잔을 하나 더 가져와서 그 잔에 똑같은 술을 따랐다.
그리고 이미 술을 따랐던 자신의 술잔을 디도에게 주면서 말했다.
“자, 이제 우리 둘의 결합을 축하하면서····.”
이 행동은 디도가 따라준 술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디도는 개의치 않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뭐. 좋지요. 축하하면서···.”
그리고 디도는 자신의 술잔의 술을 단숨에 비웠다. 카스투스도 그걸 보고 웃으면서 술잔을 비웠다.
‘내 착각이었나?’
혹시라도 디도가 딴 수작을 부리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했던 카스투스였지만···.
말 그대로 쓸데 없는 의심일 뿐이었던 것 같다.
그때···.
“자··· 이제 전 군에···. 쿨럭···.”
말을 하던 카스투스의 입에서 피가 한 움쿰 흘러 나왔다.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고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카스투스는 반사적으로 디도를 바라봤다.
“네··· 네년이 설마···?”
“다음 세상에는 똑똑히 알아두렴. 이 세상에는 미리 중화제를 마셔두면 괜찮은 독도 있단다?”
디도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피를 토하면서 힘 없이 비틀 거리는 카스투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는 짧은 단검이 뽑혀 있었다.
“내가 고작 권력 따위를 위해서 남편을 배신하고 너 같은 변절자에게 몸을 의탁할 나약한 여자로 보였나?”
“크···· 크르륵···.”
이제 호흡도 가빠지는 카스투스를 보면서 디도는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을 배신하고 국가를 위험에 빠트리고 백성을 괴롭게 한 죄다. 달게 받아라.”
푸욱!!
디도의 단검은 그대로 카스투스의 목을 꿰뚫어 버렸다.
그렇게 디도가 카스투스의 목을 꿰뚫어 버리는 순간 이제까지 숨 죽이고 있던 의원들이 일어났다.
“지금이다!! 반역도들을 구속하라!!!”
“매국노를 죽여라!!!”
의원들이 지방에서 소환한 지방군들이 이제까지 시라쿠사에서 온갖 패악을 저지를 카스투스의 군사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고 있던 카스투스의 군사들은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제압당해 버렸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의원중에 대표가 와서 디도에게 말했다.
“왕비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왕비님이 나라를 구하신···.”
“아직 일러요.”
디도는 의원의 말을 자르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이릅니다. 배신자는 이 놈 말고도 한 놈 더 있으니까요.”
“아····. 지금 당장 토벌군을···.”
“아니. 토벌군은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지금은 우리 땅을 진정 시키는게 우선입니다.”
디도는 이 파라디소스의 행정관이었다.
그것도 무척 고위급의···.
그래서 알고 있었다.
메사나를 직접 공격할 것도 없이 보급을 끊어 버리기만 해도 그 항구 도시는 금방 고립되어 뛰쳐 나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괜히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에 나설 필요는 없다. 본국을 지키는 것이면 충분해.’
디도의 판단은 현명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칸니쿠스는 그래 보여도 스파르타쿠스의 밑에서 로마군을 상대로 싸워온 남자다.
이렇다 할 정도로 믿을만한 지휘관도 없는데 그냥 공격했다가 패배라도 하면 그때는 정말 낭패였다.
“그보다는···. 일단 도시를 되돌리죠. 억울하게 감옥에 가둬진 사람들은 모두 풀어줘요. 피해를 입은 자들은 국고를 털어서 보상하고 성벽의 방비와 해안선의 경비를 튼튼하게 하세요. 언제 적이 올지 모릅니다.”
“옛!! 알겠습니다. 왕비님.”
“옛!! 알겠습니다. 왕비님.”
“옛!! 알겠습니다. 왕비님.”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던가?
원래부터 자질은 있었지만 디도의 일사분란한 지휘에 파라디소스의 의원들은 다시금 희망을 얻었다.
============================ 작품 후기 ============================
디도 : 남편이 없는 집은 내가 지킨다.
우진 : 든든하기도 하지.
여러분들의 응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